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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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19년 12월 12일(목) 오후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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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아카데미아 인(서울 동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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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채희완 김채현 이종호 장광열 이만주 김영희 권옥희 이지현 서정록 김혜라
- 국내 공공지원기금의 지원 결정 내용과 관련하여 2019년도에도 말들이 무성하다. 공공지원기금의 성격상, 그 결정이 언제나 완벽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2019년도의 심의 결정 내용은 아마도 역대 최악이고 수준 이하인 데에다 심각한 편파성을 보였다는 것이 춤계 중론이다. 이 점에서 한국춤비평가협회 차원의 진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앞으로도 공공기금의 운영을 주시하고 진단하는 작업이 지속되어야 한다.
- 촛불 집회를 계기로 들어선 현정부가 무엇보다 민주주의 정신에 충실한 국정 운영을 기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2019년도의 결정은 더욱 실망스럽고, 현장의 원성(怨聲)이 높다. 정부도 춤계 내에 이런 여론이 비등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한국춤비평가협회 차원의 진단과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
- 한 마디로 심각한 난맥상을 보인 2019년도 문예진흥기금 등 공공지원금 사업을 주제로 이번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 방담을 진행한다. 우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서울문화재단 등의 2019년도 지원 심사에서 드러난 부조리한 사례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기금 사업과 서울무용제 등의 문제점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방담을 진행하기로 한다.
창작산실 지원 심의, 심의위원 편파성에 휘둘려
- 창작산실 심의는 장르별 전문가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했던 것 같다.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무용일반, 평론 분야 각 한 명씩 5명이 참여했다. 그 가운데는 말하자면 ‘나는 다른 장르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내 장르에만 깊이 관여하겠다는, 의도가 의심되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겉으론 공정한 심사라 해도 이런 심사위원들의 점수 때문에 결국 결과가 흔들리게 된다. 다시 말해 참여한 심사위원들이 자기 관심분야에만 치우쳐 심사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는 공정한 심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완전히 객관적인 심사는 하기 힘들다. 완벽한 심사도 없고, 완벽하게 공정한 결과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무용계를 좀 크게 보는 시각 정도는 가지고 심의에 임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무력감이 들었다. 또 하나 발레 창작이 3차에 많이 올라왔는데 어떻게 1, 2차를 거쳐 올라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시놉시스들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 이전엔 심의에서 편파성을 막고 보완하기 위해 기금 관리 담당자들이 중재 의견을 내기도 했었다. 요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이 절대 말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게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
- 2019년도 창작산실 쇼케이스 1차는 서류심사, 2차는 인터뷰 심사로 알고 있다. 대개 현대무용 팀이 가장 많이 지원하고, 발레, 한국창작춤 순으로 지원한다고 들었다. 2차 심사 결과 16개 단체를 보니 현대무용과 발레가 거의 비등한 숫자로 올라갔다. 제목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발레 장르에서 선정된 작품 중에 발레로 소화할수 있는 주제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던 작품들이 있었다. 발레가 외형적으로 성장하긴 했으나 텍스트 소화 능력이 아직 빈약하다고 보는데, 발레 작품들에 대해 평균 이상으로 점수가 후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위원들의 심의 점수를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
