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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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0년 11월 20일(금)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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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카페 오가다(서울 대학로)
제22회 생생춤페스티벌이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11월 12~15일 열렸다. 총 18개 대학단체와 안무가들이 만나 4일간 에너지 넘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12일은 김영진 안무 숙명여대 System on Public Eye의 〈Like Strangers〉, 정명지 안무 전북대학교 Dance Contemporary JoonMo의 〈무임승차〉, 이윤경 안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Sac Dance company의 〈2020 자화상〉, 차지은 안무 동덕여자대학교 (사)메이드인댄스예술원의 〈My Generation〉, 박근태 안무 한국예술종합학교 K-arts 무용단의 〈Feel Trembling〉이 선보였다. 13일은 이동하 안무 세종대학교 이동하 댄스프로젝트의 〈이미지의 배반〉, 김규진 안무 경상대학교 안주경 댄스컴퍼니의 〈Peace〉, 정재혁 안무 한국예술종합학교 Company J 〈Understand〉, 한상률 안무 서울예술대학교 SIA 무용단의 〈두기두기거리거리〉, 김광민 안무 국민대학교 두아코 댄스컴퍼니의 〈Interaction ver2〉 공연이었다. 14일은 노정식 안무 용인대학교 Roh Dance Project의 〈감아버린 눈〉, 김혜정 안무 단국대학교 블루댄스씨어터의 〈The song ver.1〉, 정수동 안무 한국체육대학교 에스이아트엔코의 〈시소-SeeSaw〉, 박관정 안무 한양대학교 밀물현대무용단의 〈Reboot:출발점 위에 서다〉 공연이었다. 15일은 정석순 안무 한성대학교 Wondering Star의 〈아수라발발타〉, 윤승진 안무 강원대학교 조성희AHA댄스씨어터의 〈The truth teller〉, 남진희 안무 상명대학교 SM현대무용단의 〈청춘연가〉, 김영미 안무 경희대학교 KYM Dance Project의 〈Birth-Place〉 작품이 마지막 날을 장식했다.
김혜라: 이해준 회장님, 생생춤페스티벌이 11월 12~15일 열렸습니다. 20년 넘게 지속된 생생춤페스티벌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도 듣고 싶어 회장님을 모셨습니다. 생생춤페스티벌 전신이 대학현대무용제전이었고 실제로도 각 대학의 학생들에게 무대를 경험하게 하는 경연정도의 연례행사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 축제를 단순히 작품 결과물로만 평가하기보다는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과정과 교육적 차원에서 성과가 있었는지, 그리고 실제 학생들과 안무가 사이나 대학별 교류 차원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이해준: 우리가 올해부터 방향성을 바꾼 게 대학을 기반으로 한 무용단, 쉽게 얘기하면 대학생과 대학원생까지 포함한 친구들이 현장으로 떠나기 전에 베이스캠프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현대무용협회 회장을 맡고 나서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특히 현대무용의 특수성을 갖고 어떻게 사회적 역할을 하고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의미 있는 일들을 할 것인가 입니다. 사실 동문 단체 같은 경우는 ‘고인 물’이란 말도 많이 듣잖아요. 이러한 환경 자체를 바꿔보자는 의미가 있고 여기서 공연하는 친구들이 젊은 친구도 있지만, 현장에 나가서 활동하다가 돌아와서 같이 활동하는 친구가 있어요. 작년에는 제가 현대무용협회 부회장을 맡았는데, 그때는 필드에서 활동하는 무용단 단원이라 하면 예를 들면 한성대를 베이스를 하면 정재우든 누구든 그 친구들의 수가 40% 돼야 참가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각 단체별로 색깔이 나올 수 있어요.
이해준 ⓒ춤웹진 |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프로페셔널 한 댄서나 안무가와 작업하며 시야가 넓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얘기로 이해됩니다. 출연진을 보니 독립안무가나 중진안무가들과 학교별로 매칭되어 진행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였고 지속해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현장에 있는 프로페셔널한 무용수와 안무가들이 같이 매칭 돼야 동문 단체들이 에너지도 받고 학교라는 좁은 공간에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거죠. 예전에 동문 단체의 장점이라면 대학 중심으로 발전해서 교수님 밑 안전지대에서 성장했다는 건데 단점이라면 친구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그래서 필드 나가면 오히려 욕먹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러한 관행을 깰 목적으로 설계한 겁니다.
