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서울무용센터 ‘글로 완성하는 안무’
글쓰기는 안무의 보조가 아닌 필수 능력
김인아_ 〈춤웹진〉 기자

공연을 앞둔 창작자는 일반인들이 어려워하는 작품을 잘 소개하고 전달하는 방법이 없는지 고심하기 마련이다. 창작을 진행하는 창작자는 안무 노트를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지 으레 생각하게 된다. 해외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은 해외 기관에 지원 신청 시에 필요한 자기 소개서를 잘 작성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이런 현장의 고민들을 반영하여 서울무용센터에서는 서울국제안무워크숍 시리즈의 하나로 지난달 ‘글로 완성하는 안무’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서울국제안무워크숍 ‘글로 완성하는 안무’
‘안무노트 쓰기를 통한 작업 과정의 아카이빙’ 워크숍 현장 ⓒ춤웹진




 4월 22~26일 5일 동안 서울무용센터 구내에서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안무가에게 필요한 글쓰기 역량을 환기하고 역량 쌓기에 적절한 과정을 제공하여 호응을 모았다. 매 강좌마다 15명 이내 신청 수강자들을 대상으로 4시간 동안 입문 강의와 글쓰기 실습을 병행한 이번 워크숍에 대해 어느 참가자는 ‘글쓰기’ 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던 자신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글쓰기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취지에 맞춰 이번 워크숍은 제1강 ‘내 작품을 잘 알리기 위한 홍보글쓰기’(진행자: 강혜진 독립기획자), 제2강 ‘안무노트 쓰기를 통한 작업 과정의 아카이빙’(임지애 안무가), 제3강 ‘해외 작업을 위한 글쓰기’(장혜진 안무가), 제4강 ‘안무(과정)에서의 비평적 사고’(김재리 드라마투르그), 제5강 ‘감각을 언어화 하는 방법’(정용준 작가) 순으로 진행되었다. 강좌들에는 춤 창작자를 비롯하여 춤축제 홍보 담당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춤전공생 등의 모습이 보였다.
 공연 안내물에 작품을 소개하거나 지원신청서 등을 작성할 때 글쓰기는 당연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춤에서 글쓰기를 그런 작업에 한정해서 대하는 인식은 구태의연하며 춤 발전에도 백해무익하다. 이번 워크숍 강좌들에서는 안무 작업이 사실은 읽기/사고하기/수행하기 같은 비평적 과정을 동반하며 특히 컨템퍼러리댄스 시대에 춤이 담론(discourse) 중심으로 진행되는 시대 배경이 소개되었고, 또 창작자나 안무자의 이력서처럼 창작 작업이 변하고 새 표현 방법을 발견할 때마다 개정되는 창작자의 자기 진술을 조리있게 서술하기 위해서도 안무자 스스로의 글쓰기 작업이 중요하다는 점이 내내 강조되었다.




‘해외 작업을 위한 글쓰기’ 워크숍 현장 ⓒ춤웹진




 글을 잘 쓰는 것에는 조리 있게 간명하게 쓰는 것도 포함된다. 제3강에서 국제교류나 해외 레지던시 지원 신청 시에 필요한 글쓰기로서 영문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Artist's Statement)는 한 페이지 이내에 작품이나 매체 등을 구체적인 내용의 1~2 단락으로 처리하되 문장은 예술계 전문 용어를 가급적 피하고 핵심 아이디어의 경우 25단어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등 요령이 제시되었다. 이런 조언은 안무가들이 글을 작성할 때 과시하듯 하면서 많이 쓰면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사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안무가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은 자기 작품일 것이다. 자기 작품에 대해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안무가가 꼭 해야 할 과정일 것이고, 또 창작 과정에서 이뤄지는 아카이빙으로서 주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2강은 창작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기록하기와 쓰기 그리고 기록을 재방문하는 행위를 세 개의 시점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안무 작업을 4줄로 작성했다가 1줄로 압축하고 몇 개의 키워드를 찾아 키워드들을 연결하는 습관을 반복하다 보면 안무가의 생각을 구체화하여 정연한 작업을 수행할 뿐 아니라 여러 학습 효과를 쌓을 것으로 보였다.
 글쓰기 능력을 높이는 한 방법으로서 제5강에서는 좋은 단어가 있는 문맥을 많이 볼 것을 권하였다. 그리고 감각이 영감과 모티브로 작용하는 예술에서 감각을 글로 전달할 적에 범하기 쉬운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는 충고도 곁들여졌다. 느끼는 것을 모두 글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또 단어를 모르면 느낌을 설명할 수 없다. 문장으로 쓸 수 있다면 당연히 문장으로 써야 하지만, 목적 없는 글은 모호할 뿐이어서 쓰기를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안무(과정)에서의 비평적 사고’ 워크숍 현장 ⓒ춤웹진




 이번 워크숍 수강자들은 무용예술가에게 자기비평적 시각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춤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경험담과 피드백으로 스스로를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능한 안무자들을 기다리는 춤계에서 글쓰기는 방치된 교육일지 모른다. 안무자의 창의력을 함양하는 데 있어 부족한 글쓰기 능력을 개선하는 것이 간간이 주요 과제로 대두해왔으나 정작 대학 교육 현장은 그 시급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리무중이다. ‘글로 완성하는 안무’ 교육은 이제 시작되었고 5일 동안 이 프로그램을 참관한 기자의 눈에는 앞으로 심화된 과정으로 자리잡아가길 기대하는 바람도 작지 않아 보였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2019.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