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한예종 무용원 이론과 국제학술심포지엄
“공공 예술과 춤의 가능성을 묻는다”
김인아_<춤웹진> 기자
공공 예술의 영역은 점차 넓고 다양해지고 있다. 미술 분야의 퍼블릭 아트에서 촉발하여 예술 전반의 여러 활동으로 확산되면서 도시와 커뮤니티, 문화에 대한 의식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공공 예술이 공간과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1월 10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CAP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은 춤을 중심으로 이러한 가능성을 시험하고 새롭게 인식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주최로 개최된 이번 심포지엄은 “공공 예술과 춤의 가능성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빠르게 확산되는 공공 예술의 흐름에 주목하여 국내외 공공 예술과 춤 동향을 조망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미국에서 일어난 공공 예술로서의 춤 활동, 도시 재생을 일으킨 국내 공공 미술 지원사업 활동과 같은 사례 발제와 더불어 예술 공공성의 지향 및 논점이 다각도로 제시되었다.  
 발제자로는 Zaccho무용단 예술감독인 조안나 헤이굿(Joanna Haigood), 뉴욕 It's Show Time NYC 카운슬러인 아비바 데이비슨(Aviva Davidson), 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팀의 오인경과 군포문화재단 문화교육본부의 강수영, 한예종 무용원의 김채현 교수가 참여하였다.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자코무용단 예술감독이자 공공 예술 안무가인 조안나 헤이굿은 “춤과 장소(Dance and Place)” 발제에서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 미국 곳곳에서 일어난 장소춤의 사례를 영상자료를 활용하여 제시했다. 그가 지향하고 있는 장소 작품(site work)은 공연 참여자와 장소 사이 긴밀한 상호작용이 이뤄지면서 커뮤니티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장소에 새로운 의미와 역할이 부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헤이굿은 “장소작업은 자신과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공동의 관심을 주제로 지역공동체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사회문화적으로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창작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피력했다.
 35년의 역사를 갖는 댄싱인더스트릿(Dancing in the Streets)은 도시춤을 공연하며 뉴욕의 소외지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도시 개척자로 불린다. 이 단체의 전 예술감독이자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인 It's Show Time NYC의 카운슬러로 활동 중인 아비바 데이비슨은 공공춤의 색다른 접근방식으로 댄싱인더스트릿의 6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한편 헤이굿과 함께 브롱스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장소특정적 공연 〈파세이오(PASEO)〉을 언급했다. 지역공동체와 소통하며 도시재생이라는 공공성을 갖춘 도시춤을 개발해온 댄싱인더스트릿의 활약상은 공공춤에 대한 관심이 날로 더해지고 있는 국내 무용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춤웹진> 3월호의 표지 글 “세계 최대 자부하는 거리춤 프로그램”은 뉴욕 현지에서 취재한 IT’S SHOWTIME NYC를 다루고 있다. 바로가기

 


