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이 차세대 안무가 발굴을 위한 젊은 창작 프로젝트 ‘넥스트 스텝 II’를 4월 25-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넥스트 스텝’은 국립무용단이 2018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차세대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다. 2018년 3월 첫 번째로 개최된 ‘넥스트 스텝’에서는 국립무용단원인 정소연, 김병조, 이재화가 안무가로 선정되었는데 이 중 이재화의 〈가무악칠채〉는 국립무용단의 레퍼토리로 개발되어 단독 공연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려졌다.
국립무용단 ‘넥스트 스텝 II’ 안무자, 박기량·황태인 |
첫 번째 프로젝트의 성공에 힘입어 2019년 두 번째로 선보이는 ‘넥스트 스텝 II’는 국립무용단 창작 오리엔테이션과 심사를 통해 박기량, 황태인 두 명의 단원을 안무가로 선정했다. 프랑스 대표 안무가 조세 몽탈보의 신작 〈카르멘(s)〉에 캐스팅되어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박기량과 2016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신예 무용수로 한국 무용 속 미적 가치를 찾는 작업에 매진하고 하고 있는 황태인이 신진 안무가로서의 역량을 펼친다. 두 안무가는 ‘한국 전통 춤에 기초한 현대적 해석과 창작’이라는 주제로 각기 다른 스타일의 몸짓과 호흡, 사운드와 오브제 등에 새로운 전통 색을 덧입힌 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고선웅 연출가와 장인주 무용평론가가 기획단계에서부터 무대화되는 전 과정에 자문으로 참여,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박기량 안무작 〈봄(printemps)〉 연습장면 |
박기량 안무가의 〈봄(printemps)〉은 전통 씻김굿을 소재로 7명의 여성 무용수를 동서양 신화 속 인물에 대입하여 생명과 잉태, 한(恨)과 죽음을 풀어낸다. 작품의 제목인 〈봄(printemps)〉은 박 안무가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안무가 조세 몽탈보와의 인연으로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던 중, 긴 겨울 끝에 내리쬐는 봄의 햇살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정했다. 국립무용단 김은영 등 7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동서양 무속과 신화 속 인물로 등장하여 감정과 기억의 매듭을 엮고 풀어가는 삶의 여정을 춤으로 표현한다. 길흉을 점치는 ‘무당’, 자손과 수명을 관장하는 ‘제석신(帝釋神)’,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까지 다채로운 여신이 등장한다.
‘씻김굿’은 본래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해 행하는 사령제의 하나로 죽은 이의 몸을 상징하는 물건을 씻기는 절차가 들어있다. 박 안무가는 이에 착안하여 샤워하는 동작으로 씻김을 표현했다. 또한 삶과 죽음을 오가는 역동적인 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용수가 바퀴가 달린 슬라이딩 오브제를 타고 미끄러지듯 움직이거나, 감정과 기억의 매듭을 표현하기 위해 밧줄을 타고 오르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도발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씻김굿에 대한 정보 없이 관람하더라도 안무 의도를 느낄 수 있는 직관적인 표현이 인상적이다. 또한 박 안무가는 동서양에 모두 존재하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이미지들의 접점을 찾아간다. 서양 신화 속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가 선사한 ‘대지’는 본연 의미 그대로 생명을 잉태하는 길인 동시에, 한국의 씻김굿에 등장하는 저승을 향한 ‘길 닦음’의 길로도 그려진다. 생명과 죽음이 연결되고 맞닿아있음을 표현한 젊은 안무가의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다.
황태인 안무작 〈무무〉 연습장면 |
황태인 안무가는 이번 작품에서 우리 춤이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미적인 가치를 점, 선, 면과 같은 조형요소에 덧입혀 표현한다. 작품명 ‘무무’는, 없을 ‘무’(無)와 춤출 ‘무’(舞)를 더한 제목인데, 무(無)의 상태에서 점과 선으로 시작된 고요한 움직임들이 점차 양감을 더해가며 실체를 가진 역동적인 춤(舞)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황 안무가는 사람 사이의 인연이 헤어지면 ‘점을 찍는다’고 표현하는 것에 착안하여 점과 선, 면으로 인간의 감정을 몸짓으로 옮겨낸다. 무용수 신체의 한 부분이 바닥에 점과 같은 흔적을 남기며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선으로 이어지고, 그 선 위로 거문고 현의 소리와 무용수들이 뿜어내는 들숨과 날숨의 호흡 소리가 쌓이면서 면을 완성한다. 느린 듯 진중하게 시작된 움직임은 이내 입체적인 그림으로 완성되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정중동(靜中動)의 운치를 담아낸다. 무용수들의 움직임만으로 무대 위에서 점‧선‧면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감각적인 작품이다. 무대에는 전통 한복과 버선, 부채 등이 오브제로 등장하여 동양화의 느낌을 더한다.
음악은 거문고 연주자로 전통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박우재가 맡아 구성하고 라이브 연주에 참여한다. 정제된 춤 선과 박우재의 음악이 만나 기대를 모은다. 국립무용단 훈련장인 김미애와 조용진, 조승열, 황태인 젊은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대칭과 균형, 조화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한편, 2016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황태인은 〈회오리〉 〈시간의 나이〉 〈맨 메이드(Man Made)〉 등 다양한 작품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무용수다. 한국무용만의 미적인 가치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황태인은 ‘2017 신진국악 실험무대 : 춤으로의 여행’에서 〈살풀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안무작으로 차세대 안무가로 주목받은 데 이어 2019 국립무용단 ‘넥스트 스텝 II’에 선정되며 안무가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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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신진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넥스트 스텝 II’
2019.4.25(목)~27일(토) 목‧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
국립극장 달오름
예술감독: 김상덕
안무: 박기량(〈봄 printemps〉), 황태인(〈무무〉)
자문: 고선웅, 장인주
음악: 이호윤, 박우재
의상: 여백 선옥
무대: 이태양
관람료: R석 3만원, S석 2만원
관람연령: 8세 이상
소요시간: 60분
예매: 국립극장 02-2280-4114, www.ntok.go.kr *예매 수수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