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사회: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가 2월에 출범한다. 지난 대선에서는 정책보다 계층, 세대 사이의 이슈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문화 분야 공약은 부각되지도 않았고 사실상 논의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매 5년마다 문화 분야에서 다음 5년간의 정책 기조를 살피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되 당연히 필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공약집을 내놓았지만 공약과 향후 정책의 기조는 동일하지 않을 것이므로 문화 분야 공약만 갖고 그 정책 기조를 논하기에는 무리이다. 다만 공약집을 보면 ‘문화재정 2% 달성’ ‘문화기본법 제정’ 등 문화기반 조성 같은 항목이 눈에 띈다.(아래 박스 기사 참조) 춤 분야 정책이 새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는 공약집 내용으로 점치기는 힘들다. 이러한 사정은 춤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제한점 때문에 오늘 공동 인터뷰는 춤계가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으면 한다. 먼저 춤이 다변화고 춤에 대해 사회적 요구가 점증하는 현시점에서 새 정부가 춤 정책에서 뭘 중시해야 하는지부터 검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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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열: 춤계 여론을 염두에 두고, 새 정부에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먼저 새 정부는 새 정책을 펴기보다는 이전 정책의 내실을 기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정책을 선별해서 좋은 것은 이어가고 또 손질할 것은 손질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그런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는 춤 창작에 편중된 시책이 예술교육으로서의 춤 교육과도 균형을 맞춰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손질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선 이전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는 시책이 필요하다. 춤예술을 통해 문화적인 심성을 길러주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창의력 신장과 국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큰 그림의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춤예술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국시립 춤 단체들과 공공 극장들이 시민들의 삶 속에서 춤을 보급하고 접하도록 하는 기회 확산과 함께 달라진 한국 춤계의 환경변화를 반영한 한국 춤예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선진 외국처럼 아르코 예술극장 공간을 무용센터로 지정 외국처럼 댄스 하우스 혹은 댄스 센터를 중심으로 한 창작, 교육, 유통, 국제교류의 플랫폼으로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도록 해야할 것이다.
김명회: 대통령 선거 기간에 박근혜 후보는 국가 예산 가운데 문화예산 2% 달성을 제안하였는데, 춤의 창작과 교육 복지에 예산을 더 늘렸으면 한다. 21세기이고 새 정부도 문화가 있는 삶을 지향하므로 강력한 문화국가를 이루는 데 기본이 되는 분야에 예산이 많이 배정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몸이 화두인 시대에 춤과 연관한 활동에 지원이 배가되기를 희망한다. 새 시책이 아니더라도 기존 시책을 충실하게 하는 방향으로 지원이 확충되어야 하겠다.
박호빈: 창작, 교육, 공공활동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 춤 현장에서 창작에 많은 지원이 있어왔고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나 커뮤니티 댄스, 그리고 상주단체 제도 등 공공성을 띤 새 활동들에도 지원이 행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춤 분야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다가 1년만에 그만두었다. 사회적 기업에 요구되는 활동 가운데 하나로 일반인을 위한 교육 사업이 있는데, 단원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더라. 창작 활동과 교육 사업이 꼭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경험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창작과 교육을 행한다는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사실은 창작과 교육이 분리되어 전문성을 더 살려야 하고, 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손질되어야 한다. 대학에서도 무대에 설 사람을 위한 실기 교육에 치중하는 현상을 탈피해서 기획, 경영, 커뮤니티 활동에 대해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교육, 창작, 공공성, 세 부문이 각기 전문성을 갖고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선에서 정책 기조를 정했으면 한다.
