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2024 국내외 춤동향 진단 포럼 2 - 국내 하반기
2024 하반기 국내 춤현장을 공개 진단한다
  • 일    시
    2024. 12. 10.(화) 13:30
  • 장    소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서울 대학로)
  • 참석자
    김채현, 김혜라, 장광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춤비평가협회(춤비협)는 지난 8월 ‘국내외 춤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의 첫 프로그램에 이어 12월에 두 번째 프로그램을 열었다. 올해 이 진단 포럼은 두 차례에 걸친 국내 현장 진단과 한 차례의 글로벌 현장 진단 등 모두 세 차례로 구성된다.
국내외 춤동향은 리뷰와 보도 등을 게재하는 매체들을 통해 상시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그러한 활동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종종 집단적으로 이뤄진다. 춤비협의 이 진단 포럼은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었다. 이에 더하여 진단 포럼은 해당 일정을 춤계에 공지하고 공개 장소에서 진행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진단 포럼이 다수 집단에 의해 공개 진행됨으로써 춤비협 내외부와 함께 포럼 내용을 현장에서 공유하고 논의하며 객관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프로그램의 패널로 김채현(〈춤웹진〉 편집장)·장광열(IPAP 대표)·김혜라(춤비평가) 3인이 정해졌다. 패널들은 올해 하반기에 온오프라인에서 발표된 춤비평문과 관련 기사들을 공유하고, 사전에 비대면 예비 모임을 가져 이번 진단 포럼의 주제를 몇 가지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일 진단 포럼은 모더레이터를 겸한 김채현 패널의 사회로 하여 정리된 주제를 축으로 전개되었다.
춤비협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될 본 프로그램이 비평시각을 바탕으로 춤현장의 동향을 두루 진단해서 재조망하고 비평의 토대를 다지는 데 이바지할 것을 기대하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편집자



지난 12월 10일 오후에 있은 2024 하반기 국내 춤동향 진단 포럼, 예술가의집, 서울 대학로, 한국춤비평가협회 주최 ⓒ춤웹진



2024 하반기 개관
 

김채현: 춤 현장을 한 사람이 진단하는 것보다는 공개적으로, 집단적으로 하는 것이 나은 점이 많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지난 8월에 상반기 동향 진단을 진행했고 이제 어느덧 하반기가 되었습니다. 지난 상반기 동향은 춤웹진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늘은 2024년도의 국내외 춤동향 비평 시각 진단 포럼 가운데 국내의 하반기 동향을 진단하는 것으로서, 오늘 소개할 주제를 지난주에 패널들이 비대면 회의를 갖고의논해 봤습니다. 거기서 거론된 주제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았지요.
- 정석 공연 관행을 넘어서는 현상 - 춤축제들과 국제교류의 동향 - 대한민국은공연중 행사 - 발레 분야 동향 - 원로 창작 세대의 동향 - 오랜 활동 단체의 기념 행사 - 마당굿운동 50년 - 전통춤 분야 동향 - 방송 프로그램의 동향 - 지원 기금 심의 제도
이 주제들을 토대로 오늘 포럼을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이 자료들을 토대로 김혜라 선생이 편집한 PPT 자료를 일별하도록 하지요.

김혜라: 저희가 상반기에 8가지 섹션으로 구분해서 국내 춤계 동향을 짚어봤고 하반기는 상반기와 유사하게 지속되는 경향에 따라 그때 시간상 자세하게 다루지 못했던 부분도 짚어보려고 합니다. 또한 하반기의 다양한 행사를 중심으로 춤웹진, 댄스포럼, 춤, 몸, 댄스포스트코리아, 더프리뷰, 춤과사람들 등의 춤 매체들 또 그 외에 온오프라인 신문 게재 자료들을 참고했습니다. 이런 자료들 그리고 저희가 현장에서 본 경험을 중심으로 저희 패널들의 의견을 모으고 수정해서 여기서는 9가지로 다시 구분해봤습니다. 12월 춤현장 행사가 좀 남아 있긴 합니다만 이번 포럼 시점상 일부분은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공연이 있는데 매체에 기록되지 않았거나 관람하지 못한 수많은 작업 현장까지는 커버하지 못하는 제한점도 있습니다.
이제 9가지의 섹션으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가장 차별되는 점은 공연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 접근 방식 등등 여러 가지로 그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정석(定石)의 공연 관행을 넘어서는 현상들이 조금 주목되는 현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반기 때는 축제들이 많지 않은데, 하반기에 축제들이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춤축제의 어떤 동향을 진단하고, 그다음에 올해 가장 관심을 받았던 서울시발레단이나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부산오페라발레단 발족 등등 그와 연관해서 국공립·민간단체의 운영을 좀 짚어보겠습니다. 또한 하반기에는 원로 창작 세대들의 공연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유니버설 창단 40주년, 리을무용단 40주년, 그다음에 무트무용단 30주년, 그리고 부산에서도 현대무용단자유 30주년 등 여러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런 단체의 기념 행사를 일일이 참관하는 것과는 별도로 이런 행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 자체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성도 조금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다음에 전통춤 분야의 동향은 상반기와 유사하게 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번 언급하고 이어서 다룰 내용으로 한 방송의 춤 프로그램에 관심을 모아보았습니다. 그 장단점을 짚어보고, 그다음에 작년에 심의 및 여러 심사 과정과 관련해서 여론들이 나왔었는데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문제도 짚어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을에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동 주최로 새로 만든 <2024 대한민국은 공연 중>이라는 행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이렇게 모두 9가지 섹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배리어프리 작업

