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전통춤, 현장과 진단 3
전통춤 교육 과정의 혁신이 시급하다
  • 일    시
    2022년 5월 18일 오후5시
  • 장    소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 사    회
    김영희
  • 참석자
    문희철, 이정민, 권효진


ⓒ춤웹진




김영희(전통춤이론가, 춤비협 회원): 전통춤의 현장과 현안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오늘 세 번째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좌담보다 연배를 조금 올려 이제 중견을 바라보는 전통춤 활동가들을 모셨습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간단히 해주시겠어요?

문희철(한양대 겸임교수): 저는 이매방류 승무 이수자입니다. 용인대 무용학과 학,석사를 거치며 이매방선생님을 만났고 한양대에서 ‘한국전통춤의 한류 창출방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대학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전통춤 수업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공연에 캐스팅되어 공연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정민(수원대 문화예술학부 객원교수): 강선영류 태평무 이수자이고, 대학에서 무용 강의를 하며 전통춤 연구를 병행합니다. 이화여대에서 무용학 학사·석사, 성균관대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전통춤 연구에 움직임 분석학, 몸학을 접목하는 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권효진(한국전통춤회 회원): 저도 승무 이수자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예술사, 예술전문사를 졸업한 후 이애주 선생님을 만났고, 성균관대 무용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하면서 이애주 선생님 춤의 생명 몸짓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한예종 평생교육단에서 일반인 대상 승무 수업을 하며 이애주문화재단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권효진 ⓒ춤웹진




김영희: 지난주 이애주 선생님 추모 1주기 행사가 있었지요. 행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권효진: 이애주문화재단, 한국전통춤회, 사)한국민족춤협회 등이 주최하여 5월 10일에 마석모란공원에서 ‘이애주 선생 1주기 추모 나눔굿’이 있었어요. 추모비 세우기가 있었고, 책 헌정례, 그리고 ‘울림’이란 제목으로 춤, 판소리, 노래, 시낭송, 풍물 등 추모공연이 있었어요. 11일에는 경기아트센터에서 추모공연이 있었구요. 책은 이애주 선생님이 살아 생전에 쓰신 글들을 출판했는데, 『승무의 미학』, 고구려 춤의 상징체계를 연구한 박사 논문과 소논문을 모은 『고구려 춤 연구』를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생전 구술로 남긴 생애사를 정리한 책이 나올 예정입니다.

김영희: 그렇군요. 강선영 선생님 제자분들은 근래 어떤 활동이 있나요?

이정민: 강선영 선생님 제자 중 태평무 예능보유자로 이명자 선생님과 양성옥 선생님이 계신데, 양성옥 선생님께서 2020년에 강선영춤전승원을 개원하셨어요. 작년 10월에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강선영춤-맥’을 주제로 공연을 올렸습니다. 선생님의 지도하에 〈태평무〉, 〈승무〉, 〈훈령무〉와 〈본Ⅰ디딤〉, 〈본Ⅱ 입춤〉도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김영희: 이매방춤보존회는 작년 공연 이후 저작권 문제가 또 불거졌지요? 보존회 상황은 어떤가요?

문희철: 저는 우봉이매방춤보존회에서 감사를 맡고 있다가 잠시 활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보존회는 정기공연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얼마 전 큰 이슈였던 저작권 문제로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모두가 이해 가능한 법적 합의점이 도출되어 이매방류 전통춤 전승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전의 보존회는 사단법인이 아닌, 일반단체였기에 회장 선거나 보존회의 다양한 운영 측면에서 정관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도제식 교육이 강한 시기에는 이매방 선생님의 말씀을 법처럼 따라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었죠. 그래서 이를 극복하고자 저작권 문제가 발생했을 즈음 사단법인화가 추진되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봅니다.




문희철 ⓒ춤웹진




김영희: 문희철, 권효진 선생님은 대중 강습을 한다고 소개해주셨는데,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서 수업이 열리고 있지요?

