현정부 들어 중앙 문예진흥기금의 상당액이 각 시도로 이관되어왔고 각 시도의 춤 지원 시책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서울문화재단의 춤 지원사업은 문화예술위원회의 춤 지원 사업의 연속이라 해도 무방하다. 서울문화재단은 2011년도 춤 지원 사업을 결정하면서 공연예술창작활성화지원사업 부문에서 47건에 대해 지원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 결과 6건이 1500만~2000만원을, 나머지 41건은 일률적으로 1000만원을 지원 받았다. 공연예술창작활성화지원사업에서 연극(지원 결정 63건), 음악(87건), 전통예술(86건) 분야의 경우 몇 단계로 나눠 지원금을 차등 지원한 것과 비교하여 춤 분야에서 80% 이상의 단체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1천만원씩을 지원한 결과는 매우 대조적이며, 이 심의 결과에 대해 춤계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문예진흥기금이 춤계 현상을 발빠르게 제대로 수용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항상 제기되어왔다. 서울시의 춤 지원책은 공연예술창작활성화지원사업을 비롯하여 다원예술창작활성화지원, 상주단체육성지원, 사랑의문화나눔지원 등이 있고, 홍은예술창작센터 및 문래예술공장 등 서울시 창작공간을 통한 지원 등의 사업이 있다. 그리고 서울시는 서울시무용단을 운영한다. 2011년 하반기 보궐선거에서 교체된 신임 서울시장은 문화시책을 개발하는 등 서울시의 문화 분야 청사진을 2012년 1월말에 새롭게 펼쳐 보일 것을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즈음하여 춤웹진에서는 서울문화재단의 춤 지원사업에 관한 현장의 젊은 목소리를 중계한다. -편집자 주-
일시: 2011. 11. 30.
장소: 모차르트 서울 대학로
참석자: 김채현(사회) 이광석 김남진 김수정 손영민
사회(무용원 교수): 서울시 춤 분야 지원금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한다. 춤지원금을 받지 않았어도 주변 동료들이 밝힌 소감들도 참고가 될 것이다. 오늘 인터뷰는 10인을 섭외하고 다수의 사람이 참석할 것을 약속하였으나 주중의 갑작스런 개인 사정들로 인해 참석자가 부득이 4사람으로 줄었다. 양해 바란다. 이제까지의 지원금에 대한 소감을 평가를 겸해서 소개해주기 바란다. 더 나아가 서울시에서 새 문화시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까 이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지원 제도를 꿈꾸어 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곁들여 지원금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아는 해외 사례가 있으면 그것도 소개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춤 지원 목적, 재인식해야
김남진(댄스씨어터창 대표): 지원하는 측이나 지원받는 측이나 지원금의 목적을 잘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본다. 지원금이 있으니까 배분해야 하는 태도라면 곤란하다. 지원금을 받았으니까 공연 한다든가 지원금 액수에 맞춰 공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원 심의 결정 과정이 지원금을 나눠준다는 인상을 유발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고 주는 것과 지원금을 쓰라고 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좋은 작품을 위한 지원금이라면, 작품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경비나 기간 등을 지원 심의 과정에서 참작해서 지원 금액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일률적인 나눠주기는 정말 피해야 한다.
이광석(이광석댄스그룹 대표): 올해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 받았는데, 지원 받은 단체 명단을 보니 1천만원씩 일률적으로 지원받은 단체가 지나치게 많아 놀랬다. 지원 결정 금액이 대부분 천만원씩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우선 지원 심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 의문부터 들었다. 얼마나 많은 단체가 지원 신청해서 최종적으로 47단체가 선정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지원 신청한 단체는 모두 다 지원받은 그런 식이 아니었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1천만원 일률 지원 단체가 많았다. 현실적으로 공연하는 데 대관료 등 1천만원은 턱 없이 적고 작품에 따라서는 더 들 경우도 있다. 비디오 심사라든지 실질적 심사가 이뤄졌어야 할 것인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대관 3일에 스탭진들이 많이 도와주고 무대도 간소하게 처리하고 아껴 써서 소예산으로 진행하였다.