과거에 비해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안무가들과 대학 단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협회에서 어느 정도 관여하시나요?
제가 이번에 건 조건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와 학교 단체를 매칭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정수동, 이동하 이 친구들이 안무비를 받고 기존 레퍼토리를 연결하거나 그 단체에 가서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드는 거로 하자 했어요. 그러면 학교 단체는 레퍼토리를 확보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경험하는 거예요. 사실 이런 시스템으로 바뀐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내년에는 방향성을 조금 바꿔보려고 합니다. 학교 단체에서 대부분 안무가를 선택하거든요. 그런데 올해 해보니까 잘 안 맞아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서로 선택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안무가도 단체가 마음에 들어야죠. 시스템에 변화를 줘야 캐스팅도 정리하고 작업을 해나갈 때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마다 예술감독이 있다 보니 안무가도 단체의 말을 안 들을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서로 매칭하는 거로 시스템을 바꾸려 합니다. 필드를 열어놓는 거죠. 물론 지역이 떨어져 있는 곳에 선택되는 안무가는 이점을 줘야 하니까 다른 가능성으로 접근하려 해요. 강원도, 부산, 전북 팀은 그 지역에서 그 무용단이 하는 역할이 큽니다.
쌍방간 선택으로 작업하게 되면 안무가나 학생들 지원은 어디서 어떻게 하나요?
생생춤페스티벌 전신이 대학무용페스티벌입니다. 대학무용페스티벌에서 출발해서 20년이 넘게 지속해 왔는데 요즘 트렌드 자체가 현장 안무가를 지원하는 사업 말고 이런 쪽으로는 지원을 안 하는 성향으로 갔어요. 그러다 이번 정부 들어와서 청년을 지원하는 쪽으로 기조가 확 바뀌었는데 심사하는 분 생각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오지 못하더군요. 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얘기했습니다. 요즘 인턴십 하고 청년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고, 콩쿠르도 지원하는 판국에 생생춤페스티벌은 청년들이 꾸려나가는 나름 의미 있는 행사인데 지원을 안 하냐 했더니 대답은 뻔하죠. 심사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결정했다는 거죠. 사실은 강력하게 어필했는데... 하여튼 이제 다른 가능성이 열리겠죠(웃음). 그래도 다행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락토 댄스 프로젝트’에서 생생춤페스티벌 참가 단체 중 10단체는 지원을 받았어요. 학생들과 무용수들에게 출연료 전액 그리고 안무가에게 안무 비용을 받은 거죠.
지원을 받지 못한 단체나 지역 대학에서 활동하는 단체는 어떤 상황이었나요?
지역에 있는 강원대학교 조성희AHA댄스씨어터, 경상대학교 안주경댄스컴퍼니 이런 단체는 컴퍼니에서 활동하는 친구를 수혈할 수 있는 역량이 안 돼요. 그래서 그쪽 졸업생과 그쪽에 있는 단원들을 매칭하는 걸로 진행했어요. 다른 의미라고 하자면, 좀 어린 친구들이 졸업 후 프로페셔널로 나가는 통로가 있어야 합니다. 그 통로를 제시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섞어놓으면 그 중에 괜찮은 1~2명은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거든요.
