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제1회 통영국제즉흥페스타
예기치 않은 우연성, 확장된 윤이상 음악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통영! 하면 아름다운 바다와 작곡가 윤이상이 떠오른다.
통영문화예술화관 앞 조각공원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 풍광도 절경이었지만, 2015년에 통영국제음악당이 생기면서 나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더 가까워진 바다와 이동하는 여객선, 그리고 나지막한 산들과 겹쳐진 하늘이 빚어내는, 시간마다 달라지는 그린과 블루의 변화무쌍함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통영국제즉흥페스타(Tongyeung Improvisation Festa)는 작곡가 윤이상과 통영의 바다와 연계한 즉흥축제로 특화되어 올해 처음 시작되었다.

올해 11년째를 맞은 제주국제즉흥춤축제가 제주돌문화공원의 자연 환경을 즉흥예술과 연계한 생태즉흥, 장소특정 즉흥 공연으로 그 지향점을 잡고 있고, 26회 째를 맞은 서울국제즉흥춤축제가 즉흥이 공연예술의 하나로 전문 공연장에 들어왔을 때 이루어지는 창작 작업과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양식의 프로그램이 어우러지는 종합 축제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것과는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

1917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윤이상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통영에서 보냈으며 통영여자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로도 활동했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통영국제음악제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작곡가 윤이상의 예술세계를 기리기 위해 시작되었고, 통영시는 2001년 윤이상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생가와 인접한 지역의 거리를 ‘윤이상 거리’로 지정했다. 윤이상 거리를 걷다 보면 윤이상 생가와 윤이상 기념공원, 윤이상 기념관이 나온다. 윤이상 기념관에는 선생이 생전에 사용했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유럽 생활 중 지냈던 베를린의 자택을 본떠 지은 건물도 있다.

이번 통영국제즉흥페스타는 5월 8일부터 9일까지 모두 7개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졌으며(예술감독 장광열) 서울국제즉흥춤축제를 주최하는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와 통영국제음악재단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윤이상 음악과 통영 바다가 즉흥과 만나면’을 부제로 서울국제즉흥춤축제의 사전 행사로 열린 이번 축제는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한국 등 5개국에서 19명의 아티스트들이 초청되었다.



통영국제즉흥페스타 야외무대



박정윤 ⓒ통영국제음악재단



전영국 ⓒ통영국제음악재단



서지연 ⓒ통영국제음악재단



박은화 ⓒ통영국제음악재단



엠마누엘 ⓒ통영국제음악재단



김윤정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객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첫 번째 프로그램인 ‘통영바다가 즉흥과 만나면’은 5월 8일 17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통영국제음악당 바로 아래 해변 일원에서 펼쳐졌다.

통영과 인근 진주와 순천에서 거주 하는 3명의 무용가 서지연 박정윤 전영국이 스스로 선택한 장소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장소 특정형 즉흥 공연을 선보였다.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과 낮은 방파제, 보라색 스카프를 이용한 박정윤의 자유로운 춤, 바다 물에 발을 담근 채 파도치는 바위를 배경으로 윤이상의 음악에 맞추는 두루미의 날개 짓을 즉흥과 연계해 보여준 전영국의 춤, 넓은 바다와 나지막한 야산 둔덕과 푸른 소나무를 배경으로 서지연의 한국적 정서의 즉흥 춤은 서로 다른 맛깔도 맛깔이지만 각기 다른 풍광과 어우러지는 장소 특정 즉흥공연의 다양성을 선하해주었다.

박은화(부산대 무용과 교수)가 공연 장소로 선택한 곳은 윤이상의 추모지였다. 해변에서 세 편의 공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나무 계단을 따라 50미터쯤 이동해 추모지에 도착했다. 1995년 윤이상 서거 후 베를린에 묻혀 있던 그의 유해를 이곳으로 옮겨왔고 통영시는 이곳을 윤이상 추모지로 명명했다.

박은화는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사용한 창작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들려주더니 묘비와 주변의 나무 그리고 바다 풍광을 활용 10분 정도의 공연을 펼쳤다. 중간에는 윤이상이 박목월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달무리’가 흘렀고 박은화는 그 노래를 공연 중간에 직접 부르기도 했다. 북한 성악가가 부른 이 곡은 아름다운 시어와 멜로디에 박은화의 몸으로 담은 추모의 춤과 만나면서 30년 전에 유명을 달리한 윤이상의 혼을 이곳으로 불러왔다. 환생한 윤이상이 마치 이곳에서 와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지켜보고 있는 듯, 눈시울이 젖을만큼 절절하고 아름다운 무대였다.

