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춤 연극 뮤지컬 분야 취업을 말한다
춤 취업 활성화, 다시 교육과 정책이다

사회 _ 김채현
참석자 _ 조남희 김종덕 이윤재 송준호
일시 _ 2012년 2월 2일 오후 1시~4시
장소 _ 레스토랑 張 (서울 대학로)





사회: 개인 차원을 떠나 국가적으로 취업(就業)이나 일자리 만들기가 초미의 현안이며 예술계라 해서 예외가 아니고 더 심각할지 모른다. 춤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다만 그동안 공연예술계의 사정과 연관해서 춤계 취업난을 거론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런 시각에서 한번 짚어보면 춤계의 취업난을 푸는 데 또 다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다. 지난해 정부의 예술계열 취업률 평가 결과에 예술 교육계의 다수 단체가 항의하였듯이 예술계의 취업은 일반적 잣대로 가늠하기 힘든 특성이 있다. 춤계에서 취업이나 창업이라 하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취업이나 창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데서 기인하는 폐단으로도 보인다. 또한 취업과 창업을 공연 위주로 상상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며 오늘 기탄 없는 논의가 이뤄지기 바라며, 우선 자기 소개부터 시작하겠다.


조남희(뮤지컬 배우, 프리 랜서): 80년대 전반기에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이미 뮤지컬 100편 정도 출연하였다. 지금은 매년 뮤지컬 3~5편 출연한다. 연극에 몇 편 출연하였다. 2월에 앵콜하는 ‘셜록 홈즈’에서 악역 포비 앤더슨을 맡았며, 4월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지방 순회 공연에 출연할 예정이다. 2000년까지 극단 신시에서 활동하였다. 극단을 퇴단하면 못 먹고 살 줄 알았다. 그래도 프리랜서로 뮤지컬 배우하며 지금까지 생활인으로서 살아 왔다.


이윤재(연극 배우, 프리랜서): 대학 연극반 출신으로 다시 연극과에 진학하여 늦깎이 배우가 되어 지금껏 활동하고 있다. 제12언어 연극 스튜디오 단원으로 있다. 배우 생활 초반에는 신체에 관심이 많아 마임을 시작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연극 ‘보이체크’ ‘과학하는 마음’ ‘사천가 2011’ ‘재생’에 출연하였다.


김종덕(창작춤집단 목 대표): 춤 창작 단체를 맡고 있고, 한국 정서를 현대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무용원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창작하고 패션쇼나 방송, 부산국제영화제 등에도 춤 연출로 참여하였다. 오늘 이렇게 어려움을 이겨가며 자기 작업을 지속하는 두 분은 후배들에게 롤 모델일 것 같고 함께 인터뷰를 해서 고무적이다.


송준호(한국일보 기자): 기자로 있고, 이전에는 같은 언론 계열사 ‘매거진 M’에서 춤과 문화 담당 기자로 현장 출입하였다. 대학원에서 무용이론 비평을 전공하였다.

조남희: 오늘 주제가 취업이라 조금은 꿀꿀한데,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게 과연 예술이 맞나 하는 의문이 스스로 들면서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기 때문이다.(일동 웃음) 


사회: 예술 자격부터 묻는 그 풍토가 문제일 듯하다. 문제는 예술성이지 대중과 친근한지 여부가 예술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아니므로 좁은 시야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오늘 인터뷰 폭을 넓힌 취지도 여기에 있다. 취업에 초점을 맞춰 쿨하게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한다. 현장에 깊숙이 몸담은 분들이니 만큼 공연 현장의 취업 실상을 자기 체험을 중심으로 소개하면 어떨까 한다. 


