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춤웹진>은 다액의 공공지원금으로 열리는 주요 춤제전 행사에 대해 일반 관객의 객관적이며 다양한 시선과 의견을 수렴하여 여론화함으로써 춤제전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공공지원금이 효율성을 진작하도록 자극을 가하는 취지로 관객평가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평가단 공모 공고를 시작하여 4월 평가단 선정 작업을 거쳐 구성된 2022 관객평가단은 올해 연말까지 운영된다. <춤웹진>은 해당 행사에 관한 관객평가단의 소견을 원고로 모아 원고 작성인의 개별 이름은 밝히지 않으며 해당 행사 평가단의 공동 작성 명의로 게재 공개한다. 춤제전들의 진지한 기획과 춤창작자들의 열성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 편집자
소견 I
1. 개막초청공연
공연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무용인들의 축제구나라는 생각이었다. 한눈에 봐도 무용 관계자인 분들이 많이 보였다. 이 행사를 중심으로 무용계에 반가운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개막식이라 더 그러한 것도 있겠지만 이 행사의 관련된 사람들, 즉 학연, 지연 말고는 참여한 사람은 없는 것인가? 무용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은 나뿐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과연 홍보의 문제일지 현재 무용계가 처한 현실인지, 아니면 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리를 학연, 지연으로 자리를 뺏은 것인지 다양한 생각이 오갔었던 것 같다.
개막식 시작은 한국 무용 제전의 간단한 연혁과 개막식 공연에 대한 소개로 이루어졌다. 공연을 보기에 앞서서 오늘 보게 될 공연과 한국 무용 제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으나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던 찰나에 설명해 주어서 궁금점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아쉬웠던 점은 김매자님의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안내 직원의 ‘다음 팀 대기하세요’라는 무전이 매우 크게 들려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진 적이 한 번이 있었다. 또 매우 만족스럽게 본 공연의 리플렛을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이 연출가가 의도한 것이 맞는지 내가 생각한 이 생각이 맞는지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것을 리플렛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는데 리플렛을 5,000원에 구입해야만 했다. 나 또한 주저하며 구매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축제 전반에 대한 리플렛도, 오늘 공연에 대한 간략한 것도 비치가 되어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학연화대처용무합설〉
한국무용 하면 느린 리듬과 우아한 움직임이 먼저 생각이 나고 기대를 하게 된다. 개막식의 첫 시작을 또 한국무용에 대한 기대감을 잘 충족시켜 준 것 같은 작품이었다. 화려한 한복의 색감과 우아한 움직임이 매우 잘 어우러지는 것이 보는 즐거움을 강하게 충족시켜주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처용무였다. 다섯 명의 인원이 나름의 규칙을 가지며 춤을 추었다. 옷의 색이 다 다름으로서 단순히 이들이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의미하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학이 나와서 춤을 추었다. 학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매우 자연스럽고 재미있어서 학이 정말 춤을 출 수 있다면 이러한 모습일 것 같았다. 또 학들이 뒤에 있던 연꽃을 부리로 쪼아 연꽃이 피게 되었다. 심청전의 장면이 생각나면서 또 가장 화려한 한복을 입음으로 가장 시선을 확 사로잡던 구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요소들이 한데 나와 같이 춤을 추는데 이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각 부분마다 추었던 춤을 다들 그대로 추는데 무질서할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름의 규칙을 가지며 정돈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매우 재미있었다.
