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립극장 2023-2024 레퍼토리시즌
2023. 8.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2023-2024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하 2023-2024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2023년 9월 1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304일간 신작 24편, 레퍼토리 9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3편 등 총 60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묵향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묵향〉​(23년 12월 14~17일, 해오름극장)이 4년 만에 돌아온다. 매·난·국·죽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2013년 초연 후, 국내는 물론 일본·홍콩·프랑스·덴마크·헝가리·세르비아 등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찬사를 받았다. 고(故) 최현의 ‘군자무’를 바탕으로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하고 간결한 양식미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했다. 2021년 리모델링을 마친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만에 안방 무대에 오르기 전 〈묵향〉​은 캐나다 오타와 국립예술센터(23년 10월 10일)와 미국 워싱턴 케네디 센터(23년 10월 18일)에서 해외 관객과도 만난다.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과 한국‧미국 동맹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이다. 섬세하고 깊은 호흡의 춤사위, 세련되고 단아한 무대 미학이 화선지 위로 그려지는 짙은 먹선처럼 강렬한 춤의 잔향을 남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자의서 ©김용호




신작 〈사자(死者)의 서(書)〉​(24년 4월 25~27일, 해오름극장)는 김종덕 예술감독이 국립무용단 취임 후 선보이는 첫 안무작으로, 티베트의 위대한 스승 파드마삼바바가 남긴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출발했다. 망자의 영혼이 방황하지 않고 사후세계에 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지침서로,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대표적인 불교 경전이다. 작품은 망자의 시선으로 의식과 상념을 건너 고요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을 춤으로 빚어낸다.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국립무용단 전 단원이 깊이 있는 움직임과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내는 가운데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몽유도원무




2022년 4월 더블빌(동시 상연) 형태로 한 무대에서 선보였던 〈신선〉​과 〈몽유도원무〉​는 각각 60분 내외로 규모를 확장해 돌아온다. 안무가 그룹 고블린파티의 〈신선〉​(24년 6월 27일/29일, 달오름극장)은 술에 담긴 풍류를 그린 작품으로, 현세의 걱정을 잊고 춤에 심취한 신선들의 놀음을 펼쳐낸다. ‘권주가(勸酒歌)’가 흐르는 가운데 취한 듯 비틀대면서도 균형을 찾아가는 이들의 몸짓은 한국무용 특유의 어르고 푸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고, 단순한 유희를 넘어 삶의 위로에 다가간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안무한 〈몽유도원무〉​(24년 6월 28일/30일, 달오름극장)는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굽이굽이’ 펼쳐진 한국의 산세를 창작 원천으로 삼아, 굴곡지고 고된 삶의 여정을 거쳐 이상 세계인 도원에 이르는 과정을 감각적인 춤과 음악‧영상 등으로 표현한다.

2024년 새해는 명절 기획공연 〈축제(祝‧祭)〉​(24년 2월 7~11일, 하늘극장)로 시작한다. 신을 맞이하고, 즐겁게 해서 떠나보내는 영신(迎神)‧오신(娛神)‧송신(送神)의 의미를 담은 춤으로 액운을 떨치고 행복을 기원하는 무대다. 지전춤‧진쇠춤‧버꾸춤‧교방살풀이춤 등의 전통 춤사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우리 춤 소품들로 채워진다. 국립무용단의 흥겹고 다채로운 춤 잔치로 색다른 명절 나들이를 즐겨보자.

─────────────────────────



국립극장 2023-2024 레퍼토리시즌

2023. 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