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재외무용가초청간담회
해외 진출 출발점은 나의 진정성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무용가들이 모여 ‘해외 춤계의 최신 동향과 국내 무용계와의 연계 방안에 관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한 패널들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다시 ‘몸’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커져가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움직임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사고의 틀을 깨고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미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세계의 문화예술 현장에 깊이 뿌리를 내린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활동하는 무용가들이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네트워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편집자주-
일시: 2011년 4월 12일 오후 6시
장소: 모차르트 카페
사회: 장광열_춤비평가
참석자: 김윤정(독일 거주), 이미리(네덜란드 거주), 이양희(뉴욕 거주)
장광열: 오랜만에 해외에서 활동하는 무용가들이 여러 분 내한하게 된 것 같습니다. 세 분 모두 다른 작업 스케줄도 있지만, 제11회 서울 국제 즉흥춤 축제 공연 무대에 나란히 서게 된 공통된 일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와 함께 최근 해외에서 준비하고 있는 작업에 관해 말씀해주시지요.
김윤정: 독일에서 살고 있고 프로젝트 컴퍼니 형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거의 매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참여하게 되어 국내에서 더 많이 활동하게 됐어요. 특히 올해는 France Media Arts Festival과 아트센터나비가 공동으로 작업하게 되었는데 제가 그 오프닝을 맡았어요.
국가 간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우리만이 처해있는 상황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벽’이라는 소재가 떠올랐어요. 예민한 주제이긴 하지만 분단국가라는 현실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안방에서 글로벌하게 소통하고 있지만 사실은 더 많은 벽이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역사상 종전이 아닌 수십 년 간 휴전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하대요.
그런데 오프닝은 한국에서 하지만 패션을 테마로 하는 프랑스에서의 작업과 서로 색깔이 달라서 이걸 동시에 보여주려면 집중력이 분산되잖아요. 그래서 그들이 하는 패션쇼는 내 작품 속 어디나 들어갈 수 있게 하고, 그들이 패션쇼를 화려하게 할 때 우리나라의 분단 이야기가 같이 맞물려서 갈 수 있는 그런 컨셉을 찾으려고 해요.
독일에도 매년 1월에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 있어요. 거기는 무용이나 안무가 보다는 미디어작가 위주로 퍼포먼스를 해요. 우연히 보게 된 오프닝 공연에서 독일도 ‘벽’이 존재했던 나라니까 그런 컨셉의 연결고리를 보았죠. 저는 항상 공연 속에 텍스트를 많이 쓰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출신국가가 다른 두 배우가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작업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어차피 소통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7월부터는 그 본격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리: 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3년 전부터 머물고 있습니다. Katie Duck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데요. 제가 네덜란드에 갈 때는 Magpie Dance Company로 운영되었는데 지금은 Magpie Umbrella로 개념이 바뀌었고, Duck Project라고 해서 단원 개개인의 프로젝트를 Katie Duck이 서포트해주는 식으로 거의 다 프리랜서로 운영되고 있어요.
암스테르담은 즉흥공연이 활발해요. 예전에도 Magpie Music Dance Company에서 뮤지션이랑 같이 즉흥공연을 했어요. 네덜란드에 July Dance Festival이라는 국제 축제가 있는데 제가 젊은 안무가로 선정돼서 2년 전에 참여를 했었어요. 같이 뽑힌 두 명의 안무가와 함께 작업하는 조건으로요. 그 축제에서 이번에도 젊은 안무가로 뽑혀서 7월에 제 안무 작품을 발표하는데 아프리카 토고에서 온 친구와 같이 작품을 해요. 지금 유럽에서 아프리카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요. 유럽인들에게 일본은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은 잘 몰라요.
암스테르담은 한국 무용수가 굉장히 드물어서 제가 거기서 ‘저 일본사람 아니에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해요(웃음). 그래서 토고 친구와 ‘트래디셔널한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백그라운드를 이용해서 그것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나가는지를 보여주자’고 이야기했어요. 아시아의 한국과 아프리카의 토고가 같이 만나서 작업했을 때 어떤 재밌는 작품이 나오게 될지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연이 끝나면 미국의 Jack Gallagher라는 암스테르담에서 굉장히 유명한 안무가가 있는데 같이 공연을 하자고 해서 그 작업에 들어가요. 구조적인 방향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즉흥으로 풀어나가는지에 관한 작업이고, 즉흥에서 어떻게 안무의 조각을 가져와서 쓸지 생각하고 있고요. 외국에 나간 지 3년 밖에 안됐지만 그 3년 동안을 준비기간으로 삼고 워크숍 들으러 다니면서 열심히 배웠는데 지금은 그곳에서 한국을 알리고 싶어요. 저를 ‘재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코리안’으로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이 크고, 그래서 그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전통무용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고, 또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의 아티스트를 초청하고 싶기도 해요. 하다못해 “한국에서도 현대무용을 해?”라는 질문까지 받으니까 너무 약이 오르더라고요.
