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프랑스 봉쇄령 (일부) 해제
5월 11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령이 (일부) 해제됐다. 다들 어떻게 버텼을까 싶을 정도로 이동 제한이 풀린 첫날부터 파티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군가는 지난 두 달간 ‘바캉스처럼 잘 쉬었다’ 또는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취약계층의 상황은 다르다. 봉쇄 기간 동안 공동 화장실이 폐쇄되고, 카페와 레스토랑의 영업이 정지되면서 노숙자들은 맘 놓고 손을 씻을 곳도 대소변을 볼 곳조차 찾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 노숙자는 인터뷰를 통해 “지금 우리는 파리의 좀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가 노숙자를 위한 쉼터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한지 꽤 됐지만, 우리 동네 노숙자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가정폭력이 36%나 증가했다. “코로나보다 가정이 더 두렵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 가족 간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수인가 보다. 봉쇄령 해제 이후, 거주구역에서1km 이내로 제한됐던 외출은 이제 100km 이내로 확대됐다 (단, 100km 이상 이동 시 통행 증명서 소지). 등교 재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먼저 시작됐는데, 강제 사항은 아니다. 등교 여부는 학부모의 재량에 따라 정할 수 있고, 지역별 확진자 감염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최근 등교 재개 후 학교 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해당 학교들이 다시 패쇄된 상태다.
뒤늦게 마스크 구입이 가능해진 프랑스
프랑스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바로 마스크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마스크 쓰기를 꺼려 했던 유럽인들의 시민 의식, 코로나 사태 초기에 마스크는 확진자와 가족 또는 의료진만 착용하라고 권고한 정부의 지침 그리고 5월 초까지 마스크 구입이 전혀 불가능했던 상황 등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이해불가한 상황들이 참 많았다.
다행히 5월 4일부터 약국과 슈퍼마켓을 통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 구입이 가능해졌다. 또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사이트에 들어가 마스크를 신청하면 (가족 수만큼) 마스크를 약국에 가서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처음 느낀 정부의 행동이고 지원이었다. 그런데 이 마스크, 천이 너무 두껍고 숨쉬기 답답하다.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마스크 일 수도 있을 텐데, 아쉽다.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이를 어길 시 135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파리 시민들에게 배포된 마스크 ©cdn.paris.fr |
SNS로 소통하는 극장들
여름까지 모든 공연 일정이 취소되자 극장과 무용단은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샤이오 국립극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이 취소된 안무가들의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예술감독 디디에 데샹(Didier Deschamps) 은 관객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면서 자신이 즐겨 듣는 음악으로 이탈리아 가수 마리아 마조타(Maria Mazzotta) CD 추천과 함께 방에서 벽을 이용한 간단한 트레이닝 동작을 선보였다. 그 외에도 티에리 말랑댕(Thierry Malandain), 로시오 몰리나(Rocio Molina) 등 여러 안무가들의 영상 메시지 중 카를린 칼송(Carolyn Carlson)의 메시지를 나누고 싶다.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음악을 틀고 춤을 춥니다. 기공도 하고요. 우리 모두 거실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출수 있습니다. 제게는 아주 아름다운 거실이 있는데요. 제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작품들을 이 거실에서 만들었는지 몰라요. 심지어 부엌에서도요. 우리는 늘 공간을 필요로 하죠. 그러나 공간은 바로 여기! 우리 마음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작은 공간안에서도 창조할 수 있어요. 춤을 추시고, 에너지를 가지세요.”
샤틀레 시립 극장 역시 극장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이 취소된 예술가들의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샤이오 국립극장 SNS에 올라온 메세지 중 카를린 칼송의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면, 샤틀레 시립 극장에 올라온 영상 중에는 미국의 연극 감독 피터 셀라스(Peter Sellars)의 영상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그의 메시지는 “우리가 숨실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합시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극장이 올린 모든 영상을 다 확인 하지는 못했지만, 젊은 예술가 대부분이 자가 격리 기간 동안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소식을 전한 반면, 연륜 있는 예술가들의 메시지에는 삶을 공유하는 깊이가 느껴진다. 샤틀레 극장의 링크를 클릭하면, 예술가들이 전한 영상을 볼 수 있다. (https://www.chatelet.com/magazine/tchatextra/#streaming)
팬데믹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공연 예술계
프랑스 문화부장관 프랭크 리에스테르(Franck Riester)는 최근 프랑스 TV 〈France2〉 에 스크린상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다뤄진 주요 내용은 공연 재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문화부 장관은 공연 재개를 위해 전문가들이 나눈 의견을 전했다. (아래 사항은 현재 문화부에서 검토 중인 내용이다.
프랑스 문화부 프랭크 리에스테르(Franck Riester) 장관의 인터뷰 모습 ©France2 |
-관객은 반드시 마스크 착용
- 좌석의 첫 줄이 무대와 가까운 경우 첫 줄은 비어둬야 한다.
- 관객간의 물리적 거리(distanciation physique)를 위해 빈 좌석 마련.
- 무대 위 공연자들과 연주자들 간의 물리적 거리 유지.
- 공연장 입장/퇴장시 관객들간의 1미터 거리 유지.
- 공연 전/후에는 극장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 막간 금지
- 연습 및 공연에 참가하는 모든 공연자들은 코로나 검사를 (자주) 받아야 한다.
