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서울발레시어터와 연희단팔산대가 발레와 농악이 만나는 기획공연 〈아리랑별곡〉을 무대에 올린다. 농악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2주년을 기념하여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서도식)이 주최하는 이 공연은 LG아트센터에서 11월 26-27일 양일간 공연된다.
‘농자천하지대본’이란 깃발이 상징하듯, 농악은 한민족 삶의 근본에서 울렸다. 1966년 ‘진주삼천포농악’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평택, 이리, 강릉, 임실, 구례 총 6종이 지정되었다. 또한 각지의 많은 농악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비지정의 농악들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한민족 원형의 문화인 농악은 지난 2014년 11월 27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이제 2주년을 맞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서도식 이사장은 등재 2주년을 앞두고 “농악에서 나온 사물놀이가 세계를 울렸듯, 이제 농악 원형의 예술적 위력을 선보일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농악의 세계화를 꿈꾸자”하였고, 발레와 농악의 만남이 기획되었다.
기획 연출을 맡은 진옥섭(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은 “농악과 발레는 춤 중에서 서로 가장 먼 경계에 있다. 그러나 오로지 근육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가깝다. 무대는 계체량을 재는 저울이니 혹독한 훈련만이 생존법이고, 이 직선의 근육질 위에 곡선의 서정과 시적 상상력을 요하기에 두 춤은 닮은꼴이다. 바로 이점이 절묘한 어울림을 꿈꾸게 한 것”이라며 최고의 판을 장담한다.
연희단팔산대는 1960-70년대를 풍미한 유랑단체 여성농악단을 모범으로 삼아 판소리, 기악, 무용을 전공한 젊은 여성들이 합숙을 하면서 농악을 학습하였다. 여수엑스포 상설공연을 시작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유럽 순회공연을 가졌고, 국립극장 장기공연에 성공하여 흥행과 예술로 우뚝 선 단체이다.
서울발레시어터는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세 직업발레단 이어 4번째 직업발레단이자 유니버설과 국립발레단의 주역급 단원들이 모여 만든 최초의 민간 발레단이다. 95년 창단하여 20년 동안 숱한 화제작을 만들고 수출작품을 만들어낸 발레대중화의 최전선에 있는 “살아 있는” 단체이다.
두 단체의 만남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연희단팔산대가 마당 판에서 흐드러진 농악을 혹독한 조련으로 무대에 한걸음 올라선 단체이고, 서울발레시어터는 발레의 고전적 이미지에서 탈피 토슈즈를 벗고 대중을 향해 한걸음 다가선 때문이다. 서로 간 무대를 향한 오르내림으로 농악과 발레라는 극단적인 만남이 가능하게 됐다.
두 단체가 만나 협업한 창작초연은 두 편. 공연의 제목이 된 〈아리랑별곡〉과 피날레를 장식하는 〈당산벌림〉이다. 〈아리랑별곡〉은 ‘정선아리랑’을 음악의 주제로 삼는다. ‘정선아리랑’은 지금의 아리랑의 모태가 된 노래이다. 정선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경복궁 중건에 실려 오면서, 떼꾼들이 부르는 ‘정선아리랑’이 경복궁 공사장에 퍼지며 서울버전의 ‘아리랑타령’이 되었고, 이 아리랑타령은 훗날 돌아간 인부들에 의하여 각 지역에 아리랑이 만들어지게 하였다. 그리고 1926년 나운규 아리랑의 주제가의 모태가 되면서 오늘 우리가 부르는 ‘아리랑’이 태어났고 2012년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안무가 제임스전은 “저는 정선 전가이다. 고향을 떠난 아버지의 입가에 언제나 맴돌던 노래다. 또 개인적인 인연을 떠나 ‘정선아리랑’은 춤이 베어 나오는 다시없는 아름다운 선율”이라고 말한다. 그의 서울발레시어터 초기작은 뉴욕에서 보낸 방황하는 청춘을 담아냈다. 작품들은 동화의 세계가 아닌 도시의 빌딩 숲을 배경으로 우리 삶을 표현하며 “본 대로 느낀 대로”라는 극찬 속에서 발레 표현에 리얼리티를 실현했다. 그리고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한국정서의 깊이를 보여 왔는데, ‘아리랑별곡’은 깊이 속 깊이에 한걸음 다가간 중요한 매치포인트의 예가 될 것 같다. “떼돈 번다”는 말의 어원이 된 소나무를 운반하는 떼꾼들의 목숨을 건 래프팅과 사랑과 이별, 그리고 또다시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떼를 타는 순환의 인생을 화려한 격정으로 표현해 낸다. 여기에 정선 토박이 소리꾼 홍동주, 최진실의 소리와 연희단팔산대의 연주가 함께한다.
〈당산벌림〉은 경기도와 충청도의 농악에서 나오는 진법의 하나로 ‘ㄷ’자 대형으로 서서 ‘ㄷ’자 안을 무대삼아 독무나 군무를 선보이는 대목이다. 연희단팔산대의 연희감독 김운태는 어린 시절 유랑농악단의 단장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호남농악을 기반으로 하고 전국의 다양한 농악을 배운다. 각 농악에는 진법(陣法)이라 하여 대열을 이루었다 푸는, 마치 전쟁터의 집법과 같은 군무를 운영하는 비법이 있다. 그는 농악과 발레와의 만남의 방법으로 〈당산벌림〉을 선택했다. 발레의 기본은 군무이다. 거기에서 탁월한 자들이 솔리스트가 되는 것처럼, 농악도 군무가 우선이고 그들 중 ‘수장구’, ‘수법고’라는 악기 각각의 수장이 솔리스트가 되어 독무를 선보인다. 당산벌림이라는 ‘ㄷ’자 무대에 농악단원을 내보내고 또 발레단원을 맞이하여 그들의 활달하고 정교한 테크닉, 오로지 비트가 중심이 된 현란한 디베르티스망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연희감독이 선택한 만남이다.
정확히 짠 안무가 아닌 적당한 틀을 주고 나머지는 춤꾼의 본능에 맡겨 당일의 리듬감으로 솟구치는 판, 전통적인 용어로 “굿이 핀다”는 절정의 순간이 만들어지는 열린 판으로 대단원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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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별곡
2016. 11. 26. 토요일 오후 3시, 2016. 11. 27. 일요일 오후 5시
LG아트센터(2호선 역삼역)
주최: 한국문화재재단
후원: 문화재청
출연: 서울발레시어터, 연희단팔산대
기획연출: 진옥섭
안무: 제임스 전
연희감독: 김운태
예매방법: LG아트센터 홈페이지(www.lgart.com) 02-2005-0114, 네이버예약서비스
티켓: R석-70,000원 S석-50,000원 A석-30,000원 B석-20,000원
문의: 02-3011-1720
공연 프로그램
문굿_ 연희단팔산대
Hope(각설이타령)_ 서울발레시어터
장한몽_ 연희단팔산대
아리랑별곡_ 서울발레시어터, 연희단팔산대
판굿_ 연희단팔산대
도시의 불빛_ 서울발레시어터
채상소고춤_ 김운태
당산벌림_ 서울발레시어터, 연희단팔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