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Dance Webzine's Eye
아트프로젝트보라 〈소무〉
장광열_춤비평가
물이 있는 무대.
사각 프레임으로 장식된 백색 스크린
그 위로 번지는 그림.
조명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간의 색감

아트프로젝트보라의 〈소무〉
2017년 버전(7월 7-19일, 14-16일, CKL스테이지, 평자 16일 관람)은
물로 채워진 공간과 실시간 드로잉아트의 접합이 눈에 띈다. 

 



안무가의 몸 탐구는 집요했다.
홀로, 둘이서, 때론 여러 개의 지체들이 조우할 때
생겨나는 진동과 진폭은 그 감흥이 만만치 않다.

잔걸음으로 고인 물을 튀길 때,
물위로 곤두박질 한 머리가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물의 파동,
무용수의 온 몸 위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
고무줄로 묶여진 두 팔,
잘려지는 옷,
물위에 비쳐진 댄서들의 실루엣까지.
시각적 환타지는 상큼하다. 

 


젖은 머리 댄서들의 포효
스타카토로 반복되는 강렬한 전자음악이
작품 전편을 감싼다.

안무가 김보라의 작업에서 보이는
신체와 신체의 매칭이 주는 특별한 질감,
움직임과 오브제를 접합시키는 감각,
에너지의 배합이 주는 감각적인 순발력이 군데군데 엿보인다. 

 


그러나
60분 남짓한 공연은
어딘지 허전하다.
춤비평가 방희망이 전작 〈소무〉에서 지적했던
“모던한 오브제를 대비시켜 따뜻한 인간성을 부각시키고,
토속적인 소스를 현대무용에 끌어들이는 아이디어와 정서“는
춤 그 자체에서도, 라이브로 행해진 드로잉 작업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시도되었어야 했다.

제작진이 추구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
여성의 신체, 그 이상의 개념의 이미지화를 위해서,
평자가 본
예술과 결합된
한국적 에로티시즘의 구현을 위해서는,

2017년 판 〈소무〉는
페미니즘적 요소,
한국적인 쏘스(source)들을 더 과감하게 녹여낼 필요가 있다.

(장광열_춤비평가) 
2017. 08.
사진제공_춤 사진_장성용, 드로잉 사진_김세영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