암스테르담은 한국 무용수가 굉장히 드물어서 제가 거기서 ‘저 일본사람 아니에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해요(웃음). 그래서 토고 친구와 ‘트래디셔널한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백그라운드를 이용해서 그것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나가는지를 보여주자’고 이야기했어요. 아시아의 한국과 아프리카의 토고가 같이 만나서 작업했을 때 어떤 재밌는 작품이 나오게 될지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연이 끝나면 미국의 Jack Gallagher라는 암스테르담에서 굉장히 유명한 안무가가 있는데 같이 공연을 하자고 해서 그 작업에 들어가요. 구조적인 방향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즉흥으로 풀어나가는지에 관한 작업이고, 즉흥에서 어떻게 안무의 조각을 가져와서 쓸지 생각하고 있고요. 외국에 나간 지 3년 밖에 안됐지만 그 3년 동안을 준비기간으로 삼고 워크숍 들으러 다니면서 열심히 배웠는데 지금은 그곳에서 한국을 알리고 싶어요. 저를 ‘재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코리안’으로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이 크고, 그래서 그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전통무용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고, 또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의 아티스트를 초청하고 싶기도 해요. 하다못해 “한국에서도 현대무용을 해?”라는 질문까지 받으니까 너무 약이 오르더라고요.
저는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어요. 그때는 열심히 하는 학생이 아니어서(웃음). 어렸을 때부터 발레, 현대무용 댄서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특히 현대무용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잖아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무용을 놓으면 다시는 못할 것 같아서 늦었지만 26살에 현대무용을 시작했어요. 선생님 찾아가서 수업도 듣고 트러스트 무용단 활동도 하고 개인 컴퍼니 만들어서 안무도 하고 그러다가 Katie Duck 워크숍을 들었는데 그 때 즉흥이라는 것에 흥미가 생기고 더 알고 싶어서 Magpie Dance Company의 Apprentice과정을 가게 됐죠. 처음에는 ‘간 김에 관광도 좀 하고 와야지’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갔었죠(웃음). 즉흥 세계가 언더컬쳐잖아요? 장소는 열악하지만 공연의 퀄리티는 상당히 높아요. 언더컬쳐에 관한 대중적인 관심은 없지만 매니아층이 깊어서 공연을 보는 시선도 날카롭고요.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즉흥이 너무 좋아서 더 연구하고 탐구하고 있어요.
이양희: 저는 한국무용을 굉장히 오래했어요. 이화여대를 나오고 계속 춤만 췄는데, 중간에 다른 일도 많이 하고 대학교 때부터 방황을 많이 했어요. 무용밖에 모르던 사람이 사회에 나가게 되니까 심하게 방황을 했죠. 졸업하고 다른 일도 많이 하고 직장도 다니고 그러다가 2005년도에 항상 가고 싶었던 뉴욕에 갔죠. 제가 대학 다니는 도중에 밖에 나가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그 때 당시에는 그게 굉장히 이상하게 보였죠. 제 팀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그때는 독립예술제 생기기 바로 전 단계였거든요. 대학 나와서도 다른 팀들과 공연도 하고 했는데 해소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NYU 교육대학원을 갔는데 졸업하는 순간 교육 쪽은 안해야겠다고 결정을 했죠. 굉장히 많이 배우긴 했지만 제게는 그게 다시 터닝포인트가 돼서 그냥 제 작업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정말 많은 워크숍들을 들었어요.