김매자 〈Shining Light〉
안무와 출연을 하신 김매자 선생님의 공연을 보고 아쉬운 것과 대단한 것이 동시에 느껴졌다. 혼자 그 큰 무대를 악사 한명과 무용수 한 명이 채우기는 쉽지 않을 텐데 그 엄청난 것을 해내었다.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숨을 죽이며 무대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악사와 무용수가 서로를 바라보며 합을 맞추는데 서로 시너지를 얻는 것이 보이는 게 가장 기억에 남았다. 또 음악이 굉장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데, 거문고를 사용하여 매우 한국적인 음악을 기대했으나 현으로 키며 연주를 해서 한국적인 음색에 매우 이국적인 연주가 나와 매우 낯선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무용수 한명의 공연으로는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과 작품의 내용은 이해를 하겠지만 과연 작품의 제목과 이질적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무용단 Altimeets 〈사자〉
개막식에서 본 공연 중에 가장 기분이 좋은 작품이었다. 초반에 비닐을 사용하여 심해 깊은 바다 속에 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매우 영리한 연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실력 있는 무용수들 한 명 한 명은 단 한순간도 시선을 떼기가 싫어지게 만들 정도였다. 또 강인한 음악으로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지금 이 장면 충분히 강한데 더 강한 것이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더 강한 것이 나오고 다음은 더 강한 것이 나왔다. 정말 분위기가 초절정에 이르렀을 때 끝이 났다.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와 박수갈채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날 제일 큰 박수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작품의 결말이 그렇게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불쾌감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또 현대무용 공연에서 북청사자라는 한국적인 요소를 사용하며 작품을 이끌어 간 것이 매우 새로웠다. 현대무용에서 다른 장르의 요소를 넣으면 매우 이질적이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매우 기분 좋은 마음으로 귀가 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무용 공연에서 굿을 이용해서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소재의 공연이 많아져서 진부한 소재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2. 경연_본공연 〈대극장 부문〉 금요일 공연
개막식 공연에 비하면 일반 시민으로 보이는 관객들의 수가 더 많아 보였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무용 공연을 좋아하는 일반 관객의 수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기에 홍보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무용인들 그들만의 축제가 되어버린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가온 아트 컴퍼니 〈프리즘 – 굴절인간〉
초반에 천막과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공연의 첫 시작을 알리고 또 조명의 빛의 굴절 모양을 이용해서 작품이 어떠한 방식으로 흘러가게 될지 단번에 눈치를 챌 수 있어서 매우 좋은 연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예상 가능했다는 것이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빛이 굴절하듯이 사람들도 힘든 현실로 인해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처만 남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스토리 그대로 갔다. 이 스토리는 어떠한 공연을 하던지간에 너무 자주 이용이 되는 소재라서 작품의 소재 연구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구성원들이 각각의 아픔을 가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러다가 내면에 내재 된 순수함을 꺼내고 그래서 화합으로 끝을 내는 꽉 막힌 해피엔딩과 이 스토리가 너무 자주 봤던 내용들이다. 개막식에서 봤더 사자라는 작품처럼 열린 결말로 남겨서 생각 할 여지를 만들거나 차라리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토리가 너무 익숙하다 보니 안무 구성 또한도 매우 익숙한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크게 남는 작품이었다.
또 작품의 시작 직전에 밴드 분들 중에 한 분이 핸드폰을 사용하시다가 떨구는 일이 있었다. 핸드폰 불빛으로 인해 불쾌감이 들었고 떨구는 소리에 마음이 매우 좋지 않았다. 이러한 일은 삼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Dan Art Company 〈상냥한 호소〉
전체 무용수가 여성 무용수로 구성이 되어 있어 여성들의 인생에 대한 스토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나 작품 스토리를 보니 전혀 아니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이 간 것은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한 무용수이다. 이 사람을 중심으로 작품이 펼쳐지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과 집중이 필요했을 텐데 매우 잘해주신 것 같았다. 또 다른 무용수분들과의 호흡과 합이 매우 좋았다. 작품의 초반에는 음악이 사용되지 않았는데 이 때 무용수들의 호흡만이 들리니 오히려 숨을 죽이며 집중할 수 있었다. 작품 중반부에 첼로 소리가 강렬하게 들리는 음악이 사용되는데 이 음악이 심장을 강하게 후벼 파며 무용수들에게 절로 감정 이입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움직임이 더 처절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또 동작이 감정을 완전히 터트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러지 못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점이 매우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오히려 그러한 느낌이 감정을 억누르는 것 같아 더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의 스토리가 나는 누구이고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찾는 과정들을 그린 작품 같다. 이 또한 다른 공연에서 자주 사용이 되는 소재이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그것을 처절하게 찾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무용으로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솔직해서 좋았다. 그리고 이 무용제의 주제인 사유의 발견에 어울리고 적합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견 II
올해로 36회를 맞이한 전통 있는 무용 페스티벌이지만 나는 처음으로 한국무용제전을 관람하게 되었다. 처음에 한국무용제전이라는 축제명만 들었을 때는 한국에서 열리는 무용 축제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장르 구분 없는 무용을 보거나 오히려 현대무용을 생각하고 한국무용제전을 바라봤던 것 같다. 그러나 축제를 보기 전 사전에 조사해보니 한국무용, 한국의 춤을 조명하고 나아가 한국무용의 현대화와 한국창작춤의 성장을 위한 축제라고 하여 더 흥미가 생겼다.
