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
- 일 시
- 2024.12.17.(화) 13:30
-
- 장 소
-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서울 대학로)
-
- 참석자
- 김채현, 장광열, 한석진, 토마스 한
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춤비평가협회(춤비협)는 지난해 8월 ‘국내외 춤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의 첫 프로그램에 이어 12월에 세 번째 프로그램을 열었다. 이 진단 포럼은 두 차례에 걸친 국내 현장 진단과 한 차례의 글로벌 현장 진단 등 모두 세 차례로 구성된다.
국내외 춤동향은 리뷰와 보도 등을 게재하는 매체들을 통해 상시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그러한 활동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종종 집단 좌담 형태로 이뤄진다. 춤비협의 이 진단 포럼은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었다. 이에 더하여 진단 포럼은 해당 일정을 춤계에 공지하고 공개 장소에서 진행되는 것을 축으로 한다. 진단 포럼이 다수 집단에 의해 공개 진행됨으로써 춤비협 내외부와 함께 포럼 내용을 현장에서 공유하고 논의하며 객관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글로벌 프로그램의 패널로 김채현(〈춤웹진〉 편집장)·장광열(IPAP 대표)·한석진(춤비평가)·토마스 한(춤비평가) 4인이 정해졌다. 이 가운데 토마스 한은 프랑스의 춤비평가로서 유럽의 춤 동향에 대해 폭넓은 식견을 갖추고 있다. 사정상 이번 포럼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에 그는 포럼의 주제에 맞춘 글을 사전에 제공하는 형식으로 참여하였으며, 그의 글 내용들은 국내 패널들에 의해 이번 포럼의 여러 대목들에서 발언 형식으로 소개된다. 국내 패널들은 올해 2024년 해외에서의 관찰 경험과 온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해외 춤비평문과 관련 기사들을 공유하고, 사전에 비대면 예비 모임을 가져 이번 진단 포럼의 주제를 몇 가지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일 진단 포럼은 모더레이터를 겸한 김채현 패널의 사회로 사전에 정리된 주제를 축으로 전개되었다.
춤비협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될 본 프로그램이 비평시각을 바탕으로 춤현장의 동향을 두루 진단해서 재조망하고 비평의 토대를 다지는 데 이바지할 것을 기대하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편집자
지난 12월 17일 오후에 있은 2024 글로벌 춤동향 진단 포럼, 예술가의집, 서울 대학로, 한국춤비평가협회 주최 ⓒ춤웹진 |
포럼 경위와 주요 주제
김채현: 올해 춤비협에서 여는 심층 공개 인터뷰 그리고 공개 진단 포럼을 지금까지 7번을 했고 오늘이 마지막 여덟 번째이어서 대미를 짓게 됩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약간의 서설을 겸하여 경위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글로벌 춤동향을 1년을 단위로 해서 이런 형태로 진단하는 포럼은 아마 우리 춤 언론에서는 처음일 것입니다. 글로벌이라는 말이 아직은 거창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만, 글로벌 취지에 맞추어 국제적으로 춤 비평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세계적 일간지인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더타임스(The Times), 가디언(The Guardian)의 1년치를 일단 훑었습니다. 그리고 월간지로는 아마 전세계에서 역사가 가장 오랜 미국의 댄스 매거진(Dance Magazine, 1927년 창간)도 조사하였습니다. 뉴욕타임스와 더가디언, 더타임스는 특히 춤 분야 뉴스나 댄스 리뷰가 상당히 많이 실립니다. 그러고 보니 모두 미국과 영국의 매체들입니다. 이로 미루어 글로벌 포럼이라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토마스 한님이 참여함으로써 이 측면은 크게 보완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패널 가운데 장광열님이 유럽이나 아시아 권에서 직접 참관한 공연들을 소개함으로써 보완되리라 믿습니다.
글로벌 춤동향을 간략히 풀이하면 범세계적인 춤흐름이 될 것인데, 포럼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춤흐름의 범위는 사실 간단치 않을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서 범위를 좁히자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거나 우리와 관련이 있는 춤흐름이 본 포럼에서 거론될 흐름일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흐름에서 주요한 것을 우리가 인지하고 있을지라도 공개적으로 재확인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런 주제를 이전과는 달리 더 충실하게, 더 조직적으로 파악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우리 춤계 흐름에서 비평가들뿐만 아니라 춤 창작자나 춤 현장 종사자, 그리고 춤기획 그리고 춤 마니아 이런 분들한테도 많은 도움이 되는 포럼이 됐으면 합니다.
세계 춤흐름을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포럼이 아니라 주목해볼 흐름을 진단하는 포럼이므로, 편의상 세계 춤흐름을 주도하는 곳으로 인식되는 현장의 동향과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살펴봐야 할 새로운 곳의 동향이 이번 포럼의 초점입니다. 춤비평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외국어에서의 제약점도 있고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지역도 제한적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런 한도 내에서 진행되는 포럼이 차후에 더 충실한 포럼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포럼의 본론을 진행하겠습니다.
한석진: 오늘 포럼에서 진행될 주요 주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주제들은 사전에 패널 회의에서 정리되었습니다. 먼저는 글로벌의 권역벌 현장 동향입니다. 영미권, 유럽권, 아시아권으로 나누어 영미권은 김채현 선생님이, 서유럽과 아시아권은 장광열 선생님이 하시고, 서유럽의 프랑스, 독일은 프랑스의 토마스 한님의 발제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둘째는 재안무, 재작업의 사례들이 눈에 많이 띄입니다. 셋째는 이제 21세기 와서 뚜렷해지는 현상으로서 안무와 출연에서 연령을 초월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넷째는 기존 무대의 정석을 벗어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다섯째는 SNS나 신영상 환경을 활용하는 데 적극적인 흐름입니다. 여섯째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춤이 부침(浮沈)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곱째 조금 부수적입니다만 글로벌 언론 속에서 한국이 보도되는 것이 보이며, 여덟째 끝으로 국내 춤 작업이 글로벌 활동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짚어볼 예정입니다.
영미권 춤동향
김채현: 먼저 첫 번째 주제 권역별 현장 동향으로서 영미권입니다. 다 알다시피 컨템러러리댄스와 발레의 동반 관계가 진행되고 그로써 춤이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팬데믹 이후 춤이 정상적으로 안착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뉴욕타임스, 더타임스, 더가디안 기사들에서 컨템퍼러리 발레를 중심으로 발레단 활동 소개가 상당히 많아요. 리뷰에서나 기사에서나요. 발레가 꾸준히 변신하는 모습을 리뷰들에서 확인할 수가 있는데요. 그 예로서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Sidi Larbi Cherkaoui)의 작업을 간략히 영상으로 한번 봤으면 합니다.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an Accident / a Life〉 ⓒTelegraph |
장광열: 벨기에 출신의 안무가인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는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사건 이후 가장 빠르게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Foi〉(믿음)를 안무해 국제 춤 시장에서 화제가 되었었지요. 레 발레 쎄드라베(Les Ballet C. de la B.)의 객원 안무가로 2003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그해 LG아트센터에서도 공연되었고 폭력, 테러를 고발한 그의 작품은 당시 예술가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문제를 다시 환기시켰었습니다. 2013년 모다페(Modafe) 개막작으로 초청된 〈바벨 Babel〉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가 2010년 창단한 무용단 이스트맨(Eastman)의 첫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무용수들의 리얼한 연기를 곁들인 현실 참여적인 컨템포러리댄스 작업을 하던 그가 발레단의 작품을 안무했다는 것인데... 클래식발레 작품을 다수 보유한 메이저 발레단들이 컨템포러리댄스 안무가들을 초빙해 창작 작업을 하는 경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도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대형 전막 공연이 어려워진 데다 클래식 발레 작품에 식상한 관객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레퍼토리를 다양화시키기 위해 메이저 발레단들이 앞 다투어 이 같은 시도를 했고 지금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는 메시지가 분명한 작업을 보여주는 안무가란 점에서 그의 발레단 객원 안무 작업은 아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어느 발레단의 작품을 안무했나요?
김채현: 맥 브류 댄서와 셰르카위가 협업으로 만든 개인 공연입니다. 보충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다. 발레 작품으로서 좀 특이하고 웬만한 공연은 우리 눈에 안 들어올 것 같군요. 발레 무용수가 정면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것 같습니다. 발레 무용수가 자신의 실제 사고를 토대로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와 협업해서 만든 작품이라 합니다. 저쪽에 보면 본인 휠체어가 좀 보이고 본인이 누워 있네요. 이제 본인이 일반적 발레 연기를 못하므로 발레의 틀을 벗어나서 이렇게 독무로 연기를 했겠죠. 살아있음을 주장하는, 살아있음을 강조하는 작품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작품 제목도 그렇습니다. 〈an Accident / a Life〉. 영상으로만 보았는데, 상당히 역동적입니다.
그 다음에 이게 뉴욕시티발레단의 알렉세이 라트만스키(Alexei Ratmansky). 우크라이나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나고 우크라이나를 위해 만든 여러 작품 가운데 이 작품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뉴욕시티발레단 75주년을 맞아 그 행사 말미인 올 연초에 이렇게 했는데요. 우크라이나에서 13살짜리 아이가 전쟁 통에 죽었고 그 아이 옆에서 아버지가 아이의 시신을 만지는 어느 사진에서 착상을 받은 작품이라 합니다. 슬픔이 섞인 외로움이랄까, 리뷰에서는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라 소개되었더군요. 그런데 이 작품의 내용보다는 작품 구성이나 몸 움직임에서 조지 발란신 이후에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좀 잃어버린 듯했던 어떤 컨템퍼러리한 움직임 측면에서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는 식의 찬사가 많습니다.