사회: 지금 거론되는 1천만씩 일률 지원을 결정한 근거를 공연 내역을 통해 짐작해보면 개인이나 소규모 기획전이라는 점이 기준으로 작용한 것 같다. 그런데 1500만원 이상 받은 6건의 공연에는 여러 단체가 올리는 기획전 2건, 발레 대작 1건을 비롯하여 그리고 개인 안무작 3건이 있다. 특히 이 3건의 개인 안무작은 왜 41건의 공연과는 많게 1500만원 이상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1천만원 일률 지원을 결정한 기준도 객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요컨대, 비유하자면, 지원금 심의 결정은 합격자 발표와는 달라야 한다.
김남진: 저의 경우 대관 10일에 7일간 공연을 진행하여 소요 인건비만 해도 막대하였다. 지원 신청서에 그렇게 기재하였고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지금도 그렇게 소개되어 있다. 지원 심의에서는 공연 장소, 대중소 극장 규모, 공연 기간 등이 제1차적 고려 사항일 것인데도, 그런 고려 없이 몇몇 행사를 빼놓고는 일률적으로 1천만원을 지원하는 데서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
사회: 지원 심의 과정에서 공연 규모, 공연 품질, 공연 성격을 살펴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런 식의 지원 결정이라면 지원심의 과정이 과연 필요할까. 심의위원은 전문성울 갖고 춤계의 여러 흐름을 고려해 가면서, 또 지원하면 양질의 작품이 나오겠다는 판단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결과만 두고 보면, 그런 심의 취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심의위원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김수정(크리스탈무용단 대표): 저는 서울시 지원금을 받은 적은 없고 개인적으로 경기문화재단 우수레퍼토리 부문에서 지원받았다. 지원금을 받아 공연을 진행한 후, 다음부터 지원금을 받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원금을 받는 자체가 꼭 좋은 것은 아니다는 뜻이다. 지원은 다음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지원금 제도부터 허약하고 또 지원금이 사람을 허약하게 만드는 면도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현장 예술인을 제대로 존중하는 지원인가
손영민(Factory1+1+1 공동대표): 우선 지원금의 가치야 단 1천만원이하라도 소중하다는 점을 전제로 말하고 싶다. 1천만원을 받아도 소액이지만 흑자를 내기도 한다. 저의 경우, 올해 지원금을 받아 공연을 마무리하고 사후결과보고서를 작성할 때 곤란한 느낌이 강하였다. 지원 신청자가 모든 걸 다 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작품에 대한 사후 평가를 스스로 소개하는 부분에서 관객이나 평론 등 외부의 반응을 평가로 대신하기보다 우리가 직접 평가 내용을 기술해야 해서 곤혹스러웠던 것이다. 사후 평가는 사실 예술가한테 큰 자극이 될 부분이고, 지원하는 측에서 평가서만 보고 잘 치러졌다고 믿는다면 뭔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경비를 지출하면 세무 처리를 해야 하고, 세무처리를 해서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 대해 다른 무용인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 비결부터 배우고 싶은 심정이다. 제출 증빙 영수증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원금이 결정되면 서울문화재단의 주거래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어서 지원금을 수령하고 심지어 수령한 지원금의 이자가 몇 백원이라도 그것을 이자보다 많은 수수료를 들여 별도로 이체 처리하는 작업까지 해야 하였다. 번거롭고 성가시고 짜증나는 일이다. 공공 회계 구조가 정말 이렇게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합리적인지 현장 예술가들은 누구든 납득하지 못 한다. 그래서 예술의 본령에 충실치 못하고 자잘한 일에 매달리도록 만든다는 불만이 쌓일 것이다. 비영리 사업자로서 작품을 만들기보다 좀 과장되게 말해 받은 만큼의 지출을 증빙하는 데 치중하면서 정말 지원받지 않고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속 편하게 메세나와의 연계도 고려해보는데 대체로 아는 선이 대기업이 아니어서 이마저도 용이하지 않다. 매칭 펀드도 지인을 통해 알아 봤는데 현실적으로 시기상조였다, 가능성이 있긴 하였지만. 어쨌든 사후결과보고서가 사람 진을 빼는 면이 크다.
