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사회 김채현 _ 본 협회 공동대표
참석인 김태원 _ 본 협회 공동대표
이종호 _ 본 협회 공동대표
장광열 _ 본 협회 공동대표
장은정 _ 장은정무용단 대표
최경실 _ 스프링댄스시어터 대표
이태상 _ 이태상댄스프로젝트 대표
일시ㆍ장소: 2012년 3월 10일 오후 / 레스토랑 장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의 2012년도 예술지원사업 정기공모 심의결과가 지난 2월초 발표되었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정기공모는 시민예술활동지원, 시민축제지원, 예술연구서적발간지원, 서울예술축제지원과 예술창작지원의 5개 부문에 걸쳐 진행된다. 이 가운데 춤 공연 현장과 직결되며 춤 창작에 대해 가장 큰 비중을 갖는 것은 예술창작지원 사업이다. 예술창작지원사업은 모두 6개 분야(무용, 연극, 음악, 시각예술, 전통예술, 다원예술)에 걸쳐 시행된다. 각 분야마다 올해 지원 규모는 무용의 6억1400만원(선정 사업 건수: 55건)을 비롯하여 연극 11억1천만원(55건), 음악 8억2400만원(71건), 시각예술 9억600만원(128건), 전통예술 8억1500만원(87건), 다원예술 5억2200만원(35건)이었다. 서울문화재단은 2012년도 정기공모 사업을 공고한 지난 연말 예비 설명회를 열어 정기공모 사업 신청을 안내하였고, 정기 공모사업 심의결과를 발표한 이후 지난 2월 하순 정기공모 선정자를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심의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춤계에서는 부실한 나눠주기 심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서울문화재단은 국내의 중심 문화재단으로서 그 위상이 막중하며, 올해에 쏟아진 비판들이 국내 다른 지자체 문화재단들에 시사하는 바 역시 적지 않을 것 같다. 이에 춤웹진에서는 이번 심사의 문제점을 짚고 향후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본 좌담을 마련하였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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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예술창작지원 사업 심사는 춤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예술계의 중요한 연례 행사이다. 지원 심사가 재정 지원이 따르고 또 여러 사업을 대상으로 한 상대적 심사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른바 뒷 담화가 따르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올해 서울문화재단의 창작지원 사업의 춤 분야 사업 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에 이어 소액다건 방식으로 결정되어 일단 춤계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1천만원 지원 사업이 올해에는 전체 55건 가운데 45건을 차지하여 나눠주기 식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먼저 전제하자면, 상대적 심사에서 완벽한 심사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고 또 완벽한 심사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액다건 방식이나 나눠주기와 같은 문제점은 춤계의 창작을 후퇴시킬 소지가 다분하므로 우려를 자아낸다. 이에 대해 이번에 지원받기로 선정된 창작자들의 의견부터 듣고 싶다. |
이태상: 남보다 조금 활발히 공연 활동을 했다 해서 이번에 선정된 것은 아닌지 일단 송구스럽다. 그러나 이번 선정 결과를 보고 무용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론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부터 들었다. 올해 천만원 지원 결정 사실을 확인하였을 때, 지난 연말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 신청을 위한 예비 설명회가 먼저 떠올려졌다. 듣기로는 그 설명회에서 서울문화재단이 올해는 3천만~5천만원 정도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다. 지원금을 신청하기 이전 단계에 이 소식을 듣고 반가웠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막상 선정 결과가 그렇게 되고 보니 실망부터 따른다. 저의 경우 한팩에서도 기획 공연에 선정된 상태에서 창작 여건이 올해는 지난해와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지원 신청하였다. 최종 결과를 보니 지난해와는 별 다를 바 없는 소액다건 식의 결정이었다. 한마디로 소액다건주의가 춤계에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다른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라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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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실: 제가 춤 창작 길에 들어선 지 꽤 된 것 같은데, 올해 처음 지원받게 되었다. 이 나이에 그렇게 지원받게 되자 여러 감상이 들었다. 지원 결정이 있은 후 선정자 사업설명회에 갔었다.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지원금에 궁금증이 있어 우선 서울문화재단 담당자에게 여러 가지를 문의하였다. 일단 무성의하다고 할까, 유감스럽게도 그런 태도가 느껴졌다. 나의 이런 느낌을 주관적 느낌이라고 단정하면 곤란하다. 이런 식으로 지원금을 뿌리듯 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직원 입장이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답변이 어정쩡했고 그래서 무성의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을 것이다. 