웨인 맥그리거 〈MADDADDAM〉 ⓒStudiopWayneMcGregor |
김채현: 그 다음으로는 웨인 맥그리거(Wayne McGregor)입니다. 영국에서 지금 한창 부각되는 중의 안무가이지요. 이것도 이제 올해 공연한 작품입니다. 영국 로열발레단 캐나다국립발레단의 합작인 모양인데요. 이것은 제목도 희한해요. 앞으로도 〈MaddAddam〉, 뒤에서 읽어도 〈MaddAddam〉이에요. 웨인 맥그리거는 현대 무용을 하고 발레는 배우지도 않았는데도, 2006년에 로열발레단의 상주 안무가로 전격 기용되어 지금까지 활동해왔지요.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 파멸상을 그린 소설을 대본으로 하였습니다.
장광열: 웨인 맥그리거는 영국뿐 아니라 미국의 ABT나 뉴욕시티 발레단에서 다 안무하거든요.
김채현: 네, 그렇죠. 리뷰들에서 2024년도의 주목할 안무가로서 몇 사람이 눈에 띱니다. 랠프 레몬(Ralph Lemon)이라든지 B.T. 존스입니다. B.T. 존스가 오랜만에 새 작품을 했어요. 다들 연로하지요. 지금 기존 대형 단체들은 그대로 활동을 지속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특히 이 자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발레의 변신이 흔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식상하지 않을 발레라는 거죠. 이 점은 우리나라의 발레인들뿐만 아니라 무용인들도 곰곰이 생각해볼 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히 미국에서 보면 앨빈 에일리(Alvin Ailey)의 기념 전시회가 올해 좀 대표적으로 뉴욕에서 열렸어요. 트와일러 타프(Twyla Tharp)도 지금 나이가 80이 다 돼가는데 새로운 신작을 냈다고 그러더라고요. 이상 영미권의 활동은 이 정도로 소개하고 장광열 선생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북유럽 춤동향: 노르웨이의 흐름
장광열: 네, 저는 서유럽과 북유럽, 동남아시아 이렇게 세 지역의 최근에 본 작품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점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작품의 예술적인 완성도를 떠나 유럽 춤계의 새로운 경향을 알 수 있는 공통적인 요소들을 가진 작품을 중심으로 골랐습니다.
유럽 춤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공인된 축제나 무용마켓, 그리고 댄스플랫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무용 전용극장, 그리고 유명 안무가들이 포진한 컴퍼니의 단독 공연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단독 혹은 연합해 기획하는 댄스 플랫폼(Dance Platform)들은 자국의 무용 작품과 안무가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무용 관계자들의 네트워킹을 확장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축제나 마켓의 역할이 중첩되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춤 경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유럽 여러 나라의 댄스 플랫폼들은 대부분 짝수 연도에 열리는데요. 특히 올해는 2월에 댄스 플랫폼을 개최하는 몇 개 나라들이 개최 시기를 조율해 더 많은 국제 게스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일종의 연합전선을 펼쳤습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3개국의 춤을 소개한 Baltic Dance Platform이 2월 9일부터 11일까지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Riga)에서, ICE WET이 2월 10일부터 13일까지 노르웨이 베르겐(Bergen)에서, ICE HOT이 2월 14일부터 17일까지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Oslo)에서 열렸습니다. 독일의 Tanzplattform은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프라이부르그(Freiburg)에서, 스위스의 Swiss Dance Day는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취리히(Zurich)에서 연속해 열렸습니다.
저는 북유럽 5개 나라의 컨템포러리댄스를 소개하는 ICE HOT(노르웨이)과 독일 Tanzplattform(독일)에 참가했습니다. 노르웨이는 ICE HOT 개막 전에 제2의 도시 베르겐(Bergen)에서 ICE WET(2월 10일~13일)을 개최했습니다. 노르웨이 웨스트 지역인 Vestland 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용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네트워킹 확장을 위해 올해 처음 개최했는데 저는 이곳에도 참가해 개인 무용가와 단체 등을 합쳐 4일 동안에 걸쳐 모두 31개의 작업을 보았습니다. ICE WET에서 만난 아티스트들의 작업은 융복합, 즉흥, 다문화, 아카이브를 활용한 작업, 씨어터 댄스, 동물과 함께 하는 공연 등 무척 다채로웠습니다. 몇 개의 사진을 함께 보면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프닝으로 선보인 90분 동안 이어진〈Donkey(iteration II)〉는 설치미술을 중심으로 퍼포머들의 공연이 결합되고, 관객들은 퍼포머들의 동선을 따라 함께 이동하며 공연을 보았습니다. 블랙박스 극장을 사용해 조명과 스모그, 다양하게 변주되는 음악 등 비주얼과 청각적인 효과 등이 버무려진 융복합 공연이었습니다.
노르웨이 국립 현대무용단인 Carte Blanche은 〈오픈 리허설〉 이란 제목의 공연을 선보였는데 즉흥에 기반 해 60분 동안 펼쳐졌습니다. 댄서들 마다 춤의 질감에서 차별성이 드러났고, 컨택즉흥을 통해 이어지는 움직임의 연결성, 공간의 활용, 변화무쌍한 템포 조율 등 즉흥 공연에서 볼 수 있는 예기치 않은 우연성과 맞닥뜨리는 특유의 매력을 한껏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노르웨이국립발레단이 오슬로에 있기 때문에 노르웨이 국립현대무용단은 베르겐에 상주하게 되었고 이는 균형적인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의 일환 때문이라고 합니다.
Nicola Gunn의〈Chechov Project-Studies in Waiting〉은 안톤 체호프의 희곡 '세 자매'를 재해석한 공연으로 두 명의 퍼포머가 희극과 비극을 끊임없이 오가며 기다림의 심리적 상태를 표출했습니다. 퍼포머들의 매우 과격한 움직임과 신체를 이용한 적극적인 표현 등 피지컬 댄스 경향이 농후한 작업을 보여주었습니다.
기타 라이브 연주와 함께 선보인 Shelmith Oseth의 솔로춤 〈Wakati〉는 다문화인으로서의 기대와 한계를 몸으로 담아낸, 말과 몸짓으로 표현한 한 편의 시와 같은 춤이었습니다. 그녀는 노르웨이로 건너 온 이민자로 ‘wakati’는 스와힐리어로 시간을 의미합니다.
김채현: 정리삼아서 다시 말씀드리면, 지금까진 아이스웻에 대해 소개가 있었습니다.
장광열: ICE HOT은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의 컨템퍼러리 댄스를 모아 소개하는 댄스 플랫폼으로 2년마다 개최국을 바꾸어 가며 열립니다.
개막공연 작품은 Harald Beharie(노르웨이)가 안무 출연한 〈Batty Bwoy〉로 Beharie는 오슬로에 거주하는 노르웨이계 자메이카 무용가입니다. 작품 제목인 ‘Batty Bwoy’(엉덩이 소년)은 자메이카 용어로 퀴어를 뜻하는 속어입니다. 대형 갤러리 공간에서 80분 동안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Beharie 혼자서 맨몸으로 이끌어 가는 이 공연은 통상적으로 60분이 넘는 길이의 솔로 작품에서 흔히 발견되는 허점들을 세밀한 프레임과 변화무쌍한 움직임 구성, 무대미술과 가발 등을 활용한 시각적 이미지의 적절한 접합과 이를 이용한 동선의 배분으로 기막히게 커버했습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퀴어 신체에 대한 두려움을 둘러싼 퇴적된 내러티브를 비뚤어지고 일탈적인 인물로 공격하고 포용했는데, 그의 움직임은 때론 악마적 감수성과 매력적인 잔인함을 불러일으켰습니다.
Harald Beharie 〈Batty Bwoy〉 ⓒICE HOT |
장광열: Kaisa Nieminen과 Marlka Peura(핀란드)가 안무한 〈Down below things shudder〉는 클럽문화를 춤과 접목시킨 작업이었습니다. 다섯 명의 무용수들은 관능적이고 성적인 에너지의 분출, 광란의 움직임들을 서슴치 않고 보여주더니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로 세밀하게 서로의 몸을 탐험했습니다. 놀이적인 요소와 긴장감이 뒤섞인 독특한 감성이 배인 이 작품에서 안무가들은 시종 컨택즉흥에 의해 댄서들의 움직임을 확장시키고 있었습니다.
Phitthaya Phaefuang(노르웨이)의〈Realness:Luk Kreung〉은 일종의 젠더 퍼포먼스 였습니다. ‘Luk Kreung’은 태국의 혼혈 혈통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인데요, 안무자이자 퍼포머로 참여한 룩 크릉인은 캣워크, 섹스 사이렌, 보깅, 태국 여성 무용, 다르마 수행, 걷기 명상 등 다양한 형태의 젠더 퍼포먼스를 통해 성노동자였던 어머니의 과거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구현했습니다. 안무가는 서부 노르웨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태국의 혼열아입니다.
