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2025 국내 춤현장 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 1
  • 일    시
    2025.12.17.(수) 13:30
  • 장    소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서울 대학로)
  • 사    회
    장광열_춤비평가

패   널│ 김혜라_춤비평가                             

도유_독립 안무가                            

장승헌_공연기획가                         

장지영_국민일보 문화부 선임기자    

최해리_사)한국춤문화자료원이사장 


주   최│ 한국춤비평가협회  

후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춤비평가협회(춤비협)는 12월 17일에 2025 국내 춤현장 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을 열었다. 지난해에 3차례 열린 데 이어 올해는 2차례 열린다. 12월 23일에는 국내 춤 창작 흐름 및 글로벌 춤현장 동향, 해외 작품의 국내 교류 공연 등을 주제로 열린다.
17일의 포럼은 국내 춤 창작 제작 유통 정책, 춤 공공지원 시책 및 제도, 국회 국정감사가 밝힌 이슈를 주제로 하였다. 진단 포럼이 다수 집단에 의해 공개 진행됨으로써 춤비협 내외부와 함께 포럼 내용을 현장에서 공유하고 논의하며 객관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프로그램의 패널들은 사전에 비대면 예비모임을 가져 이번 진단 포럼의 주제를 몇 가지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진단 포럼은 모더레이터를 겸한 장광열 패널의 사회를 맡아 정리된 세부 주제를 축으로 전개되었다.
춤비협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될 본 프로그램이 비평시각을 바탕으로 춤 현장의 동향을 두루 진단해서 재조망하고 비평의 토대를 다지는 데 이바지할 것을 기대하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편집자



ⓒ춤현장



장광열: 포럼 시작에 앞서, 오늘 포럼을 주최한 한국춤비평가협회 이종호 회장의 인사말씀을 듣겠습니다.

이종호: 저희는 이런 행사를 1년에 몇 차례씩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다들 느끼시다시피, 우리 무용계에 이슈가 너무 많습니다. 각 사안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고 매우 심각한 사안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무용계 내부에서 반성이든, 비판이든, 대안 제시든, 본격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은 국내 무용계의 여러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23일에는 주로 창작의 경향, 국제 교류 등을 중심으로 한 두 번째 포럼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늘 포럼을 위해 이 자리에 계신 여러 선생님들께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셨습니다. 오늘 포럼이 끝날 때까지 경청해 주시고, 여러분의 좋은 의견도 많이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행 순서
 

장광열: 지난 10월에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조은희 의원 등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춤 계의 병폐를 무려 22건이나 지적했습니다. 춤 계의 민낯이 여과 없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정작 춤계의 숙원 사업으로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국립무용원 설립과 두 명의 국회의원이 준비한 무용진흥법 발의에 관해 지적한 의원들은 없었습니다.
문제점만 들춰놓고 해결 방안을 찾지 않는다면,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가 없다면, 말 그대로 치부만 드러낸 상황만 지속될지도 모릅니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면 그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질의 내용의 사실인지 여부, 지적한 내용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 여부를 후속적으로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포럼에서는 2025년 춤계의 창제작 유통 동향과 기타 현안,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안 등을 포함해 모두 16개의 의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각 사안별로 팩트를 체크하고 그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오늘 진행은 3개 파트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첫 번째는 춤 창작-제작-유통 및 공공 지원 제도와 관련된 것, 둘째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진단합니다. 사실 관계를 다시 점검하고, 국회의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이렇게 하라’고 요구한 내용 가운데 춤계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제기된 부분이 무엇인지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세째로, 국정감사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현재 춤계에서 심각하게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 등을 포함하여, 춤 생태계 전반을 진단하는 논의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오늘 논의 내용은 〈춤웹진〉 내년 1월호에 모두 게재될 예정입니다.

오늘 논의해 참가할 패널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논의할 사안의 성격을 고려해, 20년 이상 춤계 현장을 지켜 온 분들로 구성했습니다. 논의 사안들에는 오랜 시간 누적된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오른편부터 공연기획가 장승헌님, 국민일보 문화부 선임기자인 장지영 부장님, 독립 안무가이자 온엔오프 무용단의 공동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도유님, 춤비평가 김혜라님입니다. 최해리 사단법인 한국춤문화자료원 이사장님은 약간 늦는다고 사전에 연락을 주셨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16가지 사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마 어떤 사안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습니다. 먼저 어떤 사안인지 간단히 브리핑해 드리고, 사회자인 제가 각 사안의 핵심 내용을 메모 형식으로 전달해 드린 뒤, 곧바로 토론으로 이어가겠습니다.

화면에서 보시는 대로 16가지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창 제작 유통 춤 정책 및 공공 지원제도

 1)한국문화예술위원위: 대한민국공연예술제 등 지원사업 운용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은평(서울무용창작센터) 개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 유통사업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쌍방향 국제교류 사업

 2) 공공지원기관의 통합 축제 시행
 대한민국은공연중(문화부/예경)/ 아르코썸페스타(문예위)/ 서울어텀페스타(서울문화재단) 

 3) 국립무용원 & 무용진흥법

  2. 국정감사 이슈 진단
 〈무용교육 I〉
 4) 브니엘여고생 자살사건
 5) 충남대 무용과 강사 죽음과 교수의 갑질 의혹
 6) 국립국악전통예고생 자살하기 전 쓴 유서
 7) 대한무용협회: 무용예고 대학교수 연계 강습회 개최

 〈무용교육 II〉
 8) 한예종 무용원: 교수 예고생 대상 강습회와 심사/ 교수 채용비리/ 원장 겸직, 공금횡령 외
 9) 세종시 공연장 추락사고와 무용수 재해보호, 무용수 출연료

 10) 특정단체에 과다한 공공지원 대한무용협회: 5년간 40억 1천7백만원 지원
 ​ ​​ ​병역특례 콩쿠르 운영 문제점
 ​ ​​ ​문체부공무원의 상명대 석사 박사과정 수학 외
  11) 특정단체에 과다한 공공지원 대한무용협회 창무예술원 : 5년간 8억7천만원
  1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 ​- 문예위 무용위원 선임 절차
 ​ ​​ ​- 2025년 지원사업 심의위원 선임 편향성
 13) 김재원 의원 문예위 요구사항
 ​ ​​ ​한 단체에 중복다건 지원 폐지/ 특정 단체 퍼주기 배제/ 콩쿠르 지원 중단
 ​ ​​ ​-순수예술지원과 맞지않아

