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겸 예술감독 박인자)와 예술의전당(사장 유인택)이 오는 6월 18~30일 예술의전당에서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에는 총 13개의 단체가 참여하여 14개의 작품을 올린다. 발레의 교과서 같은 클래식 발레부터 독창적인 모던 발레까지, 대한민국 발레의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올해 개막작은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이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와 공동주최로 해외 유수 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한서혜, 채지영, 조안나 등이 내한한다. 와이즈발레단 〈Intermezzo〉(안무 주재만), 보스톤발레단 〈Pas/Parts 하이라이트〉(안무 윌리엄 포사이드), 광주시립발레단 〈라 실피드 하이라이트〉(재안무 배주윤, 볼로틴 안드레이)가 기획공연으로 올려진다. 그리고 재독 안무가 허용순과 유니버설발레단의 화려한 컬래버레이션 〈Imperfectly Perfect〉와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마이너스 7〉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공연들은 모두 CJ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초청공연 〈마타 하리〉, 〈지젤〉 두 작품을 오페라극장에서 올리며 창작 발레의 가능성과 정통 로맨틱 발레의 정수를 연이어 선사한다.
자유소극장에는 공모를 통해 선발된 공연이 오른다. 올해는 여섯 공연 모두 남성 안무가들의 작품으로써, 남성 안무가의 약진을 증명한다.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Into the Silence〉(안무 조현상)와 윤전일 Dance Emotion 〈The One〉,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 〈더 플랫폼 7〉(안무 김성민)과 김용걸댄스씨어터 〈Le Baiser(키스)〉, 신현지 B Project 〈콘체르토〉와 유회웅 리버티홀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가 각각 1,2부로 나뉘어 공연된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야외공연은 ‘발레메이트(성인 취미 발레단)’의 오프닝 공연과 본공연 ‘청소년 스페셜 갈라’로 구성, 22일 관객과 만난다.
김지영, 황혜민, 신현지가 진행하는 ‘발레 클래스’와 이영도의 ‘스페셜 클래스-마스터 스트레치’, 안무가 및 주요 출연진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초청공연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6.18-19), 〈지젤〉(6.22-23)
국립발레단은 〈마타 하리〉와 〈지젤〉 두 작품을 초청공연으로 무대에 올린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가 안무한 〈마타 하리〉는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초연을 올린 바 있으나, 국립발레단만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되어 2018년 10월 세계초연을 올린 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타 하리〉는 네덜란드 출신의 여성 스파이로 더 많이 알려진 마타 하리가 자유와 사랑을 찾아 무용수로 살고자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작품이다. 2017년 마타 하리가 세상을 떠난지 100년이 되던 해, 마타 하리가 친구와 주고받은 손편지, 신비로운 댄서라는 스포트라이트 기사와 이중 스파이 기사 스크랩까지 많은 분량의 자료들이 공개되었다.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는 그녀가 이중 스파이라는 의혹을 받은 불운했던 여성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무용수가 되고 싶었던 마타 하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1막에서는 불행한 결혼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후,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보았던 춤을 신비로운 베일의 춤으로 파리에서 선보이며, 많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20세기 초 최고의 댄서로 부와 명예를 얻은 댄서 마타 하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2막에서는 진정으로 사랑한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이중 스파이의 혐의를 받아 사형에 이르는 비극적인 삶을 그린다.
〈마타 하리〉의 명장면은 단연 ‘베일의 춤’이다. 동양의 신비로움을 고혹적으로 자아내며 남성 중심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지키면서 주체적인 여성이 되기를 갈망한 마타 하리의 기구하고 비극적인 삶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압권이다.
