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Dance Webzine's Eye_ 매튜 본 〈잠자는 숲속의 미녀〉
2016.7.1



안무가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매튜 본에 의해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6월 22일-7월 3일, LG아트센터, 평자 25일 밤 관람)는
분해되었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새롭게 태어났다.

고전의 재해석에 있어 특별한 재능을 보였던 안무가는,
더 선명해진 캐릭터,
더 강렬해진 스토리,
더 인상적인 댄서들의 연기력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옛날 옛적에 아이를 갖지 못한 왕과 왕비가 살았습니다”라는 자막,
이어 아이를 본떠 만든 인형이 등장하는,
동화적인, 기발한 도입부는,
초반부터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 헤치며, 작품에 몰입시킨다.

왕과 왕비가 아이를 갖기 위해 악에게 손을 내미는 설정부터가 파격적이다.
뱀파이어 스토리를 접목시키고,
발레에서 라일락 요정을 ‘요정들의 왕’이란 역할로 남성 무용수들이 맡고,
마녀 카라보스 역과 그녀의 아들 카라독 역을 한 명의 남성무용수가 맡고,
발레에서 데지레 왕자 역을 왕궁의 문지기가 대신해 오로라의 연인 역을 맡도록 한,
캐릭터의 설정과 변환도 자극적이다.

스토리의 제조기답게 매튜 본은,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들도록 작품을 구성했다.
오로라의 탄생은 1890년대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탄생하던 때로,
그녀가 성인이 된 시점은 1911년으로,
오로라가 잠에서 깨어나는 시점은 100년이 지난 2011년,
그리고 오로라의 결혼식은 지금 현재로.
이 같은 시간의 변이는 다양한 형태의 춤과 의상, 분장, 무대미술 등 드라마와
비주얼을 확충하는데 일조했고,
일반 대중들을 겨냥한 춤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아쉬움도 있었다.
무엇보다 춤에 있어서 미진했다.
요정들의 춤, 파드되, 트리오, 4인무, 군무 등에서 정통 발레에서부터 테크노 댄스까지 여러 춤들이 난무했지만, 그 질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오로라와 그녀의 연인인 왕실 정원사 레로의 2인무는 춤 그 자체로
심금을 울리지는 못했다.
댄스 뮤지컬을 표방한 작품이라면, 화려한 보여 주기식 춤을 넘어
춤의 질로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호두까기인형〉〈백조의 호수〉에 이은 매튜 본의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의 마지막 정복 시리즈.
음악과 춤의 조합에서, 다른 어떤 작품보다 완벽한 조합을 이룬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견고한 성.
잘 알려진 동화적인 소재가 갖는 보편성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자신의 장기인 성의 역할을 바꾸는 지혜를 보였지만,
매튜 본의 해체 작업은 차이코프스키와 마리우스 프티파가 보여준 그
고고한 예술적 아성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장광열/춤비평가)

사진제공_LG아트센터

2016.7.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