  3. 기타 춤 생태계 진단
 14) 국립무용단 ‘거장의 숨결’ 공연 범죄이력 무용단장 초청
 15) 춤 관련 기사 언론중재위 재소 사태

 16) 기타 춤 생태계 진단 사안: 국공립단체장 회전문 인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외

 

위 사안에 대해 우선 지정된 패널들이 15분 정도씩 발언을 하고 이후 플로어에 계신 분들을 포함해 후속 토론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춤 창작 및 유통 환경

장광열: 이제 논의를 시작하겠습니다. 1번 2번 사안에 대해서는 각 패널의 발표 대신, 사회자인 제가 간단한 브리핑으로 대체하겠습니다. 먼저, 서울문화재단에서 올해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서울무용창작센터)’을 개관했는데, 약 200석 규모의 극장과 두 개의 스튜디오를 갖춘 시설입니다. 무용계 입장에서는 사실상 무용 전용 극장이 하나 더 생긴 건데 이 시설의 명칭을 ‘서울무용창작센터’나 ‘무용 전용 극장’이 아니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으로 정한 내막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언제든지 무용 이외의 다른 장르가 이 극장에 유입되어 이 극장을 침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이 시설은 애초 아파트 공사를 하는 기업에서 기부채납 형식으로 조성한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이 ‘왜 무용만 하느냐, 연극도 하고 음악도 하라’는 식의 민원을 제기하면, ‘춤 전용’ 운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무용 전용 극장이 하나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이면을 고려하면 온전한 무용 전용 극장이 확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용가들과 서울문화재단의 노력으로 이와 같은 공간이 새로 생긴 점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과거에는 주로 국제교류 사업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올해들어 공연예술 유통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게 됐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은 앞으로 국제 교류를 전담하는 방향으로 지원 생태계가 바뀌어졌습니다.
180억 4천9백만원이 투여된 공연예술 유통사업에 올해 무용 부문에는 56건이 선정되었습니다. 이중 발레가 38건, 현대무용이 12건이었습니다. 선정된 단체들로서는 적지 않은 지원금을 받는 만큼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특정 장르에 과다한 편중이 이루어지는 것은 계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쌍방향 국제교류사업 등을 시행한 국제문화교류진흥원 KOFICE는 지정 축제와의 교류만을 인정하도록 공표햇으나 중요 축제들이 많이 빠져 있고 벼노하하는 국제교류의 흐름을 무시한 관주도 운영으로 오히려 다양한 양상으로 빠르게 변하는 국제교류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퇴보하는 사업 운용으로 지탄을 받았습니다.

2번 사안과 관련 최근 들어 공공지원기관들이 갑자기 축제라는 타이틀을 붙여 신규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공연중〉 아시죠?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있고 작년에 처음 시작할 때는 몇 개 단체를 선정해 갑자기 공연 예산을 지원하더니 올해는 10~11월에 대한민국 전역에서 열리는 공연 정보를 통합해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해 주는, 축제라기보다는 캠페인 같은 걸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에는 〈서울아트마켓〉(PAMS),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리:바운드 축제〉라고 해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작품도 서울에서 공연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설계되어 시행되었습니다.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무용 쪽 공연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웰컴대학로 페스티벌’은 모두 연극작품 이었습니다.
〈아르코 썸 페스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7~8월에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들을 모았는데 〈창무국제공연예술제〉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춘천공연예술제〉가 포함되었습니다. 통합 홍보 측면에서는춤 계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서울어텀페스타〉는 서울문화재단이 10월 4일부터 11월 12일까지 한 달 넘게 진행했는데 춤 공연 작품은 극히 적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아주 경쟁력이 약한 예술 장르인 무용 공연에 공공 지원의 눈길이 더 가야 되는데 이런 축제를 통해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정작 무용 쪽은 홀대받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다음은 무용진흥법과 국립무용원 설립에 관한 내용으로 곧 도유 패널과 최해리 패널이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무용진흥법의 경우 박인자 이사장 재임 시절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주축이 돼서 기초 작업을 다 변호사의 자문까지 받아 작업을 마쳤고 문화부와 국회의원들한테 보내서 입법 발의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걸 나중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통과되기 쉽게 다시 손을 댔어요. 더 큰 문제는 여기 계신 무용인들 중에 무용진흥법에 관련된 내용을 본 적이 있는 분들이 계신가요? 거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무용진흥법인데 실질적으로 필드에서 작업하는 무용인들한테는 공개가 되지 않고 의견 수렴이 되지 않은 채 상정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무용진흥법 관련 입법 작업을 한 의원은 김재원 의원과 강유정 의원이 있습니다. 대한무용협회 측에서는 강유정 의원 안이 더 좋다고 얘기하는데 저희는 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무용계의 오랜 숙원 사업인 무용진흥법이 왜 아직도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까?”라고 질의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이 다 빠졌던 거죠.
이제, 패널들께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장지영: 조금 전에 장광열 선생님 발언에서 공공 지원 기관의 통합 축제에 무용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팩트 체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통합 축제는 사실 일반적인 축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요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서울문화재단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와 지역문화재단이 지원하던 축제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이들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흐름이 있는데요. 여기서 통합은 기존 축제들을 모으거나 유기적으로 연결해 홍보와 마케팅 등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대한민국은 공연중〉은 전국에서 가을에 열리는 공연과 축제들이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일종의 캠페인입니다. 그리고, 〈아르코 썸 페스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7~8월에 지원한 축제를 모은 통합 브랜드이고, 〈서울 어텀 페스타〉도 서울문화재단이 가을에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과 축제들을 모은 통합 브랜드입니다. 사람들한테 축제를 보다 알리고 싶은, 홍보를 강화한다는 목적이 큰 것 같습니다.

