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춤비평가들이 말하는 2015 무용계
“우려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한국춤비평가협회는 2015년 12월 12일 예술가의 집에서 춤비평가 이종호 김채현 장광열 이만주 김영희 이지현 권옥희 방희망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2015년 무용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방담은 사회자 없이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 편집자 주 -


- 올해는 한국춤비평가협회가 국공립무용단 운영문제를 제기하여 사회적 관심을 널리 환기하고 <춤웹진> 지면을 통해 해결과제를 지속적으로 각성시켰습니다. 무엇보다도 무용계의 수십 년 해묵은 주요 과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춤비평가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 공공 무용단 현안과 운영에 대한 관심이 증대한 것은 분명합니다. 4월 23일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된 ‘한국의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한국춤비평가협회의 포럼은 공공무용단 단원들의 설문조사를 곁들인 운영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와 외국의 공공무용단 운영사례 등을 토대로 실질적인 현안들을 도출했습니다.
 대전시립무용단도 11월 18일 대전예술의전당 세미나룸에서 창단 30주년을 맞아 공공무용단의 현안과 미래상을 모색하는 포럼을 가졌습니다. 이 두 포럼에서는 예술감독의 임기와 고령화, 정년 및 오디션 문제 등이 가장 핫한 이슈였습니다. 또한 12월 6일 공공무용단 예술감독들은 서울에서 모임을 갖고 ‘전국 시·도립 무용단 예술감독 협의회’를 2016년 2월에 공식 출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그렇죠. 공공직업무용단 운영에 대한 조사가 피상적이지 않고, 직업 무용단의 단원 상당수가 참여한 조사의 데이타에 의한 분석이었기 때문에 더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때 발표했던 외국 무용단의 운영에 관심이 있었는지, 천안시립무용단과 광주시립무용단에서 노조 활동 등과 관련된 외국 무용단의 실제적인 운영 사례에 대한 특강 요청이 있어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춤비평가가 비평 활동 이외에 무용계의 어떤 정책, 제도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상당히 큰 현안을 논의하는 기회를 만들었고, 이걸 계기로 공공무용단 예술감독협의회가 만들어지면서 뭔가 변화되는 기점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국공립단체에 대한 언급과 관련해 대구시립무용단의 경우는 예전에 무용단 노조 때문에 힘든 일들이 많았었는데, 홍승엽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본인이 솔선수범하여 연습하는 일부터 무용수들을 보호하는 환경, 예컨대 부상 등을 대비하거나, 공연환경을 꼼꼼히 챙긴다거나 하는, 무용수들 편에서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해나가다 보니 무용수들이 좀 더 프로의식을 갖게 된 듯합니다. 물론 훌륭한 예술감독의 역량은 좋은 작품을 생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지만요. 어쨌든 대구시립무용단 단원들의 작은 변화, 이런 것들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올해 한국의 공연예술계는 우울한 일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메르스 여파에다 예술지원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좌초는 평론가들의 심의 거부, 예술가들의 연좌농성, 릴레이 시위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직원과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특정 예술가의 예술탄압과 관련해 추한 모습을 연출하더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공연예술센터의 직원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초유의 행위로 직무정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전통예술의 본산이라고 하는 국립국악원에서는 애매모호한 이유를 들어 자신들이 초대했던 예술단체에게 공연불가를 통보하는 희한한 행위를 하더니 급기야 여타 예술가들이 연속으로 공연취소를 하는 사태를 야기 시키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예술계 현장에서는 ‘정치검열’ ‘예술검열’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 박근혜 정부의 소위 예술 검열이랄까, 자유로운 표현에 대해 개입하는 일들이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춤행사를 보자면 국립국악원의 풍류사랑방 공연에서 검열 시비가 있었고, 그 외에는 대부분 연극이나 미술 쪽 문제였으나,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태도 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춤계 내에서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상당히 유감스러워요. 춤계의 비평의식, 그러니까 그만큼 우리 감각이 무뎌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억압을 의식하지 못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침체된 것인지 여러 갈래로 우려가 듭니다.

