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에서 주최하는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18, 이하 시댄스)가 10월 1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KOCCA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에는 핀란드,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 영국, 스페인, 룩셈부르크, 시리아, 중국, 일본, 한국 등 유럽·아프리카·중남미·중동·아시아 26개국 53개 단체의 47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시댄스에서는 전 지구적 정치·사회적 이슈인 ‘난민(Refugee)’을 국내외 예술가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우리가 마주한 현재의 난민 문제를 조명한다. 이외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댄스 프리미엄, 댄스 모자이크, 댄스 플랫폼이라는 3가지 섹션으로 축제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개막작인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가 이끄는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의 작품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은 마치 현대의 레비아탄(Leviathan)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검은 형체를 무대 위에 등장시켜 이를 통해 유럽의 난민과 이주 문제를 상기시킨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건너온 미트칼 알즈가이르는 작품 〈추방〉을 통해 뿌리 뽑힌 망명자의 삶을, 시리아인으로서 그의 몸에 담긴 시간과 역사를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다문화사회에서 다국적 무용수들이 겪는 경계선상의 이야기를 담아, 2013년 초연 후 브렉시트 사태와 유럽 난민위기를 예견한 듯하다는 평을 받은 프로틴 무용단 〈국경 이야기〉, 콩고 대학살에서 탈출한 후 전쟁의 상처와 치유, 그리고 이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플로랑 마우쿠 〈나의 배낭〉 등이 선보여진다. 아울러 국내작품으로는 두 망명 작곡가 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의 이야기를 다룬 최은희 & 헤수스 이달고 〈망명〉, 실제 국내난민과 함께 작업하여 우리가 직면한 국내난민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더 무브 〈부유하는 이들의 시〉가 무대에 오른다. 더 무브의 작품에는 2018년 일우사진상 수상작가이자 ‘난민 사진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성남훈 작가가 참여하여 보다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줄 예정이다.
테로 사리넨 무용단과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의 작품을 댄스 프리미엄으로 만난다. 먼저, 테로 사리넨 무용단이 2018년 4월 초연한 신작과 함께 돌아온다. 2005, 2006년 2년 연속으로 시댄스에 초청받아 다중 장르 융합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작품들로 국내 관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던 그는 2014년 국립무용단과 함께 한 〈회오리〉로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해 시댄스를 통해 다시 한국을 찾을 그는 ‘아코디언의 지미 헨드릭스’라 불리는 킴모 포흐요넨과의 〈숨〉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한 무대를 선보인다. 핀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가들에게 수여되는 핀란드 국민 훈장 ‘프로 핀란디아’를 받은 두 예술가의 듀엣,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이 아시아 최초로 시댄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2016년 시댄스 화제작이었던 〈(ㅁ)ㅣ모사〉에서 두드러진 유연성과 기묘한 번득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가 시댄스를 재방문한다. 2017년 초연 직후 유럽 평단이 ‘젊은 거장의 출현’, ‘현대무용의 걸작 탄생’이라 평하며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바쿠스-제거의 전주곡〉은 그녀만의 언어를 통해 서양문화에 영향을 미친 여러 예술과 철학에 대한 오마주와 해체를 동시에 보여준다. 전위적이고 실험적이면서 동시에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댄스 모자이크는 신진·중견 안무가들의 독창성·실험성과 세계 무용의 다양한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섹션이다. 2015년까지 6년간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오하드 나하린의 뮤즈’였던 첸 웨이 리. 그녀의 파트너 졸탄 버쿠여와의 듀엣 〈함께 홀로〉는 나체가 주는 결연함과 60분 동안 두 사람 간의 쉼 없는 컨텍으로 숨 막히는 무대를 선사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극장 더 플레이스로부터 촉망받는 젊은 안무가 레아 티라바소의 〈장난감〉은 망각을 위한 광란의 파티, 그 매혹적인 현장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파울라씨 어디 계세요?”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잠재적인〉은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온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페인에서 온 파울라 킨타나는 감각적인 비트에 맞춰 플라멩코와 현대무용의 신선한 결합을 보여준다. 또한 중견 안무가 김원을 주축으로 한 국내공연단 TanztheatreOnes는 지난 6월 룩셈부르크 댄스하우스 TROIS C-L 에서의 레지던시 동안 작업한 신작 〈비언두 두언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이란 전통 타악의 전문가인 음악가 김민석의 라이브 연주가 함께 한다.
올해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아우르는 댄스 플랫폼이 마련된다. 댄스 플랫폼의 일환으로 작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제1회에 이어, 올해 시댄스 기간에 열릴 제2회 ‘HOTPOT: 동아시아무용플랫폼’이 개최된다. 홍콩 시티 컨템포러리 댄스 컴퍼니 & 페스티벌,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그리고 한국의 시댄스가 공동주최하는 HOTPOT은 지난해 제1회 행사로 국제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HOTPOT은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간 합작과 협력은 물론, 구미(歐美) 무용계와의 교류 증진 등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국제활동 기회를 넓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는 동아시아 3국뿐만 아니라 HOTPOT+ 무대를 신설하여 베트남, 인도, 대만 등의 현대무용도 소개된다.
또한 지난 5년간 40여건의 우리 안무가 해외무대 진출을 성사시킨 시댄스의 대표적인 플랫폼 프로그램 ‘후즈 넥스트’가 올해도 계속된다. 이번 〈후즈 넥스트〉는 2020년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기간에 열릴 제3회 HOTPOT: 동아시아무용플랫폼의 한국대표 선발공연을 겸한다.
젊은 안무가들이 자신의 무대를 마련하기 쉽지 않았던 90년대 후반부터 〈젊은 무용가의 밤〉을 통해 가능성 있는 신진을 발굴하고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왔던 시댄스가 올해 젊은 무용가들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시댄스와 탄츠이디엠이 공동기획한 ‘시댄스 투모로우’는 안무가로서 성장 가능성을 지닌 만25세 이하의 무용가들이 마음껏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스타 발굴 프로젝트다.
시댄스에서는 다양한 공연 이외에도 전문 무용인과 연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무 워크숍,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움직임 워크숍, 예술가와 소통하는 예술가와의 대화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는 특별히 난민 특집에 따른 부대행사로 난민 예술가들의 증언, 세미나 등 부대행사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시간도 열릴 계획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시댄스 공식 홈페이지(http://www.sidance.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