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지난 10일 독일, 스웨덴, 덴마크의 댄스하우스 총감독 3명이 우리나라에 왔다. 한국 무용을 유럽 무대에 소개하는 제2회 '코리아 무브스(Kore-A-Moves)' 프로젝트에 참가할 단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다. 본회의 장광열 공동대표의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가 주최하는 코리아 무브스(Kore-A-Moves)는 2년에 한번씩 우리나라의 가장 우수한 춤작품을 유럽 전역에 1달간 투어하는 프로젝트로서 작년에 첫 테이프를 끊었고, 2009년 11월 본회 회원 모두 참석하여 독일 공연을 지켜본 바 있다.
이번에 한국에 온 독일(베르트람 뮐러), 덴마크(부쉬 하트쇼운), 스웨덴(비르베 수티넨) 등 3명의 춤전문극장 예술감독은 EDN(Europe Dancehouse Network/ 회장 베르트람 뮐러))에 소속된 극장으로 바르셀로나, 런던 등 유럽의 18개 지역을 대표하는 춤전문극장 연합의 조직이다. 처음에 ITI에 소속되어 활동하던 춤전문극장 예술감독들이 보다 춤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세계무용연맹(WDA)’등과 관계를 맺다가 새로운 연합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만든 네트워크이다. EDN의 설립은 연극으로부터 춤이 독립할 만큼 성장하였다는 암묵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데, 이 연합체는 공연예술이라는 장르속에서 춤분야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독립무용가들과 더불어 춤예술만을 위한 공연 기획과 그것의 공유 등 춤예술의 ‘독립’이라는 정치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번 제2회 Kore-A-Moves 작품선정을 위해 내한한 덴마크, 스웨덴 극장 역시 EDN 소속이며 2012년 Kore-A-Moves는 이 극장을 포함하여 유럽의 6-8개 극장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다음은 독일 탄츠하우스의 베르트람 뮐러 감독과 덴마크 단세세넨의 부쉬 하트쇼운 감독을 중심으로 진행된(스웨덴의 감독은 차질이 생겨 당일 아침한국에 도착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내용을 주요 질문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일시 : 2011년 10월 10일
장소: 공연예술박물관 내 스튜디오
사회: 이지현
사회: 각 극장에 대해 소개해 달라
베르트람 뮐러: 나는 탄츠 하우스 NRW 설립자이자 총감독으로 국제무용교류와 뒤셀도르프 지역춤 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알다시피춤만 전문적 공연하는 공간으로 1년 80여개 공연이 무대를 채우고 있으며 부대적으로 진행되는 일반인을 위한 춤 강좌는 1주에 250개 정도로 1달이면 약3000명의 수강생이 춤을 배우고 있다. 특히 탄츠하우스 NRW는 상주단체를 갖지 않고 무용단이나 안무가와 파트너쉽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독일의 안무센타와 공동제작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 독립무용가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기본운영 철학은 여러 다양한 장르의 무용이 교류되는 것을 돕는다. 이는 ‘모듈댄스 프로젝트’라고 불리는데 창작, 연구, 레지던시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성격으로 단순히 공연만 유치하고 제작하는 것을 가능한 한 지양하기 위한 개념이다. 창작의 과정부터 인큐베이팅하고, 실험적인 정신을 보호하며, 이를 위한 연구와 토론의 조건을 모듈로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영역이 다른 무용예술가들을 초청해 함께 만나고 경계를 넘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촉진시키고 그것을 위해춤전용극장들이 주변에서 돕는 식이다. 말하자면 춤창작의 컨텍스트(환경, 여건)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지원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부쉬 하트쇼운: 반갑다. 나는 영국사람이고 올 4월 코펜하겐에 있는 단세세넨의 예술감독이 되었다. 이 극장은 2개의 극장과 1개의 가변무대를 갖고 있는 극장이다. 북유럽에서는 최대 규모이며 2년 전 버려진 맥주공장을 리모델링 하여 이전하기 전까지 18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춤전용극장이다. 당연히 중심사업은 무용공연 프로그램 기획이고 더불어 무용영화(Dance Film)에도 특화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DN에 소속되어 다른여러 극장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번 ‘코리아 무브스’ 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사회: 2012년 Kore-A-Moves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베르트람 뮐러: 2012 코리아 무브스의 규모는 토론을 해봐야 알겠지만, 11월이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1차 보다는 적지만 풀 이브닝(하루 저녁 공연을 채울 수 있는 1시간 정도의 작품) 4개와 하루의 공연으로 묶일 수 있는 2-3개의 소품, 이는 주로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이 될 것이다. 총 6-8개의 작품을 1달간 유럽의 춤전문극장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것이 중심이다. 그리고 부대 이벤트와 한국춤 소개의 포럼이나 컨퍼런스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사회: 1차 Kore-A-Moves를 함께 주최했는데, 그 경험은 어땠나?
베르트람 뮐러: 한국춤을 알고 봐 온지가 15년 정도 되었다. 한국 컨템포러리 안무가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영혼이 중심이 되는전통춤을 뿌리로 갖고 있다는 것과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처음엔 탄츠하우스도 이런 민족춤적 성격이 강한 춤들에 관심이 많아 35년전 탄츠 하우스 초창기에는 아프리카 전통춤을 독일에 처음소개하기도 했다. 피나 바우쉬가 현대무용가 이지만 전통춤 언어를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통을 그대로 소개하는 것은 박물관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춤은 살아있는 것이기에 전통과 현대가 섞인, 전통이 현대적으로 살아있는 그런 작품을 좋아한다. Kore-A-Moves의 A를 대문자로 표기한 것은 최고의 수준을 지향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하면 삼성이 유명하듯이 한국 최고의 춤을 유럽에 소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지난 1차는 일정이 너무 빠듯하여 공연만 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매우 바쁜 일정이 문제였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만남과 좀 더 깊이 있는 교류를 원하지 공연만을 올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공연팀들이 유럽의 다른 극장이나 단체와 파트너 관계를 맺지 못하고 떠난 것이 아쉽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공연규모는 좀 줄일 생각이고 지역관객과 극장에 맞는 공연을 매치시키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또한 비디오로만 작품을 선정하지 않고 직접 공연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번 방문을 하게 됐다.