사회: 지원금은 일부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이 원칙이 현장에서 얼마나 충실히 지켜지는지 의문이다. 1천만원을 받아도 소액이지만 흑자를 내기도 한다는 말처럼 지원금 액수가 많다고 해서 공연이 성공한다는 원칙도 성립할 수 없다. 다만 지원금의 효율적 배분과 지원 사업 사후 관리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경청하고 싶다.
김수정: 경기문화재단 사업 사후 결과 보고서 작성에서 현장평가 부분을 참조 인용할 수 있어 수월한 점이 있었다. 굳이 영수증을 요구해야 하는지 의문이고, 현실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였다. 지원금을 지원하고 믿어주는 풍토가 필요하다. 사후 평가 후 지속적으로 지원 단체를 정하는 방법이 더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사회: 지원금을 비예술적으로 남용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라고 하지만, 사후 평가 보고서 제출시에 공공 회계 규정을 들어 영수증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요구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원금을 비예술적으로 남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런 규정이 강조되는 것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다. 거꾸로 예술적 열의가 적을수록 이런 문제점에 대해 덜 민감할 것이다. 그리고 사후 평가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려면 3개월 정도 여유를 줘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평이나 여러 반응을 반영하기에 적절한 시점까지 보고서 제출 기한을 늘려야 할 것인데, 이런 점들이 공공기관의 업무 처리 시스템과 맞을지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무튼 졸속으로 처리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증빙할 것을 요구하는 부분을 줄여야 할 것인데, 서울문화재단 측에서도 이런 점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점은 좀 더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사실 확인을 통해 개선안을 제시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광석: 지원금을 받아 공연하고 나서 사후 지원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첫 개인 공연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지원 심사 방법은 예전과 별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지원금 집행에서 단체와 재단 사이에 신뢰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예술 현장에 종사하는 사람과 이를 관리하는 사람 간의 갭은 커 보인다. 일의 성격이 달라 이해될 만한 갭이 있겠지만, 갭을 줄이려는 노력을 현장 예술인들로서는 느낄 수 없다.
지원 사업, 지속적 장기 관리 필요해
손영민: 여기서 조금 다른 면에서 지원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면, 예술인과 예술 단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프로파일링 작업이 그 대안이 될 것이다. 예술을 하는 나의 입장에서 봐도 평가는 정말 힘들 것이다. 그런데 1회 공연으로 그 사람의 역량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창작자 중에는 대기만성(大器晩成) 형도 적지 않다. 콩쿨에서 1등하면 바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제풀에 주저앉아야 하는 것도 현실 아닌가. 신진을 찾아내고 꾸준히 관리하는 지원 정책이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 할 것이고, 그래서 지속적 관리가 특히 중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서 평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고, 독립 예술가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
김남진: 이런 문제점은 공무원 보직 순환 관행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서울문화재단도 혹시 조직 내에 그런 폐단이 내재하지 않은지 살펴볼 일이고, 심지어 일간지 기자들도 순환이 심하지 않는가 싶다. 신문사 문화부는 다른 부서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같다는 짐작이 든다. 담당 기자를 좀 알만 해지면, 이미 갈려서 소통이 잘 안 되는 점도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춤 단체를 잘 파악하는 실무자들이 많아지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었으면 한다. 일례로 아동극, 실험극, 정극에 집중하는 단체를 구분하는 것처럼 지원 심의에서 이와 유사하게 구분하여 심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지 우리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 지원하는 사업 범주도 너무 많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몇 번 말하지만, 사후보고서 영수증은 믿어줬으면 좋겠고, 더 근본적으로 제안하자면, 지원하더라도 해당 지원 작품이나 단체를 장기간 관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원 이후 해당 작품을 갖고 얼마나 공연하고 순회하며 수익을 냈는지, 작품을 얼마나 업그레이드했는지 등등 장기간에 걸쳐 실적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볼 만하다. 사후 영수증 처리 작업보다 지원금 집행을 뒷받침할 예술적 긴장감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1천만이든 수천만원이든 얼마를 지원받든 간에 하루 이틀 올린 공연 실적을 갖고 보고하고 평가하는 관행은 분명 고쳐져야 하겠다. 지원금 사업이 지원하고 사후 영수증을 받고 하는 그런 절차로 끝날 일은 아닌 것이다.
