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한국춤비평가협회(춤비협) 2023 정례 포럼이 5월 3일 오후 예술가의 집에서 있었다. 이번 포럼 발제문 3편은 전통춤과 연관된 주제를 다루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발제자는 춤비협의 김영희, 서정록, 송성아 회원. 춤비협의 정례 포럼은 ‘문명의 변동과 춤’을 큰 주제로 2021년까지 열렸고, 그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잠정적으로 유보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열렸다. 김채현 회장은 “코로나가 수그러들며 정례 포럼이 재개되어 감회가 깊다. 포럼이 제자리를 회복하여 비평 작업이 연구를 병행하는 본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게 되어 앞으로 더 기대가 크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소개하였다.
한국춤비평가협회 정례 포럼 현장 ⓒ춤웹진 |
첫 발제 〈21세기 초 전통춤 공연현장: 새 개념 설정 · 범주화가 필요하다〉에서 김영희 회원은 현재 전통춤 공연이 활발한 가운데 무용인들이 품는 의문을 소개하며 발제를 시작하였다. 전통춤에는 어떤 종목이 있는지, 전통춤의 재구성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새로운 창작 아이디어를 전통춤의 기법으로 추는 춤들을 전통춤 영역과 새 영역 가운데 어디에 포함해야 하는지, 스승에게 배운 춤을 자신의 춤으로 소화하면서 스타일이 달라진 전통춤에 대해 스승 ○○○류라 설명하는 최근 게 적절한지 등의 의문을 비롯하여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재 개인 종목의 예능보유자 지정 예고한 데 대한 반대 의견, 이북5도 무형문화재 종목에 부채춤이나 화관무가 지정된 점, 같은 계보의 전통춤이 국가문화재와 지방문화재로 나란히 지정되어 있는 점 등의 문제점을 거론하였다.
전통춤 현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 같은 의문과 문제점을 풀기 위한 방안으로 김영희 회원은 1) 전통춤 개념을 다시 헤아려 보아야 한다, 2) 2000년대 들어 변화하는 전통춤의 여러 양상들에 대한 전반적인 파악이 필요하다, 3) 이전의 전통춤 개념에 수렴되지 않는 새 양상의 전통춤들을 신전통춤으로 개념화하고 이를 범주화하는 작업이 있어야 하겠고 그에 적절한 새 명칭이 있어야 할 것을 제안하였다.
두 번째 발제 〈한국 궁중춤에서 남면(南面)의 의미와 전승〉은 현재 무대에서 재현 형태로 더러 행해지는 궁중춤의 방향 문제를 다루었다. 여기서 서정록 회원은 먼저 궁중정재를 왕이 붂쪽에 자리잡고 남쪽을 향해 관람하는 행위를 남면이라 밝혔다. 그래서 원래의 궁중정재에서 출연자들은 왕을 향해서 보고 추므로 출연자들은 북면(北面)을 해야 하였다. 하지만 오늘날 극장 무대에서 출연진들이 관객을 향해 춤을 추는 것은 남면에 해당하기 때문에 발제자는 출연자의 남면 응시가 궁중정재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 방향 설정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전통의 왜곡을 우려할 만한 한 사례로 거론하였다.
궁중정재에서 왕이 남면하는 관행의 역사적 연원과 이념적 근거를 서정록 회원은 중국과 한국의 고문헌들을 토대로 짚어내었다. 일례로서, 왕의 별자리가 북극성에 해당한다는 〈논어〉의 구절을 토대로 임금의 자리가 남쪽을 향한다는 전거와 남면을 뒷받침하는 여러 자료들을 소개하였다. 덧붙여 남면과 명당 개념의 깊은 연관성, 한국 궁중정재에서의 남면 관행들에 관해서도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의견을 피력하였다. 발제자는 현재 무대에서 행해지는 출연자의 남면이 온당한 것인지, 출연자의 남면이 행해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 등을 구명해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세 번째 발제 〈전통춤 구성의 체계적 규명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발표한 송성아 회원은 전통춤 구성 연구가 개개의 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개개의 춤에 대한 연구에 못지 않게 전통춤 구성의 일반론 차원의 연구가 진척되지 않는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전통춤 구성 일반론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안을 이번 발제에서 제시하였을 밝혔다.
송성아 회원은 전통춤 구성 단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서 먼저 마루를 소개하였다. 음악 분야에서 쓰이는 마루 개념을 참조하며 발제자는 전통춤 전문인들 사이의 마루 개념을 춤 구성의 기본 단락이라 정리하였다. 이에 따르면 각 전통춤 종목은 동작소〈 춤동작 〈 어휘춤사위 〈마루 〈 과장 〈 전체 춤으로 서열화되므로, 동작소, 춤동작, 어휘춤사위, 과장에 대해 발제자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승무〉 염불과장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향후 구체적이며 면밀한 연구가 과제로 진척되어야 할 것임을 제안하였다.
한국춤비평가협회 정례 포럼 현장 ⓒ춤웹진 |
이번 발제 내용들과 관련하여 전통춤의 시대 하한을 언제까지로 잡을 수 있는가, 신전통춤과 창작춤의 개념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가, 남면 관념과 풍수지리 사상의 연계점은 어떻게 판단될 수 있는가, 마루와 마당의 개념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 등 여러 질의가 제시되어 포럼의 활발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당일 대관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질의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전되지 못해 참석자들에 큰 아쉬움을 남긴 것으로 보였고 향후 주최 측이 개선안을 갖고 정례 포럼에 임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당일 포럼장에는 코로나 이전의 예년과 다름 없는 규모의 무용인들이 참석하여 포럼 대화를 향한 무용인들의 의지를 엿보게 하였다.(발제문 전문 참조: 〈춤웹진〉 5월호 게재)
〈춤웹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