통영국제음악당 주변을 초청 예술가들은 용감하게 춤추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가 Emmanuel Sanou와 연주가 Salifou Doafate는 음악당을 뒤로 한 채 관객들이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관람할 수 있는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아프리카의 현악기와 타악기 라이브 연주에 엠마누엘의 긴 팔과 다리, 유연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즉흥 공연은 흑인 특유의 감성과 에너지가 돋보였다.

재독 안무가 김윤정이 선택한 곳은 국제음악당 콘서트홀로 올라가는 계단의 끝이었다. 관객들은 그녀의 춤을 보면서 춤추는 몸과 함께 드문드문 구름이 낀 파란 하늘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이국적인, 다소 빠른 템포의 음악에 난간과 돌계단을 활용한 김윤정의 춤은 특유의 연기적인 요소가 담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즉흥으로 관객들에게 즉흥공연을 보는 즐거움을 배가했다.

수십 개의 계단을 밟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콘서트홀 앞마당에는 야외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한 대의 드럼 세트가 놓여져 있었다.



바리나모 ⓒ통영국제음악재단



Michel Marre와 미국의 Jee Ahn ⓒ통영국제음악재단



Salifou Doafate와 네덜란드의 즉흥 아티스트 Dorit Weintal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우재와 Denis Fournier ⓒ통영국제음악재단



Julyen Hamilton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객과 함께 추는 즉흥댄스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객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두 번째 프로그램은 국제즉흥댄스프린지(International Impovisation Dance Fringe)였다. 김바리와 주나모는 앞마당의 난간을 따라 50미터 정도를 이동하면서 컨택 즉흥을 펼쳤다. 공연자들을 따라 이동하면서 춤과 함께 눈에 담기는 바다 풍광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오브제가 되었다. 앞선 솔로 춤 공연들과는 달리 접촉에 의해 발생되는 새로운 움직임, 확장된 즉흥 공연은 다음 공연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갖게 했다.

프랑스의 트럼피니스트 Michel Marre와 미국의 Jee Ahn은 콘서트홀 옆 마당의 협소한 공간을 활용 관객들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공연을 펼쳤다. 관객들은 두 아티스트의 연주와 춤 너머 철제 난간 사이로 보이는 통영 바다까지 한 번에 눈에 담는 호사를 즐겼다.

통영 바다와 야산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야외무대에서의 첫 공연, 아프리카 뮤지션 Salifou Doafate와 네덜란드의 즉흥 아티스트 Dorit Weintal의 즉흥 2인무는 연극적인 요소가 다분히 강했다. 인성을 곁들인 Dorit의 즉흥 춤은 Salifou의 즉흥 보컬과 만나면서 대륙 간 즉흥 협업 작업이 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스트리트댄스를 베이스로 한 이우재는 즉흥적인 움직임은 프랑스의 드럼이스트 Denis Fournier 와 다양하게 조우했다. 심벌즈와 가죽 악기가 만들어내는 사운드 외에도 Denis는 작은 소도구들을 갖고 무대 위로 올라와 댄서와 협업하는 등 예기치 않은 춤과 소리로 즉흥 공연의 묘미를 더해주었다.

국제즉흥댄스프린지의 피날레는 영국 태생으로 즉흥예술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Julyen Hamilton이 장식했다. 줄리안은 공간 곳곳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를 설치해 인성을 활용한 음악적 임팩트를 살리고, 분절적인 움직임에 연기적인 요소가 어우러진 특유의 즉흥 공연을 펼쳤다. 그의 공연은 Theater Dance Improvisation Performance로 규정될 만큼 신체 행위에 기반한, 독특한 즉흥 퍼포먼스였다. 왜 그가 세계 곳곳에서 100회 이상의 공연으로 독자적인 즉흥 공연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공연 후에는 즉흥댄스프린지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들이 함께 그룹즉흥 공연을 펼쳤고 이어 관객들과 함께 추는 즉흥 파티로 마무리되었다.