낭만발레의 대표작인 〈지젤〉은 시대적으로 암울했던 현실세계를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환상적이고 몽환적 분위기로 표현하며 1841년 6월 28일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장 코랄리와 쥘 페로의 안무 그리고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초연되며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후 유럽 각국의 발레단으로 수출되었으며 현재까지도 모든 발레리나들이 꼭 추고 싶은 역할 중 하나로 꼽힌다.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공연 두 번째 작품인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전 파리오페라발레단 부예술감독인 파트리스 바르의 〈지젤〉로 2011년 초연 되어 공연 한 달 전에 이미 전석 매진을 기록 한 바 있다. 로맨티시즘 발레의 탄생이 되었던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파트리스 바르 안무)은 19세기 낭만발레의 오리지널 무대를 충실히 살려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의상제작은 라 스칼라극장의 의상을 제작하고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브란카토 아뜰리에에서 제작하여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지젤〉을 선보이고, 19세기 낭만주의 화풍을 충실히 살린 배경 작화는 감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지젤〉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 발레단에서 마지막으로 올리는 전막 작품이기도 하여 더욱 기대를 모은다.
국립발레단의 〈마타 하리〉는 6월 18일과 19일, 〈지젤〉은 6월 22일과 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공동주최공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6.18-19)
외국의 직업무용단에서 프로페셔널 무용수로 활약 중인 스타급 한국인 무용수들을 엄선, 명품 갈라공연으로 국내 무용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이 2019년에도 엄선한 실력파 무용수들과 수준 높은 작품들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발레축제와 공동주최로, 축제의 오프닝 공연으로 선보인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 3세 발레리나 외에도 외국의 직업무용단에서 활약하다 국내 무대로 복귀한 무용수들이 안무가나 무용수로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초청된 해외 무용수로는 미국 보스톤발레단의 간판 무용수인 한서혜, 수석무용수인 채지영을 비롯해 조안나(독일 라이프치히 발레단 Leipzig Ballet), 이루마(독일 탄츠떼아터 에어푸르트 Tanztheater Erfurt Company)가 선정되었다.
한서혜는 미국의 무용전문지 「Dance Magazine」의 표지인물로 발탁된 보스톤발레단의 간판 스타이며, 채지영은 군무에서부터 솔리스트를 거쳐 지난해 수석무용수로 승격한 탄탄한 실력의 소유자다.
독일의 주요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두 무용수의 내한도 기대를 모은다. Leipzig Ballet에서 활동하는 조안나는 소속 발레단 예술감독의 안무 작품을, Tanztheater Erfurt Company에서 활동하는 이루마는 컴퍼니의 대표 작품인 〈Konsequenzen〉(안무 에스터 암브로시노 Ester Ambrosino) 중에서 솔로 부문을 춤춘다.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아스타나 발레단 Astana Ballet의 수석무용수인 타티아나 텐 Tatyana Ten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중앙아시아로 이주해 태어난 고려인 3세 무용수로 뛰어난 테크닉과 예술성을 겸비한 무용수로 알려져 있다. “말로만 듣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태어난 나라를 방문하는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라며 최근 심경을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시도되는 “다시 만나고 싶은 해외 무용스타”로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과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최근까지 폴란드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세현과 김현웅(전 워싱턴발레단)이 선정되었다. 이들은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의 〈해적〉 침실 장면 파드되를 춘다. 특히 김현웅은 발레 〈해적〉으로 무용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우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었다.
우수 작품으로 초청된 안무가 조주현(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K-Arts 발레단 〈INSPIRATION V〉안무)은 예전에 미국의 워싱턴발레단에서, 정형일(정형일 Ballet Creative 예술감독, 〈The Seventh Position〉안무)은 유진 발레 컴퍼니 Eugene Ballet Company과 댄스 씨어터 오브 할렘 Dance Theater of Halem에서 활동했었다.