이번에 지원 신청 건수가 다른 해보다 많아 그렇게 되었다는 해명도 들리는데, 이 역시 변명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번 선정 결과를 보면, 최선의 결론을 내려는 의지로 선정을 진행했는지 의문이다. 나의 판단으로는 직무유기가 아닌가 싶고, 여기에는 서울문화재단만이 아니라 심사위원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심사위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문화재단의 입장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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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난해 12월 춤웹진 인터뷰 좌담회에서도 2011년도 서울문화재단 춤 창작 지원 사업에 대해 창작자들이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선정 건수 가운데 80% 이상의사업에 1천만원씩 지원하는 소액다건 식의 나눠주기 결과에서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겠는지 의문부터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연말 서울문화재단 공고문에서는 ‘예술창작지원 공연예술 분야의 지원신청 상한액 확대: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여 우수 단체는 집중 지원’과 같은 문구가 있다. 앞서 밝힌 의견에 이어 대안이라 할까 창작자들의 입장을 더 들어보고 싶다.
이태상: 그래서 이번엔 반납까지도 고려해 보았는데, 일단 작품을 하기 위해 지원 신청을 하였다는 점을 존중하려고 한다. 일부 지원이 원칙인 상태에서 이번처럼 턱 없이 부족한 지원금이라 해도 나와의 약속만은 지키겠다는 생각에서 지금으로선 지원금을 집행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식의 지원은 매력적이지 않으며, 차후에는 지원 신청을 하지 않는 것도 고려중이다. 창작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지원을 신청하기보다는 다른 방면의 자구책도 생각중이다. 차제에 문화재단이나 예술위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은 우리 창작계 관행도 공동 과제로 점검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최경실: 서울문화재단이 각 예술 분야에 걸쳐 나름의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평소에 얼마나 기울이는지 의문이다. 일례로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쪽은 문화재단이니까. 앞서 말한 그날 담당자도 여러 방어 논리를 펴긴 했는데, 여전히 개운치 않다. 굳이 직원을 상대로 할 말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었겠는가. 이번 지원 심사 결과 발표 이후 지금까지 춤계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소개하는 것이다. 지원금으로 공연을 하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중요하지 정부 재원을 뿌린다는 인상을 주는 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금도 심사위원 선정 기준이 무엇이고, 이런 결과에 비추어 과연 공정성이 제대로 달성되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장은정: 올해 경우 그 기준은 무엇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여 선정 심사 총평을 봐도 석연치 않다. 지원 선정 결과를 찬찬히 훑어봐도 심사에서 적용되었을 기준을 읽어낼 수 없다. 창작 사업 신청인들과의 인터뷰 과정도 없었다. 이런 터에 심사 결과를 보면 작품 창작 경력이 기준으로 작용했는지, 프리랜서이냐 아니면 직장을 가져 제작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으냐 등등 작품 제작 여건이 기준으로 작용했는지 등등의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그런 기준은 대개 전문가라면 추정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런 기준들마저 적용되지 않는다면 심사위원의 전문성은 어떻게 적용되는가. 요는 액수의 많고 적음보다 공정성과 합리적 선정기준이 적용되어야 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그런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듣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작품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전반적으로 자성이 필요하고, 악순환을 끊을 새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 서울문화재단도 문제이지만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선정되지 못한 사람도 나름의 의견이 있을 줄로 안다. 올해 창작지원 사업의 춤 분야 지원 규모는 모두 6억1400만원으로서 55건의 사업에 배정되었다. 1천만원 수혜 사업이 45건이며 그외 1천4백만원 1건, 1천5백만원 6건, 2천만원 3건으로 이뤄져 있다. 이 수치에서 보듯이, 지원금의 많고 적음이나 선정된 사업의 많고 적음보다 심사 과정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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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열: 우리나라 공연예술 부문의 공공 지원 시스템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예술위)와 각 지역의 문화재단(서울특별시는 서울문화재단)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문화예술위는 사후 지원에 주력하고, 문화재단은 사전 지원에 주력해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서울문화재단은 지원 요강에 500만~5천만원 지원을 명시하였다. 