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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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19. 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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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김채현·장광열·김영희
춤저작권 인정과 권리 행사의 문제
- 춤명인 고 이매방 선생의 〈삼고무〉 등 4종목의 춤저작권을 유족으로부터 양도받았다는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가 해당 춤들의 공연과 강습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권리 행사에 나서자 우봉이매방춤보존회를 비롯 무용인들이 강력 반발하였다. 지난 연말의 일이다. 양측의 갈등을 해소하려고 문화재청 등도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최근까지 보존회 측은 저작권은 인정하겠지만 유족 측이 권리 행사는 하지 말라는 입장을 보인 데 비해, 아트컴퍼니 측은 저작권을 인정받는 동시에 다만 영리 활동에 대해서는 저작권 행사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안은 해당 춤들이 저작권을 뚜렷이 인정받을 창작물인지의 물음부터 시작해서 저작권 등록제가 필요한지, 저작권 등록만으로 권리 행사가 가능한지, 그리고 공연예술에서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지의 문제까지 여러 의문과 논란을 부르고 있다.
〈삼고무〉 논란을 주제로 한 이세승의 〈삼고무〉 공연에서 출연자들이 관련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김채현 |
- 이번 일을 계기로 춤계에서 저작권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언젠가 짚어져야 할 문제였다. 법의 차원을 떠나 창작이 주축인 문화예술계에서 저작권은 근본 개념이고 상식이다. 저작의 권리는 창작자를 비롯하여 저작물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에게 심지어 생계 문제와도 직결되는 큰 사안이다. 굳이 저작권을 내세우지 않아도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저작의 권리를 묵시적으로 전제해서 창작자, 출연자들과 이런 저런 개런티나 출연료, 사용료 등 거래가 있어 왔다. 과거부터 저작의 권리는 존중되어 왔던 데 비해 저작의 권리에 대한 인식은 미흡했던 편이고,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춤 저작물에서 저작의 권리를 법의 차원에서 보다 명확히 들여다보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 전통춤 부문에서 우려되던 저작권 문제가 이번에 표면화되었다고 본다. 클래식발레나 컨템퍼러리댄스에서는 안무 저작권 개념이 확립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삼분법 구분에 따른 한국무용 장르에서는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이미 고전이 된 클래식 발레 작품의 경우 재구성 혹은 재안무라는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으나 우리나라 민속무용을 토대로 새롭게 구성한 공연의 경우 이 같은 표기(재안무)를 사용하는 것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이매방의〈삼고무〉저작권 논쟁과 관련해서, 전통춤의 경우 그것이 재창작된 것이라면 재창작된 부분에 한해 안무 저작권을 인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제자들을 통해 이미 전승이 많이 돼 있는 춤일 경우 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각자 주장할 수 있는 저작권 범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삼고무〉와〈오고무〉의 경우 20세기 초 한국무용에 기반해 창작된 춤인 것은 맞지만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의 제자들을 통해 전수되므로 그 저작권이 인정되는 정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복잡해진 때문이다.
-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측의 저작권 주장은 애초에 춤계의 상식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고, 심지어는 어떤 사심마저 느껴져 예술계의 양식과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저작권을 주장하면 심지어 어떤 실익이 있을지 의문도 들었다. 일례로 아트컴퍼니 측이 이매방 삼고무의 안무 순서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순서나 형태를 조금 달리 하면 다른 000의 삼고무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 아닌가. 심하게 말해 이 사람 저 사람의 온갖 삼고무가 출현할지 모르며, 궁극에는 이매방 삼고무라는 이름마저 왜소해지거나 사라지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저작권이 오히려 전통춤의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 저작권이 오히려 전통춤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 전통춤의 범위나 개념이 명료하지 않고, 전통춤과 신무용 작품들을 엄밀히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춤은 저작권 개념이 적용되기 어려운 20세기 초까지 전승된 공공의 문화적 유산이다. 부분적으로 무형문화재 제도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신무용 작품들은 근대로 접어들어 20세기 중반부터 안무자에 의해 창작된 저작권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 춤이다. 〈삼고무〉 〈오고무〉 〈무당춤〉 〈장검무〉는 엄밀히 신무용 작품이다. 