문희철: 저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여는 문화학교에서 12년째 이매방류 〈승무〉와 〈한량무〉를 수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갔을 때 일반인들이 전공자보다 더 열정을 갖고 수업에 임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김영희: 동호인 내지는 마니아를 가르칠 때와 전공자를 가르칠 때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문희철: 전공자는 춤의 기본기가 되어 있다 보니 순서를 빨리 익히고 이해력이 높다면, 일반인 대상 수업은 순서를 많이 못 나가고 자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신기했던 점은 전공자가 아니기에 쉽게 간략하게 넘어간 부분을 오히려 다음 수업 때 깊이있게 질문하고, 영상을 찍어서 동작을 세세하게 분석하시더군요. 또 “저번 주에는 이렇게 하셨는데 왜 오늘은 이렇게 하세요?”라고 질문하실 땐 깜짝 놀랐습니다. 춤에 즉흥성이 있기에 같은 동작이라도 자로 잰 듯하게 매번 똑같이 할수 없는 부분이 있지요. 2010년 무렵 국립단체 무용단원들의 겸직 및 외부활동이 잠깐 금지된 시기가 있었는데 국립국악원 안무자님 추천으로 20대 때부터 수업을 하게 되었죠. 초기에는 떨려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수업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일반인 수업이라고 쉽게 하거나 대충하는 걸 원치 않으시고 원형, 원본을 오히려 굉장히 중시하는 모습이 의외였습니다.

김영희: 흥미롭군요. 권효진 선생님은 어떠셨나요?

권효진: 작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평생교육단에서 전통춤 〈승무〉 수업을 하고 있어요. 한예종 졸업생이자 〈승무〉 이수자인 저에게 기회가 생겨서 수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강의하며 신기한 점은 춤을 적당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열정을 갖고 끝까지 성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코로나가 극심할 때는 수업의 반 정도는 ZOOM으로 만나고, 코로나19 방역이 조금씩 풀리면서 대면수업이 가능해졌어요. 대면 수업은 실제 강의로 소통하며 진행하면 되는데, ZOOM에서는 하나하나씩 상세하게 안내하고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춤사위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구전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춤장단에 따른 춤해설을 안내하고, 춤사위를 장단마다 영상으로 담아서 설명합니다.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학습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본 강의에서는 수강생들의 학습을 모니터링하고 진행하니 대체로 영상을 수업 교재처럼 인식하고 스스로 공부하고 오시더라고요. 그리고 춤의 인문학이나, 시대별로 어떻게 만나는지, 춤을 추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갖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김영희: 춤에서 역사나 배경에 대한 설명해드리면 수강생들이 잘 이해합니까?

권효진: 저는 이애주 선생님의 춤철학을 공부하며 깨어있는 삶과 춤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춤과 하나되어 전통예술을 바라보고 그 역사와 배경을 설명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제가 충분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만, 이론서나 참고문을 통해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실기전공자이다 보니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남아있습니다.

문희철: 전통진흥재단 문화학교에 오시는 분들은 사회적, 지적 경험이 많고, 다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분들이 많아요.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라 시야가 넓고 생각치도 못한 질문을 많이 하셔요. 이론 공부도 하시더군요. 어떤 법조인은 노트를 들고 다니셔요. 장단을 모르시지만, ‘구음 하나 할 때 오른발을 들어서 왼발에 힘을 주고 뒤꿈치부터 딛는다’ 이런 식으로 무보를 만들더군요. 매주 영상 촬영하고 분석하는 걸 보면 대단하고, 오히려 제가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이정민 ⓒ춤웹진




김영희: 정말 전통춤에 관심이 높으신 분들도 있네요. 이정민 선생님, 두 분 이야기 들어보니 어떻습니까?

이정민: 저는 2011년쯤부터 대학에서 강의하기 시작했고, 4년 전에 1년간 한예종 평생교육원에서 강선영류 즉흥무 수업을 했습니다. 제 수업에 참여한 분들은 연기자, 음악가, 도서관 사서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가로 진지하게 한국춤을 배우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대로 일반인들은 춤만 추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 배경이나 이야기, 춤의 이면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 고민하고 학습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평생교육으로서 무용교육은 전문인 교육이 아닌 문화예술교육으로서 무용교육입니다. 따라서 전문 교육으로서의 수행성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춤을 읽어내고, 수행하고, 감상하고, 춤으로 소통하는 활동 영역이 다 골고루 학습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무용계가 그러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춤만 수행해서는 학습자들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전공자들이 더 공부가 필요합니다.


전통춤 대중교육에 참여도 높다

김영희: 평생교육으로서 전통춤 대중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셨네요. 지난 좌담에서 고령사회가 되고 있으니 “전통춤 교육으로 졸업생들의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다“ ”전통춤 대중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마니아 내지는 동호인 교육이 어떤 측면에서 전통춤계에 도움이 될지 의견을 제시해주세요.