장광열: 네, 알겠습니다. 이어서 독립 안무가 도유 패널께서 브니엘예술고등학교 학생 자살 사건과 무용진흥법 관련하여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도유님은 약 20년 전 ‘온앤오프’라는 단체를 만들어 치열하게 현장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예술가입니다. 이 후 최해리 패널께서 무용진흥법과 국립무용원 설립에 관해 발언해 주세요


무용진흥법과 춤 현장
 

도유: 앞서 장광열 선생께서 춤계가 점차 소외된다고 말씀하셨을 때, 다윈의 ‘적자생존’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가 살아남는다는 의미이겠지요. 한국 무용계는 지난 60년 동안 학교 교육 체계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무용과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임에도, 여전히 춤이 소외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브니엘여고 학생 세 명이 손잡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습니다. 한 명도 아닌 세 명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무용계에 던져진 최후의 경고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실 저는 이런 일이 있기 전에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무용을 한다고 하자 그분이 사촌 동생도 발레를 전공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습니다. 실명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분의 말에 따르면, 무용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는다고 했습니다. 통계에는 제대로 잡히지 않지만, 본인이 가서 장례로 직접 접한 사례만 해도 상당한 수라고 했습니다. 그 말로 이미 큰 충격을 받았는데, 불과 3개월 뒤에 여고생 세 명이 함께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관련 내용을 찾아 유튜브를 보니, 그 이전에도 그런 죽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죽음들을 왜 숨기고 있었을까요? 이 정도면 국제 뉴스에 오를 만한 사건임에도, 우리 춤계의 무용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 구조 속에서, 여린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사회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타살’(social murder)이라고 합니다. 사회가 죽인 것이고, 구조가 죽인 것입니다. 물론 개개인을 탓하는 것이고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겠죠. 더욱이 구조 자체를 솔직하게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1987년 이후 민주화되었는데, 왜 춤계 안에서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구조가 작동하고 있을까요? 무용이 독재에 가까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도 지난 25년간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이러한 현실을 몸으로 겪어 왔기 때문입니다. 제 이야기로서 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제가 춤을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 한국무용을 전공하던 학창 시절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1년 뒤에 모 대학 무용학과 교수들이 입시 비리로 법정에서 실형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분들의 예술적 과업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왜곡된 윤리의식과 구조적 비리가 예술 생태계를 피괴하고 있습니다. 지금 3~40년이 지난 것 같은데 저는 저의 세계를 유지하느라 밖에선 이야기를 못 하면서 흘러왔습니다. 이러한 비리는 1990년대 이전에도 있었던 이야기들 아닙니까? 그때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중·하위권 대학으로 분류되던 대학교들에서도 수천만원 대의 금품이 오가는 입시 비리가 있었다는 소문들이 많았던 시절입니다.

