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2001년부터 시작된 김영희춤연구소 주최 ‘검무전(劍舞展)'이 4번째 시리즈를 모두 마쳤다. 우리 문화의 여러 영역에서 무예, 의례, 놀이, 무속을 포함 역사에 등장했던 검무들까지 소개한 이 작업은 한국의 전통춤에서 차지하는 검무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검무전'이 갖는 의미와 성과를 좌담으로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저는 작년부터 봤습니다만, 2012년부터 1회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4회로 진행이 됐지요. 이 '검무전' 시리즈에 대해서 먼저 김영희 선생님이 진행경과를 말씀해주시고, 잘 된 점과 아쉬웠던 점, 그리고 이 점에 대해서 이애현 감독님과 이주희 교수님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영희 : 제목이 ‘검무전'인데, 전(展)은 펼쳐낸다는 거지요. 한국 춤의 역사에 등장하는 검무들을 한번 펼쳐보자라는 의도였어요. 검무는 기녀검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여러 영역에서 무예나, 의례, 놀이, 무속 또 역사에 등장했던 검무들까지 같이 보자라는 의도였죠. 왜냐면 그 춤들이 다 검(劍)이라는 매개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미지라든가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근대 이전 전통시대까지 검이라는 건 우리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코드였었죠. 그래서 그냥 검무를 기녀검무 중심으로 보지 말고 우리 춤 문화에 등장한 검무 전체로 보자, 우리 문화 전반에서 검의 의미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자는 것이었죠. 그게 얼마나 드러났는지는 따져봐야 겠지만요.
또 제가 전통춤 공연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전통춤 레퍼토리가 너무 한정되어 있습니다. 검무가 오랜 역사를 갖는 춤이고 무척 다양한데 왜 검무를 하지 않는지 그래서 검무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좀 거론해야겠다고 시작했습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각 시리즈마다 매년 검무의 다른 영역들을 주제로 1회에는 기녀 검무, 2회에는 무예 검무, 3회에는 의례와 놀이의 검무, 4회에는 무속의 검무를 설정하고 주제에 맞는 검무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고요. 신무용 검무도 매번 1 작품씩 선보였고, 무용계 내지는 예술계에 다양한 검무들을 꺼내보면서, 검무의 영역에 대해서도 누누이 언급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특히 이번 ‘검무전'에서 무대구성이 조명이라든가 연출이 부족했어요. 좀 더 보기 좋게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고요. 또 하나는 더 많은 관객이 보도록 홍보를 충분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홍보 부족이 그런 게 제일 큰 아쉬웠어요.
송현민 : 그동안 ‘검무전' 시리즈에서 약 26개 작품의 검무가 올라갔죠?
김영희 : 26개 작품에 이번에 7개 작품을 더했으니 33개 종목의 검무를 한 거죠.
송현민 : 그날 사회보시면서 이제 ‘검무전'을 그만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왜 그만하시렵니까?
김영희 : 음-- 주제별 영역별로 검무를 거의 다 풀어냈으니까요. 또 2014년 서울세계무용축제 기간에는 전통을 토대로 한 창작 작품도 올렸어요. 이제 좀 기다려 보려구요. 시리즈를 마친다니 섭섭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기회가 되면 앵콜 공연을 해볼 수 있겠죠.
송현민 : 예를 들면요?
김영희 : 시리즈 중에 관객의 이목을 끌었던 검무들을 다시 보는 기획을 할 수 있고요. 6년 간 진행하면서 시리즈에 모시지는 못했지만, 새로 만들어진 검무들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모아서 한번 무대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송현민 : 그러면 ‘검무전'을 받아들이는 무용계의 입장, 혹은 창작자들 안무가들 무용수들의 입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주희 교수님과 이애현 감독님께서 ‘검무전' 그리고 검무라는 종목에 대해서 평소 가지고 계셨던 생각이나 또 ‘검무전'을 보시면서 혹은 참여하시면서 느끼셨던 점들을 말씀해주시죠.
