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성수)은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를 초청, 안무를 위촉한 신작 〈쌍쌍〉을 7월 19-21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선보인다.
해외 예술가 초청은 새로운 안무 방식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이를 국내 관객과 공유하고자 국립현대무용단에서 매년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올해는 라 베로날(La Veronal)의 창립자이자 안무가인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가 내한했다. 무용·영화·문학·음악·미술·사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언어를 구축한 모라우는 1982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계적 반열에 오른 안무가다. 라 베로날 무용수이자 조안무자인 로레나 노갈(Lorena Nogal), 마리나 로드리게스(Marina Rodríguez)도 함께 내한해 신작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며, 함께 공연되는 〈코바〉(Kova) 무대에서 두 무용수를 만나볼 수 있다.
모라우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숏컷-세 도시 이야기〉로 내한한 2013년에 이어, 2017년에는 〈죽은 새들〉이 서울세계무용축제 폐막작으로 초청되었다. 앞선 두 번의 공연이 라 베로날 무용단의 작품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그가 대한민국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해 만드는 첫 작품이므로 더욱 특별하다. 국립현대무용단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3인의 무용수가 〈쌍쌍〉 무대에 설 예정이다.
모라우는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가능성이 풍부한 무용수들과 함께해 행복하다”며 한국에서의 작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라 베로날 무용단 움직임 스타일이 대체로 날카롭고 딱딱한 반면, 아시아에서는 부드러운 움직임을 많이 사용한다. 다른 움직임 스타일을 발견하는 것은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Marcos Morau 〈쌍쌍〉 연습 모습 ⓒ국립현대무용단 |
신작 〈쌍쌍〉은 모라우의 예술세계와 우리나라의 전통적 요소들이 만나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낯섦에서 오는 쾌감을 선사한다. 라 베로날의 움직임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한국적 소재인 ‘갓’과 ‘부채’에서 착안한 소품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모라우는 “부채는 스페인의 전통 요소이기도 하다.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도 부채를 사용한 전통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한국 무용수가 부채를 사용하는 느낌이 스페인과 다르게 느껴졌다. 같은 도구이지만 사용법이 다른 것이 아주 매력적이었다.”라고 소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갓 또한 “스페인에 비슷한 모양의 모자가 있는데, 둥그런 모양 등 형태적 특징이 무용 작품에 활용하기 좋았다”고 설명했다.
작품 제목 〈쌍쌍〉은 스페인어가 아닌 한국어로 만들어졌다. 모라우는 작품 구상단계에서 국립현대무용단과의 소통을 통해 ‘쉬운 단어이지만 느낌이 강하고, 작품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제목을 원했다.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우리말 단어와 그것이 발음되는 소리를 찾고자 했고, 그렇게 결정된 제목이 〈쌍쌍〉이다. 모라우는 “쌍쌍은, ‘쌍’이라는 단순한 단어가 반복되어 쉽게 느껴졌는데, 동시에 ‘쌍’의 뜻 자체가 쌍둥이나 커플 즉 복제의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인상적이었다”고 작품 제목 선정의 배경을 밝혔다.
무대 위에서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고, 이로써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관객에게 영향을 주는 것. 마르코스 모라우가 작품을 올릴 때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미디어에 소비하고 있지만, 공연장에 앉아있는 시간만큼은 기계에서 멀어지는 ‘인간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의 염원처럼, 〈쌍쌍〉의 막이 올라가는 순간 그 어떤 가상세계도 침범할 수 없는, 눈앞에 실존하는 환상적 세계가 단번에 객석을 사로잡을 것이다.
Marcos Morau 〈Kova〉 ⓒOriol Miralles |
〈코바(Kova)〉는 마르코스 모라우가 창단한 ‘라 베로날’ 무용단만의 표현 양식이 집약된 작품이다. 플라멩코와 컨템퍼러리 양식의 추상적 에너지가 동시에 담겨 있어, 충돌하는 두 장르의 상호 보완적 만남을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움과 괴기스러움 중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안무가의 표현처럼, 상반되는 느낌을 정제한 것이 매력적이다.
라 베로날 단원 로레나 노갈, 마리나 로드리게스가 출연할 예정이며 모라우는 ‘무용단에서 가장 중요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두 출연진을 소개했다. 모라우는 “우리가 움직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왜 특정한 움직임을 선호하는지”를 고민하며 단원들과 작업을 발전시켰다. 표현 수단으로서의 움직임이 얼마나 복잡하고 풍부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코바〉. 공연의 서곡 역할을 하는 이 듀엣은 관객들로 하여금 모라우의 예술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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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마르코스 모라우 〈쌍쌍〉
2019.7.19(금)~21(일) 금 8PM, 토·일 3PM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소요시간: 60분(예정)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
티켓: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2만원
아이디어·콘셉트·무대연출: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
안무: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 로레나 노갈(Lorena Nogal), 마리나 로드리게스(Marina Rodríguez)
공연작: 레퍼토리 〈코바〉(Kova), 신작 〈쌍쌍〉(Ssang-S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