- 또 하나 생각할 점으로, 창작 산실의 원래 취지가 선택과 집중이지 않는가. 2차 심사 때 16편이 올라갔는데, 2차 심사에 선정되는 작품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들었다. 선정 팀이 많아지면 결국 창작자들에게 제작비가 분산되기 때문에 원래 취지가 살려지지 않을 것이다. 가능성 있는 작품에 투자를 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자는 취지이므로, 특히 실기 분야 심의위원들은 장르를 구분하지 말고 공정한 심사를 해야할 것이다. 장르 이기주의에 빠진다면, 한국 창작춤에서 창작의 산실로서 역할해야 하는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 결과를 보다보면 모든 단체에게 일정액을 일률적으로 배정한 결과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이 경우 심의위원들이 자신들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체로 장르별 안배를 고려해 선임된 심의위원들이 자기 장르만 챙기고 다른 장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심의시간 단축이나 불필요한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에 대한 부담을 벗어나고자 하는 발상에서 야기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심의에 참여했던 경험에 의하면 이 같은 발상은 심의위원으로서의 전문성이 없거나 춤계 전반의 흐름을 모르는 심의위원들이 다수였을 경우 그들이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이다. 지원서류를 검토한 심의위원들의 의견이 서로 크로스 체크되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나 재 논의되어야 할 사안 등이 공유되어야 함에도 이런 과정 없이 심의위원 개인의 점수에 의해 심의가 이루어질 경우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단체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 다 아는 말이라 하겠지만, 공공 지원금의 심의위원으로 선정된 경우 그 권한 만큼 책임도 뒤따른다는 것을 인지해 성실히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창작산실을 만든 배경으로서 이 제도가 출발한 원래 지점이 발레분야였다. 발레 쪽에 워낙 창작 활동도 적고 작품도 나오지 않다보니 발레를 육성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지원금을 국립발레단에 주어 시작하다가 다른 장르에서 들고 일어나면서 전 장르로 확대되었는데, 첫 시작이 이러하다보니 보이지 않게 발레 장르를 밀어줘야 한다는 심리가 깔려있는 듯하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장르 안배에 따라 들어가 있는 심사위원이 전체를 보지 않고 자기 장르만 챙기는 거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것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올해 창작산실 작품을 다 관람했다. 그 결과 창작산실 작품에서 선보인 발레 분야 작품의 창작적 가능성은 암울했다. 단순히 발레를 육성한다는 취지에 비추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단체를 수차례 지원하는 것은 그들의 미래에 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국립단체 수장으로 있었던 모단장과 함께 일했던 댄서나 관계자들이 여러 지원금 혜택을 받는 경우가 더러 눈에 띈다. 작품의 질이 성숙된 결과를 담보해 내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원받는 혜택과 반비례되는 결과물을 보면 지원금 심사과정의 투명성이 의심된다.
지역대표예술축제 지원 심의, 수준이하 문제점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심사위원 구성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다. 몇 년 전부터 심사위원 풀제를 가동해서 심의위원들을 자천, 타천으로 받고 있다. 심사위원의 2배수나 3배수를 문예위 직원들이 만들고 해당 분야의 문화예술위원이 최종적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것으로 안다. 문예위도 어떤 게 좋은 심사방식이냐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런 방식을 해봤겠지만 심사위원 풀을 자천, 타천으로 받는 것부터가 문제다. 우선 개인은 누구를 추천하기가 어렵다. 내가 어떤 누구를 추천하고 싶으면 그 사람의 이력, 경력을 모두 써 보내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반면 큰 단체나 협회처럼 이미 자리 잡힌 곳에서는 추천하기가 쉽다. 그래서 그런 큰 단체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우선 풀에 올라갈 가능성이 많아진다.
- 그렇게 심사위원 풀을 확보했다면 그 다음 중요한 것이 문예위 담당직원들의 안목과 양식일 것이다. 지역대표예술축제 심사위원의 경우 최종 심사위원이 5명이었으므로 담당직원들이 3배수인 15명을 골라 무용담당 문화예술위원에게 넘겼고 그 문화예술위원이 최종 심사위원 5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그 5명 중 3명이 누가 봐도 특정 패밀리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심사 결과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42%, 창무국제예술축제 100%, 대형 발레행사 2건이 각각 40% 정도 삭감되었다. 2019년도 지역대표무용축제의 전체 예산이 전년도보다 20% 줄어든 상태로 배정되어 있었으므로 각 축제에 대한 지원금이 골고루 20% 정도씩 줄어들었다면 이해할 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위 행사들이 터무니없이 깎인 반면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들은 거의 다 전년도와 비슷하게, 정확히 말해 500만원씩만 삭감되었다. 즉 전년도에 1억8천만원을 받았으면 올해 1억7천5백만원을, 전년에 7천만원을 받았으면 올해는 6촌5백만원을 받은 식이다. 게다가 한국무용협회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협회 행사들도 약속이나 한 듯 정확히 5백만원씩만 깎였다. 게다가 평가가 워낙 나빠 아예 지원대상에서 탈락돼 있었던 한국무용대상과 코리아 모던댄스 컴피티션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순수예술축제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거리가 있는 천안흥타령축제가 가장 큰 금액을 받은 것도 많은 무용인들의 원성을 샀다.