김태원: 새 정부가 내세우는 전체 기조는 사회 대통합과 민생 살리기, 두 가지인 줄로 안다. 그런데 문화 복지나 문화 창달을 위한 창조 작업에 대해서는 언급되는 바가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이에 대해 예술계 전체가 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지난 몇 차례 역대 정부는 예술 창작의 순수성을 존중하고 지원하기보다는 반대급부를 내세우며 지원하기 일쑤였다. 이렇게 해줄 테니 저렇게 해달라는 단서가 붙는 식이었다. 이런 저변에는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본다. 그런 반대 급부는 예술 창작과 별 연관도 없다. 그래서인지 현장은 현장대로 매우 빡빡하게 돌아가고, 창작되는 것은 빈약하면서 나아지는 것도 없는 그런 형국이 진행되어 왔다. 한팩(한국공연예술센터)도 기존에 있던 것을 모아 새 체제로 재구성한 것이지, 한팩이 획기적으로 새롭게 확보한 것을 토대로 출범한 건 아니다. 이것 역시 어느 하나를 갖고 재구성하면서 다른 하나를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식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민생 살리기를 강조하는데, 새 정부가 말하는 취지의 민생이 어려운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민생을 강조하고 정책의 초점을 그리로 맞추면 전부 먹고 사는 일에만 매달릴 것이고, 이럴 경우 국가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말하자면 정부의 정책 기조는 ‘민생+알파’여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새 정부의 기조인 사회 대통합은 필요하다. 이 맥락에서 춤계에서도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들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춤계의 분열된 모습은 백해무익하고 대사회적으로도 큰 걸림돌이다.
사회: 굳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진작부터 춤계에서는 정책의 손질 내지 개발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다. 이 가운데서도 기존 정책이나 시책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춤계의 대통합 또는 단합이 필요한데, 정부 시책이 오히려 그간에 통합에 걸림돌이 아니었는지 반문해볼 필요도 있다.
김명회: 대통합의 전제로서 상처의 치유는 필요하다. 그래서 합리적 생각과 행동을 생각하게 된다. 이 맥락에서 정부 정책 기조의 전제 조건으로 필요한 기본 법령, 말하자면 ‘문화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전에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만들어질 적에도 해당 법령을 그렇게 급히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있었다. 그 전에 문화기본법이 있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그대로 넘어가버렸다. 그 법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인들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받고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는 풍토가 세워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개인적 사욕이 아니라 합리적 관행이 준칙으로 작용해야 대통합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사회: 문화예술진흥법은 있으나 문화기본법과는 다르다.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는 법이기 때문에 문화 정책이 바로 서기 위해서도 기본법은 필요하다. 문화 정책이 집행되는 모체로서 문화기본법이 필요한 것이다. 법이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법에 기초한 정책 집행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 파트너일 텐데, 각 예술 분야마다 정부 정책의 파트너가 있기 마련이다. 문화부가 출범한 지 20년을 넘긴 그동안 정부 정책 파트너쉽이 적어도 춤 분야에서는 제대로 공론화된 적이 없다. 흔히 한국무용협회를 정부의 춤 정책 파트너로 여기는 인식이 있는데, 그러면 문화예술위는 또 어떤 기구인지 반문하게 된다. 게다가 한국무용협회가 과연 그런 인식에 부합하는 기구인지 의심스럽다. 