해외 메이저 컴퍼니의 진출이 유력한 영스타 무용수로는 모두 4명을 선정했다. 6월 18일에는 이승민(선화예술학교)이 〈해적〉 중 알리 바리에이션을, 서혜승(계원예술고등학교)이 〈파키타〉 중 솔로 바리에이션을 춤추고, 6월 19일에는 최지현(서울예고)이 〈돈키호테〉 중 키트리 바리에이션을, 민세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이 〈코펠리아〉 중 솔로 바리에이션을 각각 선보인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의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는 6월 18일과 19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또한 해외 초청 무용수가 참여하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무용수들, 이렇게 준비해라〉를 주제로 한 대화모임이 6월 15일(토) 오후 3시 오페라하우스 4층 컨퍼런스홀(강사 한서혜, 채지영)에서 예정되어 있다. 참가 신청 및 문의는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02-3674-2210)로 하면 된다.
기획공연 와이즈발레단, 보스톤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6.23-24)
올해 기획공연은 세 작품이다. 와이즈발레단 〈Intermezzo〉와 보스톤발레단 〈Pas/Parts〉 하이라이트가 1부, 광주시립발레단 〈라 실피드〉 하이라이트가 2부로 나뉘어 한 무대에 오른다. 해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안무가들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발레축제 관객들에게 진정한 축제를 선물할 예정이다.
와이즈발레단 〈Intermezzo〉
공모공연으로 여러 차례 발레축제 무대에 올랐던 와이즈발레단이 기획공연으로 다시 발레축제를 찾았다. 〈Intermezzo〉는 미국 컴플렉션 발레단 부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 주재만이 와이즈발레단을 위해 만든 작품이다. 주재만은 1993년 도미,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어 한국에서는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2018년 와이즈발레단 기획공연 W시리즈 ‘Play’에서 본 작품을 선보이며 국내 활동의 공식적인 첫 문을 열었다.
〈Intermezzo〉는 간주곡이라는 뜻으로 ‘중간에 낀 상태’를 표현한 작품이다. 현실의 힘든 상황을 뚫고 나갈 용기가 없어 자기 존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현실을 외면하고 환상만을 좇고 있는 심리상태를 춤으로 표현한다. 초연 시, 주도적인 동작 스타일에 자기만의 창의적인 선형과 연결성을 심어놓은 안무, 움직임의 고전적 절제미와 현대적 파격미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안무라는 호평을 받았다.
보스톤발레단 〈Pas/Parts〉 하이라이트
보스톤발레단의 보석 같은 무용수들이 발레축제를 위해 내한한다. 〈Pas/Parts〉는 미국 출신의 독보적인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가 1999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파리, 샌프란시스코, 보스톤, 다시 파리를 거쳐 드디어 서울에 상륙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공연할 〈Pas/Parts〉는 작품 전체가 아닌 하이라이트 구성으로 약 15분 진행되며, 한서혜, 채지영, 이소정 등 보스톤발레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무용수들과 패트릭 요컴 Patrick Yocum, 존 램 John Lam, 리아 씨리오 Lia Cirio, 데렉 던 Derek Dunn, 이힐란 실바 Irlan Silva 등 총 8명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엔 스토리가 없다. 안무가는 오로지 댄서의 움직임에만 집중한다. 음악, 의상, 조명 또한 정교하고 치밀하게 댄서에 맞추어져 있다. 댄서들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광주시립발레단 〈라 실피드〉 하이라이트
광주시립발레단이 〈백조의 호수〉, 〈지젤〉과 함께 발레블랑(ballet blanc, 백색 발레)이라 불리어지는 〈라 실피드〉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며 2012년 이후, 오랜만에 발레축제 관객과 만난다. 광주시립발레단이 선보일 〈라 실피드〉는 오귀스트 부르농빌의 안무를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겸 안무가인 볼로틴 안드레이와 볼쇼이의 유일한 동양인 발레리나인 배주윤이 현시대 관객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현대적으로 재안무, 연출한다. 이 두 사람은 볼쇼이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부부 무용가인 만큼 면밀한 협업과 완벽한 시너지를 보여주었으며, 소박한 브루농빌 버전에 현대성과 참신함을 더해 새로운 경지의 〈라 실피드〉를 구축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발레 거장, 광주시립발레단 최태지 예술감독은 “〈라 실피드〉는 낭만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환상적인 작품”이라며 “이를 통해 발레가 선사하는 일상 속 판타지를, 일상 속 위로를 느끼시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와이즈발레단의 〈Intermezzo〉, 보스톤발레단의 〈Pas/Parts〉 하이라이트, 광주시립발레단의 〈라 실피드〉 하이라이트는 6월 23일과 24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공동기획공연 허용순 프로젝트 X 유니버설발레단 컬래버레이션(6.29-30)
올해 발레축제 폐막작은 재독 안무가이자 뒤셀도르프발레단 객원지도위원, 그리고 뒤셀도르프 발레학교 교수 허용순이 유니버설발레단과 협업한 〈Imperfectly Perfect〉와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마이너스 7〉이다.
