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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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준의 춤 집대성 한 3권의 책
2015.9.1

 한국의 20세기 초반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 조선’ 등 상호 이항대립적 상황에 처해 있었다. 각기 다른 개념과 범주가 병존하던 시대, 경계를 가로질러 존재해야했던 전통예인 한성준(韓成俊 1874~1941)의 삶과 예술세계 및 존재론적 위상을 다룬 총체적 연구물이 쏟아져 나왔다.
 한성준은 한말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관통하고 광복을 앞에 둔 시점에 타계했다. 그는 민족문화말살정책이 자행되던 시대, 조선 고유의 춤과 가락으로 우리의 전통악무를 보존, 계승하고자 한 진정한 의미의 ‘전통지킴이’였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출간된 근대 전통예인 한성준에 대한 세 권의 전문서 발간은 그런 점에서 더욱 반갑다.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 · 연낙재(대표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2014년 근대 전통무악의 거장 한성준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을 창설, ‘위대한 유산, 한성준의 춤’이란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공연, 학술심포지엄, 회고와 증언, 다큐멘터리 제작, 춤체험, 한성준 고향탐방 등의 행사를 갖고 그 결과물을 기록화하여 이번에 세 권의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오래된 미래’, 내일의 유산, 한성준 춤의 원형과 재창조』(논문집), 『‘전통과 현대’, 경계를 넘어, 한성준의 존재론적 위상 재발견』(좌담집), 『‘위대한 유산’, 한성준의 춤, 기록화의 여정』(화보집)에는 ‘위대한 유산, 한성준의 춤’을 주제로 한 제1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행사의 의도와 취지가 오롯이 담겨있다.

 논문집 『‘오래된 미래’, 내일의 유산, 한성준 춤의 원형과 재창조』는 국제학술심포지엄과 학술세미나, ‘한성준 회고 & 이야기마당’으로 열린 연속 세미나의 성과들을 집약한 것이다. 한성준을 테마로 무용 및 전통음악, 민속학, 공연예술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자와 연구자들, 그리고 중국 조선족무용계의 대표적 학자들이 참여하여 진행한 논문 발표와 토론, 회고 등을 모아 엮었다. 송방송 한국음악사학회장, 이진원⋅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헌선 경기대 교수, 유영대 고려대 교수, 김태원 무용평론가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송방송은 일제강점기 경성방송국의 방송자료를 근거로 한성준의 근대음악사적 공헌에 대해 심층 분석했다. 그는 한성준이 고수(鼓手)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피리를 연주한 사실을 밝혀내고 특히 1930년대 경성방송국에 출연하여 무용반주곡을 연주하여 전통음악의 전승과 저변확대에 기여했으며, 나아가 근대 전통무용의 전승과 창조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논지를 개진하였다.
 이진원은 일제강점기 신문, 잡지에 실린 기사와 경성방송국에서 방송된 국악곡, 그리고 유성기음반 등 풍부한 실증자료를 토대로 한성준의 근대음악사적 업적을 고찰했다. 성기숙은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설립 동기와 운영방식, 공연활동을 다뤘다. 특히 1937년에서 1941년까지의 국내외 신문, 잡지자료를 토대로 1938년 12월 28일 조선음악무용연구회가 창립되었으며 이후 4년간의 활동을 집중 연구했다. 조선음악무용연구회는 근대 전통예능교육의 산실로서 우리 춤을 집대성하고 무대양식화했으며 전통춤의 레퍼토리화를 시도하고 나아가 근대 전통춤의 제작과 기획, 유통까지도 관장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대동가극단 예맥을 잇는 하진옥을 발굴, 그가 한성준이 설립한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마지막 제자임을 밝혀낸 김헌선의 연구도 값지다. 12세에서 15세까지 한성준의 조선음악무용연구회에 입문하여 춤과 소리를 배운 하진옥은 강선영과 더불어 한성준에게 직접 춤을 배운 유일한 생존제자라 할 수 있다.
 제2장은 “한성준의 예술정신과 공연미학”을 주제로 한성준 춤의 사상과 미학적 특징, 창작자로서의 한성준의 면모, 그리고 비평적 관점에서 한성준 춤의 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조망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비평적 관점에서 접근한 김태원은 한성준에 대해, 이른바 명무(明舞)로서 그가 춤에 대해 매우 해박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존무(尊舞)의 측면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중용의 무태(舞態)를 갖고 있다는 점, 율무(律舞)의 측면으로 음악적 장단과 하나가 되는 춤의 경지를 이뤄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대상에 대한 관찰의 산물로서 형사무(形似舞)적 측면, 그리고 시대적 요청에 따라 새로운 춤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신설무(新設舞)의 측면에서 한성준이 남다른 업적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제3장은 “한성준 전통가무악의 원형과 세계화”를 주제로 한 세 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한성준 춤의 계보를 기존의 경기류가 아닌 내포제로서의 가능성을 제기한 논문을 비롯해, 그가 남긴 국악음반의 복원 가능성과 한성준 춤의 브랜드화⋅세계화 모색에 이르기까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한성준의 존재론적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제4장은 “한성준과 중국 조선족무용”을 주제로 박영광 중앙민족대학 교수, 한룡길 연변대 교수 등 대표적 조선족 무용학자들이 필자로 참여하였다. 근대 전통예인 한성준이 중국 조선족무용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그것이 오늘날 어떤 가치로 맥이 이어지고 있는지를 짚어내고 있다. 한성준과 중국 조선족무용의 영향관계 및 동아시아로의 지평확장 가능성을 탐색하는데 유의미하다.