- 무용가들 중에 정영두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립국악원 입장을 정면 반박한 일을 위시해서, 차진엽, 김설진이 공연을 거부하는 등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무용가들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문제의식을 가지고 저항했다는 점, 소신에 따른 행동은 격려해줘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격려를 포함하여 검열에 맞서는 춤계의 건전한 여론을 공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예술 억압에 대해서 좀 더 언급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냥 묵과하지 말고 계속 주시하면서, 이 문제는 언젠가 한번 무용계 전체에서 바람 내지는 큰 움직임으로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문예위의 창작산실 사업은, 무용계 사업 중에 가장 큰 예산과 많은 기대를 갖게 하는 창작지원 사업인데, 그간 진행과정에서 다른 장르에서와 비슷하게 편파적 진행이 지적됐어요. 과정에서 보다 섬세하게 창작을 돕는 과정이 설정되어 지원금만을 나눠주는 사업이 되지 않아야 되겠지요. 연극분야에서 시발된 일련의 문예위 사태들이 수습을 위해 다각적인 재편과정을 거치는 중으로 보이는데, 현장의 흐름을 급격히 한꺼번에 바꾸려는 시도는 무책임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이 정부와 거리감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이구요, 현장에서는 훨씬 더 폭력적으로 체감되지요. 아직 사태가 진행 중이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춤계 발전을 저해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입장을 밝히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무용계가 동원되어 지지 기자회견까지 한 A교수 사건이 있었지요. 지자체가 정산되지 않은 금액에 대해 A교수를 고소했는데, 지자체와의 문제가 중심이지만, 그것보다 사건의 발단이 된 학술행사의 역사 왜곡, 날조가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 무용사학 내지는 무용사의 문제에서 일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역사 연구를 한답시고 사실 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신중한 역사적 시각을 갖지 않은 채 결과물을 내서 본의 아니게 역사를 혼돈스럽게 기술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입니다. 또 무용가들이 이를 도와주고 있다고 봐요.
 A교수가 한민족춤을 주제로 연변의 무용가들과 학자들을 데려와 심포지엄을 했는데, 학자들이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사적 방식이더라구요. 근데 이런 방식은 「춤」지부터 계속된 조택원 띄우기의 전례와 요즘 우리 행사에서 만연해 있는 깊이는 없고 외양만 키우는 방식이 적절히 섞어 놓은 방식이더군요. A교수도 굉장한 민족주의 열정을 가지고 별 숙고나 반성 없이 행사를 기획하고, 춤계 인사들 역시 단순히 들러리 서거나 경쟁적으로 따라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았어요. 무용계 어른들이 동원되어 명분 없는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창피한 일이지요. 저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봐요. 예술창작과 비평계의 문제는 아니지만 뒷 배경과 돈만 있는 곳이라면 따져보지 않고 달려가는 우리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라고 봅니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무용가들이 자기의 좋은 활동만을 걸러서 자료를 만들어 남기면 시간이 지나면 역사에 영웅으로 남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유아적인 행동이지요. 무용계는 기록물만 잘 남기면 된다는 그런 의식이 강한데, 개인 아카이브 사업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자기중심적 자료 남기기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또 구술사업도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역사가 마치 구술로만 정립된다는 식의 착각은 굉장히 위험성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국립예술자료원의 구술사업도 걸러지는 작업이 없다면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국립이기 때문에 그냥 공인이 돼버리는 맹점이 있을 수 있거든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창작이나 예술 영역은 아니지만 우리 협회가 학자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우리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충남 홍성군이 군비 등을 지원받아 지난해 9월에 치러진 제1회 대한민국 전통무용제전 주최 측에 사업비 4억 원 중 약 2억7천만 원을 반환하도록 하면서 담당자를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지요. 이와 관련 무용계 원로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홍성군은 자기 고장 출신의 역사적 인물을 조명한 행사의 사업비 정산과 관련해 불법적인 행정조치와 고발로 행사 전체의 성과와 대외적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에 대해 무용계 일각에서는 정확한 진위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명서 발표는 성급했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어요.
 또한 청주시립무용단 현 상임안무자 P감독이 전임 안무자 시절에 입단비 명목의 금품 수수, 시립무용단원으로부터 오디션비 명목의 수백만 원대 금품 수수, 작품비 명목의 금품 수수 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혐의가 있음으로 밝혀지는 불미스러운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공공 지원금의 유용, 교수임용과 입시부정, 병역면제, 직업무용단 입단을 둘러싼 금품수수와 고액의 레슨비 수수 등 비도덕적인 무용계의 관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합니다.

- 우리나라 무용가들이 국제교류와 관련해서 올해의 경우 해외무대로 진출하는 양상이 다양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김재덕은 싱가포르 T.H.E댄스컴퍼니의 상임 안무가로 신작을 공연했고, 아르헨티나 국립무용단과 브라질무용단의 초청 안무가로 새 작품을 안무했습니다. 국립무용단이 <회오리>로 프랑스 칸무용제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불쌍>으로 독일 베를린 ‘탄츠 임 아우구스트(Tanz Im August)’의 초청을 받아 폭스뷔네(Volksbuhne) 극장에서, 한불 수교 130주년의 여파도 있었지만 안은미무용단이 파리의 떼아트르 드 라빌에서 3개의 작품을 공연한 것도 유명 축제와 극장으로의 진출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로 기록될 만합니다.