- 심사위원 5명 중에 2명은 나름 객관성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3명이 문제였다. 3명 모두 같은 학회 소속이며 같은 특정인과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걸 무용계에서는 다 알고 있다. 축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서울 지역 축제 현장에서 얼굴 한번 본 적 없었던 사람들이다. 이 3명 중에는 연극과 교수도 있었다. 연극인이라고 해서 무용축제를 심사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무용축제와 관련된 그만한 이력이 있어야 말이 된다.
- 심사총평을 보니, 행사명은 지칭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창무국제예술제에 대한 것일 텐데,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오랜 세월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예술적인 변화나 향상을 위한 노력이 공공연하게 낮게 평가받는 행사도 사업계획 심의 결과와 지난해 평가 결과를 고려해 탈락되었다. 해당 단체의 탈락으로 인해 무용계에 미칠 파장을 염려해 소액이라도 지원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어차피 행사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고…(중략)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다.” 어차피 취소할 것 같아 제외했다…? 이 무슨 배려심 과잉이란 말인가? 심사위원들의 의식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명언(?)이었다. 이런 내용을 심사평으로 남길 정도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 올해 심사위원 구성이었다. 시댄스와 창무측은 문예위 지원심의 옴부즈만위원회에 항의도 했었다. 옴부즈만위원회에서는 3명 중 1명은 몰라도 3명 전체가 편파성 문제가 있는 인물은 아니라면서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했었다.
- 제시한 개선책 또한 수준 이하로 비판받은 줄로 안다.
- 그 개선책이라는 것을 보면 어안이 벙벙하다. “이번 심사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축제를 평가할 때 축제가 잘했나, 못했나를 따지지 않고 해당 축제의 철학과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아서 점수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 옴부즈만위원회가 항의 단체에 보낸 답변이다. 정말 기막힐 일이다. 축제를 잘하고 못하고를 평가해서 지원액을 결정해야지, 이렇게 시끄러우니까 축제의 철학과 방향을 잘 써서 내면 많이 지원한다는 말인가? 또 다시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어느 문예위 간부를 만나서 문예위 심사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했더니, 그게 아니고 무용인들의 수준이 문제라고 답하더라. 그게 무용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심사방식을 관리하는 문예위의 제도나 태도의 문제이지 어째서 무용인들의 문제인가.
- 이런 일을 당하고 나면 내년도 심사를 받을 때 깎인 금액이 기준이 되어 또 다시 문제가 된다. 올해 삭감된 것도 힘든데 내년도에는 이것을 기준으로 액수를 결정할 테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누군가 이런 문제를 알아서 시정해 줄 것도 아닐 테고.두어 가지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심사제도나 심사위원들의 자질도 문제가 많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지원기관들의 태도라 생각한다. 기관들의 태도는 심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거다. 일단 심사제도가 정해진 다음에는 문예위 직원들은 점수 집계 같은 실무적 관리만 할 뿐 절대로 제도 자체의 문제점이나 개선책 등에 별 의식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가령 한 심사위원이 특정 장르에 몰표를 몰아주고 타장르에 어불성설의 낮은 점수를 주어도 “이건 심사위원들의 일이니까” 모르는 척한다는 말이다. 보통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팔길이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좋게 들렸던 그 말이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 보니 예술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불간섭의 팔길이가 아니라 기관 직원들의 무사안일을 위한 ‘보신(保身)의 안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 동시에 심사위원들의 의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아까 예술인들이 심사에 들어가서 자기 분야만 챙기려드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요즘 기획자들도 더러 들어가는데 그들도 제 식구만 챙기기는 마찬가지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기획자들은 자기가 관여하는 단체나 개인들을 대놓고 밀어준다. 이들은 대부분 촛불집회 이후 부상한 친진보 계열로 분류되는데, 봐주기가 지나치면 ‘진보의 아이콘’이 아니라 ‘진보의 수치’로 매도당할 수 있음을 조심해야 한다. 진보파가 누구인가? 도덕성을 중시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러나 요즘 무용계 심사를 보면 부끄럽다. 심사위원 최종 선정권을 가진 해당 분야 문화예술위원과 심사위원들 모두 해당 분야에 대한 안목 키우기와 스스로의 양식 닦기에 힘써야 할 것 같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실종된 지 오래다. 심사 기준이 예술적 능력이 아니라 오로지 ‘지저분한 인간관계’로 굴러가는 근자의 행태는 하루빨리 근절되어야 한다.