허용순 프로젝트 〈Imperfectly Perfect〉
2016년 발레축제의 첫 기획공연 안무가로 초청되었던 재독 안무가 허용순이 3년 만에 발레축제를 다시 찾는다. 〈Imperfectly Perfect〉는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인간의 고뇌와 성장을 그린 작품으로 세계 초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원진영, 사울 베가 멘도사 Saul Vega Mendoza, 마리오엔리코 단젤로 Marioenrico D'Angelo 그리고 강미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외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이 출연한다.
안무가는 인연이라는 개념을 세 가지 관계로 정의한다. 첫째는 ‘나’와 내가 아닌 존재와의 관계이다. 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대다수의 인간관계를 차지하며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둘째는 나를 제외한 다른 존재 간의 관계이다. ‘나’는 이 관계에서 철저히 객관적이기는 하나 상황에 따라 이들의 관계 안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영향을 받는 구조적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다. 셋째는 나와 내 자신과의 관계이다. 이는 철저히 주도적이지만 그 어떤 경우보다 난해한 관계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작품은 이 세 가지 인간관계를 상징하는 군무로 시작한다. 알바 노토 Alba Noto의 일렉트로닉 음악 ‘따로 또 같이’의 도입부는 개개 움직임의 조합이 관점에 따라 완벽한 군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후 올라후어 아르날드 Olafur Arnalds의 음악을 배경으로 불완전함을 상징하는 남자의 독무가 이어진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남자와는 상관없이 어느 완벽한 커플의 세레나데가 펼쳐지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자의 시선은 불완전한 남자에게 머문다. 그녀의 호기심은 안무가의 의도에 따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홀로 남겨진 남자는 아이리쉬 팝을 배경으로 처절한 독무를 선보인다. 이 세 사람의 관계 변화는 완전과 불완전의 상대성을 상징한다. 에찌오 보쏘 Ezio Bosso의 ‘천둥과 번개’는 환경, 관계, 감정의 변화에 따라 다소 격정적인 반전을 보인다. 세 사람을 포함하여 차례로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피상적인 완전성 내면에 존재하는 주관적 불완전성을 나타낸다. 관계 속에서 주체이자 객체가 되어 춤추던 무용수들이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 인연의 순환, 그리고 인과의 역설을 보여주며 작품은 완벽해 진다.
허용순은 "이번 작품은 그 동안 작업을 통해 고민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될 현실적 '삶의 자화상' 시리즈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The Moment〉, 〈IF〉, 〈Wave of Emotions〉에서 다루었던 인간관계의 상대성에 대해 보다 밀도 있고 세밀한 고찰을 시도한다"고 전했다.