 대중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공공 예술의 취지가 현실에서 적용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공공 예술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관심을 보이지만, 일부 예술가와 관료들의 취향을 표현해내는 데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공 미술이 거리의 장식이 아닌 거리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선 도시의 역사와 미래를 함축한 도시재생으로 이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지역공동체 속에서 자리 잡은 것이어야 한다. 서울문화재단의 오인경와 군포문화재단의 강수영은 “공공예술, 도시 변화를 일으키다”라는 발제에서 서울·경기 지역 문화재단이 시행한 공공예술 지원 활동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펼쳐진 시민참여형 공공 미술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을 이끌고 지역공동체 문화를 회복·형성하는 긍정적 시도로서 눈길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예술의 공공성 -지향과 논점”을 주제로 한 김채현 무용원 교수의 발제는 예술의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실패 사례로부터 출발했다. 이화 벽화마을과 행궁동 벽화마을의 주민이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벽화를 훼손한 사례, 뉴욕 맨해튼 미 연방정부 청사 광장에서 리처드 세라의 설치작품 〈휘어진 호〉가 시민 통행의 불편을 초래하여 철거된 예는 예술 행위 주체와 지역공동체 간의 소통부재로 인해 발생했다. 예술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편의의 첨예한 대립으로부터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논점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계기를 가졌는데, 공공의 가치, 영역, 주체의 측면에서 근본 개념을 정리해보고 그에 따른 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발제는 공공성과 공공재(公共財)를 예술과 결부시킬 경우 그것이 갖는 논리에 함정이 많다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장시간에 걸친 발제에 이어 토론 시간도 충분히 주어졌다. 서울무용센터 관계자의 질의를 비롯해 참관자들과 발표자들 간에 자유로운 발언이 오갔다는 점에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댄싱인더스트릿의 구체적인 재원조성 방법에 대해 아비바 데이비슨은 “정부와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변화하는 지원방식에 따라 매해 적절한 사업을 찾아 신청하고 있고, 지원 방향과 철학이 바뀌어 지급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재원조성은 항상 녹록치 않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낙후된 브롱스 지역에서 30여년 활동하면서 지역 활성화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경제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브롱스가 갖고 있는 문화유산을 알리고 지역 이미지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안나 헤이굿에게는 장소춤에 대한 여러 질문이 쏟아졌는데, 극장춤과의 차별적 가치라든지 장소춤에 대한 해외 예술가들의 태도, 발굴한 장소의 예술적 활용가능도 등의 질의가 있었다. 특히 시민참여 작업이 예술의 공공성을 갖고 사회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전문가 그룹의 핵심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장소춤의 공공 예술 안무가로서 새로운 공간과 움직임을 탐색하는 독자적 방법이 있는지를 질의하자, 헤이굿은 “다차원에서 장소를 탐색한다”면서 “먼저 장소의 규모를 고려하고, 시간의 지각과 관객의 수용 방식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한 차별화된 설정을 고민한다. 메레디스 몽크의 말처럼 ‘장소는 그 자체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제에서 개진된 예술성과 공공성이 서로 소통해야 한다는 의견과 관련하여, 이는 예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과연 어떻게 소통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김채현 무용원 교수는 “민주주의 시대, 예술 표현에 있어서도 논리적 설득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예술의 가치를 인정할만한 예술 행위 주체의 설득력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소통과 과정상의 부딪힘은 어쩔 수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공공성을 실현하는 국내의 춤 사례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비추어 국내 공공춤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묻자, “대개 수면 위로 드러나 있지 않은 소규모 공공의 활동이 많지만 잠재력 있고 전망도 밝다”고 진단하면서 “다만, 아마추어가 전문 교육을 받지 않고 전문가를 모방하는 형태로 공공을 위한 표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소통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공공을 위한 표현 활동에서 아마추어의 어설픈 춤 활동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 예술은 수많은 사례를 만들어왔고 그 형태와 방법론을 달리해 가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진행형이다. 동시대 예술에 또 하나의 패러다임을 써가고 있는 공공 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삶과 어떠한 방식으로 맞닿아 소통하고 공공성을 만들어 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공공 예술로서의 춤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는 후속연구와 실천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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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무용원 이론과 국제학술심포지엄 발제문(1)

춤과 장소(Dance and Place)



조안나 헤이굿(Joanna Haigood)_Zaccho Dance Theatre 예술감독,
공공 예술 안무가 / Zaccho Dance Theatre(샌프란시스코)