-요즘은 기획자들이 창작하는 사람보다 더 우위에 놓인다는 감이 든다. 지원금 신청과 작품 홍보 그리고 해외 유통에 미숙한 예술가들을 도와주는 입장인 기획자들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일부 안목 없는 기획자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부합되는 안무가와 작품을 대놓고 밀어주는 행태로 춤 생태계를 흐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선정 원칙부터 실종된 다년간지원사업
- 2019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 사업 가운데 다년간 지원사업은 그보다 더한 난맥상을 보였다. 지원금액이 많고 단기가 아니라 최소 3년 동안의 장기지원이기 때문에 잘못 심사하면 부작용은 매우 커진다. 경쟁력 있는 단체에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를 키우겠다는 사업으로 취지 자체는 굉장히 좋다. 때문에 더 신중하게 선정했어야 했다.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춤계 현장에서는 될 만한 단체는 떨어지고 되지 말아야할 단체가 선정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1억원이 넘는 큰 금액이 한 번도 아니고 다년간 지원되는 사업이다 보니 춤계 현장에서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심의결과가 발표되자 관련해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들을 춤 계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 현대무용 단체는 받을만한 단체가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았으나 발레 부문과 한국무용 부문의 경우 선정결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 섞인 반응이 많았다. 선정 단체들 중에는 전문 무용수들에 의해 지속적인 훈련과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단체도 있고, 이미 상주예술 단체로 선정된 단체도 있고 또 매년 지속적으로 공공 지원금을 받고 있는 곳과 연계된 단체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무용가들이나 춤 관계자들이 더 흥분한 것은 이런 모든 것을 제외하고라도 선정된 단체들이 과연 다년간 지원을 받을 만한 단체들인가라고 반문했을 때 일부는 절대 아니다 라는 것이었다.
- 한국무용 분야는 지역 안배에 치중한 듯한 단체 선정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발레 분야에서도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우수한 작품을 만들고 레퍼토리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드는 단체들은 떨어지고 전문 무용수들이 많지 않은, 학원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신생 발레단이 최종 선정된 데 대한 불만이 높았다.
- 원성은 당연히 심의위원들에게 돌아갔는데 심의위원의 명단을 보니 현대무용 분야에서는 현장을 잘 아는 분들이 참여하였으나 상대적으로 말이 많았던 발레와 한국무용 부문은 다년간 지원사업을 심의하기에는 심의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심의위원의 명단을 보니 특히 지역 쪽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다수 심사위원으로 선임된 것과 관련 사업의 주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과연 이 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해 심의위원을 구성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심의위원들이 다년간 지원에 신청한 단체들의 면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작품의 경향, 안무가의 역량, 단원들의 실력, 단체운영 시스템 등 그동안 지켜봤다면 단체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데 적지 않은 심의위원들이 그 같은 내용을 파악하고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었다.
- 다년간지원사업 심의는 심의위원들이 똑같은 무용수의 기량을 같은 장소에서 평가하는 무용 콩쿠르 심사와는 분명히 다르다. 현장을 잘 알고 단체의 면면에 대한 것들을 소상히 알고 있는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심의위원으로 선임되었어야 옳다.
- 다시 하는 말이지만, 다년간 지원사업은 지속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공연하면서 레퍼토리 축적이 되었고 다방면에 걸친 전문적인 활동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미 무용게에서 검증된 단체가 선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제출한 서류에만 의존한 심의가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업 영역이다. 단순히 심의위원 풀에 등록된 후보자들을 제비뽑기 식으로 선임할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이런 모든 것들을 감안해 심의위원을 선정해야하는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과연 이 같은 콘트롤 타워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극히 의문이다.