사회: 서울문화재단이 춤계를 잘 아는 실무자를 갖추고 실질적인 장기 평가 심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해석하고 싶다.
김남진: 프랑스는 지원을 받으면 7회 이상 공연해야 재지원이 가능하다. 경력과 개인 발표를 위한 공연에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서울에서 7회 공연은 사실상 막막한데 지방에도 순회 가는 것은 안무자의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을 벗어나 지역까지 공연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지만, 움츠러든 춤계에 자극을 주자면 이런 처방도 무시할 일은 아니라 본다. 굳이 7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울에서의 공연을 지역까지 넓히는 작업에 대해 다음해 지원에서 가점을 준다면 자극이 될 것 같다. 이제는 안무자도 작품 판로 개척에 게을러서 안 되고, 매니저를 두어서라도 개척해나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작품을 공연하고 바로 투어하기는 불가능하므로, 3년 정도 시점을 두고 관찰해서 실적을 평가 심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원받은 안무자이니까 또 지원하는 그런 관행은 문제가 많다.
사회: 지금 의견을 조금 심화시키자면, 춤계에 실질적인 프로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맞춰 프로 단체를 육성하는 쪽으로 지원 관행이나 심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공공기관 회계 시스템이 이런 장기적 관찰을 통한 지원의 발목을 잡는 면도 없지 않을 테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장기적 수시 지원의 필요성, 프로 단체의 지속적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 춤계의 다수가 동의하느냐의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지원 사업, 프로 단체 발굴 육성과 연계해야
김남진: 프로 단체와 연관하여 상주단체 선정 건을 봐도, 서울문화재단이 소극적이거나 손을 놓고 있다는 인상을 감출 수 없다. 상주단체의 경우, 안무자와 극장이 직접 섭외하는 현실은 가급적 적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상주단체 사업은 오히려 서울문화재단이 매칭하는 과정에서 직접 나서서 극장을 물색하고 협의하는 등 능동성과 적극성을 보여야 할 사업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상주단체 건을 안무자와 극장 간의 협의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떤 상주단체가 왜 정해졌는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서울문화재단은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이광석: 최근 들어 예술경영지원센터나 한팩, 서울문화재단 등으로 공공기관의 기획 역량이 분산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 든다. 지금처럼 신작 위주로 이뤄지는 지원 제도를 탈피하여 이를 사후지원과 연계하는 방식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제대로 된 사후 장기 평가가 따라주어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김남진: 해외에서 온 무용가가 우리나라 지원에 대해 말을 듣더니 자기들은 그것을 지원이라 하지 않고 공동제작이라 한다고 말하더라. 자기들 기준으로 지원은 일년 동안 제작과 운영 경비를 일체 지원하는 그런 개념이라고 소개하였다. 이 경우에 지원금을 지원하되 지원받은 단체가 자율적으로 집행한다. 물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특정한 경우를 갖고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지원 제도가 단기성에 그치고, 그러 인한 폐단이 작지 않다는 점은 강조되어야 한다.
손영민: 국제 기준으로는 투어 계획을 1~5년 전에 잡는다. 현대무용을 어려워 하는 국내 풍토에서 비워진 극장을 채우는 전략은 사실상 없다. 지역 극장이 연간 4-5개월 놀리는 형편인데도, 단체 입장에서 지역과의 연계는 힘들다. 지역간 네트워크 작업을 가동해서 지역 오지에도 춤을 퍼뜨려야 한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지역 무용가를 우선하여 미니까 서로 연계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서울에서 연간 수백편의 신작 무용이 나와도 지역에 가는 공연은 거의 전무하다는 조사 결과도 보았다. 이런 연계 작업에서 우선 단체가 스스로 앞장서야 하겠지만, 그러한 작업은 한계가 있다. 공공기관이나 한국무용협회, 한국춤비평가협회 등등이 나서주면 좋겠다. 그런 지역간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조정 작업을 서울문화재단 등 여러 곳의 문화재단이 나서서 해야 할 것 아닌가.
