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2025 국내외 춤현장 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 1
  • 일    시
    2025.12.23.(화) 13:30
  • 장    소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서울 대학로)
  • 사    회
    김혜라_춤비평가

패   널│ 김서령_독립기획                          

김영희_전통춤이론가                      

김재덕_안무가                                

이종호_SIDacne 예술감독             

장광열_춤비평가                            

정옥희_춤비평가                            

 

주   최│ 한국춤비평가협회                           
후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춤비평가협회(춤비협)는 12월 23일에 2025 국내외 춤현장 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을 열었다. 지난해에 3차례 열린 데 이어 2025년에는 2차례 열렸다. 12월 23일의 포럼은 국내 춤 창작 흐름 및 글로벌 춤현장 동향, 해외 작품의 국내 교류 공연 등이 주제였다. 17일과 23일의 포럼은 주제에서 연속되었다. 17일 1차 포럼이 국내의 춤 창작 제작 유통 정책, 춤 공공 지원 시책 및 제도, 국회 국정감사가 밝힌 이슈 등 국내 춤 정책 및 시책에 집중한 데 비하여, 23일의 포럼은 국내외 창작 및 제작 동향, 국내 춤계의 해외 진출 동향, 국내외 국제교류 동향을 주제로 하였다. 2차 포럼에서 국내 공연 동향이 거론되므로 1차 포럼과 유사해 보이겠으나 내용은 다르다는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진단 포럼이 다수 집단에 의해 공개 진행됨으로써 춤비협 내외부와 함께 포럼 내용을 현장에서 공유하고 논의하며 객관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프로그램의 패널들은 사전에 비대면 예비모임을 가져 이번 진단 포럼의 주제를 몇 가지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진단 포럼은 김혜라 패널이 사회를 맡아 정리된 세부 주제를 축으로 전개되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17일과 당일 포럼 패널 및 참석자들에 의해 지적된 춤계 문제점과 도출된 의견을 정리한 성명서가 '건강한 춤 생태계 조성을 촉구하는 성명서'의 이름으로 포럼을 마감하며 발표되었다(본 성명서는 춤웹진의 별도 지면에서도 게재된다.)
춤비협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될 본 프로그램이 비평시각을 바탕으로 춤 현장의 동향을 두루 진단해서 재조망하고 비평의 토대를 다지는 데 이바지할 것을 기대하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편집자



ⓒ춤현장



김혜라: ‘한국춤비평가협회 국내외 춤현장 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혜라입니다. 지난주에 1차 포럼을 진행했고, 오늘은 2차 포럼입니다. 지난 1차 포럼에서는 춤 정책과 제도 전반에 대한 생태계를 진단하면서, 특히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었던 여러 논란들을 중심으로 문제를 짚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국내 춤계의 창작·제작 동향부터 살펴보고자 합니다. 춤 분야별로 구분해 살펴볼 예정이며, 이어 해외 춤계 페스티벌, 해외 진출 사례에서 드러나는 여러 문제점들도 진단해 보려 합니다. 본 협회 이종호 회장님께 간략한 인사 말씀을 들은 뒤, 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

이종호: 지난 12월 17일 포럼에서 약 20개에 달하는 쟁점을 정리했고, 오늘도 적지 않은 중요한 주제들을 다루게 됩니다. 17일과 오늘 논의한 내용이 일종의 총론이라면, 이 가운데 하나하나가 모두 매우 중요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각론으로 더 깊이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연초에 계획을 잘 세워 한 가지 문제씩 심도 있게 논의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 두면 좋겠습니다. 그럼으로써 공론화하는 게 좋겠다는 제 생각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혜라: 한국춤비평가협회는 그간 매년 한 해 동안의 창작 동향과 경향, 그리고 그 해에 문제가 된 주요 이슈들을 대담 형식으로 정리하며, 무용 생태를 진단해 왔습니다. 작년부터는 이러한 논의를 정기적인 공개 포럼 형식으로 전환했고, 올해는 확장하여 현장에서 활동 중인 기획자와 안무가를 직접 모셔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거론된 내용들은 〈춤웹진〉에 기록되고 많은 분들이 나중에 매체를 통해 읽게 될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늘 진행 순서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올 한 해 국공립 무용단의 창작 동향을 장광열 선생님께서 짚어주실 거고, 이어 발레 분야 동향은 정옥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실 예정입니다. 전통춤의 흐름과 동향은 김영희 선생님께서 준비하셨으나 현재 해외 체류 중이어서, 미리 보내주신 원고를 제가 대독하겠습니다. 컨템퍼러리댄스 분야는 제가 몇 가지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간략히 짚을 예정입니다. 기획 및 지역문화재단 상주단체의 흐름과 문제 진단은 독립기획자인 김서령 선생께서 맡아 주실 것입니다. 다원예술과 독립 안무가에 대한 동향도 말씀하실 것입니다. 2025년 해외 춤현장은 해외 축제를 중심으로 이종호 선생님께서 정리해 주실 것입니다. 이어 실제로 해외 진출 경험이 풍부하고, 현재도 해외 유통 구조를 고민해 온 모던테이블 김재덕 예술감독께서, 현재 상황과 유통 문제를 진단해 주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축제나 국제 교류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장광열 선생님과 이종호 선생님이 종합적으로 논의해 주실 예정입니다. 이후 청중과의 자유로운 토론 시간을 통해,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이나 다른 시각에서 제기하고 싶은 의견들을 나누겠습니다. 그럼 먼저 장광열 선생께서 ‘국공립 무용단의 창작 동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국공립 무용단의 창작 동향
 