신청자는 대개 중간치 이상의 금액을 염두에 두고 지원을 신청하는 것이 상례이다. 지원 대상자들 대부분이 1천만을 받은 이번 선정 결과는 심사위원들이 과연 개개 신청 서류를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한 후 결정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더구나 지원 신청을 희망하는 예술가나 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공식 설명회에서 2, 3천만원 지원을 공언(公言)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지원 결과에서 이것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서울문화재단의 방침이 심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는 공공 기관의 지원금 집행 정책이 심사위원에 의해 거부된 것으로 볼 수 있어 더 큰 문제점을 야기시켰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장르는 신청 건수 대비 선정 비율이 평균 30% 미만인데 비해, 무용은 45%이다. 구체적으로 다른 예술 분야는 전통예술 35%, 음악 30%, 연극 26%, 다원예술 23%이다. 장르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춤은 가장 적은 신청 건수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선정되었고 심지어는 타 장르에 비해 곱절의 선정 비율을 보였다. |
사회: 무용은 123건의 사업이 신청하여, 그 가운데 55건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45건이 1천만원씩의 지원을 받게 선정되어 전체 선정 건수 가운데 82%를 차지한다. 지난해와 유사한 결과가 반복된 셈이다. 참고로 연극은 211건이 신청하여 55건이 선정되고, 음악은 237건이 신청하고 71건이 선정되었다. 그런데 이번 창작지원사업 선정 결과에 대한 무용 분야 심사위원들의 총평은 ‘내부적으로는 경쟁이 높아짐에 따라 탈락자가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고 하여 일반적인 진단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었다.
장광열: 앞서 지적한 대로 서울문화재단이 500만~5천만원 지원을 명시하고 또 2, 3천만원 지원을 공언하였는데도, 이를 심사과정에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 생각한다. 선정 결과가 재단의 방침을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해 재단은 어떤 판단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거의 둘 가운데 하나가 선정되는 것은 심사가 매우 느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받을 만한 것을 고르고, 골라진 것에 대해 재단의 명시된 심사기준에 의거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차등적으로 지원금액을 결정했어야 했다. 이번 결과는 1차 심의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지원 서류를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심사위원들이 실제 춤 현장을 제대로 수렴하고 있는지도 문제이다. 심사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평소 춤계 현장을 자발적으로 관찰하는 빈도가 무척 낮기 때문이다. 심사 결과 총평도 부실하다. 개개인의 짧은 소감을 나열한 것 같다. 여기에는 재단의 책임도 있다. 심사위원들에게 선명한 심사기준이 반영된 제대로 된 심사평을 주문했어야 했다. 이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심의를 위한 가장 일차적인 견제 기능이 될 수 있다. 부실한 심사평을 버젓이 총평이라고 발표한 재단 관계자들의 행정편의주의와 배짱이 놀랍기만 하다. 지원금을 배분하는 공연예술 창작 부문의 일반적인 심사기준은 공연단체의 성격, 공연장의 규모와 대관 확정여부, 초연작인지 재연작인지의 여부, 공연의 내용과 규모 등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효과에 대한 기대치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선정된 사업들을 보면 일반적인 심사기준이 제대로 적용된 것 같지 않다. 말하자면 심사과정에서 그 같은 기준을 중시하고 고민한 흔적이 읽혀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준 없는 나눠주기라는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전통춤 분야에 해당하는 사업이 3건 정도 선정되었는데, 전통춤의 경우 전통예술 부문에서도 선정을 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오래전부터 전통춤은 무용이 아닌 전통예술 분야에서 해 온 만큼 해당 분야에서 심사를 하도록 했어야 했다. 이를 지원 신청 접수 후 걸러내지 못한 재단 관계자의 무사안일한 행정 처리도 문제이지만 심사위원 역시 1차 서류심의 기간 중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이를 지적하고 시정하도록 했어야 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전막 공연에 1천만원 지원을 결정한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부실한 작품을 안무하고 있는 단체나 아티스트와 그렇지 않은 아티스트나 단체들 모두에게 균일한 지원금을 배분한 것은 심사위원들의 전문성과 양식을 의심하게 한다.