김채현: 네, 수고하셨습니다. 대략 정리한 주제들을 하나씩 거론해 보기로 하지요. 포럼 말문을 열 겸해서 맨 첫 주제(정석 공연 관행을 넘어서는 현상)부터 먼저 의견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첫 주체의 정석 공연 관행을 넘어서는 현상과 관련하여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것이 굳이 컨템퍼러리댄스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틀 내에서의 공연을 정석 공연이라 부른다면, 이를 넘어서는 현상들이 이미 2000년대 들어서 간간이 나타나거나 꾸준히 나타났고, 개별적으로는 완성도가 낮은 경우도 있습니다. 정석 공연을 넘어서서 그간 시도되지 않은 것을 시도하고 작품 구성 방식에서 축적된 바가 적은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제한점이 있다 하더라도, 아시다시피, 춤에서 어떤 돌파구를 여는 데 있어 정석 공연 관행을 넘어서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번 하반기 포럼의 첫 번째 주제로 이걸 택함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이 첫 주제의 세부 내용이 몇 가지로 정리되었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혜라: 첫 주제에서 배리어프리 공연은 상반기 포럼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해서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상반기에 배리어프리 공연의 증가 양상이 확인됐었고 하반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예술가들의 고민과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도 이를 접했는데, 이는 단순히 장애인들의 공연 참여뿐만 아니라, 춤 공연에서 장애인 관객과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적극성에 대한 고려와 인식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에, 단순 음성 해설의 한계가 있습니다. 즉 비언어나 감정 표현을 현장에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문제가 노출되었습니다. 또한, 장애인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동참을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한예종 교수로 재직 중인 김형민씨의 작품 ‘I Dance the Theater’의 접근성 공연이 있었고 그분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입니다. 배리어프리에 대해서 논의했었는데 실제 관객을 모셔 와야 하니 장애 단체 10여 군데에 전화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관객을 모시기가 어려웠습니다. 장애인들한테 극장은 상당히 낯선 곳입니다. 시각장애인들한테는 더욱 그렇습니다. 열 군데를 전화해서 겨우 한 분을 모셔 와서 했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경비 문제로 쉽지 않아서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지원해 주는 음성 해설 기기가 없었다면 이러한 시도조차 불가능했다는 겁니다. 이런 실제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또 하나는 요즘 배리어프리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굉장히 좋지만, 이런 접근성에 참여하지 않으면 진보적이지 않거나 동시대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일까 하는 예술가들의 어떤 우려도 있지 않을까? 라는 저만의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배리어프리의 선택과 고민이 춤과 함께하기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매우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리어프리가 한 2~3년 지속되면서, 현장 작업에서 한 단계 진보된 양상이 포착되었습니다. 보통은 장애인들이 하는 공연들마저도 공연 관람자의 패턴에 의해서 작품을 구성합니다. 즉, 장애인들의 시간과 공간의 운용을 일반 관객들의 기준에 맞추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선보인 프로젝트 이인과 캐나다 내셔널액세스아트센터가 협업한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 같은 경우, 발달장애인 퍼포먼스에서 새로운 시도가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참여해서 같이 끌고 가는 건 이미 유럽에서도 유행했었고 더 이상 저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제가 하나 포착해볼 점은 공연 시작 약 30분 후에 저희한테 브레이크타임을 주는 겁니다. 사회자가 장애인 퍼포머들의 집중력이나 생체 리듬에 맞췄을 때 이들은 30분 이상 공연을 못 한다면서, 심지어는 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관람객한테 조금 비켜달라고 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관객의 기존 생각으로 봤을 때 흐름이 깨지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한 일입니다. 그런데 관람객한테 맞추는 게 아니라 발달장애인들의 어떤 최선의 작업을 뽑아내기 위해서 그런 방향으로 진행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취약성이 있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모든 참여자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포용적 태도로 참여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통해 공존의 미학을 생각하게 한 점이 의미가 있었고, 단순히 장애인들의 구성에서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접근이 왜 의미 있는지를 고찰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에 모두예술극장에서 국제협력 리서치 워크숍 <예술과 연약함>이 열렸고, 3년간 프랑스와 한국의 안무가들, 무용가들이 함께 리서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와 관련된 여러 기록들이 있는데 이 리서치 작업이 의미하는 것은 춤이 어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거나, 아니면 예술적인 탁월함, 예술적인 어떤 사유를 만들어내는 차원을 벗어나 사회 공동체와 긴밀하게 연결된 활동으로서 춤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킨 현장이라 보았습니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이렇게 작품, 접근 방식, 리서치 이런 일련의 사례를 통해서 춤이 그동안 무엇을 간과했고 배제했고 이제는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들이 생생하게 구분되는 작업 현장이었다고 저는 진단합니다. 단순히 배리어프리가 음성 기계를 착용하는 게 아니라 다각도의 시선과 행동으로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지점이 이번 하반기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광열: 올해 들어 ‘無 장애’라는 뜻으로 그동안 사용되어 온 ‘배리어프리’(barrier-free)를 대신하는 개념으로 ‘배리어컨셔스’가 공연예술계에 등장했습니다. 공연예술 참여와 감상에서 장애로 인한 문제를 넘어서려는 공연을 지칭하는 것인데 연극과 뮤지컬 장르를 중심으로 시도되었습니다. 수어 통역사가 직접 무대 위에 오르거나 시각 장애인을 위해 공연 전에 무대와 의상 등을 만져보는 ‘터치 투어’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터치 투어’는 우리 무용 장르 쪽에서도 이미 시행했었던 것이지요.
덧붙여서 이제 ‘장애인 무용’이라는 장르가 우리나라에서도 춤예술의 한 영역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뿐 아니라 10여 년 전부터 장애인 예술이 활성화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고 2019년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이 설립되면서 제도권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에는 장애예술 표준공연장인 모두 극장이 개관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PAF에서는 축제와 전반적인 접근성을 안내하는 정보를 한국어 음성, 수어통역, 자막해설이 포함된 동영상 홍보물로 제작하였습니다.
8월 11일부터 18일까지 열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는 올해가 9회째였는데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 등 전문 공연장은 물론이고 이음센터 이음아트홀 등에서 개최되었습니다.
‘Spread The Love + 배희(腹喜)’를 주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대만, 미국, 스페인, 일본, 폴란드 총 8개국이 참여, 18개의 작품을 공연했고, 부대행사(개막식, 레지던시, 댄스워크숍, 국제학술심포지엄, 네트워킹, 문화기술 체험 부스, 관객과의 대화, 사진전)도 다양했습니다.
축제 마지막 날인 8월 17일은 '배리어프리 데이'로 지정하고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음악정보를 촉각 정보(진동)로 전달하는 우퍼조끼 제공을 통해 공연 관람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 무용 관련 지원 프로그램과 지원금도 많이 늘어났고, 전용극장도 생긴 만큼 앞으로 장애인 무용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장애인 무용과 관련해 우리 춤 제도권 안에서도 몇 가지 문제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무용음성해설, 터치 투어 등 배리어프리, 배리어컨셔스 공연을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공공 지원금 신청에서 배리어프리 공연인지 아닌지를 체크하는 항목이 생겨날 정도로 장애인 공연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현재 배리어프리 공연을 수용하는 극장들은 대부분 공공극장입니다. 아르코예술극장이나 성남아트센터 등 자체 예산을 충분히 확보한 공연장들이 관객들의 편의제공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이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단법인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도 몇 년 전부터 무용음성해설가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김혜라 선생이 캐나다 장애인 예술 단체들의 내한 공연을 소개했는데, 올 2월에 독일 프라이부르그에서 열린 탄츠플랫폼(Tanzplattform)에서 전 세계에서 모여든 무용 델리게이트들이 최고의 공연으로 선정한 작품이 바로 장애인 무용가들이 출연한 작품이었습니다. Adrienn Hod가 안무한 Theater Bremen의 〈Harmonia〉란 작품이었는데 10명의 출연자들 중 대부분이 장애를 가진 무용수들이었습니다. 캐나다의 장애인 내한공연에 대해 언급하면서 장애인 공연자들을 위한 배려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이 작품은 90분 동안 왜소증, 의족, 휠체어에 의지한 무용수 등 정상적인 신체를 가진 무용수보다 더 많은 장애인 무용수들이 쉬지 않고 춤을 춥니다. 예전에는 장애인이 출연하는 공연을 보면 출연자의 신체적인 장애를 배려해 작은 움직임을 한다든지 오브제를 활용한다든지 이렇게 했었는데, 〈Harmonia〉에서는 출연자들이 모든 에너지를 무대 위에 쏟아냅니다. 안무가는 가혹할 정도로 댄서들을 혹사(?)시킵니다. 이런 시도들은 예술성과 잘 맞물렸을 때 감동이 배가됩니다. 장애를 가진 무용수들이 단순히 장애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온전한 예술가로서 자신의 몸 자체를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이 같은 공연은 더 이상 장애인 무용이 아니었습니다.
세 번째로 장애인 예술 쪽으로 돈이 많이 지원되다 보니까 충분한 연구와 준비 없이 장애인 예술에 접근하는 무용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경계해야 할 사안이고 무용계 내부에서도 자성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국제즉흥춤축제에서도 수년 전부터 장애인 즉흥공연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오랫동안 즉흥을 이용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 무용가와 단체로는 홍혜전, 박기자, 트러스트무용단, 온엔오프 등이 있습니다. 반면, 장애인과 장애 예술에 대해 공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장애인 공연을 기획하는 경우가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채현: 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날 현대 국가의 전체 인구에서 장애인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 자주 환기되어 왔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인정받는 등록 장애인의 비율이 5% 정도일 겁니다. 그러나 이 범위가 너무 좁다는 지적이 있지요. 약 10년 전 미국의 경우, 장애인 비율이 9% 남짓인 것으로 저는 알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약 10%를 넘을 것으로 저는 추정합니다. 정부가 장애인의 범위를 더 좁게 설정하는 이유는 국가 예산 소요를 고려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장애에 대한 인식이 아주 개선되고 있고 그에 따라 국가 재정 확보도 늘고 있습니다. 작년에 서울 충정로에 모두예술극장을 개관한 것도 그 일환이겠지요. 장애인들이 독자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발전이고 제가 관찰해보니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극장에서 꾸준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고 앞으로도 더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유념할 점으로, 장애인들은 자신들을 일반인과 대등한 한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흔히 장애인을 애처로이 대하는 태도나 장애인에 대해 시혜를 베푸는 듯한 그런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겠습니다. 우리 일반인들은 아직까지 장애인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인식도 상당히 좀 달라져야 장애인 춤의 레퍼토리 개발도 시각적으로나 관점적으로나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례로 방금 독일의 〈하르모니아〉 공연에서 장애인 무용수들이 가혹할 정도의 움직임이나 에너지를 내보인 것이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또 하나는 방금 말씀대로 장애 예술 관련 국가 예산 재정 지원이 늘어남에 따라 준비되지 않은 무용인들이나 주변인들이 달려들어서 행사에 관여하고 뭔가 독식하려는 경향도 조금씩 눈에 띕니다. 근데 저는 이런 현상이 한 10년 전부터 있어왔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제가 듣는 어떤 이야기로는 아주 심각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재인식 그리고 여건의 호전으로 배리어프리라는 접근이 더욱 보편화되기를 기대합니다.
근데 그 영향으로 최근 11월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배리어프리 공연을 표방하면서 QR 코드에다 작품 소개를 음성 파일로 올린 공연을 보았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텐데 한 번 들어보시지요. 기획사 코리아댄스어브로드가 10주년 기념으로 한 〈Struggle〉 공연에서 작품 소개를 음성 파일로 제공하였더군요. 이 공연은 장애인·비장애인 여부를 떠나서 이제 일반인들도 함께 대상으로 한 배리어프리 공연이라고 소개되었습니다. 배리어프리의 접근 방식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더 다양해질 것이고, 그 측면에서 당연히 주시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 사항으로 넘어갈까 합니다. 올해 또 하나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은 일반적으로 춤 무대에서 행해지는 움직임 방식의 관행과 관련된 비정상성입니다. 대체로 보면 ‘저게 정상이다’ ‘저렇게 춤을 춰야 한다’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몸의 양상들이 무대에서 더러 있었습니다.


정석 벗어나기

김혜라: 배리어프리든 정상성에서든 어떤 불편한 취약한 대상들에 대한 전반적인 포괄적인 서사가 들어가 있는 거지만 이제 구체적인 작품에서 보이는 것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기본적인 정석 공연 관행을 넘어서는 현장 작품이 여러 가지 있겠습니다만, 다 언급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가장 주목해서 봤던 것을 말씀드리면 김보라의 작품으로 국립현대무용단과 협력한 〈내가 물에서 본 것〉, 김형민의 기존 극장의 규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인습적 관행을 벗어나려는 〈I Dance the Theater〉, 그리고 국립현대무용단의 〈닥쳐 자궁〉, 이런 것들이 좀 대표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 내용에서 균형 잡힌 몸이나 기술적으로 뛰어난 훌륭한 몸이 아닌 다양한 몸의 양상들, 특히 연약하고 소외된 대상에 대해 주목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더불어 이런 작업들은 오랜 리서치 과정을 거쳐 개발되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최근 컨템퍼러리 작업에서 리서치 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김보라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나왔는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언급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을 오가는 저항 불가한 상태의 몸을 선택했다’ ‘용도성을 잃은 강등된 난임 여성으로서 취약하나 있는 그대로의 몸의 존엄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이건 제가 평가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관점에서는 ‘신유물론적 관점으로 안무적 사고의 가치를 구현하는 작이다’ 또한 다른 매체에서는 ‘추의 미학으로 우리를 이루고 있는 인간과 비인간의 문제를 도발적으로 파고들었다’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또 다른 매체에서는 난해하다는 반응이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호평이 많았고 그만큼 주목받은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다음에 김형민의 〈I Dance the Theater〉는 극장 공간의 관습과 견고한 법칙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늘날의 극장이 오히려 예술가를 비정상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생동감을 약화시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또한 말의 언어를 거부하면서 몸의 언어로 접근하는 점이 주목되는데, 이는 정석적인 공간의 작동 원리에 의문을 던지는 어떤 사안을 몸으로 선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는 이 작품을 ‘우리가 사는 내부 풍경을 정공법으로 해부한 몸의 현상학이다’라고 평했고 기존에 정상적이라고 여겼던 공간, 규칙, 그리고 균형 잡힌 몸에 대한 인식을 넘어,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몸의 양상들을 캐치할 수 있었습니다.

