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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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춘상(春想)〉
2017.9.1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은 9월 21-24일(일)까지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 〈춘상(春想)〉을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50여 년간 한국 창작무용을 개척하며 〈춤, 춘향’ ‘Soul, 해바라기〉 등으로 세계무용계에서도 호평 받아온 안무가 배정혜, 우리 전통춤에 모더니즘을 부여해 ‘한국무용 매진 신화’를 새로 쓴 연출가 정구호가 만난 작품이다. 특히 이번 두 거장의 만남은 배정혜·정구호 각자가 개척해온 예술적 성과의 무게를 넘어, 오늘의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가장 젊은 우리 춤 무대’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춘상〉은 ‘봄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념’이라는 의미로, 스무 살 청춘들이 겪을 법한 사랑의 감정들이 1막 8장 구성으로 펼쳐지는 작품이다. 고전소설 『춘향전』 속 춘향과 몽룡은 오늘날로 시공간을 이동, 고등학교 졸업파티에서 서로에게 첫눈에 반하는 청춘 남녀 ‘춘’과 ‘몽’으로 재탄생된다. 두 남녀 무용수는 짜릿한 첫 만남부터 사랑의 기쁨, 부모의 반대로 인한 갈등과 이별, 이후 극적인 재회를 거쳐 언약에 이르기까지 총 여덟 개의 과정으로 구성된 장면을 통해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한다.

〈춘상〉은 배정혜가 2006년 〈Soul, 해바라기〉 이후 11년 만에 국립무용단과 함께하는 신작이다. “일생에서 가장 젊은 도전에 임한다”라며 출사표를 던진 만큼, 어떠한 새로운 춤사위로 대중을 놀라게 할지 기대를 모은다. “한국무용만의 깊이 있는 호흡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동작들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배정혜는 오늘날 대중이 열광하는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눈과 귀를 열고, ‘이 시대의 예술’이 한국무용과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고자 한다. 전통춤의 기본이 되는 호흡을 현대적 동작에 적용해 깊은 맛이 들어있는 춤으로 재해석하겠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로, 흥겨운 졸업파티 현장을 보여주는 1장에 등장하는 ‘머리채춤’과 ‘발춤’을 들 수 있다. 각각의 춤은 현대의 ‘헤드뱅잉’과 ‘탭댄스’에 비교할 수 있는데, ‘머리채춤’의 경우 당기기 호흡(공간의 호흡을 몸속으로 당겨 감칠맛 나는 동작을 창출하는 호흡)과 밀기 호흡(호흡을 밀어냄으로써 무게감 있는 동작을 만들어내는 호흡)을 통해 동작에 깊은 정취를 더하고, ‘발춤’에서는 눌러 짚기 호흡(신체를 공간에 부착시킴으로써 순간적인 멋을 발생시키는 호흡)을 사용해 박력을 더한다. 근육의 사용, 발 디딤새, 무릎의 굽힘, 어깨선의 흐름 등 한국무용 고유의 멋이 현대적인 춤사위로 재해석된다.

 

 

춤과 어우러지는 음악 또한 동시대의 대중음악으로 채워진다. 배정혜·정구호는 사랑의 여러 감정과 어울릴 만한 음악을 대중음악에서 직접 선별했고, 이를 무용음악으로 만들기 위한 편곡 작업은 작곡가 이지수가 맡았다. 〈춘상〉을 통해 첫 무용 작품에 도전하는 이지수는 드라마 〈겨울연가〉,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등 다수 작업에서 훈련된 감각과 작품에 대한 풍부한 대화를 통해 무용의 대본이라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나의 드라마로 전개했다. 대중음악 원곡을 편곡, 6~10분 길이의 8곡으로 선보일 예정. 흥겨운 파티 장면에서는 염신혜·선우정아의 ‘Just Before’와 정기고의 ‘Hey Bae’, 서로 감정을 확인한 남녀의 기쁨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아이유의 ‘이 지금’, 오해를 푼 두 남녀가 감격스럽게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넬의 ‘Stay’가 사용된다. 이렇듯 선별된 대중음악은 이지수의 편곡 작업을 거쳐 각 장의 감정에 맞는 테마곡으로써 기능하게 된다.

〈춘상〉은 연출가 정구호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극 형식의 무용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무대 위에 오브제를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오페라·뮤지컬과 같이 입체적 공간감을 더한 대형 세트를 선보인다. 회전무대 위에 세운 모노톤 복층 무대는 실내외 공간을 자유자재로 탈바꿈하며 사랑이 펼쳐지는 도시의 현대적 감수성을 표현하고, 무용수의 선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베이지·그레이·버건디 세 가지 색의 간결한 의상은 사랑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집중한 만큼 두 남녀 무용수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춘’과 ‘몽’ 역에는 지난 6월 〈리진〉에서 연인 사이로 호흡을 맞추며 국립무용단의 차세대 간판 커플로 떠오른 이요음·조용진,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겸비해 보다 원숙한 사랑을 그려낼 것으로 기대되는 송지영·김병조가 더블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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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춘상(春想)〉
2017.9.21(목)~24(일)/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
국립극장 해오름

안무: 배정혜
연출ㆍ무대디자인ㆍ의상디자인: 정구호
음악감독: 이지수
기술감독: 김미경
조안무: 윤성철·장윤나·송설
출연진: 국립무용단

관람료: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관람연령: 8세 이상
소요시간: 70분(중간 휴식 없음)
예매: 국립극장 02-2280-4114 www.ntok.go.kr
 

 
2017.9.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