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대전시립무용단 기획공연 〈감독전(監督傳)〉
시서화가 어우러진 한국 춤의 정취 맛보기
김혜라_춤비평가

대전시립무용단에 새로 부임한 황재섭 안무가의 기획 공연 〈감독전〉(9.10.대전시립연정국국악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본 기획 공연에서는 6개 시·도립무용단의 예술감독들이 직접 무대에서 춤꾼으로서 자신들의 개성 있는 춤집을 선보였다. 인천시립무용단의 윤성주, 경기도립무용단의 김충한, 제주도립무용단의 김혜림, 강원도립무용단의 윤혜정, 울산시립무용단의 홍은주 그리고 황재섭 예술감독이 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대전시립무용단 〈금무〉



대전시립무용단 〈입춤〉




 작품 〈감독전〉은 민속춤류, 신무용 창작춤류, 전통춤류의 소품으로 ‘금무’, ‘단선무’, ‘중부살풀이’, ‘장한가’, ‘가사호접’, ‘비상’, ‘입춤’, ‘학탄신’, ‘진도북춤’, ‘부채춤’으로 구성되었다. 프로그램에 표기된 내용도 의례적인 작품설명만이 아니라 각 무용단의 소개와 함께 활동방향성까지 서술해 대전 지역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 배려가 보였다. 전체구성이 전문가들보다는 일반관객들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작품 시간은 짧지만 다양한 한국춤의 여러 면모를 보이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김혜림 〈단선무〉




 비록 10분내의 소품이었으나 각 작품마다 시와 글이 무대 배경에 일괄적으로 투사되었기에 작품 내용과 정서적 무드를 읽어내기에 용이하였다. 먼저 제주도립무용단 김혜림 감독의 〈단선무〉는 입춤과 시나위 춤사위를 토대로 한 창작춤으로 무심한 정취를 상징하는 시구에 단아한 매무새와 춤사위로 춤을 풀어내었다.




윤혜정 〈중부살풀이〉




 강원도립무용단 윤혜정 감독의 〈중부살풀이〉는 조흥동 선생의 작품을 솔로로 재현하며 윤혜정만의 집중력 있는 살풀이로 해석해 내었다. 그녀의 춤 안에 내재된 삶을 붙잡는 살(煞)의 무게감은 구슬픈 소리꾼의 노래와 선율이 긴 수건을 타고 공간에 뿌려질 때 마다 무언가 풀어지는 듯한 드라마틱한 효과가 전해졌다. 단순히 맺고 풀고, 딛고 서고, 어르고 당기는 호흡과 디딤 속에 우주적 삶의 의미를 담지한 살풀이의 힘을 재확인하는 무대였다.




김충한 〈가사호접〉




 경기도립무용단 김충한 감독이 춘 〈가사호접〉은 신무용 1세대인 조택원이 승무를 현대화 한 작품으로 종교를 포괄한 인간 내면의 갈등을 부각시켜 창작한 작품이다. 차분한 승무복을 입고 바이올린 선율을 타는 김충한은 감정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수위를 절제하며 춤춘다는 인상을 받았다. 장단이 빠르게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적인 고뇌를 극복해내고자 하는 의지와 정서가 잘 전달되었다.




김성주 〈비상〉, 황재섭 〈학탄신〉




 인천시립무용단 김성주 감독의 〈비상〉은 최현 선생의 대표작이다. 윤감독은 당당하고 기개 넘치는 남성춤을 여유롭고 부드러움을 더한 윤성주만의 것으로 해석해 춤추었다. 한편 대전시립무용단 황재섭 감독의 〈학탄신〉은 국수호 선생의 창작물로 고구려인의 기상을 녹아낸 작품이다. 황재섭은 대나무처럼 단단하게 비상하고자 하는 정서적 무드를 잘 표현했다.




홍은주 〈진도북춤〉




 울산시립무용단의 홍은주 감독의 〈진도북춤〉은 흥과 신명이 넘치는 자유로운 민속춤의 맛을 살리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디딤과 북채를 놀리는 춤사위,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카리스마와 즉흥성으로 그녀는 춤꾼이 갖출 여러 소양을 발휘하였다.




대전시립무용단 〈장한가〉




 마지막으로 대전시립무용단원들이 춘 〈장한가〉에서는 풍류를 즐기는 남성들의 여유를, 배정혜 안무의 〈부채춤〉을 통해서는 백조의 호수에서 하이라이트인 흑조의 32바퀴 푸에테(Fouette)를 연상시키는 의례적인 기교와 화사한 장식미를 선보인 무대였다.

 작품 〈감독전〉은 그 작품성을 논하기 전에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기획자체만으로도 감독들 간의 소통과 화합이 전제된 만남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예술의 진수인 시서화를 인식하고 각 작품마다 배치해 시적 정서와 필체의 멋스러움, 간간히 등장하는 삽화식의 그림들 그리고 소리와 악사들의 협업을 통해 우리 것의 아름다운 정취를 다채롭게 소개하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김혜라

춤웹진 편집위원. 춤미학과비평전공. 20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를 통해 비평가로 등단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평가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춤웹진>에 정기적으로 춤비평을 기고하고 있다.​ ​​ 

2019. 10.
사진제공_대전시립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