조남희: 뮤지컬배우협회가 파악하는 배우는 약 2천명이다. 더 많을지 모르겠다. 협회가 회원들을 재정비하니까 4백명 정도가 되더라. 취업 실태를 조금 들여다 보면, 1회당 출연료 기준으로 2만원에서 5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며, 심지어 회당 2천만원에 육박하는 출연자도 있다. 출연비가 지나친 공연은 조명이나 의상 등 다른 연출 부문에 투자할 여력이 없으므로 작품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해외 유니온은 출연자들의 통장까지 확인한다. 우리는 주먹구구식 계약이 관행이다. 물론 2만원선 배우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일반 출연자와 고급 출연자의 출연료가 한, 두 배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늘날 이렇게 현격하게 차이가 나니까 비교할 엄두조차 못 내고 개중에는 이 분야에서 종사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푸념도 나오는 실정이다. 대개들 나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과거의 마음이었다면, 지금 세태는 노력해도 스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부터 강하다. 식대, 연습비도 지불하지 않고 회당 2만원으로 처리하는 기획사가 그것도 소규모 음악극 같은 공연에서 월 32회 모두 출연시키지 않고 더블 캐스팅해버리면, 출연료 개념은 도저히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삶을 영위하도록 최저 임금을 보장하는 표준 계약서를 협회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해마다 대학에서 많이 배출되지만 캐스팅 받는 사람은 그래도 소수이다. 도태되고 포기하는 사람에게 직업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언젠가 입신한다는 희망이 과연 얼마나 생겨나겠는가?


빈궁과 과잉, 공연 뿌리 뒤흔들 위태로운 동거


사회: 뮤지컬 시장이 확대되어도, 스타 마케팅 같은 경영 전략 때문에 일반 배우는 여전히 빈곤하고 희생양이 된다는 말로 해석된다. 이른바 착취 구조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기여도에 준해 개런티를 받는 것은 온당하지만, 공연 생태계를 뒤집을 정도의 불균형이라면 그 위험성을 직시하고 재고할 필요가 크다. 과도한 출연료가 영화계에서도 부작용이 엄청났듯이, 이런 기현상이 끝내는 공연과 공연 생태계를 뒤흔들 부메랑 효과를 부를 것이어서 위태로운 전략, 동거(同居) 관계로 읽혀진다. 


조남희: 이런 저런 실정에서 한국에서 뮤지컬 배우가 직업이 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게다가 춤도 소화하지 못 하는 등 역량이 모자라는 주연급도 드물지 않아 더욱 괴리감을 유발시킨다. 


이윤재: 연극에서는 2만원도 못 받는 배우도 없지 않은 반면에, 뮤지컬 출연료에서 보는 그런 격차가 연극에서는 있지도 않다. 다만 연극계는 회당 출연료 개념이 없다. 연예인이 출연한다면 혹시 특별 출연료 같은 게 있을지 몰라도, 그들의 출연료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별 출연료 역시 엄청날 것 같지도 않다. 연극에서는 표준 계약서 같은 것이 존재하지도 않고, 말하자면 연극계는 출연료 기준이 없다. 노 개런티 공연도 드물지 않다. 씀씀이가 헤프지 않고 또 잘 나가는 배우라 수상도 하고 다수작에 출연하는 배우라 하더라도 사실 경제 사정이 빡빡하기는 일반적일 것이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후배들은 중진 배우들을 부러운 듯이 대한다. 연극계는 국공립 단체와 민간 단체로 대별되고, 이와는 무관하게 아주 상업적인 단체도 있다. 국공립 단체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정 개런티를 지급한다. 대략 3개월간의 연습과 공연을 기준으로 그렇게 진행된다. 이에 비해 일반 극단은 매우 열악하다고 봐야 한다. 


김종덕: 말씀하신 표준 계약서 같은 게 춤계에는 없다. 개별 민간 무용단은 과거에는 개런티를 받지 않아도 출연시켜 달라는 경우가 흔했다. 배울 목적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계약서는 쓰지 않지만 개런티 없으면 출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런티를 대개 일대일 관계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개별 민간 무용단 입장에선 연습은 짧을수록 좋기 때문에 대개 20일 정도 기간에 하루 2~3시간 연습을 조건으로 출연할 경우 후하게는 70만원 이상, 적게는 40만원 남짓 지급하는 줄로 안다. 이 정도 개런티가 생활 방편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조남희: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 텐 투 텐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짧게는 1달 반, 길게는 3달 연습하고 출연한다. 춤계에서 받는 그런 수준이나 뮤지컬 배우 수입 수준이나 어금버금할 것 같다. 뮤지컬이 못 되면 개런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대개 주는 사람은 당당하고 받는 사람은 굽실대고... 


