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한국춤비평가협회 2024 한국춤비평가상 시상식ㆍ2025 신년 대화 모임
춤웹진 편집부

한국춤비평가협회(회장 이종호)가 2월 5일 오후 2시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신년 교례와 2024 한국춤비평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종호 춤비평가협회 회장, 채희완 전 회장, 김채현 〈춤웹진〉 편집장, 이만주 회원, 이지현 회원, 장광열 회원, 권옥희 회원, 김혜라 회원, 송성아 회원, 정옥희 회원, 한석진 회원 등 춤비평가협회 회원과 춤비평가상 수상자를 비롯해 김재원 국회의원, 국립발레단 김현아 팀장 등 정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시상식에 앞서 한국춤비평가협회 이종호 회장은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올해 춤비평가상에 9편의 작품과 더불어 연기상에 세 분, 평생공로상에 두 분을 선정했다. 춤계에 문제점이 많음에도 현저히 창작 능력과 작품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희망을 품고 고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춤계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내다보았다.

이어서 채희완 전 회장은 “북을 두드려가면서 마음껏 신나게 놀다 지쳐 쓰러지고 나서야 춤이 멈추는 걸 ‘고무진신(鼓舞盡神)’이라 하는데, 고행에 가까울 정도로 춤에 온몸과 마음, 그리고 자신의 세상을 쏟아붓는 분들 덕분에 고무진신의 세상이 올 거라고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채현 〈춤웹진〉 편집장은 “올해 2월부터 미국의 뉴욕타임즈, 영국의 더 가디언즈, 더 타임스 등 전 세계의 권위 있는 매체에서 월별 기사를 정리하여 한국의 무용가나 기획자, 마니아들에게 도움될 만한 춤기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춤계를 다루는 풍성한 〈춤웹진〉의 기사 내용을 소개하며 청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어서 내빈 소개와 함께 춤 단체의 주요행사, 올해의 사업 계획 등을 공유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에서 들여다본 예술계는 지위나 예산 등 열악하기에, 현장 예술인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문화예술 분야의 기금을 만들기 위해 모색 중이다”며 “예술/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현아 국립발레단 팀장은 “5월 존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 6월 새롭게 개관하는 GS아트센터에서 이어리 킬리안의 작품을 묶어 선보이는 ‘킬리안 프로젝트’, 8월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 국립발레단의 대표 공연 ‘KNB Movement Series’, 11월 〈지젤〉, 12월 〈호두까기인형〉등 2025년 국립발레단의 라인업과 3년간 진행 중인 아카이브 사업과 문화소외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발레 기회를 제공하는 ‘꿈나무 발레교실’ 등 2025년에 계획 중인 여러 사업을 소개했다.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SIDance)’ 예술감독은 “9월 9~28일에 열리는 ‘SIDance’ 프로그램으로 정치 이념이나 종교가 양극화되며, 극단적 대립과 분열이 발생하는 시대에 관한 주제를 춤으로 풀어낸 국내외 작품을 모색 중”이라며 관심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올해부터 ‘SIDance’의 일환으로 해외에 작품을 수출·홍보하기 위한 플랫폼 ‘후즈 넥스트’가 독립된 행사로 9월 19~24일,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은 9월 24~28일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생공로상은 ▲전통춤의 큰 스승인 최선, 강선영, 이매방 문하에서 수련하였고, 전통춤 및 전통춤을 토대로 한 창작 활동을 하며 평생의 춤 길을 걸었으며, 국가무형유산 승무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후에는 전통춤의 공연과 교육 활동에 더욱 전념하며, 전통춤계의 어른으로서 크게 이바지한 채상묵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보유자, ▲2024년, 16년 만에 제자들과 함께 〈遠聞-천상의 춤과 소리〉 공연을 마련하고, 진관사국행수륙재를 집전하는 등 지난 50년 넘게 후학을 양성하고 불교예술의 보존과 전승에 힘써온 동희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어산 어장이 수상했다.

채상묵 선생은 “작년에 공연 ‘인생 80 채상묵 춤 향(香)’를 마무리했고 평전 「인생80 채상묵의 춤 이야기」를 출간, 80평생을 춤만 추면서 이 길을 걸어왔다“며 ”남은 삶 동안 후학들을 열심히 지도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감사히 상을 받겠다“고 말했다.

