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예술감독 유병헌)이 2022년 공연 라인업을 공개했다. 올해 정기공연에는 창작발레 〈춘향〉, 드라마발레 〈오네긴〉, 고전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연말 스테디셀러 〈호두까기인형〉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돈키호테〉, 〈호두까기인형〉, ‘해설이 있는 발레 갈라’로 지역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4개 문예회관과 공동제작도 추진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경남문화예술회관, 고양문화재단, 군포문화재단, 하남문화재단과 발레 콘텐츠 공동제작에 나설 방침이다.
춘향 ⓒ유니버설발레단_photo by kyoungjin Kim |
3월 18~20일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오르는 한국의 아름다운 고전에 발레를 입힌 창작발레 〈춘향〉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시즌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안무가 유병헌은 〈만프레드 교향곡(Manfred Symphony, Op.58, 1885)〉, 〈템페스트(The Tempest Op.18, 1873)〉, 〈교향곡 1번(Symphony No.1, Op.13, 1866)〉, 〈조곡 1번(Suite No.1, Op.43, 1878~1879)〉 등 차이콥스키의 숨은 명곡을 주요 장면에 적절히 삽입하여 보다 섬세하고 강렬한 드라마를 창조해냈다. 또한 무대 미술가 임일진과 패션 디자이너 이정우가 합류하여 무대와 의상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였다. 이 개정버전은 2015년 오만 무스카트와 2018년 콜롬비아 보고타에 초청받은 바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발레 〈춘향〉은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올해를 빛낸 안무가상’(2018), 이데일리 문화대상 ‘최우수상’(2019, 무용부문)을 수상하였다.
발레 〈춘향〉의 매력은 동서양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조화이다. 한국 고전소설 ‘춘향’의 러브 스토리와 차이콥스키의 숨겨진 명곡을 신고전주의 발레에 밀도 높게 담았다. 춘향과 몽룡의 ‘초야 파드되(설렘과 긴장) - 이별 파드되(애틋한 슬픔) - 해후 파드되(격정적 환희)’로 이어지는 세 가지 유형의 2인무, 극강의 카리스마와 남성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원급제’와 ‘어사출두’, 여성 군무 특유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기생무’ 등이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이밖에도 독보적인 개성의 변학도와 기생들, 방자와 향단의 해학적 연기 등 소설 속 인물들의 면면을 입체감 있게 살려내는 연출로 드라마성과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시각을 압도하는 170여벌의 고혹적인 의상은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유니버설발레단_photo by kyoungjin Kim |
6월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제1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공식 초청작으로 만나는 고전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예정되어 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차이콥스키와 프티파의 3대 발레 명작으로 꼽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발레단이 2020년 첫 정기공연으로 택했으나, 코로나로 취소되면서 관객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이기도 하다.
2012년 재연 후 10년만에 관객과 다시 만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1994년 아시아 최초로 초연하였고, 초연 당시 예술감독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연출가 나탈리 스피치나, 무대 시몬 파스투크, 의상 갈리나 솔로비예바 등 해외 명장들이 합류해 마린스키 정통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수많은 발레 작품 중에서도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긴 공연시간을 자랑한다. 원작을 포함해서 많은 개정 버전들이 3시간을 훌쩍 넘긴다. 현재 마린스키 발레단의 동명 작품도 4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마린스키 스타일의 특징인 화려함과 정교함을 그대로 살리되, 프티파의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작품을 각색해 극 전개에 속도감을 부여하였다. 이를 통하여 공연시간을 2시간 15분으로 압축하고 관객의 몰입감은 유지될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군무의 완벽한 대형변화, 주역들의 화려한 그랑 파드되, 여섯 요정들의 베리에이션, 마녀 카라보스의 강렬한 카리스마, 페로의 동화 속 캐릭터들의 디베르스티망까지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밖에도 플로레스탄 왕궁 등 웅장한 무대세트와 화려한 의상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이다.
오네긴 ⓒ유니버설발레단_photo by kyoungjin Kim |
10월 28일~11월 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존 크랑코의 드라마 발레 〈오네긴〉이 무대에 오른다. 발레 〈오네긴〉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원작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바탕으로 드라마 발레의 거장, 존 크랑코의 안무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편곡한 작곡가 쿠르트-하인츠 슈톨제에 의해 1965년 초연하였다.
시골 처녀 타티아나의 순정을 차갑게 외면한 오만한 귀족 오네긴. 짧은 등장이지만 오네긴과 대조되는 바람직한 전형 그레민 공작. 이들 사이에서 극적 긴장과 비극의 단초를 제공하는 타티아나의 여동생 올가와 약혼자 렌스키까지. 다양한 사랑관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운명적 뒤틀림 속에 한 인간의 변화를 정확히 포착함으로써 사랑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호두까기인형 ⓒ유니버설발레단_photo by kyoungjin Kim |
한 해의 마무리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크리스마스의 전령사 〈호두까기인형〉은 12월 22~3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1892년 세계 초연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연말을 장식하는 스테디셀러로 최다 누적 관객수를 동원하며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마리우스 프티파-레프 이바노프 콤비의 안무로 탄생한 〈호두까기인형〉은 어린이에겐 환상 가득한 동화 속 세상을, 어른에게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줄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다.
문훈숙 단장은 “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신 관객 덕분에 힘든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다”고 회고하며, 지난 한해동안 유니버설발레단에 따뜻한 사랑을 보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문 단장은 “무대는 관객과 소통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저희가 관객들께 큰 힘을 얻은 것처럼, 발레단도 올 한 해 좋은 공연으로 받은 사랑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2년에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고 신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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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2022 라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