이처럼 위험한 구조를 만든 출발점은, 춤이 대학 정규 교육 체제에 편입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략 60년대이겠죠. 한국에서 무용은 원래 사사·전수 중심의 자연스러운 현장이었습니다. 그러다 1960년대 이화여대에 무용과가 생기면서, 무용이 대학 엘리트 교육으로 편입되었습니다. 물론 축하할 일입니다. 무용이 지성의 영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교수는 존경해야 할 지성인입니다. 그 교수들은 대한민국에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전부 모여서 성명을 걸고 민주화를 이뤘던 아주 중요한 지식인들입니다. 그런데 춤계 교수는 어땠을까요? 대개들 신이자, 신의 권력체입니다. ‘한국무용·발레·현대무용의 전국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교수들이 학과를 소유하게 되면서 학생도 소유한다는 것입니다. 학생은 하나의 인격체임에도, 입시 심사, 콩쿠르 심사, 협회 임원, 국고지원 심사 등 거의 모든 권한을 동시다발적으로 독점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신’과 같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게 된 거죠. 그리고 학생이 그런 특정 학교 입시에 합격하게 되면 그 교수의 사람이 됩니다. 그 밑에 있지 않으면 쫓겨나야 합니다. 그 안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면 항상 듣던 얘기가 있습니다. “너 밖에 나가서 활동할 수 있는 줄 아니?” 전 아직도 그 소리가 생생합니다.
그렇다면 이 교수들은 무엇을 할까요? 학생을 소유하고, 그 학생들을 열정페이 혹은 무페이 상태로 수년간 소모합니다. 저는 이것을 학생을 도구화하고, 노예화한다고 감히 말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무용을 하는 분들이 깜짝 놀랍니다. ‘너는 지금 그런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해 주면, 대부분 저에게 ‘선생님이 잘못된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반응합니다. 저는 ‘미안하다, 네가 때가 되면 스스로 깨달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심각한 구조가 60년간 쌓여왔다는 것이죠.
이 구조에 편승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요? 탈락이 반복되고 문자 그대로 낙인찍히고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죠. 진로를 차단하고 정신적으로 고립시킵니다. 그럼 그 사람이 잘못인가요? 진로가 차단되고, 심리적으로 고립됩니다. 과연 잘못은 그 학생에게 있는 것일까요? 이런 것들이 쌓이면 죽음에 이릅니다. 근데 이런 것들은 법적으로 잡히지도 않습니다. 이게 생명 파괴인데 왜 그럴까요? 왜 이런 일이 법적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어야 할까요?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가 예술교육을 여전히 사적 영역으로만 취급하기 일쑤입니다. 이번 국정감사 발언들을 들으며 저도 놀랐습니다. 누군가가 죽었음에도, 산업재해 현장에서의 사망과는 전혀 다른 어조로,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어도 그렇게 부드럽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정치적 유불리를 따라 어떤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어떤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까? 저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결국 위장 개혁만 반복될 것입니다. 겉으로만 제도를 손질하는 척하면서, 생명 파괴가 일어나는 사각지대는 그대로 남게 됩니다. 그 안에서 비슷한 사건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매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3명, 무려 3명이 함께 떨어져 죽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이 친구들은 마지막까지 자기 몸으로 저항한 것입니다.
이처럼 엄중한 시점에서, 저는 보다 실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만의 폐쇄된 그라운드 안에서, 대중과 동떨어진 섬처럼 춤계를 운영해 온 정신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지난 60년 동안 춤계에서 세계관이 뚜렷한 안무가들이 배출되고, 훌륭한 안무가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존경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폐쇄적 구조가 오히려 그런 세계관이 뚜렷한 안무가들을 바깥으로 내치지는 않았을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한국무용·발레·현대무용’이라는 세 개 장르 중심의 대학 입시 시스템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용인들이 더 이상 특정인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쓰이도록 만드는, ‘묻지마 식의 몸 기술 베끼기 교육’은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너무 시대착오적입니다. 일제강점기 식의 위계와 1987년 이전 권위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금은 21세기 AI시대입니다. 왜 무용이 이 세 장르로만 옥죄는 구조에 있어야 합니까? 많은 무용 작품은 사실상 하나같이 분열적인 춤사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자신의 현실과 정신이 충돌하기 때문에 그런 춤사위가 심리적으로 나온 것입니다. 앞으로는 보다 의식이 성장한, 합리적이고 통합적이며, 자각적인 작업이 나와야 합니다. 예술가는 스스로 사유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이 춤이 나 자신에게, 사회에, 인류에게 어떤 의미와 역할을 가지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지성인이며, 대학까지 가는 이유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몸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제도에 몸을 맞추게 만드는 세 개의 감옥을 만드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몸으로 봐야 합니다. 몸만 연구해도 엄청난 연구가 나옵니다. 꼭 이 세 가지 장르(한국무용·발레·현대무용)에 맞추어져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체계를 해체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국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무용인들만이 책임질 일이 아닙니다. 국가가 새로운 생태계 시스템을 지원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구조는 이미 너무 거대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손을 대야 하겠습니까? 그대로 방치한 채, 권력 배분 구조를 똑같이 순환시키고, 악순환을 계속 반복하게 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전면적 개혁 과정에서 춤계 구조 전반의 이해충돌 해소, 공적 자원의 공정한 배분, 청소년·청년 예술인의 생명권 보호 등을 국가에서 제도화시켰으면 합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꿈을 제대로 키워보지도 못한 채, 무용을 하는 어른들을 혐오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브니엘예고 학생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들은 자신의 몸으로 저항했습니다. 몸으로 억울함을 표현했고, 결국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국가가 나서서 무용 예술·문화의 비전을 설계하고, 새로운 진입 구조를 만들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후속 조치’에 대한 내용으로 제가 리서치해서 나열해보겠습니다. 무용진흥법과 관련해서는, 전문을 찾기 어려워 언론 기사에 보도된 일부 조항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 조항은 알 수 없지만,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를 무용의 기본으로 본다’는 식의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 나라가 그렇게 하겠습니까? 물론 권리를 보호해 주는 법은 있죠. 하지만 춤은 이 3가지로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이 안 되죠. 법은 왜 존재합니까? 법은 힘이 센 사람이 아니라, 약한 사람이 망가지지 않도록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호 장치입니다. 법은 인간의 존엄이 힘 앞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최후의 장치입니다.​ 법은 나쁜 구조가 사람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최후의 장치입니다. ‘법을 쓴다’는 것은 망가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유럽에는 춤만을 단독으로 규정한 법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예술 전반을 포괄하는 법, 문화정책법, 공공기금 관련 법이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사회보장법 안에서 제도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노동·사회보장 법제 안에서 춤이 강하게 제도화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가장 강력한 무용 보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일정 공연 일수 및 근로시간을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무용·공연예술 노동자를 위한 별도의 사회보장·연금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춤은 단순한 열정페이로 감당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학까지 나오고, 많은 훈련과 연구를 통해 자신이 생각한 컨셉과 모든 것을 인류를 위해 쓰기 위해 작업합니다. 그냥 나 좋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지금 그렇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무용진흥법 제가 훑어보지는 못했지만, 허점이 있다면 반드시 고치고, 무용가를 보호하지 못한 채 특정 권력 배분 장치라면 폐기해야 합니다. 헌법적 근거와 연결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이런 문화적 권리 실현 방식에 기초해서 법을 만드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광열: 네. 무용진흥법과 브니엘예고 사건까지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브니엘예고 사안은 다음 세션에서 다시 조금 다루기로 하고, 이어 무용진흥법 이야기를 중심으로 최해리 패널이 발언하겠습니다.


