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광주시립발레단 ‘차이코프스키, 그가 사랑한 발레’
해설 곁들인 발레 대중화 시도
김미은_광주일보 문화부장

 지난 1976년 창단한 광주시립무용단은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직업발레단으로 꼽힌다. 특히 전국 공립 무용단 중 ‘발레’를 특화시킨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
 광주시립무용단은 지난 7월 광주시의회 정례회을 거쳐 창단 40여 년 만에 ‘광주시립발레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무용단 측은 단체 이름이 갖는 홍보 효과가 만만치 않고 이름에서 정체성을 정확히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수년 전부터 명칭 변경을 꾸준히 요구해왔었다.
 광주시립무용단이 광주시립발레단으로 이름을 바꾼 후 첫 번째 무대를 마련했다. 지난 9월 25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그가 사랑한 발레> 공연이다. 170년 동안 사랑받아온 <백조의 호수><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세 편의 하이라이트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무대였다.
 발레하면 떠오르는 대표작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공연인 터라 객석은 만원이었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았다. 신순주 예술감독의 간단한 해설과 함께 공연의 막이 올랐다.

 



 첫 무대는 <백조의 호수>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히는 1막 2장이었다. ‘정경’이라는 제목으로 클래식 공연에서도 자주 연주되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공연장은 금세 어느 새벽녘의 호숫가로 변신했다.
 한 몸처럼 움직이는 스물여섯 마리 백조들의 움직임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4마리 작은 백조가 유쾌한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은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오데트 공주 역으로 출연한 신송현은 가냘픈 백조의 모습을 우아하게 표현해냈으며 지그프리드 왕자 역은 윤전일이 맡았다.
 광주 출신으로 국립발레단, 루마니아 국립발레단 등에서 활동한 후 인기 TV프로 ‘댄싱9’에서 우승하며 화제를 모았던 그는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백조의 호수>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건 역시 흑조였다. 조성미의 요염하고 도도한 표정 연기와 함께 흑조의 트레이드마크인 32바퀴 회전이 이어질 때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작품에서는 현재 광주시립발레단 발레 마스터를 맡고 있는 플로린 브린두사가 로트발트 역으로 특별출연했지만 실수가 이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는 오로라 공주(김진경)와 데지레 왕자(강진구)의 그랑 파드되와 파랑새 2인무(조현지·진성우)가 이어졌다.
 마지막 작품은 <호두까기 인형>이었다. 붉은 빛 의상을 갖춰 입은 발레리나들의 군무 ‘꽃의 왈츠’는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왈츠 음악과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화사한 아름다움을 전했으며 신송현과 윤전일은 ‘별사탕 요정 파드되’를 선보였다.
 공연의 피날레는 듀엣으로 출연했던 8명의 무용수가 모두 함께 무대에 올라 단원들과 함께 장식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는 친절한 해석이 담긴 팸플릿이 눈길을 끌었다. 발레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공연 작품에 대한 해설과 함께 각 작품의 관람 포인트, 대표 음악을 QR코드로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객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광주시립발레단의 다음 공연으로는 오는 10월 21일 ‘모던발레’ 무대며, 마지막 공연은 연말 대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호두까기인형>(12월 17일-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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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신순주

“국내외와 소통, 질 높은 공연 만들겠다”




장광열 ‘차이코프스키, 그가 사랑한 발레'란 타이틀에서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기 위한 기획의도가 읽혀진다. 예술감독의 해설을 곁들인 시도도 그렇고---. 어떻게 이번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나?
신순주 클래식 발레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3대 발레를 재구성한 공연이다. 차이코프스키는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작곡가이며, 레퍼토리로 선정한 작품은 그의 3대 발레 작품으로 꼽히는 것들이다. 발레가 갖는 최고의 아름다움과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뜻 깊은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었다. 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시점에 올리는 공연이라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난 2월에 새 예술감독으로 선임되었을 때 춤계에서도 새로운 인물이라며 의아해 했다.
광주여고, 한양대학교 무용학과와 전남대 대학원 체육학과를 졸업했다. 조승미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단원으로 활동했었다.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 교수법을 수료했고 잠시 공연 무대를 떠나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 강사와 S클래식 발레학원 원장으로 발레계 현장에 있었다. 광주시립무용단을 통해 고향에서, 발레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예술감독 공모 광고를 본 주변 분들이 이제 더 늦기 전에 직업발레단에서의 경험과 바가노바 발레 메소드를 공부한 것을 토대로 뭔가 적극적인 활동을 해보라는 권고가 있어 결심하게 되었다.

부임 후 첫 작품으로 <지젤> 전막을 공연할 당시 소속 단원들 외에 유니버설발레단의 엄재용 등 수석 무용수를, 이번 공연에서는 실력파 무용수인 윤전일을 게스트 무용수로 초빙했고, 10월 모던발레 공연을 위해 유럽의 컴퍼니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무용가 김판선을 안무가로 초빙하는 등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고 소통하고 있는 모습 등은 춤계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발레단 운영을 하는데 있어 유니버설발레단에서의 프로 무용수로 활동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객원 무용수와 안무가, 트레이너의 초청 등을 통해 단원들의 기량향상과 발레단 운영에 활력이 생겼던 것에 착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작품의 확충을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발레단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7월에 전해진, ‘광주시립무용단’의 단체명이 ‘광주시립발레단’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은 정말 놀라웠다. 전임 단장과 예술감독들이 수십 번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운이 좋았다. 광주시와 의회를 찾아가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설득했다. 국내 유일의 시립 발레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그것을 대외적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광주시립발레단’이라는 명칭의 사용은 향후 다른 지자체에서의 공공 발레단 창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서울시립발레단, 부산시립발레단의 경우도 구체적으로 시행을 검토했던 적이 있었다. 단체의 정체성이 더욱 확실해지는 효과가 생긴 만큼 국내외 교류도 보다 확대되고 공연 마케팅에서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발레단을 운영해 가고 있나?
발레단의 정원이 80명이나 현재 행정 직원 7명을 포함해 43명이 활동하고 있다. 36명의 무용수는 전막 공연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적은 수는 아니다. 대형 작품 외에도 객원 안무가 초빙을 통해 소품을 만들어가고,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도 확보해가면서 다양한 기획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해 나갈 것이다. 공연 외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발레 교육 프로그램도 보완해 가고 있다.

광주시립발레단은 내년에 창단 40주년을 맞이한다. 외국의 경우 수도가 아닌 도시에 소재한 발레단이 더 유명하고 더 좋은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문화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광주시립발레단의 새로운 도약은 필요해 보인다.
내가 능력이 안 된다면 발레단 운영에 계속 욕심을 낼 생각은 없다. 예술감독 개인의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공공 무용단으로서 광주시립발레단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발레단과도 소통해 나갈 생각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 높은 공연을 제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인터뷰_장광열)

2015. 10.
사진제공_광주시립발레단 *춤웹진