우리 학교(한양대 에리카), 우리 컴퍼니(밀물현대무용단)에서 한 3년 전에 제일 먼저 시도했어요. 세종대 출신, 한예종 출신 안무가를 데려다가 워크숍을 시키고 작업하면 제가 사비로 개런티를 지급하며 준비시켜본 거예요. 그렇게 작업하면서 졸업생들이 현재 시나브로가슴에 단체에 가서 실제로 활동합니다. 다른 경우를 보면 댄서가 아니라도, 일인 크리에이터처럼 혼자 하는 애들도 정말 언더그라운드,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 인 탱크에 가서 하고 싶은 거하고 열심히 살더라고요. 언젠가는 그들을 조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여튼 그렇게 성장하기도 하고 또 여러 곳에 뻗어 나가기도 해서 페스티벌을 그런 쪽으로 진행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제가 회장 되고 나서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공연을 보니 15분여 동안 각 단체만의 성격과 안무의 개성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사실은 시장성으로 보자면 이 페스티벌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만 가능성으로 보자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고 또 작품 콘텐츠로 괜찮은 것도 매해 두세 편 정도 나옵니다. 그렇지 않은 작품이어도 학생들이 모여서 활동해나가는 울타리를 만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요즘 SNS가 많이 열려있으니까 어디 단체가 좋더라, 어디 누가 좋더라 하면서 계정 안에서 학생들끼리 소통하고, 컴퍼니에 있는 분들도 그런 친구를 오디션에 요구합니다. 자연스럽게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발레 쪽 어린 스타들은 프로페셔널인데 현대무용은 대학이란 구조에 갇혀있고 졸업하고 나서 활동을 준비시키는 입장에서 보자면 대학 커리큘럼만으로는 준비가 안 돼요. 저는 학교에서 프로덕션 수업이나 안무 실습수업을 하면서 이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타학교 선생님들도 의미 있어 하고 보고 계신 거 같아요. 우리 학교에서 노정식, 김성용, 박순호 선생이 테크닉 수업을 했었고, 임샛별, 류진욱 이런 친구들이 계속 와서 수업을 3~4년씩하고 외국에 있는 안무가들이나 컴퍼니에 있는 분을 매칭해서 수업하는 것들을 하면서 나온 결과물을 첫 번째 5월에 있던 강동아트센터 대학페스티벌에 내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에 무용단에 있는 친구들과 섞어 연결해서 생생춤페스티벌에 보냈었어요. 예전처럼 단계별로 2개가 있을 때 참 좋았는데, 생생춤페스티벌만 남게 되니까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험, 시연으로 끝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기회를 준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겁니다.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학생들의 안목이 열리기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며 진로까지 탐색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네요. 작품 준비과정은 얼마나 걸리고 실제로 대학교육 현장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까요?
제가 요청하는 것들은 무용 생태적 환경에 일조하면서 아이들이 다양한 스타일을 접하고 가능성을 열자는 거였는데, 선생님들도 막상 시도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는 거죠. 두어 달 급하게 준비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인식하신 거예요. 그러니까 뛰어난 상상력이나 실행 능력이 있는 젊은 친구들을 대학 수업과 작업에 투입해서 최소 1년 정도 해야 완성이 된다는 걸 슬슬 아는 겁니다. 그러면 현장에 있는 친구들에게 강의도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는 거죠. 그리고 규칙을 만든 게 안무하면 안무비를 줘야 합니다. 강사들이 안무하고 티켓 팔아 갖는 시대는 이미 끝난 거예요. 그런 쪽으로 의미성이 하나 있다고 보고요.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군요.
일자리 창출 관련한 이슈 말고도 또 하나는 아까 말씀드렸던 학교 베이스의 무용단 아니면 전통적으로 성장해서 무용단의 이름이 있지만, 단계적으로 보면 졸업하고 필드에 나간 선생님들이나 안무가들이 와서 같이 공연하는 그런 단체들도 활용을 아주 적절하게 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거죠. 학생들이 더 이상 동문 단체에 묶이지 않고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자유롭게 단체를 도는 것에 대한 개방적인 사고로 변화한 거예요. 우리 학교에 있다가 이화여대에 있다가 성대 가서 한다 하면 선생님에게 허락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니까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수동씨가 작업하는데, 성대에서 하다가 나오면 원래 있던 무용 단원 이외에는 댄서 수급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댄서들을 만나고 적절한 작품에 맞는 학생들을 선택하니까 양쪽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지는 거죠. 저는 생생춤페스티벌이 완성된 작품들을 소개하고 MODAFE도 마찬가지고 페스티벌 안에서도 프로덕션 기능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한다는 게 상당히 의미 있다고 봅니다.