이정민: 네 지난 좌담에서 평생교육 분야 취업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전문 실기, 테크닉 위주 교육을 받아서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은 전문가 교육보다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더 많습니다. 현재 대학에서는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을 위한 필수 과목을 이수하면 졸업할 때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으로서 무용교육을 공부하면서 이론적으로 학생들의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아요. 문화예술교육으로서 평생교육의 접근 방식을 알게 되는 거죠. 그리고 대학에서 교과 개설의 한계로 주력하지 못하는 전통춤의 영역은 보존회에서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보면 보존회가 예술학교, 컨서버토리처럼 실기 교육과 실기 관련 인문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관련 지원사업을 해보는 거죠. 또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서 학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보존회끼리 공유 가능한 전통춤 이론이나 근현대 춤 역사가 있다면 각자 하지 말고 함께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학에서 할 수 있는 학생 교육과 더불어 전통춤의 보존회 단체에서 할 수 있는 전통춤 심화 교육이 같이 가면 좋겠죠.




김영희 ⓒ춤웹진




김영희: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준비와 전통춤 보존회 단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말씀해주셨어요. 대학이 전통춤의 대중교육 관련한 일을 다 맡아 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이정민: 그렇죠. 지난 좌담에서 제안된 전통춤 장단 교육이나 복식 교육도 필요하지만, 대학의 학과에는 졸업을 위해 정해진 학점 체계가 있기 때문에 전통춤의 세부적인 심화 교육은 각 보존회가 맡아서 작품별 기법이나 장단, 역사 등에 관한 지식을 배포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희: 보존회가 없는 춤 종목은요?

이정민: 보존회가 없거나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통춤을 전승할 때는 큰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우리 것을 지켜나가는 거잖아요.

권효진: 보존회가 없는 종목 같은 경우는 우리 것을 탐구하고 전반적으로 안내를 제공해주실 분이 안내해주시는 거죠. 배울 사람들이 꼭 보존회에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니라 형평성 있게 전체를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안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영희: 예술적 성취뿐 아니라 무용인들의 취업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통춤을 가르치는 시민교육은 그 외에 대학교 평생교육원, 국립극장 문화학교, 백화점 문화센터, 각 구청이나 각 문화원 등 층위와 단위가 다양합니다.

문희철: 일반인들과 대화하면 ‘무용은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무용이 급격히 일반화되기 시작했던 건 김대중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의해서입니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없었는데, 각 동사무소에다 문화 강좌를 개설했고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곳도 있고요. 저는 기존의 것이 더 확장되고 발전되길 바랍니다. 새 영역을 뚫는 것도 좋으나 만드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 전통진흥재단 문화학교는 수강생이 몇천 명이지만, 코로나 전에 국립극장이나 각 기관에서 과목을 많이 축소했더라고요. 경기도무용단, 여성회관, 지역 센터 등 명맥을 유지하고 수업을 주관할 단체가 있으니 강사의 역량을 강화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이 더 체계화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각 시에 있는 극장은 문화시책을 따라야 하잖아요. 그리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초창기 20개 정도 수업에서 현재 80개로 늘어났어요.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여하는 곳은 강사를 공개 채용합니다. 저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문화학교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김영희: 국가 기관에서 주관해서 운영 수준이 있겠지요.

문희철: 전통진흥재단 문화학교 수강생이 몇천 명이라고 합니다. 결국 대중교육의 성과는 티켓 파워로 나타나고, 팬들도 형성되서 팬카페도 있더라고요. 전통춤계가 척박하고 돈도 못 벌고 배고픈 상황에서 그나마 전통이 유지되고 있어요. 따라서 기존의 것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권효진: 전통춤 시민교육이나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슬라이드를 가지고 시대마다 인물론이든 어떤 주제든 간에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수업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그런 수업을 하는데 일부러 찾아 듣잖아요. 학교가 아닌 도서관에서 수업하면서 토론도 하고 전공자에게 많은 정보를 안내해주는 거죠. 평생교육 실기에 앞서서 인문적으로 접하다 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다양한 길을 선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영희: 전통춤을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죠.

권효진: 평생교육원은 10~15주 만에 〈승무〉를 배워야 하므로 춤 해설을 미리 찍어서 보내줘야 합니다. 수강생들이 미리 숙지하고 수업에 임하는데, 자기 몸에 익을 때까지 안 넘어갑니다. 그런데 수강생분 중 대기업 정년퇴직하신 분이 승무 북을 학습하는데, 정간보에 그려진 승무 가락을 제공해달라며, 남사당 경기도도당굿, 설장구 등 본인이 다 채보하였다며 보여주시는데 전통에 대한 애정과 열의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정민: 정말 애호가군요.