김종덕: 춤 경우는 신체 연령이 작용하므로 뮤지컬 배우보다 생명이 짧다는 특성도 있다. 


사회: 공연예술 분야의 현실태가 좀 적나라하게 소개된 것 같고, 또 대개는 짐작하는 바와 유사하다. 말하기를 꺼려하는 현실태를 언제까지 덮어두고 모른 척 할 일인가. 취업은 현실인데, 그런 현실을 모른 척하면서 해결책을 강구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열악한 현실의 원인을 잠시 진단해보았으면 한다.


왜곡된 현장-교육 구조에서 잠자는 취업 역량


김종덕: 저는 대학과 국공립 무용단, 두 측면에서 진단하고 싶다. 먼저 대부분 무용학도들에게 졸업 이후는 막연하다. 춤계에서 이른바 괘씸죄 같은 것도 작용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서 자기가 돈들여 출연하는 현상이 관행이다시피 하였다. 외부 연수 같은 인턴이 보편화된 이 시대에 아직도 재학생들이 외부 출연하는 것을 괘씸죄로 제재하는 교수도 있는 줄로 안다. 이런 터에 재학생이 학점을 못 받아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에게 식당 아르바이트는 허용하면서 개런티 받을 수 있는 외부 공연 단체 출연은 안 되는 현실도 취업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해석된다. 혹시 그런 위치가 되면 그런 불합리한 행동을 할지 모르겠으나, 불합리한 관행은 교수나 학과 스스로 고쳐야 한다. 대학 내 구조적 문제가 고쳐져야 취업 대책도 세워질 것이다. 그래서 대형 직업 무용단 입단을 제외하면 취업은 재학생이나 졸업생이나 개인적 과제로 남을 뿐이다. 그리고 국공립 무용단을 진단하면 우선 인력의 공급 과잉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시장 즉 공연예술계 파이는 작은데... 다 알고 있듯이 무용학과부터 과도하게 많았고, 그래서 무용수도 양산되었다. 춤 장르마다 차이가 있어도 무용수의 절정기는 16~25세 사이일 텐데, 그 시기를 대학에서 지내는 것이 효율적인지 묻고 싶다. 국공립 무용단에 입단하는 연령대가 고연령대가 아닌지 역시 묻고 싶은 점이다. 그나마 국공립 무용단이 많아서 한국무용 계열에 대해서는 혜택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공립 무용단에서 단원이 있는데도 더 나은 객원 출연자를 기용하는 것을 봐도 춤계의 취업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국공립 무용단에서 객원이 정단원에 못지않게 많은 현상은 왜곡되어도 한참 왜곡된 것이다. 저는 단원 정체가 심각한 국공립 무용단에서 단원 순환구조만 제대로 작동해도 춤계 취업에 상당히 선순환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에 현대무용과 발레 계열에서는 직업 창출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공립 무용단의 노조가 선순환 구조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 제가 무용단에 있을 때 가령 임신 같은 경우에 무용단을 그만 둔다는 암묵적 관행이 있었다. 임신하면 근 2년간 제대로 춤출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어떤가. 임신과 무관하게 봉급은 그대로 주어진다. 근로기준법을 존중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조남희: 뮤지컬계에서는 이른바 괘씸죄가 1999년경부터 없어지기 시작하였다. 그전의 극단 시스템에서는 다른 외부 작품에 출연하려면 눈치를 봐야 하였다. 달리 보면, 뮤지컬계 배우들이 부평초처럼 보이곤 하는 데 비해 춤계에는 아직 전통 관행이 남아 있어 긍정적인 면이 있지 않나 싶다. 평생은 아니더라도 몇 해 이상 지속하는 것이어야 직업으로 성립하는데, 한 두 해 하다 중도에 관두는 것이 관례라면 아르바이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40대 들어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전직한다면 그런 것이 직업인지 의문스럽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나이 먹은 배우는 나이 먹은 배역을 맡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국 같은 경우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도 어느 연령대에 이르면 자기 배역이 갑자기 사라지는 그런 구조이다. 전국의 2천명 뮤지컬 배우 가운데 60대가 우리 주변에 몇 분이나 될까. 제가 나이 50 가까운데, 60대 현역 선배는 손꼽을 만큼 드물다. 이를 해결하자면 뮤지컬이나 공연예술 시장이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고비용의 고연령 배우를 기피하는 것도 문제이다. 무대는 내공이 있어야 하고 중량감 있는 연륜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를 소홀히 하는 공연은 아무래도 허술하다. 요즘 기획자들 가운데 예술인보다 흥행사 마인드가 드센 경우가 흔한데, 좋은 무대에 대한 집착이나 열정은 떨어진다. 


