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국립현대무용단이 스웨덴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와의 안무교류 프로젝트 ‘스웨덴 커넥션 Ⅰ’의 결과물을 6월 15-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였다. 2019년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문화교류를 도모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각 단체가 안무가를 선정, 파견하여 신작을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번 6월 서울공연에서는 페르난도 멜로(Fernando Melo)와 오디션에서 선발한 국립현대무용단 여섯 무용수의 만남으로 완성된 신작과 함께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의 레퍼토리 세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우리 무용수들이 출연해서 더 관심을 모은 페르난도 멜로의 안무작 〈두 점 사이의 가장 긴 거리〉는 ‘경계’를 주제로 한다. 지역, 문화, 이념, 사람 사이 그 어느 것에도 존재할 수 있는 경계는 나와 타인을 분리시키고 분류하며 또 다른 한계를 만들어낸다. 작품은 경계가 낳은 한계의 부정성을 극복하고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연결’의 문제를 추상적으로 다뤘다. 오브제로 사용한 여러 개의 나무판을 이리저리 옮겨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조합하면서 사물과 인체의 상호작용으로 경계를 짓고 허무는, 연결의 지점을 그렸다.
2부 〈두 점 사이의 가장 긴 거리〉에 앞서 1부에서 공연한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의 레퍼토리 세 작품은 무용수들 사이의 접촉과 교감을 도드라지게 드러냈다.
스코네스 댄스시어터가 이번 '스웨덴 커넥션 Ⅰ'을 통해 세계 초연한 로세르 로페스 에스피뇨사(Roser López Espinoza) 안무의 〈엔터테이너들〉은 기교와 재주를 넘나드는 아크로바틱한 접촉 움직임과 유머를 섞어 쇼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2명과 1명의 대조를 기본으로 밀고 당기기, 상승과 낙하, 이탈과 합체 등 동작의 변주가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진이왕(Jing Yi Wang), 이오르고스 펠라기아스(Yiorgos Pelagias)가 안무·출연한 〈하프 하프〉는 두 무용수의 이질적인 에너지를 결합하는 과정을 탐구했다. 음악 없이 정적이 흐르는 무대 위에서 힘의 균형을 세밀하게 조율해가는 접촉 움직임이 몰입을 자아냈다.
마들렌 몬손(Madeleine Månsson)과 페데르 닐손(Peder Nilsson)의 〈깨뜨릴 용기〉는 만남과 헤어짐의 ‘관계’에 집중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 무용수와 비장애 무용수가 끊임없이 교감하며 주고받는 움직임은 흐트러지다가도 이따금 제자리로 돌아오는 에너지의 관성처럼 끈끈하고 견고했다.
이번 ‘스웨덴 커넥션’에 이어 오는 10월 스웨덴에서는 ‘코리아 커넥션’ 프로젝트가 열린다. 이어서 내년 3월에는 한국의 객원 안무가 장혜림이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의 신작 안무를 맡은 작품과 이번의 〈두 점 사이의 가장 긴 거리〉를 스웨덴의 여러 지역과 한국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스웨덴 순회 공연에서는 우리 국립현대무용단의 레퍼토리 〈혼합〉이, 한국 공연에서는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의 레퍼토리가 함께 올려진다.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