권효진: 네. 본인 나름대로 마지막에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거예요. 이런 걸 보면서 무보 작업이나 강의 개요 책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효진, 김영희 ⓒ춤웹진




전통춤 교과 과정 손질돼야

김영희: 그럼 대학에서는 전통춤 교육을 위해 어떤 측면을 준비해야 할까요? 대학 무용과는 대중교육을 위한 교육보다, 공연 자체나 무용가 육성 중심이지요. 근래 실용 댄스나 무용 치료 등에 관한 과목을 교육하기도 하고, 문화예술교육사를 양성하는 과정이 있습니다만.

문희철: 우선 대학에서 전통춤의 위상을 분명하게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대학의 춤 커리큘럼은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로 3분화되어 있는데, 저는 한국무용 창작과 현대무용, 발레창작을 하나의 창작무용 전공으로 묶어 개편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인들과 한국무용 창작춤 공연을 관람하면 ‘현대무용 잘 감상했다’고 말씀하세요. 현대무용으로 인지하는 거죠. 예전에는 전통춤을 추면 “세련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했어요. 전통이 무시되고 창작을 더 소중히 가치있게 생각하는 풍토가 많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대학 무용학과는 전통보다는 창작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창작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통춤을 하는 입장에서 장단도 해야 하고 복식이나 무구도 더 정확하게 학습돼야 하는데, 이러한 것이 등한시되고 창작춤 위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제가 학습할 때만 해도 전통춤 기본틀의 움직임과 정체성이 없는 창작을 하면 이 작품이 왜 한국무용인지 논란도 있었고 유행처럼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 창작춤을 보면 전통춤 테크닉이 전혀 사용이 안 되고 말로는 철학이나 사상을 차용하고 동작을 해체, 재조합했다고 하는데 전혀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경계가 애매하고 창작자의 주관적이어서 오히려 창작적 자유에 족쇄가 되는 양상으로도 비춰지기도 합니다. 결국 한국 창작무용이 컨템퍼러리 개념으로 가고 있으니 전공에 국한시키지 말고 창작의 개념으로 묶어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용과 교수들이 자신의 전공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 한국무용으로 분류하여 붙잡고 있는 듯해요. 한국 창작무용을 주도한 대학 출신들이 교수가 많이 되셨고 창작을 많이 하시던 분들이라 실기교육에서도 한국무용 창작을 많이 하는 기류가 형성된 면도 있는거 같아요. 제자들도 창작 쪽으로 키우면서 결국에는 전통춤이 소외되었고, 저는 이런 부작용들이 대학 교육에서 시작되었다는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김영희: 대학에서 3분법으로 나눈 전공 구분을 실질적으로 재편해서 한국무용 창작은 컨템퍼러리댄스로 가야하고, 크게 전통과 창작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지요? 그리고 전통춤 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셨고요. 그런데 대학에서만 그렇지, 실제 춤계 전체로 보면 전통춤 영역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희철: 한국무용에서 전통춤과 창작춤이 어떤 몸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느냐에 따라 용어나 분류체계가 대학에서 먼저 정확하게 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대학에서 20년 넘게 교육하며 ‘한국무용은 버선이라도 신어야 한다, ‘한국춤적 요소가 동작에 삽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만, 한국무용의 카테고리 안에서 창작춤에는 한국적인 것은 없고 현대무용 테크닉과 표현법을 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제는 그런 류의 움직임과 작품은 한국무용 창작이 아닌 그냥 창작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3분법 전공 구분이 철폐되고, 나아가 융복합, 융합교육을 위해서 대학 커리큘럼 자체가 다시 정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영희: 동의합니다만, 춤 관련 용어나 분류체계를 대학에서 먼저 정립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춤계 전체가 의견을 공유하거나 합의해야 겠지요.