이주희 : ‘검무전' 시리즈에,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어서 저도 처음에 출연도 하면서 김영희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저도 애정이 있습니다. 이 무대가 제가 볼 적에는 이건 공연과 아카데믹이 융합된 그런 무대거든요. 그런데 실제 공연하시는 분들은 무대인이기 때문에, 조명이 어떻고 무대적인 측면에서 예술적인 측면에서 얘기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 공연유형이 다르다고 생각돼요. 송현민 선생님이 김영희 선생님 해설이 있어서 좋았다고 했듯이, 이것을 예술 작품과 접목시킨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것이 어떤 춤 종목을 하더라도 발전 가능성 있는 하나의 공연 포맷이 돼야한다고 봐요.
송현민 : 공연의 포맷이요?
이주희 : 네. 우리가 다루어서 가야될 하나의 포맷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일본이나 다른 나라를 비유해서 얘기하면, 물론 무대를 즐기러 오지만요, 그 사람들은 작품의 학술적 측면이나 유래를 접하면서 작품에 대한 의미부여를 합니다. 그런 반면에 우리는 일단 무대가 예뻐야 되고 화장이나 의상은 어떻게 되야 하고, 프로그램의 예술성이나 내용보다 외형적인 면에 그걸 굉장히 중시합니다. 실제 공연자들도 그렇구요.
그러니까 저는 그런 점보다는 이렇게 33개 검무를 다 풀어놓고 보니, 문화재로 지정된 진주검무 외에도 검무들이 많이 나왔고, 이번에는 굿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굿의 칼춤이 학술과 자연스럽게 접목시켜서 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기획하신 ‘검무전'은 좀 더 학술적으로 풀어내고 옛것을 발굴해가면서 전통과 계승을 고민하면서 어떻게 발전해 갈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기반이며, 형식이기도 해서, 그래서 저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송현민 : 작년 ‘검무전'에 하셨던 <북청사자놀음>의 칼춤이나 목검(木劒)을 들고 춘 <정대업지무>의 공연도 사실은 전통문화에서 전승이라는 개념을 고민할 수 있는 굉장한 콘텐츠잖아요. 그런 것들을 이런 방식으로 들여다보면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주희 : 우리는 이런 작업이 굉장히 필요한 거 같아요. 춤추는 사람들은 춤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그 의미를 깊고 넓게 파헤쳐 나갈 필요가 있어요. 이제는 전통춤의 프로그램이 고갈이거든요. 예전에 있었던 건 다 없어져 버렸고 그걸 찾으려니까 새롭게 복원이라는 게 대두되는데. 복원된 작품이 하나의 공연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과정, 어떠한 공연 형식이 마련되서 그것을 하나의 구심점이 삼아야 되지 않나.
송현민 : 네. 방금 말씀해주신 건 검무를 담아낸 그릇으로서의 ‘검무전'에 대해서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그럼 ‘검무전'에서 보여준 검무에 대해서도 이애현 감독님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이애현 : 제가 작년하고 올해 봤어요. 그 전에는 제가 ‘검무전'에 대해서 솔직히 정보가 없었어요. 작년에 처음 보면서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얼마나 장시간에 걸쳐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자료를 찾아내고 만들어낸 공연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참 힘든 작업을 하셨다. 그 다음에 선생님이 그렇기 땜에 애정이 굉장히 많구나하는 것을 느꼈어요. 작년에 봤을 때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우리 문화의 영역에서 검이란 어떤 것들이 있는가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것을 펼쳐 보이는 의도라고 하셨는데 저는 정말 그렇게 느꼈어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 기생들이 추는 뿌리를 가진 거 말고도 다양한 검무들이 있는데, 또 그 안에서도 그 권번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너무 많은 갈래들이 있었다라는 그런 것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보았고, 올해도 보면서 역시 참 다양했구나 라는 걸 알았지요. 전통의 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저는 4단계를 봐요. 전승이 그대로 되고, 복원, 재현, 창작이 성격이 각각 나눠져 있다고 봐요. 그런데 프로그램이 섞여서 하니까.
송현민 : 한 공연에서 말씀하시나요?
이애현 : 네. 한 무대에서 섞어서 공연했잖아요. 이제까지는 다양하게 소개하는 거였다면 이것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조금 거르는 작업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이주희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학술적인 것과 공연적인 측면이 있다면 주제별로 한다든가 아니면 지역별로 한다든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어떤 콘셉트를 가지면서 명확하게 한 눈에 이러이러한 검무들이 있었다는 걸 묶음으로 했을 때 또 다르게 비교되면서 확연하게 차이가 날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김영희 선생님이 이제는 좀 집약해서 한 부분을 가져가면서 그거에 대해서 전체를 조율하고 해설하실 수 있잖아요. 그런 무대도 관객한테 충분히 다가갈 거 같아요.