장광열: 국내에 국공립 무용단체가 30곳 정도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단체를 다 다루기는 어렵고, 국립 단체들을 중심으로 올해 공연 경향과 논란이 되었던 지점들을 중심적으로 짚어보고자 합니다. ​
먼저 국립무용단입니다. 올해 국립무용단은 〈미인〉, 〈파이브 바이브〉,〈사자의 서〉, 대한민국전통춤축제, 안무가프로젝트, 〈거장의 숨결〉을 선보였습니다. 〈미인〉은 여성 무용수들만 출연한 작품이고, 〈파이브 바이브〉는 남성 무용수들만 출연한 작품입니다. 즉, 여성 무용수만, 남성 무용수만 각각 출연시켰는데, 이런 작업이 국립무용단의 어떤 정체성과 관련해서 약간의 이벤트적인 시도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김종덕 예술감독은 이 두 작품에 대해 ‘20대 관객층을 겨냥해 기획한 공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얼마 전 있은 국립무용단의 포럼에서, 이 두 공연을 통해 국립무용단 객석에서 20대 관객 비율이 약 20% 정도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사자의 서〉는 신작이 아니라, 재공연 작품입니다. ‘대한민국 전통춤 축제’와 연계하여, 지역 시·도립 무용단의 작품을 한 편씩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안무를 분석한 단원들 3명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레퍼토리 공연으로는 얼마 전 〈거장의 숨결〉을 했습니다. 올해 국립무용단 프로그램을 보면, 예술감독의 신작은 없었고, 전부 외부 안무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습니다.
국립무용단이 20대 관객층 확보를 위해 대중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용단에서 꼭 대중적인 작품을 해야 하는지 이런 문제들을 조금 제기를 하고 싶습니다. 〈미인〉에 대해서는 한국춤비평가협회 춤웹진에 총평이 게재되었으므로 참고하시면 되겠겠습니다. 〈거장의 숨결〉과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논란이 제기된 바 있고, 오늘 발표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말씀드리겠습니다. ​

다음으로 국립현대무용단입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해외 공연을 포함해 많은 작품을 외부 안무가들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김성용 예술감독의 안무작 〈인잇〉은 전년 공연 작품을 조금 비틀어서 다시 무대에 올린 경우였습니다. 또 다른 안무작인 〈정글〉은 스페인, 스웨덴, 영국, 독일에서 공연되었습니다. 다만 독일을 제외한 다수의 공연장은 K-Arts와 연계된 형태로 해외문화원이 연결해서 이뤄졌고, 국립현대무용단이 자체 기획과 장기 준비를 통해 해외 무대에 진출한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국제교류 쪽하고 연계해서 말씀드리겠지만, 이렇게 K-Arts에 편승해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과연 국립단체가 해야 하는 것인지도 조금 더 짚어보려고 합니다. 예술감독의 신작은 윌리엄 포사이스의 작품과 함께 올린 작품이 하나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외부 안무가로 했습니다.
〈코레오 커넥션〉은 지역상생 프로젝트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들한테 작품할 기회를 줬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했던 케이스인데 제가 봤을 때 어떤 면에서 보면 국립현대무용단의 아주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안무가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고, 작품이 우수할 경우 국립현대무용단의 레퍼토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좋은 작픔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또 자유로울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해의 경우 3명의 안무가 작품 가운데 1편을 제외한 2편은 상당히 미진한 점을 보였습니다. 또한, 국립현대무용단이 소속 안무가의 작업뿐 아니라 외부 안무가를 초청해 작업을 진행할 때,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투자되는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외부에 문호를 개방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이 나올 만한 여건을 얼마나 만들어 주었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정기 공연 작품에 더 예산을 투자하고, 외부 안무가 작업은 생색내기식 혹은 끼워넣기식의 수준에 머문다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성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얍! 얍! 얍!〉에 대해 말씀드리면 저는 일단 국립무용단과 국립현대무용단은 성격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어린이를 위한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현대무용은 일반 관객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장르이기 때문에, 국립 단체가 교육적 기능과 대중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대부분의 현대무용 베이스의 단체가 이런 기능까지 수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쪽의 작업은 나름대로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산이 늘어나도록 하는 요인이 됐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립국악원 무용단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면, 영문 명칭이 컨템퍼러리 댄스(Contemporary Dance)라고 쓰여 있는 곳은 국립현대무용단 밖에 없지만, 전부 다 컨템퍼러리 댄스를 베이스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궁중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단의 정체성과 관련해서 설명할 때 컨템퍼러리 댄스를 한다는 것이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국립무용단 역시 홈페이지 영문 소개에서 ‘Collaboration & Modernity’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현대적 작업과 융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 단체 모두 사실 컨템퍼러리 댄스를 지향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 단체들입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상선약수〉라고 오랫동안 기존에 해왔던 작품을 다시 했고, ‘춤극’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춘향단전〉이라는 무용극 형태 작품을 신작으로 올렸습니다. 부산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춤바람분데이〉, 이것도 작년에 했던 공연이고, 영남춤축제, 〈춤, 조선통신사– 유마도를 그리다〉와 같은 작품을 통해, 부산이라든지 그 지역과 얼마간 연계된 작업을 꾸준히 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시무용단은 올해 두 편의 신작을 올렸고, 윤혜정 예술감독의 〈스피드〉와 〈미메시스〉입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윤혜정 예술감독이 조흥동씨의 제자로 오랫동안 전통춤을 해왔기 때문에 전부 민속춤에 쓰이는 악기들을 가지고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흐름을 바탕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국립무용단과 국립현대무용단의 작업은 지향점 자체가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통해 공공성을 실현하는 데 맞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인〉과 같은 작품은 대중성을 겨냥해 기획했다고 설명되었고, 국립무용단은 ‘20대 관객층을 목표로 한 기획을 통해 20대 관객 비율이 20% 증가했다’고 강조하지만, 국립 단체가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의 예술성을 갖춘 작품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공공성을 실현하는 쪽으로 잡아야 합니다. 국립무용단은 창설 60년, 국립현대무용단은 15년이 넘어가는데, 그럼에도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만한 레퍼토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사실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작품으로 내놓을 만한 작품이 없기에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서울시무용단의 작업은 예술감독의 성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감독 선임 단계에서부터 ‘서울시무용단이 어떤 방향을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먼저 세우고, 그 방향에 부합하는 감독을 뽑아서 그런 류의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은 지역과 연계된 작업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면에서 국립무용단과 국립현대무용단은 지금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향성은 누가 설정해야 합니까? 국립극장의 경우, 극장장이 예술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국립현대무용단은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정체성과 미션을 시대 흐름에 맞게 재조정하고, 그에 걸맞은 예술감독을 뽑는 것이 바람직한데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립무용단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국립극장장을 뽑을 때부터 국립극장의 지향점을 명확히 점검하고, 그에 부합하는 극장장을 선임해서 극장장이 그 목표에 맞는 국립무용단의 방향을 설정하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

