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차진엽 〈원형하는 몸:BEING BEING BEING〉
공간의 매직, 감응하는 몸
김혜라_춤비평가

안무가 차진엽의 2025년 〈원형하는 몸: BEING BEING BEING〉은 2020년부터 6년째 이어오는 ‘원형하는 몸’시리즈 연장선에 있다. 차진엽은 몸의 원형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실험을 하고 있고, 13, 14일 윤현상재 건물에서 선보인 공연도 몸과 환경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감각 경험을 여전히 다루고 있다. 이번에는 비닐과 공기를 이용해 몸과 물질, 생태와 환경을 연결하는 모습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다학제적, 다매체적 융합을 선도하는 차진엽의 창의력과 탐구력을 다시 주목하게 한다. 그녀의 노련한 퍼포먼스가 빛을 발한 매 순간마다 관객은 여러 층위의 시공간으로 스며들게 된다. 따라서 퍼포머와의 동행이 흥미로웠고, 세가지 섹션으로 구성된 공간 동선은 짧지만 실질적인 이머시브 공연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버려진 하찮은 물건들과 교감하려는 퍼포머를 통해 순간 생성되고 변형되는 감각적인 네트워크 공간에서 관객의 상상력도 확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차진엽 〈원형하는 몸: BEING BEING BEING〉, 콜렉티브A 제공 ⓒ스튜디오오프비트



과정공유의 형식으로 차진엽이 솔로로 춤추지만 공동창작자인 이병엽이 윤현상재 공간을 활용하며 시너지가 발휘된다. 특히 건축 폐기물을 모아 현대판 편경으로 재조합하고, 이 장치에 사운드 퍼포머 김지혜가 리듬을 발견해 낸다. 이병엽이 수집한 철제 파이프는 차진엽의 살갗이 닫고 문규철과 황선정의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분위기를 더해 그럴듯한 오브제로 인식된다. 노이즈를 활용한 사운드 구성이나 공연에 사용되는 모든 무용해 보였던 장치인 비닐, 에어캡, 깨진 도기, 돌, 철제 기자재 같은 것들은 이내 존재감을 부여받아 의미 있는 대상으로 변모된다. 비닐 소재가 공기와 바람으로 인해 발생되는 소리나 업사이클링 된 편경 소리는 의미도 재미도 있는 발견이다.





차진엽 〈원형하는 몸: BEING BEING BEING〉, 콜렉티브A 제공 ⓒ나나한키



건물 로비에는 그간 연구 과정과 결과물인 포스터와 책자를 전시해 놓았다. 타일로 꾸며진 긴 데스크이자 싱크대가 있는 장소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막걸리 한 잔을 건네는 낭만이 있다. 동시에 이곳은 퍼포머 차진엽이 감각적인 서사를 풀어내는 만능 무대가 된다. 자신의 작업 관점을 이야기하고 난 뒤, 차진엽은 데스크로 올라가 즉흥성이 가미된 여러 형상을 펼친다. 공기를 머금은 비닐은 변화의 매개체로 아기가 되기도 하고, 날개가 되기도 하고, 살풀이 천이 되어 수천가지 대상과 만나는 영물이 된다. 비닐로 시공간을 무화 시키는 형상들을 만드는 그녀의 행위는 신비로움까지 품어내며 사물을 다스리는 샤먼이 되어 간다. 만물의 신이 잠시 그녀의 몸을 빌어 대화하듯, 일일이 언급할 수 없는 여러 이미지가 넘실거린다. 공간의 매직이다.





차진엽 〈원형하는 몸: BEING BEING BEING〉, 콜렉티브A 제공 ⓒ스튜디오오프비트



주변의 구조물을 응용하는 퍼포머는 싱크대를 악기처럼 두들기기도 하고, 데스크 가장자리에서 줄타기를 하며 일상의 사물과 직관적으로 만난다. 이내 부풀어진 비닐 풍선으로 관객과 교감하다 두번째 공간으로 이동하여 미리 설치한 구부러진 철제 가장자리에 메달아 놓는다. 사람만이 아니라 무생물과도 교감하는 순간, 장치는 그럴듯한 전시물로 격상된다. 바닥에 깔린 에어캡을 사뿐히 밟을 때 나는 소리와 그 틈새 공기와 앰비언트 사운드가 결합해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물건을 포장하는 대수롭지 않는 것과 버려진 철제물이 퍼포머와 관계를 통해 그 가치가 재발견된다.



차진엽 〈원형하는 몸: BEING BEING BEING〉, 콜렉티브A 제공 ⓒ스튜디오오프비트



원형 무대에 비닐 장치가 설치된 세번째 공간으로 함께 이동한다. 바람과 비닐과 사투하는 퍼포머의 행위는 이 공연의 백미로 미시적인 몸속과 무의식의 세계를 동시다발적으로 접속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비닐과 공기와 행위가 결합되어 자궁 속 탯줄을 휘감은 태아 같기도 하고, 몸 속 장기에 사는 혈류 같아 보이기도 하다. 또한 퍼포머는 미지의 공간에서 유영하는 물질 같기도,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생명체 같기도 하다. 비닐의 변신, 안무자의 표현대로 ‘Sounding Skin’이 구현하는 소리와 형상의 생성 및 변형 과정을 펼친 공연은 지속적으로 안무가가 추적해 온 몸의 원형성 탐구를 구체화했다. 철거를 앞 둔 소멸될 공간에서 거칠고 흔한 물건(물질)들과 감응하는 사운드 퍼포먼스로 감각적인 사유를 촉발시키는 만족스러운 과정 공유였다.



차진엽 〈원형하는 몸: BEING BEING BEING〉, 콜렉티브A 제공 ⓒ스튜디오오프비트



차진엽은 지속적으로 대상과 신체의 경계를 허물어 심층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감각적인 환희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6년 동안 지속하고 있는 차진엽의 탐구가 해가 갈수록 다변화되고 있다. 물과 얼음의 순환과정에서 빛의 파장으로, 몸 속 미생물의 분열과 진화하는 생명체의 원리로, 몸의 각질 같은 부산물 나름의 존재적 역할까지도 포괄적으로 전작에서 다뤘다. 다이빙을 하며 바닷속에서 존재하는 생명체로서 자신을 탐색하기도 했고, 올 해는 비닐과 비정형적인 움직임을 통해 다시 한번 몸과 물질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감각을 느끼게 했다. 물리적인 원형(圓形)으로의 순환성과 정신의 근원적인 원형(原型)으로서 몸을 탐색하려는 안무가의 작업은 내년에도 이어진다고 한다. “예술은 표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원형)를 찾아가는 과정임”(차진엽)을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안무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혜라

현장 비평가로 20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를 통해 등단했다. 월간 <춤웹진>과 <더프리뷰>에 정기적으로 컨템퍼러리 창작춤을 기고하고 있으며, 국공립을 비롯하여 여러 문화재단에서 심의와 평가도 병행하고 있다. 세종시문화재단 자문위원이며 중앙대에서 비평관련 춤이론 수업을 하고 있다.​​​​​​​​​

2026. 1.
사진제공_콜렉티브A , 스튜디오오프비트, 나나한키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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