프로덕션 기능에 대해 조금 자세하게 얘기해 주세요.
지역에서 열리는 공연들에 프로페셔널 한 친구들이 투입되고 이 친구들의 레퍼토리가 재활용될 때 그 부분에서 발생하는 이익들을 나누기로 못을 박았어요. 사실 이것이 잘 되면 좋은데... 또 하나는 경남, 전북 지역은 왕래가 좀 쉽지 않아요. 그 중간 예를 들면 이 팀들이 제주로 가는 거예요. 그 대신 인기 있는 제주 출신 무용가를 넣어야 해요. 그들을 내려 보내서 해설을 시키든 프로그램을 만들든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게 하는 거죠. 여기 있는 안무가들이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연결성을 갖고 단계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이점을 주려 해요. 물론 작품이 좋아야 하고 학생들과 프로페셔널 한 무용수 5명과 컴퍼니에서 노하우 있는 친구들 5명이 섞여야 완성됩니다. 버전이 바뀌면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유도하고 있어요. 시작은 미흡했지만 작품을 업그레이드하는 팀한테 기회를 주려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아요. 특히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처럼 극장 공간이 협소한 경우에는 더 적나라하게 보여요. 예전에는 생생춤페스티벌을 하루에 5팀씩 했는데, 이번에는 대관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첫날과 둘째 날 5팀씩 했고, 그 외 4팀씩밖에 안 되는 거예요.
제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호언장담한 게 10년 동안 절대 국가 지원금에 손을 안대겠다는 거였어요.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대학교수로 있는 사람들은 접근이 용이합니다. 강경모 교수와 저는 안 하고 있어요. 그러다 협회 회장이 됐으니 어쩔 수 없이 지원 사업을 하는 상황인데요. 2017년까지 지원금을 받은 이후 3년째 못 받고 있어요.
이해준 ⓒ춤웹진 |
지원금도 못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운영됐나요?
그전에는 대관하고 크루 비용으로 썼는데, 회장이 돼서 보니까 문제가 심각한 겁니다. 작년에는 안산에서 돈을 받아서 연결했고 올해는 안 돼서 관계자들께 열심히 설명했죠. 대학생들이 하는 아마추어 공연이라는 인식을 버리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공연 중에 발레 페스티벌 갈라 공연을 보면 그 친구들 연령대가 16~24살이에요. 그 누구도 어리다고 얘기 안 해요. 솔리스트들이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덮고 가는 거예요. 그래서 소극장 페스티벌로 설계했고, 올해는 ‘공연업 회생 프로젝트’(락토 댄스 프로젝트)에 지원한 10개 단체 말고는 지원이 없었어요. 그런데 협회는 10원도 없는 거예요. 지원을 받지 못한 단체도 있고 아예 신청 기간을 놓친 곳도 있고, 떨어진 곳도 있어요. 어쩔 수 없는 게 우리가 보수로 돈을 받아서 지원 단체로서 지원할 수 있으면 나누겠는데 각 단체 지원으로 해서 초이스업하고 진행하는 상황이니 어려운 단체가 있게 된 상황이었죠. 사실은 이 축제를 중심으로 의미를 알리고 이 축제 자체를 공모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고 그래야 공평하게 수고비도 지급이 되구요. 그런데 1학년이니까 아마추어 2학년은 준 프로페서널 이런 식은 아니거든요. 안무가가 요구하는 역량을 펼치면서 가능성을 완성시킬 수 있으면 프로페서널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그 기준에 맞춰 정의를 내려서 갈 방법들을 찾고 있어요. 그럼에도 지역 단체들은 학교 색깔을 고수하며 무대 경험을 하게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많아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예전의 대학 중심의 폐쇄성이 남아 있기도 해요. 그러기에 더더욱 청년 무용가 지원프로젝트로 지원해서 지원금으로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안무가와 댄서들에게 정당하게 급여를 지급하고 싶어요. 우리가 계획하는 변화를 설명하고 쌍방간 매칭을 얘기해도 인식이 안 변하는 거예요. 청년 무용가 인턴십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의미있는 건데 안 한다고 하면 동시대 협회 기조에도 맞지 않고 말이 안 되는 거죠. 전문인 양성을 하고 성장해나가는 친구들에게 우리가 지켜보며 가능성을 심어주고 격려해줘야 하는 의미에서 저희 축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고 관심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현대무용협회에서는 생생춤페스티벌이 네트워킹 기능과 프로덕션을 기능을 갖춰 전문적인 예술가가 되기 위한 준비단계로 방향성을 잡으신 것 같네요. 지원이 이뤄지면 계획이 수월해지겠고, 또 현대무용협회의 모다페와 생생춤이 연결성이 보입니다.