이제 국립무용단의 〈거장의 숨결〉 공연 문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공연은 한국 무용계 전반에 상당한 시사점을 던지는 사례이기 때문에, 국립무용단의 기획 공연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거장의 숨결〉은 4명의 전 단장의 작품을 초청해서 소위 레파토리 공연을 했는데, 문제는 이 네 명 가운데 두 명이 범죄 전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거장의 숨결〉이라는 제목 자체가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령 ‘역대 예술감독 레퍼토리 시리즈’ 같은 제목을 사용했다면, 거부감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한국민예총이 성명서를 발표했고, 세 곳의 매체가 공식 공문을 통해 질의를 했는데, 국립무용단이 이에 대한 답변을 한 게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거장의 숨결〉 공연과 연계해, 국립무용단 미래 발전 방안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실명을 공개하진 않겠지만, 플로어에서 한 전직 언론인이 매우 강한 어조로 발언했습니다. 그는 이 공연을 첫째, 관객 모독이고, 둘째, 무용수·단원 모독이라는 식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런 기획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관객의 입장으로 또 무용계에서 왜 이런 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지 등 말하셨습니다. 그때 김종덕 예술감독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를 ‘예술인권리보장법’을 거론하였습니다. 제가 깜짝 놀라서 한번 찾아봤더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예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관련해서 예술인 권리 침해 방지를 위한 협조 요청을 한 공문이었는데, 국공립 단체나 이런 쪽에 내려보낸 공문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이라는 게 제정돼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저희가 예술인권리보장법이라는 것은 몰랐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검토해봐야 해서 말씀을 내용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술인 지원사업의 차별 금지’ 조항에 ‘예술인은 국가기관 또는 예술지원기관이 시행하는 예술지원사업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또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이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등을 이유로 특정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를 우대·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국립무용단은 이 조항을 근거로, ‘과거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안무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공연을 두 번 다 관람했는데 김현자 전 단장은 커튼콜 때, 무대 위에 안 올라갔습니다. 그 전날 국수호 단장은 무대 위에 올라가서 예전에 하던 것과 똑같은 형태로 했는데 그 김현자 단장은 무대 위에 올라가지 않고 객석의 제일 앞자리에서 무대 인사를 했는데, 그날 출연했던 단원들은 공연 끝나고 나서 진짜 90도 허리를 숙여서 김현자 안무자에 대해서 인사를 했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말씀드린 것이고 이와 관련해서 무용계가 제기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이분들이 단 한 차례도 과거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이 없었고, 만약 그런 일이 있었더라면 상황은 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종호: 세미나 당시, 김종덕 감독이 예술인권리보장법을 문체부에서 받았기 때문에 단장 두 사람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안 될 것은 없다고 말했는데, 저는 전과가 있는 사람이 공연하는 것에 대해 문체부에서 면죄부를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나중에 일어나서 “우리 무용계는 그런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이 아무리 감옥에 갔다 왔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다. 법적으로 해결을 했다는 거고 자기가 속해 있는 무용 사회에 대해서 한 번쯤은 공개 사과라든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잘할 테니까 좀 봐달라든지, 나를 지켜봐 달라든지 하는 그런 일종의 통과 의례 같은 게 한 번쯤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 전체적 윤리 감각의 문제라는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장광열: 여기서 제기된 것은 앞으로 국·공립 단체의 기획 과정에서 조금 더 면밀하게 검토를 해야 하고, 공식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초청 아티스트와 관련하여 나름대로의 검증이나 윤리 규정 같은 것들을 마련할 필요성과 같은 제안이 있었고 거기에 대해 국립극장 측도 긍정적인 답변을 조금 내놨습니다. 내부적으로 보면 무용수들 사이에서도 조금 논란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졌다 하며, 기획·행정 쪽에서도 상당히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럼에도 국립극장장이 최종 승인하였기에 이 문제에서 국립극장장 또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국립극장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몇 개 잡지사가 질의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해당 시기의 창작 기록을 위한 재구성 차원에서 이번 공연이 기획됐고 향후 유사한 기획 공연을 추진 시에 선정 기준과 내부 검토 절차의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프로세스를 재정비할 예정이다’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국립극장의 공연은 거장이라는 타이틀에서부터 기획하는 과정에서 신중함이 요구됐었다는 것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앞으로 소위 국공립 단체들의 면밀함과 윤리적인 부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국공립 무용단 전반의 경향을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서 아주 화제가 될 만한 그런 작품들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국공립 무용단은 다른 단체들과 달리 일정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고, 훈련된 무용수들을 확보하고 있고, 극장을 가지고 있고, 극장을 운영하는 스태프들을 가지고 있고, 또 극장 공연 단체 여러 가지를 지원하는 행정적인 스태프를 가진 단체에서 만들어지는 작업은 어쨌든 열악한 그런 환경에서 작업하는 전문 무용 단체라든지 또는 독립 무용 단체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예술적인 면에서의 담보와 보다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드립니다.

