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세종예술의전당에서 공연 리허설 도중 무용수 2명이 무대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최 측인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8월 22일 오전 11시 43분쯤 세종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제31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의 리허설을 하던 20대 남녀 무용수 두 명이 2.9m 높이의 오케스트라 피트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당한 무용수들은 서울 소재 민간무용단체 나브(NARB)의 소속으로 주관인 (재)세종시문화관광재단(세종예술의전당의 운영주체)의 초청을 받아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개막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이 사고로 여자 무용수는 장기 일부가 손상돼 119 구급대에 의해 후송된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서 5시간여에 걸친 절제 수술을 받았으며, 근육과 등 쪽이 찢어져 무용수로서 이전과 같은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 무용수는 갈비뼈 골절 등 경상을 입고 서울 소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오케스트라 피트는 무대 아래에 위치한 리프트식 공간으로 관현악단 협연 등에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무용 공연과 같이 넓은 무대가 필요한 경우 피트를 무대 높이에 맞춰 올리지만 이번 리허설에서는 피트가 바닥으로 내려가 있었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날 오케스트라 피트가 바닥으로 내려가 있던 것은 기획공연의 의도였다고 보고받았다”면서 “공연단체의 예술감독이 리허설 전, 오케스트라 피트를 내려 달라고 세종예술의전당 관계자에게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락 방지를 위해 무대 가장자리에 녹색 테이프를 부착했으나, 무용수들이 춤에 몰입한 나머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고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무용수를 포함해 출연진들은 “오케스트라 피트 하강에 대해 핵심 스태프만 알고 있었고 출연진 모두에게 공지되지 않았다”면서 출연진이 공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음을 피력했다. 사전에 현장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장 안전교육 이수확인(서명)을 사고 후에 받으려 해서 출연진 모두가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사전에 안전교육을 했고 안전요원도 배치했다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한편, 사고를 당한 여자 무용수의 경우 3주간의 입원비와 간병비 등 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용을 모두 개인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무용수의 가족은 “공공기관에서 사고가 났는데 이것을 오롯이 개인에게 다 떠넘긴다는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라면서 “무용단이 세종시(문화관광재단)와 계약을 할 때 계약서상으로 보험에 가입하라고 돼 있는데 가입을 하지 않았고, 시(재단)에서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 같다”고 호소했다. 세종예술의전당과 맺은 공연 계약서에는 보험 가입이 의무라고 명시돼 있지만, 소속된 무용단이 상해 보상, 산업재해 보험 등 사고에 대비한 어떠한 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 무용수 측의 주장이다.
대전MBC뉴스 9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예술의전당 측은 공연단체와의 계약에서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연계약서에 공연단체는 사고에 대비한 보상보험이나 상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은 것이다. 세종예술의전당 역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세종예술의전당의 관리 주체인 세종시문화관광재단도 공연단체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연단체 측은 보험 미가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는 아니었다며 치료비 지원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예술의전당 측도 관리 소홀 가능성을 인정하며 시가 운영하는 시설물에서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를 진행하는 영조물 배상 공제를 통해 배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률 자문 결과 이번 사고가 설치 관리상에 하자에 해당하지 않아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며 다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 무용수는 지난 8월 10일 무용단과 세종예술의전당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세종남부경찰서는 “세종예술의전당과 공연단체 관계자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으며 더 자세한 내용은 알려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8월 23일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5 찾아가는 국립극장 x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공연 리허설 중 국립무용단 조안무가가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국립극장 측은 당시 리허설에 앞서 조명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조안무가가 약 2m 높이에서 추락하여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으나 1개월여 지난 현재까지도 사고 경위와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하지 않은 상태다.
잇따른 안전사고는 춤계와 예술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사고 경위에 대한 보다 명확한 조사와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연 현장의 구조적 문제와 안전관리 시스템의 미비를 지적하며 향후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