장광열: 춤 공연에서의 정상성은 신체적 약자가 출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춤 공연의 양상과는 다르게 접근한 것도 포함될 것입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객원 안무가 시모지마 레이사(Shimojima Reisa)를 초청해 만든 작품 〈닥쳐 자궁〉은 기존과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오디션을 통한 출연 무용수 선정 과정에서 프로페셔널한 무용수뿐만 아니라 60세가 넘은 여성이나 연극배우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선발했습니다. 그러나 안무자는 차별을 두지 않고 군무에서 출연자 모두에게 격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동작을 똑같이 요구했습니다.
출연한 댄서에게 과다한 몸의 사용을 요구한 작품으로 얼마 전 타이페이에서 열린 Stray Dance Platform에 선보인 김민 안무의 〈Are You Guilty?〉란 작품도 생각이 납니다. 세 명의 무용수는 저렇게 계속해도 괜찮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과격한 움직임과 함께 계속해 테이블에 몸을 부디치고 두드릴 때 나는 소리와의 매칭을 30분 동안 쉬지 않고 격렬하게 이어갑니다. 무용수를 저렇게까지 학대해도 되는 건가? 지금 저 공연이 끝나고 온전하게 몸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관객은 비단 저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안무가는 댄서들의 극한의 움직임들을 오브제를 이용한 청작적인 효과를 곁들여 시종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습니다.


하이브리드 작업

김채현: 지금 거론되듯이 정상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특히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공감을 받기 어려운 경우들도 있습니다. 정상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공연들에 대해 평자들 사이에 이견들도 적지 않게 내재해 있다는 뜻이지요. 다만, 정상성을 벗어남으로 해서 달리 보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제기한다는 점에서 주시해야 되겠습니다.
이어서 세 번째 사항으로 하이브리드 서커스 문제입니다. 〈Struggle〉로 서커스 단체 페트리 디쉬(Petri Dish)와 한국무용을 하는 주빈컴퍼니(JUBIN Company)가 협력해서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의 전체적 흐름에서 서커스 단체가 주가 됐습니다. 서커스에서 보게 되는 봉(pole)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그런 움직임들이 강했습니다. 국내 춤계에서 서커스와 춤을 결합하는 현상은 아직 드문 편입니다. 한국무용과 서커스를 결합하는 것도 더 이상 신기한 현상이 아닌 것 같아서, 그만큼 무용인들의 사고 및 인식이 넓혀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같은 여러 국제 행사에서 소개된 해외 서커스 단체들의 공연이 자극이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커스와 춤의 결합은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일반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서커스와 춤의 만남은 이제 보편적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번 〈Struggle〉에서 아쉬운 점은 춤이 뭔가 뚜렷하게 하는 역할에 비하여 서커스적 처리가 좀 압도하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이브리드 현상에서 또 하나 이색적인 부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1월에 젊은 안무가 임희종 씨가 〈그렇게 꿈속에서 죽었다: 3 Rooms〉 작품을 했습니다. 다원예술을 추구하는 매간당이라는 단체와 을지예술센터에서 공연했습니다. 이 작품은 저녁부터 심야까지 하루 밤에 여러 차례 진행했고 러닝타임은 1시간으로 사후 세계를 탐색합니다. 공간을 이동하면서 사후 세계를 탐색하는데 바로 그 다원 예술 차원에서 음악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후 세계를 자기들 나름대로 형상화했습니다. 음악적 발상과 출연자들의 등장, 그리고 영상이 결합되어 을지예술센터 내에서 관객들이 공간을 이동하며 진행되었습니다. 티벳 사자의 서에서 말하는 사후 세계가 연상되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법한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으로, 공연 시작 직전에 아주 진한 칵테일을 제조해서 제공했습니다. 음주를 좋아하시는 분은 그 공연을 더 좋아하실 듯한 느낌도 듭니다.
또 하나는 하이브리드에 넣기는 다소 애매하지만, 지난 3월 서울 성수동 소재 더페이지갤러리에서 무용가 이양희가 개인전 〈축과 발〉이라는 전시를 했습니다. 여기서 축과 발은 바로 우리 척추의 축이고 디디는 발입니다. 이 사람이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공부를 더 하려고 해외에 갔는데 아무리 공부해봐도 춤의 원천이 무엇인지, 춤은 무엇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인지와 같은 고민에 빠져서 최근 7~8년 동안에 그와 관련된 작업을 자기로서는 심도 있게 추적 모색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하자면 개별적인 몸동작, 즉 발 디딤새라든지 이런 영상을 갤러리를 크게 5개 공간으로 나눈 방마다 언제든지 영상이 반복 재생되게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핵심적인, 근본적인, 근원적인 요소를 좀 생각해 보도록 하는 점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 우리 무용가들이 일반적으로 직면하는 고민이 정말 무엇인가 하는 걸 디지털 이미지로 좀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저로서는 생각하는 바가 좀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색적인 하이브리드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장광열: 올해는 서커스와 접목된 해외 춤 단체의 내한 공연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우선 LG아트센터의 〈필립 드쿠플레 ‘샤잠!’〉 공연 역시 서커스와 무용이 접목된 작업이고, 20회를 기념해 부산국제무용제에서 공연한 헝가리의 서커스 댄스 〈솔루스 아모르〉(SOLUS AMOR) 작품은 고난도의 아크로바틱 움직임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성남문화재단에서는 일본 내추럴 댄스 테아트르의 〈서커스〉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Struggle〉 같은 경우는 사실 예술성 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저는 보았습니다. 반면에 여타 해외 내한 팀들의 작업은 전문적인 무용수들이 그야말로 곡예적인 움직임에 대해 충분한 훈련을 한 다음에 만들어진 작업이라 움직임을 확장시키는 면에서 보면 몸을 매개로 다른 장르하고 접목시켰을 때 오는 시너지 효과들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서커스는 대학의 무용과에 개설돼 있을 정도로 독립된 무용 장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비뇽 축제에서는 Creative Circus라는 프로그램이 따로 편성될 정도로 창의적인 서커스 작품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안무가들의 경우 폴 댄스(Pole Dance)를 차용하거나 경사진 무대나 수직형의 무대 미술을 활용한 움직임 접목 등이 시도된 경우가 있었으나 향후 창의적으로 서커스를 활용하는 작업 등이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김채현: 무용가들이 하이브리드 공연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심야 공연은 특별히 주목할 만한 현상은 아니지만, 또 다른 작품은 춤판야무의 〈니가 사람이냐〉가 있습니다. 수년 전 이 작품은 사람들의 곡해와 폄하로 인해 희생당하는 피해자, 인간답지 않은 인간으로 비난받고 곡해 당하는 피해자 등등 이런 것을 퍼포먼스 형식으로 강렬하게 형상화했습니다. 이번에는 10월 중순 4일간 밤 10시부터 공연되었으며, 관객들은 와인을 구매해 마시며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음주와 이벤트를 병행하는 방식이라면 앞으로 심야공연도 더 늘어나지 않겠는가 하는 전망을 좀 해봅니다. 또 심야 공연이 점차 늘어난다면 그에 따라서 새 포맷의 춤 공연 형태도 출현하지 않겠는가 생각도 한번 해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주목할 만한 사항들에 대해 간략히 먼저 짚어보고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장광열: 저는 올해 좀 전에 언급했던 〈Are You Guilty?〉 작품의 유통 과정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은 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겸임교수로 있을 때 창작과의 실험무용제에서 7분 정도 길이의 공연으로 처음 보았었습니다. 이후 일본의 아키타 국제무용제에서 15분 길이로 늘어난 작품을 보았고 이듬해 2022년 제1회 제주국제무용제에 이 작품을 추천했습니다. 이 작품은 올해 모다페(MODAFE)에서 공연되더니, 작품 길이를 60분으로 늘려 청년예술청 사피(SAPY)에서 다시 공연되었고, 30분 버전은 12월 타이완의 Stray Dance Platform에서 공연되었습니다. 7분짜리로 시작된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현재 세 가지 다른 버전이 존재하고 해외 무대에서도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댄서들의 에너지를 모으고 적당한 타이밍에 풀고, 테이블을 활용해 시 청작적인 이미지와 음악적으로 확장시키는 안무가의 감각과 세밀한 구성력이 뛰어났습니다.
전문 무용단, 개인 무용단 공공 무용단을 통틀어 올해 최고의 공연으로 저는 국립발레단의 존 노이마이어(John Neumeier) 안무 〈인어공주〉를 꼽고 싶습니다. 물론 존 노이마이어가 국립발레단을 위해서 신작을 안무한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해 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장편 작품을 소화해낼 정도로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의 역량과 프로덕션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전막 발레 공연에서는 라이브 연주를 담당하는 관현악단의 음악과 춤의 앙상블이 매우 중요한데, 클래식 발레가 아닌 컨템포러리 장편 발레 작품에서도 뛰어난 하모니를 보여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무용수들이 유럽 거장 안무가의 세밀한 해석을 소화해낼 만큼 성장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김채현: 작품을 비평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올해 주목할 작품에 대해서 조금 언급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패널들끼리 이 순서를 마련해 보자고 했습니다. 대략 말해서, 조재혁의 〈신, 시나위: 합이위일〉, 서울시무용단의 〈사계〉, 국립무용단의 작품인 안애순의 〈행 +-〉, 그리고 배진호의 〈죽여버리기〉에도 저는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섹션인 춤제전들의 동향과 국제교류에 대해 진단하겠습니다.


춤제전들

김혜라: 네, 우선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는 올해 춤 작품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최근 감독이 바뀌고 나서 타 축제에 비해 슬로건도 정치적인 이슈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가장 관심이 가는 축제입니다. 먼저 정훈목의 〈에즈라스〉(Ezras) 작품이 있었는데 올 초 창작산실에서 발표한 작업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이 약간 들어서 전작만큼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서사: 마주하는 시선이라는 슬로건에 적합했다 싶습니다. 김보라의 〈내가 물에서 본 것〉과 〈카메라 루시다〉는 제가 앞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넘어가겠습니다. 그다음에 해외작으로는 스테파니 레이크 컴퍼니(Stephanie Lake Company)의 〈콜로서스〉(Colossus)가 팬데믹과 기후 위기로 인해 안무 콘텐츠만 이동하는 방식을 시도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유통 방식의 새로운 시도는 지금 해외에서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의미를 둘 수는 있지만 학생들의 어떤 실행 능력은 좀 우물 속이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지젤 비엔(Gisèle Vienne)의 〈사람들〉(Crowd)을 저도 재밌게 봤는데 슬로우 모션이라는 이색적 접근 방식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정서와 서사를 명확하게 표현한 작품이라 굉장히 좋았었습니다.
그리고 더 말씀드리면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의 해외작품이 축소돼서 리뷰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진단이 어렵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내용을 봤을 때 이번 해외작품이 관심을 못 끌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작품 경우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아까 언급했던 김형민의 작업은 주목받는 작품이었고, 배진호의 작품은 성숙도는 다소 부족했지만 도발성이나 감각성이 뛰어났습니다. 반면, 배진호의 작품이 전복 없는 젠더적인 풍경이라는 혹평도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고블린파티와 스트리트댄스가 협업한 작업은 샤머니즘적 놀이판으로 무당 페이스에 말려들었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는 SIDance가 국내 젊은 안무가들의 한국 사회에 대항하는 안무적 관점을 견지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표현했는데 저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이렇게 두 가지 정도 진단할 수 있었습니다.