이윤정 ⓒ통영국제음악재단



김바리 주나모 ⓒ통영국제음악재단



Jee Ahn ⓒ통영국제음악재단



김윤정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객과 함께 하는 컨택즉흥 공연 ⓒ통영국제음악재단



5월 9일 둘 쨋 날은 윤이상이 남긴 작품들을 무용가들이 즉흥 공연으로 협업하는 공연이 중점 편성되었다. 오전에 열린 Julyen Hamilton 즉흥 워크숍에는 서울과 제주 진주 순천 합천 등 여러 지역에서 온 20여명의 무용가와 즉흥 마니아들이 참여했다. 이어 오후 3시부터 블랙박스 극장에서 열린 ‘윤이상 음악이 즉흥과 만나면’ 공연에는 Yunjung Kim, 김바리&주나모, 이윤정, Jee Ahn 이 참여했다.

첫 순서로 등장한 이윤정은 ‘Flute Solo를 위한 Etude No.5’를, 바리나모는 ‘Espace’를 , Jee Ahn은 ‘첼로와 하프를 위한 이중주’를 , 김윤정은 ‘Violin Solo를 위한 Kontrast1’을 선곡했다. 초청 무용가들이 선정한 곡들은 주선율 악기가 플루트와 피아노, 첼로와 하프, 그리고 바이올린 등 매우 다양했다. 윤이상의 현대음악만을 주로 연주로 듣던 데서 벌어나 이 공연은 무용가들의 해석해 의해 다양한 몸짓과 공간, 오브제의 활용 등과 만나면서 윤이상의 음악은 더욱 더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인간의 무의식으로부터 파생되는 무언의 움직임은 작곡가 남겨 놓은 예술적 음악 유산을 더욱 새롭게 재창조 하고 있었다.

이어 2부 순서로 30분 컨택즉흥 공연이 이어졌다. Julyen Hamilton, Youngho Nam, 김바리, 주나모, 김윤정, Denis Fournier, Michel Marre 등 6명의 아티스트들은 많은 즉흥 공연 경험을 가진 고수들답게 뛰어난 순발력과 음악과 춤과의 조합을 끌어내는 특유의 감각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마지막 순서, ‘관객과 함께 하는 컨택즉흥 공연’에는 30여 명의 관객들이 함께 초청 아티스트들과 라이브 공연을 즐겼다.

이번 축제는 영국·미국·네덜란드·브루키나파소·대한민국의 정상급 즉흥 뮤지션과 무용가들을 초청 통영국제음악당과 그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활용한 장소특정 공연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윤상의 음악을 연계한 국제 협업 즉흥 공연, 관객과 함께하는 즉흥, 즉흥 마니아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즉흥 워크숍 시행 등으로 구성되었다.

세계를 무대로 연주되고 있는 윤이상의 음악과 가장 순수한 움직임인 즉흥을 연계, 즉흥예술의 영역을 확대하고,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연계한 장소 특정형 즉흥공연을 통해

즉흥 공연의 다양성을 구현하고, 즉흥 마니아, 통영 시민,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즉흥 워크숍 개최 및 즉흥공연 기회를 제공, 일상생활 속에서 창의적인 예술 체험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여기에 더해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서울국제즉흥춤축제와 통영국제음악재단과 의 협력을 통해 즉흥예술이란 새로운 콘텐트를 확장하고 향후 국내외 아티스트들과의 국제교류 확산도 염두에 두었다.

통영문화재단은 초청 예술가들과 관객들의 예술적 성취와 기대 이상의 반응에 놀라워하며 “내년에는 윤이상실내악단과 함께 라이브 연주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통영국제즉흥페스타가 서울국제즉흥춤축제와 연계 행사로 프로그래밍된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곧 중앙 정부에서의 지원을 받는 축제인 만큼 서울 시민뿐 아니라 지역의 관객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공공적인 지원금을 받는 축제나 공연들은 지역 문화예술계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의 의지 때문이었다.

또한 이번 축제가 지역에 소재한 국제적인 수준의 문화예술 공간과 전문 인력 등을 활용한 협업을 통해 추진된 점도 민관의 협력을 통한 국제사업 개최의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오래전부터 즉흥을 아주 좋아하고 즉흥예술에 진심이었던 현대무용가 강미희는 이곳 통영에서 즉흥축제를 무척이나 개최하고 싶어 했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몇몇 무용가들은 이번 통영에서의 즉흥 공연이 몇 년 전 고인이 된 그녀를 위로하는 위무가 되었다는데 공감했다.

장광열

1984년 이래 공연예술전문지 월간 〈객석〉 기자와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1995년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를 설립 〈Kore-A-Moves〉 〈서울 제주국제즉흥춤축제〉 〈한국을빛내는해외무용스타초청공연〉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정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평가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 위원, 호암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춤비평가, 한국춤정책연구소장으로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2026. 6.
사진제공_통영국제음악재단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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