장은정: 이번에 연극 분야에서 3천만원 이상 지원하는 사업이 몇 건 있는 것도 서울문화재단이 애당초 공언한 것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 들었다. 서울문화재단 측에서도 심사위원들에게 3천만원 이상 지원 사업도 있어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 아울러 같은 창작 또는 신작 공연이라 하더라도 직업단체 공연, 프리랜서 창작자 공연, 페스티벌 같은 제전(祭典) 공연 등 지원 범주를 보다 세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장광열: 연극 부문의 경우 최고 4천만원 지원 사업이 1건, 3천만원 4건을 비롯하여 2500만원, 2000만원, 1500만원 등 지원 규모가 여러 등급으로 세분되어 있다. 4천만원을 받은 단체는 줄곧 좋은 작품을 발표해 온 극단이고, 연극계의 원로인 임영웅 선생이 대표로 있는 극단 산울림의 작품도 소극장 규모인 것을 감안했는지 2천5백만원을 받았다. 원로하고 해서 예우 차원에서 무조건 많은 금액을 지원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연극 분야에서는 작품 제작비나 규모 단체의 질 등이 심사에 반영되었음을 읽을 수 있다.
사회: 재공연이냐 신작이냐 대학재직자냐 프리랜서냐 어느 쪽 공연인지 전문가라면 쉽사리 판별할 공연이 대다수인데, 그런 기준을 제대로 지켜 보다 세분된 차등 지원을 결정했더라면 이런 정도로 허한 심사결과는 안 나왔을 것으로 본다. 앞서 소개한 선정 기준은 최소한의 기준인데 그마저 준수하지도 적용하지도 않았다는 것 아닌가. 또한 서울문화재단 측에서 지원 가능액을 5천만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또 특별히 강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춤 분야 각 사업에 대한 지원 결정액은 모두 2천만 미만이다.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지키지 않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심사 총평에서 이유를 밝혔어야 옳았으나 이 역시 확인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심사는 일방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지원 금액의 등급도 1천만원, 1천5백만원, 2천만원으로 나눠져 있어 퍽 단순한 심사로 시종했던 것으로 보이고 고심한 흔적은 물론 읽혀지지 않는다. 지원 자체도 일종의 평가일 텐데, 창작자들의 의욕을 흐리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김태원: 앞서 말한 대로라면 이것은 일단은 춤계 내부의 문제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심사위원들이 지원 원칙과 기준을 무시하고 임의로 상당 부분에서 소액다건 식의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문화재단의 다른 심사도 그렇겠지만 심사위원들이 결정하면 재단은 그다지 반대하지 않고 따르는 게 상례이다. 역으로 말하면 심사위원들이 이번에 문화재단의 지원 방침을 의도적으로 잘 따르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하였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지원 방침을 임의로 해석해서 소액다건으로 몰아간 것은 심사위원들의 편의주의적 잘못이었다. 그런데 서울문화재단은 지원 방침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관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무용 분야 선정 비율이 45%정도로 타 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도 분명 문제이다. 춤계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데 있어 심사위원들이 오히려 소액다건 식처럼 너무 쉽게 대처한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1천만원 정도로 분배하는 값싼 온정주의보다는 이성적 조율이 필요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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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열: 불과 몇 달 전 문화예술위의 창작진흥 부문 심사에서 7천만원을 받은 단체에 대해 서울문화재단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1천만원 지원을 결정한 것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원 기관이 다르고 사업도 다른 것인데 뭐 어떠냐고 할 수 있겠지만 대상 공연이 반드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특별한 성격의 공연이 아니라 ‘워크숍 공연’이란 타이틀이 붙은 것임을 감안하면 공공 지원금이 특정한 단체에 편중되어 지원되는 것이란 점에서 심의위원들의 고민이 있었어야 했다. 심사과정에서 크로스 체크 작업을 했는지 의문이고 이는 지원의 중복성 또는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시될 부분이다. 이런 정도는 쉽사리 걸러낼 수 있는 일일 것이고 나눠주기 식이라면 더더구나 걸러냈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지원 결과가 결국 탈락한 단체, 박리다매의 희생양이 된 선정 단체 모두의 창작 의욕을 꺾는 것이다.