장소 작업(site work)에 대한 나의 관심은 모험심에 바탕을 둔다. 끊임없는 재정비를 요하는 작품 창작은 어렵지만 좋은 자극을 준다. 또한 나는 물질적이고 역동적인 공간 기억의 개념 그리고 기억이 환경 속의 울림을 가져오는 특질에 흥미가 있다.
 나는 38년간 대부분의 세월을 장소를 면밀하게 조사하면서 보냈다. 이 시간은 일종의 과거 삶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현재 상태에 여전히 울림을 갖는 분명한 영향력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는 사람과 사건에 의해 남겨진 모든 물리적 증거 또는 흔적을 독해하기를 것을 즐긴다. 표면적으로 추상적일지라도 풍경 또는 건축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흥미로운 표식 또는 끊임없는 마모는 사실 시간의 유형적, 아름다운 시적 지도이다. 때때로 나는 이러한 증거를 접하고선 순서 또는 경계에 따라 제한받지 않는 시간을 상상할 수 있으며, 모든 사건들은 동시적으로 존재하기 시작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런 열린 차원에서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별 방해 없이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바로 이 순간에 나는 종종 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한다.
 나는 다른 안무가들이 장소 활용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해 몰두하고 있다. 물론 작업에 접근하는 고정방식은 없지만 이 글에서 나는 장소에 대한 복합적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발견했다.
 내가 언급하는 (하나를 제외한) 모든 사례는 공공미술작품이거나 공공예술퍼포먼스로서 종종 관객 대부분이 접근가능한 비일상적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모든 예술가들은 존중감과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그 장소와 커뮤니티와 상호작용하는 데 적극 관계했다.
 장소는 어떤 것으로 채워진 공간 또는 자리, 위치, 종종 공간으로 불리는 관심 지점. 특정한 특징과 요소로 구별되는 것, 과거 사건의 흔적, 물질적 기억 저장고이다. 공연에서 장소는 제의(祭儀)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된다. 또한 재료 그리고 은유로서 사용되며 그것의 역사에 의해 한정된다. 몸은 개인적 장소이다. 모든 장소는 그곳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유산에 의해 정의되는 독특한 에너지를 지닌다.
 제의적 의식으로부터 버스킹, 고도로 제작된 공연이벤트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와 예술가는 수천 년간 그들의 경험을 표현하고 장소와 관계해서 행위를 만들어왔다. 제의는 때때로 연극과 공연의 기원이라 여겨진다. 그것은 우리 주위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자연의 힘을 달래기 위한, 사회적 위계질서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영적 실천을 통해 커뮤니티를 화합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초기 제의의 증거는 13만년 전 또는 그 이전까지로 거슬러간다. 이것은 종종 장소와의 관계와 결합된 제의적인 행위의 의도나 구성으로서, 강렬하고 도취되는 경험을 창출한다.
 장소는 다양한 이유로 선택된다. 역사적 중요성에 의해, 생각과 구성을 담아낼 수 있는 조건에 의해, 자연적 아름다움 또는 황폐함에 의해,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과거 삶의 반영에 따라 선택된다. 이에 대한 강렬한 사례는 안나와 로렌스 핼프린(Anna and Lawrence Halprin)에 의해 1981년 고안된 컨템퍼러리 제의이다. 1979~1981년에 샌프란시스코 인근 타말파이스산에서 일어난 어느 연쇄살인 이후 그들은 80명의 학생 및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함께 산과 커뮤니티 영혼을 치유하는 제의를 만들었다. 푸졸(Ernesto Pujol)의 〈무게의 시스템(Systems of Weight)〉은 독일 오스나브뤽의 쿤스트할레에서 48시간 진행된 그룹 공연이다. 오스나브뤽 거주자들은 쿤스트할레 신도석 내에서 모래 짐을 끌고 시간이 흐르면 그것을 천천히 풀어내면서 이동한다. 그룹은 조용히 걷는 패턴을 통해 형식적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의 의미를 함께 명상했다. 이틀간 이어진 이 제의는 관찰자가 가담하게 했고 짐을 공유하면서 작품 내에서 공감하고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낳게 되었다.
 대지미술 운동은 예술 창작에서 장소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예술은 더 이상 미술관에 갇히지 않으며 땅과 풍경을 재료와 캔버스로 사용한다. 풍경의 요소를 불도저로 밀어내고 쓰러뜨리고 모으고 없애면서 완전히 다른 규모로 새 부류의 조각을 만들어냈다. 스미스슨(Robert Smithson)은 자신의 가장 유명한 작품 〈나선형의 둑(Spiral Jetty)〉을 유타의 로젤 포인트 근처 그레이트 솔트 호숫가에 만들었다. 일본계 미국인 안무가 에이코와 코마는 그들의 장소이자 주된 재료로서 델라웨어 강을 이용하여 시간과 삶의 길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우아하지만 가슴 아픈 공연작품 〈강(River)〉을 창작했다.
 장소 그 자체는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영향을 준다. 존스(Rhodessa Jones)는 1989년 〈메데아 프로젝트: 감금된 여성을 위한 연극〉을 실행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예술 기반 접근이 여성의 재수감율을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될지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존스는 창의성은 수감자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자기들의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은 건축물에 영혼을 제공한다. 그들은 건축물의 특정한 기능을 훨씬 넘어선 의미를 담아 일종의 의식을 부여한다. 조각가 캠벨(Wayne Campbell)과 함께 2004년 창작한 나의 작품 〈유령 건축(Ghost Architecture)〉은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부에나 미술관 내 장소를 차지한 네 건물에 초점을 맞췄다.
 영어에서 사이트(site)와 플레이스(place)는 때때로 혼용된다. 공간은 경험에 의해, 기억에 의해, 사람, 자연, 사건이 남긴 흔적에 따라 정의된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은 종종 깊은 감정과 통찰력을 가져올 수 있다. 공간은 은유로서 사용된다. 〈출발과 도착(Departure and Arrival)〉은 조각가 캠벨, 비디오작가 리베라(Ricardo Rivera), 작곡가 키툰두(Walter Kitundu)와 함께 2007년에 만든 나의 퍼포먼스 설치작품이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매표 구역에서 진행된 이 작품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에 관한 것으로, 미국 흑인인 우리가 노예로서 미국에 처음 어떻게 도착했는지, 이러한 비극적 상황에 내재된 과거와 현재의 의미를 다루었다. 2005년 안무가 칼송(Ann Carlson)과 비디오작가 스트롬(Mary Ellen Strom)은 관객에게 소비주의, 특별히 의류산업 내 소비주의와 노동자 간의 관계성을 바라보게 하는 설치작품 〈케이크(CAke)〉를 창작했다. 남부 맨해튼 소재 어느 스토어 장소에 설치된 이 작품은 뉴욕 의복산업의 조합원과 밀입국 노동자들의 평상시 작업 움직임에 기반한 비디오 초상화이다.
 미국인디언 예술가 루나(James Luna)는 종종 자기 몸을 사회적, 정치적 논의의 도구로 사용한다. 〈민속품(The Artifact Piece)〉에서 그는 샌디에이고 인류박물관에 누워 진열되어 미국 인디언 문화에 대한 대상화 및 동시대 인디언 삶에 대한 편견에 도전했다. 우리의 몸은 개인사의 저장고이다. 소매틱 치료에서의 몸은 우리의 의식, 생물학적 경험, 세계 사이를 매개하는 가장 중요한 장소로 여겨진다. 이러한 반성적 과정에서 기억, 경험의 층은 움직임 패턴으로 분류되고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통해 표현된다. 이렇게 체현된 변증법적 과정이 장소로서의 신체이며, 그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세계 속 나의 공간을 찾는데 있어서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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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무용원 이론과 국제학술심포지엄 발제문(2)