이제 정책의 내실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정부 정책의 파트너로서 춤계 여론과 공익을 공신력 있게 대변하는 기구라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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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열: 정책적인 측면에서 춤계의 대표성을 갖는 단체를 논의한다면 다음의 몇 갈래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문화부 등 정부 기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구로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재단법인 전문무용수지원센터나 예술경영지원센터, 국공립 단체의 장 등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예술원 회원이나 명망 있는 중견 혹은 중진급의 대학 교수, 세 번째는 언론이나 비평계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정책 입안과 집행 과정에서 춤계 여론과 전문가의 의견을 진솔하게 수렴, 반영하기보다는 정부가 생각하는 방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구하기 위한 파트너, 혹은 도움이로서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리고 한국무용협회처럼 정부 지원금을 많이 받아 집행하는 단체가 춤계를 대표하는 기구로 인식되는 것 역시 문제이다. 20여년 전 춤 단체의 조직이나 춤 창작 인구가 많지 않은 시절에는 예총 산하의 한국무용협회가 한국 무용계의 전체를 대변할 수 있었으나 창작 교육 축제 극장 기획 행정 유통 국제교류 등 춤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 직종이 생겨났고, 각 장르별로 춤 협회가 조직되어 있는 엄청나게 달라진 현 상황에서 한국무용협회가 무용계를 대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공공성 측면에서 춤계의 공적인 이익을 대변하고 실현하는 기구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한동안 무용교과독립추진위원회 같은 단체처럼 춤교육이란 어떤 특정 분야의 공익을 대변하는 기구가 의욕적으로 활동한 적도 있었다. 외국에서는 댄스 하우스, 혹은 댄스 센터란 이름의 공공 기관이 실질적인 춤계의 제반 활동을 지원하고 관장한다. 춤계 전체의 이익을 위한 공론이 필요할 때 이런 센터를 중심으로 각 부문의 춤 단체들이 모여 논의하고 중지를 모으는 노력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김태원: 춤계의 공익을 대변하는 기구로서 정부(문화부)는 한국무용협회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이를수록 사단법인체와 학술 단체 등이 급증하며 춤계가 분산되어 왔고, 상대적으로 한국무용협회의 관장 영역은 점점 좁혀져왔다. 이제 한국무용협회가 한국 춤계 전체를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지, 물음을 근본적으로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진단을 전제로 한다면, 앞서 언급된 댄스 하우스 같은 기구에 필적하는 센터 같은 게 필요하다고 본다. 춤 관련 제반 기구들이 연대해서 정부의 춤 정책 방향을 조정하고 지원 규모도 더 키우는 그런 단일의 중앙 기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공공 행사에서 춤을 활용하고 덕을 보면서도 정중하게 대하기보다는 춤을 홀대한 것이 저간의 현실이었다. 이제 춤계 권익 옹호와 증진 차원에서 춤계 공동의 결집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결집체는 다양하게 구상될 수 있겠는데, 개인적으로는 대학로에 춤 센터를 크게 세우자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춤계의 대국적인 합의를 거쳐 향후 3년간 직접 지원금을 대폭 줄이고 나머지를 센터를 건립하는 자금으로 활용해서 춤계의 다양한 수요에 집중 대응하는 센터를 한국무용협회와는 다르게 세웠으면 한다. 연극계가 이런 점에서 힘을 결집해왔다는 점을 춤계는 참조해야 한다. 춤계는 분산된 힘을 모으는 데 주력해야 한다.
김명회: 한국무용협회가 춤계 기구나 단체들의 대표자들이 결집되는 그런 기구로 재구성되는 제안이 오래 전에 나온 적도 있지만 제안에 그친 적이 있다. 어느 기구든 중요한 것은 사람의 역할일 것이다. 덕망 있고 유능한 사람이 앞장선다면 춤계의 결집은 가능하다. 그런 기구는 수직적 구성보다 단체들 간의 수평적 연대 형태를 취해야 할 것이고, 춤계 스스로 그런 작업을 모색해야 한다.
박호빈: 작년에 전문무용단연합회를 결성하면서 많은 토론을 가졌다. 전문무용단연합회는 전문성 있고 춤계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해야 하고 다른 단체나 기구와의 중복 사업은 비효율적이라는 데 대해 합의도 있었다. 각 단체마다 상호 협력하면서도 다른 단체와 중복되는 사업을 삼가는 덕목이 중시되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단체들 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이 기본이어야 한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춤계 파이를 키우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결집해야 한다는 여론이 아주 강하다.
사회: 정책은 공익을 설정하고 그것을 조정 분배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 집행은 절대적이다. 지금 말씀들에서는 춤 분야에서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인식되는 한국무용협회가 공익을 설정하고 그것을 조정 분배하는 활동 면에서 매우 저조했다는 진단이 뚜렷하다.