저는 댄스필드가 아닌 연극필드에 있어요. 저도 텍스트와 특히 보이스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텍스트와 보이스, 무브먼트를 같이 하면서 레지던스도 하고 점점 연극 세계로 들어가면서 뷰포인트, 스즈끼 메소드를 알게 된 거거든요. 그런데 ‘왜 이게 일본 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제 6년찬데, 예전에는 “왜 춤을 춰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운명론적으로 “전 춤을 사랑하니까요.”, “전 춤을 추는 사람이니까요.”이랬던 것이 뉴욕에서 많은 교육을 받고 정보를 듣고 시각이 바뀌면서 해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일본’때문인데, 일본은 뉴욕에 너무나도 깊게 자리 잡고 있어요. 그 때문에 포스트모던댄스가 생긴 거고 그 때문에 그 사람들이 인터내셔널하게 돼서 뉴욕이 그렇게 큰 시장이 된 건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이미 제가 갖고 있는 거더라고요. 문제는 제가 뭘 갖고 있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분석력을 기르니까 내가 갖고 있는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약간은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한국무용을 전공했으니까 제가 관심이 있는 부분은 한국 전통무용을 다 해체해서 포멀한 댄스가 아니라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만들어서 그들에게 강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것이 일본 것과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해서 아주 기초의 순수한 것을 뽑아서 정립하는 게 제 가장 큰 관심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는 저도 즉흥에 관심이 많아요. 얼마 전에 공연장인 키친에서 공연을 하고 왔는데, 신진안무가를 뽑아서 공간과 워크숍 기회를 주고 키친 극장을 대여해서 공연할 수 있게 한 거거든요. 그때 제 도전과제는 제가 안무가로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즉흥을 어떻게 내 작업에 넣고 그것을 어떻게 안전한 방법으로 표현할지였는데, 그게 너무나도 매력적이더라고요. 저도 즉흥을 이제 막 연구하는 단계지만 확실히 레지던스를 4-5개월 하고 공연을 하는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저는 연극단체랑 연결이 돼있어서 그 팀과 미국에서 같이 작업도 하구요. Midtown Festival이라고 연극과 무용을 다 섞어서 하는 페스티벌이 있는데 그곳에서 9월과 10월에 공연할 예정입니다.
장광열: 뉴욕은 다른 도시와는 달리 독립 아티스트로 활동하는데 있어 장단점이 있을것 같은데요?
장광열: 뉴욕은 다른 도시와는 달리 독립 아티스트로 활동하는데 있어 장단점이 있을것 같은데요?
이양희: 네트워크, 어떤 팀을 구성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각자 어떤 펀드를 구성해서 오는지는 상관없이 새로운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어디서든지 할 수 있으니까. 저는 사실 돈이 잘 안 들어요. 뉴욕에는 레지던스도 정말 많고, 지원해서 뽑히면 공간과 멘토형식으로 정기적인 워크숍을 열어서 서로 정보를 많이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아요. 정보교환의 장이 무용하는 사람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에게도 열려있어서 서로서로 정보가 오가다보니 돈 벌 기회도 생기고 팀도 꾸려지고, 펀드도 많고요. 하지만 지금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아요.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금이 25%나 깎였어요.
이미리: 암스테르담도 30% 깎였어요.
김윤정: 독일 쪽도 전체적으로 문화예산이 삭감되고 있어요.
장광열: 우리나라 문화예술 지원제도의 경우 예전에는 돈만 지원해주던 시스템에서 공간과 네트워크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무용가들의 경우 자신들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국내 춤계와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 네트워크를 그대로 갖고 들어오기도 하고, 거기서 만든 작품을 국내에서도 유통시킬 수 있는 연결고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활동무용가들이 활동범위를 확장해줘야 우리나라 무용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요. 일본이 우리보다 강한 점이 바로 그 점이거든요. 예를 들어 뉴욕 같은 경우 재팬 소사이어티가 있어서 확실하게 네트워킹을 해주고요. 인도와 중국의 경우에도 현지의 교포들이 자기 아티스트들의 공연티켓을 많이 사줍니다. (전원 공감) 한국 춤계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고 세계무대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무용가들의 네트워킹, 작업을 국내와 연계, 제작과 유통 쪽으로 확대시키는 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양희: 사실 지금 뉴욕에서는 일본문화보다 한국문화가 더 붐이에요. 음식문화에서부터 시작된 거 같은데, 이제는 스시 먹고 젓가락 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거기에서 쿨하고 잘나가는 사람이라면 한국음식을 먹을 줄 알아야 하더라고요. 음식문화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점 한국문화를 세련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1년 사이에 굉장히 많이 바뀌었죠. 그래서 아티스트들이나 어떤 단체들도 활동 범위를 더 넓혀도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장광열: 네덜란드에서는 특별한 이슈라든지, 최근 관심을 갖는 새로운 흐름이 있나요?