아직 코로나가 걱정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현장에는 많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특히, 프로그램 북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보아 단순 관람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보다 한국춤에 높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보였다.
축제 운영 면에서는 자석 안내부터 문의 사항에 대한 답변까지 친절하게 안내받아 쾌적하게 축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총 2일에 걸쳐 4편의 작품을 관람하였다. 경연 형식이다 보니 비슷한 러닝타임이지만 차별화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서 한국 춤의 다양한 면이 보여 좋았다.
처음 관람한 한국무용제전의 전체 인상은 ‘한국 춤에 대한 질문’이다. 시상식을 통해 축제 스스로도 한국 춤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고 관객 입장에서도 여러 질문이 떠올랐다.
시상식에서 언급된 “한국 춤의 현대화는 현대무용이 아니다”라는 말이 인상 깊다. 점점 무용의 경계가 사라지고 동시대를 반영하는 현재 상황에서 한국춤, 그중에서도 한국창착춤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궁금하다. 또한, 그 방향성을 무용계에서만 찾지 않고 관객평가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등 함께하는 관객과 찾아가는 시도에 긍정의 ‘좋아요!’를 보낸다.
4월 27일 본공연
4월 27일에 관람한 2편의 작품은 본공연으로 올해 경연에 참가한 작품들이다. 본공연은 한국무용제전이 선정한 ‘춤, 사유(思惟)의 발견’을 주제로 창작되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 축제의 기획의도인 ‘인간으로서 깊은 사유를 통한 일상의 회복, 인간성의 회복’을 인지하고 관람하였다. 개인적으로 27일의 두 작품 모두 사유보다는 관객이 다가가기 쉬운 대중적인 작품이었던 것 같다.
육혜수무용단의 〈봄처녀 제 오시네〉는 안무가가 의도했던 것처럼 봄의 설렘을 담은 공연이었다. 길게 늘어진 줄, 잔디가 연상되는 초록색 조명, 꽃가루가 전체적으로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연출을 만들어 갔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남자와 여자 주인공, 흰색과 검은색 의상, 사랑과 이별, 한과 환희의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분적인 구조가 관객 입장으로는 단조로워 보였다. 특히, 초록색으로 나누어진 뒷무대와 앞무대의 구분이 아쉬웠다. 좀 더 공간을 넓게 활용하고 안무도 공간의 경계를 적극적으로 오가며 구성되었으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한국 춤으로 작품을 보았을 때는 초반의 숨소리, 무용수들의 선, 한국의 정서를 담은 음악 활용이 돋보여 외국 관객에게 한국 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좋은 작품으로 느껴졌다.
성재형 숨 무용단의 〈까마귀 탱고〉는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시각적 효과가 두드러진 공연이었다. 무대 바닥의 미디어 아트와 천의 활용은 마치 무용수들이 수묵화 위에서 춤을 추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또한, 공연이 진행됨에 따라 내몰아쳐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조명의 활용이 공연의 밀도를 쌓아갔다. 다만 공연 중간중간에 미디어 아트와 조명, 사운드에 밀려 춤이 빛을 내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고 안무가가 의도한 환경오염의 이야기를 떠올리기에는 추상적인 공연 연출이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는 무용수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안무의 구성이 리듬감 있게 짜여 있어 끝까지 집중해서 공연을 관람했다. 관객의 호응도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4월 29일 폐막식
폐막식에는 2019년, 2021년 한국무용제전 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폐막초청공연이 있어서 많은 기대를 안고 갔다.