사회: 북유럽 쪽에는 한국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덴마크의 단세세넨의 입장은 어떤가?
부쉬 하트쇼운: 노르딕 지역 전체에 대해 내가 그 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덴마크에 대해 말하자면 덴마크는 매우 작은 나라이다. 유럽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0년 보수 우파정권이 집권의 정치적 영향으로 춤의 국제교류는 활발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내가 영국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한국춤에 대해서는 20-25년 전부터 알고 있으며 한국의 컨템포러리 춤이 기술적으로 훌륭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극장감독이 된 후 뮐러씨의 강력한 제안으로 더욱 한국춤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제 여러 여건이 한국춤 선보이기에 적당한 때가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한국춤에 대해 미리 기대하고 온 점이 있나?
부쉬 하트쇼운: 물론 강한 기대를 안고 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선입견없이 마음을 열고 보려고 한다.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봤을 때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찾고싶다. 종족춤의 색채가 강한 것은 이 프로젝트에서는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베르트람 뮐러: 현대의 춤은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랑이나 미움, 시간과 공간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것을 녹여 창의적으로 잘 소통하도록 되어 있는 지에 관심이 많다. 좋은 작품을 가져다가 소개를 시키는 것이 예술감독으로서의 역할이기 때문에 우리 관객의 입장에서 좋은 작품을 찾고 있다. 우리가 좋다고 느끼는 작품을 우리의 관객도 좋게 느낀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우리의 시대에 대해 다루고 도시에서의 삶 등 현대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 소통이 훨씬 가능하겠지…. 물론 보다 개념적이고, 어떤 색다른 시각이나 다양한 개성이 살아있는 작품을 원한다. 새로운 미학이 제시되는 것에도 관심이 있으며 어떤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드러난 용기있는 작품도 의미 있다. 컨템포러리 탱고처럼 전통적인 색채를 갖고 있으면서 보다발전된, 현재적인 예술형식도 좋다고 생각한다.
부쉬 하트쇼운: 나는 춤 작품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안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이 두 가지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기도 하지만 분리될 때도 있다. 나는 춤이 지역을 통합하고, 어떤 철학을 전파하는 데 선구적인 예술형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모든 것이 안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항상 움직이지 않나?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바로 그게 우리의 삶과 안무가 떨어 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철학이기도 하다. 그래서 춤은 어떻게 다양한 방법으로 살 것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예술형식이다. 그런 감각을 중요하게 본다.
사회: 어떤 이유로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주목하는가?
베르트람 뮐러: 유럽에 잘 알려진 한국 발레리나나 무용수는 있지만 무용단은 없었다. 물론 리옹,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한국 무용단의 공연을 접할 기회는 많았다. 한국의 현대춤이 30년 정도의 역사로 이런 수준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춤환경이 대학을 기반으로 형성되었으며, 대학교육을 통해서만 창작이 일어나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그런 대학 중심의 환경과 독립무용가들이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또 한국 전통춤의 독특한 미학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영적인 힘과 관조적인 분위기, 신비한 의상의 색감 등 영적인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반면 뉴테크놀로지를 사용한 최첨단의 작품들이 강하고, 힙합댄스를 아주 잘한다는 것도 안다. 독일에서힙합댄스 공연을 봤는데 청소년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2주전 뒤셀도르프에서 안은미의 바리공연이 있었다. 천명 정도의 관객이 왔으며 호응이 좋았다. 이렇게 개인적인 기획으로 공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난 ‘코리아 무브스’를 통해 한국춤의 정수를 유럽에 소개하고 싶은 거다. 유럽에선 상대적으로 아시아 아트를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유럽의 기획자들의 관심은 더 많다. 이번 팜스도 기대가 된다.
사회: 한국춤의 성공적인 유럽 진출을 위해선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는가? 조언을 해달라.
베르트람 뮐러: 극장 감독과의 관계 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쪽에서 극장감독과 지속적인 교류관계를 형성했으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극장감독들이 한국춤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확신은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진다. 공연자체의 성공여부도 중요하지만 깊이 있는 관계 속에서 나오는 제작이나 기획이 서로에게 유익한 공연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한국무용단들이 유럽을 놀라게 할 것들을 충분히 갖고 있는 데 유럽의 극장들과 관계가 형성이 안 되어 소개되지 못하는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회: 한국 현대춤을 알리는 데 극장감독으로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베르트람 뮐러: 예를 들면, 부토처럼 한국춤을 대표할 어떤 이미지? 어떤 이름이 있어야 한다. 피나 하면 독일의 춤극이 떠오르는 것 처럼 그런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다. 한국춤에 대해서는 아직 그게 없는 게 문제다. 그래서 설명하려면 힘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의적인, 종교적인 것도 중요한 특성으로 보인다. 환상적이고 미학적인 섬세한 동작 퀄리티도 매우 특징적이고, 테크놀로지와 순수예술과 믹스되어 있는 것도 어떤 특징 같다. 어쨌든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베르트람 뮐러: 한국의 춤과 소통하고 싶다. 지속적인 관계로 하나씩 차분하게 그 여건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부쉬 하트쇼운: 아시아에는 자주 올 기회가 없었다. 한국의 모든 것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