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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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평론가 박용구 선생 별세
2016.4.1

 20세기 한국 문화예술계의 ‘르네상스맨’으로 불리던 문화예술평론가 박용구 선생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2세.
 1914년 경북 영주 풍기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제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이라는 참극을 겪은 20세기 한반도의 척박한 예술적 토양에서도 음악·무용 평론가, 뮤지컬 제작자, 극작가, 연출가 등 르네상스적 문화인으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평양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니혼대학교에서 미학, 니혼고등음악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무용가 최승희의 스승인 이시이 바쿠로부터 잠시 무용을 배웠고,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광복 후에는 최초의 음악 교과서 '임시 중등 음악 교본'(1945), 근대기 최초의 음악 평론집 '음악과 현실'(1948)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후 베르디의 〈오델로〉(1960)를 연출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전신인 예그린악단이 1962년 창단하였을 당시 음악고문위원이었고 단장도 지냈다.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1966)를 제작하였고, 〈꽃님아 꽃님아〉 〈바다여 말하라〉 등을 잇달아 만들며 창작뮤지컬의 씨앗을 뿌렸다.
 또한 그는 건축가 김수근과 함께 건축 잡지 ’공간‘(현재 스페이스)의 창간을 이끌었으며 ’공간‘과 ’현대예술‘ 등에서 평론가로 활동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전위적인 공연의 본거지인 소극장 ’공간 사랑‘ 운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88서울올림픽 개·폐막식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베스트셀러 〈심포카 바리〉, 국립발레단 〈판타지 발레 바리〉,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 등 무용작품의 대본을 쓰기도 했다.
 2011년 100년의 근대 예술사를 망라한 구술서 '박용구-한반도 르네상스의 기획자'를 내놓았다. 2013년에는 백수(白壽)를 맞아 신작 '먼동이 틀 무렵'을 출간하는 등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한 평생 평론가, 연출가, 기획자, 제작자, 극작가를 겸하며 한국 문화예술계의 전설이자 신화로 불렸다.
 음악펜클럽 회장, 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니세프 문화예술인클럽 회장·한국위원회 고문,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회장 등을 지냈으며 은관문화훈장, 서울시 문화상 등을 받았다.

2016.4.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