권효진: 저는 무용계가 춤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짚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춤은 유희적으로 놀면서 하는 것, 전문성을 갖는 것도 있는데, 우리가 춤을 왜 추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다 열어놓으면 좋겠어요. 초, 중, 고, 성인, 선생님들도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을 자유롭게 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춤과 연계된 기획, 평론, 경영 등을 전문가한테 충분히 학습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학에서는 수업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을 보면 맨날 공연하러 다니는데 자신들이 공연하는 이유와 정체성을 찾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졸업후 공연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생활 유지가 힘들다고 해요. 자신들이 들인 공에 비해서 성과가 없는 거죠. 이들이 막상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갈 곳이 없다고 합니다. 어떤 선생님이 “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 출 수 있다”고 하셨는데, 경제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정말 춤출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춤이 춤 속에만 있지 말고, 다른 영역이랑 다양하게 결합할 시기라는 생각이에요. 예를 들면 초, 중, 고등학교 역사 수업하는 선생님과 무용하는 선생님이 협동하는 거죠. 상고시대 춤과 함께 역사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방울이라도 들고 움직이는 걸 경험하게 하면서 그 시대의 역사와 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학생들이 대학에서 자기 전공 외에 복수 전공이든 타 장르와 융복합을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전통원에서 다른 장르와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언어들이 있잖아요. 작지만, 숨구멍을 찾는 작업이 재밌었어요. 대학 때 융복합을 시도하고 석·박사를 가든 과학이나 의학 등 타장르 분야와 춤을 연결한다면 직업 군체가 훨씬 커집니다. 이를테면 한의학은 기(氣)와 연결되는데, 어떻게 몸과 연결되는지, 춤을 출 때 기가 뚫리는 지점이 어딘지 파악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겠죠. 의학을 비롯해 심리학도 그렇고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넓습니다. 대학 역시 춤과 연계한 융합작업들을 결합시키도록 권장했으면 좋겠어요. 춤과 역사, 사회 등 분화되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희철: 융합 수업에 대한 연구는 10년 전에도 있었고, 논문으로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실행되고 있지 않아요. 항상 무용과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요. 갈수록 이론 교수가 있는 대학이 몇 안 되고, 뽑지도 않고요. 그래서 좋은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 융합 교육이 실행되지 않고 연구로만 끝나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무용과 교수들은 ‘한국무용 전공자 10명을 끝까지 데리고 가야 뺏기지 않는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데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시대는 무용가가 춤만 춘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쟎아요. 다른 영역이나 관심 분야가 있다면 보내줘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무용가의 욕심이 세뇌되고, 대물림되다 보니, 20년 전의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이론을 교육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확충되어야 하고, 이론 전공도 뽑을 수 있잖아요.

김영희: 대학 신입생을 뽑을 때 마치 자기 무용수를 선발하는 것 같은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1, 3학년은 어느 교수가, 2, 4학년은 어느 교수가 담당하고요. 그래서 다른 교수한테 춤을 배우기 어렵게 되죠. 언제나 문제로 인식되었지만 계속 되풀이되고 시대가 바뀌어도 똑같아요. 무용계 지도층에 계신 분들이 무용계 전체를 위해서 후세를 위해서 정말 쇄신하지 않으면 전통춤뿐만이 아니라 무용계의 폭은 더욱 좁아질 겁니다.

이정민: 대학 교육과정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제 학창 시절 경험에 비추어보면 전통춤 선생님을 모셔서 레퍼토리 수업도 하고 자유롭게 창작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특히 이론 수업도 다양하게 제공되어, 이론적 토대 위에서 춤을 바라볼 시야를 가질 수 있었구요. 무용과의 문제는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기와 이론을 골고루 배치해야 하고, 학생들의 취업과 연계될 수 있는 실용 학문도 배워야 합니다. 학생들의 욕구도 반영해야 하고, 모든 게 얽혀 있을 것입니다. 권 선생님도 이야기했지만, 졸업생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하잖아요. 이건 전통춤뿐만이 아니라 무용계 전체 문제이지요. 대학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취업시킬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으나 안정된 직업으로 택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무용수 외 다양한 직업군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관련 교과를 만들어서 교육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해진 학점이 있기에 소외되는 과목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여러 측면에서 다각도로 짚어봐야 합니다.




이정민, 문희철 ⓒ춤웹진




문희철: 한예종 같은 경우는 전통춤 수업을 많이 하고, 한양대 역시 한 학년에서 전통과 창작을 함께 필수로 배우도록 커리큘럼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무용단 이외에 다른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수업 역시 개설되었고, 대학에서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학생들도 많이 깨우쳤지만 다양한 작업으로 사회에 진출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전 오히려 교원이 확충되고 교수를 더 뽑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 방면으로 충원되어야 합니다. 연극영화과라고 해서 연기만 배우는 게 아니라 연출, 무대, 의상 교수가 계시잖아요. 한예종은 전통도 지키고 창작을 하면서 이론도 하잖아요. 그런데 일반 대학은 그런 커리큘럼이 아니어서.