김남진: 안무가 발굴로 순회공연을 촉진하자는 방안에 동감한다. 일례로 서울과 부산 간 문화 격차는 10년 이상인 것 같다. 한편으론 놀랍고 한편으로 당연한 현실이다. 지역간 연계 기획 활성화 제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원금 가운데 일정 부분을 이런 부문의 기획 인력 양성 작업에 쓸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올리는 작품 가운데 몇 작품이나 호기심을 끌 것인지 의문도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지역의 기관이나 기획 관련 단체에서 서울에 와서 과연 1년에 몇 차례나 공연을 보고 갈까. 그렇게 하려면 서울문화재단이나 심사위원이나 전문성을 갖고 현장 예술인을 육성할 만한 안목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전에 안무가를 육성하는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이 운영된 적이 있는데, 이것으로 현장 예술인을 육성한다고 내세우면 곤란하다고 생각된다. 좋은 공연작을 만들어 그 공연작을 지속적으로 거듭 공연해낼 안무가를 발굴하고 이 사람들을 다른 사업이나 지역과 연계(매칭)하는 것이 서울문화재단의 중심 업무가 되어야 할 것 아닌가 생각한다. 얼마간 지원해서 간략한 교육을 하고 공연을 해보라고 하는 형태는 그다지 실질적이지 않은 것 같고 지금 다 중단된 상태인 데에다 그런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지 않다. 부분적인 재교육 정도를 갖고 육성이라고 강조하는 발상부터 한계가 있었다.
서울과 지역을 연계하는 기획 절실
사회: 서울과 지역을 연계하는 작업의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에 들어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지역에서 지역 무용가를 선호한다든가, 지역에서 공연할 경우의 경비를 지역에서 댈 의사가 있는가, 지역에서 좋아할 양식의 공연인가, 지역의 무용가도 관객을 동원하기가 어려운데 서울의 춤이 와서 관객을 차지하지나 않을까 등등의 문제 말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춤을 활성화시켜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그래도 지역의 춤이 서울에 비해 격차가 나는 것은 사실이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방법으로 서울과 지역의 연계 사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 가지 사례로, 부산 민주공원 공연장에서 이런 사업을 몇 해 진행한 것으로 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맥을 놓고 있었던 서울과 지역의 연계 사업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시되어야 할 점은, 지난 10년간 춤계에도 독립예술가들이 다수 늘어났고, 독립예술가들이 동문 단체들과는 달리 지역 연계에는 비교적 약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들에서 제3자가 지역간의 연계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로 보인다. 서울과 지역의 연계를 통해 서로의 긴장된 유대 관계를 재구축하고 자극 교환하는 관계가 정립되었으면 한다.
김수정: 국립현대무용단 같은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실질적 지원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상주 단체 사업에서 상주 단체 선정 기준을 내세우긴 하겠지만 정말 그 기준이 실질적인지 모르겠다. 극장마다 현재 처한 상황과 특성이 있어서 그에 적절한 상주 단체가 선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는데, 지금은 단체 운영이 힘드니까 차라리 어떤 극장에 제안해서 상주 단체로 선정되는 게 일반적인 듯하다. 아동물 공연이 필요한 극장이라면 그에 적합한 단체를 상주 단체로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극장과 단체(안무자) 간의 관계에서 어떤 특이점이 발견되지도 않고 실제 공연에서도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한 매칭으론 곤란하고 제대로 매칭하려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광석: 상주 단체 활동이 춤계에서 주목을 받을 만한 것인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하루 아침에 그 성과를 기대할 일은 아니고 또 초기니까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 기획에서라도 그런 가능성이 엿보이는지 물어보면, 이마저 회의적이다.
