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전세계적으로 커뮤니티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제주와 서울에서 펼쳐진 세 편의 커뮤니티댄스 작업들은, 기반으로 하는 춤이나 프로그램 구성, 진행 방법, 현장의 분위기 등이 모두 달라 새롭게 확장하고 있는 커뮤니티댄스의 다양성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탄츠하우스인제주 무용다방의 〈정오의 열린 즉흥 “NooN”〉
리서치 워크숍 토크 공연이 결합된 4개월 즉흥 프로젝트
12월 11일 토요일 정오가 임박해 도착한 서귀포 댄스하우스인제주는 멀리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계단을 끼고 있는, 마치 언덕 위의 집 같았다. 외벽 유리에는 〈정오의 열린 즉흥 “NooN”〉 포스터가 군데군데 붙어 있었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자 촬영을 위한 카메라와 함께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정오의 열린 즉흥 눈(NooN)과 무용다방의 즉흥춤은 자연에서 자신을 회복하고 춤으로 타인을 인식하는 상생의 우리를 여는 작업입니다”.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무용다방(舞踊多方) 기은주 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된 공연은 그동안의 추진과정을 담은 영상 상영, 어린이와 전문 무용수들의 실연 즉흥 공연, 서울의 스튜디오와 연계한 실시간 즉흥 중계, 미니 렉처, 관객과 함께 즉흥적으로 움직여 보기, 질의 응답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무용다방 〈정오의 열린 즉흥 “NooN”〉 ⓒ탄츠하우스인제주 |
여느 커뮤니티댄스 공연과 다르게 이날 공연은 무용다방의 즉흥 프로젝트를 결산하는 작은 축제였다. 사업명 〈정오의 열린 즉흥 “NooN”〉은 무용다방이 총괄 기획을 맡아 제주도민들, 무용동작 치료사와 전문 무용수들을 연계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에 걸쳐 추진되었다.
무용다방이 사업 총괄 기획 및 홍보, 리서치‧워크샵‧공연 전반의 운영을 맡았고, 참가 도민들은 리서치 과정, 워크샵, 공연 관람에 참여했다. 무용동작치료사와 전문 무용수들은 Zoom을 통해 실시간 온라인 참여와 리서치 과정 공유, 열린 즉흥 공연을 수행했고, 탄츠하우스인제주는 리서치‧워크샵‧공연 장소를 제공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 프로젝트에는 어린이부터 성인, 전문 무용수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9월에는 신체에 기반한 인식과정으로 ‘움직이는 몸: 나의 안부 묻기’를 주제로 ‘나’에 포커스를 두고 리서치와 워크숍, 렉처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10월에는 관계에 기반한 인식으로 ‘정지된 몸: 일상의 안부 묻기’를 주제로 ‘너’에게 포커스를 두어 ‘존재의 치유’에 집중해서 도민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과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1월에는 흔적에 기반 한 인식으로 ‘반응하는 몸: 공존’을 주제로 ‘너와 나’에 포커스를 두고 ‘존재의 공존’에 집중하여 리커버리 키트를 구성해 50여명의 참가자들과 필름카메라를 활용해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리서치를 바탕으로 발생된 필름 사진과 영상으로 예술공간 이아의 예술치유주간 ‘쉼, 예술로 숨쉬다’ 전시에 렉처 리서치로 참여할 수 있었고, 12월에는 시간에 기반한 인식으로 ‘연결된 몸: 상생’을 주제로 ‘우리’에 포커스를 두고 ‘존재들의 상생’에 집중해서 렉쳐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그동안의 추진과정이 단계적으로, 세밀하게, 리서치와 워크숍, 렉처 퍼포먼스 등 다양하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3차에 걸친 리서치와 2차에 걸친 워크숍과 열린 즉흥 공연을 하면서 예술치유 프로그램도 병행했고, 운영 방식은 온·오프라인을 병행했다.
무용다방 〈정오의 열린 즉흥 “NooN”〉 ⓒ탄츠하우스인제주 |
“코로나로 지친 모두에게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이 시점에, 즉흥춤이라는 예술의 한 장르를 통해 개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치유를 경험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예술치료의 시작은 자기 인식이고, 치유는 인식된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즉흥춤은 자기 인식에서부터 출발해 인식된 자신을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참가자들은 인식된 신체를 기반으로 즉흥 움직임을 통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치유를 경험하고,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며 관계의 회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은주 대표의 말대로 평자가 이 프로젝트를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즉흥과 치유를 기반으로 제주와 타 지역의 전문 무용수를 연계해 추진한 커뮤니티댄스 프로젝트였다는 데 있다. 동작 치료 워크숍은 김미영이 맡았고, 강진선, 강한나, 김명선, 문형수,이지혜, 조명희, 진다운이 전문 무용수로 참여했다.