(기사 참고_ 프랑스 뉴스 France2)
위 사항에 대해 파리 오페라 감독 스테판 리스너(Stéphane Lissner)는 이런 조건에서는 공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켜야 할 사항이 너무 많고 복잡해 오페라단의 연주자, 가수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존중했다가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1년 예정된 극장의 리노베이션 계획(팔레 가르니에와 오페라 바스티유)을 앞당겨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해진 내용이 없다. 현재 오페라 극장은 이미 다음 시즌 티켓 판매를 시작했고, 상황에 따라 한 시즌 또는 그 이상이 연기될 수도 있어 매우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파리 오페라 홈페이지 공고문에 올려진 COVID-19 관련 안내문〉
“COVID-19로 인해 파리 오페라는 2020 년 7 월 14 일까지 모든 공연을 취소해야 합니다.
이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 극장에서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티켓 환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환불 처리는 몇 주 안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팔레 가르니에(Palais Garnier)와 바스티유 오페라(Bastille Opera)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 된 상태로 유지됩니다. 방문 티켓 소지시 유효 기간은 2021 년 12 월 31 일까지 연장됩니다. 팔레 가르니에(Palais Garnier)와 오페라 바스티유(Opéra Bastille)의 매표소는 문을 닫지만 20/21시즌 예약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가능합니다. 저희 사이트 operadeparis.fr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Les Ballet de Monte Carlo)은 무용수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은 후 연습 재개에 들어갔다. 무용단은 스튜디오 소독은 물론 무용단 의상팀에서 마스크를 직접 제작한 후 무용수 50명과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무용수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모습 ©Alice Blangero |
프랑스 말랑댕 발레 비아리츠(Malandain Ballet Biarritz_CCN) 무용단은 이메일을 통해 코로나19로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전했다. “우리는 프랑스 국내 공연 및 해외 공연을 포함해 모두 48개의 공연이 취소되었습니다. 이로 인한 적자는 모두 백만 유로(한화 13억원)에 달합니다. 말랑당 발레 무용단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직원은 46명이며, 인터미텅 예술가는 30명 이상입니다.”
말랑댕 발레 비아리츠는 다른 국립안무센터(CCN)에 비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낮다. 그래서 무용단 운영 기금의 50프로를 공연 투어 수익금으로 의존하며 운행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48개의 공연 취소는 무용단에 치명적인 손실을 떠안게 됐다.
“인터미떵” 예술가들을 위한 정부 지원 발표
〈춤웹진〉 4월호에 프랑스 인터미떵 제도를 소개한 바 있다. 프랑스는 12개월 동안 507시간 공연 관련 일을 했다는 증명 서류를 제출하면 인터미떵(intermittent du spectacle)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다음 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여기서 12개월의 기준은 각 예술가마다 다르다). 인터미떵은 프랑스 예술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든든한 지원 제도다. 그러나 현재 많은 예술가들이 코로나19 사태로 507시간을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2021년 여름까지 인터미떵 예술가들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단, 기존에 인터미떵 예술가로 혜택을 받은 예술가들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올해부터 인터미떵 예술가가 되기 위해 507시간을 채우고자 했던 예술가에게는 해당사항이 안된다.
‘키부츠 현대 무용단’ 김수정 무용가와의 인터뷰
최근 이스라엘 키부츠 현대 무용단(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 소속, 김수정 무용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무용단 소식을 올렸다. 키부츠 무용단은 “무대를 비워놓을 수 없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전했다.
“무대를 비워둘 수 없습니다.(The stage must not be left blank!!!)
아름다운 창조의 순간을 선사하기 위한 무대를 비워두는 것이 얼마나 미안한 일입니까!(How so sorry is it to leave the stage empty to present a beautiful moment of creation!)
정서적 교감을 위한 창조적 능력의 공간을 비우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요?(How stupid is it to empty a space of creative capacity for emotional communion?)”
키부츠 현대 무용단(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 ©Lior horesh |
이후, 이메일을 통해 김수정 무용가와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코로나19기간 동안 모두 몇 개의 공연이 취소됐나요?
김수정: 코로나19 발생 그 즈음에 진행되던 한 달 남짓의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위스 등 유럽 투어가 취소됐습니다. 이후 이스라엘 내에서 진행되는 투어는 물론, 앞으로 향후 있을 7월까지의 루마니아, 폴란드 등 월드 투어 계획이 모두 취소된 상태입니다.
코로나19장기화로 인해 무용단과 무용수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수정: 일단, 무용수들이 겪어야 하는 기한 없는 기다림 때문에 정신적인 공허함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항상 스튜디오에서 몸을 다루어야 하는 직업이기에 오는 신체적 움직임의 갈증 또한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스라엘에 있는 모든 커뮤니티 활동이 중지되어 있기 때문에 투어 취소를 통한 경제적 손실 외에도 이스라엘 내에 모든 극장 관계자와 현장 예술인들이 겪는 경제적 데미지가 매우 큽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무용수들 월급이 감봉되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느 정도 지속 가능할지도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다행히 키부츠 예술 감독 라미 비에르(Rami Be’er) 하에 무용단 자체 내에서 무용수들을 케어해주는 상황입니다.
창작활동이 마비된 지금 무용수로서 어떻게 지내시나요?
김수정: 온라인을 통해 클래스나 신체 요소에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고 그림, 음악 작업등 그간에 시간이 없어 미뤄 왔던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후, 김수정 무용가와 다시 소식을 나누다 무용단의 새 소식을 듣게 되었다. 6월 1일부터 간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무용단 연습이 재개된다. 이 연습은 키부츠 무용단 19명이 참여한다.
이선아
현재 파리에서 거주중이며 자신의 단체 선아당스(SunadanSe)와 프랑스 안무가 뤽 페통(Luc Petton) 무용단 “Compagnie Le Guetteur”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춤웹진>을 통해 프랑스 무용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