김혜라: 감사합니다. 1년치 사업을 한 번에 정리하고 진단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국립현대무용단의 경우에는 아시아 출신 무용수와 아시아 안무가 간 협업을 시도했고, 지역상생 프로그램을 2년간 운영하며 결과와 별개로 시도와 과정,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국립무용단 사태는 장광열 선생께서 충분히 말씀하셨고, 지난주 포럼에서도 다루었기 때문에 언급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에 의견이 있으시면 나중에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순서로 발레 분야에 대해 정옥희 선생의 발제를 듣겠습니다.


발레 분야 동향
 

정옥희: 2025년 발레계의 현황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년간의 현황으로 한정했다기보다는 최근 몇 년 사이 움직임에 대해서 제 나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단 수적으로 봤을 때 KOPIS 기준으로 올해 3분기까지의 결과 보고서가 있습니다. 9월까지 총 공연 수가 641건이었고, 제가 12월 15일까지로 해서 계산해봤을 때는 913건이었고, 그중에서 발레가 245건이었습니다. 발레가 총 공연의 3분의 1 정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으로 나눠봤을 때, 지역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공연이 서울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발레에서 지방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것, 그리고 문화 복지 정책과 관련해서 발레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전체 공연에서 발레가 3분의 1밖에 안 되지만, 티켓 판매에서는 발레 공연이 약 60% 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굉장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일단 발레 공연 티켓이 비싸기 때문이고, 그중에서도 해외 단체 등 내한 공연이랑 갈라 공연이 엄청 많았었기 때문에 티켓 평균 단가 상승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용 공연이 1~2만 원 하는데, 올해 ‘에투알 갈라’와 ‘더 퍼스트 갈라’의 경우에는 최고가가 28만 원으로, 이런 소수의 공연이 금액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티켓 판매액에서도 상위 10% 작품이 전체의 63%가 되고 매출과 흥행에서 양극화가 심합니다. 또한 보통 공연이 1~2회 차로 끝나는 데 비해, 올해는 일주일 이상 장기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상당수가 발레 공연이었습니다. 이 역시 양극화에 기여했습니다. 그밖에 특이한 사항으로는 〈스테이지 파이터〉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했었습니다. 1~3분기 티켓 판매액 상위 20편을 자료로 살펴보면 열 다섯 작품이 발레 공연입니다. 세 번의 〈스테이지파이터〉는 분류상으로는 현대무용으로 되어 있지만 발레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20편 중 서울시무용단 〈일무〉와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 빼고는 다 발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20편 중 6편은 갈라 공연인데 갈라 공연이 엄청 비쌈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 팔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제가 뽑아본 발레계의 3대 뉴스는 세 가지입니다. 발레계를 들썩거리게 하는 전민철 무용수가 드디어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해 주역까지 했다는 소식입니다. 이 사람의 공연 출연 여부가 티켓 판매를 좌지우지하기에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두 번째, 박윤재 학생이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것도 사회 뉴스로까지 확장되었는데, 이 두 가지가 한국 발레계 무용수들의 높은 수준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주목할 뉴스는 민간 발레단 ‘윤별발레컴퍼니’가 제작한 〈갓〉의 전국적 흥행입니다. 〈갓〉은 서울 강동을 시작으로 전주, 대전, 광명, 여수, 안동에서 공연하고, 이 외에도 갈라 공연으로 15회 이상 무대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2026년 공연 일정도 이미 다수 잡혀 있어, 내년에도 지속적인 흥행이 예정되어 있어 주목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흥행 요인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때문에 ‘갓’이라는 게 유행했고, 이 무용단 출연자 중에 여러 명이 〈스테이지 파이터〉 출신이었기 때문에 효과를 본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넓게 보자면 이제 창작 발레에서 원하는 미학이나 방향성이 변화하고 있고 그것을 이 작품이 잘 잡아냈기 때문에 흥행하고 있으며 그것이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동등하게 작용한다는 점 또한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부터는 2025년의 경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해 인상적이었던 지점 가운데 하나는, 국공립 단체들이 고전 레퍼토리만 반복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존 노이마이어(John Neumeier)의 〈카멜리아 레이디〉와 〈인어공주〉 〈킬리안 프로젝트〉를 했고 서울시발레단은 여러 편의 창작 발레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국립발레단이 거의 10년에 걸쳐 공들여서 유럽의 드라마 발레를 가져오려고 했고, 가장 가져오고 싶었던 〈카멜리아 레이디〉를 성사시켰다는 것으로 소기의 성과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퍼토리가 한쪽에 치우쳐 있었고 그 이상의 무엇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 확장이 필요합니다. 내년 라인업을 보더라도 큰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민간 발레단의 창작 작업의 경우, 기존에 등용문으로 많이 작용한 것이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공모, 발레 협회의 공모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각 지역문화재단 등의 기금사업입니다만, 별로 건질 만한 작품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갓〉이 유명해지고 아함아트프로젝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정도가 눈에 띄었고 나머지에서 레퍼토리로 남을 만한 작품은 없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일 중 하나는, 무용수 수준이 뛰어나고 관객층도 넓고 제작 수준도 올라가면서 민간 발레단들이 중규모로 확장했다는 점, 그런 단체가 여럿 공존하면서 전체 발레계가 확장됐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현재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하는 발레단으로 서울발레시어터, 와이즈발레단,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 김용걸발레단, 화성시티발레단, 서울시티발레단, M발레단, 코리아발레스타즈, 인천시티발레단, 부산발레시어터가 있고, 그 외에 장선희발레단이 일찍 올린 바 있습니다. 