송현민 : 지금은 뭔가 나열되어 있지요.
이애현 : 네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창작적인 검무라면, 창작에도 전통 모티브가 더 들어가 있거나 모던한 게 더 들어가 있거나 다르잖아요. 어디서부터 어떤 창작을 모티브로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이것도 명확하게 하면 관객들은 관심 있을 거 같거든요. 예를 들어 김백봉 선생님이 안무한 <섬광>은 정확히 신무용 쪽이거든요. 이 줄기가 그 기법도 다르다고 봐요. 또 신미경 선생의 <검무낭>이나 <계월향> 같은 경우는 전통무예하고 관련이 있는 창작이에요. 그럼 그것은 전통무예와 춤의 기법이라든가 표현하는 것들이 명확하게 차이가 납니다. 그런 것들을 모았을 때 각 작품의 성격이 두드러지면서 한눈에 관객들이 그 차이를 알면서 흥미롭게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조금 너무 전문성으로 가면 관객들이 어려워할 부분이 있기는 있어요.
김영희 : 이애현 감독님의 지적이 아마 다음 단계가 아닐까 싶어요. 그러면서 관객들의 눈도 높아지겠죠.
송현민 : 두 분 말씀을 들으니까 영어로 압축하면 포맷, 큐레이트 인거 같아요. 뭔가 해설과 공연이 같이 가는 형식, 즉 포맷. 또 큐레이팅이라는게 분류와 전시니까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는데, 다음에 하실 다섯 번째 ‘검무전'의 기획 방향으로 잡는다면 좋을 거 같습니다. 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거 기녀검무만 쭉 하면 재미없다면, 그럼 또 다른 피드백을 주셔서 다른 코드로 모아보고 그러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이애현 : 정말 고생하셨을 거에요.
이주희 : 저희가 없어진 춤을 끄집어 자료를 수집하려면 누구라도 춤을 알고 있으면 선생님한테 가서 인터뷰를 한다거나 어디서 자료를 가져오는 정도잖아요? 이렇게 해서 만드는 거라서 다음 단계에서는… 근데 그건 비단 춤뿐만이 아니고 한국음악도 마찬가지에요. 그게 왜 서울 거냐고 하는데, 한국전쟁 난리통에 부산에 있다가 서울에 다 왔잖아요. 각 처에서 부산으로 피난 갔다가 전쟁 후 서울로 왔는데… 지금 서울 거 사실은 찾기 쉽지 않아요. 다 혼재되어 버렸죠. 근데 문화재청에서 서울 거 내놓으라고 하면 뭘 어떻게 해요. 짜집을 수밖에요. 하지만 그거조차도 지금 저희가 하지 않으면 그조차 뿌리내리지 않는다고 봐요.
송현민 : 다음 세대로 가면 감 떨어져서 더욱 찾기 어렵지요.
이주희 : 아무것도 못해요 더 모르니까. 더 모르니까 지금이라도 해야 되는 거지요.
이애현 : 네. 저는 ‘검무전'에서 33개 종목을 했기 때문에 이거 자체는 굉장히 의의가 있고 굉장한 거라고 인정을 하는 거에요. 그렇지만 다시 앞으로 나가야 되니까 여기까지는 했다면 조금 다르게 가야되는 시점에 온 게 아닌가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겁니다.
송현민 : 이주희 교수님께서 말씀하실 때 저도 조명이라든지 ‘검무전' 공연의 무대 완성도가 사실은 조금 아쉬웠어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만약 한 번 더 시리즈가 진행되면 무대를 꾸며줄 수 있는 분들과의 어떤 공동 작업을 통해서 선생님은 이론이라든지 콘셉트 잡는 거에 공력을 기울이시고, 무대를 딱 집중도 있게 만드시는 거는 안무자라든지 전문 무용수들이 무대 감각을 잘 살리는 공동작업 같은 게 된다면 완성도를 높이고, 33개를 그런 식으로 다시 한 번 볼 수도 있지요.