국립무용원 설립 작업의 추이
 

최해리: 제가 준비해 온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앞서 도유 선생께서 춤계 구조 문제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무용인류학자이자 구술 채록, 무용 정책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무용계를 한 번 진단해 보고 이러한 문제들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함께 짚어보려고 합니다.
무용인류학자로 활동한 지 약 30년이 지났는데, 아무리 봐도 춤계는 구술 사회입니다. ‘구술 사회’라는 개념은 미디어 생태학자 월터 J. 옹(Walter J. Ong)으로부터 나왔습니다. 그는 인류 문화가 말을 중심으로 지식이 전승되던 구술 사회에서, 문자를 통해 지식을 저장·전달하는 문자 사회로 이행하면서 사고방식과 공동체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선언했습니다. 근데 우리 춤계는 여전히 구술 중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술 사회의 폐단을 보면, 앞서 도유 선생이 지적하신 내용과 여러분이 체감하시는 현실이 그대로 겹쳐집니다. 구술 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의 핵심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그 소수가 권위를 독점하기 때문에 비판과 견제가 어렵고, 폐쇄적 구조가 형성되기 쉽습니다. 몸을 중심으로 작업이 전승되는 무용 예술 집단에서는 자연스럽게 구전·구술 전통이 중심이 되고, 그 안에서 몇 가지 구조적 문제가 계속 반복됩니다.​
특히 한국 춤계가 구술 사회적 특성을 강하게 지니는 이유 중 하나는, 구전심수에 기반한 교육 전통입니다. 월터 옹이 말한 구술 사회의 특징 가운데, ‘기억에 의존한 반복적 전달’, ‘맥락 의존적 이해’, ‘권위자의 말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그대로 고착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무용계의 입시·지원·심사 기준이 불투명한 구술 네트워크를 통해 유지됩니다. 또, 기록 부재로 인해 왜곡과 카르텔 구조가 반복 재생산되는 전형적인 구술 사회적 특성을 띠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정적 병폐 중 하나가 바로 ‘매장시키겠다’는 말입니다. 여러분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을 세 번이나 들었습니다. 1995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처음으로 누군가가 저에게 매장시키겠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춤계 사정을 잘 몰라, 정말 산이나 들로 끌려가 매장되는 것인지 두려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매장은 입소문과 평판을 이용해 한 사람을 완전히 배제하고,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거죠. 실제로 갑질·비리 등을 고발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매장당한다는 경고입니다. 이런 말이 일상화된 거죠.
이번 2025년 국정감사에서는 춤계 관련 이슈들이 대거 도출되었습니다. 앞서 언급된 브니엘예고 사건을 비롯해, 충남대 무용학과 강사 사망 사건 등 많은 사안이 노출되었습니다. 정권 교체에 따른 기대감, ‘이제는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바람이 표출된 것 같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번 국정감사를 문제 해결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그냥 또 이렇게 비판만 하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현재 다뤄지는 사안 가운데, 브니엘예고 사건과 충남대 무용학과 사건 등은 교육부 소관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다음 문화체육관광부 김재원 의원과 조은희 의원 쪽에서 여러 발언을 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무용계의 비리가 이미 총체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되고,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목적도, 국회의 지적만으로 끝내지 않고 춤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반드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김재원 의원과 조은희 의원이 질의를 굉장히 많이 하셨는데 이분들이 앞으로도 이 문제를 감시하면서 특히 문체부에 무용계 지원금 전수 감사와 제보자 보호 제도 도입을 요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제보하려고 할 때, 무서워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제보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제보가 잡히질 않습니다. 이렇게 제도가 강화돼야 하고 그다음에 지속적으로 감사를 하고 공청회도 열어야 됩니다.
2026년 국정감사에서는 2025년에 제기된 사안에 관해서 다시 한번 짚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입시 제도나 지원의 불투명성이 제대로 고쳐졌는지 확인하고 한예종이나 문예위에서 추가 자료 제출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또한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TF를 구성해서 무용대학 입시 절차의 표준 매뉴얼을 마련하고, 입시 카르텔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최근 교육부에서 전국 예술고등학교에 대한 전수 감사 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런 조치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예고에서 대학으로 이어지는 입시 과정의 일부 문제는 다소나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한편 국회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춤계 내부에서도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기록·공개시스템 도입과 내부 자정 TF와 윤리강령이 발의되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와 직접 논의하고 싶지만, 개인의 힘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현재 공무원들이 주로 상대하는 창구는 대한무용협회입니다. 무용 회원수가 가장 많고, 지원금 규모도 가장 크기 때문에 협상 창구가 그쪽으로 집중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연극계를 보면, 한국연극협회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연극인 100인 연대’ 등 연대를 조직합니다. 우리도 ‘무용인 연대’를 조직해, 무용계 공정성을 다루는 TF팀 등을 출범시킬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앞서 도유 선생이 강조했듯, 이러한 문제는 개인이 홀로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연대를 통해 사회와 언론을 향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 스스로 윤리강령을 만들고, 위반 시 어떤 제재를 가할지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보자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피해자 상담 창구를 운영해야 합니다. 지원금의 심사위원 구성에서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젊은 세대는 기존 맥락을 충분히 알지 못해 원로들이 지원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럼에도 심사위원의 최소 50% 이상은 젊은 세대로 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해야 인맥 중심 카르텔이 완화되고, 세대 간 균형도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조치들이 하나씩 실현된다면, 구술 사회의 폐단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보다 공정한 무용 생태계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에 필요한 것이 무용정책입니다. 많은 무용인들이 ‘정책’이라는 중대사를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언론 보도만 보고서는, 특정한 단체나 특정인이 독점해서 단독으로 시행했다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책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단체의 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반드시 정부와 함께 작업해야 합니다. 행정 영역은 ‘문자 사회’에 속합니다. 구술이 통하지 않습니다. 무용인들의 염원과 열망이 정책에 반영되려면 모두 알아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무용인류학자로서 저는, 왜 한국 무용사회가 이런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무용계에는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인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본래 제국주의 시절에 식민지를 개발할 때 탄생한 학문이기 때문에 공공 목적성의 일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인류학자들은 정부 조사·정책 보고서 작성에 능숙하고, 박물관 설립,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같은 것에 앞장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인류학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무용인류학자로서 사명감에서 고심한 것은 한국 무용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무용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 구심점이 바로 ‘무용센터’였습니다.​​ 이를 위해 노력했더니 사람들이 자꾸만 ‘줄을 선다’ 또는 ‘자기 자리 차지하려고 저런다’고 그러던데 제가 원래 태생적으로 줄을 잘 못 섭니다. 그렇지만 손은 잘 잡습니다. 필요하다면, 그리고 공공의 목적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과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국립무용원 설립이고, 둘째는 무용진흥법 제정입니다. 국립무용원 설립은 2018년 대한무용협회 선거 공약으로 제안했었고, 이때 일자리 창출 계획도 함께 포함되었습니다. 무용진흥법은 생각을 못 했다가, 국립무용원 추진을 계속하다 보니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없이는 설립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2021년부터 무용진흥법 제정을 본격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018년에는 ‘국립무용센터 건립 추진단’이 결성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장광열 선생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무용공장, 댄스하우스 설립을 위해 많이 노력해 오셨지만, 보다 범 무용인들이 모여서 했으면 좋겠다 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18년에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추진단이 결성되었고 첫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부산, 대구, 인천 등 지역을 순회하는 공청회도 개최했습니다.​​ 2019년에는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기초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명칭이 ‘국립무용센터’에서 국립국악원을 염두해 두고 ‘국립무용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실현하기 위해필수적인 게 정부의 타당성 조사와 법 제정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다니며 요청해서 2020년에 국립무용원 건립 타당성 조사가 공식적으로 추진되었고, 2021년에 완료된 그 결과 보고서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2021년 무렵부터 저는 추진 일선에서 일탈했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 이후 2023년에 대한무용협회가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2025년에는 배현진 의원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해서 사업이 상당히 가시화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국립무용원 신설·건립’이 포함되어 있어서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이 대통령 대선 공약에 포함되어 국정과제로 내려오면 사실상 추진이 보장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화되길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2025년 8월 발표된 ‘123대 국정과제’를 확인해 보니, 국립무용원 설립은 과제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관련 논의를 들어보니, 누락의 배경으로 첫째 ‘무용계 내부 분열’, 둘째 ‘특정 무용단체가 사업을 독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거론되었습니다. 무용계의 분열 때문에 결국 국립무용원도 건립하지 못한다는 것에 참담한 심경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로서는 국립무용원 추진이 정지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이 누락의 원인에 대해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긴 했는데, 문체부나 국회 쪽에 민원을 제기하면, 대부분 ‘임기 내에 해 주겠다’고 답변합니다. 유권자이기 때문이고, 민원인에게 부정적인 말은 삼갑니다. 그래서 다 믿고 기대에 부푸는데, 절대로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국립무용원 추진 동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 대한무용협회가 강유정 대변인에게 특별상을 수여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무용진흥법이 있어야 국립무용원 건립이 추진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가 열심히 일하고 다녔더니, 어느 보좌관이 안쓰럽게 여겼는지 현실적인 팁을 하나 주었습니다. ‘무용계처럼 작고 약소한 분야에서 국립무용원이라는 대형 기관을 먼저 만들어 주면, 오페라·미술·연극 등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쏟아질 것’이라고 해서, 이미 미술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오페라 쪽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있지 않느냐고 제가 반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들은 도서관, 미술관 진흥법 등에 의해서 설치가 어느 때도 되지만 이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카이브가 없다고 하니 그럼 그걸 요구하라고 했습니다. 즉 다른 예술 분야에 이미 존재하는 제도·시설 유형을 무용에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고, 다른 분야에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기관을 춤 계가 먼저 요구하는 것은 수용되기 어렵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면 무용진흥법을 추진할지 물어보니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확실하진 않은데 2022년경, 이재명 대통령이 첫 대선 출마를 했을 당시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무용진흥법 관련 제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접수했습니다. 당시 대한무용협회가 이 사안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박인자 선생님이 바로 알아채시고 TF팀을 구성해 센터 자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며 법안을 완성해서 올렸습니다.​​ 이후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2024년에 유정주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같은 해 8월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무용계와의 2차 간담회를 열고, 무용진흥법 초안을 현장에 배포했습니다. 당시 간담회에서 유인촌 장관은 “개별적인 법안에 관해서 원래는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국악진흥법이 통과된 이후 이건 상징적인 것이기에 예술인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차원에서 무용진흥법도 무조건 통과해 주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계엄 선포로 무산되었죠.
2025년 3월에는 배현진 의원이 국회에서 무용진흥법안을 한 차례 더 발의했으나, 이 역시 유야무야되었습니다. 최근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배현진 의원은 외교위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 이 의원과의 후속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이후 2025년 6월 19일, 김재원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재 검토 중인데 올해 안에 통과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제가 검토 보고를 살펴봤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한테도 왜 통과가 안 되는지 또 물었더니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가 동시에 얽히기 때문에 법은 최대한 간단해야 하고 예산과 관련된 어떠한 사항도 있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국립무용원과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숨겨주는 게 좋고 다 드러내면 기재부에서 바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검토 보고를 보니까 기재부에서 무용에 대한 이해가 없습니다. 이미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이 존재하는데 왜 별도의 기관이 필요한지 의문을 갖고, 예산이 들어가는 건 절대로 해주지 않고 인력 한 명도 늘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전략을 잘 세워야 합니다.
김재원 의원실에 ‘향후 어떻게 할 계획인지, 재추진 의사가 있는지’ 묻자, 2026년에 법안을 다시 발의할 의향은 있으나, 무용인들이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무용 정책은 구술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문자로 문건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용정책의 필요성과 효과의 예시로 들고 싶은 것이 ‘서울무용창작센터’입니다.​​ 아직 이 공간을 잘 모르시는 분도 많겠지만, 2025년 9월 4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서 국내 최초의 무용 전용 공공 공연장으로 개관했습니다. 명칭은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이고 부제가 ‘서울무용창작센터’입니다.​​ 이 센터의 설립 추진 당시 대한무용협회 조남규 선생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무용인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서울시청 문화과에서 필요성에 대한 실태조사를 의뢰했고, 제가 맡아서 했습니다. 푼돈 받고도 50인의 심층면접 등을 실시하며 상세하게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다행히 박원순 시장이 돌아가시기 전에 정책 과제로 올라갔고 통과가 됐습니다.
이 보고서를 쓰는 도중에 사실 서울시 문화과에서 설계도면을 던져 주면서 수색교육센터 예정 건물 용도변경 검토 요청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예술행정 전문가 한 명을 붙여서 밤새도록 만들어서 바로 그다음 날 보냈더니 서울시에서 놀라면서 정말로 해줘야 한다는 것을 실감한 듯하였습니다. 이후 박원순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사업이 한동안 보류되었다가, 서울시 문화과에서 다시 ‘운영계획 예산안’이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이를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저는 사실 이 공간이 서울시 산하의 서울시립미술관처럼 운영되기를 바랐습니다. 즉, 춤 전공자들이 서울시 공무원이 돼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길 바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서울문화재단 산하 운영 기관으로 확정된 이후에 ‘무용 공간 운영 자문위원회’를 여러 차례 열면서 설계도 일부가 수정되고, 운영 프로그램이 확정되면서 오픈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저는 이제 ‘문자사회로 정책 구현을 위해서 다 같이 노력합시다’를 외치고 싶습니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말을 인용하고 싶은데, “물방울이 계속 떨어지면 결국 단단한 돌도 뚫는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고 또 제기해야 합니다. 때로는 정치적·정책적 도구를 활용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반드시 무용계 사람들의 전반적인 공감을 얻으면서 좀 노력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장광열: 사실 순서대로 진행하려 했으나, 최해리 패널께서 국정감사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제안까지 한 번에 모두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외적으로 보도되는 것은 대한무용협회가 모든 것을 한 것처럼 되어 있는데 실제로 실무적으로 노력하신 분들은 따로 있는 듯합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무용진흥법과 국립무용원 설립은 현재 무용계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사안입니다.​​ 무용진흥법 추진 경과와 국립무용원 건립 과정은 최해리 패널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오늘 대한무용협회에 확인된 바에 따르면, 강유정 의원이 내년에 다시 발의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립무용원과 관련해서는, 이미 타당성 조사를 마친 만큼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속 절차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인촌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국립무용원을 설립해 주면 연극·국악 등 다른 장르에서도 요구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사실상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앞서 최해리 패널이 언급했듯이, 다른 장르에 아직 없는 형태를 그대로 요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규모와 기능을 축소하면 충분히 추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예전 김현자 전 한국문화예술위원 시절 ‘춤공장 조성 프로젝트’부터 시작해서 해외 운용사례나 자료가 상당히 쌓여 있습니다. 대한민국 무용계가 무용진흥법 제정과 국립무용원 설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힘을 모은다면, 춤계의 경쟁력이 훨씬 더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교육적인 춤 교육 현장