〈호두까기인형〉이 굉장한 인력과 인프라가 필요한 작품인데 동시에 올려지고 있다는 것은 발레계의 저변이 굉장히 넓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간 단체들이 본격적인 직업 단체라기보다는 학원, 대학과 여러 가지가 섞여 있기에 프로 단체인지, 아마추어 단체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코리아발레스타즈입니다. 이 단체의 모체는 학원 겸 발레단이기에 출연자 중 일부는 학원생들이고 일부는 외부의 게스트가 출연하는 방식으로 전막을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교수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 발레단들이 있습니다. 이들 단체도 직업 발레단 수준의 프로덕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호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경향은, 늘 그래왔지만, 많은 축제와 갈라입니다. 유의미한 지점은 한국발레협회에서 주관하는 K-발레 월드와 대한민국발레축제와 같이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화된 페스티벌 말고도 지역 혹은 지자체 등에서 발레 테마 축제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발레페스티벌’은 송파구가 서울발레시어터와 만든 대형 축제입니다. 이 외에도 대구, 춘천, 인천, 제주 등에서 발레에 특화한 축제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발레의 격전지라 생각되는 경기도에서는 올해 여름철 비슷한 시기에 성남, 수원 등에서 세 개의 발레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 다음으로 가장 큰 발레 시장이라고 생각되고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올해 갈라 공연도 많았습니다. 매년 이어져 온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같은 공연도 있었지만, 극장·지자체가 기획한 대형 갈라 공연이 많았습니다. 기획자가 전문 기획사 출신이 아닌, 무용수·교사 등 무용계 내부 플레이어가 자체적으로 기획했는데 그 규모나 수준이 전문 기획 못지않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내년 초의 대형 갈라 역시 무용수 출신 기획자가 꾸리기에 발레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이와 연관해, 발레 공연의 기획이나 주최가 굉장히 다변화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과거처럼 지자체·문화재단·공공기관이 간접 지원을 하지 않고, 아예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때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장르는 대중성이 높은 발레였죠. 공연 뿐 아니라 교육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레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발레에 대해서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단체나 기관 역시도 비슷한 흐름인데, 국가유산진흥원이 진행한 〈고궁음악회〉 같은 경우에도 무용을 연계하려면 발레를 가지고 와서 하겠다는 경향이 강합니다. 또 ‘꿈의 무용단’ 사업 같은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 발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결국 발레가 가장 대중성이 있다 보니까 선택하게 되는 것인데 공공의 이름으로 상업적인 논리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수요자들을 만족시키고 단기적 효과를 내는 것에서 기존 관례를 활용할 뿐이지, 장기적으로 다양성이나 예술적 수준을 생각하는 그런 면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생겨난 또 하나 재미있는 흐름은 음악 기획 쪽에서 발레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익숙하실지 모르겠지만 예매 사이트에 가면 발레음악 공연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외에도 발레가 올해 음악계의 키워드라고 할 정도로 음악계에서 발레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콘텐츠화하고 싶은데 인기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재미있는 발레를 활용해서 음악을 홍보하는 방식으로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아예 음악 기획사가 발레를 서브 장르로 활용해 기획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공연장에서 초청되고 있는 〈지브리 & 발레〉는 지브리 음악과 발레 무용수를 결합한 공연 형식입니다. 국내 여러 기획사와 공연장이 이 포맷을 도입해,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인기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기획사 ‘더 하우스 콘서트’는 아예 발레 기획을 하면서 김용걸 안무가와 협업해 〈피아노 파드되〉, 〈PIANO x MOVEMENT〉와 같은 공연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아트앤아티스트라는 음악 기획사에서 김용걸 안무가가 아예 〈호두까기인형〉 전막을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들은 더 이상 음악 공연의 일부로 무용을 조금 넣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무용 시장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고 그 수준과 완성도도 높아서 완전 다른 시장이 하나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조금 확장해서 아카이빙으로 들어가면, 이는 발레뿐 아니라 무용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흐름입니다. 최근 무용계는 전시나 아카이브에 맞는 방법론을 확장해서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사례로, 올해 여름,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1주년을 맞아 〈발레플레이그라운드〉라는 다양한 아카이빙과 행사를 엮은 것을 기획했습니다. 사실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자료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뭔가 콘텐츠를 만들어 전시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좀 민망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했던 〈저고리에 토슈즈: 1980년대 대한민국무용제와 한국적 발레〉도 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발레 역사를 전시와 구술 채록 등을 활용해 콘텐츠화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이지만 공공적인 성격을 갖추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의 기금을 지원받아 진행했습니다. 신청 가능한 사업 항목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행히 서울문화재단에 ‘리서치’라는 항목이 있어서 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무용 분야에서 공연 제작 외의 아카이빙·연구·전시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체계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사실 공연 외에는 무용계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방법을 열어주는 가능성이 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광열: 얼마 지원 받으셨습니까?