이주희 :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자면 조명도 필요 없어요. 정말 있는 거 그대로 그 복색의 색깔 그대로 그 춤사위 그대로 그 버선발 그대로. 그게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오히려 무대가 생기면서 조명에 가려지는 게 너무 많고, 얼굴이 화장에 가려지는 게 너무 많아서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아주 애매할 때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 마당이나 방안에서 추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데서 선생님의 해설이 있고 거기에 단아하게 춤춰가는? 그렇게 진짜 춤으로만 보는 거에요.
김영희 : 춤으로만.
송현민 : 이것도 전통춤 공연의 콘셉트가 되는 거잖아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김영희 : 이번 ‘검무전' 리허설 때 이상한 조명을 쓰지 말고, 그냥 의상의 원색을 그대로 살리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이애현 : 그냥 밝은 조명에 쬐끔 다운시켜서 분위기만 만들면 되는데요.
이주희 : 우리가 지금 개념정리를 해야 될게. 조명이 꼭 와야 되고 분장을 꼭 해야 되고 이렇게 생각하는데, 우리도 그거에 대해서 벗어나야 될 게 있어요. 왜 버선발 안보여주냐고, 치마는 왜 그렇게 밟을 정도로 길게 해야 되나. 패티는 왜 입는지. 그거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거를 좀 자연스럽게, 자연적으로 가는 것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김영희 : 검무는 늘 말하지만 삼국시대 그 이전부터 있었고, 조선후기에 전국 교방에서 굉장히 유행한 춤이었어요. 살풀이춤 태평무가 20세기 후반에 유행했듯요. 이후에 기녀들의 검무가 일제강점기까지 쭉 이어졌죠. 공연에서 승무와 함께 빠지지 않는 종목이었는데 한국전쟁 이후에 공연계가 위축되고, 그리고 무형문화재제도가 시작되면서 춤 종목이 쏠리기 시작했어요. 1967년에 진주검무가 지정되긴 했지만, 경남 진주에 있다 보니까 확산되는 게 좀 어려웠어요. 그즈음에 서울에서는 신무용이 풍미하고 있었고, 전통춤은 주로 홀춤 중심으로 승무, 살풀이, 입춤, 굿거리춤, 수건춤 이런 춤들이 공연되었어요.
그래서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무용학원에서 검무를 가르쳤는데 이후에는 검무를 잘 안 가르치고 주로 홀춤의 문화재 종목 중심으로 하게 된 거죠. 검무는 둘이나 넷이 춰야 되니까 연습시간 맞추고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요즘말로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다 보니 기피됐죠.
송현민 : 학계에서는 어떤가요, 대학교라던지 연구 성과 측면에서?
김영희 : 학계에서는 분야별로 검무 내지는 칼 이런 거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는 되어있어요. 한문학 분야에서 조선후기 검무시 연구가 이미 되고 있고, 무예 쪽에서는 무예사라던가 전쟁사, 한국사 쪽에서는 이미 상고시대의 칼문화부터 시작을 해서 조선후기 정조시대에 무예도보통지라든가 무예문화가 굉장히 활성화 됐잖아요. 기본적인 검의 역사라던가 문화 이런 연구가 되어있지요.
근데 음악 쪽에서 검무음악은 아직 별로 연구가 안 되어있는 것 같고, 무속에서 기본적인 형식만 정리되어있는 거 같고. 미술사 측면에서는 검무 그림들이 드문드문 남아있으니까 검무 그림들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이런 정도로 연구가 되어있죠. 재작년 저희 연구소가 주최한 1회 검무 심포지엄에서 이태호 교수님이 발표도 하셨어요.
근데 이것들을 우리 문화의 하나의 키워드로서의 검, 내지는 검무를 같이 엮어내는 흐름은 별로 보이지 않고, 각 연구분야에서 따로따로 기본적인 연구 정도는 진행되었어요. 그리고 무용계 내에서 검무에 대한 연구는 각 교방검무, 기녀검무 있잖아요? 진주검무, 해주검무, 통영검무, 호남검무의 연구성과가 꽤 있고, 근래 밀양검무, 경기검무, 평양검무에 대한 논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학교도들이 췄던 검결의 칼춤이나 용담검무가 동학 연구에서 기본적인 언급이 되고 있고요. 근데 의례라 하면 종묘에서 추는 일무 그리고 또 휘쟁이춤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별로 안 되어있는 거 같아요.