그럼요. 사실 내년 모다페에 NDT(Nederlands Dans Theater)가 오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온다는 거예요. 내년이 네덜란드와 수교 60주년이어서 대사관을 통해서 롯데시네마에서 필름으로 관객들에게 볼 수 있게 해주자고 제안을 했고 한 사람이 한국으로 와서 설명해달라고 했습니다. 제이콥스 필로우(Jacob’s Pillow)에서는 비대면으로 박순호 선생 작품을 팔았죠.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네트워크를 진행하면서 네덜란드에 젊은 작가들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연계해서 한국에서 공연하고 네덜란드 가서 공연하고 홍콩, 싱가폴, 일본, 한국, 아시아 베이스 무용인들과 이탈리아, 프랑스 무용인들을 섞어서 내년 MODAFE에서 레지던시를 하기로 했어요. 그런 것도 마찬가지로 투어하는 거로 묶어놓고 있어요. 예술의 길을 가는 친구들을 지원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인큐베이팅하면서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것이 MODAFE라면, 생생춤페스티벌은 그 단계에 가기 전, 이제 막 무용계에 진입하는 친구들을 위한 장입니다.
어느 정도 학생들이 참여했죠. 무대 공연 외에 다른 이벤트가 있나요?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400명 정도 참여했어요. 대학별 네트워크 구축과 크로스 업 외에 또 기획했던 건 여기 참여한 아티스트 중 김광민 씨나 정수동 씨가 오픈 클래스를 열어서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워크숍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막혔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공연하다 보니 지역 무용계에 활력을 넣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지역에서 분산 개최하는 것도 고민 중입니다. 생생춤페스티벌을 하는데 대구, 대전, 제주도에 가서 하고 광주도 가고 그 지역에 젊은 기운을 불어넣는 겁니다. 프로페셔널 한 단체 네 팀 정도 뽑아서 원나잇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문제는 경비입니다. 홍보하고 나눠주다 보면 한 3천만 원 받는다고 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지방에 가면 대관을 해준다고 해도 스태프도 같이 가야 하고 단체에게 개런티도 줘야 하고 숙소, 교통비 하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생생춤페스티벌은 안산에서 테스트 케이스를 해보니까 버스, 식사, 굿즈와 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약간의 돈을 지원하면 정말 공연하겠다고 몰려요. 이렇게 참여한 친구들이 무대 경험을 하면서 현장으로 나갈 기회와 가능성을 얻고 경험치를 쌓게 되다 보니 무대에 서는 것 하나만으로 또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다른 단체들도 보고 다른 안무가 스타일을 보게 됩니다. 이번에 박관정 씨가 주목받았어요. 만약 박관정씨가 전문무용수지원센터 통해서 오디션을 연다고 하면 학생들이 몰릴 거예요. 새 가능성을 열어서 아이들이 나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의 역할도 하고 네트워크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게 혁혁한 공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어떤 일을 했고, 정체성이 무엇이고 대학 동문 단체가 대학 베이스로 큰 무대 경험을 쌓아준 거 외에 어떤 일을 했냐는 얘기도 있습니다.
