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대한민국발레축제는 〈대한민국 발레, 과제와 향방〉이란 주제로 포럼(2021.12.15.예술의전당 컨퍼런스홀)을 열었다. 올해 12회를 맞는 대한민국발레축제는 향후 행사를 앞두고 포럼을 통해 11년간 지속해온 행사를 점검하고 징검다리 삼아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간 대한민국오페라·발레축제로 공동주최한 행사가 올해부터는 대한민국발레축제 단독으로 개최된다. 더불어 예술의전당의 강화된 협력으로 예산이 증액된바 축제의 확장 가능성이 예측된다. 포럼은 세 편의 기조 발제를 중심으로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제문에 대한 토론과 의견을 모아 종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박인자 대한민국발레축제 예술감독의 인사말과 유인택 예술의 전당 사장의 기조연설 후 발제가 진행되었다.
2021 대한민국발레축제 포럼 ⓒ대한민국발레축제 |
첫번째 발제는 ‘대한민국발제축제 진단’이란 주제로 심정민 무용평론가가 발표하였다. 발제자는 지난 10년 동안의 발레 축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였고, 이를 통해 축제의 미래지향적인 발전과 확장된 역할이 무엇일지 살펴보고자 했다. 발제자는 2011년 출범한 축제가 현재 한국 발레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새로운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임을 강조했다. 발표내용으로 11년간 진행된 축제의 개관부터 목적 및 양적 지표를 개괄적으로 소개하였다. 다음으로 대한민국발레축제가 한국발레의 수준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축제이며, 예술의 전당에서 매해 열리는 유일한 축제이고, 직업발레단이 한 자리에 모이며 창작자들의 경합의 장이자 창작발레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장르 대표 공연예술제’로 선정되었고, 당대 한국 발레계를 조명하는 역사적 사료 역할을 할 만한 축제라 평가했다. 나아가 한국창작발레의 과제와 축제의 역할로서는 시대적 화두에 대한 발레계의 인지(코로나19시대 키워드, 4차혁명 테크놀러지 활용, 젊은 세대의 현실)가 요청되며 무용계의 새 흐름인 세계적인 컨템포러리 발레에 대한 이해와 무용공연 영역의 확장성(장소 특정적 공연, 커뮤니티댄스, 장애무용 등), 영상화 작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한 후학들을 위한 다양한 스타일의 창작 워크샵과 테크닉 클라스, 직업발레단과 창작자 매칭 프로그램 활성화, 레퍼토리 제작과 유통의 플랫폼 확대가 축제의 역할이자 과제라 했다.
발제자 심정민 ⓒ대한민국발레축제 |
두번째 발제는 ‘창작발레 안무가 육성을 위한 과제: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주제로 정옥희 무용평론가가 발표하였다. 발제자는 해외의 발레 안무가 육성을 교육(발레학교), 등단(발레단), 유통(페스티벌)이란 안무가의 생애주기로 구분하였다. 먼저 교육면에서 해외 발레스쿨 안무 교육 프로그램이 안무관련 수업을 강화(Royal Ballet School, Elmhurst Ballet School)하고 있으며 안무 및 제작 기회의 증가(School of American Ballet, San Francisco Ballet School, Royal Danish Ballet School)와 다양한 움직임과 창작 과정의 경험(NYCB×SAB, NDT×Royal Conservatoire The Hague, 직업무용수로의 전환을 돕는 주니어 컴퍼니)이 제공되어 창작 교육이 이뤄짐을 소개했다. 또한 평가보다는 과정에 초점(로얄발레스쿨)을 맞추고 있으며, 학교와 발레단 너머에 기회를 제공(Open Studio(NDT), ChoreoLab(Ballet Hispánico)한다고 했다. 이어서 등단에 속하는 발레단에서 어떻게 안무가가 되는지 소개했다. 발레단 내 안무가 발굴 프로그램(Stuttgart Ballet×The Noverre Society, Royal Ballet School, Ballet Hispánico)이 활성화되어 안무가 발굴에 지원을 하고 있으며 발레학교와 주니어컴퍼니, 썸머스쿨, 워크숍, 콩쿠르와 연계하여 다양한 안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였다.