 좌담집 『‘전통과 현대’, 경계를 넘어, 한성준의 존재론적 위상 재발견』은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창설의 의도와 취지 및 그 의미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행사 진행방향, 행사의 특징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었고, 특히 범 무용계가 협력하고 원로와 중견무용가가 한 무대에 서는 등 계파와 세대를 초월한 행사라는 점에서 무용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주어졌다.
 2장에는 한성준 춤의 역사성과 향후 보존 계승방안 및 콘텐츠화의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수록돼 있다. 무형문화재제도와 한성준 춤과의 상관관계를 비롯해 전통춤 및 근대무용인물에 대한 기록화, 아카이브화의 중요성과 그 실천 방안에 대한 견해들이 피력돼 있는 3장의 내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4장에는 “한성준 후속세대,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라는 주제로 세 편의 글이 수록되었다. 이는 세 차례 진행된 ‘한성준 회고 & 이야기마당’이란 학술세미나와 토크콘서트 형식을 절충한 행사의 기록으로, 특히 한성준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마지막 제자 하진옥 선생의 발굴과 그분의 증언과 회고는 각별한 의미를 던져준다. 좌담집은 모든 행사의 주요 발언자들의 녹음을 풀어 정리하는 등 실증적 접근을 통해 기록적 가치를 더하는 한편 생생한 현장감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화보집 『‘위대한 유산’, 한성준의 춤, 기록화의 여정』은 약 500여쪽에 달하는 올컬러로 제작되었다. 제1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행사 전반을 시청각 자료로 남기기 위해 진행되었던 사진 및 비디오 촬영, 음성녹음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과 춤자료관 연낙재에 소장된 한성준 관련 자료들이 망라되어 제1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위대한 유산, 한성준의 춤’ 행사의 전 과정을 반추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편집되었다. 기획 단계에서 행사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시간순서대로 배치해 행사의 전모를 한 눈에 가늠할 수 있도록 입체적 편집을 시도하였다.
 특히 행사별 사진에 대한 상세 표기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국악⋅민속학자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한성준 관련 담론이 수록되어 있다. 또 근대 대표적 문화지성인 김을한, 홍종인 등 언론인으로부터 월간 ‘춤’지 발행인 고(故) 조동화 선생에게 인계되었다가 연낙재(硏駱齋)에 기증된 1920~40년대 한성준 관련 사진 등 희소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오래된 미래’, 내일의 유산, 한성준 춤의 원형과 재창조』 (논문집)
성기숙 엮음, 연낙재, 2015, 537쪽, 값 30,000원

『‘전통과 현대’, 경계를 넘어, 한성준의 존재론적 위상 재발견』 (좌담집)
성기숙 엮음, 연낙재, 2015, 412쪽, 값 30,000원

『‘위대한 유산’, 한성준의 춤, 기록화의 여정』 (화보집)
성기숙 글⋅편집, 연낙재, 2015, 481쪽, 값 45,000원

2015.9.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