다만 춤사위, 반주 음악, 의상 등에서 전통을 토대로 작품화한 것인 데에다 다른 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형상 전통춤에 가깝다. 그러므로 저작권이 전통춤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은 전통춤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지적이며, 오늘날의 저작권과 전통춤이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 〈삼고무〉 논란 와중에 〈삼고무〉의 출현 경위가 더러 소개되었다. 〈삼고무〉 〈오고무〉가 전통춤 승무를 응용하고 1950년대 당대 무용인들의 북춤사위를 토대로 만들어졌고 이매방 이전에 당대 무용인들에 의해 〈삼고무〉가 널리 보급되었다는 증언들을 세밀히 보면 〈삼고무〉가 이른바 ‘2차적 저작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떤 원작을 재구성해서 탄생한 새 저작물을 2차적 저작물이라 한다. 어떤 노래의 리메이크본, 어떤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각색한 영화 등 2차적 저작물은 흔하고 별도의 창작물로 당연히 인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삼고무〉는 전통춤이나 당대 무용인들의 것을 바탕으로 한 2차적 저작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자의 승낙을 전제로 하지만 1950년대 이전 〈삼고무〉의 원저작자는 특정될 수 없었을 것이므로 원저작자의 승낙이라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거나 불필요했을 것 같다. 2차적 저작물에서 원저작자와 후속저작자가 권리의 지분을 나눠갖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고무〉에서 그러한 권리 분배 개념이 적용될 수 있겠는지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삼고무〉 논란을 주제로 한 이세승의 〈삼고무〉 공연 후에 출연자들이 마련한 토론회 ⓒ김채현 |
저작권 등록이 능사는 아니다
- 참고로 소개하자면, 미국의 경우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이 2017년에 몇 가지 춤 동작으로 이뤄진 짤막한 춤 루틴은 저작권 등록이 될 수 없으며 조금 변형된 민속춤 스텝이나 간단한 스텝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견해를 재확인한 바 있다.
- 〈삼고무〉 논란은 20세기 초 한성준이 창작한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92호) 등 또 다른 춤으로도 번질 가능성도 있다. 춤 작품의 저작권과 관련한 저작료 산출은 기존의 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인지 완전한 창작인지, 90분 이상의 긴 작품인지 짧은 소품인지, 해당 작품이 상업성 있는 공연무대에 오르는지 순수예술 진흥을 위한 공연무대에 오르는 것인지 등을 고려해 책정해야 할 것이다.
-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의 경우 초청 무용수들이 해외 안무가들의 소품을 공연할 경우 대부분 안무 저작료를 지불한다. 10분 정도 길이의 소품일 경우 회당 300~600유로 정도 지불된다. 국내 안무가들의 작품을 재공연하는 경우도 안무 저작료를 지불한다. 이매방 〈삼고무〉 논란을 보존회 측과 유족들 간의 대립으로 몰고 갈 일은 아니고, 좁게는 민속춤에 기반한 춤에서의 저작권 책정, 넓게는 무용가들의 안무 저작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전환점이 되어야 하겠다.
- 저작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느냐 않느냐 여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한국에서는 저작권법(제4조)에서 공연예술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작권을 주장하고 싶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저작권법을 기준으로 움직이므로 오히려 저작권을 주장해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요구된다. 그래도 저작권의 주장과 권리의 행사는 별개의 문제이다. 자기 권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저작권에도 관심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개인들이 저작권을 인정받으려면 무수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성 때문에 저작권에 대해 관심이 생기다가도 대개는 식어버리는 것 같다. 그런 무수한 변수들 가운데 중요한 변수를 고려하여 저작권이나 저작권료의 합리적 기준을 춤계에서 예시하는 것도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심을 촉진하는 한 방안으로 보인다.
- 춤계에서 저작권 문제가 이슈화된 적은 1995년경으로 기억된다. 1995년에 새 저작권법이 제정되면서 유예기간을 5년으로 명시했었다. 그 유예기간이 만료된 2000년부터 새 저작권법을 적용받게 되면서 춤계도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 ‘세계 무대를 빛낸 한국의 발레스타’ 공연 때 강수진은 ‘브노아 드 라 당스’ 수상작인 〈까멜리아 레이디〉 중에서 2인무를 공연하기로 마음먹고 이 작품의 안무자인 함부르크발레단 예술감독 존 노이마이어의 비서를 통해 허락을 구했으나 대답은 “NO”였다. 존 노이마이어가 두 사람의 춤을 지도해줄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다고 시즌 중에 기차로 7시간이 넘게 걸리는 함부르크까지 이동해 춤을 지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레드 앤더슨이 노이마이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했고 노이마이어는 이 작품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앤더슨이 책임지고 두 사람의 2인무를 지도해주는 조건으로 한국에서의 공연을 허락했다. 공연 실황이 영상 매체를 통해 30초 이상 절대로 방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서도 붙였다.