협회측에서도 생생춤페스티벌의 역사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는 판단이 듭니다. 더불어 어려운 여건이지만 변화를 모색하며 학생들을 전문적인 무용가로 성장시키려는 노력 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학생들도 20년 후에 성장해서 이 축제를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도 과거에 이 페스티벌에 참가했었고,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육자들 창작자 분들도 그 페스티벌에 참가했었기 때문에 이 페스티벌을 보는 시각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전공이나 비평적 시각에서 보자면 대단히 예술적이거나 기록해서 역사에 남겨야 할 작품들은 아닐 수 있으나 4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서 정말 발버둥 치는 그 모습에 사람들이 감동하는 거예요.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왜 전석매진이 될까요. 사실은 그들이 성장해나가는데 원동력, 그러니까 자동차 기어를 넣고 출발할 때 제일 힘들죠. 그 첫 번째 시동을 거는 역할을 생생춤페스티벌이 하고 있다는 거죠.
지금 이 생생춤페스티벌 현장에 있는 친구들, 그리고 그들이 활동하면서 학교로 돌아와서 협업하면서 만드는 시너지가 앞으로 2~3년 더 잘 조합된다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해요. 무용계에서 베이스캠프로서의 역할, 플랫폼으로의 역할, 페스티벌 안에서 작가들이 직접 캐스팅해서 인큐베이팅하고 완성작을 내놓는 결과물을 내놓고자 남진희 예술감독과도 논의 중입니다. 그리고 내년이 기간에 소극장 프로그램도 하려 해요. 사실 올해도 소극장 페스티벌을 준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무산됐습니다. 이 여건에서한 건만 한 것도 대단하지 않았나 합니다.
계획대로 내년에는 소극장 공연도 성공하길 바래봅니다. 또 하나 공연 환경적인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년까지 안산에서 했는데 올 해는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올해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대표이사가 김미화 씨로 바뀌었어요. 이번에는 대관 관련해서 이슈가 있기도 했고 학생들에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는 극장에서 행사처럼 공연하게 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김성희 대표에게 얘기해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빌리려 했는데 이미 대관이 꽉 차서 좁지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로 간 거예요. 생생춤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현대무용 쪽에서는 연간행사 중에 전체 18~20개 단체가 참여할 수 있고 쉽게 접근 가능한 축제가 바로 이 페스티벌이거든요. MODAFE는 어린 친구들은 못 들어옵니다. 다른 대안으로 젊은 미래의 현대무용가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현대무용협회장으로 선임되셨는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으신지요?
예를 들면, 이사님 중에 한 분이 서강대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오늘 아침에 서강대메리홀 공연이 취소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우리 협회에 SOS가 와서 협회에서는 이를 구제하려고 대관 가능한 곳을 찾고 있어요. 협회는 주는 지원금 받아서 쓰고 끝내는 게 아니고 어려운 고객들(무용가)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민원이 있었을 때 가장 신속하게 해결하고 그 해결을 통해서 인정받는 게 협회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직원들과 얘기했어요. 사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코리아 에이전시가 없죠. 있다 해도 다 돈 받고 합니다. 우리 협회가 40년 됐는데, 40년 동안 무엇이 쌓였는지 보면 좀 답답합니다. 그나마 축적돼 있는 것은 인지도와 인식인데, 그렇게 쌓아왔던 역사적 의미나 시간적 의미를 새롭게 포장해서 어디든 어필하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과 앞으로 가야 하는 길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어요. 제 임기가 3년이고 예산 관련해서 여러 일을 하고 있는데, 아마 임기 끝날 때 즈음 나올 가능성이 커요. 나름대로 제 역량껏 발휘해서 사회적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다른 리더들과 아이디어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룹에서 같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생생춤페스티벌은 창작적 기조에서 보자면 스펙트럼은 버라이어티하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볼 것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무지개가 빨, 주, 노, 초, 파, 남, 보인데 보라색은 본 적 없을 거예요. 있는 건 알지만 안보여요. 저는 마치 무지개와 같다고 보는 거죠. 분명히 있지만 색깔이 보이지 않는 거죠. 하지만 그게 없으면 완성이 안 됩니다. 젊고 서툴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몇 건에 콘텐츠를 네트워크 시키고, 그렇지 못한 단체들도 참여해서 다 보거든요. 참여자들이 대충 와서 하고 가면 안 된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에 베이스캠프 자체에서도 전략적으로 정상을 향해 떠나는, 전진 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이제 참여하는 단체들의 생각인 거 같고 아티스트도 관심을 두고 새로운 시장으로 보는 거죠. 한참 공연하고 바쁘다가 여름 방학, 7~9월에 일이 없는데 새로운 잡 필드도 열린거죠. 그래서 잘하면 내년까지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생기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제는 툇마루무용단 베이스인데, 에리카 출신 안무가하고 밀물현대무용단 단원들과 작업한 단 말이에요. 옛날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죠. 그런 걸 해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통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판을 벌여서 여기저기에서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가진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어서 아티스틱하게 갈 수 있는 부분도 생각해야 할 거 같아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젊은 춤의 신장 같은 역할을 하는 페스티벌이 앞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만날 수 있도록 더 지원하고 노력해야겠죠.