이미리: 전에는 일본 특히 부토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질렸다고 해요. 지금은 추세가 아프리카 쪽으로 기울었어요. 그 쪽에서 초청도 많이 해 오고요. 거기서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같이 활동하는 한국 친구가 있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없거든요. 유럽인들이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것을 자기만 알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을 좋아해요. 한국인 댄서를 알고 있다는 걸 자랑하더라고요. 한국 사람이 없으니까 오히려 관심을 더 많이 가져요.
제가 거기서 느낀 건, 무용과 다른 장르의 예술들이 섞이는 작업들이 막 들어왔다가 지금은 오히려 순수한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무용 공연이라고 해서 보러 갔는데 움직이질 않는다거나 노래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이 처음에는 신선했는데 이제는 식상해요. Katie Duck도 즉흥 워크숍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왜 너희들은 춤을 추려고 하지 않느냐?’는 말을 해요. 왜냐하면 학생들이 즉흥이라고 하면 노래 부르고 그냥 혼자 앉아있고 하니까 굉장히 안타까워하죠. 저도 씨어터 쪽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좀 더 순수하게 돌아가서 움직임으로 풀려고 해요. 제가 한국무용을 전공했기 때문에 움직임이 특이해 보이는지 ‘네가 추는 춤은 뭐니’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제가 ‘제 백그라운드는 한국무용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접목하는 저만의 스타일을 찾으려고 합니다.’하면 반가워하고 재밌어하고 기대해요.
장광열: “Back to the Body” 흐름은 이미 수년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김윤정: 보통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 큰 극장에서 하는 오페라, 전 세계를 도는 안무자들 등이 주류라고 생각하지만 주류와 언더컬쳐는 서로 보이지 않는 교류가 확실히 있어요. 독일도 몇 년 전부터 안무자들이 부재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요. 피나 바우쉬나, 샤샤 발츠 이후로 독일의 안무자가 없거든요. 그래서 안무가를 키우려고 해요.
장광열: 미국에서도 마사 그레이엄, 머스 커닝험. 엘빈 에일리 이후 안무가가 안 나온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이양희: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안무에 대한 개념 자체가 머스커닝햄 이후로 펼쳐졌기 때문에……. 뉴욕은 주류문화가 있긴 하지만 사실은 다 언더에서 놀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자잘한 언더컬쳐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 자체가 하나의 주류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몸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뉴욕 사람들은 냉정하고 바빠요. 예술적으로 오픈이 잘 안되어 있고 비평적으로 보고 또 비평을 많이 받고요. 그런데 성공적인 공연 사례를 보면, 동물적인 것이 강해요. 그 작품에서 어떻게 안무를 했건 그 안에 있는 공연자들의 깊은 동물적인 느낌에 쉽게 무너져요. 그런 것들을 굉장히 갈구하고 있고. 어려운 주제로 하려하고 포장을 많이 하는 건 절대 먹히지 않는 게 뉴욕인 것 같아요.
진실로 하면 그 사람의 퀄리티에 따라서 그 진정성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뉴욕은 더 그쪽으로 많이 관심을 갖고 있어서 상황은 어렵지만 그런 면에서는 어렵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한국무용은 호흡과 프리라고 생각을 해요. 댄서들과 연극인들도 그걸 잘 알고 있고 그걸 배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들이 한국무용을 배움으로써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에서 좋은 작품이 뉴욕에 와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장광열: 밖에서 바라봤을 때 우리나라 무용계는 어떻게 비춰지나요? 솔직하게 진단을 해주세요.
김윤정: 제가 바라볼 때 좋은 건 우리 국내 무용계나 댄서들의 수준은 정말 높아요. 그런데 예술이 테크닉의 연마나 그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많이 아쉬워요. 주입식 교육의 문제일 수도 있고요. 즉흥이나 표현무용 수업을 해보면 학생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률적으로 표현이 나오는지 정말 신기해요. 저는 그걸 깨는, 생각의 각도를 열어주려는 수업을 많이 해요.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테크닉과 기본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깨고 나면 좋아지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거예요.