 멕시코 세르반티노 축제에서 한국특집을 개최한 것과 디아츠앤코가 국제안무플랫폼 Camping에 한국 안무가들이 대거 참여토록 한 것도 의미 있는 교류였습니다. 해외공연 양상이 다양해진 것과 함께 한국 무용단들이 공연하는 극장의 레벨도 높아졌어요. 우리나라 무용단이 국제무대에서 그 위상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은 시댄스나 팜스와 같이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국제교류 사업을 해온 그 효과가 이제부터 나타나는 거라고 할 수 있지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 누구나 외국 가서 공연하는 건 좋아합니다. 웬만한 국가라면 가서 공연을 하죠. 그런데 요즘에 외국을 가면 한국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느낍니다. 싸이 덕분인지 케이팝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콜롬비아하고 멕시코에 갔다 왔는데 반응이 보통이 아니에요. 몇 년 전에 중남미를 돌 때도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한국 무용공연에 대해 매우 호의적입니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아시아하면 중국과 일본은 많이 소개됐잖아요, 중국과 일본만 생각했는데 한국이 뭔가 색다른 걸 보여주었고, 현대무용 실력도 나쁘지 않아서인지 재밌게 공연을 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급수가 올라간 거 같아요.
 그리고 외국무용단들이 한국에 가서 공연한다고 하면 ‘기왕이면 시댄스로 가자.’ 이 정도는 되는 거 같습니다. 시댄스 프로그램을 보면 대강 수준을 알 수 있잖아요. 그리고 나하고 관련을 맺었거나 시댄스에서 공연을 했거나 이런 사람이나 단체들이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서 좋은 소문을 많이 내줬던 것 같아요. 지금 시댄스가 여전히 정부지원금은 줄어든 상태로 어렵게 이어가고 있지만, 입지는 확실히 예전보다 좋아졌어요.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 국공립무용단의 작업과 관련해서는 국립발레단이 존 크랑코 안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새로운 레퍼토리로 확보한 것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그램 머피의 지젤> 초연, 창단 20주년을 맞은 서울발레시어터의 기념사업들, 광주시립발레단의 객원 안무가와 무용수를 초청해 만든 모던 발레 공연과 지역소재 작품을 재창작 하는 시도 등도 주목을 끌었습니다.
 국립무용단의 경우는 <회오리> 업그레이드 작업과 <코리아 환타지>의 또 다른 버전으로 제작한 <향연>공연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향연>은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로 참여해 조흥동·김영숙·양성옥이 안무와 재구성으로 참여한 전통춤 계열의 춤들을 세련된 시각적 이미지로 무대화 하는 성과를 보여주었으나 정작 무용수들은 개개 작품의 맛깔을 춤으로 제데로 표출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시각적인 볼거리는 있었지만 예술로서의 춤을 음미하기에는 부족한 무대였습니다.
 홍승엽 예술감독이 이끄는 대구시립무용단의 홍콩의 챠오(Willy Tsao) 예술감독이 이끄는 CCDC(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 일본의 노이즘(Noism) 예술감독인 가나모리 조(金森 穣) 무용단과 함께 ‘니가타 인터내셔널 무용 페스티벌’ 참가를 통한 국제교류 활동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춤이 말하다’ 등 기획공연과 가족 관객들을 위한 <어린 왕자> 등의 제작을 시도하는 의욕을 보였으나 신작들 대부분이 기대만큼의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 전통춤 쪽에는 전황, 이매방, 김덕명 선생님 등이 돌아가셨어요. 예능보유자 1세대가 강선영 선생님을 제외하고 거의 돌아가신 거지요. 특히 가장 많은 제자를 양성하신 이매방 선생님이 돌아가셔서 그 문하의 제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지 궁금해지는데요. 그동안 이매방 선생님의 그늘이 너무 컸었지요. 그래서 제자들의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침 얼마 전에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심사가 <승무> <살풀이> <태평무> 종목에서 15년 만에 있었어요. 결정은 아직 안 났고 몇 명을 선정한다고 정한 것도 아닙니다. 각 춤의 유파를 인정하되 유파마다 다 뽑을 수도 있고 한 유파만 뽑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 SPAF, SIDance, Modafe 등 기존 국제무용축제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렀습니다. 창무국제무용제가 지원금의 대폭 증액으로 종합무용축제로 변신했고, 뉴댄스아시아국제축제(구 광진무용축제)는 아시아 무용가들의 네트워킹의 장으로,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ro)는 원로 무용가 수잔 버지를 초청, 안무가들을 위한 즉흥 워크숍 프로그램을 별도로 편성하는 등 워크숍을 강화하고 부산과 대구에서 즉흥춤축제를 연계하는 등 네트워킹 확장에 공을 들였습니다. 노원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 불교무용대전, 수원발레축제, 세종국제무용제 등이 올해 새롭게 시작되었구요. 