이정민: 전국적으로 무용과가 폐과되는 상황에서 내부 비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3분법을 없애자고 하면 세부 전공 전임 채용을 하지 않아도 되니 학교에서 좋아할 수도 있어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문희철: 입시 때 수능을 거쳐 정시로 뽑는 곳도 있지만, 요즘은 거의 수시로 뽑기 때문에 실기 위주죠. 또 한예종과 중앙대 전통 전공, 숙명여대 정도를 제외하고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전통춤으로 뽑는 학생 수가 상당히 적습니다. 창작 위주로 뽑죠. 그러니까 입시생들이 따라하기나 즉흥을 하기 위해 외국 무용음악, 피아노 음악에 맞춰 움직임을 만듭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입시를 창작춤을 작품으로 한다면 따라하기를 전통춤으로 하고, 반대로 전통춤 작품을 한다면 따라하기를 창작으로 한다든지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동아무용콩쿠르의 경우 한국무용 창작부문 예선에서 전통춤을 보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창작하는 학생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전통춤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학생의 경우 군 면제를 목적으로 했을 때, 창작보다는 인원이 적은 전통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더군요. 저 때만 해도 없었습니다. 교수님들이 전통을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고, 이매방 선생님 쪽으로 간다고 하면 더 이상하게 쳐다보았죠. 전통춤 경시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시가 축소되어야 합니다. 고등학생 때 대학을 가기 위해서 창작작품 위주의 실기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안 하는 기계형 인간을 만드는 시스템이잖아요.


전통춤 지원사업이 보완할 점들

김영희: 전통춤의 시민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을 이야기하다가 대학에서 전통춤이 다루어지고 있는 현황까지 말씀해주셨네요. 그럼 전통춤 분야 지원사업은 어떤가요?

문희철: 지원사업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원사업을 보면, 창작에 대한 사업이 많습니다. 심사에 창작자가 많이 들어가구요.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을 봐도 분명히 전통의 영역인데, 앞에다가 창작을 붙이더라고요. 누구의 아이디어로 이런 지원사업이 나오는지 의심하게 되요. 재단 지원사업은 전통 육성이 아닌 다 창작입니다.

김영희: 전통 공연에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죠. 요즘 한류 붐을 타고, 작년에 이날치밴드의 〈범 내려온다〉가 히트하면서 전통 기반의 창작을 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어요.

문희철: 외국 사람들이 한류를 접하고 한국 문화를 좋아하면서 전통이 발전될 수도 있겠죠. 일차적으로 그렇게 갈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전공자보다 더 깊이를 원하고 오리지널을 원하는 것처럼 분명히 외국에서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현대화된 한국무용보다 오리지널을 좋아하시는 분도 분명 있을 거예요. 〈범 내려온다〉는 한국적 콘텐츠를 차용하고 현대적으로 풀어낸 거예요. 요즘 지원사업이 창작 위주로 나오다 보니 전통하던 사람들도 창작해야 하나 고민합니다. 오리지널 전통하는 사람은 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없어요.

김영희: 국립무형유산원의 레지던시도 전통을 기반으로 창작을 하는 거죠. 각 전통 장르들이 모여서 장르들이 결합한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전 그런 작업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안서나 작품 설명서를 작성하려면 전통을 철저히 알아야 합니다. 전통공연예술 전반을 알고 있어야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기 때문이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사업도 근래 창작을 요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선정자들을 보면 무용 쪽은 거의 없습니다. 무용 분야 활동가들이 텍스트가 부족한 거죠. 전통춤을 추는 사람이 그 전통춤이 어디에서 췄고 어떤 구조에서 췄던 춤인지 분명히 알지 못해요. 그래서 연극이나 소설, 시 쓰는 사람들한테 콘티를 맡기는 거죠.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춤이 종속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전통을 토대로 한 창작을 진흥하려는 의도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융복합 내지 다원예술 작품에서 춤은 소모될 수 있어요. 무용수도 밑그림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 전통춤 교육 내지는 전통춤 무용가들의 관심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춤에서 무엇을 볼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춤사위만 볼 게 아니라 구조라든지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는 이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구요.
 전통춤 지원제도 이야기를 하다가 무용계가 콘텐츠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네요. 지원 제도에 대해서도 지난 좌담에서 신인과 원로예술인 지원사업은 있는데 중간 세대의 지원사업이 적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권효진: 저는 지원사업에 몇 번 떨어졌어요. 그런데 선정된 분들을 보면 연배가 있으시더라고요. 사회자님 말씀대로 텍스트를 잘 쓰면 되겠지만, 어떤 때는 나이 때문에 떨어지는 것 같아요.