사회: 이번과 같은 심사 결과는 춤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춤을 진정으로 하려는 사람의 의욕을 꺾는다든가, 또 궁극적으로는 춤 관객의 감소, 춤에 관한 염증을 유발할 것이 우려된다. 그래서 향후 대안을 논의해 보았으면 한다.
김태원: 나로선 전문심의위원 제도 도입을 제안하려고 한다. 공연장 규모와 특성, 공연 규모와 특성, 창작 이력 등등의 기본 사항을 면밀하게 파악 정리하는 작업이 심의위원 선에서 먼저 있어야 하고 그런 역할자가 필요하다. 전문 심의위원 한 사람이 그런 업무를 주재하고 실제 심사에 임할 때 몇 사람이 참여해서 공동으로 심사하는 그런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무용가의 공연이나 활동 경력을 일목요연하게 목록화해서 평소에 자료화해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온정주의의 함정이 재연될 것이다. 온정주의는 해당 분야를 값싸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이 다수에게 선심을 베푼다는 의식을 조장할 위험도 있다. 한 마디로 지금은 심사 행위가 춤계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에서 재인식되어야 한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의 의무감이 더 강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춤계의 한해 살림살이에 얼마나 지장을 초래할지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졸속 진행되는 심사가 편의는 있으나,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성적으로 대처해서 합리적이며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예비 설명회에서 제시된 방침이 춤 창작 지원 사업 선정에서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서울문화재단이나 심사위원회 측은 당연히 해명해야만 한다. 내년에도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합리적 대안이 조속히 도출되어야 한다.
이태상: 제 같은 경우 이번에 소극장을 대관했지만 좀 길게 대관해서 공연 회수 늘이기를 의도하고 지원을 신청하였다. 이런 경우가 다른 단체에서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은 대극장 공연과 유사하게 평가되었으면 하고, 단순히 소극장 공연으로 간주되어 지원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김태원: 국립발레단에서 2011년 가을부터 기획한 사업으로 ‘창작 팩토리 지원사업’이 있다. 올해 8월까지 시행되는 이 사업은 몇 편의 시범안무작을 뽑아 7천여만 원 정도를 지원하며 8백석 이상의 공연장에서 단 1회 공연하는 것으로 정책상 명시되어 있었다. 이 방안을 검토하는 자문회의 석상에서 8백석 이상 극장을 대관하기가 용이한가 하는 현실적 물음이 제기되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5백석 이하의 극장에서 2회 공연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어 그것을 문화관광부에 회신해서 조정을 바란다고 했더니, 그 기준을 굳이 고수하지 않아도 좋다는 답신이 왔다. 그래서 그 시책을 현실에 맞게 바꿀 수가 있었다. 예술 행정은 이 정도의 융통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연 현장과 단체에 변동이 생기면 이를 검토하고 재조정하는 통로로서 전문심의위원제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공연 조정관 같은 역할을 전문심의위원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이다. 경직된 행정을 유연한 행정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 기회에 전문심의위원 제도 도입을 서울문화재단에 강력히 요구한다. 서울문화재단은 관리(管理)의 매너리즘을 반성해야 하고, 춤 지도층은 현실을 잘 읽고 비합리주의적 태도를 자성해야 한다. 현장을 잘 읽어내고 심사에서도 상호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세대층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 민간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하는 사업들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촉진하는 것이 행정 아닌가. 이번에는 공연의 최소한 물리적인 규모조차 선정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 물리적인 것을 판별하는 데 굉장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얼마간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그런 사항들 아닌가. 이런 사항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았거나 아예 도외시한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김태원: 그래서 심사 오류 같은 것을 시정하는 기한도 설정될 필요가 있다. 심사 결과를 재조정하는 기간을 한 달 정도 두어 조정하는 방안은 어떨까 싶다. 오류가 있다면 과감하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하겠는데, 이런 것도 행정의 능력이 아닌가 한다. 