김수정: 지금은 극장도 다양한 기획을 필요로 한다. 순수 창작물이 필요한 곳도 있을 것이고 공연장을 활성화시킬 안무자를 찾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경기도의 어느 극장 상주 단체로 지원할 마음이 있었다. 상주 단체 지원 신청 규정을 보니까 저와는 맞지 않았고 그냥 말하자면 그간의 실적을 중심으로 저를 소개하는 게 되어 신청을 포기하였다. 안무자에게 있어 지금까지의 실적에 못지않게 앞으로의 비전도 중요할 텐데, 그런 점에 대한 고려가 매우 미흡해 보여 포기한 것이다. 그 극장은 시민들의 접근도가 좋고 야외 행사 등 접촉도 빈번하다. 무용수들에게 직장을 제공하는 데 치중하느냐 아니면 가까운 장래를 보고 작품이나 단체를 발굴할 것인가, 이런 점을 극장 측은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손영민: 극장들의 상주단체는 춤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인데, 극장마다 원하는 상주 단체도 다르겠지만, 안무자마다 원하는 작업도 다를 것이다. 일례로 실험작, 아동물, 일반 창작물 등 안무자가 지향하는 춤 공연의 성격도 다를 것이다. 이 경우 극장과 안무자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 것이냐 하는 의문은 남는다.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다.
상주 단체 운영 전략, 모호하다
김남진: 상주 단체 운영 전략은 아직 모호하다. 벨기에에서는 상주단체가 공연하려면 적어도 2주 전부터 본격 세팅 작업이 시작된다. 제가 옆에서 부분적으로나마 관찰해본 경험으로는 우리의 상주 단체 제도는 상주 단체가 해당 극장을 좀 편리하게 좀 더 오랜 기간 사용할 권리를 갖는 정도로 이해되었다. 말하자면 국내 상주 단체 운영은 춤, 음악, 연극 어느 분야든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작품을 한두 편 만들고 연간 몇 회 이상 공연해야 한다는 것 이상은 아닌 것 같아서 너무 단순하다.
사회: 상주단체 제도 운영을 보면 우리 극장들이 아직은 극장의 특성화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게 된다. 춤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춤계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서 극장 성격에 맞는 단체를 주체적으로 구하고 더 나아가서는 상주 단체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상주단체 선정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극장과 단체를 매칭시키는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면 우선 극장 측에서 평소에 춤 공연들을 많이 접하고 단체를 파악하며 춤계 흐름을 감지하여 극장의 필요에 맞추는 기획이 따라줘야 할 것이다. 무론 상주 단체를 운영해본 경험이 얕아 부작용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이해된다. 그러나 상주 단체 운영 전략은 빈곤해 보이며, 지금까지는 안 해본 것을 시행하는 단계라면 이제는 새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극장과 단체 간의 윈윈 전략이 나와야 할 것이다.
손영민: 신작 지원에서 사후 지원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잘 정착시키면 상주 단체 사업과도 연계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래서 신작 지원에 대해 사후 지원을 2, 3회 정도 더 늘리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이것이 단체 육성의 전략으로 그리고 상주 단체 개발 방법으로 주목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주 단체로 발돋움할 기회와 여건을 창작활성화 사업에서 제공하자는 것이다. 첫 작품을 버리느냐 되살리느냐 하는 것은 안무자의 실력보다 판단에 좌우되는 것 같다. 상주 단체가 아니더라도 극장 휴식 기간에 극장을 활용토록 하는 한시적 레지던시 방안을 적용해볼 수 있다. 공연이 1회성으로 끝나는 풍토에서는 극장이 작품이나 단체를 그다지 신뢰하기 어렵다. 이미 이런 풍토가 굳어져 실험 같은 비주류 공연은 더 배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자신들의 이력만을 위해 상주 단체를 활용하는 단체도 없지 않았을 것 같고... 이런 풍토는 젊은 층이나 진지하게 작업하는 창작자들에게 간접적으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를 진단하는 심포지움이나 세미나도 있었으면 한다.