동희 스님은 “꾸준히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오늘까지 7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면서 예인의 길을 걷는 선생님들과 함께 자리에 서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오늘 이 자리를 함께 해서 영광이다”며, “범패나 작법을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관심을 갖고 묵묵히 정진하는 후학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의 작품상은 모던테이블 김재덕의 〈Medita〉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Medita〉는 “내면적 움직임과 한국적인 미감이 어우러져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에너지가 유려하게 흐르는 움직임을 시적 운율로 승화시켜 춤의 서사를 자발적으로 생성시키는 깊은 철학적 안무력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았다.

시상 당일 해외에 체류이던 김재덕 안무가를 대신해 모던테이블 이준석 단원이 대리 수상자로 나서 안무가의 수상 소감 메모를 낭독했다. 김재덕 안무가는 “〈Medita〉는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함께 해준 단원들 덕분에 큰 힘이 되었다”며 단원에게 공을 돌리면서, “앞으로도 춤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베스트 작품에는 ▲오브제를 이용한 무용수들의 에너지 배분, 이를 움직임과 음악의 확장으로 이어간 안무가의 뛰어난 감각과 세밀한 구성력이 돋보인 김민의 〈Are You Guilty?〉, ▲이육사라는 인물을 통해 역사의식을 갈구하고 전망하는 사람들의 절실한 감정을 아름답고 지적인 춤과 시적이고 감각적인 무대장치로 구현, 특별한 무대 감수성과 웅순깊은 사유에서 비롯된 강인한 춤 정신을 보여준 김현태의 〈큰 강이 비로소 길(佶)을 열었다〉, ▲극장 내 규칙과 제약이 예술가에게 대한 권력이자 영향력 행사임을 갈파하면서 독창적인 안무법으로 새로운 춤적 비전을 제시, 관습적인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실천적으로 돌파할 가능성을 제시한 김형민의 〈I Dance the theater〉, ▲성적 소수자로 몰린 50대 남성이 내면적 갈등과 사회적 억압 속에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긍정을 통해 끝내 자기 확인에 도달, 사회적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생명에 관한 생물학적 자유와 사회학적 자유의 문제를 동시에 거론한 주제의식이 돋보인 박소희 ‧ 정승환의 〈민들레〉, ▲타인, 존재, 감정, 육체의 네 가지 죽음을 본능적, 가학적, 파열적인 몸짓과 움직임을 기반으로 관객의 시선 정면에서 현장감 높게 제시하면서 잔혹극 양식의 발상을 환기하고 정석(定石)의 춤 움직임을 과감하게 벗어남으로써 감성과 감각, 지각 활동, 그리고 춤 활동에서 주체가 자기 자신임을 반추하도록 한 배진호 〈죽여버리기(Kill)〉, ▲한글 특유의 미적 조형성을 묘파, 훈민정음의 소리와 국악 타악 리듬에 맞추어 경직된 발레 움직임과 거리를 둔 컨템퍼러리 발레로서 전신 움직임과 발레의 라인을 적극 활용하여 자음과 모음을 몸 움직임으로 구현하고 자모(字母) 낱글자들과의 유희성을 활달하게 부각시켜 언어적 소통매체로서 훈민정음의 가치를 환기함과 동시에 한글의 미래를 향한 발원(發願)을 난장 스타일로 펼친 백연의 〈발레로-훈민정음〉, ▲점차 메말라가는 세계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풍토에서, 보기 드물게 진솔한 마음을 표현한 작품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과 진정성 느껴지는 춤으로 한 예술가의 삶과 작업에 대한 깊은 고뇌를 효과적으로 보여준 정재우의 〈헤어질 결심〉, ▲통제 가능한 기술적 장치와 통제되지 않는 주체적 인간상을 배치시키는 감각적인 연출로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실험적인 형식으로 관객의 시선과 사유를 촉진하며, 인공지능의 시대 종말론적 휴머니즘의 의미를 환기시킨 정훈목의 〈Yaras〉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Are You Guilty?〉를 안무한 TOB GROUP의 김민 안무가는 “한국에 무대가 없어서 외국 경연에 출전하기 시작했으나 비자 문제로 재공연이 어렵다는 것에 회의를 느꼈는데, 이번 상을 통해 건강한 자신감과 작품을 지속할 수 있다는 위로의 토닥임을 받았다”며 앞으로 정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큰 강이 비로소 길(佶)을 열었다〉를 안무한 정길무용단의 김현태는 선후배가 “합심하여 만든 작품이다”며 작업을 함께한 무용수와 스태프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역 무용단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I Dance the theater〉를 안무한 5Edges의 김형민 안무가를 대신해 작품에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한 김영미가 대리 수상했다. 김영미는 “2년간 작업을 거쳐 올린 작품인데,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동행한 모든 협업자에게 감사하다”며 “사회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시대에 춤이 모든 경계를 연결하고 마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한 안무가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민들레〉를 안무한 하야로비무용단과 뽕잡화점의 박소희 ‧ 정승환 안무가는 하야로비무용단 단원 궁다빈을 통해 수상 소감을 전했다. 박소희 안무가는 한마음으로 애쓰면서 작품을 함께 만든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했고, 정승환 안무가는 “도전이 가득한 작품임에도 청년들의 열정을 좋게 봐주시고,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죽여버리기(Kill)〉를 안무한 SAL의 배진호 안무가는 “분노와 공허함을 느꼈던 시기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고자 단원들과 4개월간 만든 작품으로,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서로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자신을 표현하며 저를 위로해 준 가족 같은 단원들에게 이상을 바친다”고 말하며, “동시대를 잘 읽으며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발레로-훈민정음〉을 안무한 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의 백연 안무가는 훈민정음을 같이 표현해주고, 함께 어려움을 짊어졌던 무용수에게 감사를 전했고, 〈헤어질 결심〉를 안무한 댄스컴퍼니 브레이브맨의 정재우 안무가는 “인생에서 춤만 바라보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는데, 이러한 고민을 담은 〈헤어질 결심〉으로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Yaras〉를 안무한 주목 댄스 씨어터의 정훈목 안무가를 대신해 작품에 참여한 최민욱 무용수는 “이 상은 비평가들이 주는 상이라 더욱 각별하고 소중하다”며 작품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무용수, 그리고 작업 동안 섬세함을 가장한 예민함과 까칠함을 너그럽게 보듬어준 가족에게 감사를 표한 안무가의 소감을 전했다.