정옥희: 300만원 받았습니다. 한편 12월 1일부터는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임성남, 바레-에서 발레로〉 아카이브 전시가 자료원 안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 전시는 임성남 선생 유족이 약 10년 전 기증한 자료가 묵혀졌다가 최근에 정리되면서 이뤄진 전시입니다. 이는 무용이 더 이상 신생 장르가 아니라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장르임에도, 자료 정리와 활용 측면에서 매우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사례입니다.
한편 발레계 사례는 아니지만, 유사한 방식으로 전시·아카이브 방법론을 확장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12월에 유빈댄스가 20주년을 맞아 전주에서 개최한 전시 〈안무노트 20+ɑ〉는 전시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쇼케이스와 공연을 같이 결합해서 보여줬습니다. 안애순무용단의 이머시브 리서치 프로젝트 〈순간편집〉 역시 12월에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전시퍼포먼스입니다. ‘극장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아카이브 영상과 텍스트 자료와 실제 퍼포먼스를 어떻게 결합해 의미 있는 작업을 보여줄 것인가’를 시도했는데 형식적인 면이 재미있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공연이나 전시는 아니지만, 다양한 면에서 무용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한 사례가 여럿 있었습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세종 인스피레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공연의 요소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확장하는 사례들이었습니다. 서울시발레단 레파토리에 나오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작품의 요소를 그림으로 그리기, 혹은 칵테일로 해석하기 등 춤이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장광열: 오늘은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이므로, 방금 발표 내용에 몇 가지 정보를 덧붙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받아 유통지원 사업에 약 180억 원을 썼습니다. 이 사업에서 선정된 전체 공연은 336건이었고, 이 가운데 무용이 56건(약 18%)을 차지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발레 38건, 현대무용 12건, 한국무용 6건이었습니다. 56건 중에 발레가 38건이 선정됐는데 몇 개 단체들이 작품을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2~3개를 유통합니다. 이 유통지원 사업은 공연 단체와 전국 공연장이 매칭되는 것인데, 전국 260여 개 공공극장이 전부 발레만 찍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장르는 아주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 비중이라면, 쿼터제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습니다. ​
두 번째로, 아까 잠깐 말씀하셨지만, 발레 학원들의 상업적 마케팅 역량이 커지면서 언급된 〈코리아발레스타즈〉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레 학원을 운영하는 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026년 상주 단체 6개가 선정됐고 그중에 발레 하나가 있는데 그게 바로 〈코리아발레스타즈〉입니다. ​

많은 발레 학원이 연합해서 국제 콩쿠르도 하고, 〈지젤〉 같은 대형 공연을 하고, 유통 사업 지원받고, 문화예술 연수단원 지원받고, 이렇게 하면서 굉장히 큰 프로 단체 같지만, 내막은 거기에 출연하는 많은 사람이나 관객들 대부분이 학원의 수강생과 학부모입니다. 그래서 학원들의 연합된 마케팅이 이뤄질 정도로 발레가 굉장히 많이 다뤄집니다.
아까 발레 음악에 관해 말씀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도 깜짝 놀랐습니다. 음악까지 넘어간 것은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발레를 프로그램에 끼워 넣으면 관객들이 오고 객석 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기획자 입장에서는 객석 점유율은 공공평가의 핵심 지표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아카이빙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경향을 말씀해 주셨는데, 유럽, 특히 독일은 무용 아카이빙 쪽에서 옛날에 있었던 춤 문화 유산들, 독일에 있는 안무가들이 만든 유산을 갖고 다시 작업을 할 경우에 60억 예산을 편성해 줬습니다. 그래서 아까 300만원 받았다는 걸 듣고 제가 놀랐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앨빈 에일리(Alvin Ailey) 등의 아카이빙 작업에 약 4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
반면 한국 무용계는 아카이빙 작업에서 다른 장르에 비해 매우 뒤처져 있습니다. 앞으로 지원기관에서 이에 대한 포션을 늘려주고 무용계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쪽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고로 말씀드렸습니다. ​

김혜라: 네, 감사합니다. 실제 공연 현장을 봐도, 클래식 발레는 객석이 빈자리도 거의 없고 대중화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영향으로 민간·개인 단위의 창작 발레 시도도 매우 활발해졌습니다. 더불어서 와이즈발레단 등에서 주도한 아마추어 발레 시장도 크고 아마추어 페스티벌과 콩쿠르까지 있습니다. 사실 그들이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는 핵심 소비층이기도 합니다. 국립발레단의 경우, 강수진 예술감독이 10여 년간 재임하며 많은 성과를 냈지만, 레퍼토리 구성이 다소 독일식 안무가에 편향되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키멜리아 레이디〉〈인어공주〉 같은 작품은 저도 재미있게 봤지만, 한쪽으로 편향된 레퍼토리 구조가 우리나라 국립 단체의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내부 사정을 잘 모르긴 하지만, 내년에는 예술감독이 교체될 것이고, 다양한 레퍼토리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발레단은 작년에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는데, 어제 기사를 보니 새 예술감독을 영입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좀 안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전통 분야로 넘어가겠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간단하게 김영희 선생님을 대신해 전통 분야 발제문을 대독하겠습니다.