이윤재: 연극계는 극단 혹은 동인제 시스템에서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그리고 오디션이 과거보다 늘었고, 극단마다 외부 공연 출연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극단에서 생계를 책임져주지도 못하면서 굳이 막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방송이나 영화 판에 관계하면 과거엔 외도라는 인식이 앞섰지만, 지금은 고리타분한 인식으로 배제되고 있다. 과거 외도로 인식된 그런 활동이 이제 생계만이 아니라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강하다. 외도라는 표현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 


김종덕: 과정을 결과의 일부로 본 것이 과거의 인식 방법이라면, 지금은 결과에만 집착한다. 그래도 춤계에서 상당히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독립 안무가나 무용가로 활동한다든가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등의 활동이 그런 변화의 사례들이다. 그리고 젊은 무용가들에 대한 지원도 늘은 것이 사실인데, 그러다 보니 이전에 그런 혜택을 훨씬 덜 누린 층에서 불만도 생겨난다. 게다가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면 지원 시책도 덩달아 바뀌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보니 종잡을 수 없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상태에서 안정적인 취업이나 미래 설계는 힘들다. 


조남희: 연예계 진출을 위해 공연예술 계통 학과에 진학하는 경향이 매우 농후하고 그런 것을 겨냥해서 대학 학과도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요즘 떠도는 말이지만, 대학로를 영화나 드라마를 향해 거치는 관문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도 팽배하다. 대학로에 카페나 레스토랑이 엄청 늘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깡 소주 마시며 연극이나 예술을 논하는 과거 풍경은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이다. 지금은 대학로 카페에 앉아 영화나 드라마 쪽에서 어떻게 나의 주가를 올려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 고민하는 그런 분위기가 대세 아닐까. 


사회: 취업의 토대는 공연예술계 현장이다. 현장의 파이는 상업성과 연관성이 큰 것 같다. 상업성이 춤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한 연극계는 작품성과 상품성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이윤재: 상업성을 꼭 부정시할 일은 아니지만 대학로의 거의 대부분의 연극을 상업적이라 봐도 좋을 듯하다. 워낙 상업적이다 보니, 국공립 극단이 과거에 비해 참신해 보이는 현상도 생겨난다. 국공립 극단을 과거에는 고리타분하게 여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나마 두산처럼 기업이나 재단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이나 단체에서는 작품성을 고수하려 하므로 상업성이 덜하다 할 수 있다. 상업성이 덜한 쪽은 상대적으로 말해서 좋은 작품을 같이 만들려는 마인드가 있다. 


조남희: 대학로에 그렇게 많은 공연이 올려져 극단들이 생존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들지 모르겠으나 실은 건물주가 생존하고 있다. 대개 소극장 공연은 4,5천만원 정도 든다. 대학로 2백석 규모에 제작비가 월 9천만원 이상 들면 적자라는 말이 있다. 특히 뮤지컬을 8,9천만원에 해결하려 한다면, 인건비 착취로 기울기 쉽다. 대학로에서 그래도 연극의 꿈을 잃지 않고 아르바이트도 해가며 활동하는 배우들에게 참으로 감사해야 할 것이다. 


송준호: 장르 불문하고 파이가 커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은 비슷하다. 타분야로의 인력 유출도 심한 듯하고, 대학로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다. 한국공연예술센터를 비롯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예전 이미지가 찾아질지 관심거리이다. 말씀하신 대로 볼 만한 연극은 국공립 단체나 두산에서 하는 공연 정도가 아닐까 한다. 심지 있는 사람들이 위축되고 사라지는 현상이 거듭되고 있다. 극단의 열기를 되찾으려는 동인들도 있으나 언론도 그다지 조명하지 않고 있다. 반성해야 한다. 언론이나 소비자나 다 마찬가지로 라이센스 뮤지컬에 끌리는 것이 대세여서 균형 발전이 어려워지고 있다. 