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 7〉
올해 발레축제의 마지막 밤을 수놓을 〈마이너스 7〉은 오하드 나하린이 유니버설발레단과 한국 관객을 위해서 〈아나파자 Anapaza〉, 〈마불 Mabul〉, 〈자차차 Zachacha〉의 주요 장면을 조합한 작품이다. 오하드 나하린은 ‘무형식의 형식’이라 평가되는 가가(Gaga) 메소드를 접목한 수준 높은 작품으로 바체바 무용단의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동작의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인간 자체에서 폭발하는 에너지에 집중하여 이스라엘의 정서를 서구적인 감각으로 가공하는데 뛰어난 안무가이다. 작품을 통해 오하드 나하린의 재치있는 공간활용과 격렬한 시각연출, 관객과의 유쾌한 소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려면 인터미션에 자리를 지키는 것이 좋다. 검은 수트를 차려입은 남자의 우스꽝스러운 독무가 10분 정도 이어진다. 남자의 춤은 자연스럽게 군무로 전환되어, 관객이 첫 번째 작품 〈아나파자 Anapaza〉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25명의 무용수가 의자에 앉아 역동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장면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하다. 이스라엘 민속음악이 춤과 어우러지는 중간에 무용수들이 합을 맞춰 히브리어 “Shebashamaim Uva’aretz(하늘과 땅에)”를 외친다. 음악이 멈추면 7명의 무용수가 메트로놈에 맞춘 칼군무로 전반부와는 정적인 대비를 보인다.
두 번째 작품 〈마불 Mabul〉은 1992년 초연된 75분 분량의 작품이나, 이번 무대에는 남녀 무용수의 2인무만 발췌해 사용한다. 중성적인 목소리의 아리아와 현악이 어우러지는 음악은 무용수의 동작에 복합적인 감성을 더한다.
마지막 작품 〈자차차 Zachacha〉는 관객과 함께 만드는 즉흥 공연이다. 중절모를 눌러 쓴 무용수들이 ‘Somewhere over the Rainbow’의 편곡에 맞춰 막춤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공연 끝까지 유쾌한 정서를 이어나간다. 자유와 표현에 다소 어색한 관객의 춤을 즐기는 것도, 그들의 다양한 모습에 다르게 반응하는 무용수를 보는 것도 큰 재미다. 시간과 공간을 밀도있게 채워가는 오하드 나하린의 무대는 팬들 사이에서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본 사람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발레에서 나아가 ‘춤’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지, 그 짜릿한 무대를 온몸으로 즐기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허용순 프로젝트의 〈Imperfectly Perfect〉와 유니버설발레단의 〈마이너스 7〉은 6월 29일과 30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공모공연 6개의 작품, 6명의 남성 안무가!(6.20-30)
매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되는 공모공연은 총 여섯 작품으로 모두 자유소극장에서 올린다. 올해는 여섯 작품 모두 남성 안무가가 선정되어 화제다.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Into the Silence〉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무용 단체 중 하나인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가 스마트폰을 주제로 한 〈Into the Silence〉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안무가 조현상이 지하철 안 승객들이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보고 ‘대화 소리 없이 지하철 소음만 울리는 그 불편한 고요함’으로부터 오싹한 감정을 느낀 것이 모티브가 되었으며, 프랑스 사진작가 앙트완 가이어 Antoine Geiger가 스마트폰에 몰두한 사람들을 풍자한 작품 ‘Sur-fake’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자발적 스몸비(스마트폰 좀비)가 되어 세상의 많은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추상화 시킨 이 작품은 2017년 〈Deafunication〉이라는 이름으로 초연, 유쾌한 작품을 위주로 하던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또 다른 색깔이라는 내외부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Into the Silence〉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바다 깊은 곳과 같은 ‘고요함’에 중점을 두고 안무, 소통의 방법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
윤전일 Dance Emotion 〈The One〉
작년 발레축제를 통해 스타 무용수에서 안무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윤전일이 두 번째 안무작 〈The One〉을 선보인다. 〈The One〉은 쑥스럽고 어색하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진심어린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4명의 남성 댄서들이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감동의 헌정 공연이다. 발레리노 윤전일, 현대무용가 한선천, 한국무용가 김원영, 비보이 박인수가 발레의 긴 호흡 위에 각기 다른 장르의 특색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 최근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활약한 배우 정영주가 싱어로 가세하여 더욱 특별한 무대를 펼친다.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Into the Silence〉와 윤전일 Dance Emotion의 〈The One〉은 6월 20일과 2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 〈더 플랫폼 7〉