제주도민들은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 존재하는 공간에서 리서치, 워크샵, 공연 관람까지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무용이라는 예술장르를 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가 움직임을 경험한 후 공연을 관람함으로써, 주체적으로 즉흥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이를 통해 무용뿐만 아니라 예술 분야 전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가자들이 워크샵과 함께 전문 무용수들의 공연으로까지 이어지는 렉처 퍼포먼스 과정 전체를 공유하다 보면 보다 깊이 있는 예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가진 예술적 경험들을 참가자와 관객이 함께 나누는 것은 중요합니다.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를 통해 예술적인 순간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치유를 경험하고, 이전보다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예술이 일상과 괴리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움직임 속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무용다방 〈정오의 열린 즉흥 “NooN”〉 ⓒ탄츠하우스인제주 |
오후 2시 조금 넘어 시작된 이날 공연은 90분이 넘게 어린이부터 전문 무용수 등 다양한 조합의 즉흥 공연과 관객들을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더해 진행되었다. 관객들은 일상생활 속의 예술체험이 갖는 또 다른 가치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오의 열린 즉흥 “NooN”〉은 즉흥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댄스 작업이 프로젝트로 단위로 시행된 드문 케이스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한 기은주는 탄츠하우스인제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안무와 즉흥에 기반한 공연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가 결성한 어린이부터 일반 성인들까지 참여하고 있는 무용다방은 제주국제즉흥춤축제 등에 매해 초청되어 공연하고 있다.
춤의학교와 (사)보결커뮤니티댄스협회 ‘제3회 커뮤니티댄스페스티벌’
‘몸 연결과 소통’, 공연 포럼 사례발표를 통한 힐링 축제
‘몸 연결과 소통’을 내건 제3회 커뮤니티댄스페스티벌이 12월 25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효자동 경복궁아트홀에서 열렸다.
춤의학교(대표 최보결)와 사단법인 보결커뮤니티댄스협회가 주최한 이 축제는 첫날 무용영화 〈Online Dance On〉 상영, 8명의 시민들이 안무가로 참여한 ‘Choreotherapy 시민 안무 크리에이션’과 두 개의 커뮤니티댄스 공연, 관객과 함께하는 ‘몸 Talk’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Online Dance On〉(유희정 감독. 최보결 안무)은 2021년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안무 및 공연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5회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Choreotherapy 시민 안무 크리에이션’은 최보결 대표에게 온라인 안무코칭을 받은 8팀의 솔로, 듀엣 공연이 선보였고, 이어 김혜란 전통춤꾼이 안무한 승무 수강생들의 커뮤니티댄스 〈Beginning〉과 현대무용가 최보결 대표가 안무한 어려운 이 시대를 함께 넘어가자는 메시지와 휴머니즘을 담은 커뮤니티댄스 〈인생이여, 감사해요〉가 공연되었다.
제3회 커뮤니티댄스페스티벌 |
둘째 날인 12월 26일에는 시민들의 힐링 커뮤니티댄스 활동사례 컨퍼런스와 ‘관객과 함께하는 춤Talk', 전문가초청 ’몸.춤 포럼‘이 이어졌다.
(사)보결커뮤니티댄스협회 왕금옥 부이사장(한국숲치유산림복지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컨퍼런스에서는 일반시민들이 자신들의 활동 영역에서 시행한 힐링 커뮤니티댄스의 사례를 발표했다.
- 평화교육 현장에서 시도한 힐링커뮤니티댄스 이야기와 꿈/ 반은기 (평화몸짓 대표)
- 청소년을 위한 〈마음을 터치하고 꿈을 찾는 ‘Dream Move’〉/ 박성희 (주부/플로리스트)
- 춤 치유와 트라우마 작업’/ 홍지인 (광주풍향초등학교 전문상담사)
- 힐링커뮤니티댄스를 통한 노동과 삶의 창조적 통합/ 한선주 (노동운동)
- 시니어를 위한 기억의 정원, '슬로우 워킹'/ 왕금옥 (한국숲치유산림복지 대표)
- 갤러리에서 갱년기 여성을 위한 '압구정 신바람 춤단'/ 김혜영 (다도,향도,시낭송지도자)
평자는 26일에는 현장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전문가 포럼에는 발제자로 직접 참여했다. 평자에게 평화, 청소년, 트라우마, 노동, 시니어, 갱년기 여성 등을 연계한 힐링을 위한 6개의 커뮤니티댄스 사례발표는 그 다양성과 함께 커뮤니티댄스가 지역 사회 곳곳에서 어떤 형태로 프로그래밍 되고 있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관객과 함께하는 춤Talk'에서 최보결 대표는 힐링커뮤니티댄스의 원리와 특징, 그동안 춤의학교가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펼쳐 온 힐링 커뮤니티댄스 활동들을 소개했다.