ICE WET에서 즉흥을 기반으로 한 공연을 보여준 노르웨이 국립 현대무용단인 Carte Blanche는 ICE HOT에서는 전혀 다른 색깔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Elle Sife Sara & Joar Naggo이 공동 안무를 맡은 〈BIRGET;Ways to deal, ways to heal〉은 노르웨이 북부 지역의 원주민인 사미족의 노르웨이화를 다룬 작품인데요, ‘사미족의 노르웨이화’는 노르웨이 정부가 사미족과 이후 북부 노르웨이의 크벤족을 대상으로 비노르웨이인을 동화시키기 위해 시행했던 정책입니다. 안무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미족의 노르웨이화’가 갖는 사회적, 정치적 경계, 한계, 그리고 오늘날의 화해 분위기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는 컨템포러리댄스 작업으로 주목했던 공연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 댄스 컴퍼니의〈로미오 ❤ 줄리엣〉(안무_Erna Omarsdottir & Halla Olafsdottir)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무가는 잘 알려진 원작을 동시적 내러티브의 그물망으로 해체하고, 대중문화의 레퍼런스를 발레, 현대무용, 시각예술, 프로코피예프의 음악까지 결합했습니다. 무대 위에는 피, 사랑, 발레 엑소시즘, 불, 춤이 가득했고 댄서들은 죽음으로 가득 찬 추상적인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했습니다.
독일 탄츠플랫폼
김채현: 이어서 독일의 탄츠 플랫폼에 관해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광열: 독일의 탄츠플랫폼은 2년마다 개최 도시를 바꾸며 열리는데 올해가 30주년을 맞는해 였고 프라이부르크에서 열렸습니다. 세계의 컨템퍼러리댄스를 리드하는 국가답게 독일의 Tanzplattform은 한마디로 핫 했습니다. 작품마다 편차가 있긴 했지만 새롭고 신선한 작업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10개의 작품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듯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몰려 온 수 백 명의 게스트들에 의해 호불호가 엇갈렸는데 그 만큼 생경했고, 파격적이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공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댄서 열 명이 거의 등퇴장 없이 90분 동안 무대를 지킨 Theater Bremen의 〈Harmonia〉(안무 Adrienn Hod)로 이 작품은 장애인 댄서에 대한 고정 관념을 보기 좋게 불식시켰습니다. 무엇보다 공연에 등장한 장애를 가진 무용수들은 잘 훈련되어진 프로페셔널 무용수들이었습니다. 안무가는 그들에게 과감한 신체 사용을 주문했고 그들은 자신들의 몸으로 자신들의 춤을 생성해 무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안무가는 신체적 다양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했고 댄서들은 넘치는 에너지로 움직임 자체를 탐닉하고 열정을 곁들인 재미있는 장면도 거침없이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품은 장애가 있는 춤추는 댄서들, 그들이 정상적인 댄서들과 함께 춤을 만드는 작업에 대해 갖고 있던 어떤 선입관을 보기좋게 날려버렸고, 새로운 공연 유형을 제시했습니다. 〈Harmonia〉가 춤 작품으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무용과 사회‘와의 관계에서 인간의 몸과 의미를 새롭게 탐험했다는 것입니다.
Theater Bremen 〈Harmonia〉 ⓒTanzplattform |
장광열: Dance On Ensemble의 11명 무용수가 공연한 〈MELLOWING〉은 댄서들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습니다. 댄스온앙상블은 40세 이상의 무용수들의 예술적 탁월성을 무대 위해 구현하기 위해 2015년 베를린에서 창단된 컴퍼니인데, 이번 공연은 안무가 크리스토스 파파도폴루스와 댄스온앙상블과의 첫 협업 작품으로 안무가는 40세 이상 댄서들의 감각과 경험을 최대한 창작에 활용했습니다.
안무가에 의해 조율된 그리 크지 않은 반복되는 움직임구성은 때론 활기차게 때론 명상적인 분위기까지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게 했고, 노련한 댄서들의 음악 해석력과 순간순간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움직임은 잔잔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댄스온앙상블은 창단 후 윌리엄 포사이스, 데보라 헤이, 얀 마르텐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무가와 감독과 협업하며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현대무용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Yolanda Morales의 〈The Garden of Falling Sands〉는 민속적인 음악과 춤이 접목된 공연이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의 몬테레이시에는 라틴 아메리칸 쿰비아 음악인 ‘쿰비아 콜롬비아나’가 발전해 왔고 이 음악을 사용한 쿰비아의 춤은 느린 리듬 변화로 특징지어지며, 주변 도시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안무가 Yolanda Morales와 6명의 댄서들은 이 쿰비아의 리듬을 바탕으로 옐로우, 따뜻한 빛에 물들인 정원처럼 무대를 꾸몄는데요, 북부 멕시코의 메마른, 생태학적 사막의 풍경이 연상되는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춤과 노래는 시종 흥겹고 다채로웠습니다. 함부르크 출신의 멕시코계 무용가인 요란다 모랄레스가 만들어낸 이 공연은 다문화적 감성을 수용하는 무용예술의 또 다른 흐름을 대변했습니다.
Mariana Benengue와 Myriam Lucas가 안무와 퍼포머로 참여한 〈Lounge〉는 게스트들 사이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 작품이었습니다. 프로그램 북에 제작진들은 “이 작품은 두 명 여성의 몸을 위한 듀엣이다. 이 작품에 스며드는 개념은 '보이지 않는 랩 댄스'이다”라고 밝혔는데요. 실상 라운지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행위는 춤으로 인식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노골적인 성애 묘사는 공연의 형태로 무대에 올라온, 이전에 제가 보았던 높은 수위에 버금갔습니다. 저에게는 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춤’이라고 감지하기에는 힘든 면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에로틱함이 지나쳤고 이를 제작진들이 밝힌 랩 댄스의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버거웠습니다. 반면에 “여성성을 또 다른 스타일의 퍼포머로 구현시킨 공연이다”라며 호평을 한 게스트들도 있었습니다.
라이브 연주를 곁들여 5명의 댄서들이 출연한 Tümay Kılınçel이 안무한 〈we ♥ 2 raqs〉는 벨리 댄스 또는 오리엔탈 댄스로 불리는 것에 대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과 식민주의적 이미지를 다룬 작품이었습니다.
ICE WET, ICE HOT, 독일 탄츠플랫폼을 통해 저는 60개가 넘는 컨템포러리댄스 작품을 보았습니다. 공통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몇 가지 새로운 흐름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다른 나라에서 온 다국적 무용가들의 다문화적인 요소를 담은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최 측은 본토에서 태어난 안무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출생이라도 자국에서 활동하는 안무가들의 작품을 포함해 소개했고 그들의 작품은 자국의 고유한 문화적인 요소들을 때론 과감하게, 때론 소박하게, 때론 매우 실험적으로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었고 이로 인해 컨펨포러리댄스의 확장을 견인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젠더적인 감성을 담아내는 작품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감한 신체노출, 시각적인 미장센과 결합된 몸의 사용, 리얼한 표현양식, 실제 가족사와 연결시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접근법 등 인간의 性과 결합된 춤 작업은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현실참여적인 소재의 작품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문제로 오래 동안 지속되고 있는 ‘사미족의 노르웨이화’를 정면에서 다룬 작품, 오리엔탈리즘과 식민주의를 연계시킨 춤 공연, 카메룬계 핀란드 안무가의 탈식민주의를 다룬 작업 등 안무가에 의한 과감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발언이 담긴 작품들이 그 예입니다.
40세 이상의 나이든 무용수들로 이루어진 Dance On Ensemble의 성공적인 행보에 힘입어 독일에서는 40세 이상의 월드 클래스 발레 무용수들로 구성된 WINN Dance Company가 새로 구성되어 202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장년층 인구가 많아지면서 댄서들의 연령이 높아지는 새로운 변화의 흐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장애인 댄서들이 출연하는 공연 유형의 다양화, 즉흥을 이용한 창작 작업 증가, 공연장소의 확장을 통한 장소 특정형 공연 작업의 증가 등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었습니다.
아시아권의 흐름
김채현: 네, 이어서 아시아권의 흐름도 듣도록 하겠습니다.
장광열: 며칠 전에 참가한 타이페이에서 열린 Stray Birds Dance Platform(SBDP)과 요코하마에서 열린 동아시아댄스플랫폼(HOTPOT)과 요코하마공연예술미팅(YPAM), 아키타(Akita)국제무용제에서 본 아시아 안무가들의 컨템포러리댄스 작업을 중심으로 공통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언급할까 합니다.
SBDP에서 만난 Cheng I–han(타이완) 안무의 솔로 작품〈Miss Shape〉는 춤추는 댄서의 몸, 춤의 질감을 작품의 중심에 둔 작업이었습니다. 댄서의 상 하체, 다리와 팔의 움직임, 무릎을 이용한 굴신과 등의 근육 등 춤추는 댄서가 소유하고 있는 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배분은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무용예술의 특성을 한껏 뽐냈습니다.
TOB GROUP(한국) 김민 안무의 〈Are You Guilty?〉는 흰색 테이블을 이용한 3명 무용수들의 완급을 조절하는 움직임 구성과 에너지 배분, 몸을 이용한 접촉에서 발생하는 사운드를 음악의 확장으로까지 이어간 안무가의 뛰어난 감각과 세밀한 구성력이 압권이었습니다.
아키타국제무용제에서 만난 Reisa Shimozima(일본)와 Moh Hariyanto(인도네시아)의 2인무 〈Jap/Vanese〉는 아키타에서 전승되는 사자춤과 말춤,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토속문화가 밑바탕이 된 Shimojima의 동물적인 감각의 몸놀림과 Hariyanto의 유연한 움직임이 결합된 2인무로 다문화적인 요소가 스며든 컨템포러리댄스로서의 차별성이 돋보였습니다.
김요셉이 안무한 〈Gom-bang-yi-teot-da〉는 한국의 농악에서 연희되는 12발 상모놀이를 활용한 컨템포러리댄스로, 전승되는 놀이적인 요소를 현대적인 움직임과 연계시킨 솔로 작업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2024 HOT POT에서 공연된 홍콩 안무가 Sam Yuen의 〈Does My Body Represents My Whole Self〉는 남성 무용수의 기교적인 동작을 다양하게 변주시켜 춤추는 댄서의 감성을 끄집어낸 감각적인 안무가 돋보인 작업을 보여주었습니다.