조남희: 스페인 가서 들어보니까, 그곳 배우들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고 국가에서 지원해주므로 그것으로 먹고 사니까 내가 좋아하는 연극을 놔두고 굳이 방송 등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 하더라. 국가뿐 아니라 사회의 후원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우리 현실은 몇몇 글로벌한 단체 중심으로 큰 후원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기업과의 연계도 대개 큰 단체 위주로 이뤄진다. 실적과 홍보에 연연한 지원, 후원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뒷북치는 지원과 후원, 기여도 낮고 부작용 때문에 수술 필요


김종덕: 기업 메세나도 전문성이 없이 페이퍼 작성 잘 하고 경력이 그럴 듯한 데 후원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기업 메세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책상 머리에 앉아 오는 사람만 접대할 것이 아니라,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발굴하는 안목과 전문 큐레이터를 두어야 할 것이다. 알려진 단체들에게 뒤늦게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뒷북 활동은 지원과 후원 주체의 이름을 내긴 좋겠으나 사실상 기여도는 낮다. 더구나 그렇게 후원받는 경우를 보면서 사람들이 페이퍼 작성에 주력하고 도리어 작품은 소홀히 하는 습성을 깨우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후원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앞서 지적하신 상업성을 우려하시는 말씀에 우선 공감한다. 그래도 춤은 오히려 상업성을 얼마간 갖춰야 한다고 본다. 관객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관객을 배려하지 않는 경향은 상업성의 부재로 정리될 수 있다. 가르치는 교수의 경향에 맴돈다든가 외부 출연을 금기시한다든가 등등의 원인으로 다양성이 위축되다 보니 관객이 줄어드는 폐단이 컸다. 무용인이 봐도 덤덤한 작품이 적지 않다. 관객이 좋아하는 것부터 파악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일테면 춤 현장에서 자기 반성이 크게 일어나야 할 때이다. 


사회: 애매모함이나 난해성을 벗어나서 관객이 명료하게 수용하도록 하거나 관객의 흥미를 일으키는 춤 공연이 대폭 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야 파이도 커질 것 아닌가. 


송준호: 지금도 춤 공연엘 가면, 작품에서 학맥이나 유파가 확연해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조롭기도 하고, 또 관객층도 내부인들이 대다수인 듯 관측된다. 일반 관객이 드는 공연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이러고선 취업에 활기를 주지 못할 것이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대중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연극이나 뮤지컬에 비해 매우 저조하고. 그런 대중과 함께 하는 기획 자체가 없지 않나 싶다. 


김종덕: 그렇다, 기획을 맡은 쪽도 제대로 판로를 뚫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보다 근원적인 취업 대책을 제안하자면, 대학 무용 관련 학과들의 교과부터 혁신되어야 한다. 인접 분야에 대한 의식이 매우 미약한 상태에서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 재학중에도 교과목부터 그런 타성에 맴돌도록 조장하는 것 같다. 대학이 방향성이나 가치관을 제시해야 하는데, 대학이 할 일을 방치하고 있다고 본다. 간단한 CF 제작은 무용과 출신자들이 잘 할 수 있다. 춤의 직접-간접 연관 직군을 보면, 무대 연출 및 스탭, 교육, 영상 제작, 대본 작가, 의상, 조명, 이론 개발, 요법 등등 사실상 무수한데, 그런 방향으로 교육이나 지도 면담이 이뤄지는 것 같지 않다. 무용수 양성에 맞춘 학과 교과목의 쇄신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에서 해마다 배출하는 천여 명의 무용수가 과연 필요한가. 학생이 원하면 도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길부터 교육해야 할 것이다. 산학 협력 차원에서 기업과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춤 교육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조남희: 예술계에서 취업 기준이 중요한 논란거리인 줄 알지만, 일단 취업을 시키지 못 하면 학생을 뽑지 않거나 졸업시키지 말아야 한다. 물론 뽑을 때 잘 뽑아야 한다. 아울러 연극계도 현장과 괴리된 교육이 심각해 보인다. 무대 실기 교육이 부실한 경우가 오히려 문제가 된다. 무대에 서 있지를 못 하는 배우, 자기 자아를 파악하지 못 하는 배우,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는가. 해외에서 수입한 테크닉을 메마르게 전수하기 전에 배우 지망생 자신의 실체를 파악하도록 하는 전문 실기 교육이 충실해져야 한다. 게다가 극히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인접 분야에 대한 수련도 필요하다. 