사회: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덧붙일 의견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손영민: 서울문화재단과 현장 예술가가 소통할 장이 분명 필요하다. 제 생각으로 무엇보다 지원 사업을 조정할 필요가 크다고 보는데, 극장대관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새 사업이 필요할 듯하고 또 지원대상단체를 재검증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 봄부터 연중 춤 페스티벌이 과다한 것도 문제로 보인다. 현장 예술인들끼리 힘을 모으는 기획이 오래 갈 것으로 보여서 이런 측면의 기획을 유도하는 사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즉 여러 춤단체가 하나의 기획전을 여는 데 지원하는 사업 말이다. 그리고 독립 안무가들에게 더 좋은 환경 조성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 그럼, 오늘 주제로 되돌아가서, 주제를 다시 환기하면 서울시 춤 지원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자는 것이었다. 서울시장이 새 문화시책을 공표하겠다는 공개 약속에 맞추어 춤 지원시책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인터뷰이다. 예술인의 현장 지원은 필요하고 지원 그 자체는 긍정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사후 결과 보고 과정의 문제점, 단기 지원에 그치는 지원 사업, 지원 사업의 수명이 짧은 점 등이 지적되었다. 그리고 상주 단체 운영과 관련하여 단체 이력보다 작품 창작과 극장 활성화 중심으로 상주 단체 운영을 바꾸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자면 극장 측의 의지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정 문화 방향과 재정이 허락하는 대로 개선될 점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여기서 서울시가 나름대로 꿈꾸는 문화의 방향에 대해 춤계 나름대로 몇 가지 제안도 제시된 것 같다. 상주 단체 제도의 개선과 활성화, 지원 제도의 장기 평가 제도와의 연계, 서울과 지역의 네트워크 작업, 춤 공연 회수 늘리기 등등은 전체적으로 보아 시민을 위한 안무 활성화 작업으로 요약될 수 있고, 여기서 제안된 개선 방안이 서울시의 새 춤 지원책에 반영되면 좋을 것이다. 이제는 오늘 주제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춤계의 최근 현상들 가운데 평소 생각하는 문제점이 있으면 기탄 없이 말했으면 한다.
훌륭한 안무를 위한 자기 책임도 생각해야
김수정: 꾸준한 지원으로 작업에 열중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방안이 오늘 강조되고 있는데, 꾸준한 지원과 같은 끈질김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어떤 사업의 성과를 누가 평가 심의하는지도 문제시해야 한다. 조급증이 문제일 수도 있는데 이는 한국 공공 기관의 평가제도에서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이광석: 좋은 작품, 좋은 안무부터 내놓아야 한다.
김남진: 과거에 했던 무용단 집중 육성 제도를 살릴 필요가 있다. 작품 지원에 못지않게 단체 지원은 필요하다. 해외 투어를 하려고 개인적으로 해외(외국인) 기획자를 부르려면 우선 재정 부담부터 크다. 이런 점은 작품 지원 제도로 해결될 수는 없고 무용단 지원 제도를 통해서는 가능할 것이다. 물론 해외 기획자 초빙 마켓으로 PAMS같은 경우도 있지만, 이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춤 단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제 경우 몇해 전 PAMS에 참여하였으나 PAMS를 통해 해외 투어를 한 것은 아니다. 이는 PAMS의 효과가 기대와는 다르고 심지어 제 개인적 판단으로는 미미해 보인다. PAMS 초이스의 경우 해외 기획자들이 맨 먼저 고려하는 것은 작품의 품질보다 출연 인원수인 줄로 안다. 그런 물리적 측면부터 먼저 고려하여 해외 투어 가능성이 크고 또 해외 극장의 요구에 맞추는 초이스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어느 쪽과 잘 연계된 해외 기획자라 할지라도, 오페라 극장 규모 기획자를 초빙해서 소극장 규모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든 그 반대로 소극장 기획자를 초빙해서 중규모 이상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든 참 넌센스 아니겠는가. 그러면 어느 해에 따라서는 선보이는 공연물 규모부터 다르게 해서 해외 기획자의 요구와 극장 혹은 공연 규모를 서로 맞추는 전략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즉 매년 현실적 흐름에 맞춘 PAMS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해외 기획자들이 한국 관광을 온 것인지 애매해 보이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런 점을 두고 그 기획자 책임인지 PAMS 주최측의 책임인지 단정할 일은 아니다.
김수정: 해외 기획자들이 그룹으로 초청되면 하나의 그룹으로 국내 작품들을 대하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 해외 기획자의 해외 현지 요구에 따라, 가령 대극장 기획자에게는 국내 대극장 공연물을 소개해야 하는 것처럼 그들의 요구에 세부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는데, 그런 치밀함이 적어 보인다. 저 역시 많이 한 것은 아니더라도 해외 공연이 사적인 선에서 이뤄졌듯이, 모든 무용가들이 PAMS를 통해 해외 진출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PAMS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들인 노력에 비해 약한 것 같다.