Pijin Neji 〈Stream〉 ⓒ요코하마댄스콜렉션/Sugawara Kota |
장광열: 일본 Matsumoto Nanako가 안무 출연한 〈Kyoto Imaginary Waltz〉는 메이지 시대에 전해진 왈츠를 소재로, Pijin Neji가 안무 출연한 〈Stream〉은 일본의 전통 공연예술인 ‘카타리모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으나 Matsumoto Nanako가 게이샤들의 음악을 사용하면서 차분한 톤으로 풀어낸 반면에 Pijin Neji는 춤보다는 퍼포먼스에 가까울 정도로 음악, 오브제의 사용 등에서 파격적인 시도를 보였습니다.
YPAM에서 공연된 독일의 Richard Siegal와 일본체육과학대학의 학생 70명이 출연한 〈Collective Action〉은 크리스 솔티가 개발한 안무 알고리즘과 카스텐 니콜라이의 음악과 높은 천장에 설치된 레이저 조명을 결합해 만든 융복합 공연으로 테크놀로지와 움직임이 결합된 집단무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습니다.
아시아 안무가들의 작업에서 드러나고 있는 공통적인 요소들은 댄서들이 지닌 신체에 대한 탐구를 통한 움직임 조합, 자국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재해석하거나 접합시키는 작업, 중편 이상의 작품에서는 분명한 컨셉트를 설정하고 여기에 무대미술이나 오브제를 이용해 작품을 풀어내는 경향이 농후했습니다. 여기에 유럽의 안무가들을 중심으로 아시아 안무가들과의 국제협업 작업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읽혀졌습니다.
프랑스의 흐름
김채현: 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토마스 한님이 기고 발제한 원고를 우리 한석진 선생이 번역 압축해서 PPT로 만들었어요. 그걸 보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석진: 네, 내용 전반을 요약하면 우선 프랑스 중심으로 작성해주셨고요. 프랑스가 올해 올림픽으로 각광을 받고 성공을 거뒀지만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해서 공연 예술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을 한다고 정리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불확실성 시대로의 진입(Entering an era of uncertainty)’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문을 주었습니다.
정치적 맥락부터 우선 보면 그동안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현대무용을 포함 공연 예술에 대한 강력한 제도적 지원을 하는 국가였습니다. 서커스나 아크로바틱한 예술 형식이 가장 많이 발전한 나라이기도 했고요. 힙합 댄스, 컨템퍼러리 힙합 댄스가 발전을 할 수 있는 그 제도적인 바탕이 되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총선이 있었고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는 맞서는 극우파 정당이 우세를 점했고 그후 총리가 바뀌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공연 예술의 중요성이나 우선순위가 약화되면서 예산에서도 비중이 감소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맥락에서 보면 2024년이 공연 예술계에서 프랑스 공연 예술계가 굉장히 힘든 한 해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총선 이전에 벌써 공연 예술에서 국가 예산이 1억 유로가 삭감이 돼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무용 제작을 하다 보니까 신규 프로덕션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투어가 2회밖에 안 되는 그런 상황이었고요. 기존에 있는 것을 재무대화하는 지원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프로덕션 간에 그러니까 잘 나가는 작품과 안 되는 작품 간의 간극이 심화되었다고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주목할 만한 것으로 개인 무용단들이 사설 극장을 개관하면서 몇몇 블록버스터가 나타나고 있는데, 일례로 힙합 안무가 무라드 메르주크(Mourad Merzouki)가 〈Pixel〉 〈Folia〉 〈Saisons〉라는 작품 등으로 파리에서 한 달, 길게는 두 달 동안 공연하는 경우가 있다고 소개합니다. 또 동시에 이제 프렐조까주발레단 같은 경우도 여러 곳에서 공연하는 그런 사례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소개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코로나 수당의 중지, 두배로 뛴 난방비 등 극장의 경제적 상황이 안 좋았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페이 드 라 루아르 지역에서 지방 정부가 문화 예산을 73% 삭감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이 지역은 프랑스의 첫 안무센터인 국립안무센터(Centre National de Danse Contemporaine, CNDC)가 생긴 지역입니다. 투표를 통해 예산 삭감이 결정이 될 것인데 이 투표의 결과에 따라서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립안무센터(CCN)가 4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데 그 센터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새로운 착상들도 실험되고 있습니다. 그중 국립마르세이유발레단이 신임 감독으로 라 오르드(La Horde)란 팀을 임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합니다. 이 팀은 최근 사이버세계, 아크로바틱 같은 주제와 콘텐츠를 다루었습니다. 새로운 차원의 활동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3인으로 구성된 그룹인데 여기 콜렉티브의 한명이 안무가라고 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굉장히 활발하게 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단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얘기를 하자면 안무가들이 워낙 올림픽 때문에 스포츠를 주제로 연결한 그런 작업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샤요 국립무용극장은 다양한 스포츠를 활용한 주제로 기획을 했고, 리옹 무용의 집과 무용 비엔날레 전 감독인 도미니크 에르비으(Dominique Hervieu)가 올림픽 문화 예술 감독으로 임용이 되면서 무용에서도 많은 기회와 예산이 주어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젊은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공연이나 축제가 증가하고 있다고 얘기를 하면서 틱톡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플레이 그라운드라는 새로운 축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젊은 관객을 위한 새로운 안무 프로덕션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발레계 같은 경우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랑 몬테카를로를 제외한 말랑당 발레 비아리츠, 리옹, 보르도, 아비뇽, 니스 오페라 발레단와 같은 이런 단체들이 서로 협업을 하면서 발레계의 어떤 방향성이나 같이 힘을 모으는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발레 안무가들을 위한 경연 대회를 비아리츠와 보르도 오페라 발레단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그 경연대회를 통해서 많은 발레 안무가들이 배출되었습니다. 제니아 위스트, 마틴 해리아그와 같은 안무가들이 경연대회를 통해서 배출된 안무가들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특히 주목할 몇 가지 중 하나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 노조가 목소리를 내는 행동들이 많았고 파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던 것이었습니다. 프랑스 외 유럽의 경우도 소개했는데, 독일 도르트문트발레단의 감독으로 임명된 에드워드 클루그, 유명한 넷플릭스 시리즈 ‘피키 블라인더스’를 무대화한 램버트 발레단의 작업을 주목했습니다.
팬데믹 이후에 굉장히 인터넷상의 공연 스트리밍이 굉장히 활발할 것 같았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송출을 계속 적극적으로 하는 단체가 네델란드발레시어터와 몬테카를로 발레단 정도라고 합니다. 공연 스트리밍 대신에 관객을 만나는 방식을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취하는 그런 방식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보리스 샤르마츠 작품 중에 직사각형 무대 네 면에 앉은 관객들에게 30명의 무용수들이 귓속말 또는 신체 접촉을 하는 작업이 있었고 브루노 부셰는 관객을 댄스 마라톤에 초대하기도 했으며 로빈 올린과 샤타 무용단은 관객과 공연자가 공연 마지막에 함께 춤을 추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방자멩 밀피에 〈로미오와 줄리엣〉 ⓒSydney Opera House |
한석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적 담론을 주제로 하는 안무가들이 많았는데 페미니즘, 반식민적, 생태학적, 퀴어 이런 문제들이 대두되었다고 합니다. 안무가 방자멩 밀피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동성애 사랑 이야기로 확장시켰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인이지만 이민자로서의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안무가들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이란 안무가 소루르 다라비와 아르민 호크미, 모로코 안무가 타우픽 이제디우와 부흐라 오이즈겐, 르완다 안무가 도로시 무냐네자, 마다가스카르 출신의 소아 라치판드리하나 등은 이민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루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안 도허티의 경우는 북아일랜드 안무가인데 프랑스에 정착하여 활동하는 안무가입니다. 프랑스에서 정착하지 않고 순회하며 작업하는 안무가인 이고르 X 모레노, 아이나 알레그레 등이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권의 안무가들이 프랑스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잦은 재작업의 안무와 연령 초월 경향
김채현: 수고하셨습니다. 두 번째 주제로서 재작업은 그간 수도 없이 수도 없이 이뤄진 작업들이죠. 그 가운데서도 〈호두까기 인형〉은 지금도 변형, 각색 같은 재작업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가 하도 많아서 꼭 소개하지 않아도 짐작할 법한 것도 있습니다. 12월에 미국의 Nature Theater of Oklahoma가 〈호두까기 인형〉 음악을 쓴 〈노 프레지던트〉에서 그러니까 ‘대통령이 아니다’고 해서 정치적인 반란을 빗대는 식의 작업을 하면서 무대를 혼돈스럽고 유머가 있고 활달하면서도 격렬하고 섬세하고 뭔가 카니발적인 그런 식으로 전개한 것처럼 얼마간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뉴욕시티발레단에서는 제1막의 소년 주역으로서 이번에는 10살짜리 아이 2명을 기용을 했대요. 그래서 둘을 날짜마다 번갈아가면서 기용해서 뭔가 상업적인 효과도 기대했음 직합니다. 그런데 이보다는 10살 소년이라도 나름대로 기량과 품격을 갖춰서 주목된다는 식으로 뉴욕타임스에 두어 차례 크게 보도가 됐어요. 그 다음에 영국에서는 거대한 트리를 벗어나서 한 작업 소개되었지요. 재작업 가운데 흔히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로미오와 줄리엣〉이지요.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덴마크 비보이 팀들이 〈This is not Romeo and Juliet〉이라는 제목으로 했다고 그래요. 그래서 ‘사랑은 싸움보다 좋다‘는 그런 주제이기는 한데 여기 또 뭐라고 소개되느냐 하니까 열정, 난폭 그리고 형식미 그러니까 춤을 좀 변형한 모양이죠. 비보이가 한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프랑스의 방자멩 밀피에(Benjamin Millepied)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지난 봄에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작업했다고 그러는데요. 거기에는 드론을 써서 공중에서 그 무대 장면을 찍어 투사해 보여주는 것도 언급됩니다. 제가 실제 그 작품을 안 봐서 모르겠는데 벵자멩 밀피에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반목하는 두 집안도, 유모도, 수사도 없다고 그럽니다. 그래서 이 작품들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좀 궁금하긴 한데 아무튼 밀피에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렇게 각색을 했다는 것은 재안무에 속하겠죠. 또 ‘로미오와 줄리엣 역으로서 두 남성이 나온다’ 그리고 ‘전통적인 성 역할을 이탈했다’는 소개가 나옵니다. 더타임스 리뷰를 보면 2024년에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 〈로미오 + 줄리엣〉에서는 앳되어 보이는 10대의 얼굴의 영국 청년 배우와 매력적인 여배우가 기용되고 웨스트엔드 뮤지컬 〈거미인간 로미오〉에서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역을 로미오로 기용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로미오 + 줄리엣〉에서 로미오의 이두근이 스타로 등장한다는 투로 소개합니다. 그다지 예술성은 높지 않은 대중 공연일수록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고전을 재작업하는 데 더 유연할 것 같군요.