작년에 보니까 사후 지원에 7천만원 받은 경우도 있는데, 그것이 과도해 보였다. 그렇다면 그걸 줄이고 나눠서 다른 단체에도 사후 지원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오류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자세가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장광열: 지원 단체 선정과 지원금 배분에서 심사위원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다. 따라서 지원 업무 수행 기관은 심사위원의 인력 풀 뿐 아니라 여기에 그들의 전문성에 대한 등급과 함께 어떤 성격의 지원심사에 적합한가라는 보다 상세한 데이터를 갖출 필요가 있다. 심사위원 선정에는 일종의 보다 까다로운 자격요건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심사처럼 여러 단체나 안무가들이 지원신청을 하고 창작 활동의 진흥을 목적으로 할 경우 심사위원의 자격 요건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춤계 전반에 대해, 그리고 최근의 창작 활동의 흐름을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 젊은 춤 작가들의 경향을 상세히 전해 줄 수 있는 젊은 연령층의 심의위원을 일부 선정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원의 형태가 공연장이나 스태프, 해외 연수 등이 아닌, 현금 지원일 경우 이해관계에 얽힐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는 심의위원 선정 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언론사 관계자가 현금이 지원되는 심의위원에 참여할 경우 지원 결정 대상자의 광고 수주 등과 연결될 수 있고, 이런 우려들로 인해 심사 과정이 오해나 의혹과 연루되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심사위원들의 정실에 의한 편향적인 지원단체 선정과 지원금 배분 관행을 견제하려면, 결국 지원사업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에서 스스로 견제 기능을 가동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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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그런 의혹이 제기되는 줄로 종종 듣고 있지만 나로선 무용인들의 양식을 믿는다. 이와 유사하게는 지원 선정 직후 선정된 해당 무용인들에게 연락해서 통보해준 심사위원도 있다고 풍문이 돌지만 굳이 확인하고 싶지도 않은 일들이다. 해당 무용인들이 보기에 그렇게 연락하는 심사위원이 오죽 양식(良識)에 어긋나 보였으면 그런 풍문이 돌까 싶었다. 다만 그렇게 통보한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그랬겠는지 상식적으로 짚이는 바가 있을 것이므로 생략하겠다. 지원 사업에 선정된 것을 두고 자기 공(功)으로 돌리려는 그 고약한 보상 심리를 누군들 짐작하지 못하겠는가. 선의는커녕 잡지 광고 유치 같은 그런 차원에서 그러는지 몰라도, 스스로 수치로 여겨 자제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
장광열: 심사위원이 특정 집단과의 연계나 커넥션에 의한 관행에 이미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면 양식에 의한 판단을 기대하기 힘들다. 심사위원들이 커넥션에 치우칠수록 다수의 반발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나눠주기 식의 심사로 흐를 개연성이 높아진다.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안무가나 전문 단체로서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무용가와 단체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지원금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소액 다건의 무차별적 온정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춤계는 이미 그런 환경을 저만큼 벗어나 있다. 알맹이 없는 사업을 지원해서 공연 양산을 조장하는 데 쓰여선 곤란하다. 서울 이외 일부 지역에서는 춤 지원 심사에서 전국적 조직을 가진 단체가 심사위원과 연계해 지원금 배분 등에서 편향성을 조장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해당 지역인이 아닌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초빙 받아 공정성 혹은 형평성을 기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곤욕을 치룬 사례도 있었다. 신청인과 심사위원이 밀착되는 것을 막으려 지역의 문화재단에서 심사위원 기피 제도 등을 통해 애쓰지만 힘들다는 말도 들었다. 공공 지원금의 심사와 관련 전반적으로 춤계의 자성과 절대적인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심사위원 선정 작업이 까다로운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애로가 어느 정도 짐작되지만 그래도 첫 단추인 심사위원 선정 작업에서 서울문화재단이 앞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沸騰)하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종호: 심사위원 풀제를 서울문화재단도 가동할 것으로 짐작하는데, 보다 체계적인 운용이 요망된다. 