춤 연기상에는 ▲창작춤 〈씨앗에서 새싹까지〉에서 한 생명의 포태, 출산 및 그 창조적 진화과정을 주제로, 살과 살갗과 3천여 뼈마디, 그리고 온갖 땀과 눈물과 피와 체액 등의 직감관 언어매체를 순도 높고 장쾌하게 구사함으로써 우리 춤문화 언어를 크게 확충시킨 깅평수, ▲기교적이고 다듬어진 춤이 아니어도 주제를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능력이 뛰어났다. 즉흥적인 듯하지만 계산된 직관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을 훌륭히 소화한 〈NoBody〉 류장현, ▲존 뉴마이어 안무 〈인어공주〉의 인어공주 역,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 〈라 바야데르〉의 니키아와 감자티 역을 표현함에 있어서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안정된 테크닉과 음악적 해석이 뒷받침된 독창적인 캐릭터 창출로 컨템포러리 발레와 클래식 발레 모두에서 탁월한 춤과 연기력으로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에 크게 기여한 조연재가 수상했다.

〈씨앗에서 새싹까지〉의 김평수는 “예술이 자위나 독백의 경계를 넘어설 때 비로소 공동체의 몸짓이 된다”며 “이 땅에 민족의 이름으로 해결되지 못한 일들을 몸짓으로 해결하는 것이 춤꾼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그런 춤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NoBody의 류장현은 툭툭 던지는 즉흥춤과 같은 문장으로 울린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Fernando Pessoa)와 그 여정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동행한 김윤정 안무가에게 감사를 전하는가 하면, 국립발레단의 〈인어공주〉, 〈라 바야데르〉의 조현재는 “표현하고자 하는 연기나 캐릭터 분석을 하며 작품에 접근했는데, 그 부분을 인상 깊게 봐주시고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무용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춤비평가협회는 20여 년 한국 춤 평단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온 한국춤평론가회를 승계, 회원을 재구성하여 2010년 1월 11일 창립했다. 창립 초기의 공동대표제에 이어 이순열, 채희완, 김채현 춤비평가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이종호 회장과 운영위원(이순열 채희완 김태원 이종호 장광열) 및 회원(이만주 김영희 이지현 서정록 권옥희 김혜라 방희망 송성아 정옥희 한석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도 한국춤비평가협회는 무용계 발전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상반기 정기 포럼을 개최하고 2013년 제정된 춤비평신인상 공모사업을 올해도 추진한다. 연말에는 2025 한국춤비평가상&베스트 작품과 춤비평논저상을 선정하고 차년에 시상식을 개최한다. 2025년 3월 현재 통권 187호의 무용전문지 〈춤웹진〉은 매월 1일과 16일에 정기 발행된다.

2025. 3.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