도시 공공예술을 개척하다, 댄싱인더스트릿



아비바 데이비슨(Aviva Davidson)
_뉴욕 정규 공공 예술 It's Show Time NYC 카운슬러,
공공 예술 안무가, Dancing in the Streets 전 예술감독


단체 소개 및 역사 1984년 젊은 안무가 베른하르트(Elise Bernhardt)는 뉴욕의 공공 장소에서 춤을 공연할 비영리단체 댄싱인더스트릿(Dancing in the Streets)을 설립하였다. 1984년 이래 댄싱인더스트릿은 곡물저장고, 비행기격납고, 수영장, 숱한 해변과 공원 등 예상 밖의 장소에서 500회가 넘는 무료 공연을 진행했다. 34년간 우리는 뉴욕의 알려지지 않거나 과소평가된 장소, 커뮤니티, 문화, 춤 형식을 발견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도시 개척자였으며 지금까지 그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댄싱인더스트릿의 미학은 1960년대 저드슨댄스씨어터에서 시작된 포스트모던댄스 움직임에 뿌리를 둔다. 다양성,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34년간 댄싱인더스트릿을 이끌었다. 우리 프로그램은 변화하고 진화하였지만 우리의 핵심 가치는 동일했다. 도시 개척자로서 뉴욕의 생명을 탐구하고, 표현하고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생산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뉴욕의 도시춤에 공헌하는데 목적을 둔 댄싱인더스트릿의 6개의 프로젝트와 계획을 설명할 것이다.


1. 제물(OFFERING, 2002)

〈제물〉은 9/11 테러에 대해 창작된 첫 공공무용 공연이었다. 〈제물〉은 에이코와 코마(Eiko & Koma)에 의해 만들어지고 공연된 작품으로 상실 후의 재생을 위한 슬프고 명상적인 제의였다. 현장 연주 클라리넷 음악에 맞춰, 에이코와 코마 그리고 제3의 무용수 아이솔라(Lakshmi Aysola)는 먼지로 덮인 상여처럼 보이는 구조물 주위에서 매우 천천히 움직인다. 〈제물〉은 에이코와 코마의 ‘상처입은 도시에게 보내는 간소한 제물’이었다. 그들은 이 작품이 개인적 성찰과 공공의 치유를 위한 촉매제로 제공되길 희망했다.


2. 레드훅 이니셔티브(THE RED HOOK INITIATIVE, 1993-2010)

1993년 댄싱인더스트릿은 〈픽쳐 레드훅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는데, 이것은 당시 주변화된 커뮤니티와 맺은 첫 긴밀한 관계였다.(레드훅은 브루클린에 소재한다.) 2010년까지 18년 동안 댄싱인더스트릿은 주로 레드훅하우스의 거주민과 청년들과 작업했다. 우리는 지역학교와 커뮤니티 및 예술단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나갔다. 춤 교사를 공립학교에 보내고 공공무용 무료 공연과 연례 춤페스티벌을 열었으며 3개의 대규모 커뮤니티 기반 장소특정적 작품을 의뢰했다. 이 작품 중 하나가 레드훅 거주민의 희망과 꿈을 표현하는 헤이굿(Joanna Haigood)의 다원예술 〈픽쳐 레드훅 (PICTURE RED HOOK)이었다. 조안나는 작품 장소를 위해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녀는 대형 곡물저장고를 선택하였는데 이는 레드훅의 산업화시대의 과거 그리고 커뮤니티의 번성에 대한 비유로써 사용되었다. 이 저장고에 많은 비디오 이미지를 위한 거대한 스크린이 제공되었다.


3. 착공하기: 댄스 샤레뜨(BREAKING GROUND: A Dance Charette, 2005-2008)

〈착공하기: 댄스 샤레뜨〉는 특별한 물리적 장소를 위한 작품을 만드는 심층 과정을 통해서 춤과 건축의 관계를 탐구할 안무가들을 초대했다. 조안나는 안무가들이 특정 장소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장소특정적 작품을 만드는 단기 실험을 하길 원했다. 그녀는 안무가들이 작품 창작에서의 습관적 방식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구조를 창조하길 바랐다. 우리는 이러한 실험을 ‘춤샤레뜨’라 불렀다.(샤레뜨: 집중적 단기 디자인 과정을 일컫는 건축용어.)