송현민 : 네. 이런 말씀 해주신 대로 무예 쪽이라든지 미술 역사 이런 거는 김영희춤연구소 주최의 심포지엄에서 소화를 하면서 정리를 하고 있네요. 이처럼 연구 쪽의 이야기를 들어봤고요. 그럼 공연 현장 쪽에서는 검무의 위치가 어떤가요?
이애현 : 이주희 교수님은 예전에 남이장군을 소재로 <남이환상>이라는 창작을 하셨죠. 저는 예전에 국립극장에서 검무를 소재로 창작을 했었어요. 황창랑의 설화에 포인트를 맞춰서 신라화랑의 풍류도와 연결하고, 또 황창랑이 가면극하고도 연결이 되잖아요.
저는 우리나라 무속에 남아있는 장군신과 연관시켜서 생각을 했죠. 그래서 무속을 보면 장군들이 비극적으로 나라를 위해서 공을 바친 그런 분들만 나오지, 오래 장수를 해서 돌아가신 분들은 등장하지 않잖아요.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원한이 많은 장군들이 나오는데, 신라 화랑 황창랑도 그런 맥락에서 보고, 제사장의 의미를 두면서 굿판의 장군거리에서 월도를 들고 춤춘다든가 이렇게 굿 구조를 가져왔어요.
그리고 제가 이매방 선생님 제자로 호남검무를 했기 때문에 호남검무의 움직임 특성이나 원리를 가지고 작품을 했어요. 1부에서 제가 사용한 움직임을 알려주기 위해 호남검무를 췄고, 2부에서는 이 호남검무를 변주시켜서 창작을 했어요. 조금 어렵지만 텍스트가 명확하면 관객들은 몰입해요. 어떤 맥락이 닿아있으면 잔상이 남아서 이렇게 기억하면서 좋았다고 하거든요.
꼭 이런 콘셉트가 아니어도 예를 들어서 팔도검무전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경상도지역, 이북지역, 서울지역, 호남지역의 검무를 보여주고요. 대표로 한명씩 나와서 예를 들어서 타령장단에서 칼 돌리는 동작을 한다면 전승 방식에 있어서 공통분모와 차이점이 분명이 나타날 거거든요. 그리고 특징적인 ‘쌍오리’ 동작도 확실하게 차별이 되요. 그런 식으로 하면 무용수들이나 학생들이 이해가 가고, 좀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 경험 이야기를 드렸어요. 그래서 이제는 33가지 검무를 했으니까 그래도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했으니까 무속에서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얘기할 수 있고, 이 움직임이 모티브로 나아갈 수도 있구요, 조금 보완이 된다면 ‘검무전'의 또 다른 주제를 확장할 수 있지요.
김영희 : 전문적인 주제의 ‘검무전'이 될 거 같아요.
이애현 : 그러면서 거기에 대해서 학술 행사도 같이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애현 : 무속에서 칼춤 사위는 많지 않아요. 왜냐하면 굿의 방편이기 때문에 쳐내는 큰 흐름밖에 없거든요. 있다면 동서남북으로 해서 칼 이렇게 하는 게 다에요. 관객들이 봤을 때 되게 심심하거든요. 다른 소스하고 섞어서 같이 가야되는 게 있을 거에요. 용인할미성대동굿의 만신은 무대화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주희 : 그분은 관객을 의식하면서 했어요. 복도 빌어주고 관객들 호응을 많이 받았어요.
김영희 : 그냥 굿에서 추는 칼춤은 과정에서 봐야지. 춤사위 자체로만 보려고 하면 할 게 별로 없지요.
송현민 :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어요. (좌중 웃음) 복도 많이 빌어주었어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거는 앞으로 발전된 콘텐츠 창작 속에 포맷으로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하셔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주희 교수님 직접 하셨으니까요.