젊은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하나요?
이 친구들에게 새롭다는 건 어제와 다르단 얘기는 아니고요. 시도가 다르기 때문에 새로울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언택트 시대에 영상 관련해서 이슈가 있잖아요. 우리는 2년째 메이킹 필름 페스티벌을 하고 있습니다. 생생춤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단체들이 필름을 만들어서 작품을 소개하는 걸 합니다. (영상을 보여주며) 애들이 만든 거예요. 1~3위까지 상금도 줍니다. 좋아요 수, 조회 수, 리그램 수, 태그 수 응원 댓글 수, 심사위원 점수까지 합산해요. 공연 단체 홍보를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개념이 바뀌어서 이걸 확장하자고 얘기합니다. www.instagram.com/tv/CG4N9gepSzT/?igshid=1ai5ja79jcmoq
코로나 이전부터 준비한 거네요.
2017년부터 이런 식으로 홍보를 했고 상금 주는 건 작년부터였죠. 서바이벌해야 하는데, 사람들한테 시각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이제 안 되는 거예요. 아이들도 이런 작업을 하는데 재밌어하고 이 친구들이 SNS에 업로드 하면서 동참하게 퍼지기도 합니다. 이것을 한 친구들이 김성한 선생 단체나 다른 단체들에 가서 미디어를 만들어서 업로드 하는 일을 실제로 합니다. 경험을 통해서 경험 기반의 노하우를 실제로 활용하는 방법들도 찾고 있는 거죠.
올해 운이 좋아서 코로나를 피해서 모다페를 끝냈고, 협회에서 하는 콩쿠르 사업도 비껴가서 400명 넘는 젊은 친구들이 참여했고, 생생춤페스티벌도 참 걱정했는데 안전하게 공연을 잘 마쳤어요. 언택트가 화두인 이 시기에 그래도 오프라인에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죠.
이해준, 김혜라 ⓒ춤웹진 |
무사히 마쳐서 다행입니다. 끝으로 하실 말씀 있으신지요.
내년에는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대학 단체도 그렇고 안무가들에게도 더 해드리고 싶은데 여력이 안 되는 거예요. 개별적이거나 협회 차원에서 후원금 받고 하다 보니 힘이 부족하고 사무국도 힘들어합니다. 참여 무용수와 안무가, 단체로 보자면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 단체들이 다 들어오는 거예요.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시고 이 친구들이 성장해서 미래 현대무용계에 나가는 가능성에 집중해서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경우도 있고 땀 흘리면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요. 최소한의 비용, 대관과 스태프 지원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가 인터뷰를 통해서 생생춤페스티벌이 과거 대학별 폐쇄성에서 벗어나 새 방향으로 진입한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춤문화를 이끌어갈 현대무용가들을 지원하는 협회로 수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혜라
춤웹진 편집위원. 춤미학과 비평을 전공하였고 20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를 통해 비평가로 등단했다. 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전문위원으로 할동하며, 〈춤웹진〉에 정기적으로 평문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