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리을무용단 창단 40년을 보다
편집부

1984년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으며, 춤을 춤으로만 승부한다’는 배정혜 선생의 정신을 토대로 설립된 「리을무용단」은 한국 춤 호흡의 원리를 토대로 그 시대상황을 반영한 참신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창작 춤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강도 높고 체계적인 훈련을 바탕으로 한 구성원들 각각의 다채로운 개인기와 안무 능력이 돋보이며, 전통과 창작 작품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기획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200여회가 넘는 공연을 올렸다.

- 리을무용단 창단 40주년 보도자료


1984년 춤은 춤으로 승부한다는 마음으로 리을 무용단을 창단하였습니다. 창단 당시, 최고의 실력을 겸비한 단원들의 춤으로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내려올 때까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리을을 이끈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춤과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참아냈던 고통과 인내, 눈물들이 지금의 리을 무용단을 지켜와 준 것 같습니다.

- 리을무용단 창단 40주년 축하의 말 / 초대 단장 배정혜


1983년 12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미국에서 귀국하신 배정혜 선생님을 재회하고, 함께 바기본 호흡을 바탕으로 하는 몇몇이 개인적인 연습을 진행하면서, 한국무용의 새로운 창작화 작업에 뜻을 모아 리을무용단 창단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안무자와 무용수의 전문적 분화작업을 내세운 민간 직업무용단의 기치를 내걸고 1984년 10월 18일, 드디어 리을무용단 창단기념 공연 〈대화〉가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포문을 열었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이 한국무용의 전통과 창작의 현재를 관통하는 중심축임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불혹. 40년, 14,600일, 876,000시간 동안 단원들과 함께 다양한 작품 도전과 더불어 발전해 온 리을무용단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을 모아 만든 이 작품으로 오늘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작품 〈미혹〉은 춤으로 평생을 일구어온 모든 춤꾼들이 투영된 모습이며, 전통으로부터 솟아나오는 창작에 대한 리을무용단원들과 단장 이희자 안무자의 진솔한 고뇌가 응축된 모습입니다. 더불어 리을무용단 창단부터 오늘날까지 단체의 큰 어버이로서 창작의 정신을 불태우신 춤의 건축가 배정혜 초대 단장님의 춤 인생에 경외하는 마음과 함께 리을무용단을 사랑하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창단 40주년에 모시는 글 / 사)리을춤연구원 이사장 김수현


제37회 리을무용단 정기공연 〈미혹〉은 1984년에 창단, 한국창작무용의 산 역사를 짊어지고 전통의 현대화를 향해 쉼없이 달려온 리을무용단의 4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공연으로, 사람의 나이로 불혹을 맞은 단체의 정체성과 현주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미혹’이란 무엇인가에 홀려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뜻으로, 작품 〈미혹〉은 40살이 되니 미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와 함께 창단 40년이란 시간의 의지, 전통의 현대화를 위한 리을만의 독특한 색채에 미혹된다는 상반된 두 의미를 동시에 담은 작품이다. 전통적 음양사상을 기반으로 리을무용단만의 현대적 언어와 춤을 통해 흔들리는 시간들을 이겨내고 다시금 삶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프롤로그: 빛과 어둠의 경계 위에서 1장. 빛은 그림자를 만들고 (對立대립)
2장. 오랜 시간의 틈에서 (分化분화)
3장. 낮이 밤이 되니 (轉化전화)
4장. 수없이 많은 나를 만나며 (體用체용)
5장. 떨어질 수 없는 하나가 되어 (依存의존)
6장. 해가 지면 달이 뜨듯 (消長소장)
에필로그: 다시 찬란한 빛으로

 

- 창단 40주년 기념 정기공연작 〈미혹〉 기획의도 및 공연 순서


다양한 리서치를 통해 찾은 시인 이제니의 〈발견되는 춤으로부터〉는 2022년도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마치 화면 속 영상을 따라가며 묘사하듯 적혀진 새로운 형식의 시는 새로움을 넘어 신묘함이 느껴졌고 무대 위의 춤을 상상하게 했다. 이 시는 작품 〈미혹〉의 주제와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흔들리는 사람들’이라는 부재는 현재의 리을과도 무관치 않다.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한국창작인구, 몇 달을 연습해도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개런티, 강요할 수 없는 열악한 현실, 새로운 창작에 대한 압박,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한 상실, 그리고 리더로서의 책임감 등 작품〈미혹〉은 새로운 리을에 대한 미래지향적 슬로건을 찾아가는 새로운 시도의 첫걸음이다.

- 리을무용단 창단 40주년 보도자료



〈1984 대화〉 1984, 배정혜 안무 ⓒ리을무용단



〈유리도시〉 1987, 배정혜 안무 ⓒ리을무용단



〈행장2〉 1994, 황희연 안무 ⓒ리을무용단



〈김현미의 크리스마스날〉 1996, 김현미 안무 ⓒ리을무용단



〈가스실〉 2000, 김수현 안무 ⓒ리을무용단



〈신작로〉 2002, 김현미 안무 ⓒ리을무용단



〈천국〉 2003, 오레지나 안무 ⓒ리을무용단



〈풍장2〉 2004, 이희자 안무 ⓒ리을무용단



〈법_타고남은 재2〉 2004, 배정혜 안무 ⓒ리을무용단



〈행장3_미친치마 꼴라쥬〉 2005, 황희연 안무 ⓒ리을무용단



〈귀신이야기〉 2008, 이희자 안무 ⓒ리을무용단



〈호랑이 시집가는 날〉 2010, 김수현 안무 ⓒ리을무용단



〈살2011〉 2011, 오은희 안무 ⓒ리을무용단



〈동행〉 2014, 김정민 안무 ⓒ리을무용단



〈몸아리랑 아제아제〉 2017, 홍은주 안무 ⓒ리을무용단



〈당신의 별은 안녕하십니까〉 2018, 오은희 안무 ⓒ리을무용단



〈내딸내미들II〉 2021, 이희자 안무 ⓒ리을무용단





〈미혹〉 2024, 이희자 안무 ⓒ리을무용단



2024. 10.
사진제공_리을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