이윤재: 제가 배운 시절에 연극학과들에서 연극 관련 직군을 세분화해서 교육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 말씀 듣다보니 연극학도들조차 그 점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대학 교과가 연극 관련 직군을 개발하고 심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크다.


취업할 세부 교육보다 취업할 역량부터 교육해야


사회: 인재가 유눙하면 취업이 활성화될 것은 당연하다. 현실적으로는 대학 교육이 스스로 혁신을 부르짖지만 취업 활성화는 요원하다. 혁신이 대개 빈말에 그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춤계나 공연예술계에 입문해도 지속적인 활동을 해야 취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 단편적인 출연 활동을 취업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프리랜서로서 한 작품의 출연이 끝나면 어느 기간 쉬면서 다른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래도 연간 통산해서 몇 작품에 출연하거나 연간 며칠 이상 연습-출연 하는 일정이 연속되어야 취업으로 간주된다. 그러려면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수입이 따라줘야 한다. 물론 대개 혼자서 작업하기 일쑤인 작곡, 연출, 대본 등등의 직종(職種)에서 취업 기준은 별도로 필요하다. 요컨대 공연예술 분야에서는 프리랜서로서 출연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즉 지속가능한 출연이 취업의 중요한 요건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전반적으로 춤 공연이 지속될 수 있는 생산적 환경이 취업의 전제 조건으로 들어진다. 


김종덕: 정부의 직접 지원, 간접 지원 가운데 어느 것이 효율적인지 따져 봐야 한다. 극장 대관료가 과도하게 부담스럽고, 무용수의 휴지기에는 실질적인 생계 대책도 없다. 빈곤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대책이 정책으로 나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작품성이 애매한 소수의 작품들 위주로 행해지는 불확실한 직접 지원보다는 다수에게 명확하게 고루 혜택을 주는 간접 지원으로 춤 공연과 춤 생태계를 활성화시켜 춤 취업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송준호: 정부의 지원금은 우선 재원 규모부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지원금의 효율적 집행은 언제나 관심사이다. 지원금이 지속적인 공연 환경을 위해 얼마간 역할을 하는 반면에, 당연히 생계와는 분리해서 생각되어야 한다. 예술인들의 생계를 생각한다면, 다른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일테면 공연예술인의 휴지기 활동을 고려해서 생계를 보조하는 그런 정책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은 이전부터 창작 지원에 국한되었다. 일반인을 위한 정부 지원으로는 생계 보조 차원 지원이 행해지고 있다. 문화예술계 지원에서 창작 지원과 생계 지원이 혼동되는 듯한 인상도 강하다. 창작 지원에서 소액다건주의를 비판하는 쪽은 창작 지원이 오히려 수작(秀作)이 아니라 졸작(拙作)을 양산하는 폐단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지금의 창작 지원은 재원 규모도 흡족하지 않고, 그것을 고액소건주의로 집행할 적의 문제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 창작 지원의 딜레마라 할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오늘의 인터뷰 주제는 아니다. 다만 정부나 사회 차원에서 예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인정하면서도 일반 복지 차원에서는 도외시해옴으로써, 대다수 예술인들 특히 재능있는 예술인들도 창작을 뒷받침할 생계를 꾸리지 못한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창작 지원을 받아도 수작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 속에서 예술인복지법이 2012년 11월부터 시행된다. 정부에서 책임지는 것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만들어 복지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 개선해나가는 차원이어서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우선은 기대를 걸고 지켜봐야 하겠다. 최근에 문화부는, 이 법에 따라 공연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스탭들을 중심으로 5만 7000여명이 산재보험 혜택 등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는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프랑스의 앵테르미탕 제도는 근 50년간 시행되었는데, 예술 분야 전문인들이 연간 일정 기간 이상 활동하면 생계 안정금을 공적으로 보조하는 제도 아닌가. 이런 제도까지 가려면 우리 정부가 복지에 적극성을 띠어야 하고 또 재원이 그만큼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정책을 뒷받침할 정당한 과세 수단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 이런 과세 수단을 정책화하는 것은 올해 두 차례 선거에서 일반적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주시하려고 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에서 복지 대책을 자주 발표하는데, 이런 추세 속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우려하곤 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복지 재원 지출에 상응하는 정당한 과세 수단과 경제 규모를 바탕으로 정부가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복지 포퓰리즘이라 하지 않는다. 북유럽의 복지를 봐도 그렇다. 공연예술계 취업을 거론하다 보니 말이 복지 정책으로 비약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대국가에서 복지는 취업의 큰 배경을 이룬다. 


