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세계 각 나라들마다 자국의 춤을 보다 조직적으로 홍보하고 유통시키려는 시도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축제나 마켓, 플랫폼 형태의 행사들이 유럽이나 아시아, 중남미를 비롯한 권역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 등이 그런 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서울아트마켓(PAMS)에 참가하는 델리게이트들의 권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으며 집중적으로 자국의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요구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부산광역시에서는 춤 마켓을 표방한 행사가 ‘국제 네크워킹’을 곁들여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다. 10월 1일부터 11일까지 신은주무용단 주최, 부산국제춤마켓조직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2015 부산국제춤마켓(Busan International Dance Market:BIDAM)은 제6회 째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상 올해가 제대로 된 골격을 갖추어 하는 첫 행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전의 프로그램들은 주최측인 신은주무용단이 보유한 부산춤공간Shin을 중심으로 한 레지던시 위주의 작은 규모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마켓이라기 보다는 공동작업의 성격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았다.
이런 아쉬움을 떨쳐버리고 주최측은 올해 본격적인 춤 마켓의 출범을 알리기라도 하듯 다양한 프로그램과 적극적인 홍보로 적지 않은 기간 동안의 행사를 비교적 성황리에 마쳤다.
전체 프로그램은 크게
▪ BIDAM 개막식(10월 2일,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막공연과 리셉션)
▪ BIDAM 춤마켓 (10월 2-7일, 부산춤공간Shin,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열린 [BIDAM 쇼케이스] [BIDAM 브런치미팅] [BIDAM 포커스] [BIDAM 커넥션])
▪ BIDAM 네트워크 (10월 1-3일, 부산춤공간Shin, 감만창의문화촌, 부산지역에서 열린 [BIDAM 전야제] [BIDAM 오픈토크] [BIDAM 게릴라퍼포먼스]와 10월 8-11일, BIDAM 워크숍)로 짜여졌다.
10월 2일 저녁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막공연에는 박은화(한국) & 치에 키타무라 Chie Kitamura(일본), 오리하 카토 Oriha Kato(일본) & 타로 마루야마 Taro Maruyama(일본), 신은주(한국) & 나라 유우지 Nara Yuji(일본)등 한국과 일본 아티스트들의 협업 작업이 선보였다.
2015 부산국제춤마켓에 참여한 아티스트와 단체는 한국에서 강미희, 김남진, 박재현, 손영일, 이현미, 홍기태, 댄스씨어터 창, 댄스컴퍼니 더 바디, 이태상댄스프로젝트,판댄스씨어터 등이었다.
일본에서는 Nara Yuji, Sumi Masayuki, Oriha Kato, Kwasaki Yoshihiro, Taro Maruyama, Tani Yoko 등 무용가와 연주자들이 참여했으며, 홍콩에서는 Greenmay와 Rebecca Wong Pik-kei, 네덜란드에서는 Samir Calixto와 Jelena Kostić가 참여했다. 이밖에 스페인에서는 Begoña Quiñones와 Rodríguez Valverde, 이탈리아에서는 Claudia Catarzi, 프랑스에서는 Company 47.49 가 참여했다.
초청된 델리게이트로는 김태원 (공연과 리뷰 편집인), Kwong Wailap(프린지상하이페스티벌 프로그래밍 디렉터), Batarita(헝가리 ÉL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Festival 디렉터), Yoshiko Swain(후쿠오카댄스프린지페스티벌 예술감독), 이숙재 (밀물예술진흥원 이사장), 이종호(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 장광열(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대표) 등이었다.