김채현: SPAF에 대해서 저는 기고를 했고 주목작은 여기서 이야기했습니다만, 방금 말씀하신 대로 올해 SPAF가 조금 새로운 변신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말하자면 라인업을 조정하는 단계에서 춤, 연극뿐만 아니라 음악이라든지 타 공연 분야의 이벤트를 추가했습니다. 이 부분은 일장일단이 있기에 그 결과를 앞으로 더 지켜 봐야 하겠습니다. 제가 춤웹진에서 언급했습니다만, SPAF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팜플렛에 극장 공연장들의 일선 실무자들 명단까지 전부 소개하면서 왜 이러한 작품들을 선정하게 됐는지에 대한 선정 경위 그리고 운영 방식에 관해서 한마디도 없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을 맡아서 공연예술계 관행을 잘 몰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어떤 공공 예술 축제의 행사 진행 과정을 소개하는 것은 공연예술이든 다른 어떤 예술 분야든 간에 기본 상식입니다. 아무튼 공공예술기금을 기반으로 하는 대형 행사의 운영 방식이 비공개적인 부분은 시정돼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SIDance 같은 경우는 올해 개막작으로서 캐나다 HBE(Human Body Expression) 단체의 〈몸〉을 올렸습니다. 개막작인 만큼 아무래도 가장 비중이 클 텐데 그 작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다수의 중론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때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이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었지요. 애당초 이 주제를 풀어나감에 있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었고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장광열: SIDance와 SPAF의 첫 번째 공통점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공 예산이 굉장히 많이 투여됩니다. 공공 예산이 많이 투여되는 것의 의미는 그만큼 이제 무용 분야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된다는 무언의 압력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에 또 하나의 공통점은 황금 시즌에 좋은 극장을 너무 많이 대관해서 독점 진행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이 기간 안에 진짜로 좋은 작품들을 대한민국의 국민이나 우리 무용가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큰 문제는 SIDance와 SPAF의 정체성이 달라지면서 공공적인 목적이 달라져야 하는데 방향성이 지금은 굉장히 혼재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SPAF 같은 경우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하면서 서울아트마켓(PAMS)가 열리는 기간과 맞물려 있습니다. PAMS라는 것은 결국 외국에 있는 무용 극장 관계자나 축제 관계자들이 와서 한국에 있는 안무가들의 작품이나 좋은 작품을 보고 초청해 가야 하는 어떤 목적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배치할 때도 굉장히 전략적으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국내 안무가들의 검증된 작품을 올려주는 노력이 조금 있어야 하는데 그게 조금 약한 것 같습니다.
또한 SPAF는 실험적인 공연예술 축제이고, SIDance 명칭에 댄스가 들어가는 것에 비해 SPAF에는 댄스라는 말이 안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공연 예술의 영역, 예를 들어 오페라라든지, 연극이라든지, 무용 이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융복합적인 작업 혹은 무용이 중심이 되면서 다른 장르가 오는 크로스오버 댄스 같은 작업이라든지, 또 반대로 크로스오버 시어터 같은 작업이라든지 이런 작업들이 소개가 되면서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재합니다. SIDance와 비교했을 때는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같은 경우 SPAF는 전체적으로 작품의 평균점이 작년에 비해서 굉장히 올라갔다고 저는 판단하고 다양성 면에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말씀드린 대로 예술감독 한 사람이 모든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요코하마에서 열리고 있는 요코하마공연예술미팅(TPAM)과 같은 축제에서는 여러 명의 프로그래머가 작품을 선정하는 데 비해, SPAF는 예술감독 한 사람이 무용 작품과 연극 작품을 모두 선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에서는 예술감독이 각 작품을 선정한 명확한 목적과 의도를 밝힌다면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채현: 올해 SPAF의 지향점을 참조해 보면 올해 행사에서 춤 공연작 수가 적었다는 것은 큰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운영 방식이나 지향점에 맞춘 운영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문제로 보입니다. 다만, 올해 SPAF에서 춤 분야 자문은 좀 구한 것 같습니다만 공표되지는 않았지요.

장광열: 예술감독이 세계 곳곳의 춤 작품을 모두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으니 해외 춤 동향에 밝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은 필요하겠지요. 이즈음의 춤 경향을 담고 있는 실험적이고 최신 경향의 공연작품들이 SPAF에서 수용되지 않고, 오래 전 작품들이 반복적으로 선택되고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SIDance 경우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 질 높은 작품들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은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러 극장에서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나열식으로 산발적으로 하는 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봐야 할 것입니다.
적지 않은 지원금을 받고 있는 여타의 오래된 국제 무용축제도 정체성과 공연 작품의 질적인 면에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모다페와 창무국제공연예술제의 경우 씨댄스와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찾기가 어렵습니다. 창무국제공연예술제의 경우는 올해 세종시와 연계해 공연 프로그램을 공유했는데 이 같은 시도는 중앙의 지원금(한국문화예술위원회)을 받는 축제란 점에서 바람직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무 경연의 성격을 지난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이 타 축제와는 다른 점이긴 하나 작품의 질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운영방식 등에서 더 많은 변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다페 역시 하루에 너무 많은 작품을 공연하는 것을 지양하고 질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쪽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무용제는 에술감독 없이 운영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신은주 운영위원장 부임 이후 예산이 증액되고 프로그램도 다양해져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야외 공연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으나, 현재는 실내 극장과 야외극장 모두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부산국제무용제가 장기적으로 국제 축제로서의 경쟁력을 가지려면 휴양지 축제로서의 차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야외공연 보다 실내 극장에서의 공연 비중을 늘려나간다면 두 공연 작품의 변별력을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실내에서 했던 공연 작품을 야외에서 다시 하는 것은 가능한 지양해야 합니다. 외국에서 열리는 유명한 야외축제를 벤치마킹해서 제대로 된 진짜 휴양지 야외 무용 축제로서의 정체성을 살려 나가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제주국제무용제의 경우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장소 특정 공연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국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국제 무용 축제만도 20여 개에 이릅니다. 이 중 각 축제마다의 독특한 차별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축제가 뭔지를 보면 손꼽을 정도입니다. 각 축제마다 독특한 정체성을 살리지 않으면 춤 생태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제’라는 타이틀을 내건 지역에서 열리는 몇몇 축제도 공연 중심의 프로그래밍에서 벗어나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국내외 무용가들의 네트워킹을 확장할 수 있는 국제 축제로서의 기본적인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김채현: 글로벌 시대에 해외 단체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국제무용제는 더 늘어날 듯합니다. 그 당위성이 인정되는 반면, 여느 축제든 시작 후 5년이 고비라고 하는 경험칙을 새겨들어야 하겠습니다. 의미도 약하고 효율성이 떨어져 존재 의의가 미미한 무용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공 예산을 축낸다는 지적을 존중하고 쇄신의 길을 찾는 행보를 촉구합니다. 그러면 서울무용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기고도 했습니다만, 1979년에 시작해서 올해가 45주년인데 존재감이 아주 떨어집니다. 어찌 보면 그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79년과 현재의 세월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80년대에서 90년대 전반기까지 서울무용제가 가졌던 존재감이 지금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렇기에 존재감, 비중, 혹은 관심도라는 것은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춤계에서의 비중이 아주 적은, 정말 그 존재감이 미미할 정도입니다. 최근 2~3년간 대상(大賞) 진출 작품 수가 8편에서 4편으로 줄어들었고, 대신 워크숍이나 무대 행사들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면 관객이 어느 정도 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서울무용제의 정체성 확립에 있어서 무엇이 핵심인지에 대해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게 아닌가 합니다. 도대체 대한무용협회가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지도 상당히 우려됩니다. 서울무용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혹시 잃었다면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주최 측인 대한무용협회가 마련해야 할 것이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편 서울무용제가 아닌 대한민국무용대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무용제는 1990년부터 서울무용제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올해 대한민국무용대상은 12월 19일 밤에 결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두 작품이 결선에 진출했고 총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2차까지 통과한 두 작품이 12월 19일에 결선을 치른다고 합니다. 즉 둘 가운데 한 작품을 대한민국무용대상으로 뽑는 것입니다. 대한민국무용대상과 서울무용제는 주최 측도 동일하고 차이점으로는 대한민국무용대상은 마지막 결선 진출작으로 두 작품을 뽑고, 서울무용제는 네 작품을 뽑는 것입니다. 물론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서울무용제에 비해서 심사 규정 및 절차가 조금 더 복잡합니다. 대한민국무용대상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도록 해서 이번에 1차 심사 대상으로 38개 작품이 올랐고 그 가운데 두 작품을 소개했다는 차이가 좀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무용대상이라는 그 이름이 주는 어떤 격에 비해서 운영 방식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는 느낌입니다. 무용계 내에서도 이런 지적에 대해 공감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무용대상과 서울무용제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따라서 대한민국무용대상 역시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광열: 지금 말씀하신 서울무용제와 대한민국무용대상 이외에 전국무용제가 있습니다. 이 세 무용제가 대한무용협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들인데, 서울무용제는 지금 말씀하신 대로 경연 부문에서 조금 차별성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30분~40분짜리 신작이 경연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금이나 극장이 제공되는데 지원금도 2천만 원 이상씩 제공이 되기에 사실은 중편 작품이 소개될 수 있습니다.

김채현: 제가 듣기로 이번 서울무용제 지원금은 3천만 원입니다.

