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한국춤비평가협회(회장 이종호)는 1월 22일 오후 2시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2026년 춤계 신년 교례회와 함께 ‘2025 춤비평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협회는 앞서 1월 13일 전체회의에서 정회원들의 장시간 논의를 거쳐,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공연작과 활동 가운데 공공무용단을 제외한 민간단체 및 개인의 예술춤 공연과 춤 관련 주요 활동을 대상으로 수상 내역을 확정했다.
이날 이종호 회장은 “평론의 기능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는 작품을 남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도 가끔 관심을 가져주면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평론가들도 더 정교해지고, 예술가들도 자기 점검을 통해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가상 시상식 및 신년 교례 현장 ⓒ춤웹진 |
이어 신년 교례의 의미를 더하는 시간도 마련돼 무용계 원로와 관계자들이 덕담과 당부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원로 무용가 하정혜는 “현장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후배들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종호 회장도 “예전에는 무용계에 현안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말씀을 듣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문화가 약해진 것 같다”며 “그 전통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행사에서는 내빈과 관계자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간단히 공유했다. 국립발레단 홍보마케팅팀 김현아 팀장은 4~5월 정기 공연을 비롯해 GS아트센터 공연, 6~9월 지역 투어, 10월 해외 공연, 11~12월 주요 레퍼토리 운영 계획 등을 소개했다. 국립무용단 오재원 책임 프로듀서 는 설 명절 공연을 시작으로 4월 신작과 6월 재공연, 레퍼토리 확장 등 상반기 계획을 전하며 “하반기는 프로그래밍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김자영 프로듀서 매니저는 5월 국제즉흥춤축제 공모와 8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 공연, 제주국제무용제 및 제주즉흥춤축제 등을 언급하며 관심을 요청했다.
이종호 회장은 CID-유네스코 한국본부 사업과 연계한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의 운영 방향도 함께 전했다. 이 회장은 “지원금이 감액돼 올해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국가 간 기념 연도를 국제교류의 명분으로 삼아 만남을 이어가고 그 관계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아울러 전통을 바탕으로 한 컨템퍼러리 창작을 위해 몇몇 안무가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춤비평가협회 2025 춤비평가상 수상자들 ⓒ춤웹진 |
올해 작품상은 김화숙과 현대무용단 사포의 〈다시. 간이역에서〉가 수상했다. 작품은 남원 서도역에서 장소특정공연으로 선보인 작업으로, 협회는 “음악의 서정성과 춤 이미지 속 역사적 서사성을 혼융해 엮어낸 탁월한 춤 연출력으로, 죽은 간이역인 서도역을 장소특정 공연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역사적 공간으로 되살려냈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시상식에서는 수상자인 김화숙이 해외 체류로 참석하지 못해 현대무용단 사포 측이 대리 수상했다. 대리 수상자는 “남원 서도역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 공간을 다시 기억해내고 시간의 흔적을 춤으로 되새기려 했다”며 “이번 수상은 코로나 이후 무대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과 역사적 의미를 찾아 춤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응원해주는 상으로 받아들인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수상자 메모를 전하며 현대무용단 사포를 함께 이끌어온 전 대표들과 현 대표 등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베스트 작품에는 ▲고전 희곡의 구조와 문제의식을 분석해 동시대 발레 언어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알 수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상황을 불확실성 속에서 창작하는 예술가의 자화상으로 그려낸 함도윤 안무 〈고도를 기다리며〉, ▲일본 군함도의 해저 탄광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강제 노역한 역사적 사실과 노동 현장을 고된 몸짓과 긴박한 분위기를 축으로 형상화해 한국 근현대사를 춤으로 재조명하고, 한국 젊은 세대의 역사의식을 오늘의 시점에서 밀도 있는 춤으로 강조하며 창의적으로 제기한 변수민 안무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 ▲남사당놀이와 무속 등 연희의 핵심 구조와 연행물들을 결합해 연희춤극으로 새롭게 시도한 작품으로, 도탄에 빠진 인간 세와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산왕대신에 발원한다는 주제의식을 연희 종목들을 구조화해 표현한 문진수 안무 〈산왕대신기〉, ▲호흡 조절을 통한 무용수들의 세밀한 움직임 매칭과 몸속에 숨겨진 리듬 찾기 작업을 통해 신체의 물질성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극장예술로서 완성도 높은 춤 공연을 구현한 이윤정 안무 〈아무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닌〉, ▲개념 작업 안에서 설명되지 않는 무용수의 몸 그 자체만으로 사유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탄탄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공감과 연대, 애도의 정서를 공유하며 컨셉츄얼 퍼포먼스의 실천적 가능성을 열어준 장혜진 안무 〈흐르는.〉이 선정됐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안무한 아함아트프로젝트의 함도윤은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는 한 해 가운데 한 작품으로 뽑힌 점이 정말 영광스럽다”며 “안무가로서 느꼈던 고뇌를 담은 작품이라 더 소중하고, 이 상을 발판 삼아 더 진정성 있게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를 안무한 Project CHAM의 변수민은 “강제징용자들의 시간을 제대로 기억하고 위로와 보상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만들었다”며 “정답이 없는 시간을 견디는 가운데 이 상이 하나의 응답처럼 느껴져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산왕대신기〉를 안무한 문진수는 “수상하게 해주신 비평가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늘 함께 작업해온 동료들을 ‘가족’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이공계를 전공했지만 뒤늦게 한국무용과 연희를 배우며 관객 입장에서 더 쉽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해왔고, 요즘은 관객들도 조금씩 이해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무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닌〉을 안무한 댄스프로젝트 뽑기 이윤정은 “작품을 만든다는 건 해마다 더 어렵고,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과정”이라며 “지원금이 있든 없든 팀이 힘을 합해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며 작업해왔다”고 말했다. 