장광열: 이제 다음 주제로, 브니엘예고 여고생 자살 사건을 다루겠습니다. 앞서 도유 선생께서 일부 언급해 주셨지만, 현재 이 사안에 대해서는 부산광역시교육청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상태입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입시 학원과의 유착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건 우리 무용계의 고질적인 병폐 아닙니까? 학교 교육 이외에도 불법으로 유상 레슨이 행해지고, 학교 예산의 부정 집행, 소위 ‘가방비’라 불리는 금전이 오간 정황도 확인되었습니다. ‘가방비’라는 용어는 저에게도 생소합니다. 결국 학생들이 교육이 아닌 경쟁 종속 구조 속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무용인 49명이 1차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고, 이후 8월 14일에는 약 500여 명이 동참한 2차 성명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성명서에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폭력과 착취가 만들어낸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사안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국정감사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졌고, 교육부가 전국 예술고등학교에 대한 감사 계획을 세우고 있죠. 이런 예술고등학교 관련 카르텔 문제는 나중에 대한무용협회와 한예종 관련 내용 때 또 반복되어 나옵니다. 관련해 현장에서 제가 들은 사례 중에는 모 예술고에서는 강사의 생일날 학부모들이 생일상을 차려 대접하는 관행이 있을 정도라 합니다. 이 부분은 앞서 도유 선생님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해 주셨기 때문에 넘어가겠습니다.​

