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공동체의 춤 신명천지 마당굿 16 
야외공간의 탈춤을 극장무대공간으로 옮기면서
채희완_춤비평가

다음의 글은 대전시립무용단(단장 김매자)이 봉산탈춤을 대전시민회관이라는 실내 로시니엄 공간에서 공연(2007년 6월)하면서 거기에 붙인 연출자(채희완)의 말을 옮겨 적은 것이다.

 

야외 마당에서 놀아졌던 탈춤을 극장무대 공간으로 옮겨봅니다.

명절날 세시풍속의 하나로 날 잡아 고을 사람들끼리 놀았던 탈춤을 아무 때나 잡아 도시 관중 아무에게나 그들을 상대로 놉니다.

길놀이와 고사굿으로 터를 닦고 천지신명께 놀이를 알리던 인사굿도 치르지 않은 채 막바로 공연을 시작합니다.

열린 공간의 것이 프로시니엄 아취, 상자무대 속으로 들어가니 갑갑하겠지요.

불을 끄고 깜깜한 데에 조명을 쓰니 집중은 되나 그 타오르던 횃불 속에 번지던 열기는 그만하고 식고 말겠지요.

있는 말 없는 말로 거침없이 재담하던 입씨름, 몸씨름도 절제된 연극대사처럼 읊조리니 목소리조차 오그라들고 조심스럽습니다.

보란 듯이 당당하고 신바람 나던 걸음새도, 몸짓춤도 앞뒤 살펴 조신하니 거북하기가 말도 못합니다.

이래서야 어찌 일컬어 일하던 민중들의 신명판이라 하겠으며, 하는 이, 보는 이 할 것 없이 함께 판을 짜던 탈춤마당이라 하겠습니까?

탈춤은 탈과 춤이 재담과 소리를 타고 탈난 것을 탈잡아 놀던 ‘민중 생활 희비 가무 탈극’이었습니다. 제의극, 놀이극, 상황극, 민중발언극, 환경극, 축전극, 총체가무극으로서 탈춤의 특성과 영험한 힘은 극장무대에서는 사라지고 말 뿐인가.

‘감성독재의 일방통로’라고 하는 프로시니엄 무대공간에서 감성적 비판의 공유와 그물망(네트워킹)을 실현할 방도는 도대체 없는 것인가.

서사성이 내장된 옴니버스 스타일의 ‘연산구조’로 틀을 잡고, 유희적 리얼리즘으로, 웃음과 울음의 희비쌍곡선으로, 벽사진경(辟邪進境)의 살풀이와 신명의 복합체로서, 내면적 내향적 신명으로 축적하고 집단적 외향적 신명으로 분출함으로써 초월적 비판과 비판적 신명의 체험을 무대공간에서는 결코 수행할 수 없는 것인가.

 

생활공간이자 문화 표출공간인 탈춤의 공간의미를 무대 공간 속에 살려내는 길을 자연과 땅에 대한 우리의 공간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풍수시각’을 통해 찾으려고 합니다.

‘풍수시각’이란 어머니 마음으로 땅을 보면서 동기감응(同氣感應)으로 생기(生氣:생명기운)를 얻거나 ‘주체가 생기를 올라타고 있는 광경(昇生氣體驗)’을 지향합니다. 생기가 흩어지지 않게 하는 장풍(藏風)과 생기를 멈추게 하는 득수(得水)가 바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이고,  이가 곧 풍수시각의 중심입니다. 생기가 뭉쳐 있는 혈처 터잡기가 요체인데, 좌향론(坐向論)으로 앉음새에서 방위잡기가 또한 묘책입니다. 

극장 무대공간의 터잡기와 방위잡기에서 풍수시각적 좋은 터잡기와 좋은 좌향이 원용되고, 그리고 무대공간 상의 흠집과 부정탄 것(살, 액)을 막는 비보책(裨補策)이 잘 구사된다면, 마치 풍수지리가 지향하는 승생기체험처럼 탈춤이 지향하는 비판적 신명체험을 무대공간에서도 능히 수행할 수 있으리라 짐작하는 것입니다. 

놀이와 극과 굿의 복합체인 탈춤이야말로 여러 갈래의 다양한 마당에서 ‘비판적 감성의 신명체험’을 내면적이고도 외향적으로, 집중(수렴)과 확산(확충)의 자유로운 연동운동으로 불러일으키는 원초적인 생태적응력의 산물입니다.

결국 연극은 마당이고, 프로시니엄 무대조차 마당의 한 갈래일 따름입니다.

이제 깜깜하게 실내공간의 불을 끄고 횃불과 모닥불 일렁이듯 ‘연극을 놉시다’라고 인사굿을 올립니다.

또다른 판씻음과 터벌임의 사방치기로 사위와 재담을 ‘뿌려주고’ 우리의 눈과 감성과 혼이 서로서로 몸을 섞으니 천지사방이 깨어 일어섭니다. 

이로써 현대무대공간에서 신명판은 이미 벌어졌습니다.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 〈(사)민족미학연구소〉 소장,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창작탈춤패 지기금지〉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 『한국의 민중극』(엮음), 『탈춤』, 『한국춤의 정신은 무엇인가』(엮음),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엮음), 『지극한 기운이 이곳에 이르렀으니』 등을 펴냈고, 그밖에 춤, 탈춤, 마당극, 민족미학에 관련된 논문과 춤 비평문이 있다.​​​​​​​​​​​​​​
2026. 1.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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