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호두까기 인형〉 취소 현장
〈호두까기 인형〉마저 취소해야 했다
방희망_〈춤웹진〉 편집위원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아주 당연하게 여겨왔던 습관과 일상을 바꿔 놓았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이 매해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올리던 〈호두까기 인형〉의 정기공연이 모두 취소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립발레단은 1985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은 1986년부터 연말에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해왔다. 국립발레단의 경우 11월 20일과 21일의 용인 공연은 진행했지만 12월의 성남, 서울, 대구 공연을 취소하였으며, 티켓예매를 재오픈하며 일정을 늦추었던 유니버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의 10회 공연과 군포 2회 공연을 결국 취소하게 되었다. 

 이렇듯 발레단의 한 해 운영계획에 큰 비중을 차지해왔던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모두 취소된 상황은 코로나19가 춤공연계에 끼친 피해를 생생하게 목도하게 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예년의 경우 국립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올리며 지출한 규모는 5억 원 선, 수입 규모는 6억원 남짓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춤웹진〉은 국립발레단 홍보마케팅팀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정리된 통계치들과 함께 피해 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호두까기 인형〉의 공연 횟수와 유료관객수가 궁금하다.

그 기간의 서울 정기공연과 지방공연의 횟수와 유료관객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17

2018

2019

공연횟수

유료관객수

공연횟수​

유료관객수​

공연횟수​

유료관객수​

 서울

14회

26,353명

14회

26,903명

14회

25,035명

 지방

6회

4,919명

11회

12,744명

8회

7,940명


 

올해는 적어도 이만한 관객을 만나지 못했는데, 발레단으로서는 아쉬움이 매우 컸을 것이다. 〈호두까기인형〉은 연례행사와 같은 고정레퍼토리인 만큼 매해 공연을 준비하면서 루틴이 있을 줄로 안다. 올해에는 준비과정에서 생략한 부분이 있는지 혹은 추가로 준비했던 부분이 있을지 궁금하다.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더 정성을 들여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가. 

2000년부터 시작하여 20여 년간 연말이면 어김없이 올린 〈호두까기인형〉이지만 올해는 11월에 올렸던 〈해적〉 공연을 제외하고 처음 올리는 정기공연이었기 때문에 모든 단원 및 스탭들이 다른 어떤 해보다 더욱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과 공연을 꼭 올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하였다. 연습이나 공연에 있어서는 여느 때와 특별히 다른 면은 없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최대한 따르고자 로비 이벤트 (트리 장식, 브라스 밴드 등) 등은 평소와 달리 진행하지 않기로 했었다. 대신 다른 해와는 다르게 오시는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기쁨을 드리고자, 프로그램북을 모든 관객분들에게 무료 배포로 할 예정이었다.

 또한 마지막 공연일인 27일에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해온 수석무용수 이영철의 국립발레단 무용수로서의 고별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모든 관객들과 함께 할 이벤트를 계획중에 있었다. 

  

공연이 취소된 상황에서 발레단 내부적으로는 어떤 일정들을 보내고 있는가. 

올해 2월부터 공연 취소와 잠정 연기가 반복되고 있지만 국립발레단은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삶이 그렇듯 언제나처럼 연습하고 또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재택근무 상황이었을 때에도, 상황에 맞춰서 무용수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도록 연습하고 준비하였다. 사실 앞선 공연들은 취소가 되면 아쉽고 허탈한데, 힘든 마음으로 다음 공연을 준비하며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노력해왔다. 이번 〈호두까기인형〉의 취소 또한 관객분들에게도 국립발레단 직단원 모두에게도 적지 않은 실망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2007년 오페라극장의 화재가 있었던 해 이후에 〈호두까기인형〉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지 않았던 연말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연말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마음을 다스리고 2021년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재정비 시간으로 생각하고 몸과 마음 모두를 건강하게 다지는 휴식과 준비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립발레단에서는 지방 공연에서 솔리스트들이 주역으로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예년 공연과 다르게 새롭게 준비하고 있던 무용수가 있었나?

올해 곽화경(드미 솔리스트 1)과 구현모(코르 드 발레 1) 커플이 각각 마리, 호두왕자로 서울공연에서는 처음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두 무용수는 몇 해 전부터 국립발레단의 다양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비대면 공연이 활성화된 2020년에도 국립발레단의 영상 사업인 〈KNB Timeless Stage〉와 〈Beyond the Stage〉의 작품들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무용수들이다.

  

연이은 공연 취소를 경험하면서 새롭게 마련하고 있는 복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올해는 언택트 시대에 맞춰 국립발레단 SNS(Youtube, 인스타그램 등)를 통해 온라인 공연을 선보였다. 국립발레단의 여러 공연들의 하이라이트들을 모은 갈라 형식의 〈KNB Timeless Stage〉부터 영상으로는 보기 어려운 전막 공연을 스트리밍하였던 〈KNB RE:PLAY〉_(호두까기인형, 안나 카레니나, 라 바야데르, 지젤 등)까지 온라인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또한 국립발레단의 안무가와 외부 안무가, 외부 연출가 등이 협업하여 야외에서의 공연을 영상으로 만든 〈Beyond the stage〉 시리즈도 호평을 받았으며, 취미 발레와 발레 전공생, 나아가서는 일반인들의 발레 홈트를 위하여 〈Home ballet with KNB〉 컨텐츠를 제공하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국민들에게 연말 힐링의 메시지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국립발레단과 KBS 공동주최로 준비한 〈우리 다시, The Ballet〉은 크리스마스이브 온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달할수 있었다.   

 ​2021년, 혹시 장기화할 팬더믹 시대에 맞춘 컨텐츠와 프로그램들이 더욱 개발될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달라진 그리고 달라질 시대에 맞춰 이제는 국립발레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을 볼 수 있는 자체 플랫폼 구축에 대해 논의 중이다. 물론 홈페이지의 대대적인 개편과 시스템 개발, 저작권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되어 있지만, 2022년 국립발레단 창단 60주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자체 플랫폼 개발을 통해 온· 오프라인 모두로 관객들을 쉽게, 그리고 더 많이 만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방희망

2013년 제1회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신인상을 통해 춤비평가로 등단했다. 현장 비평가로 다양한 춤 공연에 대한 비평작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춤비평가협회 정회원, <춤웹진>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 ​

2021. 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