BIDAM의 예술감독을 맡은 신은주 (부산춤공간Shin 예술감독)는 “부산국제춤마켓은 지역교류 및 국제협업의 주요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이 축제를 통해 쌓아온 네트워크로 독일,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쿠바, 일본, 이탈리아, 파나마, 멕시코 등이었으며 여러 단체와 개인이 활동영역이 되어 왔다. 민간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부산지역의 문화발전에 선봉장 역할을 다하기 위해 마련한 부산국제춤마켓은 축적된 오늘 우리 춤 의 현주소를 알고 가능성을 가늠해 보며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어떻게 접목시키고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향후 새로운 공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다양하고 밀도 있는 작품을 선정하여 춤 시장을 확대하고자 한다”라며 태동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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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픈 토크 스케치
무용에서의 대중성을 위한 진단과 모색
10월 2일 오후 2시부터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열린 BIDAM의 부대행사인 오프 토크시간에는 무용에서의 대중화를 주제로 국내 춤비평가와 해외 참가 아티스트, 극장 및 축제 감독, 기획자 등이 참여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오픈 토크에서는 김태원(춤비평·『공연과 리뷰』편집인)이 <무용 대중성, 그 필요성과 방법론 소고(小考)―특히 춤 프로그램화(programming)와 관련하여>를 제목으로 한 발제가 있었고, 패널리스트 이숙재(M극장 이사장), 장광열(춤비평가), 최찬열(비평가)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김태원의 발제 내용은 한국에서의 무용예술의 대중화 문제를 제도적인 면과 안프라, 콘텐츠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조망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춤문화의 대중화는 나의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그렇게 쉽게 성취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그는 "참된 예술의 대중화란 보다 넓은 의미의 문화적 교육과 동반되어야 한다고 볼 때, 현재 우리의 문화 공간과 문화 프로그램은 어떤 부분에서 ‘보다 의식(도)적인’ 강조점을 따로 두어야 한다"며 춤 대중화와 관련한 4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하나의 문화 공간과 그 속의 춤프로그램은 전통성과 현대성(모던/포스트모던)을 병존(竝存)해서 수용하면서, 그 둘 사이의 심한 불균형이나 상호 간에 어떤 소외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도립·시립무용단이나 우리의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등도 특히 전통과 현대를 병존해야 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두 번째, 그 문화 공간 안의 소극장(서울의 경우 아르코 극장·대학로 예술극장·예술의 전당 내의 자유소극장은 물론 강동아트센터 안의 구립 소극장 등)과 민간 소극장(서울의 경우 창무포스트·M극장·두리춤터, 지역에서는 부산의 부산춤공간Shin 등)들은 무용문화의 대중화를 위한 특별한 역할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측면 이곳들은 비록 적은 수의 대중 앞이지만 춤예술의 진솔한, 근접의 풍경을 보여 줄 수 있는 곳으로 매 프로그램마다, 그리고 매 공연마다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 보이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공연자들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인상 깊게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국내의 춤공연은 많은 수가 거의 대부분 협회나 학회와 같은 민간춤 조직체의 기획공연으로 치러지거나, 국제성을 표방한 페스티벌 형식으로 펼쳐진다. 전자의 경우는 행사나 업적쌓기용으로 기획되어 자주 형식적인 프로그램의 진행에 그칠 우려가 많고, 후자의 경우는 공연 기획자의 개인적(혹은 소집단의) 의욕만으로 진행되는 탓에 극히 주관적인 프로그램 수준에만 만족하기 쉽다. 양자 모두 위험한 일이면서, 자칫 생산적일 수 있는 춤 대중화에 적지 않게 ‘누(累)’가 될 수 있다.
국제 교류용의 페스티벌 공연도 외국의 것을 계몽적 차원에서, 또 대중적 호기심 끌기의 차원에서 특별한 강조점을 두어 보여 주기보다는, 때로는 우리의 춤이 프로그램 속에서 중심이 되기도 하면서(아니면 ‘특별한 프로그램’이 되거나 하면서), 문화적 주체성을 띤 다채로운 프로그래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춤이 인간 본연의 감정 발산이나 몸의 운용이나 놀이, 그리고 현재 인간의 삶과 그렇게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춤의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늘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어 그는 “춤대중화와 관련, 더 생각해 볼 개념들로
1) 대중의 참여(participation)의 문제.
5가지 ‘참여’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① 정서적 참여, ②인식적(지적) 참여, ③치유/건강적 참여, ④창조(교육)적 참여,
⑤정치적 참여. 우리는 그간 ① 방식의 참여(탈춤이나 농무와 같은 집단무나 창무회의 『춤, 그 신명』과 같은 작품
에서 보듯 난장을 통한 엑스터시적 신명 풀이)에 너무 집착해 왔다.
2) 프로그래밍/기획/문화전략의 개념적 편차.
3) 대중의 참여를 유도(인)할 안무가의 기능과 기여도의 문제.
①교육자로서, ②탐구자이자 창조자로서, ③흥미를 유발하는 엔터테이너(entertainer)로서. 이 점에서 전설적인
발레제작자였던 디아길레프가 M. 포킨이나 니진스키가 한 말, “Surprise, Me!”의 뜻.
4) ‘스타’ 혹은 ‘스타시스템’은 어떻게 대중성을 유발시키는가.
발레리나 문훈숙이나 강수진, 최근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그리고 리듬체조에서 손연재의 예.
5) 오프/온라인 매체(저널리즘)의 속성과 그 활용법의 문제“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