이주희 : 이애현 감독님 말씀에 충분히 공감하고요. 그것보다는 저희가 늘 문제에 봉착하는 거는 아트와 대중이거든요. ‘검무전'의 발전은 어떻게 하면 검무를 대중화시킬 수 있을까. 이걸 우리끼리 하면 정체되거든요. 무용가들끼리 하는 건 정말 전문적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해서 전승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노력하고, 또한 전문적으로 이걸 발전시켜야 하고요. 지금 우리 전통춤의 문제는 이미 레퍼토리가 없어졌고, 그걸 어떻게 자리매김시키는데 창작이 아니고 전통으로 자리매김을 시킬 것인가가 큰 방향이라고 봅니다.
송현민 : 사실 요새 예술계에서 대중이라는 게 되게 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더라고요. 대중도 그 안에 여러 가지 부류가 있는데, 이 ‘검무전'에서 대중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대중이라고 보시나요?
이주희 : 완전히 모르는 사람도 포괄적으로 대중이죠. 저희가 그림전시를 보러가서 그 미술에 대해서 지식이 있어서 보러 가는 게 아니거든요. 전문가와 상관없이 뭘 알아서가 아니라, 본인이 좋아야 되고 느낌으로 받아들여져야 되는데, 저희는 이 많은 검무 프로그램들을 공개적으로 내놓기 이전에 우리끼리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송현민 : 우리끼리라면 무용 분야를 말씀하시나요?
이주희 : 네. 우리끼리 가지고 있는 거에요. 김영희 선생님이 다음 작업을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검무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춤인 만큼 정말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정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김영희 : 보존회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어요. 전통무용가들 중에 5, 60대분들은 칼춤을 어렸을 때 다 하셨어요. 근데 중년 즈음부터 승무 살풀이 태평무를 주로 추었기 때문에 검무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내야 되요. 또 그분들이 기억하고 있는 검무가 신무용화된 검무들일 거에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3, 40대 분들은 검무를 거의 배우질 않았기 때문에 지금 검무가 약간 떠있는 셈이죠. 문화재로 지정된 검무 외에 전승이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검무의 역사성과 다양성에 대해 계속 설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송현민 : 아까 선생님께서 공연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고 말해주셨는데 제 생각에는 공연에 대한 홍보가 곧 검무 콘텐츠에 대한 홍보잖아요. 그래서 대중들의 접점 찾기도 중요하고, 그런 말씀을 받아서 질문을 다시 드리자면 그러면 대학에서 검무의 교육현황을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
이주희 : 검무를 가르치는 학교는 매우 적죠, 문화재로 지정된 검무는 그나마 제도권 안에서 전승을 하고 있지만, 그걸 떠나서 예고나 대학 무용과에서 각 지역성을 살린 검무를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좀 더 검무를 알고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검무의 전승은 교육제도랑 묶인다면 좀 더 활성화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영희 : 일단 이번 공연을 마무리 하고 있거든요. 올해는 중간에 스텝이 바뀌어서 어려움이 좀 있었어요. 하여간 판을 벌렸으니 펼쳐봤는데 앞으로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서 관객들이 검무를 정말 매력적인 춤으로 인식하고 아낄 수 있도록, 승무 살풀이 태평무가 갖고 있지 않은 매력을 흠뻑 보여 주고, 그 의미를 음미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좀 더 자유로운 구성이나 전개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을 풀어볼 수 있어요.
송현민 : 오늘 나온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검무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김영희 : 전통춤을 전통만 한다고 해서 풍성해지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춤계가 전통은 전통대로 창작하는 사람들은 창작의 모티브로 전통춤을 학습하고 꺼내야지 살아나거든요. 전통의 레퍼토리라는 것이 무한하게 풀어낼 수 있는데, 그래서 창작을 하면서 더 공부를 하게 되요. 그걸 가지고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풀어내는 그런 것도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2014년 시댄스 때 ‘검무전'에서 현재 김용철 부산시립무용단 감독의 <무무(武舞)- 다른 공기>도 있었고, 이주희 교수님의 <남이환상>이나, 신미경 선생의 <계월향>이 검무를 모티브로 한 창작이었습니다. 전통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새롭게 해석된 무대도 매우 기대됩니다.
송현민 : 네. 그러려면 전통춤을 다양하게 접근하는 시도나 교육, 후원 등이 더 조성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좌담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참석자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