송준호: 한류도 그 분야에서 자생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추가 지원하는 데 대해 반대 여론이 높다. 음악계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쪽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말이다. 나름 잘 하고 있는 분야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두고 정부가 지원할수록 좋지 않으냐 하는 찬성론도 있는 줄 알지만, 이런 뒷북 정책이 전체 공연예술계 생태계 내에서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여론이 매우 강하다. 한정된 정부 재원을 공연예술계에 대해 집행함에 있어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나 지원 예산 규모에서나 이른바 한류 지원은 성급하며 과도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줄로 안다. 


사회: 그간 취업이라는 주제는 아니었지만 춤 활성화를 겨냥한 토론, 좌담, 인터뷰는 무수히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가. 물론 취업 활성화의 길은 그 속성상 결론이 명쾌할 수 없다. 예능계 연관 직군이 다양해서 어느 한 직군에 초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88만원 세대가 운위되는 작금의 신자유주의 경제 상황에도 그 원인이 있으며, 또한 예술을 둘러싼 사회 인식과 취업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오늘 주제인 춤 취업 활성화에 비추어 중요하게 제시된 점은 먼저 대학 춤 교육의 혁신, 국공립 무용단의 단원 운영 방식의 개선 그리고 끝으로 춤 공연예술 현장의 생태계(生態系) 활성화가 취업의 중요한 고리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춤 취업 활성화가 실질적으로 중장기 대책을 요하는데도 불구하고 대처는 미온적이었기 때문에 해결책이 더 애매해졌다고 본다. 이에 유관 기관이나 기구가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지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실효성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오늘 인터뷰에서 밝혀진 바를 재정리하면, 취업은 개인이 하는 것이므로 결국 개인의 역량이 우선이며, 그 다음은 개인이 역량을 펼칠 환경이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이다. 춤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며 생활할 만한 분야는 사실 많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취업을 공연 현장에 한정해서 생각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이다. 언젠가 조사해보니까 춤과 직접-간접적으로 연관된 직종이 50여 가지 이상 나타났다. 아직 많은 직종이 잠자고 있으므로 새로운 창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 많은 직종에 대한 취업 대책을 대학이 일일이 세워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직종을 택할 수 있는 안목과 역량을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흑룡의 해에 새롭고 참신한 기운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충고할 바가 있다면 소개해주기 바란다. 


조남희: 개인적으로는 취업 준비자들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묻는다. 신중하게 판단해서 엄청난 수련으로 한 길을 향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배우로서 뮤지컬을 훌륭하게 해내려면 투 잡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김종덕: 우선 춤만의 좁은 사고를 벗어나 춤계 직업군부터 다시 파악해기 바라며, 또 어느 시기에는 한번쯤 실컷 놀거나 쉬면서 마음을 비우고 평생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를 권한다. 


이윤재: 마약보다 끊기 어려운 것이 월급이라는 말처럼 명예와 생계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예술에 충실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 있는 현장을 다시 둘러보기를 권하겠다. 


송준호: 예술에 대한 인식이 적지 않게 미흡한 우리 사회에서 예술의 사회적 존재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면적인 학습을 연마하기 바란다.


2012. 0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