- 현장에서 본 결과 현대무용 단체는 받을만한 단체가 받았다고 보였는데 발레와 한국무용 부문에서는 원성이 높았다. 심사위원 구성을 보니 현대무용 분야에서는 현장을 잘 아는 분들이 참여하였다. 상대적으로 발레와 한국무용 부문, 특히 지역 쪽에서 온 심사위원들은 과연 다년간 지원에 신청한 단체들의 면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부터 의문이었다. 작품의 경향, 안무가 역량, 단원들의 실력, 단체운영 시스템 등 그동안 지켜봤다면 단체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충분히 볼 수 있을 텐데, 그 면면들은 결코 현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선 한국무용 분야는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를 무조건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폐해가 컸다. 발레 분야에서도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레퍼토리 작업을 하면서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드는 단체들은 떨어지고 그야말로 이제 신생 발레단이어서 거의 학원생들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아마추어 단체가 최종 선정됐다.
- 이런 단체에 대한 지원이 1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원 사업 취지는 좋지만 3년간 1억5천만원, 많게는 2억원까지 지원받는 사업에 이런 단체를 선정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사업의 효율성을 추락시키는 심사를 해놓았다. 심의위원 선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고 선정된 심의위원 역시 제대로 심사할 수 없는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할 장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엄청 불만을 야기한 사안이다.
-심사위원 이름과 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어느 누가 봐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과정과 이유를 밝혔으면 한다. 문예위도 형식적으로 심사 풀만 돌리지 말고 심의 전후 그리고 지원금 수혜 후 결과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해외진출기금사업의 불합리한 맹점들
- 해외진출기금사업 운용에서도 맹점이 크다는 여론이다.
- 한국 작품을 해외 여러 지역에서 공연하는 단체에 지원금을 주는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의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프로그램이 있다. 어느 국내 협회는 4~5개 한국단체를 선정해서 유럽에서 한국을 주제로 한 축제를 열 수 있도록 해외로부터 의뢰받았고 개·폐막작을 한국 작품으로 구성해서 코리아포커스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나 항공료를 지원받지 못했다. 이 중요한 행사를 취소할 수도 없고 해서 할 수 없이 자비로 다녀와야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비슷한 케이스로 유럽의 몇몇 지역을 투어하는 다른 한 단체는 3~4회 투어의 항공료 전액을 매번 지원을 받았더라. 한 단체의 여러 투어 전액을 지원해주는 반면 여러 단체의 투어는 전혀 지원하지 않은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 예경의 경우 아직도 그런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외국에 갔을 때 출연료를 적게 받는 경우에는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경영 마인드에서 돈을 벌어오라는 뜻인지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공연할 때와 동남아에서 공연할 때 어떻게 똑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겠는가.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 가서 공연할 때에는 출연료를 제대로 받겠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예술을 알리러 간다는 취지로 당연히 가야 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출연료를 적게 받는 경우 예경에서는 지원을 하지 않거나 끝 순위로 떨어져 지원받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이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 해당국에서 개런티를 많이 받아야 우리도 지원을 해줄 수 있거나 많이 해준다는 그 이유의 진의는 무엇일까?
- 그 이유는 정상적으로 대접을 받는 공연이라야 한다는 거다. 좋다. 그 말은 맞다. 한국이 한류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알려져 있고 해외에서도 한국 작품을 초청하고 싶어하는 요즘이다. 예전처럼 우리가 우리 돈을 들여서 어떻게든 한번 나가고 싶어 하던, 그런 시대는 지났다.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제 형편이 똑같지 않다는 것은 고려되지 않았다. 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 같이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 갈 때에는 돈을 적게 받는 게 관행이다. 많이 받는 곳으로만 가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는 것이다. 비싼 나라에 간 사람들은 항공료를 지원받고 출연료도 해당국에서 제대로 받고, 그렇지 못한 나라에 가는 사람들은 항공료 지원이 없어 아예 갈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아직은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조금 밑지더라도, 형편이 좋지 않더라도 가서 보여주어야 할 상황이지 비싼 데 아니면 안 가겠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굉장히 잘못된 정책이다.
-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된다. 그러나 한국 팀에 대해 제대로 대접을 해주려고 해도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나라와 지역들이 숱하다는 상식에 비추어 해외진출기금사업 운용의 경직된 운영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 전통예술기금사업 운영도 논의했으면 한다.
