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춤 ‘전문’ 사진가가 전무하던 시절, 최영모는 일찌감치 무용 전문 사진가의 길을 개척했다. 춤 사진만을 고집했던 35년 남짓 수많은 무용인을 사진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두 주제로 관람객과 마주했다. ‘우리시대 무용가-30년, 시간의 회귀’에서는 1980, 90년대 춤계를 수놓은 무용가들의 당시 모습인 일상적 인물 풍경을 흑백사진 50점으로 포착했고, ‘꿈의 순간’에서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 발레 재학생들의 공연사진 40점이 전시됐다.
공연사진가 박상윤은 진솔하고 따뜻한 작가적 정서로 국내외 수많은 예술가들을 렌즈에 담아왔다. 28년간 기록해온 다양한 공연사진을 전시하여 무용역사와 그 기억들을 소환했다. 서울세계무용축제의 20년 여정이 마기마랭의 작품 〈징슈필〉을 비롯한 컨템포러리 댄스 사진 30여점에 녹아 있었다. 강선영·김덕명·이매방·정재만 등 원로의 곰삭은 춤사위와 중요무형문화재 고성오광대 보존회의 선 굵은 영남 남무를 담은 사진도 전시되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갤러리 한켠에 마련된 장승헌의 ‘춤 작업방’은 그가 수집한 무용관련 자료들이 전시된 공간이었다. 무용관련서적 및 잡지, 시집, 사진집, 공연홍보 인쇄물, 보도자료 수첩, 메모, 무용대본 집필 흔적 등 다양한 기록물에 30여년 동안 춤 현장을 발로 뛰어온 공연기획자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사진 속 주역의 춤을 팝업 스테이지로 만나는 코너도 마련됐다. 무용가 황희연의 〈산조춤〉, 재독 안무가 김윤정의 솔로춤 〈Inter-view〉 일부, 춤추는 여자들의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를 비롯해 윤명화, 김선영, 홍은주의 춤이 전시를 생동감 있게 뒷받침했다.
춤 아카이브 사진전 〈찰나·동행〉은 8월말부터 울산 중구문화의전당,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에서 열린 후 10월 26일 ~ 11월 3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도 개최된다. 울산·남원 전시에서는 공연뿐만 아니라 인문학 강의,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행사도 있을 예정이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