장광열: 춤 관련 공공기금 가운데 상당 액수를 한국무용협회가 실질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전국무용제, 서울무용제, 젊은 안무가 창작공연, 무용대상 시상 등이 그런 사업들이다. 이들 행사들은 모두 공공성이 중요한데 예전의 구태의연한 운영 방식을 아직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일부 행사는 병역 특례에 기대어 명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공공기금 행사들은 그 운영 방식이나 사업의 내용이 변화된 춤 환경에 걸맞게 개편, 보완되어야 한다. 방금 거론하신 것처럼 이런 공공 기금 행사들을 보다 공익성 있게 운영할 범 무용계 차원의 새로운 기구, 가령 댄스 센터와 같은 것을 필요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공공기금을 일부 협회 단위 행사로 소모할 것이 아니라, 범 춤계 차원에서 춤 발전을 위한 생산적 기금으로 집행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해외의 경우 일례로 댄스 센터에서 전문 분야와 행사 별로 역할을 분담한다. 요컨대 공공기금 행사들이 한국무용협회에 집중되고, 그 운용 과정에서 한국무용협회와 깊이 연계된 인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여론을 정부는 따가운 질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 정부가 공공성을 염두에 둔 새 정책 못지않게 기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편을 해야하는 것의 중요성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김태원: 한국무용협회에 속하지 않은 무용인이 다수이고 한국무용협회가 춤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무용협회는 춤계의 일부 조직에 불과하다. 일례로 비평 평론을 망라하는 조직은 우리 춤계에 없고, 이 역시 기형적인 현상이다. 한국무용협회를 대체할 조직이 필요하다. 춤이 매우 분화하는 현시점에서 한국무용협회 같은 관행으로는 이제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정부의 입장이 중요해 보이는데, 지원 경로에서 기존 방식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새 방식을 염두에 둘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이다. 새 조직이 기반을 갖추면 정부의 창구로서 가능하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범무용계가 수평적으로 참여하는 기구는 있어야 한다. 말보다 행동이다.
사회: 지난 5년간 정부가 춤 분야에서 공익을 위한 여론 청취 작업부터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스럽다. 이제 정부 역할이 새로워져야 하고 정책 파트너십 구축 방식도 쇄신되어야 한다. 춤계에서 대안의 새 기구를 갖고 정부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지적이다. 그런데, 춤계에서 정부 정책 파트너라고 한다면 1순위는 한국무용협회가 아니라 사실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일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문예진흥원)이 2005년 9월 한국문화예술위로 전환한 지 올해로 8년째이다. 문화예술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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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열: 일례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무용 부문에서 도입한 전문심의위원 제도를 보면 위원들의 적격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 3년간 심의 결과도 수긍하기 어렵다. 지원선정 단체와 지원금 배분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 잇달았다. 현장을 잘 알고 춤 흐름을 수렴할 사람이 위원의 1차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심의위원들이 공연 현장을 수시로 접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올해 심의결과도 납득하지 못하는 부문이 적지 않았다. 비평활성화와 관련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비평지 발간에 300만원을, 한 젊은 춤비평가가 300만원을 지급받은 것이 전부다. 예전보다 오히려 액수가 줄어들었다. 국제교류의 경우도 네트워크 확산과 유통, 자주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으로의 진출 등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거리에서 하는 민속무용축제 같은 행사에 수천만원을 지원하고 앞서 지적한 새로운 국제교류의 흐름을 반영한 사업은 모조리 지원에서 탈락시켰다. 기존의 전문심의위원 가운데 과연 세계 춤계의 국제교류 흐름을 아는 위원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문화예술위원회가 직접 국제교류의 주체자로 나서는 모습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의 국제교류제단이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하는 국제교류 사업을 흉내내는 것은 지극히 소모적이다. 교류의 가교 역할이나 지원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의 연구가 더욱 필요하지 직접 위원회가 다른 공공기관에서 행하는 비슷한 행사를 주최하고 민간 단체에게 돌아가 예산을 위원회 주최의 사업에 다수 배정하고, 정작 늘어나는 춤 부문의 국제교류 지원 예산은 줄이는 과오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된다. 