다음으로, 충남대 무용과 강사 사망 사건은 현대무용 강사였던 고(故) 장희재 씨가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사망했으며, 장례 이후 유족이 고인의 휴대전화·이메일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특정 교수의 갑질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유족은 이 내용을 대전MBC에 제보했고, 대전MBC는 이를 보도한 뒤 공개적으로 추가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무용계와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다양한 제보를 받았고, 국회 본회의에서는 조은희 의원이 이 사안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교육부가 실시한 충남대·충북대 등 관련 대학 감사 과정에서, 진선미 의원이 해당 내용을 질의했습니다. 충남대 총장의 답변에 따르면, 현재 충남대학교에는 교수 갑질 관련 제보가 24건 접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갑질 내용은 논문 대필, 원고 대필, 교수를 대신하여 심사 지시 후 심사비 반환 요구 등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강사가 교수 대신 심사에 참여했음에도, 강사가 받은 심사비를 다시 교수에게 상납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국정감사에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박사학위 논문 심사에서 지도교수들이 수년간 논문 통과를 지연시키며 자행하는 갑질 행태는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10년 가까이 논문 통과가 지연되는 바람에, 당사자가 살던 집을 팔고서야 겨우 학위를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그 다음,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여고생이 자살하기 전에 쓴 유서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거론되었습니다. 이 건은 저희가 포럼을 한다고 알리는 과정에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무용을 전담하는 전임 교사가 직접 연락을 해와 학교 측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해당 교사는 “사실이 아니다. 수업 태도가 불량한 것을 지적했을 뿐이며, 이에 앙심을 품은 학생과 학부모가 제보를 했고, 학생은 사건 6개월 전 이미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상태였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울러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정교사 채용과 관련해 내부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은, 무용과가 아닌 음악과에서 발생한 사안이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팩트를 체크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과 관련해서는 현재 무용원 교수 5명과 전통예술원 교수 1명을 포함해 6명이 모두 대한무용협회 상임이사로 등록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들 교수들이 예술고등학교 강습회에 참여할 때 무용원 교수라는 직함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이끄는 단체의 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강습회는 주로 7~8월에 집중적으로 열리며, 이 자리에서 한예종 및 여러 대학 교수들이 ‘교수’가 아닌 ‘단체 대표’라는 이름으로 예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얼굴 익히기를 합니다. 이후 일부 학부모들이 별도의 사례비를 전달하며 입시 비리와 연계되어 작동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주요 예술고의 전임 교사들도 대한무용협회 상임이사로 포진해 있습니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예원학교, 고양예술고등학교 전임교사가 협회 상임이사로 들어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고 실질적으로 이런 사례가 있었다는 걸 국회의원이 제기한 거니까 여기에 대한 팩트를 체크하는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 국정감사를 계기로 해서 예고 감사가 만약에 진행이 된다면 방금 말씀드린 그런 내용을 포함해서 상당한 것들이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예종 무용원장의 겸직 문제, 공금 횡령 등 나머지 사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대한 감사를 착수하겠다’고 이야기한 만큼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실한 공연 안전과 국감 지적 현안들