손영민: 안무가도 먹고 살아야 할 텐데 작품 공연에 대한 지원만 강조될 뿐 작가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안무가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하겠는데, 이는 너무 지나친 요구일까. 안무가의 일방적 희생이 당연시되는 풍토를 벗어나 안무자의 활동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응분의 배려를 하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점이 지원 사업에 반영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남진: 내 생각으로 국내 안무자들이 과도하게 지원에만 매달리는 것은 문제로 보인다. 안무자가 자기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반면에 자기 유지를 위해 강사직, 학원 사교육 등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 동감하겠지만,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작품 판매 전략을 가진 안무가가 매우 적다는 것은 문제 아닌가. 안무가는 얼마나 노력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작품 판로를 개척해야지 안무가로서 일방적 권리를 강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작품을 판매하려고 어떤 때는 자존심을 눌러야 하는 경험도 안무가에 따라서는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적극성의 다른 모습이라 생각한다. 권리만 강조하고 의무는 소홀히 한다면 우리 말이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공연도 과도하게 많다. 공연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봐주러 가는 것이 되어버리는 경험도 적지 않을 줄로 안다. 매너리즘에 빠진 관행은 배제되어야 한다. 젊은 층은 안무에 기울기보다 춤을 두루 접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40대에 은행 가면 실업자 취급하는데, 실업자 만든 게 교육인가? 이런 씁쓸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위로 갈수록 안무층이 탄탄해야 하는데, 위로 갈수록 안무층이 엷은 이유도 잘 생각해볼 일이다. 춤을 권하기 힘든 세상이다.
김수정: 동문 단체에서는 안무를 많이 권하는 편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안무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금은 춤추는 연령대가 높아가는 추세이다. 그런데 참신한 안무자를 만나기 어려우니까 안무자의 연령층이 낮아지는 경향도 있었다.
김남진: 그런데 참신한 안무자를 발굴하려는 행사도 너무 많아 보이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런 행사들이 나름 가치를 강조하겠지만 안무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어느 단체에서 얼마나 춤을 수련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젊은 층이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충고해주고 싶다. 이런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게까지 지원하는 것은 소액다건의 폐단처럼 상당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수정: 어쩌면 나눠 갖기 식의 지원 현실을 대변하는 말 같은데, 지원 받으면 후져진다는 속설이 있다. 작품보다 지원에 더 신경쓰는 풍토나 지원 때문에 도리어 안무력이 퇴조하는 일부 경우를 빗댄 속설이긴 하지만 귀담아 들을 일이다.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해도 남아 있을 것으로 믿으며, 부담이 적고 예술에 전념하도록 하는 그런 환경을 꿈꾸고 싶다.
사회: 꿈을 꿔야 이뤄질 것이다. 훌륭한 안무작이 나와야 한다는 것은 철칙이자 대전제이다. 국내 안무작들을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나로선 점진적으로 안무 작업이 향상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지금부터 과제는 이러한 안무작들을 모아들여 춤을 활성화하는 작업을 촉진하는 데 모아져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자면 안무 입문 시기가 낮아지는 데 따르는 문제점과 같은 거품 빼기 작업도 병행되어야 할 테고, 또 이런 점에서라도 지원 심의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동문 단체 중심의 아마추어 시대를 벗어나 독립예술가나 프리랜서가 주축을 이루는 프로 시대로 이행하는 현단계는 일테면 과도기일 텐데, 좀 오래 된 과도기는 이제부터 빨리 끝낼수록 바람직스럽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 춤 지원책이 걸림돌보다는 활성제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인터뷰를 마치겠다. 다만 서울시 춤 지원책 가운데 다원예술창작활성화지원, 사랑의문화나눔지원, 서울시 창작공간을 통한 지원 등의 사업과 서울시무용단 운영 등에 대해 오늘 의견을 나누지 못해 아쉬우며 이를 논할 기회가 추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