문화예술위는 소소한 사업에 간여하기보다 지원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가면 확인할 수 있는 사업들을 일주일 단위로 중복해 알리는 뉴스레터를 통한 과도한 홍보 활동 역시 그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예산 책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요한 지원사업에 돈을 배문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예술계 현장에서 인정받을 때 위원회의 추락한 위상도 올라가는 것이지 대외적인 홍보 강화를 통해 그것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박호빈: 문화예술위의 지원 사업이나 세부 사항을 보면 바뀐 점도 있고 바뀌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지역 문화재단과 중복되는 사업처럼 지역 문화재단과의 차별성이 떨어진다. 순수예술 진흥, 춤 트렌드의 민감한 반영 등 정책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주력해야지 사업을 펼치는 기관에 머무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정책 개발과 실현이 당장 가시적 효과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업에 더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사회: 문화예술위가 지역 문화재단으로 사업을 대폭 이관한 이후에는 정책 개발 등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 춤계 동향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수렴해서 정부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기관 쪽으로 대변신을 도모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춤계 동향을 뒷짐 지듯 바라보는 문화예술위의 아마추어 같은 태도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김태원: 문화예술위의 역할을 다시 점검할 때이다. 문예진흥원이 이름을 바꾼 문화예술위가 그 많은 직원 인력을 갖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직원을 대폭 줄여야 하지 않겠는가. 정책이 세분화된 것은 사실인 듯한데, 그 효과는 무엇인지 제대로 감지되지 않으며, 오히려 예술 현장의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인상이 강하다. 지원금을 배분하는 기관이라면 그 많은 직원이 필요치 않을 것이고, 정책 보고서도 있는지 제대로 발표되지도 공유되지도 않고 있다. 과연 정책 개발이라도 하고 있는가. 전문심의위원제도도 심의위원들이 현장 관찰과 심의에 전념하자는 취지로 제안하고 실현한 것인데, 그렇지도 않았다. 아마추어가 집도하면 매우 위태하다. 지원금 배분 효과에 대한 보고서도 있는지 모르겠고 미래 비전을 예시하는지 그 예시 사례에 대해선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단지 전반적으로 지원금 집행 증빙 서류 절차만 복잡해졌다. 지원금 지급도 조기에 집행해야 창작이 원활할 텐데 이것도 미적지근해 보인다. 문화예술위는 순수예술 진흥 정책 개발과 실현에 집중해야 한다. 또 하나 기록을 제대로 해야지, 지금 발간되는 문예연감마저 매우 부실하다.
장광열: 문화예술위나 문화부나 지원 규모에서 장르 편중이 매우 심하다. 일례로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비평 활성화 부문의 경우 무용 분야와 연극 분야의 지원 예산 규모는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각예술 부문은 아예 시각예술 비평 활성화 부문이 별도 항목으로 규정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춤 분야에 대한 지원 예산 비중이 타 장르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화부나 문화예술위는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극장 공간만 하더라도 연극의 경우는 남산예술센터, 명동예술극장, 장민호백성희극장, 대학로 예술극장 등 공공 극장을 전용극장 혹은 연극 중심극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무용의 경우 공공 춤 전용극장은 단 한곳도 없다. 같은 공연예술 장르라도 연극과 무용은 예산배정에서부터 공연 인프라까지 여러 부문에서 지나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사회: 정책에는 재정 기금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정책을 집행하는 ‘갑’ 측은 재정 기금을 당근으로 쓰면서 정책을 호도하려는 유혹에 안주할 수 있다. 문화예술위는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게다가 몇 해 전 새 정부가 들어서자 문화예술위가 나서서 지원 기금 증빙 절차를 이전에 비해 훨씬 까다롭게 하였다. 특히 춤 창작 현장이 소소한 서류에 얽매여야 하고 성가심이 가중되는 등 작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였고 지금도 그런 안쓰러운 현상이 다반사로 재연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춤 현장 활성화와 같은 큼지막한 주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논의도 전무한 편이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문화예술위의 위상과 정책 개발력이 전반적으로 매우 위축되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기금 사업이 줄어 문화예술위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남탓으로 자조할지 모르겠으나, 필요하다면 근본 발상부터 대전환해야 한다. 