- 한국문화재재단, 국립무형유산원을 보면 문화재 종목 중심으로 사업이 벌어지고 있고 그것도 국가문화재 중심으로 하다 보니 각 지역의 문화재들이 너도 나도 국가문화재가 되어야겠다며 애를 쓰고 있다. 피부로 느낀 감도가 너무 다르니 그런 거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에 치우치니 결국은 표준화 내지는 획일화가 조장되고, 지역의 고유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무용협회 주관 기금 사업은 필요한가
- 무용협회의 기금사업 운용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서울무용제, 대한민국무용대상 등이 있다. 서울무용제에 대해서는 〈춤웹진〉 지난 12월호에서 지적된 바도 있다.
- 아르코예술극장이 공공극장이지 않나. 무용분야는 대부분 춤제전 위주로 대관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서울무용제가 공연예술계의 핫시즌에 장기간 아르코예술극장을 대관하고 있다. 한국무용협회의 새 이사장이 선임되면서 서울무용제가 예전에는 경연 중심의 프로그램만 있다가 지금은 엉뚱하게 많은 프로그램들을 덧붙이고 있다. 그래서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에서 특히 서울무용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문제시된다.
- 2019년 서울무용제는 10월 29일부터 11월 29일까지 무려 32일 동안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10월 25일부터 10월 27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렸던 대학 무용축제까지 페스티벌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극장은 다르지만 이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35일 동안 개최된 셈이다. 40주년을 기념한 프로그래밍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프로그램 구성과 그 내용을 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전야제는 10월 29일부터 11월 10일까지 무려 13일이나 개최되었는데, 각 장르의 무용협동조합공연, 각 장르 협회들의 공연, 4마리백조페스티벌 결선이 진행되었다. 이어 5개 명칭의 공연이 11월9일부터 23일까지 15일 동안이나 개최되었다. 특별공연 서울무용제 걸작선, 개막공연 무념무상 I, 초청공연 무념무상 II 판타스틱 댄싱 스타즈, 초청공연 명작무 극장, ‘춤판’ 시리즈로 열정춤판, 남판여판춤판, 인생춤판 등이 공연되었다. 춤판 시리즈는 명칭만 보면 어떤 성격의 춤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창작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경연은 11월 20일부터 8일 동안 8개 단체가 참여한 것이 전부였다. 무용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을 가장 핫한 공연시즌에 한 달이 넘게 사용하고 있고, 너무 많은 프로그램으로 한 달이 넘게 산만하게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제 행해진 대다수 프로그램이 이번에 참가한 단체들이 이미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성격과 유사한 재탕 공연이란 것이다. 무용협동조합 공연, 각 무용협회의 공연, 젊은 무용가, 중견 안무가들의 공연 등이 모두 기존의 각 협회나 기획 공연 등에서 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공공 지원금의 효율성이 떨어진, 선심성 공연이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인 창작 경연은 홀대되고 있고, 더욱이 이 경연을 통해 우수 작품들이 나오지 않자 춤계 현장에서는 여타 전문 무용단체의 정기공연이나 각종 기획공연 작품과의 현격한 수준차를 들면서 40년이나 된 서울무용제가 이제 그 대표성을 잃은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서울무용제의 여러 프로그램들은 무용대중화를 위해 시도되었다고 해석될지 몰라도, 지금 춤계 현장의 여론은 다르다. 서울무용제가 끝난 후 춤계에서는 현 이사장이 다음 이사장에 재선되기 위해 원로무용가들에서부터 젊은 무용가들까 협동조합과 각 장르의 협회 공연까지도 포함시켰다는 말이 떠돌았다. 차기 이사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무용가가 나오면서 경쟁체제를 의식해 차기 선거를 위한 관리차원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면 이는 정말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가의 공공 지원금과 공공극장, 그리고 예술가들을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용 대중화를 표방한 프로그래밍의 경우 이것저것 잡다한 프로그램 보다는 공공 지원금의 규모나 행사의 성격 등에서 서울무용제는 향후 질 높은 공연을 통한 대중화 쪽으로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 공공성을 가진 단체에서 국민의 세금인 공공기금을 갖고 개인의 이해타산을 위해 프로그래밍한다는 것은 굉장히 불행한 사태이고, 설령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런 조짐과 흐름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저널리즘에서 감시기능을 가동해서 문제점을 진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서울무용제는 경연을 통한 좋은 작품으로 기사화되었다기보다 서울시장이 와서 무용가들에게 월 200만원씩 지원한다거나 일반인들이 ‘네 마리 백조’에 참가했다는 등 지엽적인 프로그램을 부각하는 보도가 압도적이었다. 서울무용제는 그야말로 경연을 통해 좋은 작품이 나오는 산실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초연되는 작품들을 갖고 안무경연대회를 치르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보답 프로그램이나 아마추어를 위한 프로그램이 서울무용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서 홍보되는 것은 서울무용제의 낙후상을 그대로 나타낸다.