제3회 커뮤니티댄스페스티벌_전문가초청 '몸.춤 포럼' |
춤의학교 최보결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 초청 포럼에서는 장광열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이 ‘국내외 예술계 현장에서 만난 커뮤니티댄스’를 주제로, 박철수 멘탈코칭연구소 대표가 ‘몸과 마음을 통합한 멘탈코칭’에 대해,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이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의 활동을 중심으로 전문 무용단에서의 커뮤니티 댄스에 관한 이모저모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는 점들을 이야기했다.
코로나 시국에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인데도 현장 참가자들의 반응과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피드백 등 그 열기는 대단했다.
축제 홍보 영상을 보고 중요한 일정도 빼고 광주에서 올라 왔다는 홍지인씨는 “컨퍼런스에서 발표자 한명 한명이 일곱 빛깔 무지개보다 더 다채롭고 아름답게 제 색깔을 발휘하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전문가 발제를 통해 커뮤니티댄스에 대한 시야와 이해가 넓어졌다. 이틀 동안의 축제는 공연자, 발표자, 온. 오프라인 참가자 모두 각자 자기 몫을 하며 시너지를 내고, 비전을 공유하는 멋진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피력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특히 ‘Choreotherapy 시민 안무 크리에이션’과 일반시민들 속에서 펼쳐 진 힐링 커뮤니티댄스의 활동 사례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사회적 공통분모를 지닌 다양한 사람들이 무용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삶의 즐거움을 얻는 활동’인 커뮤니티댄스의 다양한 면면들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춤의학교 최보결 대표는 “삶과 공동체에 뿌리내리는 커뮤니티댄스, 몸의 문화를 재조명하는 컨퍼런스와 포럼, 공감과 창조성, 예술적 소통을 통한 커뮤니티댄스축제를 만들고 싶었다. 이 과정은 예술과 삶이 만나고, 개인과 공동체가 만나고, 전문 예술가와 일반 시민이 만나는 춤 예술의 기능과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며,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공유하고 나누는 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춤의학교는 2011년, 현대무용가 최보결 대표가 설립한 예술과 치유, 교육공동체이다. 쉽고 따뜻하고 재미있고 탁월한 힐링 커뮤니티댄스를 콘텐츠로 온, 오프라인 워크숍과 안무, 공연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사)보결커뮤니티댄스협회는 커뮤니티댄스 및 관련분야에 관한 학술 진흥과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힐링 커뮤니티댄스지도자 연수, 교류, 커뮤니티댄스 포럼과 컨퍼런스 개최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커뮤니티댄스가 현장 곳곳에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 지를 비교해 볼 수 있었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관의 프로그램들이 어떤 성과를 얻고 있는 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커뮤니티댄스에 대한 다양한 정보 공유를 위한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도 대두되었다.
커뮤니티댄스를 위한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커뮤니티댄스를 통한 국민들의 커뮤니케이션 창구/ 예술을 통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 무용예술 대중화 및 지역 무용계 활성화/ 무용 콘텐츠 개발의 창구/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의 배양 및 유통/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의 운용 창구/ 국내외 커뮤니티댄스 네트워킹의 장으로서의 기능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용예술의 사회적 가치가 확산되고 커뮤니티댄스가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수단으로 유용한 현 시점에서, 체험 치유 건강 공연 교육 복지를 담보하는 커뮤니티 댄스에 관한 토탈 서비스 창구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춤추는 여자들 〈바비레따, 10번째 계절〉
관객과 함께 만든 감성치유 춤바람 공연
“나의 바비레따는 용기이다” “나의 바비레따는 백신이다” “나의 바비레따는 새로운 만남이다” “나의 바바레따는 어린 시절의 여러분이다”. 공연을 이끈 춤추는 여자들 4명에 이어 객석의 관객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 자신이 생각하는 바비레따에 관해 말했다.