4. 힙합 제너레이션 넥스트(HIP HOP GENERATION NEXT, 2007-2012)

〈힙합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레드훅 이니셔티브에서 유기적으로 발전되었다. 이니셔티브 프로그램 동안 레드훅 청년의 즐거움과 수련, 춤 기술을 발견하게 되면서 우리는 그들과 협력하여 커뮤니티 주민 파티를 레드훅 하우스 인근 시민공원에서 열기로 했다. 〈힙합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주민파티, 공공무용공연, 패널토론, 국제무용경연대회를 포함했다. 힙합문화의 본질 정신을 담아내기 위해서 모든 프로그램은 세계적 수준의 국내외 예술가의 공연과 힙합의 다음 세대로서 커뮤니티 청년의 공연을 함께 배치했다. 또한 모든 프로그램은 공연과 함께 힙합 문화의 중심인 사이퍼, 원형의 프리스타일 무용을 포함했다.


5. 사우스브롱스 문화자취(THE SOUTH BRONX CULTURE TRAIL. 2012-현재)

2011년 1월 댄싱인더스트릿은 커뮤니티기반 단체인 카시타 마리아 문화교육센터 내 상주단체로서 사우스브롱스로 이사가게 되었다. 우리는 예산상의 간접비를 줄이고 많은 부분을 프로그램에 할당하기 위한 재정적 이유로 이사했다. 하지만 민족음악학자인 싱어(R. Singer)와 민속학자 마티네즈(E. Martinez)가 쓴 에세이 「사우스브롱스 라틴음악 이야기」를 읽고 나서 댄싱인더스트릿이 ‘음악(과 무용), 장소와 커뮤니티 간의 공생적 관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 사우스브롱스가 비옥한 토양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카시타 마리아와의 협력을 통해 댄싱인더스트릿은 〈사우스브롱스 문화 자취〉를 만들었으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문화적 역사를 탐구하고 기념하는 다년간의 계획이었다. 이 계획의 목표는 사우스브롱스에서 버섯처럼 자라온 잘 알려지지 않고 저평가되었으나 풍부한 공공예술, 음악, 무용, 시, 문학과 그래피티(공공 낙서)를 연구하고 기념하고 교육하는 데 있다. 이 계획에서 댄싱인더스트릿이 기여한 점은 헤이굿에게 두 개의 대규모 장소특정적 작품 〈파세이오(Paseo)〉(2012)와 〈브롱스 혁명과 힙합의 탄생(The Bronx Revolution and the Birth of Hip Hop)〉(2013)을 의뢰하여 20세기 중후반 사우스브롱스의 장소, 커뮤니티, 그리고 예술간의 공생관계를 재창조한 것이었다.


6. 잇츠 쇼타임 뉴욕!(IT’S SHOWTIME NYC!, 2015-현재)

뉴욕의 젊고 가난한 많은 흑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지하철 안에서 춤을 추었다. 2014년 3월 뉴욕경찰은 지하철 무용수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벌금을 내야 했고 어떤 이들은 교도소에 갔으며 많은 이들은 평생 장애물이 될 전과를 기록하게 되었다. 2014년 가을, 뉴욕시장은 춤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시켰으며, 댄싱인더스트릿을 초대하여 젊은 무용수들에게 지하철에서 춤추는 것의 합법적 대안을 제공할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했다. 수개월간의 기획 끝에 2015년 4월에 우리는 새로운 프로그램 〈잇츠 쇼타임 뉴욕!〉에 착수했다. 이 프로그램은 거리춤을 뉴욕 생활의 한 구성 요소로 포함시킴으로써 거리춤을 기념하고 증진시킨다. 19~27세의 남녀 30명에게 다양한 전문성 개발 및 공연 기회를 제공했다. 〈잇츠 쇼타임 뉴욕!〉은 댄싱인더스트릿의 출발이다. 이것은 동일한 무용수그룹과 장기간으로 관계하는 첫 프로그램이다. 우리의 궁극 목표는 이 프로그램을 3년짜리의 엄격한 훈련 기관이자 무용단으로 발전시켜 프로그램 졸업생이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34년간의 댄싱인더스트릿의 모든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잇츠 쇼타임 뉴욕!〉은 공연자, 관객, 그리고 도시를 (샐리 베인즈의 말을 인용하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몸을 통해 도시 표면에 새겨 넣음으로써 자신들의 신체적 존재가 거리라고 주장하는’ 무용수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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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무용원 이론과 국제학술심포지엄 발제문(3)

공공예술, 도시 변화를 일으키다
- 서울·경기 지역 문화재단 공공예술 지원 활동


오인경_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팀 
강수영_군포문화재단 문화교육본부

공공예술의 개념과 역사
공공예술이란 도시의 상징이나 이념을 나타내는 동상, 기념비 등 각종 조형물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위한 미술품 등 각종 시설물의 장식이나 장소 자체를 위한 디자인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공공영역에서 설치되거나 행해지는 모든 형태의 예술적 행위 및 활동을 칭한다. 공공예술이 도시에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1934년 미국의 경제 공황기에 실직한 예술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뉴딜 정책을 계기로, 1951년 프랑스에서 국가 주도하에 신축 건축물의 미적 가치를 높이는 예술품 설치를 의무화하는 1% 법 적용을 통해 많은 도시로 퍼져나갔다.