2017년 5월 창단 이후, 양질의 작품을 통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이 무용극 〈더 플랫폼 7〉으로 관객과 만난다. 〈더 플랫폼 7〉은 플랫폼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술집을 배경으로, 그 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독립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각기 다른 7가지 스토리를 풀어내는데, 어딘가에 예속되지 않고 오롯이 홀로 서기 위한 극 중 인물들의 노력을 담아내는 한편, 클래식 발레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움직임, 신선한 형식의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본 작품은 2018년 서울문화재단 서울청년예술단 사업에 선정되어 초연되었다. 마치 실제 선술집에 와있는 것 같이 베이스기타, 일렉 기타, 드럼, 피아노, 바이올린 구성의 밴드가 무대 위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고, 현 한양대학교 무용과 교수인 황규자가 연출로 가세하며 초연보다 더욱 완성도 있는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김용걸댄스씨어터 〈Le Baiser(키스)〉
발레축제 관객과 매년 만나고 있는 김용걸댄스씨어터가 올해는 파격적이고 강렬한 작품 〈Le Baiser(키스)〉로 참가한다. 서로의 속살을 섞는 인간의 본능적 행위인 '키스'에 도달하기까지 두려움, 질투심, 허탈감 그리고 황홀경과 흥분 등 여러가지 감정들이 심적으로 충돌하는 과정들을 춤으로 표현한다. 안무가 김용걸은 어릴 적 첫 키스의 기억과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하던 시절 자신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음악 ‘봄의 제전’을 되새겨보며 이 작품을 구상하였다. ‘키스’를 통해 너무나 당연한 인간의 본능적 행위에 주목하며, 본능적인 요인들을 통해 만들어져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는 왜 그 본능적인 욕구들을 외설적인 것으로만 치부하려 하는지 물음표를 던진다. 올해 1월, 독일 라히프찌히발레단 정단원이 된 문영찬 외 23명이 출연하여 무대를 꽉 채울 예정이다.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의 〈더 플랫폼 7〉과 김용걸댄스씨어터의 〈Le Baiser(키스)〉는 6월 24일과 25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신현지 B Project 〈콘체르토〉
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안무가 신현지가 발레와 한국무용, 현대무용을 접목한 신작 〈콘체르토〉를 올린다. 이번 작품의 뮤즈는 단연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이다. 국립발레단 생활을 함께 했던 신현지와 김주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안무가와 주역 무용수로 만난다. 김주원과 전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이정윤을 중심으로 발레무용수 이윤희와 류형수, 댄싱9 출신의 현대무용수 김은실 그리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타이틀 롤을 맡았던 아역 무용수 성지환과 유현서가 한자리에 모여 작품을 빛낸다. 연주는 최근 JTBC 〈슈퍼밴드〉에 출연해 화제가 된 천재 첼리스트 홍진호를 비롯, 플루트는 이은준, 피아노는 양남진이 맡는다. 작품 제목인 〈콘체르토〉는 '협력하다', '투쟁하다'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무용수들에게 클래식 음악은 떼놓을 수 없는 동반자이자 넘어서야하는 경쟁자 같은 존재다. 음악과 춤이 서로 투쟁을 벌이는 건지, 조화로운 대화를 나누는 건지, 절정으로 치닫는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며 관객의 눈과 귀에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유회웅 리버티홀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
발레 외에도 뮤지컬, 오페라 등 쏟아지는 러브콜 속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안무가 유회웅이 이영철, 김현웅, 윤전일과 함께 또 한 번 사고를 친다. 발레를 위해 태어난 대한민국 최고의 발레리노 4명이 발레리노로 살면서 느끼는 희노애락을 진솔하게 풀어낸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는 2018년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댄싱 발레리노〉로 초연을 올린 바 있으며, 이번 재연에서는 제목과 안무를 모두 바꾸어 새롭게 구성한다. 평소 발레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 의지해온 이 4명의 무용수들은 마치 형제와 같은 완벽한 호흡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이영철과 윤전일은 최근 안무가로서도 활동을 시작해, 발레리노 겸 안무가로서 느끼는 감회들까지 더욱 진하게 담아내는 재연작이 될 것이다.
