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내 '1세대 문화 기획자'로 춘천인형극제·안동국제탈춤축제 등을 기획했던 강준혁(67) 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이 17일 새벽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판소리와 사물놀이, 현대무용과 재즈무대 등 전통과 현대예술을 아우른 공연을 기획한 한국 문화기획의 선구자로 꼽힌다. 음악애호가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 미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대학 시절부터 음악을 비롯한 연극·국악·무속·무용 등 예술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감수성을 갖춘 르네상스적 인간으로 불렸다.
1977년 개관한 소극장 '공간사랑'의 극장장을 맡으며 문화 기획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공간사랑을 설계한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그에게 이 공간의 극장장 자리를 맡겼다. 공간사랑은 1970~80년대 사물놀이가 탄생한 곳이자 무용공연을 포함하여 공연예술의 중심 공간으로 유명하다. 전통과 현대무용공연이 발현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작가(안무가)의 실험적이고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 이때 대거 등장했다.
1989년 지역축제의 효시가 된 춘천인형극제를 만들었고 같은 해 종합 문화 기획 사무실 '스튜디오 메타'를 설립했다. 공간사랑 시절부터 꿈꿔온 ‘스튜디오 메타’ 창설은 그의 주변에 모여든 문화 꿈나무들을 위한 마당을 펼쳐줬다. 연기예술학교 아리아카데미,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등 고인이 산파역을 맡은 다양한 문화연구체가 오늘 문화 각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 일꾼들을 길러낸 산실이다. 안동국제탈춤축제, 세계평화축전, 한일월드컵 '수원월드컵축제 오픈문화' 등을 기획·총괄하면서 한국에 문화기획이 뿌리 내리는 데 이바지했다.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 '한국의 밤' 예술감독(1998), 임진각 세계평화축전 총감독(2005), 유민 홍진기 창조인상 심사위원 등을 맡았다.
1995년에는 다움아카데미를 세우고 문화기획자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2000~2002년 추계예술경영대학원 원장을 지낸 뒤 2004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을 개설하고 이곳에 몸담다가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1988) 등을 받았다.
부인 김성수(의사)씨와 형 강준일, 동생 강준택(전 춘천인형극장장)씨 등을 유족으로 남겼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19일 오전 9시. 02-2072-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