한국발레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발레축제는 공공적인 성격의 축제임에도 축제 운영에서의 문제점과 매년 되풀이 되는 창작발레 작품의 빈약한 예술성으로 심각한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 지원정책이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이원화되어서 무용 지원정책에 대한 주체가 나눠져 있어서 관심도 분산되었어요. 문제가 있어도 정식으로 문제 제기할 계기가 약했는데 언론에서도 보면 기자들의 지원정책이나 문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었고요. 특히 문화예술위원회의 정책 내지 행정은 최근 몇 년 동안 독주 상태입니다. 한팩에서 본부장이 그만둔다든가 자리가 없어진다던가 그런 것들을 한국예술위에서 하는 걸 바라볼 뿐이지 여론이 어떻다라는 것을 언론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거 같아요. 그리고 문화예술위원회 독주가 한국 문화예술의 후퇴를 낳을 거라 보고,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봐요. 단적으로 공연보러 가기가 싫어요. 이런 분위기에서 예술검열문제도 있고요. 조직개편이 수시로 되는 것도 문제이고, 그런 과정에서 민주적인 문화예술계 무용계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고 있지 않다고 봐요. 옛날 문예진흥원 시절에 오히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 여론을 상당히 수렴하려고 했었죠. 최근 몇 년 동안 엠비 정부 이후 아예 없어졌어요. 과거에는 직원들이 전문성이 없었고 지금은 전문성이 상당하다고 하면서, 독주하는 인상을 받아요. 하지만 외부에서 전문가가 할 일이 있고 직원이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 이전에는 문예위를 약화시키고 지방 분권화시켰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지역 문화재단 사업을 문예위를 통합시키면서 다시 문예위가 중심이 되고 지역문화재단은 약화시키고 있어요. 급격한 전환 속에서 무용계는 장르적 독립성을 갖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용계를 대표하는 한국무용협회는 공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못해 보여요.

- 문화부의 책임도 큰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문화예술위원회가 해서는 안 될 일들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문화예술위의 예술경영평가가 계속 D가 나오면서 존폐 얘기까지 나왔었지요. 권영빈위원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평가를 잘 받아야 하니까 예술경영지원센터나 국제교류재단에서 하고 있는 유사한 국제교류 사업들을 벌이는 등 생산성 없는 사업들을 자체적으로 시행했지요. 계량적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어쨌든 경영평가가 C로 올라갔어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체적인 지원정책은 중복사업과 생산성 면에서 질이 떨어졌어요. 사실 문화예술위원회는 지원업무만 잘하면 되거든요. 더구나 극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요. 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지원 행정을 해오던 문예위 직원이 덩치 큰 공연장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 또 하나, 국립예술자료원 원장직에 문화예술위 소속 내부 직원을 임명했다는 말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국립예술자료원이면 명칭상 국립기관 아닙니까. 잘못 전해 들었는지 몰라도, 국립기관의 대표로 내부 직원을 임명했다는 것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서 문화예술위 웹사이트를 들어가보니 “1979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술자료관으로 개관한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아르코 예술정보관으로 명칭을 변경, 2010년, (재)국립예술자료원으로 독립하였으나 2014년 5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다시 통합하였습니다”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문제는 이렇게 통합한 연유가 무엇인지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이건 특정 사례입니다만, 문화예술위가 나주로 이전한 후 여러 사안들이 겹친 게 계기가 된 결과 문화예술위를 평하는 시각이 총체적으로 어수선해진 것 같습니다. 뒷담화로 떠도는 소문들이 무성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문화예술위는 2005년 출범 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 동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져왔고 이제는 존재감마저 불투명합니다. 이러고서 문화예술위가 좁게는 춤계와 협력해서 문예진흥이란 소임을 제대로 해낼지 의문입니다. 문화예술위에 대해 춤계가 얼마나 신뢰하는지 문화예술위는 각성해야 합니다. 이 점에 대해 이의가 있을 수 있겠고, 공개 토론이나 여론조사 등 객관적 방법을 통해 현실을 재확인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어요.

- 춤계 과제가 산 넘어 산이네요. 

2016.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