장광열: 서울무용제의 경연 부문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라는, 무용공연에 최고로 적합한 중극장에서 중편이나 장편 길이의 신작을 만들 수 있는 있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이었지요. 창작산실을 제외하고는 장편 이상의 작품을 공공 지원금을 받아서 하기 란 쉽지 않은 우리 춤계의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서울무용제에서 핵심인 경연 프로그램을 줄이고 대중화를 빌미로 한 프로그램을 늘려 나가는 것은 잘못된 방향설정입니다. 서울무용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주최 기관인 대한무용협회에 소속한 회원들 위주로 무대를 제공해 주는 성격이 강하다 보니 특정 단체의 회원이 출연하는 행사에 적지 않은 공공 지원금이 이렇게 지원되어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이밖에도 오랫동안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운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대한민국무용대상이나 수상 단체 선정과 관련 끊임없이 잡음을 만들어내고 전국무용제 등 대한무용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공적 지원금이 투여되고 있는 행사에 대한 개혁도 함께 대대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공발레단 창설

김혜라: 지금 공공 무용 행사의 공적 지원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올해 공공발레단으로 서울시발레단과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 창단 공연에도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갔는지 모릅니다. 컨템퍼러리발레단에 대해 굉장한 관심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서울시발레단 상반기 공연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이야기했었고 하반기에는 라이선스 작품으로 한스 판 마넨(Hans van Manen)과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작업했으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동시대적 비전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한스 판 마넨이 네덜란드 현대발레를 견인한 사람이지만, 이번 투 빌 작품 〈캄머발레〉와 〈백조의 잠수〉는 현재 우리 발레 창작진에게 어떠한 영감을 주지 못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미 국내 창작진들이 그 정도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그런 작품을 사 온다고 하면, 서울시 안에서 어떤 TF인지, 이사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비전을 갖고 있는 게 참 우려됩니다. 그리고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국내 발레 안무가를 발굴한다고 했는데 현대무용을 한 안무가와의 협업을 이렇게 서둘러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고 여러 가지로 상충합니다. 반복적으로 언급되었지만 작품 선정 기준이나 운영 방식에서의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행정과 창작의 혼재된 상태가 결과로 드러난 활동임이 확인됐습니다. 춤웹진 말고 다른 매체는 거의 호평입니다. 작품이란 것은 호평과 혹평이 나올 수 있는데, 그만큼 컨템퍼러리 발레에 대한 어떤 바람이 투영된 결과라는 진단이 듭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과 관련해서는 창단 공연인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고 2024 시즌 공연이었습니다. 리뷰는 없고 부산일보와 국민일보 기자들의 평을 봤고 지역 전공자들의 평을 좀 가늠해 봤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이 무용수 기량 문제와 공연 도중 영상 사고, 기획력 부재입니다. 또한, 두 달간의 연습에 5억 원이 투입되었고, 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에는 듣건대 약 9억 원이 소요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앞서 말한 축제에 비해서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 작업들입니다.
이와 같은 기금 투입에 대해 적정하다는 평과 소박하게 초보 발레 관객들에게는 적절할 수 있다는 상반된 시선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 두 신진 발레 단체의 발족은 그 자체로 고무적이고 발레에 큰 관심을 받긴 했지만, 서두르는 감이 있고 준비 부족인지 결함이 드러난 측면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따라서 홍보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발레 TF나 다양한 의견을 수용했다고 하겠지만, 더 공개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여 컨템퍼러리 발레에 대한 방향성을 재설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광열: 서울시발레단은 작품 선정부터 무용수 관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고 〈캄머발레〉 같은 경우는 무용수들이 그 작품을 음악적으로나 춤적으로 제대로 해석하고 소화했다면 편균점 이상의 공연을 보여주었을 겁니다. 예술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트레이너한테 작품을 맡겨서는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발레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예술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우려되던 바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예술감독뿐만 아니라 사무국 운영 등 전반적으로 더욱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은 쉽게 말해서 시즌 발레단으로, 정식 발레단이 아니고 그 시즌의 공연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용수들입니다. 그런데 10명 정도의 무용수로는 제대로 된 작품을 공연하기가 힘듭니다. 이번 공연 〈샤이닝 웨이브〉 같은 경우에도 10여 명의 시즌 무용수 외에 외부 객원 무용수들을 투입해서 공연했는데, 이렇게 해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었다면 모르지만 지금 말씀하신 대로 영상 사고에서부터 시작해서 무용수의 기량 문제나 작품의 질 등에서 공연 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심각하게 들려왔습니다.
중앙에서 소위 초청받아서 간 기자들은 조금은 긍정적인 표현을 썼지만, 사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무요가들이나 부산 지역 기자들의 시선은 우려의 목소리들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향후 발레단 운영에 대한 보완책들이 생겨야 합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은 부산에 생기는 오페라하우스에 상주해야 하는 발레단이기 때문에 방향 설정을 잘해야 합니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에는 소속돼 있는 발레단이 있습니다. 오페라단이 대작을 공연할 때는 반드시 발레가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오페라 공연에 필요한 발레 공연을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그 외에 별도로 한 30회 정도의 작품을 또 공연하고 약 30명 정도의 단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오페라 극장에 소속돼 있다고 별도의 발레단을 운영한다고 그러면 돈도 많이 들고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는 오페라 발레단이라는 명칭을 쓰면서 오페라 극장에 소속돼서 오페라 공연에 주로 출연하면서, 외국처럼 많은 오페라가 연중 상연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남는 기간에는 또 별도의 공연을 하는 그런 개념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별도의 공공발레단처럼 대규모로 창단해서는 경쟁력을 찾기가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방향 설정을 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채현: 두 발레단 모두 방향 설정이 안 된 상태에서 계속 작업해 나가는 것이 큰 폐단입니다. 낭비가 없는 효율적 운영을 초기에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두 발레단은 앞으로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합니다. 지난 몇 달 간의 운영 방식이 굳혀지기 시작하면 부실한 토대 위에서 낭비만 하게 되는 현상이 정말 뿌리내리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문화예술 그 자체의 존중은 뒷전이고 문화예술의 자율성을 흔드는 세태를 보면서 이런 생각마저 갖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지금 탄핵이 운위되는 우리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면이 없지 않은지 돌이켜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이 줏대를 갖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더 발전할 수 있는지, 발레단을 신설하는 지자체는 행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원점에서 공론화 작업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장광열: 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 작품인 〈한여름밤의 꿈〉의 경우 안무가의 지나친 과욕이 전체적인 예술적 완성도를 떨어뜨린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공연 후에 제작 준비과정에 대해 이런 저런 경로로 알아보았더니 안무가인 주재만 씨가 계약하면서 했던 요구사항을 서울시발레단에서 수용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작품이 무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프로페셔널한 발레 제작 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는 예술가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이고, 예술가는 이미 자신이 구상한 작품을 위해 계약 전에 요구사항을 언급한 것인데 이것이 이행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무리한 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예술감독과 전문적인 프로덕션을 이끌어 나갈 프로덕트 감독 혹은 전문가의 부재가 초래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원래 했던 계약을 지키지 않고 어떻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결국 관객이나 비평가들은 올라간 작품만 보고 판단하지만, 그 이면에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행태는 매우 아마추어적인 것입니다. 예술가와의 계약 내용이 지켜지지 않을 정도로 예술행정을 운영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면을 살펴보면 예술 제작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와 예술가들을 무시하는 예술행정의 병폐를 서울시발레단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김채현: 다른 발레단 관련해서도 진단을 나누겠습니다. 국립발레단이 상당히 정체돼 있다는 것은 다들 인식하는 바이고 유니버설발레단 역시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두 단체가 정말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하겠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올해 창단 40주년입니다. 기념행사로 〈더 발레리나〉를 했고 발레리나의 일상을 무대에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에 이미 공연되었던 바 있는 것을 리바이벌한 겁니다. 유니버설발레단 같으면 40주년에 최소 〈심청〉을 재제작하거나 새로운 발상으로 구성한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전에 있던 걸 제대로 활용하는 발상도 보이지 않고 〈더 발레리나〉 정도로는 40주년에 비해서는 아주 가벼웠습니다. 아무튼 발생부터 달라져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이 저의 진단입니다.
그다음에 서울발레시어터(SBT) 같은 경우 올해 서울무용제에 출품했는데 작품이 질적으로 아주 낮았습니다. 와이즈발레단 경우는 상당히 열성적으로 해왔는데 올해 20주년을 기념해서 그동안의 와이즈발레단 공연 전체 목록을 리스트화하면서 작품 사진집을 내기도 하고 상당히 다양하게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민간발레단에서 이 정도의 열성을 갖고 하는 데 대해 기억할 필요가 있겠지요. 다음으로 올해 원로의 무대 공연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겠습니다.