네덜란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떻게 저렇게 게을러?’라는 생각을 하는데 막상 무대에 서면 시선은 다 외국학생들에게 가요. 표현력이 풍부하니까. 우리는 춤에 갇혀있으니까 관객의 눈을 끌지 못해요. 그렇지만 기본이 있는 아이들이 깨어나서 표현력도 갖추면 훨씬 좋더라고요.
이양희: 미국은 약간 다른데요, 무대에 서면 동양정서를 갖고 있는 애들이 공간 쓰는 능력이 뛰어나요. 미국사람들은 표현력은 좋지만 좀 단순하고 깊이가 없어요. 반면에 동양인들만이 갖고 있는 자연적인 깊이가 있더라고요.
뉴욕사람들은 즉흥 할 때 4차원 적인 것으로 올라가면 결국 동양적 사고로 가고 그것을 분석하려고 해요. 관심이 많으니까. 그래서 저는 거기서 작업할 때 ‘내가 갖고 있는 것과 그들이 갖고 있는 똑같은 것이 왜 다른지를 그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그게 제게는 철학이 되었죠.
김윤정: 국내 공연들을 보면 프로그램 내용은 제목과 컨셉이 다른데 음악이나 표현법과 같은 흐름들이 다 비슷해요. 안무라는 게 동작과 음악을 맞춰서 풀어가는 것도 좋지만 좀 다양하게 뒤집으려는 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컨셉을 세웠으면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던 나의 초심이 잘 가고 있는지 중간점검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용을 보면 아주 다른 데도 무대를 막상 보면 비슷한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미리: 같은 동작을 해도 아시아인들이 하는 것은 틀려요.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제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리고 싶은 게 아니라 ‘이미리’라는 제 이름으로 나가고 싶어요. 추세를 따라가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진정성이 보이면 몸을 많이 움직이든 가만히 있든 알아주는 것 같아요. 자기가 갖고 있는 색을 작품에 쏟아 낸다면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아의 춤이라고 나갈 것도 아니고 한국무용이라고 나가는 것도 아니라 나는 내 춤을 춘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춤으로 만들어 내면 ‘와!’하면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양희: 제가 한국무용을 전공한 게 어느 순간 장점이 아니라 벽처럼 다가오더라고요. 한국무용을 30년 하다 보니 내가 마음대로 움직이더라도 이게 정말 나의 움직임인지 너무 혼란스러워서 춤을 출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정말 공감되는 말이 ‘내가 누구냐’라는 거죠.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서 뉴욕에서 살고 있는 나라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게 뭐냐.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진짜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윤정: 내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그 선을 넘어서야 하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그냥 서 있다가 끝나든 움직이다 끝나든 그 안에 진정성이 있으면 사람들은 분명히 그것을 느껴요. 그것에 열광하는 거죠, 사실은.
이미리: 맞아요.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에 관한 의문을 항상 갖고 있어야지 저절로 얻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장광열: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의 계획들을 들려주시지요.
이양희: 전 무대에 서는 사람이니까, 아티스트로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저 자신에게 계속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솔직히 한국에 적응을 잘 못해서 (웃음) 원대하게 이런 게 있고 저런 게 있고 가르치거나 소개하기보다는 아직은 작은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미리: 저는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럽에서 활동하는 ‘이미리’라는 예술가로 남고 싶은데 제 가능성을 계속 실험해 보고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가능성을 다 가지고 실험해보고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사람이 재능이 정말 많다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기가 느껴야 그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혼자 거기서 자리 잡느라 힘들었는데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을 표현하니까 먹힌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저는 기회가 된다면 제 주변에 실력 있는 사람들을 여기 데려와서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여주고 싶어요. 그걸 본 사람들이 스스로 깨어날 수 있도록.
김윤정: 저는 목적이 있으면 집중이 안 돼요. 저는 목적 없이 사는 게 인생모토였고(웃음) 영원한 현재에 머물고 싶어요. 제가 하는 것이 어느 날 춤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지라도 나만의 것을 하고 싶어요. 저는 항상 새로운 형식에 목말라 있고 그런 것들을 봤을 때 그 자체로 감동이 와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내 나름대로 최대한 새로울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그런 형식과 내가 무엇을 표현할지에 관해 좀 더 몰두해서 할머니가 되기 전에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작게라도 남기고 싶습니다.
장광열: 오늘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함께 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정리_남궁진아
2011.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