김영희: 그러면 세대별로 끊어서 지원사업을 해야 할까요?

권효진: 그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문희철: 신진에 밀리고 원로에 밀리는 거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창작, 한류도 좋지만, 너무 창작 위주로만 나와요. 전통을 지키고 변형되지 않은 전통을 고수하는 것도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니 이런 쪽으로 지원사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영희: 한국문화재재단에서 하는 이수자 지원사업이 있고,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주최하는 이수자뎐도 있어요. 이것도 요즘에는 창작적인 구성을 갖추도록 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여러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전통춤 기획이 있고, 문화재 종목들은 정기발표회가 있고요. 하지만 무형문화재 종목이 아닌 전통춤들은 제도적인 지원이 매우 약하지요.

권효진: 국립무형유산원에서 하는 ‘무형유산 전문공연예술 실무전문가 과정’이나 ‘무형문화재 신규 이수자 입문과정’이라는 교육 사업도 있는데 저는 참여하진 못했습니다.

김영희: 전통춤 하시는 분들이 그 교육과정에 열심히 참가하시더군요. 그런 교육사업은 전통춤 기획이나 무대기술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니 유익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석사, 박사과정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전통춤 이론이나 공연 제작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없어요. 전통춤에서 인문학과 관련된 내용들을 기관에서 개설한다면 전통춤 공연이나 교육 현장이 더 풍성해질 겁니다. 전통춤 이론을 알면 춤으로 훨씬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으니까요.

이정민: 지원금을 받고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은 예술 생산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전통춤, 전통 기반 창작춤 모두 춤만 추는 게 아니라 춤 연구자가 되고 작가 정신을 가져야 가능한 예술 활동입니다. 저는 전통춤을 전수한다는 게 너무 자랑스런 일이라고 생각해요. 작가 정신을 가지고 본인의 춤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으면 전통춤 분야라도 지원사업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연구가 많이 필요합니다.

김영희: 지금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춤 공연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만 하지 말고 연령별, 주체별,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 사업이 다양하게 설정되어야 겠습니다.

문희철: 그리고 한국문화의집 KOUS에서 주최한 ‘팔일’이 큰 의미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공연에 뽑히면 기획자한테 돈을 주고 표를 사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팔일’ 이후에는 출연료를 받고 대우받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팔일’을 통해 전통춤 마니아층도 생겼잖아요.




ⓒ춤웹진




정체성 확립 필요한 보존회 운영

김영희: 네. ‘팔일’ 기획공연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차후에 논의할 기회를 갖지요. 전통춤계에는 여러 보존회가 있는데, 결집이 잘 되는 보존회가 있지만 분란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보존회 운영에서 어떤 점이 우선시되어야 할까요? 선생님들이 다 보존회에 소속하고 계시니까 활동하시면서 느꼈던 점이 있을 겁니다.

문희철: 보존회마다 정체성을 정확하게 확립해야 한다고 봐요. 친목으로 갈 것인지, 올곧게 보존할 건인지 정체성 확립이 우선입니다. 춤을 보존하고 지키는 쪽으로 정해진다면, 사단법인 정도가 아니라 문화재청같은 상위 기관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정관을 지켜야 합니다.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어야 이상적인 보존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희: 중요한 지적을 하셨네요. 가능하면 보존회를 조직하는 추세입니다. 단체 종목의 경우 보존회가 당연히 있고요.

권효진: 말씀하신 대로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전공자들, 평생교육과 연결되는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교육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하다 보면 분리가 잘 안되고 엉성하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 하면 정갈하고 질서 있게 갈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존 사업으로는 부족하고 계속 판을 벌여야 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타 장르와 춤을 어떻게 엮을 것인지,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죠. 사실 스스로 잘하면 됩니다. 그러나 일반인이 봤을 때 어떤 춤인지 인지되어야 전통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흔들리지 않고 계속 잣대를 잘 갖고 가는 것, 꾸준한 마음 지킴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김영희: 역시 정체성을 잘 확립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이정민: 개인의 자율성과 정체성 확립의 측면에서, 예술이 규율과 관리 감독하에 있어야 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무용가 스스로 관리 감독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뿌리, 문화를 어떻게 브랜딩하고 자기 춤을 어떻게 특성화할 것인지, 문화적으로 시민에게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오늘 논의했듯이 보존회 차원에서 실기 교육뿐 아니라 종합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게끔 큰 교육관 다시말해 관점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하고, 개개인이 보존회에 소속감을 느끼고 이 춤을 이어갈 수 있는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개개인이 전통춤을 지키고 이어간다는 사명감과 공공재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나라의 전통예술을 전승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 사명감을 갖고 임하면, 단체는 잘 될 수밖에 없어요.