원로 작업과 장수 단체

김혜라: 원로 선생님들의 공연이 하반기에 꽤 있었습니다. 임학선, 박명숙, 배정혜, 창무회, 김복희, 채상묵 선생님의 공연, 한성준 탄신 150주년 기념 행사도 있었습니다. 이 공연들의 의의를 진단해야 하는 비평가의 역할도 생각해 봐야 하지만, 제대로 된 공연이 많지 않아서 의미 있는 평이 안 나오는 건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본질적인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는 저희가 살펴봐야 하는데, 일단 그런 기록이 없습니다. 편집 수준의 작품 나열이나 기금 집행에 그쳤다는 방향으로 기술된 내용이 수집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지역에서 원로 한 분이 세 번을 받기도 하는 등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지역에서 지원기금을 받은 공연을 봤는데 65세 이상의 출연진이 필수로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인력이 동원되는 매우 기가 막힌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로 무대 공연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춤웹진에서 춤작가 초빙 공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심층적인 시선으로 대표작들을 회고하고 작품의 배경과 환경을 들으며 과거 작업에 대한 이해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시킨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기획입니다. 반면 저희 단체가 진행했다고 해서 장점만 이야기할 수는 없고, 인터뷰에 중점을 두는 방향성이긴 하지만 세 명의 패널 역할이 중복되는 측면이 있었고 주요 작품에 대한 당시와 현재 비평가들의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채현: 원래 공개 인터뷰는 원로들의 그동안의 활동을 되짚으면서 좀 더 심층적으로 파헤치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시각 또는 그동안에 놓친 점들을 가지고 접근해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로들의 새로운, 앞으로의 활동을 우리가 전망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겠지요. 공개 심층 인터뷰는 그 자체로서 심층적이며 그동안에 접근되었던 부분과 그러지 못했던 부분을 다지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패널들이 집단을 이루어 공개리에 처음 시도하는 형태의 인터뷰 작업이라 분명 보완할 점도 적잖이 노출되었습니다. 차후에 계속하려면 심층 인터뷰임을 명심하고 손질해야 하겠습니다.
근데 원로 무대 공연 같은 경우는 이전에 했던 공연 가운데 일부를 따서 하는, 말하자면 과거의 자기를 인용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모자이크식으로 인용하는 공연이 무슨 의미가 그렇게 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고 이는 원로 회고 공연에 해당합니다. 물론 원로 회고 공연도 필요할 듯합니다. 무엇을 하든 그것은 원로가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회고 공연으로 끝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모자이크 공연이든 다른 형태 공연이든 그 공연에서 원로인 나의 예술 활동에서 어떤 점을 부각시키고 한결 새롭게 보여줄 것인가? 대작에서만 새로운 물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이 부분은 원로의 예술적 판단에 달렸습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원로들의 무대 공연은 매우 아쉬웠다고 저는 진단합니다. 원로들의 작품 세계에 대해 대개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대체로 아는 그 정도에 맴돌지 말고, 다시 말해 물이 고이지 않고 새로운 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공 지원금을 받는 원로 공연이라면 의당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이 어떤 기대감을 갖고 보러 갈 것입니다. 의례적인 축하 행사니까 보러오겠지 기대하는 것은 이제 그다지 의의가 없을 것 같군요.

장광열: 원로 무용가들의 공연을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공공지원금으로 원로 무용가들한테 지원하는 경우에는 지원기관에서 어떤 분명한 목적을 갖고 지원하는 게 훨씬 더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독일과 미국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원로 안무가의 좋은 작품을 아카이빙 하는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것이지요.
원로 안무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안무 작업을 대표할 수 있는 작업이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고, 자신의 대표 작품이 아카이빙이 되는 강점, 또 다른 안무가들에 의해서 자신의 작품이 또 새롭게 해석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요. 지금처럼 공연 제작비로 지원받아 새 작품을 만들거나 공연을 재탕하는 경우 더 큰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질 높은 작품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계속 예전 작품을 리바이벌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소모적일 수밖에 없지요. 공적 지원금이 투여되는 경우에는 분명한 목적성을 갖고 공공 지원기관에서 직접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채현: 그러니까 원로의 과거를 이야기하든 미래를 이야기하든 다 좋지만, 아무튼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새로움이라는 것은 춤계에서 바라볼 적에 유의미한 새로움이라는 말씀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오랜 활동해온 단체의 기념 행사로 넘어가겠습니다.

김혜라: 장수단체기념행사에 대해 간략히 진단하겠습니다. 특히 리을무용단이나 무트댄스, 창무회 등 공연을 했는데 대학 동문 기반으로 시작된 이후에 후속 세대들이 스승과 초창기 창립 기념을 계승하면서 동시대에 맞게 심화 확대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의 수요 부진으로 인한 동문 단체의 또 다른 위기 움직임도 있지만, 단순히 몇십 주년이라고 해서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출발점과 현재 위치를 판단하여 어떤 식으로 타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반성, 탐색, 전망 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춤계에서 큰 주목을 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김채현: 오래 활동한 단체들 가운데 동문 단체로 출발한 경우가 흔합니다. 80, 90년대에 춤계에서 동문 단체들의 기여도는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춤계의 변화에 따라 동문 단체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어서 동문 무용단이라는 말도 어색해지고 있지요. 저는 이제 동문 단체가 부각될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동문 단체이든 아니든 단체가 수십 년이 되면 의례적인 기념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할 필요성도 있을 겁니다. 다만 앞으로도 국내 단체들의 연륜이 깊어갈수록 연관 행사들이 늘어날 텐데, 행사의 내실과 관련해서 두 가지 문제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비평의 시각에서 볼 때 해당 무용단에서 유의미한 것이 무엇이었던가? 하는 문제가 하나 있고, 또 하나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면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전망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다음으로 다룰 내용은 올해가 마당굿 운동 50주년이라는 사실입니다. 한두레를 비롯 새로운 전망을 품고 1년 내내 기념행사를 쭉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올해 이후로 또 어떤 새로운 양식이 나올지는 앞으로 주시해볼 일이 아닌가 합니다. 50년 동안의 활동을 1년 간의 연중 프로그램으로 추스르고 온 줄로 압니다. 이렇게 회고하면서 앞으로의 새로운 마당굿 운동 또는 탈춤 운동을 전망해 보고 의지를 다지는 행사로서는 좀 상당히 의미와 성과가 있지 않았나 관측됩니다. 그러면 전통춤 기획 공연이나 한성준 선생 기념 행사에 대해 간략하게 진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통춤 활동과 용어

김혜라: 전통춤 기획 공연 관련해서는 상반기 포럼에서도 진단한 바가 있습니다. 이제 극장 기획공연이 증가하고 특히 하나 주목되는 것은 로컬리티입니다. 기존 아카데미즘이나 무형문화유산에 속하지 않은 비지정 문화유산, 인물, 작품들을 소환해서 우리 문화유산의 확장된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돈화문국악당의 〈일무일악〉에서 지역의 가락과 춤을 재조명한 점, 하반기에는 국립부산국악원 〈영남무악〉에서 비지정 무형문화유산을 소환한 점, 서울교방 〈반월〉은 민주화 이후 한국의 전통춤을 공통적 화두로 다루었다는 점, 국가 지정 문화유산의 범주를 벗어나 변방의 춤을 견책한 사례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한국 전통춤의 자생적인 담론과 성장의 역사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발굴 작업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지 않나 합니다. 우리가 승무, 살풀이, 태평무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외의 것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직접 극장에서 기획하여 무대에 올리고, 또 그것을 알아봐 주는 청년들의 수준도 향상되었다는 것이 긍정적인 양상이라 생각합니다.

김채현: 한성준 선생님 춤을 주제로 한 행사가 올해 좀 있었습니다. 혹시 또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장광열: 10월에 국립국악원과 국립부산국악원이 교류공연으로 한성준 탄생 150주년 무용극 〈춤, 남겨진 유산〉을 공연했고, 그 보다 앞서 7월에는 국가유산진흥원이 한국문화의집 KOUS에서 고 한성준 탄생 150주년 기념공연’을 표방한 〈본〉(本)을 공연했습니다. 또 이애주춤보존회는, 홍성문화원 공연장에서 '2024 한성준 춤·소리 예술제'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니 이들 모두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한성준이 만든 소품 위주의 공연으로 그의 생애와 예술적인 작업의 가치 등을 조명하는 학술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한성준 선생 같은 경우는 우리 대한민국 무용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만큼 보다 큰 기획이나 큰 사업들을 제안하는 시도가 없었던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성준의 이름을 딴 춤극장의 설립이나 한성준이 태어난 고장에서 그의 이름을 딴 한성준 축제를 만들거나 혹은 대한민국 최고의 무용가한테 주는 상을 한성준상이라는 이름으로 해 기금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범 무용계의 이익을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었을텐데… 거장의 탄생 150주년을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습니다. 춤계 전체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어떤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채현: 그러니까 이제 150주년까지는 그렇게 하고 151주년부터는 새로운 기대를 걸 수도 있을 듯합니다. 장 선생님 말씀은 굳이 꼭 150주년이니까 바로 그렇게 하자는 것보다는 한성준 선생 춤 정신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을 실현하는 큰 계기를 희망하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아마 올해 150주년 심포지엄을 진행한 단체에서도 그간 어려움은 어느 정도 있었던 듯합니다. 그러나 발상의 대전환이라는 것이 방금 전망하신 대로 춤계의 공공적 차원에서 다시 한성준 선생 춤을 우리가 기념 내지는 확산할 수 있는 계기를 좀 적극적으로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럼 다음 사항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전통춤 현장에서의 용어 문제가 최근 들어 드문드문 제기가 됩니다. 여기에 대해 파악하고 느낀 의견을 간략하게 나누도록 하지요.

김혜라: 신전통춤 용어 문제에 대해서 지금 한 6개월 정도 몸지에서 계속 제안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까지 논의했던 것을 종합해서 어느 정도 학문적 비평적으로 합의를 볼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실제 남산국악원에서 전통 재구성, 신전통이라 구분되어서 공연이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이 용어가 굉장히 불안정하게 유통되고 있습니다. 신전통춤이라고 추단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안무가의 적극적인 해석 여부와 구성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토론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용어 진단은 제가 봤을 때는 전통과 창작 양쪽을 모두 고수하는 그런 합의가 무엇인지 조금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춤을 추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어떤 동시대적인 미감과 사회적 맥락에 맞게 변형된 무대의 춤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전통춤이나, 또 신무용의 화관무도 어떤 무대화된 춤이라는 겁니다. 질적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 신무용으로 지칭되는 그 차별점이 애매모호합니다.
그래서 신전통 춤이라는 용어의 불확실성, 그다음에 전통춤의 전승에서 어떤 활용과 변형으로 폭넓게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활용과 변형 이면에 창작 범주의 변형이 아니라 바꾼 변형이라면 어떤 창작 범주에 속하는 것인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이에 대해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번 호에 좌담을 했다는데 제가 그것까지는 아직 못 봤습니다만,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채현: 전통이라는 말 자체가 담고 있는 것이 참 애매합니다. 우리가 전통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도 20세기 들어서인데 근대 민족 국가에서 어떤 필요에 의해서 전통이라는 용어, 이미지, 내용을 만들어냈다는 사회문화학적인 접근이 있습니다. 상당히 설득력이 강한데 우리가 그런 측면을 도외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통을 고정불변하고 신성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벗어나, 전통 문제에 대해 재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을 응용 변형한 것이 창작인지 아닌지, 응용 변형한 것이 창작이라면 어느 선부터인지, 기본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는 제안이 전에 비해 올해 자주 제안되어 일단 고무적입니다.