장광열: 세종시 예술의전당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와 무용수 재해 보호 사안은 발언하겠다는 패널 분들이 안 계셔서 제가 팩트만 체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용수 추락 사고는 8월 22일 세종시 예술의전당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창무국제공연예술제 in 세종’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한 겁니다. 제가 팩트를 체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확인되었습니다. 지금 포럼 현장에 전 예술의전당 사장님도 와 계시지만, 이 사건은 우리 무용계 전반이 공연 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이 누적되어 발생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락 사고가 발생한 날, 같은 공연장에서 오후 2시에 세 개 단체의 공연, 오후 7시에 로비에서 한 개 단체의 공연, 오후 7시 30분에 또 다른 세 개 단체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한 극장에서 총 여섯 개 단체의 창작 작품 공연이 하루에 모두 올라간 셈입니다.​ 여섯 개 작품을 공연하려고 하면 최소 2일이나 3일 정도의 무대 셋업 기간이 필요할 텐데 리허설은 단 하루만 잡혀 있었습니다. 6개 단체들은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무용단체는 공연장을 대관하면 자체 스태프를 꾸려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창무국제공연예술제와 세종시 예술의전당이 공동 기획한 공연임에도, 세종시 예술의전당 상주 기술 스태프가 지원하지 않고 창무국제예술제에서 외부 기술 스태프들로 꾸려서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틀 동안 리허설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이후 하루로 줄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무리한 공연 편성을 충분한 준비 없이 강행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출연자들의 상해보험 가입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공연을 하는 모든 단체는 상해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어 있고 이는 공연 단체의 몫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이 언급한 문제가 무용수 출연료입니다. 이날 10명의 무용수가 출연했고 전체 출연료는 30만 원이었습니다. 인원수로 나누면 1인당 3만 원이며, 여기에 원천징수 등을 제외하면 실제 수령액은 약 2만 6,700원 수준입니다. 확인결과, 이날 사고가 난 단체는 젋은 무용수들로 이루어진 팀으로 전문 공연장에서의 공연 경험이 많지 않은 팀이었습니다. 창무국제공연예술제가 ‘젊은 무용가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팀으로, 본인들이 무대에 너무 서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예술 현장에서 안전을 경시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하며, 공연장들은 적정한 리허설 시간을 할애하고 무대안전교육과 점검 등 철저한 안전수칙 시행으로 공연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대 안전에 대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최소한의 무용수들에 대한 대우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 무용계에서 다시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열 번째 사안, 특정 단체에 대한 과다 지원 논의를 다루겠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대한무용협회에 지원된 총액이 약 40억 1,700만 원 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병역특례를 운영하는 콩쿠르의 입상자들이 대부분 국내 무용인들이란 점,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이 대한무용협회 이사장이 교수로 있는 상명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유착 의혹 등이 함께 제기되었습니다.​​
대한무용협회의 8개 사업 중 7개는 경연 형태의 사업입니다. 경연이 아닌 단 1개 사업이 일자리 사업입니다. 실제 예산 배분을 보면, 〈전국무용제〉 6억 원,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9천만 원, 〈대한민국무용대상〉 6천5백만 원,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3천만 원, 공연예술 전문인력 지원 약 1천8백만 원, 문화예술인 연수단원 일천만원 해서 5년간 누적액 약 40억 원 정도가 지원되었습니다.​​
대한무용협회는 회원들이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단체는 대통령상까지 수여되는 대형 콩쿠르·경연을 운영하고 많은 예산을 받고 조직이 방대하다 보니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정책·사업을 협의하기 위해서는 대표 통로가 필요하면서 주요 파트너로 자리 잡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유 선생도 지적했듯이 무용계 전체 생태계를 보면, 대한무용협회 소속이 아닌 무용인도 매우 많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5년간 연 평균 약 8억, 총 40억 원 수준의 예산이 매년 고정적으로 이 단체를 통해 흘러가는 구조에 대해서는 비판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물론 수행하는 사업이 많으면 그만큼 예산이 필요한 면도 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면 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콩쿠르는 출전비를 많이 받는데 국고에서 콩쿠르 운영비까지 전부 지원해야 하느냐는 지적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또 하나, 대한무용협회와 관련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미처 지적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무용계에서 가장 치열한 대관 경쟁이 벌어지는 곳 중 하나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입니다. 대한무용협회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아르코예술극장 대·소극장을 1년에 거의 한 달 가까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정 단체가 한 공연장을 장기간 점유하면, 다른 무용가·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일정이 그만큼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도한 일정·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있다면, 일부를 줄이거나 구조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병역특례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 병역특례 대상 무용 콩쿠르는 세 곳으로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대한무용협회 주최), 서울국제무용콩쿠르(서울국제문화교류협회 주최), 코리아국제발레콩쿠르(한국발레재단 주최)​​입니다. 병역특례를 받은 인원이 총 86명인데, 이 가운데 76명이 국내 콩쿠르를 통해 특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 콩쿠르도 여럿 있음에도, 국내 특정 구조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해 왔다는 점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정감사 지적 이후, 이러한 ‘군 관련 콩쿠르’ 방식의 병역특례를 전면 폐지하고 새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콩쿠르 수상을 통해 병역특례를 받기는 매우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춤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다른 대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유능한 남성 무용수들이 더 많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러시아·대만 등 해외 사례처럼 국립 무용단체에서 복무하게 되면 병역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국립무용단, 국립국악원 무용단, 국립발레단 등 국립 예술단체에 입단해 일정 기간 전문 무용수로 활동하면, 이를 병역복무로 인정하는 제도, 혹은 군악대·국군체육부대 내 무용 쪽을 편성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어 왔는데 이런 방향으로 전환하는 적극적인 검토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국정감사 국회의원의 발언에 의한 상명대학교와 문화체육관광부 직원의 석·박사 과정 유착 의혹 문제는 조남규 상명대 교수(대한무용협회 이사장 역임)와 문체부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는 식의 발언이 있었고,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제가 오늘 직접 당사자에게 확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남규 이사장은 문체부 직원이 상명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한 번도 학위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지영 패널께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련하여 말씀하시겠습니다.

 



장광열, 김혜라, 도유, 장승헌, 장지영, 최해리 ⓒ춤웹진



- 이하 2025 국내 춤현장 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 2(춤웹진 2026. 2월호)로 이어짐

 

2026. 1.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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