전통 분야 동향

2025년 전통춤 공연은 개인, 민간단체, 공공 무용단에서 다양하게 벌어졌습니다. 개인의 경우, 진유림, 한혜경, 고선아, 윤영옥, 이경화, 임관규, 장유경 등이 공연했는데, 장년을 넘어 원로로 접어드는 무용가들이 자신의 춤 인생을 매듭짓는 개인 공연들이 이어졌습니다. 이 중에서 스승의 레파토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통춤 작품을 발표하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김은희의 ‘일무지관(一舞之貫)’에서 〈응천교방굿거리〉 〈김은희 즉흥무〉라든가, 장유경의 ‘일상이 춤이 되는 풍경’에서 〈선(扇)살풀이춤〉이 두드러졌습니다. 신무용 부분에서는 서영님의 ‘서영님의 춤, 그 향기 2025 여제의 길’ 공연은 20세기 후반 중요한 춤유산으로서 〈구고무〉 〈회상(은방초 작 살풀이)〉 〈장고춤〉 등의 신무용 작품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은희의 ‘사방춤’ 공연은 전통춤에서 중요한 무대 개념을 끌어낸 공연이었습니다.
중견 전통춤 무용가들의 개인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이승주, 장인숙, 정경화, 박금희 등이 공연했으며, 정용진은 〈정재만류 승무〉를 완판으로 공연했고, 김승일이 공연한 〈풍류바라춤〉은 박금슬, 권명화, 김용철에 이어 바라춤으로 무대작품화를 꾀한 춤이다. 그 다음 세대에서 박지선, 강기화, 권효진, 정민근 등도 자신의 개인 공연을 올렸고 앞으로 지켜 볼만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민간 단체들도 연례적으로 전통춤 공연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이애주전통춤회는 ‘법열곡’을 공연했는데, 스님들의 작법무(作法舞)에 이어 승무 완판을 춘 후, 전통 춤꾼과 스님들의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이 승무와 어울리는 법열을 선보이는 구성으로 공연했습니다. 서울경기춤연구회는 연구 시리즈 두 번째로 한성준의 태평무를 1936년, 1938년 작품을 별도로 설정하여 구성하고, 또한 1960년대 이후 한영숙과 강선영으로 각각 분리된 이후의 태평무를 올렸습니다. 태평무에 대한 연구와 의문들을 토대로 기획한 무대였습니다. 아악일무보존회의 ‘일무, 64인이 펼치는 팔풍의 몸짓’ 역시 보태평지무와 정대업지무의 일무 24장 전장을 64인이 공연했습니다. 오랜 연구와 전승 작업을 토대로 한 일무 전승의 무대로서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김진걸산조춤보존회의 ‘산조춤의 유희’는 산조춤을을 모은 열 번째 공연이었습니다. 산조춤은 1960년대부터 신무용 계열에서 먼저 작품화 작업이 이어졌으나, 2000년 즈음을 넘으면서 전통춤 스타일로 산조춤이 만들어지는 경향입니다. 신무용과 전통춤 스타일의 산조춤을 무대에 올리는 기획이었습니다.
025년에는 특히 이매방, 이애주, 정재만 제자들의 승무 완판 공연이 줄줄이 이어졌는데, 승무 예능보유자 심사가 국가유산청의 전승 사업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었어요. 전통춤의 전승과 공연이 제도에 의해 영향받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동극장이 기획한 〈세실풍류 - 독각(獨覺) 그리고 득무(得舞)〉가 봄 공연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현재적 전통춤이 기획의도였기 때문입니다. 중견 이상 전통춤 무용가들이 전통춤을 각자의 예술 감각으로 개작하고 춤추었습니다. 전통춤의 창작에서 다양한 모티브가 결합되고 시도되었으며, 창작이 개입한 분량도 꽤 다양했습니다. 이는 국립무용단이 지난 3년간 진행했던 ‘홀춤’과 ‘겹춤’ 기획의 방향성이나 성과와 유사했다고 하겠습니다. 전통춤과 연희를 결합한 문진수의 연희춤축 〈산왕대신기(山王大神記)〉도 흥미로운 구성을 보여주었어요. 그의 주 레퍼토리는 소고춤, 설장구춤, 12발 상모, 버나돌리기 등인데, 북악산의 용 내지 용신을 소재로 하여 스토리를 구성하고 연희춤들을 재편하고 창작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전통춤 공연에서 큰 맥락이나 줄거리를 잡고, 이에 따라 춤을 재구성하는 기획이 전통춤 공연에서 하나의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올려진 서울교방의 〈반월〉이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어요. 두드러지지 않지만, 전체 구성의 돌입과 결말에서 관통하는 계기들이 적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통춤 종목이 그대로 추어지기도 하고, 새롭게 재구성되며 전혀 색다른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는 출연진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새로운 미적 감각을 경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장면을 잘라서 다른 공간에서 맥락 없이 춤추는 경우도 있더군요. 이는 형식만을 따온 일종의 보여주기 내지는 도용(?)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상황이 매우 굉장히 우려된다고 하였습니다.​
마무리하면서 말씀드리고자 하는데요, 전통춤의 전승과 공연은 각 종목들을 온전히 소화하여 선보이는 것이 기본이면서 핵심입니다. 다만 전통춤의 공연과 향유가 현재의 미적 취향이나 공연 환경에 따라 흐름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에 전통춤의 형식을 변화시키며 한국무용에서 창작춤으로 나아갔던 환경이나 전통춤꾼들의 창작 의식과는 경로와 사회환경이 전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창작춤은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겪으면서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통춤에서 창의적 흐름은 21세기 초반 춤 예술의 지형도와 관계 속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2000년대 중반부터 보이기 시작된 신전통춤의 맥락에 있다고 할수 있으며, 내년에는 어떤 양상일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전통춤의 뿌리와 토대는 전제되어야 한다고 이제 제안해 주셨습니다. 여기까지 김영희 선생의 발제문을 대독하였습니다.