그 다음에 세 번째 주제로서 연령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벗어나는 작업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무용가들의 창작이 누적되어온 데에다 평균 수명도 늘고 해서 연령이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 추세를 리뷰들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군요. 고령의 안무가 윌리안 포사이드가 1947년생인데 올해 77살이지요. 자신의 이전 작품들을 개작해서 2인무를 3인으로 한다든지 하는 그런 식으로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예술춤 무용가는 아닌데 옛날 1960년대 쇼춤무대 의 사회자가 올해 99살로서 자신이 노래와 맨발 춤을 진행하는 것을 비디오로 발매를 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고령층들로 나오는 그런 어떤 춤들은 흔하고, 댄스 매거진이나 뉴욕타임스나 더 가디안에 춤 소식으로서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한석진: 저도 노년층 작업에 대해 하나만 더 덧붙이고 싶은데요. 영국 새들러스웰스극장에서 엘릭서 페스티벌(Elixir Festival)이라고 노령의 안무가, 무용가들을 위한 페스티벌이 2014년부터 열리고 있더라고요. 이 페스티벌이 인상적인 이유는 노령의 무용수라고 하면 머릿 속에 떠오르는 백인, 이성애 중심주의가 존재하는 반면, 이 페스티벌은 세네갈의 아코니 라는 79세의 무용수라든지 아니면 60대 이상 남성 4인이 매트리스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퀴어 문제를 다루는 내용 등을 포괄합니다. 노년층의 무용수가 다룰 수 있는 주제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걸 보여주는 페스티벌이어서 공유하고 싶습니다.
정석 벗어나기
김채현: 네, 그렇군요. 이제 네 번째 주제 ‘정석 벗어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그에 속하는 현상들을 하나하나씩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탈장르죠. 탈장르는 지금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일단 한석진님, 부탁드리지요.
한석진: 탈장르 같은 경우, 최근에 자주 언급되는 게 우리나라에도 왔던 파파이오아누의 작품 〈잉크〉가 아닐까 합니다. 다원예술적 퍼포먼스 성격이 강한 이 그리스 안무가를 찾을 수 있었고요. 영국에는 뉴무브먼트콜렉티브라는 팀이 있는데, 각기 다른 춤 언어를 사용하는 안무가들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컬렉티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까 토마스 한님이 잠깐 언급했던 라 오르드(La Horde)는 굉장히 유럽 전반에서 주목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원래 엘리트 춤교육을 받지 않았는데 파리 퀴어 클럽에서 만난 후 같이 힘을 모아 활용하면서 마르세이유 발레단 예술감독까지 된 주목할 만한 팀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에코 지향
김채현: 네, 그 다음 에코 지향의 흐름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지요.
한석진: 사실 에코 지향적 흐름은 다른 장르에 비해서 무용계에서 관심을 많이 주지 않고 있다고 느꼈어요.
김채현: 사실 극장 바깥에서는 커뮤니티댄스 차원에서만 하더라도 많이 행해지고 있는데, 언론 리뷰나 극장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인상을 갖게 되겠지요.
한석진: 네, 대극장에서 잘 안 하다 보니까 그런지, 제가 기사 위주로 찾다 보니까 그런지 더 생각해보아야 할 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목할 만한 게 인도의 살루마라다(Saalumarada)라는 거의 인도 영웅 같은 여성분인데요. 평생 동안 반얀나무 385 그루와 다양한 종류의 8천 그루를 심은 여성 영웅을 기리는 작품 〈트리 인 타임〉을 만든 안나푸르나 인도 무용단 정도를 얘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김채현: 이 단체의 공연은 혹시 어떻게 소개됩니까?
한석진: 그냥 극장에서 공연했어요. 근데 이게 내러티브 자체가 환경, 생태계 문제를 다루는 인물이다 보니까 이 인물을 다루는 작품이고 일반 극장춤에 해당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었을 거라고 짐작됩니다.
정석 벗어난 움직임과 힙합
김채현: 네, 궁금한 점을 남긴 채 넘어가보도록 하지요. 그 다음 소주제에 해당합니다만, 영상을 보면서 소개 드리면, 이게 미국의 페리스 고블이라고 하는 안무가가 리한나(Rihanna)라는 댄서한테 춤을 지도했어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슈퍼볼 인터미션 시간이라든지 슈퍼볼 하기 전에 이런 식의 춤을 추는데, 이게 하도 격렬하니까 감각적이면서 하도 맹렬하고 너무나 운동적이고 섹시하다고 묘사되고 있어요. 뉴욕타임스가 10월 달에 뭐라고 보도를 했나 하니까 ‘여성들의 춤 움직임을 바꾼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특집을 냈더라고요. 유튜브에 나오니까 일단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같은 춤 움직임의 확장성 측면에서 브레이크 및 스트릿 계열에 대해 한 선생님 간략히 소개해 주시지요.
한석진: 아직 한국에 개봉 안 한 것 같은데 〈Once Again〉이라는 힙합 관련한 영화가 제작돼서 미국에서 10월에 개봉되었다 합니다. 그 주인공인 제로보암 보즈만(Jeroboam Bozeman)이라는 앨빈 에일리(Alvin Ailey) 단원 출신이 출연하고 그리고 레니 베이스(Rennie Harris)라는 스트릿 댄서가 여기에 제작 참여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힙합 댄스 필름이 만들어졌고 그리고 극장에서도 우리나라에도 왔던 〈Far From The Norm〉의 보티스 세바(Botis Seva) 두 번째 작품 〈Until We Sleep〉이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의 평가는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은데 워낙 전작 〈Blkdog〉 작품이 인기가 많아서 여전히 주목을 받는 안무가로 보입니다. 그리고 파리올림픽 때 레이건(Raygun)이라는 여성 비걸이 일명 캥거루 춤이라고 알려진 게 굉장히 많이 희화되고 조롱되기도 했는데, 레이건이 브레이킹을 오랫동안 연구한 백인 여성 박사이고 백인 여성이 브레이킹을 한다는 게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매체에서 어떻게 재현되는지에 대한 그 문제의식을 담은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동런던에서 창립된지 23년이 된 보이 블루(Boy Blue) 공연도 있었습니다. 특히 영국의 경우 힙합 무대 공연을 하는 단체가 굉장히 흥행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채현: 이제 저쪽 특히 영미권에서는 브레이크 내지는 스트릿이 제 우리가 말하는 그냥 무용 장르로서 정말 대등하게 됐는데요. 지난 10월달에 뉴욕에서 춤추던 친구가 한 사람 죽었어요. 스트릿댄서로서 흑인사회 할렘에서 굉장히 유명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뭐라고 보도되었느냐 하니깐 길고 강인한 사진, 유머 감각, 예리한 박자 감각... 이런 친구가 SNS 그리고 콘서트, 음악 파티, 이런 데서 엄청 활동하다가 세상을 떴는데 이 친구 추모 영상이 유튜브에 있습니다. 그의 추도식을 3시간 분량 영상으로 그대로 푼 거예요. 그만큼 이 브레이크와 스트릿 계열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퀴어 분야에 대해 조사하신 것이 있습니까?
퀴어와 클럽 스타일
한석진: 이미 더러 말씀들이 나온 듯합니다만, 이것 하나만 말씀드리면 영국의 크리스토퍼 휠던(Christopher Wheeldon)이 오스카 와일드 일화를 동성애로서의 삶으로 그려낸 오스카라는 발레 작품을 만든다고 하는 것이 좀 인상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워낙 그런 발레 제작 같은 경우는 동성애를 정면에서 다루는 경우가 없는데 이 안무가가 이것을 호주발레단에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광열: 웨스트 오스트렐리안발레단인가요? 아님 오스트렐리안발레단인가요?
한석진: 오스트레일리아내셔널이에요. 크리스토퍼 휠던은 영국 사람으로 뉴욕시티발레단의 상임안무가로 활동했으며 국제적으로 알려진 발레안무가입니다.