장광열: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 춤계의 잘못이 어떤 것인지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한때 저희가 한국춤을 기반으로 새롭게 창작하는 걸 두고 ‘창작춤’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했었지요. 외국에서 보면 이 ‘창작댄스’라는 것은 굉장히 모호하죠. ‘한국무용’은 우리나라 대학 무용과의 삼분법에 의해 생겨난 용어로 사용되면서 기형적인 모습이 되었지요. 전통춤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자신의 영역과 유파 이런 쪽에 연연하는 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전통춤은 트레디셔널 댄스, 나머지는 컨템퍼러리 댄스로 분류하면 될 것입니다. 한국무용의 기법이나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작업인 경우 ‘대한민국의 전통춤을 베이스로 한 컨템퍼러리 댄스’ 이렇게 정리하면 되는 거지요. 이것을 ‘신전통’이라는 용어로 애매모호하게 하는 것도 굉장히 잘못된 거라고 봅니다. 전통춤이란 용어를 사용할 때는 ‘전통’이란 사전적 정의를 토대로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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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프로그램

김채현: 이제, 마지막 섹션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김혜라: 하반기 방송 프로그램 Mnet의 〈스테이지 파이터〉는 댄싱 나인 이후 춤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미디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국 춤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는 효과로서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무용수들을 규격화하고 상대적 경쟁 대상으로 해서 그 심리전을 이용해서 우상화시키는 서사 방식은 굉장히 자본주의적인 병폐인데 그런 걸 알고 지금 참여하고 하는 것인지 우려됩니다. 그리고 최고의 몸과 기술을 가진 자만이 훌륭한 무용수라는 왜곡된 시선을 줄 수 있고, 이 방송을 보고 누가 춤을 시작할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임금 관련해서도 놀라운 것이 저는 무용수들이 얼마간 돈을 벌려고 간 줄 알았는데 영상에 잡혀야만 컷당 5만원을 주고 안 잡히면 안 준다고 합니다.
어쨌든 무용수들이야 자구책으로 출연한다고 치지만, 마스터는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들이 하는데 춤의 영역을 너무 협소하게 같이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 또한 이걸 오락으로 봐야 하는데 너무 진지하지 않은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미디어 영향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오늘 우리가 진단했듯이 현재의 춤계는 표준화된 몸을 거부하고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고 전통적 아카데미에서 거절한 춤 유산을 수용하고 있는데, 〈스테이지 파이터〉는 이에 반하는 활동이라 우려가 됩니다.

장광열: 긍정적인 면은 방금 말씀해 주셨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방송을 통해 방영되는 것은 편집 작업을 거쳐 방영된다는 것입니다. 현장 녹화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해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편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 좀 불편했던 것은 댄스플로어가 제대로 설치되지 아닌 바닥에서 높이 뛰고 구르고 하면서 부상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채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무용수들이 부상당하는 장면이 그대로 보여지기도 했구요.
예전에 〈댄싱나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당시 스타로 부상한 무용수들 중에 한, 두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춤계 현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유망했던 아티스트들이 방송 출연으로 인해 자신의 이름은 알렸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예술가로서 그 활동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는 걸 보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염려가 있습니다. 국립무용단의 간판스타였던 최호종씨는 이 방송 출연을 계기로 무용단을 그만 두었다고 들었습니다.

김채현: 아트와 엔터테인먼트의 경계에서 엔터테인먼트적인 활동으로 네임벨류를 얻는 것이지 그건 일단 아트가 아닙니다. 해당 방송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무용가 혹은 안무가들의 아트 활동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은 바로 그것이 엔터테인먼트 이상은 아니었다는 것을 지금까지는 그렇게 입증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무용가들한테, 출연자들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런 충고가 원론적으로 던져져야 합니다. 아트와 엔터테인먼트의 연관성 또는 그 엔터테인먼트가 아트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인가? 이 말은 엔터테인먼트의 긍정적 가치가 아트에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입신한 후 아트를 멀리해버리는 나태함이 뚜렷해 보이는데,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무용가의 심적인 무장이 자기 스스로 필요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서 그런 환경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군요. 다음 주제로 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은 공연중 행사

김혜라: 올해 가을에 있은 ‘대한민국은 공연중’ 행사는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 주관이자 국립중앙극장, 국립극단, 예술의전당이 공동주관하여 리:바운드, 서울아트마켓, 전국체육대회, 웰컴대학로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참여하는 춤단체들은 안애순컴퍼니, 최상철현대무용단, 99아트컴퍼니, 최성옥메타댄스프로젝트, 댄스프로젝트재원과 국립발레단 등이 있는데 했던 것을 반복한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아까 서울시발레단이나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과 비슷한 인상인데 관에서나 행정 측의 파워가 많이 작용한 듯했습니다. 실제 민간 단체나 창작하는 예술가들의 의견이 얼마만큼 됐을지 모르겠지만 급조된 인상이 들었고 넘쳐나는 축제 행사가 많은데 문체부 주최로 하는 당위성이 무엇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지원금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또한, 참여한 공공 산하 기관들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SPAF와 PAMS를 확대해서 아시아 최고 최대의 공연 마켓이 되게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그간 민간이 쌓아온 것도 관이 이렇게 취합해서 주관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김채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석을 벗어난 개입이 초래하는 부작용도 뒤따른 줄로 압니다.

장광열: ‘대한민국은 공연중’은 갑자기 10월에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주관했지만, 문화관광부의 지시에 따른 행사입니다. 공식적으로 잘 안 알려진 상태에서 나중에 행사명과 선정 단체가 동시에 발표되고 나니 유독 무용가들의 불만이 많았고 언론과 춤비평가들에 의해 관주도의 일방적 행사에 대한 우려와 졸속행사라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참가 무용가에게 어떻게 해서 소식을 알게 되었는지 물어보는 과정에서 문화부에 있는 직원이 전화해 내보라고 해서 참여했다는 말이 떠돌면서 특정 연극인과 무용인들을 위해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겨났던 것 같습니다. 연극 전용극장으로 이용되던 명동예술극장에서 갑자기 무용 공연을 하는 것과 함께 공연 비수기도 아니고 가장 춤 공연이 많은 10월에 왜 문화부에서 갑자기 이런 걸 공모해 돈을 나누어 주는지? 가만히 놔둬도 자생적으로 민간 축제들이 많은 그 시기에 왜 관 주도 행사가 끼어드는지 끝나고 나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김채현: 문체부의 건강하지 못한 개입 자체가 문제를 크게 유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공연중’이라는 행사를 나름 진단해봅니다. ‘대한민국은 공연중’의 행사 전체 소개 팸플릿에 게재된 환영사에서 유인촌 장관이 해당 행사에 대해 이렇게 소개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서울아트마켓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합 연계한 아시아 최대 마켓형 공연예술 축제로 ‘대한민국은 공연 중’을 더욱 성장시키고 공연 예술계의 국내 유통과 해외 진출을 위한 더 크고 넓은 장이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내년에 또 하겠다는 뜻이고 그 노력은 자유이겠습니다만, ‘대한민국은 공연중’을 내년에 다시 하자는 바람이 문화예술계에 얼마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서울아트마켓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지금까지 쭉 열려왔는데 갑자기 두 행사를 통합시켜서 진행하는 사안에 대해서 얼마나 논의가 있었는지 의문부터 있습니다. 연극계나 음악계에서는 이 행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뭔가 가로챈다는 인상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등 참여하는 기관장들의 인사말도 함께 나와 있는데 여기서는 해당 행사가 내년에 더 크게 확장될 것이라는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공연중’을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것이 장관 혼자만의 구상인지, 그렇지 않으면 참여하는 기관장들의 공통적인 생각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한민국은 공연 중’이라는 이 행사 자체만 객관적으로 생각하자면 그 내용이 어떠하든 간에 아트 마켓이 좀 더 풍성하게 되는 계기로서 뭔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구상되고 또 실현될 수 있다면 논의해볼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관련 계획이 어떻게 얼마나 논의되었는지 하는 점들은, 제가 과문의 탓인지 몰라도, 전혀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공연중’을 올가을에 뜬금없이 들어 접하게 되었고 서울아트마켓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합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년에 그러려면 벌써 공연예술계에서 이슈가 되고 백화제방의 의견이 도출되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에 관해 춤계도 조용한 줄로 압니다. 관련 계획에 대해 꿈을 키우고 그리하여 공론을 모으고 저마다의 에너지를 결집하는 공적 과정이 부재한 것, 제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한 마디로 핫 코메디 아닙니까. 생색내기의 졸속 행사를 누구 좋으라고 하는 계획인지, 그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지 않습니까. 심지어 올해 참가 단체들에게 상대적으로 넉넉한 참가 지원금을 지급했다는 소문까지 듣다 보면 ‘대한민국은 공연중’ 행사는 국고 탕진의 전형적인 행사라는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상식 중의 기본 상식에도 어긋나는 행정은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에서 퇴출되어야 합니다. 문체부가 왜 이러는지, 장관은 자숙해야 옳습니다. 올해 상반기부터 지원 심의가 줄곧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이 사항을 진단하도록 하지요.


한국문화예술위 심의

김혜라: 올해 새로 선임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 부문 비상임위원이 전담심의위원 구성부터 심의까지 모두 들어갔다고 합니다. 한 분야 심의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자신이 모든 심의에 들어가는 발상과 방식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또 문예위도 이런 것들을 가결시키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내년도 심의 결과는 안 나왔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공정하다고 말하기 힘든 환경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문예위 사업에 대한 공적 신뢰를 더욱 잃게 할 것입니다. 작년에 추진한 심의 체계의 변화와 편파적 심의 문제로 많은 독립단체들로부터 불만과 토로가 나왔었고 예술가들이 공연을 못하는 재앙을 맞았습니다. 내년에는 더 큰 혼란을 줄 것이 자명하지 않나 싶고 당장 시정해야 한다고 진단합니다.

장광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비상임위원 선임 과정은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문예위는 독립된 기구인데 각 예술 장르의 비상임 위원을 왜 굳이 문화부 장관이 임명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선임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후보로 올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기준에 의해 최종 선임했는지를 밝히는 게 필요합니다.
문예위 비상임 위원의 임무는 지원심의위원 추천과 심사, 의결까지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무용 비상임위원으로 선임된 위원의 경우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겠다는 주장을 하면서, 결국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본인을 추천하고, 본인이 심사하고, 본인이 심사한 사업을 본인이 의결하는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올해 문예위 지원심의가 끝난 후 그 문제점들이 다시 불거질 수 있겠지만 선임된 비상임위원들 모두가 각 장르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독 무용 장르를 포함한 몇몇 장르에 한해 이 같은 결정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무용인들지 적지 않습니다.