김혜라: 순서를 잠시 조정해 독립 기획자 김서령 선생께 먼저 발제를 부탁드립니다. 흥미로운 기획을 많이 하시고 특히 올해는 지역재단에서 심의 참여도 많이 하시면서 활동하신 줄로 압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관한 흐름이나 문제점을 짚어주시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원 및 제작 유통 지원 동향
 

김서령: 네, 저는 무용을 전공한 뒤 무용 기획자로 시작해서 지금은 다원예술·융복합 축제를 포함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제가 무용·전통·다원예술을 넘나들다 보니, 무용 쪽으로 완전히 특화돼서 했던 작업들 같은 경우는 저한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지역예술도약지원’ 사업이라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하고있는 그 사업에 책임 PD를 맡아서 올해 이제 7개 단체가 선정이 돼서 활동을 좀 했습니다. 저는 실제로 창제작에 참여하기도 하고, 이렇게 지원사업 설계 속으로 들어가서 매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한 심의나 평가, 모니터링, 컨설팅, 멘토링 등 다양한 역할로 작업을 하다 보니 오늘 좀 넓은 범위로 이야기를 전개하되 최대한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발제의 제목으로서 ‘시스템의 진화와 미학적 실천’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처음에는 ‘진화’라는 표현이 맞는지, 아니면 ‘변화’라고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진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앞서 정옥희 선생께서 발레 분야 현황을 정리해 주셨는데, 저 역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KOPIS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올해 무용계의 양적 성장이 엄청났습니다.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이상하다. 어디서 양적성장을 한 거지?’라는 의문과 함께 수치로는 확실히 성장을 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KOPIS 기준 3분기까지 티켓 판매액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96.2%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예매 건수 역시 49.6% 증가했습니다. 관객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결과인 것 같습니다. 한국무용 성장률이 206.7%, 현대무용 상승 폭이 172.5%라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앞서 보셨지만, 앞에 상위 10개의 작품이 다 발레입니다. 그것도 다 대형 발레 작품, 해외 작품이거나 아니면 국공립, 유니버설발레단까지가 겨우 들어갑니다. 사실 윤별발레컴퍼니처럼 전국 15개 극장을 순회하며 ‘전국을 재패했다’고 평가되는 작품조차 그 순위권 안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입니다. 상위 10개의 발레 작품이 63%의 예매 수익을 차지한다고 하니까 사실에서 선택적 흥행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선택적인 흥행이라는 역설 아래에서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그 성장의 따뜻한 온기가 우리 현장에 실제로 지금 유입이 되고 있는가, 전달되고 있는가, 무용 생태계 안에 골고루 퍼지고 있는가?’라고 했을 때는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라는 게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 토대 아래서 제가 올해 사업들을 쭉 바라봤을 때, 이제는 ‘예술성’에서 ‘토탈 프로덕션’으로 지원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지역 내에서 좀 읽혔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심의 평가서 이런 것들을 좀 찾아봤을 때도 이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고, 실제로 제가 예술 현장에서 창-제작을 하고 있는 단체들과 작업할 때도 보면 이제는 단순히 예술적인 미학을 예술성에 대한 어떤 집중보다는 제작 역량과 좀 더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이 작품을 창작하고 예술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또 유통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고 그리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유통시장 안에서 지속 가능성을 갖게 되느냐, 이런 면들에서 굉장히 많은 고심들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또 그런 점에서 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공공 제작 거점의 전략적 진화’라고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무용계는 오래전부터 제작 극장을 둘러싸고 굉장히 많은 고민들과 노력들이 있어 왔습니다. 아마 지난번 포럼 때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국립무용원도 그러한 측면에서 많은 무용인들이 바라고 고대하고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공공 극장 시스템 안에서 공공 제작을 하고 있는 경우를 찾아봤습니다. 지금 아르코 같은 경우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그동안 ‘아르코 댄스&커넥션’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기획 제작 공연을 만들어 왔는데, 올해는 ‘아르코 댄스 UP:RISE’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제작 지원 시스템 자체가 좀 바뀌었습니다. 이제 1단계, 2단계를 나눠서 선정하게 되고 1단계에서는 소극장 공연을 3천만원 지원해 주고 조금 긴 호흡으로 전문 프로덕션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서 올해 4명의 안무가가 선정되어서 이미 공연을 마쳤습니다. 2단계는 조금 더 원숙한 단체들이 대형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하고 있는 ‘창작ing’ 사업을 기획 초기 때부터 계속 지켜봤습니다. 정동극장은 아무래도 연극, 뮤지컬, 전통 이쪽으로 좀 특화된 극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임기가 끝나긴 하셨지만, 무용가가 대표로 선임된 후로 무용 쪽이 조금 더 강세를 띠거나 또는 그동안 무용이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무용이 활성화되는 데 역할을 하신 것 같습니다. ‘창작ing’라는 사업은 쇼 케이스라든지, 아니면 초연 작품을 장기 레퍼토리 가능한 작품으로 인큐베이팅 하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극 같은 경우는 최소한 한 2주 이상의 공연을 하고, 전통 분야에서도 이 사업을 통해서 장기 공연으로 레퍼토리를 완성시킨 케이스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연극, 뮤지컬, 전통 시장 안에서는 ‘창작ing’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고 있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극, 뮤지컬 쪽에서는 특히나 레퍼토리화 과정을 통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성에 대한 성과로서 여러 수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동 세실에서 ‘창작ing’ 사업으로 극장 주도형 창작 플랫폼으로서 신진 안무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사실 신진 안무가만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무용도 4회 이상의 장기 공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성과가 미미하더라도 춤 창작자들과 제작자들이 춤으로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시도, 그리고 그것을 위한 어떤 고민과 노력,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또 여러 성과들이 유의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작년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서울무용창작센터(은평)을 개관 했습니다. 거기는 연습실 공간도 있고, 리서치와 제작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개관 프로그램밖에는 하지 않아서 앞으로 서울무용창작센터가 국립무용원이 생기기 이전에 어떤 역할을 해 줄지에 대해서 의문이 많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있었던 서울무용센터와 서울무용창작센터가 서로 연계해서 무용 창제작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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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라 김서령 김영희 김재덕 이종호 장광열 정옥희 ⓒ춤웹진



- 이하 2025 국내 춤현장 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 2(춤웹진 2026. 2월호)로 이어짐

202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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