필요한 저작권 등록
- 춤의 무대 실연은 상당히 다양한 부문과 연관이 깊다. 작품 착상에서부터 시작하여, 대본·안무·조안무·출연·연출·음향·영상·장치·조명·의상·분장 등등의 활동들이 저작물 성립에서 크고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다 발레처럼 레퍼토리 제도가 확립되어 재공연이 잦은 분야에선 재공연도 저작권 문제와 결부된다. 또한 뮤지컬이나 연극 등에서 안무가들의 활동이 많은데, 대개는 제작자나 단체에 안무 저작권이 귀속되는 줄로 안다. 안무를 의뢰받고 계약하는 단계에서 명문으로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안무가들의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 국제 저작권법에 의하면 안무가는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사후 70년 동안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제3자가 상업적 목적으로 드라마 작품이나 사진, 영화 ,비디오 삽입불 혹은 인터넷에 무용을 삽입할 경우에도 이들은 지적 재산권 규정을 따라야 하며 안무가들에게 허락을 득해야 하고 사용 시 로열티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국내 무용가들도 이제 당당히 자신의 지적 재산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 국공립 단체는 저작권 개념으로 레파토리 작품의 경우 안무자에게 저작권에 상응하는 사례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이 경우 명확히 저작권이 적용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국공립 단체의 레파토리 작품에서 안무자에게 저작권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단체가 저작권을 갖는 것인지도 모호해 보인다. 왜냐하면 무용 작품은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결합한 협동작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 국립무용단이 외부 무용가들에게 안무를 의뢰했을 경우 3년 동안은 극장에서 저작권을 갖게 되나 3년이 지난 다음 재공연을 할 경우는 안무가에게 일정한 작품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는 국립극단이나 오페라단 등 다른 소속 단체의 경우도 동일했다.
- 1995년 유니버설발레단은 발레 〈심청〉의 대본작가인 작가이자 평론가인 박용구 선생과 대본 사용에 대한 저작권 계약을 시도했었다. 1988년 초연된 〈심청〉이 1회성의 공연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의 활발한 공연은 물론이고 국내 공연 횟수도 점차 늘어나자 아예 영구 저작권 계약을 시도한 것이다. 대본 의뢰 당시 특별한 계약서를 주고받지 않은 데다 상호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 곤혹스러웠던 쌍방은 나에게 중재를 맡겼고 나는 저작권조정위원회의 자문과 국공립예술단체의 적용 사례 등을 알아보기도 했었다. 결론적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은 박용구 선생께 공연 횟수가 아닌 영구 사용에 대한 대본료를 일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그 내용을 규정한 정식 계약서를 교환하였다.
- 대본 작가에 의한 지적 재산권 요구 사례는 여럿 있었다. 1999년 가을 국립무용단은 단장 해직 문제로 새 작품 공연에 차질을 빚자 송범 전 단장이 안무한 〈도미부인〉을 공연하기로 하고 연습에 돌입했으나 결국 그 공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도미부인〉의 대본 작가인 차범석 당시 문예진흥원 원장이 원작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무용제 대상 수상 작품인 툇마루무용단의 〈불림소리〉 음악은 김수철이 작곡했다. 당시 안무자인 최청자의 요청으로 무용음악으로 작곡된 이 음악은 공연 후 김수철의 독집 음반으로 출반됐고 타이틀 역시 ‘불림소리’로 붙여졌다. 작곡 의뢰 당시 작곡비는 안무가가 모두 지급했지만 음반 판매에 따른 수입은 안무가에게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었다.
저작권 존중하는 풍토부터 일궈야
- 외국의 경우 안무가들의 작품에 대한 지적 소유권 보호는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조지 발란신의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조지발란신재단에 일정한 사용료를 내야하고 재단에서 파견한 트레이너로부터 반드시 지도를 받은 후 공연하도록 되어 있다. 존 크랭코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그의 대표작인 〈오네긴〉을 공연할 수 있는 발레단은 15년 전만 해도 전 세계에서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독일 바이에른주립발레단 뿐이다. 그런 만큼 〈오네긴〉의 공연료는 비쌀 수밖에 없고 아무 곳에나 공연 판권을 팔지 않는 존 크랭코 재단의 영업(?) 전략은 그 만큼 안무가 존 크랭코의 주가를 한층 높이고 있는 셈이다.
- 유명 안무가들의 경우 지적 재산권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는 철저하게 계획적이다. 지리 킬리안이나 피나 바우쉬의 작품이 담긴 완판 비디오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기 어렵다. 그들의 작업 과정을 찍은 다큐멘터리 형태의 필름은 있지만 완판 작품이 담긴 상업적인 목적의 비디오 출시는 시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은퇴를 결심할 때쯤 이 들의 작품 비디오가 출시된다면 그 만큼 상품적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공공 지원금도 일종의 저작권료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공공 지원금 세부 항목에서 안무료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줄로 안다. 춤창작에서 핵심인 안무에 대한 대가를 저작권료로 해석할 수 있다면, 공공 지원금이 안무료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은 저작권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시사한다. 공공기관부터 저작권을 인정하는 의식이 꽤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작권을 공공 차원에서부터 인정하는 데 인색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가 아닐까 한다.