김채현: 퀴어 시각에서 한 가지 곁들여 보겠습니다. 9월에 미국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BalletX라는 단체가 〈Macaroni〉이라는 작품을 올해 발표했는데, Macaroni가 ‘멋쟁이’라는 뜻이지요. 퀴어 관점의 발레 소개됩니다. 여기서 옛날 귀족을 퀴어의 시각에서 묘사를 했어요. 출연자들이 옛날 귀족 가발을 쓰고 연두 계통의 유니타드를 입었어요. 그 다음에 귀족들의 멋부림, 그런 걸 퀴어 시각에서 다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단체 이름이 BalletX예요. 퀴어 입장을 적극적으로 다룬 사례로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주제로 극장 이탈을 이야기해 봅시다.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한석진 선생님도 리뷰를 드물지 않게 보았을 것이지요?
한석진: 네,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Ministry Of Sound)라고 영국에 엄청 유명한 클럽이 있거든요. 근데 그 클럽을 빌려서 발레 공연을 한 사례가 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코틀랜드 발레단 전 솔리스트이자 안무가인 제이미엘 드베르네이-로렌스(Jamiel Devernay-Laurence)는 발레 무용수가 극장에서 멀리 봐야 되는 그런 존재로만 남지 않고 클럽에서처럼 굉장히 친밀하게 관객이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발레가 워낙 대중적인 인기가 많다 보니까 유명한 무용수, 유명한 안무가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경험을 제공하면 상업적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전 세계에서 다 몰려오는 클럽인 이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에서 ‘발레 나잇’이라는 하나의 상업적인 공연 상품을 만들었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를 이제 투자도 받고 해서 지속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발레 장르여서 더 인상적으로 보였습니다. 그 외에 이제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무용 안무가들이 작업을 하고 지난 작업을 보여주는 이런 사례들이 많은데, 아트바젤과 댄스 매거진 두 기사가 굉장히 다른 시선으로 그려져서 인상적이었어요. 왜냐하면 댄스매거진은 굉장히 이걸 긍정적으로 보고 이런 전시나 설치 작품을 안무가들에게 작품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박물관은 그 공간을 새롭게 읽는 기회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무용가들한테 창의적인 그런 발상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라고 긍정적으로 쓴 반면에 아트바젤 같은 경우는 뭔가 조금 더 비판적 시선에서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리고 이 작업을 할 때 극장에서가 아닌 갤러리를 선택한 안무가의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극장이 너무 비싸다라는 경우도 있었고요. 어떤 안무가는 극장에서는 너무 허구적인 세계를 만드는 반면 갤러리는 그 허구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에서 벗어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원한다는 지적도 있고요. 아니면 정말 그냥 말 그대로 더 많은 사람들 만나고 싶어서, 관객층을 다양하게 좀 만나고 싶어서 가게 됐다는 그런 이유들을 언급합니다. 그래서 박물관, 미술관에서 춤 공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비판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 두 가지 모두를 동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국 댄스 엄브렐라에 초청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도 왔던 르 파탱 리브르(le patin libre)라는 캐나다 팀이 있는데, 주로 아이스 스케이트장에서 공연하는 이 팀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필라데피아 스케이트장에서 컨템퍼러리 춤 공연울 선보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클루시브
김채현: 다음 소주제로서 인클루시브 활동을 소개하도록 하지요.
한석진: 호주에서 블랙 퓨쳐스(Blak Futures) 컨퍼런스라는 게 있었습니다. 최근 원주민 출신의 안무가들, 무용가들이 예술 감독이 되었으며, 그 예로 호주 댄스시어터 감독도 원주민 출신 감독이 처음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여러 원주민 출신의 안무가들이 모여 컨퍼런스를 하면서 ‘원주민 춤이 호주 내부를 통합시키는 데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컨퍼런스가 진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주목할 만한 팀으로 마루게쿠(Marrugeku)라는 무용단의 피그램(Pigram)이라는 공동예술감독이 있는데, 최근에 원주민 전통춤과 보깅이나 힙합 이런 것들을 결합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원주민, 망명, 트랜스젠더 이런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작품을 만들어 원주민 춤이 결국 분열된 호주를 치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했습니다. 아까 얘기한 호주 댄스 컴퍼니의 첫 번째 원주민 예술 감독은 다니엘 라일리(Daniel Riley)라는 사람입니다. 네, 그렇게 원주민이 소수자여서 배제되었던 그 문화권의 춤을 이제 다시 잇는 그런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그리고, 장애에 관한 논의도 계속 이루어졌는데요. 장애인 무용가가 무대에서 당사자성을 가진 주체로서 등장하는 작품이 창작되고 있으며 배리어프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의 장애인 무용가 클레어 커닝햄은 높은 곳을 향해 가는 등반을 주제로 하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목발을 사용하면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수화통역자, 오디오 해설을 동반한 릴랙스드 퍼포먼스이기도 했습니다.
키아라 베르사니 〈L'Animale〉 ⓒCHIARA BERSANI |
김채현: 인클루시브 측면에서, 키아라 베르사니(Chiara Bersani)라는 인물을 소개하고 싶군요. 지난 6월 더가디언에 리뷰로 소개되었습니다. 난쟁이라고 흔히 부르는 곱추, 골형성부전증(骨形成不全症)의 활동가이죠. 키가 98cm고요. 〈L’Animale〉이라는 작품에서 빈사의 백조가 죽어가는 그 상태에 착안해서 정지해 있으면서, 호흡이 좀 불편한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호흡할 적의 숨소리로써 백조와 노래 부르는 그런 것으로 은유해서 이렇게 무대화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이번에는 귀머거리 무용가입니다. 안나 세이무어(Anna Seymour) 이 사람은 1월 달 더가디언 보도를 보면 놀고 춤추기를 좋아했는데 귀가 먹어서 소외를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하지요. 그래서 춤 비디오를 관찰하고, 또 다른 단체 어떤 공연을 보며 방황을 마감하고 10년간 귀머거리 무용가로 활동을 했대요. 물론 수화의 도움도 받고요. 그래서 몸 감각의 자기 표현, 자유, 섹슈얼리티 그리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그런 욕구를 자기는 듣지는 못하지만 자기는 춤을 통해 표현하는데 이제 클럽 문화에서 주로 많이 활동을 한다고 하죠. 그런데 이 사람 춤에서는 DJ도 귀머거리인 경우가 많대요. 그러니까 서로 수화로 소통하겠죠. 이런 인클루시브의 양상은 앞으로 굉장히 다양해지겠지요. 다음 영상을 보시면 이 작품 제목이 뭐냐 하니까 〈롤러 스케이팅하는 수녀들〉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의 공연인데요, 일단 격렬하군요. 수녀복 차림인데 나신으로 되고 그 속의 인간들은 반신앙적 세계와 매우 근접해 있는 것이 직설적으로 느껴집니다. 일단 총체공연으로 분류되겠는데, 더가디언 춤 리뷰에 소개되었더군요.
플로렌티나 홀칭어 〈스케이트타는 수녀들〉 ⓒSpikeArtsMagazine |
epiphany-machine ⓒanatomyzero |
Lilith.Aeon ⓒthedockyard |
AI와 신경과학의 응용
김채현: 이제 소주제로서 마지막 2개가 남았습니다. 정석 벗어나기 측면에서 AI를 응용하는 것과 신경과학을 응용하는 것. 먼저 AI를 응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데, 신경 과학을 응용하는 것은 이제 시도되고 있는 중이죠. 그쪽의 보도가 얼마간 상세하긴 한데 자세하지는 않군요. 아직까지 어떤 결론이라든지 성과가 뚜렷하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지도 모르지요. 이런 아쉬움 속에서나마 보면, 먼저 ‘인공지능을 테크놀로지 입장에서 춤과 어떻게 결합하느냐’하는 그런 측면에서 보도가 좀 흥미 있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 7월 보도 내용입니다. 이것은 〈Epiphany Machine〉입니다. Epiphany라는 것은 뭔가가 선망하는 게 출현하는 그런 뜻 아닙니까? 그런 것이 출현하는 기계라는 그런 뜻인데 미국 버지니아 공대는 이런 측면에서 유명하죠. 버지니아 공대에서 시도해서 무대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한 15년 동안에 뇌과학이라든지, 모션을 캡처하는 거라든지 많이 활용했죠.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작품을 올해 발표했을 겁니다. 다음으로 더가디언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관련 영상을 보시겠습니다만, 이게 작품 제목은 〈Lilith.Aeon〉. Lilith가 뭐냐 하니까 바로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인공 인조 공연자라 한답니다. 이 작품은 지금 세계 첫 인공지능 춤 공연물이라고 명명되고 있어요. 왜 이걸 하냐 그러니까 이거 개발한 사람은 “춤을 더 재미있게 하려고 그렇게 한다.” 일단 포스트 휴머니즘 관점에서 많이 작용하겠죠.
장광열: 어떤 내용이에요?
김채현: 이제 인공지능이니까 입력된 춤데이터를 따라서 어떤 움직임을 생성시키겠죠. 인공적인 퍼포머가 춤을 추면… 여기 영상을 보면 사각 큐브가 있죠. 육면체 큐브 주변에서 사람들이 그 안을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장면은 지금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요. 한석진 선생도 이 기사를 읽었었지요? 좀 더 보충할 게 있으면 부탁드려요.
한석진: 크게 없는데, 이 팀은 제가 예전에 연구 논문을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만, 이 팀은 예전에도 VR과 AR 이용한 작업을 했어요.
김채현: 그렇죠. VR과 AR을 굉장히 많이 했더라고요.
한석진: 근데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가지고 작업을 한 것 같고 인공지능이 무용수 주체로서, 즉 인공지능이 춤을 추는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채현: 그렇죠. 이게 말하자면 AI 퍼포머예요. 인공지능 퍼포머 그렇습니다.