문화예술위는 정부와 춤계를 잇는 공식적인 정책 파트너로서 그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이제는 새 정부의 춤정책과 연관하여 춤 생태계를 짚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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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빈: 현장에서 단체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업을 찾아가고 해외 투어를 다니고 지역에 공연을 가는 식으로 활발히 하는 단체들을 보면 제 개인적으로 저러다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곤 한다. 전문 단체는 일단 손상이 가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난 여름 결성된 전문무용단연합 소속 단체들 가운데 단원과 행정력을 구비한 단체는 소수이다. 무용단다운 무용단이 적다는 이야기이다. 지금 현장 창작이나 공연이 팀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흐름이 보이는데, 걱정스럽다. 단체가 독자적 체제를 갖춰야지 팀 프로젝트 식으로 공연하고 나면 흩어지는 그런 시스템으로 그 단체가 얼마나 공연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것이다. 팀 프로젝트화하면서 단체의 특성과 창조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단체 안무자가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어려워진다. 요즘 국공립 단체 말고는 단체로서 생명을 갖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춤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본다. 교육에서도 전문가 양성을 너무 소홀히 했고, 그 결과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춤이 직업으로서의 메리트를 잃고 있다. 어쩌면 지원금 많고 적음이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 춤계가 전체 파이 키우고 충실하게 하는 데 힘쓸 때라 본다. 정부 정책이 국공립 단체의 내실을 기하는 그 만큼 민간 단체 활동에 대해서도 정책 전망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춤계의 자구책도 따라야 하고 공론을 지속적으로 일으켜야 할 것이다.
김명회: 춤계 생태계가 흔들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이명박 정부에서 유인촌 장관 취임 이후 국공립 단체에 지원을 대폭 늘린 점을 지적하고 싶다. 민간단체는 그대로 둔 채 국공립에 지원을 대폭 늘린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 다수를 상대로 하는 민간단체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야 춤이 활성화된다고 본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춤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중고교의 정규 수업을 지원하는 예술강사지원사업처럼 다수를 위해 장기적으로 펼치는 사업이 그런 사례일 것이다. 이런 교육 사업은 창작 단체와 연계될 수 있을 것이고, 생태계 내실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창작과 교육이 함께 가야 할 시대이다.
박호빈: 창작과 교육이 함께 가야 하는 것은 우선 긍정적이다. 다만 창작과 교육 사이에 균형을 취하는 점이 중요할 듯하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본 경험에 비추어, 창작 단체는 창작에 주력해야 하는데 교육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압박으로 다가오면 단체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소수 단체는 교육과 사업 활동을 원활하게 병행하는 것 같다. 다만 이들 단체에서 교육은 단원들이 하지 않고 별도의 인력이 담당하는 줄로 안다. 일반 단원이 교육을 맡는다면 그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단체 운영에서도 애로로 나타난다. 교육 사업을 통해 단원이 생활에 얼마간 도움을 받을지 몰라도 그 만큼 부작용도 따른다. 단원들이 단기간에는 교육 사업을 펼칠 수는 있으나 장기간에는 그러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교육 사업이 생태계 내실화에 도움이 될 것은 사실인데, 창작과 조화를 이룰 방안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김명회: 창작과 교육이 각기 전문성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에선 동감이다. 춤 인구 저변확대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학교 교육이 중요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진흥법에 따라 예술강사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먼저 예술강사의 자격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 논란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에 예술 강사의 법적 자격을 부여해서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활성화하고 내실을 기하는 취지에서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 제도 시행 기관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고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http://acei.arte.or.kr/). 