또 “2019년 상을 받은 뒤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힘으로 5년 뒤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다양한 몸과 다양한 생각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춤으로 알리는 안무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흐르는.〉를 안무한 혜진장댄스의 장혜진 안무가는 싱가포르 체류로 참석하지 못해 조영빈이 대리 수상했다. 조영빈은 소감문을 낭독하며 “작품 안에서 교감했던 수많은 존재들이 떠올라 마음이 벅찼다”며 “이 작업이 일회성으로 남지 않도록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관객을 만날 가능성을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또한 장혜진이 무용학자 안드레 에페키와 주고받은 대화록을 편집 중이며, 곧 온라인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춤 연기상에는 ▲〈This is competition〉에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의 주제인 무한경쟁으로 죽기 직전까지 몰려가는 처절함을 체력의 한계를 넘어가는 보기 드문 열연으로 체현한 안남근, ▲〈미얄〉에서는 사랑과 한(恨)의 정서에 바탕한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하고 〈휘이〉에서는 존재하던 것이 희석되어 사라지는 형상을 라이브 즉흥 음악과 접합한 다양한 춤 어휘로 펼치며 〈Highlight〉에서는 흥과 신명의 춤으로 각기 다른 작품의 주제를 다양하게 표출한 이이슬, ▲제임스 전 안무 〈클라라 슈만〉에서 고독하고 고통에 찬 한 여인이자 예술가였던 ‘클라라 슈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슬픔과 사랑, 강인한 내면 등 의식의 변화를 섬세하고 아름다운 춤과 밀도 높은 감정으로 빚어낸 이윤희가 수상했다.
〈This is competition〉의 안남근을 대신해 작품을 함께한 이가연은 “초연이었고 정말 ‘무한 경쟁’처럼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서 뿌듯함이 컸다”며 “안남근의 연기를 보며 함께 감정이 올라왔고,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미얄〉, 〈휘이〉, 〈Highlight〉의 이이슬은 “춤을 시작한 지 30년이 되는 해에 좋은 상을 받게 되어 의미가 크다”며 “30년 동안 춤이 한 번도 싫었던 적은 없었고, 한 번도 쉬웠던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30년도 춤을 사랑하며 사는 무용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클라라 슈만〉의 이윤희는 “클라라를 하면서 ‘침묵이 소리가 된다’는 감정을 느꼈다”며 “함께한 무용수들과 안무가 제임스 전, 제작진과 가족에게도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제작사 아트플레이어의 여훈은 “작품이 탄생한 뒤 성장하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 많은 관객과 지역에서 만날 수 있도록 유통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특별상에는 ▲국립예술단체의 통합 및 지역 이전 등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인 예술행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공기관의 예술 지원 시스템의 문제점, 아르코예술기록원의 임성남 아카이빙 작업 등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한 시의성 있는 기사로 언론의 감시 기능을 실천하고 여론 형성을 이끌어냄으로써 건강한 춤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장지영, ▲2017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그래밍과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영남춤축제를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김추자, ▲예술감독으로 재임한 4년 동안 ‘코펠리아’ ‘세헤라자데’ ‘해적’ 등 새로운 레퍼토리 개발과 다양한 작품 공연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 감상 기회를 제공하고 공공 발레단의 예술적 성장을 견인한 박경숙이 수상했다.
국민일보 장지영 문화부 선임기자는 “언론의 역할을 말할 때 ‘탄광의 카나리아’라는 표현이 있다”며 “불합리한 예술 행정의 문제를 눈감지 못해 계속 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카나리아로서 불편한 상황에 가장 먼저 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립부산국악원 김추자 선임기획단원은 “영남춤축제는 2017년 공모와 대관 위주의 작은 시작이었지만, 지역 예술인들의 교류와 화합의 장이 되도록 운영해왔다”며 “영남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춤축제, 더 나아가 아시아 전통춤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또 “여러 동료와 참여 예술가들이 함께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광주시립발레단 박경숙 예술감독은 “임기를 마치고 퇴직한 직후 선물처럼 상을 받게 됐다”며 “서울의 관객과 관계자들이 지역 공연을 보러 내려와 준 경험은 꿈 같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발레단은 결국 공연으로 답해야 한다”며 “차별화된 레퍼토리 구축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덧붙인 뒤, “함께해온 동료들과 한국춤비평가협회에 감사드린다. 큰 보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
ⓒ춤웹진 |
한편, 한국춤비평가협회는 20여 년 한국 춤 평단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온 한국춤평론가회를 승계해 회원을 재구성하고, 2010년 1월 11일 창립했다. 창립 초기의 공동대표제에 이어 이순열, 채희완, 김채현 춤비평가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이종호 회장과 운영위원(이순열 채희완 김태원 이종호 장광열) 및 회원(이만주 김영희 이지현 서정록 권옥희 김혜라 방희망 송성아 정옥희 한석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