국내 공공예술 활성화 및 도입 배경
국내에서는 1960년대 근대 도시의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등을 상징하는 기념비나 동상 등의 조형물 제작을 통해 공공예술이 시작되었으며, 1972년 문화예술 진흥법 제정에 따라 예술 장식 등에 건축비용의 100분의 1의 금액을 사용하도록 권장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도시 내 작품설치가 아닌 지역 재생과 지역 공동체 형성 등을 목표로 지역 사회의 혁신과 예술을 끌어올리는 시도가 행해졌다. 관 주도로 이루어진 최초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APAP, Anyang Public Art Project)를 시작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Art in City〉, 〈마을미술프로젝트〉 등 시민의 일상 공간으로 찾아가는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공공예술 프로젝트 현황
서울시는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조각, 회화, 벽화, 미디어아트 등 85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도시 공간 곳곳의 미관을 향상, 일상 속에서 시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을 추진 방향으로 한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 이후 2016년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업, 예술가, 시민이 참여하여 도시재생 계획단계부터 공공미술을 매개로 한 시민의 참여와 공감을 끌어낼 뿐만 아니라, 민관 협력을 통한 ‘시민의 문화 도시, 서울’을 건설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2016년 3월 기준, 서울시 공공예술작품은 3,876점에 이른다.
 서울시의 공공예술 관리체계는 〈문화예술 진흥법 및 시행령〉과 〈문화도시 기본조례〉에 근거하여, 건축 연 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 신·증축 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건축물 미술작품’과 〈서울특별시 동상, 기념비, 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기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공공용지 내 역사적 고증을 거쳐 제작된 ‘동상, 기념비, 조형물’ 등으로 이원화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공공예술의 법과 제도 관리체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영역이 생겨남에 따라, 지난 2015년 서울디자인재단의 주관으로 ‘서울시 공공미술 관리 개선방안 연구’를 시행한 바 있다. 2016년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공공예술 개선방안’에 따르면, 현 공공예술 관리 체계는 작품의 보존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앞으로의 공공예술 활동은 작품의 설치 뿐만 아니라 일시적 활동이나 설치, 한시적 이벤트가 늘어날 것이므로 작품의 영구보전보다는 작품의 설치와 철거, 이전, 활용 등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작품 관리 체계를 ‘영구 설치 형’과 ‘일시적 설치 형’, 그리고 ‘예술 활동 형’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공공예술 관리 체계를 관리 중심에서 활동 촉진과 활용 촉진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공공예술은 과거 도시 미관의 개선 및 예술가의 일자리 창출 등의 목적에서 지역 재생 및 일상적 차원에서의 문화예술 향유 등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시민의 문화적 수용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대의 공공예술 범위는 설치물의 형태뿐만 아니라 공공 공간에 대한 점유 등과 같이 일시적 사회 참여 예술 활동을 포함한다. 이를 통한 공공 공간의 재의미화, 개입에 의한 공공 공간의 새로운 활용 등 의미 창출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공공예술은 사회 의제를 발굴하고 대중의 참여와 협력을 매개로 하는 방식을 통해 도시 공간에 개입하고 이를 통해 공공 공간을 변화시키는 과정 중심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공공예술 프로젝트 사례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2014년부터 서울이라는 뻔한 도시를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Fun하게 바꾸겠다는 목표 아래, 도심 속 일상공간에서 만나는 문화 예술 경험인 공공문화 캠페인 ‘도시게릴라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거리 메이크업(make-up)하기〉와 〈용두동 철등거리〉, 2015년 〈거리의 재발견:청계9가〉,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in 구로〉, 〈Wonder-Present〉 등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을 선보여 서울 시민에게 색다른 재미와 활기를 전한 바 있다. 마음치유 캠페인 〈마음약방〉은 서울 시민의 고단한 마음에 다정한 위로를 선물하기도 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공미술〉 프로젝트
2016년 ‘도시게릴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공미술〉은 동주민센터의 기존 기능인 민원, 행정에서 나아가 주민 중심의 복지 서비스 제공과 마을공동체 조성으로 중심 기능을 확대하여 시민의 일상 속으로 밀접하게 접근하였다. 동주민센터를 커뮤니티의 거점으로 삼아 지역 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통 창구로 개선, 건축가, 예술가, 주민이 함께 문화 예술적 방법을 고안하여 해결 방안을 도출해봄으로써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2016년 3월부터 12월까지 종로구 삼청동, 창신 1동, 금천구 독산4동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지역의 이슈를 발굴하고 예술적 해결방법을 모색해보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기존의 도시게릴라 프로젝트가 장소 특정 형, 이벤트성의 도시문화 캠페인의 성격이었다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공미술〉은 자치구별, 동별 특색을 살리는 작가 중심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시민 참여 중심의 ‘예술을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로 이원화하여 본 사업을 추진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본 사업을 수행하면서 재단은 동 관계자, 주민대표 및 주민협의체, 예술가 등 다양한 요구를 가진 이해관계자들과 대면, 비대면, 정기, 비정기 회의 및 간담회 등을 실시하였고 다양한 지역 자원을 연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삼청동 주민센터 ‘기농정(基農亭)’
삼청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건축가 최두호, 이재성의 ‘기농정(基農亭)’은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주민 휴식공간의 기능을 살린 거점 공간으로 삼청동의 랜드 마크로 재탄생됐다. ‘기농정(基農亭)’은 독립 운동가였던 기농 정세권 선생 등 일제의 도시 계획에 정면으로 저항하며 북촌을 지키고자 한 조선인들의 노력을 기릴 뿐만 아니라, 북촌 한옥 집단지구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정자(亭子)를 21세기적으로 재해석해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면서도 지역 주민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적 특성을 살려냈다.