또한 교육과 등단을 연계하는 멘토링(웨인 맥그리거 스튜디오와의 멘토쉽(Elmhurst Ballet School) 뉴욕안무인스티튜트, 떠오르는 안무가 프로그램(로열발레컴퍼니))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안무가와 작품이 어떻게 유통되며 생존하는지를 소개했다. 대형발레단이나 발레 학교, 썸머스쿨 등과 안무가를 연계시켜 안무시장이 형성되게 하는 것이다. 즉 안무가는 작품과 창작과정을 제공하고 안무비와 크레딧을 받는 방식이다. 직업인으로서 안무가와 안무작을 위한 환경(작업환경을 제공하는 대안기관:The Center For Ballet and the Arts at NYU(레지던시나 창작작업과 학문적 지원), Columbia Ballet Collaborative(연습공간, 공연기회, 잡마켓), Studio Wayne McGregor에서 Free Space를 제공하고 대신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함)이 조성되어 있는 상황을 소개했다.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발레의 창작력 부족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이 통용되기에 발레중심주의를 탈피하여 동시대의 모든 춤을 흡수하여 신작을 창작하고 유통하는 매커니즘으로 안무가 육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외에서 발레는 컨템퍼러리 댄스이며 ‘발레’가 아닌 ‘안무’에 방점을 찍는 전략적 개념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제자 정옥희 ⓒ대한민국발레축제 |
세번째 발제는 ‘민간 전문 발레단 자생력 강화와 공공 직업무용단 창단: 실행방안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장광열 한국춤정책연구소장이 발표했다. 발제자는 현재 무용예술의 영역(장애인, 치유, 복지 등)과 사회적 가치(장년층, 다문화, 커뮤니티 댄스 등)가 확산하고 있고 발레에 대한 향유가 증가하는 시대인 반면 예술의 중앙 집중 편향성과 공연장과 문화시설이 연계된 무용프로그램의 빈약성 그리고 변화된 춤환경을 반영한 정책과 지원시스템 부재의 이유로 민간전문 발레단의 활성화와 공공 직업발레단 창단이 필요함을 제안하였다.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 정책의 수단으로 민간 발레단이 공연만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발레 토탈 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 실행방안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의 레퍼토리화와 타깃형 공연 작품(예: 발레노바〈강아지똥〉, 댄스시어터샤하르〈레미제라블〉, 얘들아 세계를 춤추자) 및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마라카이보 댄스 페스티벌, 유럽 19 Perform Ambitious Projects)과 상품화로 무용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자는 발레계가 공공 지원정책 예산을 활용하여 문화관광부 등 정부기관의 예산편성 연계 사업 개발에 관심을 갖자고 했다. 전국 문화시설 현황을 소개하며 극장에서만이 아니라 시각을 넓히는 노력과 새로운 파트너(안무가 수평교류, 문화예술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여성가족부, 한국관광공사, 기업의 문화재단, 도서관, 박물과, 미술관, 국내외 민간공공축제, 민간 운영공연시설)를 찾아보라 제안했다. 또한 국제교류 활용으로 국제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본 사례(뉴욕 Big Dance 와 오키나와 정부와 협업, 영국문화원 커뮤니티댄스, 포드나 록펠러 센터 외국문화예술지원재단, European Dancehouse Network, ICE HOT)를 소개했다. 더불어 공교육이나 언론과 제휴(뉴욕시티발레단 일본공연과 모리시다 요코)하여 마케팅이 접목된 단계적 행보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다음으로 공공직업발레단 설립과 운영을 위한 방향으로는 발레단이 공연 창작만이 아니라 연구, 창작, 공연, 교육, 커뮤니케이션의 창구 역할로서 수행해야 하며, 서울에 편중된 공연과 축제를 지역사회로 확장시켜 전국에 산재한 260여 곳의 문화예술회관 중 1년에 무용공연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곳(20%)을 타깃으로 지역 무용계 활성화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향후 공공 직업 발레단이 설립된다면 무용예술의 커뮤니케이션 창구, 양질의 작품 유통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 발레의 대중화와 지역무용계 활성화, 무용 콘텐츠 개발의 창구, 발레와 무용예술 프로그램의 배양 및 유통을 위한 창구,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의 운용 창구 그리고 국내외 무용 네트워킹의 장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발제자 장광열 ⓒ대한민국발레축제 |
세 명 발제자들의 발표 후 각각의 발제문을 토론하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발레축제 진단’에 대한 토론(김긍수, 김명회, 송성환, 이루다, 장승헌)에서는 축제의 정체성 확립의 필요성(국공립과 민간을 아우르는 축제인지, 창작 활성화인지)과 예산확충으로 축제의 방향설정에 용이함, 좋은 작품은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연계시킨 창작활성화를 유도한 레퍼토리의 개발 필요성, 축제 프로그램의 다양화(예술의전당 외 극장, 참여기회 확대, 교육프로 개발 및 확대), 온라인 스트리밍을 활용(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해 누구나 발레를 향유), 예술의 전당의 역할 강화 그리고 팬데믹 이후에 발레축제의 방향성에 맞는 준비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창작발레 안무가 육성을 위한 과제’에 대한 토론(김길용, 김혜라, 정형일, 지우영, 최진수)에서는 안무가 육성에 있어서 신진안무가와 기존의 안무가 그리고 중견 안무가를 구분해 단계별, 유형별 맞춤 전략적 지원의 필요성(신진안무가는 멘토링과 기존, 중견의 안무가는 지속적인 지원), 발레 안무가들을 위한 창작 지원금 확대의 필요성(중장기 지원 사업으로 연결시켜 안정적인 안무환경), 예술학교에서부터 안무가를 육성할 필요성, 발레단에서 무용수에게 다양한 컨템퍼러리 레퍼토리를 경험할 기회 제공, 지원제도에 적합한 기획서 작성과 글쓰기 연습, 발레단에서의 문학과 작품 배경에 대한 토론의 시간 필요성 그리고 발레단간의 협력과 정부의 지원 및 활발한 네트워크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민간 전문 발레단 자생력 강화와 공공 직업무용단 창단’에 대한 토론(김길리, 김인희, 박태희, 백영태, 유인택)에서는 기초자치단체에 또 다른 국립발레단 설립의 필요성, 민간발레단은 클래식 레퍼토리를 할 수 있는 무용수가 부족하니 시대와 상황에 맞는 창작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 기존 시·도립 무용단에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분과로 분리되어 운영되는 방법 제안, 발레계 안에서 협업과 교류의 자율성과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 그리고 민간발레단 자생력 강화와 공공 발레단 창단은 비즈니스적 마인드로 접근해 프로젝트 발레단 형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라운드 테이블 ⓒ대한민국발레축제 |
위의 내용에서 제안된 생산적인 방안들이 대한민국발레축제를 구심점으로 단계별로 실현되길 기대한다.
김혜라
춤웹진 편집위원. 춤미학과 비평을 전공하였고 20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를 통해 비평가로 등단했다. 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전문위원으로 할동하며, 〈춤웹진〉에 정기적으로 평문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