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한국발레협회가 주최하는 2016 K-Ballet World는 한국발레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추구하는 국제 발레축제로 올해로 9회째를 맞이했다.
“Ballet! 관람예술에서 체험예술로!” 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이를 위한 발레”를 목표로 기획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세미나는 9월 21일 오후 2시, 대학로 예술가의 집 다목적 홀에서 진행되었다. 주제는 <발레교육체제의 변화와 사회적 역할 -무용학원교육>.
입시나 콩쿠르가 교육을 압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의 현실인 이즈음 학교에서 “예술이 사라졌다”라는 말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의 예술교과목들이 등한시되고 있는 반면 사교육은 번성하고 있는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의 발레는 이제 보다 더 성숙할 때가 되었다.
올해 도정임 교수가 사단법인 한국발레협회의 새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운영위원진과 이사들은 협회가 우리의 당면과제들을 짚고 넘어가야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하였고 그동안 수면 위로 잘 나타나지 않았던 발레학원교육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이번 세미나는 한국발레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무용학원 교육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발레교육의 정체성을 찾아보고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보다 질적인 성장을 위하여 현재 학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례들을 토대로 체계적인 성장을 위해 창의적인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첫 번째 순서는 기조발제. 경희대학교 회계학과 이근수 명예교수가 <한국의 발레교육 정체성 찾기>라는 주제로 외부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발레교육현장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자는 현재까지 무용학원 교육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국가의 교육과 문화정책면에서 등한시되고 있다는 점과 현실교육의 주체이면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몇 가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평가해보라고 권유했다.
첫째, “나는 발레무용가인가, 발레교육자인가, 발레학원운영자인가?
둘째, 나는 내 일을 잘하고 있는가?
셋째, 내가 내 일을 잘 하고 있다는 뜻은 무엇인가?
넷째, 내 일을 더욱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또한 발레교육과 회계학의 공통분모는 균형(Balance), 이용자를 위한 학문, 꾸준한 수련과 높은 수준의 성취가 필요하다는 것과 경영학 이론인 SWOT분석을 인용하여 위험 및 기회요인 분석, 핵심역량 파악, 나의 현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전문성과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구축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조발제는 사회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발레교육체제가 갖춰져야 하며, 회원을 주축으로 하는 협회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제언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어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세 명 발제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무용학원의 발레교육현황과 과제>를 발표한 심현숙 부산발레아카데미 원장은, 첫 번째 과제로 발레교사의 재교육, 두 번째 과제로 줄어드는 전공자에 대한 대책과 대학교육의 변화모색, 그리고 성인발레를 꿈꾸는 다른 직업을 가진 일반인들을 발레학원으로 모을 수 있는 대책 등에 대하여 발표했다.
이어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강사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이미하 줄리아 발레아카데미 대표원장이 <발레교육 프로그램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 원장은 경영학 개념인 하이컨셉과 하이터치, 즉 개념과 감성의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발레계가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고민해야하는지를 언급하며, 영어발레, 발레피트니스 등 새로운 직업창출 사례와 가능성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반면 무용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20% 미만의 낮은 취업률이나 무용계 산업을 우고 발전시켜야하는 당위성을 강조했고, 문화센터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사례, 사설무용학원의 도구를 이용한 스트레칭, 줄리아 발레아카데미의 통합예술교육프로그램 진행 등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이 원장은 발레교육에 남겨진 과제로 지나친 경쟁과 기능교육 중심, 과도한 연습량과 부상 문제를 거론했다. 이는 곧 전문인으로 성장하는데 심각한 저해요인이 되며, 전공생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곁들였다.
세 번째 발제는 유지숙 JS발레스쿨 대표의 <무용학원 운영사례 - 공부만하는 대치동 학원가의 발레학원 이야기>. 소비자의 수요를 기반으로 하여 발레가 가지는 고유한 기능을 적용하여 한국형 발레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적용하자는 제언과 함께 미래의 윈-윈(win-win) 모델을 제시했다.
모든 발제를 마치고 패널들의 토론순서가 이어졌다. 우혜영 영남대학교 교수, 김인선 계원예술고등학교 교사와 김혜영 전)한국발레학원협회 회장이 지정 토론에 참여했다.
요즘 대학에서는 교과과정이 몇 년간 꾸준히 개편되어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적용시킬 수 있게 커리큘럼을 체계화하고 시스템화 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향은 대학교육과 무용학원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 학원과 대학이 함께 소통하여 학원에 취업하는 졸업생들이 단지 아르바이트생(알바)이 아닌 대기업 사원이상의 자부심을 가지고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노력한 대가의 월급도 보장될 수 있는 유망직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유아발레나 성인발레의 경우 전공자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자기개발의 한 과정으로서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며, 그 인구가 후에 발레 마니아층으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의 발레가 현재까지 급성장한 것 이상으로, 세계화가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으로 각 무용학원에서는 원장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변화와 강사들의 꾸준한 자기개발과 재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예술인들을 위한 법제정과 정체성이 강화되어야 하고, 각 학원들의 투명한 운영방침에 따른 재정적인 해결책들과 이에 따른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무엇보다 앞에서 거론한 토론내용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발레협회의 중재적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며 이번 세미나를 통하여 무용학원 교육이 발레교육체제의 변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인 역할을 해나갈 준비시작단계가 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 문화예술의 역할, 즉 이제는 발레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자구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예술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하고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수혜자 맞춤식 프로그램, 실무 매뉴얼 구축 등의 후속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날 세미나는 김명회(서원대학교 교수) K-Ballet World 조직위원장이 기획을, 심재희(KAIST 대우교수)가 진행을, 김순정(성신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