신현지 B Project의 〈콘체르토〉와 유회웅 리버티홀의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는 6월 29일과 3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며, 자유소극장에서 올리는 위 6개의 작품은 공연 종료 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3년 만에 돌아온 야외공연 발레메이트, 청소년 발레 갈라(6.22)
2016년 이후, 3년 만에 발레축제의 꽃, 야외공연이 돌아온다. 오프닝 공연 - 발레메이트와 본 공연 - 청소년 발레 갈라로 구성된다. 오프닝 공연을 맡은 발레메이트는 와이즈발레단이 성인 취미 발레의 부흥을 위해 만든 국내 최초 성인 취미 발레 페스티벌인 ‘발레메이트 페스티벌’에서 스페셜 갈라 무대에 올랐던 팀 중 일부이다. 목동발레리나, 지니발레, 라온발레, 발레인, 스완스발레단 총 다섯 개 팀이 각각 〈레 실피드〉, 〈카르멘〉, 〈라 비방데르〉, 〈꽃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을 선보인다.
본 공연에는 서울예술고등학교, 계원예술고등학교, UBA(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 KBA(국립발레단 부속 발레아카데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총 다섯 개 팀이 무대에 오르며, 각각 〈돈키호테 중 드림〉, 〈La Valse〉, 〈캐릭터 댄스〉, 〈Etude(F.Chopin)〉, 〈Grand Pas De Deux(차이콥스키, 성조기)〉를 춘다.
본 야외공연은 전석 무료로 6월 22일(토) 7시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야외공연 전에는 음악분수대 앞 광장에서 라인 댄스 이벤트가, 오후 3시부터 야외공연 종료시까지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발레 무용수와 사진찍기 이벤트’, ‘발레용품 플리마켓’ 등이 진행되며 화려한 축제를 벌인다.
발레축제의 자랑 다양한 부대행사
다양한 부대행사 또한 발레축제의 큰 자랑거리이다. 매년 많은 사랑을 받아온 발레 클래스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 토슈즈 강의가 포함된 성인 고급 클래스를,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이 성인 초중급 클래스를, 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발레 트레이너 신현지가 작년에 이어 한 번 더 초3~고3 학생들의 클래스를 맡는다. 스페셜 클래스로는 ‘바디 코드 시스템 코리아’의 첫 번째 마스터이자 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인 이영도가 재활 및 체형 교정을 위한 ‘마스터 스트레치’를 연다. 이 4개의 클래스는 지난 5월 14일, 신청 페이지 오픈 1분도 채 되지 않아 정원을 훌쩍 넘기며 모두 선착순 조기 마감되었다.
또한 개막일인 6월 18일(화)부터 7월 9일(화)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1층 카페 리나스에서 현 체코 국립발레단 드미솔리스트이자 발레 사진작가로 활약 중인 김윤식의 사진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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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2019년 6월 18일(화) ~ 6월 30일(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CJ 토월극장, 자유소극장,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
주최: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회, 예술의전당
주관: 국립발레단,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와이즈발레단, 보스톤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허용순 프로젝트, 유니버설발레단,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윤전일 Dance Emotion,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 김용걸댄스씨어터, 신현지 B Project, 유회웅 리버티홀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의 및 예매: 예술의전당 02-580-1300, 인터파크 1544-1555
홈페이지: www.bafeko.com, www.s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