장광열: 그러니까 AI한테 안무를 의뢰하고 AI가 안무를 해주면 그것을 사람이 추는 방식이 있고, 이런 식으로 아예 화면 자체를 그냥 다 AI한테 맡겨버리는….
김채현: 그렇죠. 저건 바로 인조 인간이죠. 그 다음에 이제 다른 영상을 틀어주세요. 말하자면 춤을 출 적에서 사람의 생각을 느끼니까, 그 느낌 그것을 이제 ‘머리에 활동하는 거 이것이 이제 그 춤의 어떤 움직임으로 어떻게 작용을 하느냐‘하는 것을 갖다가 이제 이 실험을 지금 계속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과거보다는 조금 이게 데이터라든지 기술이 좀 정교해서 이제 이 프로그램 개발이 상당히 좀 많은 진전이 있다. 그래서 ’이게 왜 좋으냐‘, ’무엇 때문에 하느냐‘ 하니까 일례를 들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자폐증 그런 질환은 뇌와 관계 있는 질환 아닙니까? 뇌와 관계 있는 질환이면 뇌의 어떤 기능 자체가 신체의 어떤 원활한 활동을 돕지 못하니까… 이게 바로 뇌의 능력 내지는 기능 신경계 그걸 활성화시키면, 즉 신경 소통의 흐름을 굉장히 호전시키면 사람이 몸 움직임에서 상당한 효과를 갖지 않겠는가 하는 추론에 근거하지요. 그러니까 일례로 치매 치유를 위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도 생각해 볼 만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상당히 좀 완성도가 높게 좀 했던 모양이에요. 아무튼 뉴욕타임스 춤 분야에서 장문의 기사로 특집 보도를 했더군요. 이와 관련 다른 사례도 검색되는지 소개해 봅시다.
한석진: 웨인 맥그리거도 계속 AI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 했던 ’리빙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소개하자면 구글과 협업해서 25년간의 맥그리거의 작품 아카이브를 인공지능이 학습했습니다. 마지막 포즈에 이어서 나올 만한 시퀀스를 예측하여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했는데요. 2017년 작품 〈Living Archive: An AI Performance Experiment〉이 바로 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만든 작업이었습니다. 2025년에 〈On The Other Earth〉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하는데, 관객의 경험을 안무에 반영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김채현: 혹시 다른 경험도 있는가요?
장광열: 지금도 재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버팔로대학의 로렌 뷰직 교수는 컴퓨터 안무의 전문가입니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출연 무용수 몇 명, 의상은 무슨 색깔 등등 필요한 것들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동작을 구성하고 의상을 디자인하고 조명과의 매칭도 알아서 만들어 냅니다. 수년 전에 북유럽댄스플랫폼에서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로봇을 본적이 있습니다. 로봇이 음악에 맞추어 팔만 움직이는 춤이었지요. 수년 전이었으니까 처음 보는 새로움은 있었지만 그 어떤 예술적인 감흥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습니다. AI한테 학습을 시켜 수능시험을 보개 했더니 97점까지 나왔다구요. 수능 100점을 받은 인간에게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결과이지요. 그러나 앞으로 예를 들어, 아까 제가 유럽의 춤 동향을 얘기하면서 소개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세 자매〉 같은 잘 알려진 작품의 안무를 AI에게 의뢰했을 때 기존의 공연 유형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공연 유형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청중1: 이미 나오고 있어요.장광열: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지… 무용수나 안무가의 역할이 이제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지네요. 그러나 예술적인 감수성, 예술 본연의 그 속성은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역으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신영상과 SNS
Once Again (For the Very First Time) ⓒIMDb |
김채현: 네,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도록 하지요. 그다음에 신영상 환경 / SNS의 활용, 우리도 정말 피부로 느끼는 주제 아닙니까. 기사나 리뷰에서 파악한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소개하도록 하지요. 한 예로 여기 〈Once Again〉 영상을 보시면 스트릿댄스를 전공한 안무가가 무용수들을 잘 선택해서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냥 평면적으로 움직임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스토리텔링이라든지 판타스틱, 여러 가지가 결합이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영상 작품 내지는 영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단계로 스트릿댄스가 빠르게 발돋움하고 있는 사례이겠죠. 이게 브레이크 댄스, 스트릿댄스의 잠재력이고 만들기에 따라서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걸 재확인하게 됩니다. 한석진: 이게 아까 제가 말씀드린 보즈만이라는 앨빈에일리 출신 댄서입니다.
심각해지는 사회경제 환경
김채현: 그렇죠. 앨빈에일리댄스 단원 출신이지요. 상당히 완성도가 높지요. 그리고 틱톡을 활용해야 한다는 보도도 자주 눈에 띄엇습니다. 그다음으로 6번째 주제로서 사회경제 환경 속의 춤입니다. 우선 이것은 이미 더러 말해졌지요. 토마스 한님이 프랑스가 기금 면에서 상당히 어렵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런 사정은 프랑스뿐만 아니겠죠. 그래도 보도를 따라 가보면 더 피부로 느끼며 국제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추가 수당을 요구했다고 더타임스가 12월에 보도했습니다. 리허설할 적에 30분은 추가 리허설을 할 수가 있는데, 2시간, 3시간 동안 추가 리허설을 하면서 추가 수당을 안 준다는 거예요. 이에 항의해서 파업하여 공연을 취소했는데 결국 120만 유로 손실이 났답니다. 또 정부의 임금 개혁에 항의해서 파업하는 등 이런 일이 지금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파리올림픽 행사에서 무용인들이 방송에 찍힌 것에 대한 로열티 요구도 있었습니다. 7월달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무용가들이 “우리의 활동이 방송으로 나가는데 그러면 방송 로열티를 우리한테도 정당하게 줘야 되지 않겠는가, 그 로열티를 정당하게 달라” 하면서 올림픽 개막에 임박해 그렇게 파업을 하기로 위협을 하니까 결국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그렇게 양보한 모양입니다. 아까 프랑스 예가 소개되었지만, 베를린 같은 경우는 내년도 문화 예산에서 1억 3천만 유로가 지금 삭감됐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몇 가지 더 간략히 소개해 봅니다. 먼저 고용 측면에서, 미국의 어떤 민간 무용단체는 연간 440만 달러(60억원)의 예산을 갖고 운영하는 꽤 큰 단체인데, 단원 50명 가운데 9명을 해고했답니다. 올해 연초에 단우너들이 노조를 결성한 데 대한 보복성 인사 조치라는 항의가 있고 나서 계속 항의가 지속되고 있다 합니다.
그리고 대학 폐교, 폐과 문제입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유니버시티 오브 아츠(UArts)라는 학교는 1870년대에 개교했는데요. 올해 6월에 갑자기 이 학교 전체를 없앤다고 해서 문을 닫아버렸어요. 폐교된 겁니다. 미국의 교육법은 어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거기에 무용과가 있었는데 무용과 학생들이 하루아침에 졸지에 학교 학과를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그래서 동부에 바로 그 인근에 있는 베닝턴 칼리지(Bennington College)에서 그 학생들과 대학원생 및 교수진까지 일단 다 받아줬다고 합니다. 이 학교 필라델피아 유니버시티 오브 아츠는 춤뿐만 아니고 여러 학과들이 있는데 그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We are closed’라고 나와 있어요. 이게 팬데믹뿐만 아니고 신자유주의 이후로 문화 예술 등이 처한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겠지요.이제 마지막으로 이제 소개할 기사들은 ‘춤과 부동산 업계의 동반 아이디어’입니다. 3월호 댄스매거진에 이런 기사가 났습니다. 무용단에는 스튜디오가 있어야 되는데 미국에 수십 년 된 무용단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 가운데 폴테일러(Paul Taylor)무용단은 알 사람들은 아는 주요 민간 무용단이지요. 1970년대, 80년대에는 전세계를 누비고 다녔지 않습니까. 폴 테일러 무용단이 뉴욕에서 활동을 하는데, 최근에 안정적 스튜디오를 얻어야 했습니다. 그런 스튜디오를 구하려고 하니까 정말 골치가 아팠는데 부동산 업자도 좋고 폴테일러무용단도 좋게 된 방법이 기사로 소개되었습니다. 부동산이 비싼 뉴욕 맨해튼에서도 빌딩, 아파트, 콘도는 층고를 낮추어 층수를 높이는 게 보편적이어서 천장이 높은 공간을 중심부에서 찾기 힘들던 차에 어느 30층 콘도에서 2개 층 전체를 한 층으로 만드는 임대차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개축 비용만 백억원 정도 소요되는데, 아무튼 문화예술 단체에 임대하는 명분으로 해당 임대료에 대해 건물주가 면제 세무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30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화려해 보이는 해외 무용단들이 내적으로는 스튜디오 공간을 확보하는 데서도 어려움이 없지 않아서 아이디어를 짜내어 부동산 업계와 공존하는 방법들을 찾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소식입니다. 무용단 스튜디오가 입주하면 해당 공간의 이미지가 업되어 부동산업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사례들이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 것 같군요.
폴테일러무용단이 장기간 임차 입주할 대형 콘도미니엄 빌딩, 맨해튼 ⓒNew York Business Journal |
장광열: 네, 지금 미국 사정을 말씀하셨는데, 관련하여 북유럽의 사례도 소개해보겠습니다. 북유럽에는 공연예술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비공식 네트워크인 ‘노르딕 컴바인드’(Nordics Combined)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여기에 소속된 파트너들은 노르딕 공연 예술가/기업을 위한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와 예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판촉 활동을 조정하고, 정보를 교환합니다. 이 기구에는 서커스&댄스정보핀란드, 스웨덴예술위원회, 스웨덴예술보조금위원회, 덴마크문화궁전청, 아이슬란드공연예술센터, 공연예술허브노르웨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5개국의 춤계도 이 기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까 연령 초월 현상 등을 소개하셨는데 뉴욕의 춤전용 극장인 조이스 시어트(The Joyce Theater)의 경우 상반기, 하반기 3주 동안 실버 세대들을 위한 무용 주간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년층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들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이를 통해 기부도 유도, 극장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려는 취지도 담겨 있습니다.