그런데 심사위원을 누가 해도 양식과 안목을 갖추고 심사에 임한다면 많은 문제가 사라질 것이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로 귀착된다. 일반적으로 문화재단의 경우 실무자들이 모르거나 알아도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다면 심사위원 구성에서 난맥상이 노출될 수 있다. 그런데 합리적인 심사를 진행시키는 데 있어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은 문화재단이 맡아야 할 것이다. 심사위원 선정, 지원 방침의 환기 같은 것이 그런 역할에 해당한다. 적어도 이 지점에서 문화재단의 역할은 재인식되어야 한다. 이른바 선진국의 문화기구 담당 실무자는 해당 분야 전문가로 보아 무리가 없다. 이들 기구가 잘 하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지원해서 말썽이 되는 경우는 있어도 말도 안 되는 작품에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
최경실: 춤계가 더 성숙하는 데 있어 재단의 역할은 중요해 보인다. 문화재단이 쇄신할 계기를 춤계에서 조성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문화재단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문화재단은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관련 분야를 발전시킬 방안을 연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문화재단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이고, 현장의 활발한 젊은층이 춤계 풍토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적극적이어야 하겠다. 그리고 완벽한 심사보다 균형 있는 심사를 통해 심사위원이 권위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성실한 심사가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런 심사위원들이라면 이번처럼 서울문화재단이 밝힌 방침 같은 명시적 기준을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믿는다.
김태원: 전반적으로 춤계의 자성과 승화 노력이 중요하고 윤리 의식이 고양되어야 한다. 자칫 시끄러운 집단으로 비치기 쉽지만, 타 장르라 해서 심사에서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 해당 장르 내적으로 공존 의식이 희박할 경우 이런 문제점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위축될 것 없이 춤계 입지를 살려나가는 시각에서 문제를 대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은정: 지금 30대는 저희들의 30대 그 나이 때보다 춤 여건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본다. 이번 지원 선정 결과를 봐도 30대의 비율은 퍽 낮아 보인다. 우리처럼 일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 여론을 수렴하여 개선안을 제시하는 등의 적극성을 발휘할 때라 본다. 자기 작업에 충실하는 한편으로 올바른 대안 모색은 지속적인 흐름을 이뤄야 할 것이다.
이종호: 당사자들의 정당한 주장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창작 당사자들이 이번 같은 사안에 대해 행동이나 발언을 적극 해야 춤계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 지적하신 대로 이번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사업 춤 분야 심사는 한마디로 문제점 투성이이다. 이번에 제대로 거론되진 않았지만 올해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사업에서 예술연구서적발간지원사업, 전통예술 부문에 대해서도 일정한 지적들이 문제점으로 예시되고 있다. 아무튼 창작자 대다수가 수긍할 그런 심사 결과가 절실하다. 지원 결정 액수가 적거나 아니면 아예 선정되지 않아도 쾌히 인정하고 승복할 그런 심사는 불가능한가. 앞서 말씀들 하셨듯이 심사는 생존 전략인 동시에 평가이며 격려이자 지지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심사 활동 자체가 창작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창조 행위로 해석된다. 반면에 누누이 거론되었듯이 부실한 심사가 낳는 폐단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춤계 창작을 혼돈에 빠뜨리고 창작 의지를 위축시킬 부작용이 우려된다. 다수가 동의할 기준과 방침, 투명한 심사 과정, 공정성과 현장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양식(良識)이 심사 준칙이 될 때 심사 결과는 공감을 살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쇄신을 촉구하는 동시에 춤계의 자성을 함께 하면서 오늘 공동 인터뷰를 마치기로 한다.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정리_ 김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