문화예술교육사는 1, 2급으로 나눠지는데, 일정한 경력과 연수 교육을 통해 배출된다. 문화예술교육사는 초중고등학교 및 사회문화예술교육지원 사업 그리고 국공립 문예회관, 박물관, 미술관, 문화의 집 등 교육시설에 배치되어 활동할 수 있다. 춤계에서 이 제도를 활용하면 춤의 저변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태원: 이명박 정부가 국공립 단체에 지원을 늘린 결과 춤계 관심이 그리로 쏠렸고 그런 와중에 민간 단체는 퇴조하게 되었는데, 춤 생태계 측면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되었다. 창작, 기획, 교육, 사회적 관심, 네 측면에서 춤계에 전기(轉機)가 일어나야 한다. 먼저 생태계 저변을 이루는 창작 소주체(小主體)를 살리는 일이 시급하고, 하다 못해 소액 지원 관련 서류 제출이라도 간소화해야 한다. 창작 소주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적 작업을 하는 극장과 기획 프로듀서가 춤계에는 전무한데, 이들을 양성하고 프로그램을 주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 교육도 세분화되어 고도의 전문성을 지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학금과 상금이 확충되어 의욕을 고취해야 할 것이다. 정책과는 별도로 춤계에서 기부 문화가 관행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장광열: 먼저 춤 중심극장인 아르코예술극장을 춤 전용 센터(댄스 하우스)로 지정하여 춤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두 개의 극장과 연습실, 그리고 유휴 공간 등을 활용해 창작과 교육, 유통, 정보제공, 그리고 국제교류의 중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춤 예술은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약하다. 이는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에서 평생 춤 공연을 한번도 구경하지 않은 인구가 너무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정부의 춤 예술 정책은 단순히 지원금을 늘이는 것에서 벗어나 공간 배분 등 인프라 확충, 공공성의 확대 등에까지 손길이 미쳐야 한다.
사회: 춤이 다변화하고 춤을 응용하는 현상들은 새로워지고 있는데, 오히려 춤 생태계는 위태롭다. 현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춤 다변화나 춤 응용 현상들마저 자원을 공급받지 못함으로써 시들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정책이나 시책이 이런 악순환을 가중시키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곧 2월에 출범할지라도 새 정부는 향후 5년간 장기 비전을 개발하고 시책을 펼쳐나갈 것이다. 현시점에서 중요해 보이는 것은, 그간의 정책 오류를 시정하고 새 정책 개발 경로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물론 정부에 요구하는 것과 아울러 춤계 자체의 자구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 봄에는 춤계의 정책 생태계를 검증하는 작업이 춤계에서 전반적으로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오늘 좌담에서는 새 시책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시책을 보완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춤계 공익을 대변할 기구로서 한국무용협회는 미약하므로 대안의 기구가 결집되어야 하며, 문화예술위가 정책 파트너로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문화재정 증액이 실현될지 그 결과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겠지만, 이보다 더욱 기본적으로는 정부 정책을 누가, 왜, 누구와 함께 펼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새 정부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춤계가 공감할 시책을 펼치길 기대하면서 오늘 좌담을 마친다. 장시간 귀중한 말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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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선 새누리당 문화 분야 정책 공약
새누리당이 ‘문화가 있는 삶’을 제목으로 내놓은 문화 분야 정책 공약은 다음과 같다.
- 전체 구성: 예산·제도, 맞춤문화, 지방문화, 창작보호, 문화시설, 전통문화, 스포츠, 문화교류, 관광 등 9개 분야
이 가운데 춤 및 순수예술 분야 관련 주요 공약은 아래와 같이 발췌된다.
- 국민문화향유 기획 확대: 1인 1예술 및 1스포츠 활동 지원
- 문화재정: 2017년까지 정부 재정 2% 수준으로 점진 확대
- 문화 관련법 제ㆍ개정
- 문화기본법 제정 및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 문화복지 전문인력 양성
- 장애인 문화권리 국가 보장
- 지방: 지역 특화된 문화예술도시 개발
- 예술인 창작 안전망 구축
- 공연 영상 분야 스탭 처우 개선
- 시도립 문화예술단체 최저임금 보장
- 예술인복지법 개정
- 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 조세특례제한법 및 소득세법 개정
- 문화예술단체 지원 강화
- 순수기초예술 분야 창작지원 강화
- 5대 글로벌 킬러콘텐츠(게임ㆍ음악ㆍ캐릭터ㆍ영화ㆍ뮤지컬) 집중 육성
- 문화기술(CT) 연구 개발 예산 확대
- 문화관광 시설 확충: 문화시설 투자분에 대한 세액 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