극장 공간의 이탈과 관련해서는, 인도네시아의 섬에서 이루어지는 레인 페스티벌(Rain Festival)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를 이용해 펼쳐지는 이 축제는 공연자들이 비를 맞으면서 연주를 하고 춤을 추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관객들도 비를 맞으면서 공연을 즐깁니다.
2023년 홍콩에서 열린 동아시아댄스페스티벌의 화제 작품은 홍콩국립현대무용단(CCDC) 단원들이 우리나라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해당하는 홍콩퍼포밍아트아카데미의 무용 전공 학생들 30명과 함께 1시간 기량의 신작을 초연한 것이었습니다. CCDC의 예술감독이 직접 안무를 한 대형 작품이었습니다. 좀 전에 소개했던 YPAM에서 초연된 독일 안무가와 일본체육과학대학생 70명과의 협업, 그리고 올 10월 SPAF에서 Stephanie Lake Company)가 성균관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콜로서스〉라는 작품을 공연했었지요.
국제협업 춤 공연들이 다양한 대륙의 아티스트들끼리 행해하고, 프로페셔널 댄서들이 아닌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도 한번쯤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채현: 오늘날 영미권이든 유럽, 아이아권이든 창작 환경이 한편으로는 호전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어려워지는 면들이 많다는 것을 여러 리뷰나 기사에서 재확인하게 됩니다. 이것도 오늘의 춤이 처한 동향이자 현실이겠지요. 짧은 시간에도 오늘 여러 주제들을 두루 짚어 보았습니다. 한석진 패널님 혹시 더 추가할 사항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한석진: 없습니다.
글로벌 춤 언론 속의 한국, 글로벌 진출
김채현: 네, 그러면, 그다음 소주제로 설정해본 ‘글로벌 춤 언론 속의 한국’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먼저 국립현대무용단 활동과 우리나라 현대무용의 활동을 소개한 기사가 하나 있었는데, 기사 분량이 좀 길더라고요. 10월달에 뉴욕타임스에 기사가 나왔고, 5월에는 허성임씨가 더가디언에 실렸어요. 그리고 한 줄 두 줄로 실렸던 게 앰비규어스의 〈더 벨트〉 그리고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박세은의 〈지젤〉입니다. 영미권 언론에서 제가 발견한 것은 모두 4건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기사가 크게 화제가 되거나 그에 일희일비하는 그런 시대가 아닌데, 해외 보도 기사가 갖는 영향력은 일정 부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해외 보도를 주시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 현대무용의 흐름을 다룬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대구 지역과 국립현대무용단을 중심으로 서술되었고 한국에서 현대무용이 활발해지게 된 원동력에서도 공공 지원을 강조하였어요. 전혀 어긋난 기사는 아니었고, 한국 현대무용을 다룬 노력도 일단 긍정하고 싶지요. 반면에 현대무용 활동 안무가들 가운데 특정한 서너 사람 이름과 활동만 거명되는 등 지금 우리나라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무용의 그 다양한 양상을 해외인들에게 소개하기에는 지극히 미흡했던 동시에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은 기사였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이런 문제점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보다 그 외국인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 전달하는 국내 루트가 탄탄하지 않은 데서 기인할 것입니다. 주의할 일입니다. 이제, 마지막 주제로 설정된 ‘국내 춤 작업의 글로벌 활동’을 소개할 차례입니다.
장광열: 네, 올해는 우리나라 컴퍼니들이 외국의 극장과 공동제작을 한 사례도 생겨났습니다. 단순히 보유한 작품을 해외에서 공연하는 것에서 탈피해 해외 극장과 신작의 공동제작, 외국 컴퍼니의 상주 안무가, 객원 안무가로 초청을 받아 작품을 안무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국제 춤 시장에서 한국 안무가들의 실력이 검증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해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앰비규어스컴퍼니는 영국 런던에 있는 코로넷 극장(The Coronet Theater)과 공동 제작을 했어요. 모던 테이블의 김재덕은 싱가포르 The Dance Company의 상주 안무가로 활동했고, 몇 년 전에는 아르헨티나 현대무용단에 객원 안무가로 초청되기도 했지요. 유럽에서 활동하는 허용순도 미국과 유럽의 발레단에 객원 안무가로 초청되어 작업을 했습니다.
올 한해 해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안무가로 김민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Are You Guilty?〉라는 작품을 15분짜리 버전, 30분짜리 버전으로 만들어 꾸준히 해외 춤 무대에 소개해 호평을 받았고, 올해 스페인 마스단사 안무 경연대회 솔로 부문에서 신작을 안무해 최고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안무가들의 해외 무대 진출과 관련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관과 국제 춤 시장에서 네트워킹을 갖고 있는 민이 협력하는 것과 함께 영향력 있는 해외 현지 극장과 기관, 축제와의 협력을 시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 외국에 있는 많은 사례에서도 발견되었는데 민과 관이 같이 협력을 하지 않고서는 우리 무용계의 어떤 경쟁력을… 국제 무대 진출의 경쟁력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지금 문화부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갑자기 무슨 국립 무용원, 문화원을 많이 만들어 놓고 거기다가 무슨 K-댄스진출시켰다 이렇게 해가지고 되는 게 아니고요. 오랫동안 더 플레이스하고 말하자면 시댄스하고의 오랫동안 그런 관계에서 구축된 신뢰라든지 이런 걸 밑바탕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국내 춤 레파토리들이 해외 무대에 진출할 때 민과 관의 긴밀한 협력 관계나 아까 저기 노르딕 북유럽의 5개 나라에서 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또 굉장히 전략적인 민간의 파트너십 확립 이런 것들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포럼 현장 플로어 의견들
김채현: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이제 플로어로 마이크를 옮겨 이번 글로벌 포럼에 대한 의견을 경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청중1: 지금 맨 마지막에 얘기하신 민관이 합동 협력해야 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점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보아 매우 비관적입니다. 우리 정부는 그럴 의지가 하나도 없어요. 국제 교류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국제 교류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공공기관이나 관이 직접 하는 게 우리나라의 특징이잖아요.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데로 갈수록 그런 공공기관이 정책 수립하고 자금만 지원하지 행사를 직접 하는 일은 드물다고요. 그런데 꼭 행사를 정부가 직접 하는 곳이 어디냐 하면 후진국하고 옛날에 공산권 국가였던 동유럽 국가하고 그다음에 대한민국이예요. 절대로 안 놓습니다. 자기네들이 그걸 직접 해서 축제를 하고 뭘 해야 자기네가 성과를 쌓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희망 사항은 아마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김채현: 네, 말씀 감사합니다. 정부의 해외 진출 정책에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의견을 듣겠습니다.
청중2: 네, 오늘 엄청 많은 정보를 이렇게 다 찾아서 혹은 직접 발로 뛰어서 보신 거를 이렇게 전해 주셔서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됐고요. 또 ‘우리 비평가들이 엄청 부지런하다’ 이런 느낌도 받습니다. 지난번 포럼과 계속 연결 지어서 이제 우리를 알았고 밖을 알았으면, 그다음에 이제 그중에서 뭘 추려서 ‘이제는 안무가를 진출시켜야 하겠다’ 내지는 ‘거기에 어떤 역할을 할까’ 또는 ‘AI 테크놀로지 이런 경향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 ‘인클루시브한 여러 경향들이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에게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한 주제들을 발굴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한 작업일 것 같군요. 그런 것들이 우리 무용가들에게 수용될 때 포럼이 역할을 해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채현: 포럼 내용을 잘 정리해서 수용될 만한 계기를 다지자는 제안에 동감입니다. 글로벌 포럼 내용이 〈춤웹진〉에 게재되는 데서부터 그런 계기가 시작될 것인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다듬고 후속 토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청중3: 포럼에서 인터뷰이나 플로어에 발언 기회가 더 주어졌으면 합니다.
김채현: 네, 조언 감사합니다. 무관심이 아니라 직접 참석하여 주시는 애정어린 충고가 반갑습니다. 인터뷰이와 플로어의 말씀을 보다 충실하게 듣는 방법은 어떠해야 할지 진행자로서 항상 염두에 두는 사항입니다. 더 노력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간 150분간 진행된 시간을 늘이고 거론되는 주제를 더 압축하거나 주제를 명료하게 재구성하고 비평시각에 따른 인터뷰와 진단의 기준 설정 등의 방안도 거론되었습니다. 아무튼 효율적인 포럼과 인터뷰로 춤계에서 생산적인 행사로 자리잡아야 하겠고, 이를 위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한 번 더 말씀드립니다. 이전 포럼들과 인터뷰들처럼 이제 갓 시작되는 이 일련의 행사는 기본 포맷으로 참고되면서 앞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하며 이에 대해 춤비협 내부에서 논의가 이어질 것이고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춤동향을 주제로 진행된 오늘 포럼 역시 하고 보니 미흡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해야 할 포럼이라는 판단에 동의하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정리되어 제시된 주제들을 통해 글로벌 춤동향을 개괄하고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문제는 더 충실한 다음의 포럼입니다. 새롭고 충실한 포럼을 함께 꿈꾸며 오늘 포럼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장시간 참석과 성원에 다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