김채현: 마지막으로 문화기관들에 관해 소개할 활동이 있으면 말씀하시지요.

장광열: 올해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아르코 댄스&커넥션’이란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저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무용 공연에 매우 적합한 공연장을 포함 4명의 안무가에게 작품 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 주고 여기에 더해 좋은 작품을 골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지원 방식은 아주 유용한 지원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공공 무용전용 극장인 댄스하우스에서 시도하는 이 같은 행태는 극장에 의한 작품 인큐베이팅을 위한 새로운 지원의 틀이란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문화재단에서 ‘서울무용창작센터’라는 이름으로 춤 전용 극장을 포함한 2개의 스튜디오를 갖춘 새로운 공간의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제대로 된 공공 기관이 지원하는 춤 전용 극장이 전무한 춤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추가 의견

김채현: 이제는 패널에 마이크를 돌려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나눈 내용에 대해서나 또는 보충으로 말씀을 들어보았으면 합니다.

채희완(춤비협 회원): 초비상 시국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고 멋있을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꼭 필요하고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주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주제가 국내춤동향에 관해 비평적 시각으로 바라본 여러분의 눈인데 넓은 의미로 2024년 한국 춤 문화, 춤 사회, 춤계에 관한 비평적 시각이라기보다는 진단과 평가라고 보여집니다. 오늘 거론된 세부 주제들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데, 우리가 11월까지 했던 그야말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던 춤작가 심층 인터뷰와는 거리가 있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다시 말해, 비평에서빼놓을 수 없는 이 시대 작가라고 해서 선정한 그분들에 대해 자신의 육성을 통해서 우리의 비평적 시각을 거기에 투입을 해보자고 하는 그런 의도와 오늘 진단 내용은 조금 거리가 있는 느낌입니다.
맨 처음에 아이템으로 잡았던 춤 정석에서 벗어난 경향은 본격적인 춤동향을 말하는 데 주제가 될 수 있겠다고 보였습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춤의 트렌드이죠. 말 자체가 얘기하고 있듯이 올해 춤의 흐름, 작가 내지는 춤 작품과 예술 문화의 서로 소통되는 현장의 흐름이 어떠한지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아주 꼭 짚어야 하는 주제 설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 다음부터는 춤 작가론, 예술 문화론, 또는 춤 작품론에 대한 비평적 시각론에서 많이 벗어나는 식이었습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춤 작품이나 춤 작가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여러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조건들과 더불어서 논하자는 그런 의미로 바라본다면 좋겠으나, 아예 그 자체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기보다도 아주 비판하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터여서 많은 현장을 목격하지 못한 저로서는 여러 아쉬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 여기에 거론되는 아이템들의 내용들이 이번 2024년 우리 춤계의 현실이기 때문에 본원적인 그런 작가로는 작품론보다는 더 앞서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있을 듯하기도 합니다.
단지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은 춤작가 공개 심층 인터뷰는 작가 자신들의 스스로에 대한 자기 평가와 회고를 통해 그에 대해서 비평가의 시각을 투영해보고자 했던 원래의 일관된 의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작품 현장을 포괄하는 의미로 마무리 잡아서 국내의 춤동향을 잡았던 것 같은데 당초의 의도가 조금 덜 살아나는 듯한 그런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눈 이야기 중 못 다한 것은 아마 마지막 쯤에 있는 듯합니다. 전통춤을 바라보는 시각, 또 그것을 비평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기본적인 용어 문제부터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전에부터 한번 본격적으로 다뤄보자 했는데, 오늘 역시도 못 미치는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오늘 전체를 총평하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아쉬움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다음번에는 이런 주제를 한다고 할 때는 2025년 그야말로 문화예술의 동향에 초점을 맞추고 그 이외 사회, 경제, 행정 등 춤의 여러 사회적 조건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포럼으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김채현:춤 현장도 춤동향과 작업에 대해 어떤 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지원 시책이나 행사들을 함께 진단해보았습니다. 추후에 비평적 시각에서 좀 더 충실하게, 좀 더 압축적으로 포럼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이지현(춤비협 회원): 이제 연말이라서 국내외 춤 동향을 정리하는 포럼에서 비평가들이 어떻게 춤동향을 바라보는가는 사실 흥미로운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 주제라 생각합니다. 근데 역시 들으면서는 동향이나 어떤 비평 시각을 갖춘다는 건 절대적인 시공간적인 거리감이 필수 요소인데 아직 12월이 끝나지 않았고 그다음에 하반기·상반기에서 6개월씩 나눠서 어떤 동향을 판단한다는 것이 과연 적합한 설정인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동향을 평가하려면 한 2~3년을 놓고 그러한 동향이 일어나게 된 여러 가지 배경들도 함께 연구하는 프레임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들으면서 감각적이고 정보적인 사실들의 소개에 있어서 정보와 사실조차도 많이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리감을 갖춘 연구적인 접근, 여러 각도로 짚어보면서 1차 2차 3차에 걸쳐서 좀 완성해 나가는 태도를 저희 그룹이 크리틱 앤 리서처 그룹으로서 접근하면 어떨까 합니다. 지금 상태 이야기 그대로 텍스트로 나가는 것에 대해 조금 우려를 갖게 됐습니다.
오늘 언급된 내용 안에서, 특히 SPAF에 대해 저하고 연관해 조금 보완 설명해 드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작품 선정과 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이야기가 나온 부분은 프로그램에 보면 예술감독의 자기 슬로건에 의해서 어떻게 해서 작품이 선정되었는지 작품별로는 나와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어느 축제 감독도 그 이상은 이야기할 수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SPAF에 대해 갖는 기대와 애정 때문에 조금 더 바라게 되는 점이 있을 것입니다. 국내작 선정 심의할 때 제가 참석했습니다. 국내작들을 공모가 들어오면 거기서 몇 작품을 고르고 해외작은 감독이 알아서 고릅니다. 국내의 창작 협력 극장, 지원금 상황, 창작산실에서 나온 작품들 이런 것들을 여러 국내 상황에 맞춰서, 즉 예술감독이 기금적인 측면, 공연의 완성도, 공연의 성격,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국내작 선정위원회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별도의 과정에서 별도의 결정을 합니다. 그러니까 몇 가지 채널에 의해서 작품을 설정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주최 측만이 알고 있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정보 공개를 노출해야 한다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아무래도 예술감독이 개인이니 좀 안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발레 동향에서 제가 올해 특별하다고 느낀 것으로 새 세대의 안무가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번에 ‘아르코 댄스 & 컨넥션’에서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20대 후반의 젊은 여자 안무가가 좀 신선한 작품을 해서 창작 발레의 앞에 대해서 기대하게 했습니다. 또, 올해 몇몇 심사를 하면서도 느낀 게 창작 발레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너무 열세여서 긍정적으로 추천하면서 선정하던 상황이었는데 한 5년 안에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창작 부분에서는 현대무용 쪽으로 많이 경도돼 있는 것 같아서 새 세대의 등장 이런 것들을 조금씩 더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대한무용협회와 관련해서는 전체적으로 대한무용협회를 조망하고 협회의 역할에 대해서 저희가 조금 더 함께 고민해서 내용을 충실하게 해주는 부분, 그것이 또 건설적인 압박이 되는 이런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진단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대한민국무용대상도 대통령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무용대상인 것입니다. 그 상을 받은 작품들이 어떻게 이후에 또 계속 레퍼토리가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비평적인 평가, 이런 점들을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다음에 이번 장관 이후에 ‘대한민국 공연중’처럼 챙겨주고 보은하는 식으로 기금을 사용하는 무용계의 올드 트렌드들이 많습니다. 해당 행사도 1년 전에 급작스럽게 긁어모아서 공연예술계를 향한 선심과 보은의 마음을 담아서 지원금을 좀 나눠주는 그런 쌈짓돈으로서의 그런 것들을 구상된 것 같습니다. 특정인한테 코디네이터를 맡겨서 올드 트렌드로 급조해서 프로그래밍을 해서 다섯 작품을 뽑아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나라의 기금이 그렇게 쓰이는 현실을 잘 기억해야 되겠습니다.
제가 볼 때 올해 전반적인 춤 동향을 통해 지난 2~3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채희완 선생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작품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춤 환경과 이와 관련된 맥락들, 그리고 관 주도의 다양한 행정 방식들에 대해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개인의 삶들도 다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관이 중요한 이유가 그 영향력 때문인데, 그럴 때 저희가 이 안에서 예술을 지켜내고 예술을 하겠다는 안무가들을 지켜내고, 비평 시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저희가 진짜 해야 할 논의가 아닌가 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몇 가지 범주로 분석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 공연예술계의 문제들은 이미 다 파악된 것으로 봅니다. 그 안에서 우리가 구체적으로 비평 시각을 가지고 비평가들이 어떤 것들을 추진하고, 어떤 것들을 보호하고, 어떤 맥락을 작동시킬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포럼이 더 필요해 보이고 내년에는 그런 토론들을 준비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채현: 네, 비평 시각에 훨씬 충실한 포럼으로서 춤동향 진단에 필적해야 한다는 두 분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창작과 현장을 비평시각에서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시각이 다듬어져서 무용인들에게 실질적으로 와 닿는 포럼을 향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여러 의견과 지적에 따라 올해를 대상으로 해서 지금까지의 상반기, 하반기, 그리고 추가로 2024년도 전체를 대상으로 내년에 결산하는 걸 세 번째 해서 보완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꼭 지원 기금이 아니라 하더라도 별도의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합니다. 다시 말해, 내년 상반기에 좀 거리를 두고 좀 더 심도 있는 포럼, 그리고 춤 현장을 좀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관의 입김이 춤 현장을 흐리는 그것을 예방하는 그런 방향으로 국내 춤 공연 2024년 총결산 버전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걸 기대하면서 오늘 국내외 춤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의 국내 하반기 동향 진단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참석에 감사드립니다. 

2025. 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