창신1동 주민센터 ‘건설적인 드로잉–창신동’
창신1동 주민센터는 유화수 작가의 3부작 작품 - 창신동 일대에서 채집한 사물들을 조합한 39개의 오브제로 이루어진 ‘건설적인 드로잉–창신동’,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등 창신동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콜라주 ‘창신피플’, 작업실이 창신동에 있었던 박수근 화백의 대표작을 재구성한 ‘박수근 in 창신’등을 설치했다. 창신동은 다세대 주택가에 1,000여 개의 봉제공장이 밀집된 곳으로, 인근에 수족관, 골동품 상점, 중고장터, 완구점은 물론 수많은 만물상이 있다. 유화수 작가는 이곳에 머무르면서, 쉽게 버려지기를 반복하는 현시대에 창신동에서는 절대 폐기되는 것들이 없을 것 같아 마치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독산4동 주민센터 ‘이동형 동장실 – 뜬구름 다방’
독산4동은 전형적인 주거 지역으로 주민 친화적이면서도 지역에 밀착된 공공예술이 필요했다. 사회적 기업 ‘안테나’가 지역 활동을 하면서 주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주요사업의 개선사항이 무엇인지를 조사하고, 지역주민 워크숍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공모를 통해 뽑힌 민간인 동장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직접 방문해 소통하기를 원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동형 동장실인 ‘뜬구름 다방’ 이었다. 이 외에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도시 광부 유니폼 ‘슈퍼 히어로’를 제작했으며, 지역의 주요 사업인 재활용 정거장을 시민 공유 공간으로 바꾸는 등 커뮤니티 아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서울문화재단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공미술〉 사업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다양한 예술적 실험과 시도를 거쳐 주민센터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주민 센터를 거점으로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는 새로운 공공예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둘째, 주민센터를 커뮤니티의 거점으로 활용해 지역 내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통 창구의 기능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적 방법론을 활용한 지역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사업 추진 시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지역주민에게 활력을 부여했으며 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일상공간에서의 미적 체험기회를 확대하고, 지역사회 개선의 계기를 마련해 주민 친화적 공동체 공간 조성에 일조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자치구인 종로구와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 문화 활성화와 복지 향상을 위해 다양한 문화자원을 개발함은 물론, 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혜택이 확산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와 주민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 공공예술 프로젝트 현황
2000년대 전후로 중앙정부 및 여러 지자체가 주최하는 다양한 공공예술 사업이 경기도에도 확대 추진되었다. 특히 2011년부터 3년간 문화예술위원회와 경기도가 협력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예술이 흐르는 공단’은 시민들의 생활공간에 예술작품을 설치해 예술을 통한 일상의 변화를 유도하는 기획이었다. 경기도미술관의 ‘한 뼘 갤러리’ 프로젝트의 모태로써, 공단이라는 특수한 장소를 배경으로 시각예술,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2016년 경기도 공공 예술 창작소 지원 조례가 개정되면서 경기도 내 지자체, 문화재단 등에서 공공예술 관련 사업이 더 활발해졌다. 이 조례의 일부를 살펴보면, 제1조(목적) 이 조례는 경기도 내 지역에 다양한 공공예술 활동을 통한 주민의 문화예술 활동 및 창작욕구를 증진함으로써 지역공동체의 유대강화와 주민의 건전한 공공예술 활동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제5조(지원) 도지사는 도내 도 및 시·군이 공공예술을 위한 창작소를 설치하여 운영할 경우 다음 각 호의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자체나 문화재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지차체가 공공미술 사업을 문화콘텐츠 생산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추세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2005년 안양유원지 환경정리를 목표로 시작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5회째 개최되었다. 비엔날레 운영 방식을 도입하여 조직위원회에서 선임한 외부 예술 감독이 전체 예산을 수립하고, 안양시의회의 승인을 받아 집행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2005년 첫 번째 프로젝트(이영철 예술 감독)는 “역동적 균형”이라는 주제로, 관악산 계곡의 노후화된 야영시설, 식당들이 안고 있던 심미적, 환경적 문제에 주목해 50여 점의 작품을 설치했다. 안양유원지를 안양 예술 공원이라는 국제적 명소로 변모시킨 1회 성과에 힘입어 추진된 2007년 제2회 프로젝트(김성원 예술감독)는 “전유, 재생, 전환”이라는 주제로 평촌 신도시 내 평촌중앙공원에서 다니엘 뷔렌 등 세계적 작가를 초청하며 조형물을 설치했다. 3회(백지숙 예술감독)는 “새 동네: 열린 도시에서”라는 주제로 도시 경관 개선을 넘어서 새로운 커뮤니티, 즉 ‘새 동네’에 대해 주민들이 질문하고, 자신의 환경을 결정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도시 만들기’의 기회를 제공했다. 