12월 3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은 저녁 8시에 시작되었으나 어느새 시계는 9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공연은 마이크를 든 출연자들이 “당신이 생각하는 바비레따는?” 이란 질문을 던지며 로비로 향하자 그제야 마무리되었다.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는 2012년부터 시작된 커뮤니티댄스 공연이다. ‘바비레따’는 러시아에서 여름 끝 무렵에서 초가을로 들어서는 2주간 정도 있는 계절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일상의 삶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생명력 있는 춤바람’을 표방한 이 공연은 한마디로 관객 참여형 감성치유 작품이다.
춤추는 여자들 〈바비레따, 10번째 계절〉 |
극장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숲속 같은 무대였다. 각양각색의 소파에 편안하게 몸을 기댄 무대 위 관객들은 마치 숲속으로 피크닉을 온 사람들 같았다.
조민수의 리코더 연주로 시작된 공연은 초반부터 현란했다. 4명의 리더 댄서들은 저마다 자신의 얘기들을 펼쳐놓더니, 강애심의 라이브 기타 반주에 실린 ‘꼭 안아주세요“ 노래와 시 낭송, 객석으로 날아든 각양각색의 풍선 등 풍성한 볼거리, 들을 거리, 놀 거리를 펼쳐놓았다. 퍼포머들은 공연 내내 이 모든 것들을 객석의 관객들과 함께 즐겼다. 관객들은 공연자들의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하고, 노래에 맞추어 율동을 하고, 객석으로 날아든 풍선들과 놀았다.
‘가슴을 울리는 리듬과 진동을 통한 강력한 파장’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춤, 음악, 연극, 토크 등이 함께하는 공연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여지없이 자극했다.
춤추는 여자들 〈바비레따, 10번째 계절〉 |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는 2011년, 제10회 춘천아트페스티벌에서 다양한 여성들과 워크숍을 거쳐 ‘당신은 지금 봄내에 살고 있군요’라는 20분 가량의 작품을 선보인 것을 계기로, 이듬해 1월,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출연진과 관객이 어울리고 호흡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이후 춘천, 무안, 광주, 남원,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민참여형예술프로젝트와 신나는 예술여행,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방방곡곡 사업, 문화가 있는 날 직장문화배달 사업 등에 선정되어 전문 공연장과 페스티벌, 실내외 공간 등 28곳에서 모두 74회나 공연했다.
춤추는 여자들 〈바비레따, 10번째 계절〉 |
이번 공연을 주최하고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를 만든 ‘춤추는여자들’은 관객과 눈을 맞추고, 두 손을 잡고, 함께 이야기하고 춤추고 싶다는 염원을 모아 중견 예술가 4명이 의기투합하여 결성했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공동안무 겸 퍼포머로 참여하고 있는 안무가 장은정(장은정무용단 대표), 최지연(창무회 대표), 김혜숙(김혜숙댄스리서치그룹 대표), 그리고 배우 강애심(극단 고래 단원) 등 4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과 춤으로 소통하고, 그들에게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생생한 에너지와 경이로움을 경험하고 있다.
춤추는 여자들 〈바비레따, 10번째 계절〉 |
〈바비레따, 열 번째 계절〉은 이날 그동안 이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의 숫자가 적지 않게 객석을 메운 데서도 알 수 있듯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의 10년 여정을 돌아보는 한 판이었다. 경쟁력 있는 레퍼토리로 축적된 이 작품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는 그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었다는 것이다.
춤추는 여자들 〈바비레따, 10번째 계절〉 |
평자가 일주일 간격으로 본 3개의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들은 우선 성격과 내용, 전개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용다방의 〈정오의 열린 즉흥 “NooN”〉 은 즉흥에 기반을 둔 어린이와 전문 무용수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작업이었고, 춤의학교와 (사)보결커뮤니티댄스협회가 주최한 커뮤니티댄스페스티벌은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정기 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멤버들이 직접 안무한 작품을 올리고, 워크숍 사례들을 공유했고, 춤추는여자들의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는 관객참여를 통해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이 확연했다.
세 편 모두 참가자들이 직접 작품의 제작과정에 참여하고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삶의 즐거움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커뮤니티댄스에 가장 근접한 형태의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세 편의 작업 모두 커뮤니티댄스의 긍정적인 파급효과, 모든 국민은 춤출 권리가 있음을 확인시켜 준, 2021년 무용계의 키워드로 부상한 ‘무용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