- 공공기관의 이 같은 의식은 공공기관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헌법과 법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문이나 사실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 등은 저작물이되 법적으로 보호받지는 못한다. 이는 저작권법 제7조에 명시되어 있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해서 저작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공공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반면에, 예술 역시 공공재로서 공공의 소유물 성격이 있으나 여기에 더하여 개인의 창작물이므로 저작물로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원칙에는 동감하겠지만 실제 지원 현장에선 공공기관 내부의 지침(저작물이되 법적으로 보호받지는 못한다는 관행)에 치우친 인식을 갖고 개인 창작물을 판단해서는 안무료 또는 저작권료를 인정하는 데 인색해지는 폐단으로 연장되는 것 같다.
- 공공 지원금 회계 보고에서 가령 안무료를 주장하면 마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 연연한다는 식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풍토가 우려된다. 차원이 다를지 몰라도, 저작의 권리를 경시하는 경향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예로서, 춤 비평가의 글이나 문장 단락을 공연 안내물 등에 무턱대고 인용할 적에 사전 양해나 연락도 없이 싣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간 비평가들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저작권 측면의 논의는 퍽 드물었다. 저작의 권리를 주장하되 권리 행사는 별도라는 것을 전제로, 인용의 문제는 무엇보다 저작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양식(良識) 측면에서 짚어져야 할 사항이다.
저작권으로 상생하는 환경을
- 비평가의 글을 일부나마 그대로 인용 삽입하거나 압축 인용 삽입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압축 소개하는 경우는 비평문의 원래 취지가 왜곡되어 오용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원저자의 승낙을 필히 거쳐야 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간에, 저작의 권리를 존중하는 취지에서 춤 비평가의 글이나 단락을 인용 삽입할 때 사전에 거쳐야 할 어떤 장치 또는 관행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 춤 또는 글은 공개 발표되는 그 순간부터 저작권은 발생한다. 창작자, 출연자, 스탭진 그리고 비평가는 배타적 권리로서 저작권을 갖는다. 저작물의 수준과는 무관하게 공개 발표 시점부터 배타적 권리는 주어진다. 배타적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안전장치로서 배타적 권리를 특허권처럼 등록해서 보호받는 장치가 미흡한 것이 우리 현실이 아닌가 한다.
-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작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저작권을 등록하는 활동은 춤계에서 활발하지 않다. 저작권 등록에 따른 실익이 미미하거나 저작권 등록 절차가 번거롭거나 등등의 이유에서 춤계의 저작권 등록 활동은 미온적인 줄로 안다. 상업적 활동이 활발한 분야 말고는 사정은 엇비슷할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저작권을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사회에서 저작권이 필수인 사회로 발돋움하려면 우선 저작권 등록을 인터넷 정도의 공간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간편히 수행할 공적 경로도 이용이 활발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이 그러한 경로에 해당하는데, 그래도 춤계에서 그런 경로를 이용하는 활용도도 매우 낮은 편이다.
- 춤 공연이 활발한 데 비례해서 저작권이 현장 이슈로 제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춤계에서 저작권이 수면 아래 잠복해 있었던 것은 역으로 춤 공연 전반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지만, 좀 멀리 보고 이 문제에 접근하고 무용인들도 인식을 다져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은 진공 속의 권리가 아니다. 저작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이 모든 예술인을 보호해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 속의 무수한 변수와 맞닥뜨리면서 저작권이 행사되는 실제 상황을 함께 고려해보면 저작권은 남이 지켜주기 전에 우선 스스로가 챙겨야 할 권리이다. 저작권법에서 세세한 사항을 모두 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예술 분야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이 많은 이유를 예술인들의 까탈스러운 기질에서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저작권법이 대략적인 선에서 머무는 데 비해 예술 특히 공연이나 춤이 속성상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법적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무수한 사정들이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과 그 관행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소송 등 불필요한 분쟁과 다툼을 줄이거나 없애서 안정된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 저작권은 권리를 보호하고 신장하는 효과를 갖는다. 저작권법에서도 법의 목적을 저작자의 권리와 인접하는 권리 보호,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두고 있다. 예술이 존속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창작 주체들의 권리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이번 방담에서, 춤 생태계를 보호하면서 발전 성장시키는 데 저작권과 저작권법의 역할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재인식하게 된다. 〈삼고무〉 논란이 표면화된 것을 계기로 그간의 오해나 혼돈을 딛고 오히려 춤계의 파이를 키워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저작권 관련 관행들이 모색되어 새롭게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방담에 참여하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