공공예술프로젝트를 마을 만들기로서의 예술, 시민 참여형 공공예술로 변화시킨 시도였다. 공공예술 작품의 보존 매뉴얼을 만들고, 그간의 성과를 축적하는 등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APAP)만의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또한,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의 〈안양 파빌리온〉은 안양의 대표적인 시민 문화공간이 되었다. 4회에서는 기존 작품을 리-모델링(re-modeling)하고 -스토리텔링(re-storytelling)하여 공공재로서의 가치 회복도 이뤄냈다. ‘퍼블릭 스토리’라는 주제와 ‘모두를 향한 지식’, ‘각자를 위한 이야기’, ‘서로를 통한 듣기’라는 슬로건으로 총 27개 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24개의 신작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5회는 시민이 주인공인 공공예술 축제를 표방하여, 국내외 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설치 작품과 미디어, 영화, 퍼포먼스, 워크숍 등 다양한 공공예술작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매회마다 다른 예술 감독이 선정되어 각각 다른 프로젝트가 이루어짐으로써 프로젝트 간의 연계성이 부족했다는 평가와 함께, 지속적인 예산 확보의 문제, 1,2회 때 제작된 영구설치물 100개에 대한 유지 보수의 문제가 있어 장기적인 운영 설계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군포문화재단 파출소가 돌아왔다.
〈파출소가 돌아왔다(season1)〉는 2013년 군포문화재단이 출범한 지 3개월 만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하는 ‘지역문화재단 역량 강화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1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으며 시작되었다. 지역 주민과 예술가 및 단체가 연계해 군포시 파출소의 유휴 공간과 부지를 문화예술 거점으로 바꾸는 사업으로, 매년 시즌제로 개최해 현재 시즌 5회까지 운영되었다. 지역 내 파출소가 지구대로 통폐합되면서 기존의 파출소 건물들이 오랫동안 방치된 채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이를 창작공간이나, 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파출소 건물이 동네 사랑방이 되고, 때로는 청소년들의 놀이 공간, 직장인들의 밴드와 연극을 연습하는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군포시 관내의 유휴 파출소 건물들이 자산 관리공단으로 관리 전환되거나 타 민간단체가 입주하는 등 이용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다섯 번째인 2017년 사업은 공간이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예술적 방법으로 치안과 관련된 주민의 불안요소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작은 골목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산본1동의 골목길 입구, 계단과 담장에는 도자기로 만들어진 예술품들이 설치됐고,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고물상의 양철 담장은 밝은 녹색의 산뜻한 벽화가 있는 하나의 갤러리로 변신했다. 치안효과를 높이기 위해 골목길 바닥에 칠한 형광의 메시지와 골목 곳곳에 아크릴 거울과 반사판을 활용한 작품은 아름답고 안전한 골목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발길 끊긴 지하 보도 공간을 개조하여 문화공간으로 활용 중인 용호 동굴미술관 ‘YUM’과 ‘그림책박물관 공원-PUMP(Picture book Underground Museum Park) 조성’ 사업 기획안이 2017년 ‘넥스트 경기 창조 오디션’에 대상을 수상하며, 2019년 개관을 목표로 연구 용역에 착수하는 등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결론
시민의 삶과는 별개로 여겨지던 공공예술이 시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공공예술은 도시재생 계획단계부터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어 지역 공동체 재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공공미술은 기존의 미학적, 예술적 기준 외에 새로운 도시 가치와 공공공간에서의 시민 개입과 참여에 대한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공공예술은 시각적, 영구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의미 있는 관계 변화를 만들어내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으며,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고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문화재단은 젊은 작가들이 도시의 공적 이슈 등을 가지고 예술을 실현할 수 있는 실험적인 공공미술의 기회와 다양한 작가의 창작 및 시민 협력 사례를 만들어가며, 공공미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2014, “서울시 공공미술 작품 종합개선 계획”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2016, “2016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추진계획”
서울연구원, 2016, “서울시 공공예술 개선방안”
서울문화재단, 2016, “2016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공미술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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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무용원 이론과 국제학술심포지엄 발제문(4)

예술의 공공성
- 지향과 논점

김채현_한예종 무용원 이론과 교수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2018. 03.
사진제공_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