김영희: 자기 정체성을 갖고 문화재청이나 관련 기관에 전통춤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의견이 있다면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리 감독을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 조직에 무엇이 필요한지 찾고 사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능동성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영희: 문희철 선생님은 남자 무용수로서 활동이 어렵지 않으셨어요?

문희철: 저는 처음부터 전통춤이 좋아서 한 게 아니라 용인대 무용학과 학생 시절 이매방 선생님이 전통무용 대우교수로 오셨어요. 그전에는 창작 위주로 했죠. 그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대학에서 전통은 한영숙류 위주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매방 선생님 춤은 기생춤이라는 인식이 강했고요. 그런데 이매방 선생님이 〈살풀이춤〉을 가르쳐주시는데, 그 춤을 처음 추어보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잘 때도, 밥 먹을 때도 그 춤 생각밖에 안 났어요. 자연스럽게 문하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저 때만 해도 남자가 전통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봤어요. 이매방 선생님 때는 훨씬 심했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완화된 것 같아요.

김영희: 네. 오늘 좌담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5월 초에 초중등학교 음악교과에서 국악 관련 교육을 없앤다는 정부 발표에 국악계가 서명운동 등을 하고 단체 행동을 했어요. 판소리 명인이신 신영희 예능보유자께서는 정부 시책에 반발하고 무형문화재를 반납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주시기도 했어요. 이제 선생님들은 전통춤 현장에서 발을 빼기에는 어려운 나이가 아닌가 싶고 전통춤계의 허리 역할을 하셔야 할텐데요. 마무리하면서 한 말씀 씩 부탁합니다.

문희철: 어느 선생님이 우스개소리로 하신 말씀이 있어요. 죽기 전에는 바뀌지 않을 것 같고, 다 죽더라도 그 다음 세대가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한 결국엔 똑같을 거라고 하셨어요. 문제점을 진단하면 한도 끝도 없는데, 그래도 여태까지 여러 선생님들이 버텨주셔서 전통춤이 지켜졌으니 전통춤을 하는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창작은 많지만, 전통춤을 주제로 이번처럼 릴레이, 세대별로 좌담은 연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의미있는 자리였어요.

이정민: 오늘의 춤이 내일의 춤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람의 힘과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몸으로 전해지든 연구를 통해 기록으로 전해지든 각자의 위치에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논의했던 평생교육과 문화예술교육 차원의 교육, 또 학교 교육이 공교육인데, 전통춤 교육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온 무용계가 손을 잡고 합의해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인교육을 위한 무용 교육, 전통춤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전문가들이 더 많이 토론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좌담이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처럼 각자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모일 수도 있고 때론 치열하게 토론할 수도 있겠죠. 전통춤 좌담의 장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권효진: 우리가 모두 춤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할 수 있게끔 모두가 춤을 췄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아무 데나 가서 춤을 출 수 있는 상황이 와야겠죠. 어디서든 〈승무〉도 추고 〈살풀이춤〉도 출 수 있도록요. 그렇지만 전문적인 교육도 필요합니다. 저 또한 학문이나 이론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춤은 몸의 언어입니다. 말이나 글로써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몸의 언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춤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것, 사회에 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목소리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김영희: 네. 세 분 전통춤 활동가들의 좋은 말씀들 감사했습니다.

김영희

전통춤이론가. 김영희춤연구소 소장. 역사학과 무용학을 전공했고, 근대 기생의 활동을 중심으로 근현대 한국춤의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개화기 대중예술의 꽃 기생』, 『전통춤평론집 춤풍경』을 발간했고, 『한국춤통사』를 책임편집하고 공동저술했다. 전통춤의 다양성과 현장성을 중시하며, 검무의 역사성과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검무전(劍舞展)’을 5년째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 ​​​​

2022. 6.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