마홀라컴퍼니의 〈베리트 (잊어버렸던 만남) Vol.2〉는 움직임과 조명의 조화가 제의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또한, 공연을 움직임으로 꽉 채우기보다는 여백의 미가 보였고 독무, 쌍무, 군무 등 리듬과 박자에 따라서 안무 구성이 바뀌고 동작이 다채로워서 흥미로웠다.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반면, 코리안댄스컴퍼니 결의 〈푸다꺼리〉는 장면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초반부터 부채 등 무대 소품이 많아서 그런지 연극 같다는 인상도 받았다. 남자 무용수와 여자 무용수의 움직임 역할이 나누어진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 부분이 대칭을 만들어 움직임이 깔끔해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현장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귀를 사로잡은 공연이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강한 임팩트보다는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가볍고,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폐막식보다 본공연이 더 기억에 남는다.
소견 III
올해 4월, 춤웹진 관객평가단의 첫 팀으로 선정된 기회로 한국무용제전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춤, 사유의 발견’을 주제로 펼쳐진 이번 행사 중 사물의 활용도 돋보였지만 무용 입문의 문턱을 낮추도록 흥미를 끄는 이야기 전개가 대중적인 요소로 강조된 것이 엿보였으며 한국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안무의 조화, 기존 레퍼토리의 재해석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작품에서 김주빈 안무가의 이전 안무작인 〈새다림〉의 일부를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인 의상과 일반 관객도 알기 쉽도록 현대인들의 목표 의식이나 각자의 개인 공간을 상징하는 조명 연출이 돋보였으나 단체 군무 파트에서 보여져야 하는 통일된 움직임이 더 강조되었으면 하는 작품이었다. 가온아트컴퍼니의 〈프리즘-굴˙절˙인˙간〉은 무용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데에 공을 들이면서도 제목과 주제에 맞는 컬러와 맵핑 등을 사용하였고 프리즘의 빛깔을 상징하는 컬러 의상과 역동성 있는 군무, 독무 파트가 주는 집중도가 눈길을 끌었으나 많은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과정에서 정리되지 않은 구성이 다소 아쉽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아트컴퍼니의 작품 〈상냥한 호소〉는 연필 소리로 시작되는 도입부에서 결핍으로 시작되는 제한된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를 김민우 안무가의 시각으로 펼쳐내어, 의자 오브제를 활용한 무용수들의 숙련도 높은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작품 내 강렬한 연출과 캐릭터 분석에 무게가 실린 나머지 관객이 사유하기 전 이미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보였던 데서 아쉬움을 남겼다. 송영선무용단의 〈야.단.법.석.의 계〉는 비록 흔히 접할 수 있는 전통악기와 소리꾼의 활용에서 차별된 점을 느끼지 못했으나,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위로와 해방, 극복에 관련한 메시지가 다가왔을 때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할 수 있는 ‘사유’에 가까운 작품을 생각하면서 본문에 언급된 네 가지 중 가장 먼저 떠올린 작품이었다.
이번 제전에서 다양한 팀과 안무가들의 작품을 보며 오랜 코로나 시기로 지친 관객에 해방감과 만족을 선사하려 하고,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환경을 되돌아보는 노력을 발견하면서 한 편으로는 참여 팀이 많음에도 오히려 비슷한 성격의 소재들을 접하게 된 면이 컸다. 또한 극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북과 한국춤협회 인스타그램 계정의 내용 면에서 큰 차이를 못 보였고 크기만을 키워 판매했다는 점도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주었다. 다양한 소재를 담은 무용을 소개하기 위해,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도 자신이 익히 아는 이미지뿐만이 아닌, 타인이 보는 나의 삶을 발견할 수 있는 한국무용제전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