- 서울무용제 40년을 맞아 서울무용제의 40년을 돌아보는 행사가 없었다는 것이 이미 서울무용제의 난맥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40년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서울무용제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자리를 당장이라도 만들어 공공 지원금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용가들의 대관 경쟁이 가장 치열한 아르코 예술극장을 특정 단체와 특정 무용축제가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현재 아르코 예술극장을 대관해 사용하는 무용 축제의 대부분이 양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최대 2주일 이내로 대관일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서울무용제를 통해 춤 대중화를 기한다는 발상은 되짚어봐야 한다. 서울무용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대중화란 무엇일까. 과연 그러한 대중화는 가능할까. 창작을 진작해서 대중화를 기한다는 말은 우선 듣기엔 그럴 듯하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들이다. 특히 중대형 극장 창작물에서 미비점이 적지 않은 국내 창작 수준에서 대중화를 함께 달성하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서울무용제는 원래 창설 취지에 충실하게 수준 높은 창작물을 자극하는 경연제로서 춤계 내의 관심을 제대로 회복하고 그리하여 춤계 내의 시너지를 모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합리적이다. 서울무용제에서 대중화라는 말은 이런저런 행사를 덧붙이고 늘이기 위한 구호에 불과해 보인다.
- 대한민국무용대상에 대해서도 여론이 분분하다.
- 대한민국무용대상이 대통령상이 수여되고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쓰고 있는 것이라서 일반인들이 보면 그야말로 대단한 영예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선정 방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겠는데, 야외에서 공연이 이뤄지는데다 작품 전체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몇 분의 편집본을 공연한 후에 본선 진출작을 가린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라면 오롯이 작품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공연장 특성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런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야외에서 공연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그렇게 선정된 두 개 작품을 경연해서 최종 1, 2위를 가리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
- 무대작을 겨냥해서 상을 수여한다면서, 야외 공연을 매개로 수상작을 선정한다는 것이 모순처럼 들린다.
- 대한민국무용대상 경연에 개인이나 단체가 신청하지 않은 작품은 일단 포함되지 않는데다 이런 선정과정이 예술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운영방법 자체에 개선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 심사위원들이 모든 공연작을 다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몇 분 정도 이상의 초연 작품이라든지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작품을 보고 거르는 작업 등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신청 단체의 선정 과정에서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다 보니 주관 측 주변의 작품이 올라간다는 여론이 강하고 실제 그런 것들이 보였다. 대한민국무용대상을 받은 작품이라면 춤계에서 대개 수긍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실망을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잘 시정되지도 않는다.
- 한국무용협회는 많은 지원금을 받고 여러 가지 행사를 치른다. 서울무용제나 대한민국무용대상이나 거기서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이 지원 취지나 규모에 상응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불신에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행사를 치르는 한국무용협회가 아니라 무용인의 권익을 신장하는 한국무용협회가 될 생각은 이전에도 희박했고 이제는 아예 접은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한국무용협회가 맡은 기금 사업들은 이사장 선거의 표 관리에 악용되는 등 뒷담화가 무성하며, 그래서 적절한 절차를 통해 한국무용협회가 서울무용제와 대한민국무용대상 등 이들 사업에서 손을 떼는 데서부터 손질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조치 없이 춤 생태계가 정화될지 의문이다.
춤분야 낡은 심의제도, 심의방식 물갈이해야
-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공공지원기관의 춤 분야 심의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 근본 해법으로 제기될 것이다. 심의위원의 선임, 공정성, 자질의 문제는 계속 얘기되어 왔던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서울문화재단도 이번에 지원심의 방법을 많이 바꿔놓았다. 문예진흥원이 설립되고 근 5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무용은 공연예술 안에 음악, 연극, 전통예술과 함께 들어가 있다. 문학과 시각예술은 분리되어 있다. 우선 이것부터 빨리 바꿔야 한다. 음악 연극 등과 함께 공연예술의 카테고리에 무용을 함께 묶어서 심의할 것이 아니라 무용 부문으로 독립해 작금의 춤 환경에 맞는 지원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 춤계는 그 환경이나 제작방식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음에도, 50년 전 공연예술의 통합 테두리 내에서 연극 분야에 적용되는 심사기준이 무용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창작산실 심의에 참여했던 분이 이런 말씀을 하던데, 무용 심사를 하는데 연극 쪽에서 요구하는 무대미술의 도면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용은 무대미술 장치가 없을 수도 있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연극의 기준을 무용에 적용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무용을 공연예술 부문으로 묶어 그 특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심의하지 말고 앞으로는 음악 따로, 연극 따로, 전통예술 따로 무용과는 분리해서 각 장르에 맞는 지원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 공연예술 테두리 안에 있다 보면 모든 것이 연극 중심이다. 예를 들어 연극 쪽에는 공연예술비평연구활성화 지원사업을 수혜하는 단체가 많지 않다. 그러나 무용은 몇 개의 잡지가 비평연구활성화 지원금을 거의 다 가져간다. 연극은 많지 않으니 괜찮은데 무용계는 잡지를 발행하는 곳이 여럿이고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잡지 발행처의 사무실 운영 등 자체 경비에 쓰이는 실정이다. 이것은 잡지 발행을 위한 지원이지 근본적으로 비평연구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아니다. 잡지들이 다 가져가다 보니 실질적으로 비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비평가들의 원고료를 지원해주는 등 비평과 연구 활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은 미미하다. 만약 각 장르 별로 심의제도를 달리 한다면 무용계도 충분히 개선될 소지가 있다. 이제는 세분화된 영역으로 나눠서 지원되도록 제도 자체의 큰 틀이 바뀌어야 한다.
- 방담 내용을 짚어 보면 현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내 공공지원기금의 지원 사업이 결과적으로 개선된 바가 있는지 의문이다. 공연 현장을 좌우할 정도로 지원 사업 규모는 다소 커졌을지 몰라도 사업 운용이 심각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책임이 크고 한국무용협회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정부라서 기대가 컸으나 기대감은 뚜렷이 희석되고 있다. 지원 심의위원들이 완장 찬 것처럼 행동들 한다는 빈축성 여론이 춤계 도처에서 들려오는데, 이런 여론을 당사자들은 따갑게 새겨들어야 한다.
-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과 그 외 다른 지역에서의 지원 사업 또한 짚어볼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말해, 춤 생태계를 흐리고 궁극적으로는 춤의 존립을 갉아먹는 지원 사업이 되어선 곤란하다. 곤란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춤 생태계를 흐리고 궁극적으로는 춤의 존립을 갉아먹는다면 그런 지원 사업을 없애야 하지 않는가. 이 점에서 유관 기관들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 지원사업 관련 낡은 제도도 손질되어야 하지만, 제도가 문제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그래도 제도를 운용하는 문예위나 문화재단, 심의위원들의 양식이 있다면 최소한 상식선의 효율적 심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춤비협 안팎의 여러 중론을 종합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2019년도 심의는 무엇보다 상식과 아주 동떨어졌고 수준 이하였다는 점에서 크게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도와 규정을 심의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하려는 의지보다는 규정을 왜곡하는 행태가 없지 않다. 따라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다음의 대안부터 고려해야 한다. 심의의 편파성이나 부실한 심의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심의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한 한 장치가 될 것이다. 또 지적된 대로 문예위도 형식적으로 심사 풀만 돌리지 말고 심의 전후 그리고 지원금 수혜 후 결과를 형평성 있게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 심의위원들이 버젓이 부실한 심의를 해놓고도 책임지기는커녕 부실한 심의를 외면하고 보는 풍토도 문제이다. 이와 결부하여, 차제에 비평의 자세도 열린 마음으로 되돌아보기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